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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졸업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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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17회 작성일 20-01-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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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은 지났지만 여전히 쌀쌀한 이월.
갓 새 해가 시작된 지 이제 두 달로 접어드는 시점이지만, '시작'이란 단어가 무색해 지는
'졸업'이라는 이름의 이별.

누군가에게는, 3년여 추억과의 작별.
또 누군가에게는, 뿔뿔이 흩어지는 친구들과의 아쉬운 헤어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긴 수고끝에 얻은 새출발에 대한 증명...

하지만 누군가들에게있어 '졸업'은



"탈출"이었나보다.



일산의 모 중학교.
평소 넓디넓던 운동장은 주차장을 방불케하고, 여기 저기서 밀가루 날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 수미야. 니네 부모님은? "
" 알잖아? 일하러 가신 거."
" 너도? 졸업식인데도 안 와보셔? "
" 가게 하루쉬면 매상 떨어진다고... 뭐 고등학교 졸업식 땐 오신다고...
중학교 졸업식은 졸업식도 아니냐? "
" 이래서 가운데가 안 좋다니깐... 애매하잖아? "
" 그러는 너네 부모님은? "
" 마찬가지... 지 뭐.
에이~ 어때? 그냥 우리끼리 놀면 되지 뭐~ "


중2 말부터 사귀기 시작한 수미와 준수.
둘 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통에,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던 것이 계기가 되어
1년간을 커플로 지내 온 두 사람이다. 공개연애이다 보니, 반 친구들도 모두 둘의 사이를 알고 있다.
부모들도 대략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던지, 서로의 집도 여러 차례 놀러가기도 하는
꽤나 가까운 사이. 형제자매가 없다 보니, 때론 남매처럼 놀기도 했다.


" 근데 넌 밀가루 안 맞았나? "
" 좀 맞았어. 아 짜증나..."


수미는 밀가루가 묻은 교복자켓의 소매를 털어내며, 찌푸둥한 표정을 짓는다.

" 너도 맞았냐? 어떤 새끼가..."
" 됐어. 어차피 오늘 말곤 입을 일도 없는데..."
" 그치? "


갑자기 수미의 교복 자켓소매를 북 찢는 준수.


" 꺅!! 미쳤어?! "
" 에이~ 어때~ 재밌잖아~ "
" 너...! "


수미 역시 준수에게 달려들어, 옷을 찢기 시작한다.
그런데 준수처럼 한 번에 쫙 찢지 못하고, 찢으려고만 애를 쓸 뿐
준수의 겉옷은 구김만 갈 뿐 찢어지질 않는다.


" 에잇~ 이거 벗어! "


수미는 준수의 교복자켓을 강제로 벗긴다.


" 틈새 공략이닷! "


그러더니 수미는 자세를 낮추고선 준수의 바지를 쫙 붙잡는다.


" 야! 너 뭐해?! "
" 바지는 잘 찢어질 거 같은데...? "
" 너 변태냐?! "
" 우씨. 너가 먼저 시작했잖아~ "
" 그래도 바지는 아니지... "


준수는 수미에게 바짓자락이 잡힌 채, 어떻게든 버티려고 애를 쓴다.
여자애인 데다가 애인이기에, 함부로 밀치거나 그럴 수도 없지만
바지가 찢기는 건 사양이었다. 윗도리까진 어떻게 상관 없지만
학교에서 집까지 돌아가는 것도 생각해야 하니깐, 바지가 찢기는 건 노땡큐였던 것.


" 윗두리로 봐주라~ "
" 에이~ 살짝만 찢을게... 팬티 안 보이게... "
" 이거 몇 번 쭐였던 거라 실밥 금방 터진단 말야~ 안돼~ "
" 치. 치사하게... 그럼... 에잇! "


수미는 준수의 바지찢기를 포기한 듯 바짓자락을 놓치만, 준수가 방심한 사이에
준수의 겨드랑이로 손을 밀어넣는다.


" 야 야 간지러~~ "
" 우씨... 이것도 안 찢어지네... "
" 옷이 무슨 종이로 만들었냐? 북북 찢어지게? "
" 넌 한 번에 찢었잖아... "
" 팔소매 하나 겨우 찢었다. "


그렇게 본교 건물 뒷편에서 서로 아웅다웅하는 두 사람.



" 여깄었냐? 준수."


이 때, 누군가 준수의 이름을 부른다.
걸죽한 목소리. 준수와 수미는 잠시 멈칫하고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 곳에는, 준수보다 한 두살 위로 보이는 고등학생이 주머니에 손을 찌른 자세로
두 사람을 흘겨보고 있었다.

" 혀...형. "
" 너, 졸업식 끝나자마자 담배골로 집합하란 말 못 들었냐? "
" 형... 나 일진 관둔거 알잖아요, "


두 사람을 흘겨보며 인상을 쓰고 있는 고등학생은, 준수의 선배로
준수가 철 없던 1학년 시절 잠깐 가입했던 일진회의 일원이었다.
2년 간 일진회에 가입하여, 가끔 힘 없는 애들 용돈 뜯고 그러던 시절이 잠깐 있었던 준수지만
수미를 만나고 나서부터 일진에서 빠져나왔다.

처음엔 꽤나 붙잡아두고 모질게 굴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준수를 그동안 가만히 놔둔 일진들.
그리고 일진의 주력인 3학년들마저 졸업하고 준수도 3학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아무도 그에게 터치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안심하고 지냈던 준수였다.

그런데 갑자기 졸업한 선배가 자신을 왜 찾는걸까.



" 관둔 건 관둔거고, 졸업식은 제대로 치뤄야지. "
" 졸업식... 아까 했는데... "
" 그거 말고, 일진 졸업식. 너 새꺄. 일진 때려친다 할 때 인사도 제대로 안했잖아. "
" 그... 그게... 그런데 아무도 저한테 모이란 말 안 해줬는데... "
" 지금 니 동기들 다 담배골에 모여 있으니깐 언능 따라와. "


준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 참에 제대로 종지부를 찍어야 겠다 다짐하고
선배를 따라 담배골로 나선다. 담배골은 학교 담장과 건물 사이 사각지대의 좁은 골로,
불량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피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 수미야. 좀 늦을지도 모르니깐... 먼저 가라. "


수미를 먼저 돌려보내려는 준수. 그러나


" 어이~ 그럼 쓰나. 너네 둘 사귄다며?
부부는 일심동체. 그러니깐 둘 다 따라와... "
" 수미는 좀 봐주세요 형... "
" 누구 좋으라고? 괜히 저 계집이 어디다 허튼소리라도 해서 일 커지는 거 싫다. "
" 괜찮아요. 얘 아무 말 안할 거에요. "
" 됐어. 누가 뭐 잡아 먹기라도 할까봐? 잔말말고 같이 따라 와. "


결국 선배의 강압에 못 이겨, 준수와 수미는 함께 담뱃골로 향한다.
담뱃골이란 이름답게, 바닥에 수북한 담배꽁초들이 레드카펫처럼 두 사람 앞에 쫙 깔려 있다.
그리고 그 곳 너머에는, 졸업한 전 년도 선배들이 모두 모여 있다.


" 준수 데려왔다. 새끼가 전달 못 받았다는데? "
" 새끼들이... 저 새끼 일진 빠졌다고 아주 따돌리고 살았구만? "


졸업한 선배들 중에서, 리더겪인 민호가
줄줄이 세워놓은 3학년 일진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다.
준수는 조용히 3학년들 옆에 선다.


' 새꺄. 일부러 말 안했는데...그걸 또 재수없게 걸리냐? '
' 차라리 말해주지 그랬냐. 알았으면 딴데 좀 가있는 건데... '
' 됐어. 넌 이제 좆됐다 씨벌. 난 몰라...'


그래도 일진 시절, 준수와 제법 사이가 좋았던 지윤과 작게 속삭이는 준수.
얼떨곁에 따라 온 수미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다.


" 저 년은 뭐냐? 누구 깔이냐? "
" 준수 깔인데 같이 있길래 데려왔다. 잘했지?"


준수를 데려 온 선배는, 누런 이를 보이며 씨익 웃는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미리 알고 있는 선배들은 킥킥거리며 좋아한다.



" 자... 그럼, 다 모였냐?
슬슬 졸업빵 시작 하자. "


민호는 일렬로 서 있는 3학년들을 향해 고함을 친다.



" 전부 교복 벗는다 실시!! "



갑자기 교복을 벗으란 말에 놀란 3학년들.
황급히 서둘러 교복 겉옷을 벗는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놓는다.


" 야! 전부 안 벗어?! 누가 마이만 벗으래?! "


그 말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3학년들은 서로 눈치를 살핀다.


' 야. 설마 그거 아냐? 알몸 졸업빵? '
' 설마 그런 거 시키겠냐? 올 해부터 단속 강화된다던데... '
' 그저께 예고새끼들도 당했대. '
' 아 씨발 좆됐다. '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3학년들에게 화가 난 민호는, 시범케이스로 그 중 하나를 잡아와
강제로 옷을 찢기 시작한다. 힘 깨나 쓰다 보니, 교복이 사정없이 북북 찢기기 시작한다.


" 그래... 감히 선배님들이 직접 벗겨주셔야 벗겠다는거구먼?
애들아. 좀 벗겨줘라. "


민호의 말에,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던 선배들이 3학년들에게 달려들어
강제로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이럴 걸 예상이라도 했는지
손에는 가위가 들려 있기도 했다.


" 너무 원망하지 마~ 우리도 작년에 당했으니깐. "
" 그냥 재미삼아 하는거야~ 남자새끼들 끼린데 뭐 어때? "
" 근데 올해는 어떤 새끼 깔도 왔으니깐 부끄럽기도 하겠구나. 키키킥 "



3학년들은 별 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이미 사자떼에게 포획된 가젤마냥 움츠려
고분 고분 옷이 찢겨지는 걸 놔둘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빛을 보면, 괜히 사고치고 싶지 않아서
별 수 없이 장단에 따라주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기 남자친구가 선배들에게 강제로 옷이 찢겨지고 벗겨지는 걸 바라만 보는
수미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나서서 이들을 막기도 겁이 나서, 그저 멀뚱 멀뚱 지켜만 보고 있다.

이를 눈치 챈 민호.
민호는 수미의 손을 낚아 챈다.



" 이 년은 이미 누가 손 좀 댔구먼? 니 남친이 그랬냐? "

수미는 사자 앞에 겁에 질린 암사슴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떨고 있다.


" 벗길려면 새끈하게 잘 좀 하던가... 애들처럼 꼴랑 마이 조각 건드려놓고 이게 뭐냐? "


그리고는 갑자기 수미가 입고 있던 교복 자켓을 확 재껴 벗기는 민호.
그러자 준수는 소리친다.


" 형!! 걔는 건들지 마요!! "
" 야 야... 장난 좀 친거야... "


그리고는 떨고 있는 수미의 뺨을 살짝 꼬집는 민호.


" 귀여운 거. 그만 떨어... "




어느새 알몸이 된 3학년들.
3학년들은 팬티 한 장 입지 못한 채, 사타구니를 양 손으로 움켜쥐고 가린 채로
벽에 나란히 서 있다. 준수도 마찬가지였다.


" 이제 메인이벤트를 시작해야지? "


민호의 말에, 선배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것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날달걀이며 뭉친 밀가루며 이것 저것 꺼내는 선배들은
사정 없이 알몸의 3학년들을 향해 던지기 시작한다.


" 맞아라!! 3점!! "


알몸의 3학년들은 요리 조리 피해보려 하지만, 무더기로 쏟아져 오는 계랸 세례를
전부 피하진 못한다. 그저 주요 부위만 맞지 않도록 손으로 꽉 쥐고 보호한 채
온 몸으로 달걀들을 받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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