단편 - 밤 빛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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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85회 작성일 20-01-17 17:07본문
그러나 애무를 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손바닥을 애무 당하는 듯한 기분에 더욱 미친 듯이 성난 자지가 조금도 발기해제 될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임 역시 전혀 느슨해지지 않았다. 골반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조이는 힘 또한 희석되지 않을까 싶었던 건 착각에 불과했다. 아니, 아파서 가만히 있을 때와는 다르게 허벅지를 만지작거림에 맞춰 조금씩 움찔거리는 하체로 인해서 보지가 꾸물꾸물하니 나에겐 더욱 위협이 된다. 평생 동안 달고 살아왔던 자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혼동될 정도로 보지 안의 따스함과 능동적인 조임은 점점 더 날 사정단계로 몰아넣었다.
질내사정하면 정말 빼도 박도 못 하기 때문에 사정하지 않기 위해 양손을 허벅지에서 떼어냈....일순 허벅지를 매만졌던 손바닥이 부분부분 옅은 붉은빛을 띠고 있는 걸 보고, 숨고르기에 열중 중인 여자애의 상체를 아무렇게나 끌어안아 세워버렸다.
“읏!”
내 가슴팍에 떨어져 내리고 있던 물줄기가, 내가 한 행동으로 인해 일으켜진 여자애의 쇄골부근을 따스하게 두들겼고, 난 그 자세 그대로 깊이 삽입한 채 사정을 했다. 정액이 뭉쳐 자지뿌리부근이 뭉툭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길을 타고 귀두 끝에 이동한 뒤 전사정하고, 그 뒤를 따라 2차, 3차 정액의 무리가 꿀럭거리며 여자애의 몸 안에 들어갔다.
“아.....안, 읏.”
자지가 크게 꿀렁거리면서 정액을 토해내자 한 움큼씩 들어갈 때마다 여자애의 전신이 움찔거린다. 내가 그녀의 오른쪽 허벅지 안쪽을 위로 들며 사정했기 때문에, 자신의 오른 가슴위에 놓인 내 왼손에 양손을 꼭 얹고 탱글한 엉덩이와 왼쪽 발끝으로만 균형을 의지한 채 서서 움찔거리는 모습이 보이니, 방금 사정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지가 부풀어 올랐다. 아니, 부풀어 올랐다 하기보단 아예 쪼그라들지도 않았다 함이 옳을 것 같다.
솔직히 생각도 못 했다. 워낙 예쁘니 여자애가 처음이 아닐 거라 예상 했었다는 게 아니라, 아예 처녀인지 아닌지 구분한다는 식의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손바닥에 묻은 미미한 핏자국을 보니 머릿속의 무언가가 끊어지면서 온 기운이 자지로 모여든 것 같았고, 본능적인 이끌림에 의해서 더 깊은 삽입을 위해 허리를 치켜세우며 사정한 거다.
“....하아, 하아....”
사정의 여파로 안도감 비슷한 거친 숨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지만, 곧 발정한 욕정이 안도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대신 들어앉았다.
자위할 땐 분명히 사정직후에 욕구가 사라지면서 도리어 허탈감만 느껴져 어떤 자극적인 영상 속에서 화장으로 떡칠한 여자가 허리를 흔들고 있어도 두 번 이상 딸딸이 쳐본 적이 없었는데......지금은 움찔거리는 백색 엉덩이를 단적인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띵해졌다.
실로 믿기지 않는 충족감이 오감전체를 아우르고, 오감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이 이상을 바란다.
“저, 정말...죄송한데....저 진짜로 못 멈출 것 같거든요, 진짜.”
“....아, 하, 하지만...!”
이 상황에선 듣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증폭될 곱고 단아한 음성이다. 우연찮게 길가다 얼핏 듣는 것만으로도 뒤를 돌아봐야할 정도의 여린 미음이 옅은 떨림과 함께 내 귀에 들어온다.
난 받쳐 들고 있던 여자애의 다리를 천천히 내려놓고는 미끈하지만 꽉 조인 보지에서 자지를 힘겹게 꺼낸 뒤 작은 어깨에 손을 얹어 마주설 수 있게끔 돌렸다. 물줄기가 머리 위에 곧장 떨어져 가슴에 손을 올린 채로 고개 숙인 여자애의 모습에 샤워기를 끈 나는, 촉촉이 젖은 볼에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온수의 눅눅한 온기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사람자체의 달콤한 체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미미하도록 감싸 쥐어진 고개를 약간 들어 올려 얼굴을 마주했지만 여자애의 커다랗고 동그란 눈동자는 나에게서 비껴나가 있다. 젖은 머리칼을 타고 물방울 몇 올이 눈썹 위를 그리듯 스치며 내 손과 볼 사이를 내려간다.
“죄 값은....당신에게 치를께요. 내가 지은 죄, 당신이 어떻게 대하든 모두 상관없어요. 경찰에 신고해도 좋고, 저를 죽여도, 죽으라고 해도 전부 듣겠습니다.”
“...........”
“하지만....내일 죽더라도 전 오늘..죄를 짓습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은 없어요. 있다 해도 지금과 다른 결정을 내렸을지는 잘..모르겠네요. 지금 당신밖에 보이지 않아요. 많이 불쾌하고..또 치욕스럽더라도, 당신에겐 죽고 싶을 만큼 싫은 시간일지라도, 전....당신이 상처 입는단 걸 알면서도..죄를....,내일 죽더라도, 당신을 가지겠습니다.”
남자는 살면서 세 번의 기회를 만나다고 하던가. 나에게 있어 이 여자애를 보게 된 것이 그 첫 번째 기회요, 문이 우유 담는 천에 의해서 닫히지 않았던 게 두 번째, 그리고...이 여자를 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게 그 마지막 기회다.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은 이 여자에게 전부 귀결되며, 내 생 마지막 또한 그녀에게 달려있다.
...........상처 입힐 줄 알면서도 너무나도 가지고 싶다.
난 악마가 된 걸까....
“............그....살.......요.”
“예?”
여전히 나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여자애가 연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무언가를 말했지만 작은 소리라 잘 들리지 않았다. 멍청히 반문하는 나의 눈에 드디어 마주하게 된 맑은 눈동자가 가득 들어왔다.
“....살살..부탁드려요..”
조심스러운 눈동자 아래, 입술이 작게 움직인다.
“..부탁드릴게요....”
......온몸의 세포가 곤두선다. 사람에게 혼이 있다면 난 그것을 구성한 게 반쯤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굽어지려는 무릎을 억지로 버티고 세워둔 후, 수납장에 곱게 켜켜이 쌓인 마른 수건을 꺼내 양손으로 펼쳐들어 여자애의 목 부근부터 시작해 문지르기보단 살짝 눌러가며 물기를 닦았다. 욕망의 끊임없는 샘솟음 따위완 별개로, 난 내 손이 최대한 부드럽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느끼길 원했다. 허벅지 중간쯤 걸쳐진 팬티를 완전히 벗겨낸 후 한 번 닦아낸 곳이라도 꼼꼼하게 눌렀고 가슴 같은 성감대는 오히려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몸 전체를 닦아낸 뒤엔 화장실 밖으로 나와 발끝까지 뽀송하게 만들었다. 전체가 열로 들끓는 내 몸은 물기라는 것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단 걸 확인하고 한 손으론 물기어린 수건으로 보지를 가렸으며, 또 다른 손으론 양쪽유두부분을 가린 여자애의 어깨에 손을 얹어 침대로 이끌었다. 오롯이 탱탱한 엉덩이에 자꾸만 시선이 가는 걸 애써 참아내 침대 가장자리에 여자애를 앉혀놓고 불 켜진 화장실을 정리한 뒤 돌아왔다.
거실은 여자애가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로 등을 켠 적이 없으니 어둑했지만 어수룩한 달빛이 실내를 비추고 있어 시야확보엔 문제가 없었다. 어슴푸레한 한 쪽 벽에 걸린 아날로그시계를 보니 새벽 1시50분....내가 여자애 집에 들어온 게 여덟시쯤, 운동시간을 한 시간으로 잡고, 샤워 한 시간까지 계산하면 여자애의 입술에 키스한 건 열 시 넘어서였을 것 같다.
침대 맡에 앉아 있을 여자애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면 갑자기 부끄러워질 것 같아 방 여기저기를 훑어보다 앞으로 다가섰다.
“....큼.”
뭘 해본 적이 있어야, 그리고 정상적인 만남이래야 여자를 자연스럽게 침대에 눕히는 방법을 알 텐데, 초짜에 비정상적인 만남 하에 이루어진 상황이라 간단한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여자애의 양쪽 팔에 손을 얹고....옮기기엔 눕히긴 수월할지 몰라도 침대 중앙에 데려가려면 누워진 상태에서 끌어야할지 모르니 관두고, 또 다시 공주안기로 들어 침대 위에 올려 눕혔다.
가슴과 보지를 가리고 누워있는 여자애의 절색을 구경할 틈도 없이 곧바로 그 위에 올라갔다. 강간을 시작할 땐 몰랐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상당히 부끄러웠다. 이미 볼 것 다 본 사이이지만 마치 처음 같은 기분....
왼손으로 기분 좋은 냄새가 나는 뽀송한 머릿결을 쓰다듬다 볼에 얹어놓고 키스 했다. 입술만 살짝 붙였을 뿐인데도 자고 있을 때 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조금 더 다가가 아랫입술을 입술로 물어보니 이끄는 데로 따라왔던 수면키스와는 달리 약간이지만 살짝 뒤로 빠지려 한다. 부끄러워 빠지려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날카로워진 신경을 통해 여자애 입술의 잔주름마저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느껴졌다. 난 왼손의 각도를 조금 틀어 볼 대신 목 뒷부분을 받치면서 키스 했다. 아랫입술이 꾸물거리면 혀끝으로 잠깐 핥다가 조금 올라가 윗입술을 탐하다 보니, 먹을 수 없는 달콤함이란 게 느껴진다.
입술로 문 상태에서 혓바닥부터 시작해 혀끝으로 길게 핥으니 잔잔히 파도치는 매끄러운 표면....참으로 먹고 싶은 입술인데, 먹을 수 없음이 감사하다.
입술에서 내려와 턱을 약하게 빨고 세워진 혀끝으로 목덜미를 훑다가 잠시 멈춰 섰다. 고개 돌린 여자애에 의해서 얇은 목이 길게 당겨져 있었는데, 그 모습에 도저히 지나치지 못한 나는 얕은 키스를 퍼부었다. 성대가 없는 중앙을 빨아올리면서 턱 끝까지 다가갔다가 선명한 턱 선에 짧게, 짧게 키스하며 도달한 귓불은, 아니 귀 전체를 입안에 담아 슬며시 빨아놓고 벗어나 옆선을 물면서 쇄골로 내려왔다.
“....으응......”
웅크러진 어깨로 인해 깊게 패인 쇄골 위엔 한동안 입을 붙여놓고 떼지 않았다. 작지 않게 벌린 입안이 따뜻해질 정도로 붙여놨다가, 가슴께에 곱게 교차되어 얹어져 있는 양손 윗부분으로 드러난 가슴골에 혀를 미끄러지도록 넣었다. 오류 없는 가슴 간의 거리는 좁아서 혀가 들어가니, 혀의 양면으로 좌우 가슴 모두를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 멈춰서 핥다가 턱을 조금씩 아래로 내리니 모여진 손 또한 점점 따라간다.
“우응....부끄..러....”
턱에 의해 내려가던 손이 유두부분마저 드러내려하자 여자애가 부끄러움을 표현한다. 난 그 작은 음성을 듣자마자 여자애의 오른손 팔목을 내 왼손으로 잡고, 얼굴을 그 아래 놓인 가슴 쪽에 가져갔다. 그리곤 얇게 뻗어 있는 손가락 밑으로 혀를 집어넣어 전진하며 공간을 벌려 손바닥과 가슴 사이에 얼굴을 밀어 넣었다. 내 왼손에 잡힌 여자애의 오른손을, 나의 뒷머리 쪽에 얹어지도록 이동시킨 난, 그대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반쯤 돌려 입술을 가슴에 붙였다.
“....아....!”
여자애가 부탁해서일까. 욕정이 들끓는 거랑은 상관없이 거칠게 움직여지진 않았다. 가슴을 한 입 크게 물어 입 안에 담아 먹지 못함을 식감으로 대신하고픈 마음이 일어도 정작 내 입은 심히 부드럽게 움직였으며, 시원하지 않게 움직였음을 바탕으로 몹시 거대한 촉감에 관한 쾌감이 밀려왔다. 도톰하고 가득한 가슴살이 부드러움마저 겸비했으니, 또한 그것을 혀와 입으로 음미하고 있으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후으응.....”
손을 내 머리에 얹고 있느라 힘들지도 모를 작은 어깨 아래 내 왼손을 받쳐놓았고, 오른손으론 미끈한 옆구리와 가슴 옆을 타고 움직이다가, 왼쪽 가슴을 가리고 있던 여자애의 한 손마저 내 머리 위에 놓인 순간, 비어진 가슴으로 얹어 매만졌다. 부풀어 올라 단단한 탄력을 가진 유두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놓고, 나머지 손가락과 손바닥으론 부드럽게 움켜쥔 가슴을 서서히 원 그리듯 문질렀다.
여자애의 다리가 서로 부대끼며 꼼지락거리는 게 하체를 통해서 느껴진다.
“아! 아, 그......읏.”
여자애의 신음을 들으면서 허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간 오른손을 다리 사이, 보지 위에 올렸다. 손바닥엔 부드러운 음모가 엉클어져 들어왔고 손가락 끄트머리론 뜨겁게 젖은 대음순이 만져졌다.
난 가슴 애무를 멈추고 허리를 일으켜 세우고 내 다리 밖으로 여자애의 매끈한 다리가 빠져나올 수 있을 만큼 뒤로 빠진 뒤, 보지를 가릴 듯 모인 양다리의 무릎부근을 잡아 그대로 들어 올리고는 발목에 손을 옮겨 다리를 벌렸....
“..............”
고개가 내려간다.
여자애의 벌어진 다리 사이 모습을 드러낸 보지는, 차마 감상을 떠올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인사하듯 떨어진 고개를 그곳에 묻고 입을 맞추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흣!”
입술과 혀끝으로 느껴진다. 엷게 곡선 띤 대음순 겉을 돌아 그 중앙에 서니 아주 미세한 직선이 하나 그려져 있다. 내 자지가 들어갔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단 한 순간도 무언가가 들어갔던 흔적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직선....길지 않은 직선 위에 혀를 올려 핥아보긴 했지만 차마 넣을 용기가 생기지 않아 다시 허리를 세웠다.
“하아..하아....”
큰 호흡에 의해 오르내리는 둥근 가슴 위의 얼굴을 보니, 팔뚝을 이마에 대 눈가를 가린 여자애의 돌려진 고개가 보였다.
“....갈께요..넣....”
뜨거운 숨이 목 끝까지 차올라 말도 못 마친 난 허리를 숙이며 기울어진 상체를 침대 위에 올린 오른손바닥으로 지탱한 뒤, 내 배꼽에 거의 닿을 만큼 거세게 발기해 있는 자지를 왼손으로 잡아내려 대음순 사이 곧은 직선에 가져다 대었다. 귀두 끄트머리만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그 열렬한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에 이끌려 애액을 타고 아주 서서히 삽입해 들어갔다.
“우웃....”
“괘, 괜찮아요?”
오돌오돌한 고온의 질속에 귀두가 끌리고 있는 입장에선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여자는 쾌감이 아니라 고통에 의해서 괜찮지 않을 수도 있기에 자지의 절반이 보지로 들어갈 때까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이 절반이 들어오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느낌이 자지를 훑었는지, 귀두부분은 쾌감 속에서 고통 없이 녹아내린 것만 같다. 마치, 자지와 질 사이의 경계가 없어져서, 정말로 한 몸이 되어버린 것 같은....느낌.
“괜....찮은 것..같아요..”
자지가 들어가면 여자는 어떤 느낌일까. 설혹 내가 다시 태어나 여자가 된다 해도 절대로 알고 싶지 않은 느낌이겠지만, 내 자지가 들어간 여자의 느낌이 어떠한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물어볼 순 없는 노릇인지라 최대한 아프지 않길 바라며 나 나름대로 조심스레 움직였다.
우선 자지를 뒤로 조금 물러나보다가 다시 그만큼 전진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많은 게 느껴진다. 매끈거리며 오돌오돌한 느낌, 뜨겁듯이 따스하고 예측할 수 없는 부드러움이 꼬물거린다. 뿐만 아니라 내 움직임에 의해서 여자애의 동그란 엉덩이가 살짝 들어졌다 내려가고, 벌려진 다리 또한 엉덩이가 들려짐에 따라 무릎의 높이가 달라졌다가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가슴은 작게, 아주 미세하게 요동친다.
“후우....조금 빠르게..빠르게 갈께요.”
조금 빠르게 움직여 보았다가, 어처구니없게도 곧바로 절정에 치닫게 되었다. 자지를 삼킬 듯한 조임도 조임이지만, 내 움직임에 맞춰 변화하는 여자애의 모습을 보는 순간 혼이 빠져나갔다. 엉덩이가 조금 더 들려지고, 발을 보니 뒤꿈치가 간간히 뜨기도 하며, 가슴은 내가 아는 그것이 맞는지 눈으로 쫓기가 힘들 정도의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거기에 더해....
“앗, 아, 아앙!”
자지를 앞으로 다시 찔러 넣을 때마다 맞춘 듯이 흘러나오는 신음소리까지 합쳐져 눈과 귀, 촉감이 뱅글뱅글 도는 와중에 사정을 조절한다는 건, 나 같은 초짜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불가한 능력이었다. 반쯤만 넣어 돌렸던 자지의 앞뒤간격을 넓혀갔는데, 이건 전혀 의도한 게 아니라, 내가 날 조절하지 못해 생긴 현상이었다. 조그만 넣을 마음을 먹고 허리를 앞으로 움직이면, 빳빳하게 흥분한 허리가 제멋대로 집어넣었다가, 슬며시 뺄 마음을 먹고 움직이면 천천히 움직이다가도 갑자기 훅 뒤로 빠진다. 도를 넘어선 조임은 빠른 속도를 타기 시작한 자지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더욱 힘들게 만들었고, 볼 것도 없이 매우 짧은 순간에 사정단계로 접어 들어가고 있음이 하반신을 통해 저릿한 기운이 모여들 때 알 수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움직이면 사정을 할 게 뻔한데, 허리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아니, 움직이는 건 난데 그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내 허리가 지금 앞으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뒤로 빠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 결코 빠르거나 강렬하게 움직이진 않고 있지만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읏! 아, 그, 그, 이..이상..해, 앙!”
......이상하다니....불현 듯 떠오르는 생각에 난 허리의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여전히 앞뒤분간은 못하겠지만 반동에 힘을 실어 속도를 올리는 건 가능했고, 당연히 내 정액은 되돌아갈 곳이 없어져 자지의 뿌리부근에 급격히 모여들어 도약할 태세를 갖추었다. 이것들의 태세는 몹시 짧아 모여들자마자 금세 귀두로 터지듯 치솟아 오름을 굳건히 굳은 자지를 통해 느꼈지만, 그 따윈 뇌의 한구석조차 차지하지 못할 일에 불과했다.
일순 사정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자애의 움직임은 지극히 뇌살적이었다.
“하으으읏!”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과 침대보를 움켜쥐고 있던 손은 사정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내 아랫배를 누르듯이 붙어있었고, 양발은 나의 엉덩이 부근에 교차되어 둘러져 끌어안고 있었다. 손으론 허리를 밖으로 밀지만 발로 내 엉덩이를 끌어당기는 건, 결국 자지의 완전한 삽입을 이루게 만들었다. 그 빈틈없이 달라붙은 모습에 넋 잃고, 쭉 뻗어진 팔에 의해서 터져오를 듯 모여진 가슴에 시력을 잃을 것 같았으며, 절정에 치달았을 때 순간적으로 튕긴 경련이 그 강도를 점차 줄여가며 아직까지 잔잔한 움직임을 매끈한 허리부근에 선사하고 있는 걸 보니 입이 벌어졌다.
이리저리 불규칙하게 구겨진 침대보와 헝클어진 머리칼마저 여자애를 위해 신이 만든 배경처럼 보인다.
“후으응....”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에 생기가 어릴 귀여운 신음과 함께 여자애는 손과 다리에 서서히 힘을 빼어냈지만, 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방금 일어난 일과, 다시 부끄러워하는 모양을 띠지만 그 속에 어색함이 많이 희석되어져 있는 듯한 느낌에, 벅차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움직일 수 없다.
무엇보다 항상 가슴이나 시야를 가리던 손이 입가에 얹어져 있고, 붉게 묽든 볼 위 동글게 뜨여진 두 눈은 나 얼굴과 삽입부분을, 당혹감에 차있긴 했지만 번갈아 바라봐주고 있다.
난 전혀 가라앉지 않았지만, 이미 모든 걸 토해낸 것처럼 만족감으로 가득한 자지를 아주, 아주 천천히 빼내갔다. 육안으론 확인할 수 없을지 몰라도 완벽하게 붙어있던 난 자지가 빠져나오는 걸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잡아당기는 듯한 조임 덕분에 귀두가 완전히 나왔을 때에야 분리되었다는 것에 대해 현실감이 부여된다.
“만족....”
턱 끝까지 무언가가 차올라 말도 잘 안 나온다.
“만족, 만족 합니다.”
애액으로 반질거리는 모습의 자지가 발기한 건 풀어지지 않았지만, 본능과 신체적인 것과는 별개로 마음 가득 만족이 들어차 있다.
내가 한 말에 여자애가 눈을 깜빡거리면서 짧게 되묻는다.
“....네?”
“....저는..여자랑....손도 못 잡아본 놈이에요. 얼굴은 못 생겼고, 성격은 소심하고....저 여자는 저래서 안 돼, 그 여자는 그래서 안 되라면서..여자를 깎아내려 제가 사람들한테 다가가는 걸 변명 삼죠....그냥 역시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어, 저러니 내가 들이대질 않지..라면서 여자에게 말 걸어본 적도 손에 꼽네요.”
“..........”
“어디에 가도 섞이지 못하는 걸 다른 사람을 탓해요. 이런 놈들이랑은 사귀지 않는 편이 좋아, 저런 애들은, 저런 애들은 생각이 왜 이리 유치하고 짧지? 사람들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나, 라며, 웃기지도 않게 다른 사람들을 멍청하다 무시한 적도 많죠.”
자지를 꺼내긴 했지만 삽입하고 있었던 자세에서 크게 변한 것이 있는 건 아니었다.
난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내 엉덩이 부근에 둘러져 있는 여자애의 허벅지 아래를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입을 열었다.
“그 멍청한 애들은 멀쩡하게 연애하고, 이런..이런, 여자를 강제로....하는 행동도 하지 않는데 말....”
내가 무시하는 이들이, 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행한다. 그것이 공부가 되었든, 연애가 되었든, 혹은 간편한 안부 인사나 말장난 같은 것들이 되었든....
“결국 가장 멍청한 건....접니다. 잘난 척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내세우던 결국 그놈은, 잘난 자신의 감정도 제, 제어하지 못해 힘으로 여자를..그래, 힘으로 여자를 덮치는 병신입니다.”
격한 감정이 목을 타고 넘어 결국 형언되어 뿌려진다.
나라는 놈은 아무리 미회시켜도 딱 이 정도 수준인 남자다. 학생이지만 절친한 친구도 한 명 없고, 나약한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타인을 깎아내려 그 위치에 선 자들에게 비웃음 따윌 선사하고, 특기랄 것 없이 허공에 쏟아부어가며 걷어 차버린 시간을 모아보면 태산이 세워질 거다. 더러운 망상 속에 살던 추악하고 지능 없는 마물....아니....미물이다. 악하다는 개념조차 밟지 못한 아주 자그맣고 추악하며 하찮은 생물.
“....그런 절, 이런 제게......기회를 주셔서..감사합니다......! 오늘만이라도 소리 지르지 않아주셔서, 욕하지 않아주셔서, 때리지 않아주셔서....그리고, 너무 아름다우셔서 감사드립니다....!”
“.............”
“염치없지만, 제발, 제발 저 같은 놈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 그냥....그냥 똥, 똥 같은 거라도 밟았다고, 그냥 오늘 하루 정말 재수 없었다면서..언젠가, 아니, 아주 빨리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아......”
나 같은 놈 때문에 이 아름다운 소녀의 미래가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펼쳐질 웃음, 눈물, 대화, 소망, 한 가닥 짧은 생각에 조차 나라는 놈이 날카로운 상처가 되어 그것들을 할퀴지 않았으면 한다. 밖이 두려워 나가려하지 않거나, 강박감이 생겨 자물쇠를 많이 걸어놓고도 일일이 확인하게 되지 않길 바란다. 나 같은 놈으로 인해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자기 자신을 잃고 살아가게 되는 건 상상하기가 싫어진다.
염치불구 하지만, 염치불구하고도, 염치를 생각하고도, 나는 나로 인해서 이 여자가 망가지질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후, 저 같은 놈..아무렇지 않게 잊을 수 있길....진심으로 애원합니다....”
“.................”
자세는 이상했지만 고개를 숙였다. 차마 이 상황 속에서까지 발기 중인 자지를 보긴 뭐해서 두 눈 질끈 감고 가만히 있는데, 가만히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음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슬그머니 실눈을 떴다. 가뜩이나 어두운데 실눈 떴다고 뭐가 보일 리 없지만 흐릿흐릿하게라도 보고 있으니 안 뜬 보단 나았다.
“.......못..잊지요.”
...........................!
숨이 막힌다.
잔 떨림 한 줌 남아있지 않은 여자애의 여린 목소리는 내 가슴부근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울컥거림을 통째로 앗아갔다. 공허하다, 느껴진다. 이제 나 때문에 이 여린 여자는 밤마다 악몽을 떠올리고, 남자만 봐도 수치심이 일어날지 모르며,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 나타나도, 나에 대한 기억 때문에 기피하게 될지 모른다. 나 같은 놈 하나 때문에 이 여자애의 부모나 친구까지도.....!
“못..잊어요. 절대루 못 잊어요.”
“......크흐으, 정말, 죄송..죄송합니....”
눈물이 여자애 아랫배 위로 뚝뚝 떨어진다. 배를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것도....이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눈물자국을 하얀 손이 덮는다. 멈추지 않는 눈물은 이제 배가 아니라 손등으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손은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배 위를 문지르고 있었다.
“..........저, 생리기간이 아니라, 아마 임신할 거 같아요.”
...............?!
더럽게 멍청하게도 그 당연한 사실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리고 가냘파 보였어도 교복과 성숙함을 보면 고등학생이 분명한데, 그 여자애의 몸속으로 많은 정액을 사정해 놓고선 임신이란 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리구..아빠가 직업은 좀 그래두 천주교 사람이라서, 낳아야 될 거 같아요.”
작지만 거침없고 당당한 울림.
소녀는 무얼 말하는 걸까....
“....잘 들으세요, 잊으면 화낼 거예요.”
“예, 옛?”
“첫째, 열심히 일하기. 둘째, 바람 피지 않기. 셋째, 애 교육은 제가 할게요. 통장관리나 용돈도 제가 관리한다는 게 넷째고, 요리나 집안일은 여자인 제가 하겠지만, 힘들 땐 같이 하자는 것이 저의 마지막 요구입니다.”
조곤하게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넋이 나가버렸다.
바람 피지 않기? 셋째, 애 교육은 제가 할게요....힘들 때 같이 하자는 것이 저의 마지막 요구라니....어쩌면 말투마저 이리 사랑스럽단 말인가. 그 어조에 한 번 놀라고, 그 내용에 두 번 놀라고, 그 말이 날 향해 한 것이라는 건 새삼스레 놀랄 수도 없었다.
“약속, 해주겠죠, 염치불구하구요.”
믿을 수 없다는 건....믿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미치도록 믿고 싶은 이 현실은, 미치도록 현실감 있는 것처럼 나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여섯째로......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본편 完
질내사정하면 정말 빼도 박도 못 하기 때문에 사정하지 않기 위해 양손을 허벅지에서 떼어냈....일순 허벅지를 매만졌던 손바닥이 부분부분 옅은 붉은빛을 띠고 있는 걸 보고, 숨고르기에 열중 중인 여자애의 상체를 아무렇게나 끌어안아 세워버렸다.
“읏!”
내 가슴팍에 떨어져 내리고 있던 물줄기가, 내가 한 행동으로 인해 일으켜진 여자애의 쇄골부근을 따스하게 두들겼고, 난 그 자세 그대로 깊이 삽입한 채 사정을 했다. 정액이 뭉쳐 자지뿌리부근이 뭉툭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길을 타고 귀두 끝에 이동한 뒤 전사정하고, 그 뒤를 따라 2차, 3차 정액의 무리가 꿀럭거리며 여자애의 몸 안에 들어갔다.
“아.....안, 읏.”
자지가 크게 꿀렁거리면서 정액을 토해내자 한 움큼씩 들어갈 때마다 여자애의 전신이 움찔거린다. 내가 그녀의 오른쪽 허벅지 안쪽을 위로 들며 사정했기 때문에, 자신의 오른 가슴위에 놓인 내 왼손에 양손을 꼭 얹고 탱글한 엉덩이와 왼쪽 발끝으로만 균형을 의지한 채 서서 움찔거리는 모습이 보이니, 방금 사정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지가 부풀어 올랐다. 아니, 부풀어 올랐다 하기보단 아예 쪼그라들지도 않았다 함이 옳을 것 같다.
솔직히 생각도 못 했다. 워낙 예쁘니 여자애가 처음이 아닐 거라 예상 했었다는 게 아니라, 아예 처녀인지 아닌지 구분한다는 식의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손바닥에 묻은 미미한 핏자국을 보니 머릿속의 무언가가 끊어지면서 온 기운이 자지로 모여든 것 같았고, 본능적인 이끌림에 의해서 더 깊은 삽입을 위해 허리를 치켜세우며 사정한 거다.
“....하아, 하아....”
사정의 여파로 안도감 비슷한 거친 숨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지만, 곧 발정한 욕정이 안도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대신 들어앉았다.
자위할 땐 분명히 사정직후에 욕구가 사라지면서 도리어 허탈감만 느껴져 어떤 자극적인 영상 속에서 화장으로 떡칠한 여자가 허리를 흔들고 있어도 두 번 이상 딸딸이 쳐본 적이 없었는데......지금은 움찔거리는 백색 엉덩이를 단적인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띵해졌다.
실로 믿기지 않는 충족감이 오감전체를 아우르고, 오감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이 이상을 바란다.
“저, 정말...죄송한데....저 진짜로 못 멈출 것 같거든요, 진짜.”
“....아, 하, 하지만...!”
이 상황에선 듣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증폭될 곱고 단아한 음성이다. 우연찮게 길가다 얼핏 듣는 것만으로도 뒤를 돌아봐야할 정도의 여린 미음이 옅은 떨림과 함께 내 귀에 들어온다.
난 받쳐 들고 있던 여자애의 다리를 천천히 내려놓고는 미끈하지만 꽉 조인 보지에서 자지를 힘겹게 꺼낸 뒤 작은 어깨에 손을 얹어 마주설 수 있게끔 돌렸다. 물줄기가 머리 위에 곧장 떨어져 가슴에 손을 올린 채로 고개 숙인 여자애의 모습에 샤워기를 끈 나는, 촉촉이 젖은 볼에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온수의 눅눅한 온기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사람자체의 달콤한 체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미미하도록 감싸 쥐어진 고개를 약간 들어 올려 얼굴을 마주했지만 여자애의 커다랗고 동그란 눈동자는 나에게서 비껴나가 있다. 젖은 머리칼을 타고 물방울 몇 올이 눈썹 위를 그리듯 스치며 내 손과 볼 사이를 내려간다.
“죄 값은....당신에게 치를께요. 내가 지은 죄, 당신이 어떻게 대하든 모두 상관없어요. 경찰에 신고해도 좋고, 저를 죽여도, 죽으라고 해도 전부 듣겠습니다.”
“...........”
“하지만....내일 죽더라도 전 오늘..죄를 짓습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은 없어요. 있다 해도 지금과 다른 결정을 내렸을지는 잘..모르겠네요. 지금 당신밖에 보이지 않아요. 많이 불쾌하고..또 치욕스럽더라도, 당신에겐 죽고 싶을 만큼 싫은 시간일지라도, 전....당신이 상처 입는단 걸 알면서도..죄를....,내일 죽더라도, 당신을 가지겠습니다.”
남자는 살면서 세 번의 기회를 만나다고 하던가. 나에게 있어 이 여자애를 보게 된 것이 그 첫 번째 기회요, 문이 우유 담는 천에 의해서 닫히지 않았던 게 두 번째, 그리고...이 여자를 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게 그 마지막 기회다.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은 이 여자에게 전부 귀결되며, 내 생 마지막 또한 그녀에게 달려있다.
...........상처 입힐 줄 알면서도 너무나도 가지고 싶다.
난 악마가 된 걸까....
“............그....살.......요.”
“예?”
여전히 나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여자애가 연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무언가를 말했지만 작은 소리라 잘 들리지 않았다. 멍청히 반문하는 나의 눈에 드디어 마주하게 된 맑은 눈동자가 가득 들어왔다.
“....살살..부탁드려요..”
조심스러운 눈동자 아래, 입술이 작게 움직인다.
“..부탁드릴게요....”
......온몸의 세포가 곤두선다. 사람에게 혼이 있다면 난 그것을 구성한 게 반쯤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굽어지려는 무릎을 억지로 버티고 세워둔 후, 수납장에 곱게 켜켜이 쌓인 마른 수건을 꺼내 양손으로 펼쳐들어 여자애의 목 부근부터 시작해 문지르기보단 살짝 눌러가며 물기를 닦았다. 욕망의 끊임없는 샘솟음 따위완 별개로, 난 내 손이 최대한 부드럽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느끼길 원했다. 허벅지 중간쯤 걸쳐진 팬티를 완전히 벗겨낸 후 한 번 닦아낸 곳이라도 꼼꼼하게 눌렀고 가슴 같은 성감대는 오히려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몸 전체를 닦아낸 뒤엔 화장실 밖으로 나와 발끝까지 뽀송하게 만들었다. 전체가 열로 들끓는 내 몸은 물기라는 것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단 걸 확인하고 한 손으론 물기어린 수건으로 보지를 가렸으며, 또 다른 손으론 양쪽유두부분을 가린 여자애의 어깨에 손을 얹어 침대로 이끌었다. 오롯이 탱탱한 엉덩이에 자꾸만 시선이 가는 걸 애써 참아내 침대 가장자리에 여자애를 앉혀놓고 불 켜진 화장실을 정리한 뒤 돌아왔다.
거실은 여자애가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로 등을 켠 적이 없으니 어둑했지만 어수룩한 달빛이 실내를 비추고 있어 시야확보엔 문제가 없었다. 어슴푸레한 한 쪽 벽에 걸린 아날로그시계를 보니 새벽 1시50분....내가 여자애 집에 들어온 게 여덟시쯤, 운동시간을 한 시간으로 잡고, 샤워 한 시간까지 계산하면 여자애의 입술에 키스한 건 열 시 넘어서였을 것 같다.
침대 맡에 앉아 있을 여자애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면 갑자기 부끄러워질 것 같아 방 여기저기를 훑어보다 앞으로 다가섰다.
“....큼.”
뭘 해본 적이 있어야, 그리고 정상적인 만남이래야 여자를 자연스럽게 침대에 눕히는 방법을 알 텐데, 초짜에 비정상적인 만남 하에 이루어진 상황이라 간단한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여자애의 양쪽 팔에 손을 얹고....옮기기엔 눕히긴 수월할지 몰라도 침대 중앙에 데려가려면 누워진 상태에서 끌어야할지 모르니 관두고, 또 다시 공주안기로 들어 침대 위에 올려 눕혔다.
가슴과 보지를 가리고 누워있는 여자애의 절색을 구경할 틈도 없이 곧바로 그 위에 올라갔다. 강간을 시작할 땐 몰랐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상당히 부끄러웠다. 이미 볼 것 다 본 사이이지만 마치 처음 같은 기분....
왼손으로 기분 좋은 냄새가 나는 뽀송한 머릿결을 쓰다듬다 볼에 얹어놓고 키스 했다. 입술만 살짝 붙였을 뿐인데도 자고 있을 때 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조금 더 다가가 아랫입술을 입술로 물어보니 이끄는 데로 따라왔던 수면키스와는 달리 약간이지만 살짝 뒤로 빠지려 한다. 부끄러워 빠지려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날카로워진 신경을 통해 여자애 입술의 잔주름마저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느껴졌다. 난 왼손의 각도를 조금 틀어 볼 대신 목 뒷부분을 받치면서 키스 했다. 아랫입술이 꾸물거리면 혀끝으로 잠깐 핥다가 조금 올라가 윗입술을 탐하다 보니, 먹을 수 없는 달콤함이란 게 느껴진다.
입술로 문 상태에서 혓바닥부터 시작해 혀끝으로 길게 핥으니 잔잔히 파도치는 매끄러운 표면....참으로 먹고 싶은 입술인데, 먹을 수 없음이 감사하다.
입술에서 내려와 턱을 약하게 빨고 세워진 혀끝으로 목덜미를 훑다가 잠시 멈춰 섰다. 고개 돌린 여자애에 의해서 얇은 목이 길게 당겨져 있었는데, 그 모습에 도저히 지나치지 못한 나는 얕은 키스를 퍼부었다. 성대가 없는 중앙을 빨아올리면서 턱 끝까지 다가갔다가 선명한 턱 선에 짧게, 짧게 키스하며 도달한 귓불은, 아니 귀 전체를 입안에 담아 슬며시 빨아놓고 벗어나 옆선을 물면서 쇄골로 내려왔다.
“....으응......”
웅크러진 어깨로 인해 깊게 패인 쇄골 위엔 한동안 입을 붙여놓고 떼지 않았다. 작지 않게 벌린 입안이 따뜻해질 정도로 붙여놨다가, 가슴께에 곱게 교차되어 얹어져 있는 양손 윗부분으로 드러난 가슴골에 혀를 미끄러지도록 넣었다. 오류 없는 가슴 간의 거리는 좁아서 혀가 들어가니, 혀의 양면으로 좌우 가슴 모두를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 멈춰서 핥다가 턱을 조금씩 아래로 내리니 모여진 손 또한 점점 따라간다.
“우응....부끄..러....”
턱에 의해 내려가던 손이 유두부분마저 드러내려하자 여자애가 부끄러움을 표현한다. 난 그 작은 음성을 듣자마자 여자애의 오른손 팔목을 내 왼손으로 잡고, 얼굴을 그 아래 놓인 가슴 쪽에 가져갔다. 그리곤 얇게 뻗어 있는 손가락 밑으로 혀를 집어넣어 전진하며 공간을 벌려 손바닥과 가슴 사이에 얼굴을 밀어 넣었다. 내 왼손에 잡힌 여자애의 오른손을, 나의 뒷머리 쪽에 얹어지도록 이동시킨 난, 그대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반쯤 돌려 입술을 가슴에 붙였다.
“....아....!”
여자애가 부탁해서일까. 욕정이 들끓는 거랑은 상관없이 거칠게 움직여지진 않았다. 가슴을 한 입 크게 물어 입 안에 담아 먹지 못함을 식감으로 대신하고픈 마음이 일어도 정작 내 입은 심히 부드럽게 움직였으며, 시원하지 않게 움직였음을 바탕으로 몹시 거대한 촉감에 관한 쾌감이 밀려왔다. 도톰하고 가득한 가슴살이 부드러움마저 겸비했으니, 또한 그것을 혀와 입으로 음미하고 있으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후으응.....”
손을 내 머리에 얹고 있느라 힘들지도 모를 작은 어깨 아래 내 왼손을 받쳐놓았고, 오른손으론 미끈한 옆구리와 가슴 옆을 타고 움직이다가, 왼쪽 가슴을 가리고 있던 여자애의 한 손마저 내 머리 위에 놓인 순간, 비어진 가슴으로 얹어 매만졌다. 부풀어 올라 단단한 탄력을 가진 유두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놓고, 나머지 손가락과 손바닥으론 부드럽게 움켜쥔 가슴을 서서히 원 그리듯 문질렀다.
여자애의 다리가 서로 부대끼며 꼼지락거리는 게 하체를 통해서 느껴진다.
“아! 아, 그......읏.”
여자애의 신음을 들으면서 허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간 오른손을 다리 사이, 보지 위에 올렸다. 손바닥엔 부드러운 음모가 엉클어져 들어왔고 손가락 끄트머리론 뜨겁게 젖은 대음순이 만져졌다.
난 가슴 애무를 멈추고 허리를 일으켜 세우고 내 다리 밖으로 여자애의 매끈한 다리가 빠져나올 수 있을 만큼 뒤로 빠진 뒤, 보지를 가릴 듯 모인 양다리의 무릎부근을 잡아 그대로 들어 올리고는 발목에 손을 옮겨 다리를 벌렸....
“..............”
고개가 내려간다.
여자애의 벌어진 다리 사이 모습을 드러낸 보지는, 차마 감상을 떠올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인사하듯 떨어진 고개를 그곳에 묻고 입을 맞추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흣!”
입술과 혀끝으로 느껴진다. 엷게 곡선 띤 대음순 겉을 돌아 그 중앙에 서니 아주 미세한 직선이 하나 그려져 있다. 내 자지가 들어갔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단 한 순간도 무언가가 들어갔던 흔적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직선....길지 않은 직선 위에 혀를 올려 핥아보긴 했지만 차마 넣을 용기가 생기지 않아 다시 허리를 세웠다.
“하아..하아....”
큰 호흡에 의해 오르내리는 둥근 가슴 위의 얼굴을 보니, 팔뚝을 이마에 대 눈가를 가린 여자애의 돌려진 고개가 보였다.
“....갈께요..넣....”
뜨거운 숨이 목 끝까지 차올라 말도 못 마친 난 허리를 숙이며 기울어진 상체를 침대 위에 올린 오른손바닥으로 지탱한 뒤, 내 배꼽에 거의 닿을 만큼 거세게 발기해 있는 자지를 왼손으로 잡아내려 대음순 사이 곧은 직선에 가져다 대었다. 귀두 끄트머리만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그 열렬한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에 이끌려 애액을 타고 아주 서서히 삽입해 들어갔다.
“우웃....”
“괘, 괜찮아요?”
오돌오돌한 고온의 질속에 귀두가 끌리고 있는 입장에선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여자는 쾌감이 아니라 고통에 의해서 괜찮지 않을 수도 있기에 자지의 절반이 보지로 들어갈 때까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이 절반이 들어오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느낌이 자지를 훑었는지, 귀두부분은 쾌감 속에서 고통 없이 녹아내린 것만 같다. 마치, 자지와 질 사이의 경계가 없어져서, 정말로 한 몸이 되어버린 것 같은....느낌.
“괜....찮은 것..같아요..”
자지가 들어가면 여자는 어떤 느낌일까. 설혹 내가 다시 태어나 여자가 된다 해도 절대로 알고 싶지 않은 느낌이겠지만, 내 자지가 들어간 여자의 느낌이 어떠한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물어볼 순 없는 노릇인지라 최대한 아프지 않길 바라며 나 나름대로 조심스레 움직였다.
우선 자지를 뒤로 조금 물러나보다가 다시 그만큼 전진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많은 게 느껴진다. 매끈거리며 오돌오돌한 느낌, 뜨겁듯이 따스하고 예측할 수 없는 부드러움이 꼬물거린다. 뿐만 아니라 내 움직임에 의해서 여자애의 동그란 엉덩이가 살짝 들어졌다 내려가고, 벌려진 다리 또한 엉덩이가 들려짐에 따라 무릎의 높이가 달라졌다가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가슴은 작게, 아주 미세하게 요동친다.
“후우....조금 빠르게..빠르게 갈께요.”
조금 빠르게 움직여 보았다가, 어처구니없게도 곧바로 절정에 치닫게 되었다. 자지를 삼킬 듯한 조임도 조임이지만, 내 움직임에 맞춰 변화하는 여자애의 모습을 보는 순간 혼이 빠져나갔다. 엉덩이가 조금 더 들려지고, 발을 보니 뒤꿈치가 간간히 뜨기도 하며, 가슴은 내가 아는 그것이 맞는지 눈으로 쫓기가 힘들 정도의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거기에 더해....
“앗, 아, 아앙!”
자지를 앞으로 다시 찔러 넣을 때마다 맞춘 듯이 흘러나오는 신음소리까지 합쳐져 눈과 귀, 촉감이 뱅글뱅글 도는 와중에 사정을 조절한다는 건, 나 같은 초짜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불가한 능력이었다. 반쯤만 넣어 돌렸던 자지의 앞뒤간격을 넓혀갔는데, 이건 전혀 의도한 게 아니라, 내가 날 조절하지 못해 생긴 현상이었다. 조그만 넣을 마음을 먹고 허리를 앞으로 움직이면, 빳빳하게 흥분한 허리가 제멋대로 집어넣었다가, 슬며시 뺄 마음을 먹고 움직이면 천천히 움직이다가도 갑자기 훅 뒤로 빠진다. 도를 넘어선 조임은 빠른 속도를 타기 시작한 자지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더욱 힘들게 만들었고, 볼 것도 없이 매우 짧은 순간에 사정단계로 접어 들어가고 있음이 하반신을 통해 저릿한 기운이 모여들 때 알 수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움직이면 사정을 할 게 뻔한데, 허리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아니, 움직이는 건 난데 그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내 허리가 지금 앞으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뒤로 빠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 결코 빠르거나 강렬하게 움직이진 않고 있지만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읏! 아, 그, 그, 이..이상..해, 앙!”
......이상하다니....불현 듯 떠오르는 생각에 난 허리의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여전히 앞뒤분간은 못하겠지만 반동에 힘을 실어 속도를 올리는 건 가능했고, 당연히 내 정액은 되돌아갈 곳이 없어져 자지의 뿌리부근에 급격히 모여들어 도약할 태세를 갖추었다. 이것들의 태세는 몹시 짧아 모여들자마자 금세 귀두로 터지듯 치솟아 오름을 굳건히 굳은 자지를 통해 느꼈지만, 그 따윈 뇌의 한구석조차 차지하지 못할 일에 불과했다.
일순 사정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자애의 움직임은 지극히 뇌살적이었다.
“하으으읏!”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과 침대보를 움켜쥐고 있던 손은 사정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내 아랫배를 누르듯이 붙어있었고, 양발은 나의 엉덩이 부근에 교차되어 둘러져 끌어안고 있었다. 손으론 허리를 밖으로 밀지만 발로 내 엉덩이를 끌어당기는 건, 결국 자지의 완전한 삽입을 이루게 만들었다. 그 빈틈없이 달라붙은 모습에 넋 잃고, 쭉 뻗어진 팔에 의해서 터져오를 듯 모여진 가슴에 시력을 잃을 것 같았으며, 절정에 치달았을 때 순간적으로 튕긴 경련이 그 강도를 점차 줄여가며 아직까지 잔잔한 움직임을 매끈한 허리부근에 선사하고 있는 걸 보니 입이 벌어졌다.
이리저리 불규칙하게 구겨진 침대보와 헝클어진 머리칼마저 여자애를 위해 신이 만든 배경처럼 보인다.
“후으응....”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에 생기가 어릴 귀여운 신음과 함께 여자애는 손과 다리에 서서히 힘을 빼어냈지만, 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방금 일어난 일과, 다시 부끄러워하는 모양을 띠지만 그 속에 어색함이 많이 희석되어져 있는 듯한 느낌에, 벅차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움직일 수 없다.
무엇보다 항상 가슴이나 시야를 가리던 손이 입가에 얹어져 있고, 붉게 묽든 볼 위 동글게 뜨여진 두 눈은 나 얼굴과 삽입부분을, 당혹감에 차있긴 했지만 번갈아 바라봐주고 있다.
난 전혀 가라앉지 않았지만, 이미 모든 걸 토해낸 것처럼 만족감으로 가득한 자지를 아주, 아주 천천히 빼내갔다. 육안으론 확인할 수 없을지 몰라도 완벽하게 붙어있던 난 자지가 빠져나오는 걸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잡아당기는 듯한 조임 덕분에 귀두가 완전히 나왔을 때에야 분리되었다는 것에 대해 현실감이 부여된다.
“만족....”
턱 끝까지 무언가가 차올라 말도 잘 안 나온다.
“만족, 만족 합니다.”
애액으로 반질거리는 모습의 자지가 발기한 건 풀어지지 않았지만, 본능과 신체적인 것과는 별개로 마음 가득 만족이 들어차 있다.
내가 한 말에 여자애가 눈을 깜빡거리면서 짧게 되묻는다.
“....네?”
“....저는..여자랑....손도 못 잡아본 놈이에요. 얼굴은 못 생겼고, 성격은 소심하고....저 여자는 저래서 안 돼, 그 여자는 그래서 안 되라면서..여자를 깎아내려 제가 사람들한테 다가가는 걸 변명 삼죠....그냥 역시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어, 저러니 내가 들이대질 않지..라면서 여자에게 말 걸어본 적도 손에 꼽네요.”
“..........”
“어디에 가도 섞이지 못하는 걸 다른 사람을 탓해요. 이런 놈들이랑은 사귀지 않는 편이 좋아, 저런 애들은, 저런 애들은 생각이 왜 이리 유치하고 짧지? 사람들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나, 라며, 웃기지도 않게 다른 사람들을 멍청하다 무시한 적도 많죠.”
자지를 꺼내긴 했지만 삽입하고 있었던 자세에서 크게 변한 것이 있는 건 아니었다.
난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내 엉덩이 부근에 둘러져 있는 여자애의 허벅지 아래를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입을 열었다.
“그 멍청한 애들은 멀쩡하게 연애하고, 이런..이런, 여자를 강제로....하는 행동도 하지 않는데 말....”
내가 무시하는 이들이, 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행한다. 그것이 공부가 되었든, 연애가 되었든, 혹은 간편한 안부 인사나 말장난 같은 것들이 되었든....
“결국 가장 멍청한 건....접니다. 잘난 척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내세우던 결국 그놈은, 잘난 자신의 감정도 제, 제어하지 못해 힘으로 여자를..그래, 힘으로 여자를 덮치는 병신입니다.”
격한 감정이 목을 타고 넘어 결국 형언되어 뿌려진다.
나라는 놈은 아무리 미회시켜도 딱 이 정도 수준인 남자다. 학생이지만 절친한 친구도 한 명 없고, 나약한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타인을 깎아내려 그 위치에 선 자들에게 비웃음 따윌 선사하고, 특기랄 것 없이 허공에 쏟아부어가며 걷어 차버린 시간을 모아보면 태산이 세워질 거다. 더러운 망상 속에 살던 추악하고 지능 없는 마물....아니....미물이다. 악하다는 개념조차 밟지 못한 아주 자그맣고 추악하며 하찮은 생물.
“....그런 절, 이런 제게......기회를 주셔서..감사합니다......! 오늘만이라도 소리 지르지 않아주셔서, 욕하지 않아주셔서, 때리지 않아주셔서....그리고, 너무 아름다우셔서 감사드립니다....!”
“.............”
“염치없지만, 제발, 제발 저 같은 놈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 그냥....그냥 똥, 똥 같은 거라도 밟았다고, 그냥 오늘 하루 정말 재수 없었다면서..언젠가, 아니, 아주 빨리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아......”
나 같은 놈 때문에 이 아름다운 소녀의 미래가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펼쳐질 웃음, 눈물, 대화, 소망, 한 가닥 짧은 생각에 조차 나라는 놈이 날카로운 상처가 되어 그것들을 할퀴지 않았으면 한다. 밖이 두려워 나가려하지 않거나, 강박감이 생겨 자물쇠를 많이 걸어놓고도 일일이 확인하게 되지 않길 바란다. 나 같은 놈으로 인해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자기 자신을 잃고 살아가게 되는 건 상상하기가 싫어진다.
염치불구 하지만, 염치불구하고도, 염치를 생각하고도, 나는 나로 인해서 이 여자가 망가지질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후, 저 같은 놈..아무렇지 않게 잊을 수 있길....진심으로 애원합니다....”
“.................”
자세는 이상했지만 고개를 숙였다. 차마 이 상황 속에서까지 발기 중인 자지를 보긴 뭐해서 두 눈 질끈 감고 가만히 있는데, 가만히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음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슬그머니 실눈을 떴다. 가뜩이나 어두운데 실눈 떴다고 뭐가 보일 리 없지만 흐릿흐릿하게라도 보고 있으니 안 뜬 보단 나았다.
“.......못..잊지요.”
...........................!
숨이 막힌다.
잔 떨림 한 줌 남아있지 않은 여자애의 여린 목소리는 내 가슴부근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울컥거림을 통째로 앗아갔다. 공허하다, 느껴진다. 이제 나 때문에 이 여린 여자는 밤마다 악몽을 떠올리고, 남자만 봐도 수치심이 일어날지 모르며,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 나타나도, 나에 대한 기억 때문에 기피하게 될지 모른다. 나 같은 놈 하나 때문에 이 여자애의 부모나 친구까지도.....!
“못..잊어요. 절대루 못 잊어요.”
“......크흐으, 정말, 죄송..죄송합니....”
눈물이 여자애 아랫배 위로 뚝뚝 떨어진다. 배를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것도....이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눈물자국을 하얀 손이 덮는다. 멈추지 않는 눈물은 이제 배가 아니라 손등으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손은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배 위를 문지르고 있었다.
“..........저, 생리기간이 아니라, 아마 임신할 거 같아요.”
...............?!
더럽게 멍청하게도 그 당연한 사실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리고 가냘파 보였어도 교복과 성숙함을 보면 고등학생이 분명한데, 그 여자애의 몸속으로 많은 정액을 사정해 놓고선 임신이란 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리구..아빠가 직업은 좀 그래두 천주교 사람이라서, 낳아야 될 거 같아요.”
작지만 거침없고 당당한 울림.
소녀는 무얼 말하는 걸까....
“....잘 들으세요, 잊으면 화낼 거예요.”
“예, 옛?”
“첫째, 열심히 일하기. 둘째, 바람 피지 않기. 셋째, 애 교육은 제가 할게요. 통장관리나 용돈도 제가 관리한다는 게 넷째고, 요리나 집안일은 여자인 제가 하겠지만, 힘들 땐 같이 하자는 것이 저의 마지막 요구입니다.”
조곤하게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넋이 나가버렸다.
바람 피지 않기? 셋째, 애 교육은 제가 할게요....힘들 때 같이 하자는 것이 저의 마지막 요구라니....어쩌면 말투마저 이리 사랑스럽단 말인가. 그 어조에 한 번 놀라고, 그 내용에 두 번 놀라고, 그 말이 날 향해 한 것이라는 건 새삼스레 놀랄 수도 없었다.
“약속, 해주겠죠, 염치불구하구요.”
믿을 수 없다는 건....믿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미치도록 믿고 싶은 이 현실은, 미치도록 현실감 있는 것처럼 나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여섯째로......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본편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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