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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지다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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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52회 작성일 20-01-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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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시키실 건 없으세요?"

무표정한 하연이 계산서를 긁적이며 내려놓았다.

"일단 그것만 주세요."

손님의 주문이 끝나자 하연은 쌩하니 뒤돌아서 주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때 누군가의 손이 홀을 가로지는 하연의 엉덩이를 더듬었다. 차가운 표정의 하연이 익숙한 듯 능글맞게 웃고 있는 사내를 돌아봤다.

"좋아?"

"입으로 해주는데 5만원."

동네 건달 김진만이 다섯 손가락을 펴 보이며 하연을 향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진만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그대로 주방으로 향했다.

"5번, 주문이요!"

하연이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으로 주방 앞 주문서 꽂이에 주문서를 찔러 놓으며 말을 내뱉고 이미 주문된 안주가 담겨진 받침대를 들고 홀을 향해 쌩하니 가버렸다.



호프집 앞에 나와 서 있는 하연이 앞치마의 작은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별빛이라고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는 하늘이 꼭 자신의 처지와 닮아 있는 것 같아 처량함을 느끼고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휴..."

거리에는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들과 각기 제 갈 길 가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하연은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고 그녀는 모르는 번호를 내려다보며 누굴까 궁금해 하며 전화를 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그녀가 전화기에 대고 말을 하자 전화기 너머로 굵고 나지막한 웬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예...저희 아빤데요...네?!...그게 무슨..."

멍한 표정으로 전화기 너머의 남자의 말을 듣고 있던 하연이 손에 힘이 빠지며 전화기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장하연씨?...'

전화기 너머의 남자가 애타게 하연을 부르고 있었다.



검은 상복을 입은 하연이 멍하니 유리를 짚고 서서 관이 화장로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내 관이 들어가고 문이 닫히며 불길이 치솟는 것이 보였다.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하는 그녀가 고개를 돌려 의자에서 천진난만하게 서로 기대자고 있는 어린 두 동생을 애처롭게 내려다보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멀찌감치 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던 진만이 그런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머리에 상중을 표시하는 리본을 꼽고 무슨 말을 하던 들리지 않을 표정의 하연이 등에 곤히 자고 있는 다섯 살짜리 여동생 아진을 들처엎고 일곱 살짜리 남동생 두영의 손을 꽉 붙들고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보자기에 싸인 유골함을 든 진만이 말없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어느 덧 집으로 들어 온 하연은 방으로 들어 가 아진이를 눕히고 두영이의 옷을 갈아 입혀 재운 후 방을 빠져 나왔다. 식탁 위의 유골함 보자기를 만지작거리던 진만이 하연의 움직임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연이 나오며 진만을 발견하고 진만을 향해 걸어왔다.

"오늘... 고마워... 그만 가 봐..."

"......"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진만은 입을 들썩이다 말고 손을 들어 보이고는 이내 나가버렸다. 홀로 남은 하연이 쓸쓸하게 집 안을 둘러보다가 이내 식탁 위의 유골함을 하염없이 내려다보았다. 하연은 지금껏 꾹 참고 있던 감정이 복받쳐 올라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흑흐으으...."

동생들이 깰까 염려스러워 크게 울 수도 없었다. 그녀는 손등을 깨물며 냉장고를 타고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낡고 삐거덕 거리는 문짝에 지나지 않았다. 어린 동생들을 버려두고 집을 나가버린 엄마를 대신해서 자신들을 돌보던 아버지마저 언제부턴가 술로 지내더니 자주 집을 비웠었다. 그 후 동생들과 생활은 고스란히 하연의 몫이 됐고 꿈 많던 여고생이였던 하연은 학교를 자퇴하고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었다. 술에 취해 집에 간간이 들어오던 아버지. 낡고 삐거덕 거리는 문짝일지라도 있고 없고의 차이는 확실했다. 물질적으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그녀의 아버지였지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지언정 정신적으로는 그녀를 감싸주는 방패막이 같은 존재였었다. 그의 부재는 그녀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연은 소리죽여 울고 또 울었다. 그녀는 그대로 울다 쓰러져 탈진해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 날 늦은 아침. 그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두영이와 아진이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두 아이들은 죽음이 뭔지 조차 몰랐다. 그저 하연이 냉장고 앞에 쓰러져 자고 있는 것만 보일 뿐이었다.

"우리 아진이 일어났어? 언니는 그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네."

하연이 아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어났다.

"우리 두영이, 아진이 배고프겠다. 누나가 금방 밥 차려 줄께. 조금만 기다려. 두영이, 아진이, 세수했어? 얼른 가서 씻어. 얼른."

하연이 두 아이들의 엉덩이를 다독거리며 화장실로 보냈다. 그녀는 힘없이 싱크대를 짚고 서서 고개를 떨어트렸다. 한숨을 내쉰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장하연...괜찮아...괜찮아..."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식사준비를 시작했다. 식사를 끝내고 하연은 일부러 더 바쁘게 움직였다. 늦었지만 두영이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아진이의 머리를 땋아주고 설거지를 했다. 아진이와 놀아주며 집 안 청소를 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 오후 늦게야 유치원에도 돌아 온 두영이게 아진이를 맡기고 하연이 집을 나서려고 하고 있었다.

"두영이, 아진이 잘 돌보고 있어. 누나 일하러 갔다 올게. 알았지?"

"......"

너무 이른 나이에 철이 들어버린 것 같은 두영이가 고개만 끄덕였고 하연은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진이는 오빠 말 잘 듣고, 오빠랑 잘 놀고 있어. 언니 금방 갔다 올게. 알았지?"

"언니, 빨리 와야 해."

"그래... 알았어."

하연은 웃어 보이며 아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갔다 올게."

하연이 손을 흔들며 문을 나섰다. 문을 닫고 선 그녀는 동생들이 눈에 밟혀 계속 문을 돌아보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연이 호프집 앞에 도착했을 때 장사 준비로 바빠야 할 호프집은 불이 꺼져 있었다. 유리창에 '영업정지'라는 문구만 붙여져 있었다. 그녀는 깜깜한 유리창 안을 손으로 막고 들여다보았다. 혹시라도 주인아저씨가 있을까 하는 바람이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주인아저씨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사장님. 저 하연인데요. 오늘 장사 안 해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해. 문짝에 붙여 놨잖아...어제는 너 없어서 말 못해 줬는데 한 달간 영업정지야...젠장."

"한 달, 한 달이나요?...그럼 전 어떻게 해요."

'뭘 어떻게 해. 한 달 동안은 다른 일 알아보던가 해야지...야, 야, 속 시끄럽다. 한 달 후에 출근해. 알았지?"

"네..."

전화를 끊은 하연은 호프집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하연은 집에 가기 전 은행에 들러 CD기에서 잔액을 조회했다. '250'... 250원이 전부였다. 아버지 장례비로 전부 써버려서 호프집 아르바이트 비가 수입원의 전부였던 하연이게는 남은 돈이 하나도 없었다. 지갑을 뒤져봤지만 천 원짜리 몇 장이 전부였다. 하연은 막막하기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프집도 한 달간 영업정지라 수입이 끊어져 버렸다. 돈 빌릴 만한 곳을 생각하며 머리를 쥐어 짜 보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쓸쓸하게 집으로 향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하연의 등장에 동생들은 마냥 좋아하고 오랜만에 즐거운 저녁시간을 동생들과 함께 보냈다.



아침부터 하연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두영이를 유치원에 직접 바래다주며 사정해서 아진이도 함께 맡겼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하연은 일자리를 찾으러 돌아 다녔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이라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보이는 편의점마다 들어가 물어보고 시장 안의 식당을 돌아다니며 배달이던 접시 닦이던 닥치는 대로 알아보는 중이였다. 그러나 번번이 거절을 당하고 돌아 서야만 했다.



어깨가 축 늘어진 하연은 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당장 내일 끼니부터가 문제였다. 자신은 굶어도 상관없었지만 동생들은 굶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야, 알바!"

하연이 돌아 본 곳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의자에 기대 앉아 있는 진만이 있었다.

"하아...."

하루 온 종일 허탕만 치고 다녔던 하연은 진만을 보고 그저 한숨만 나왔다. 그녀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진만이지만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지켜만 볼 뿐이었다.

"...괜찮냐?"

"너... 돈 좀 있어? 아니다 됐다...."

하연이 돌아서다 말고 진만을 다시 쳐다봤다.

"그거 아직도 유효해?"

"그거?.... 뭐?"

"입으로 5만원?"

"허!...돈 필요하면 내가 줄께...그냥 주는 게 싫으면 빌려줄게. 나중에라도 돈 생기면 그 때 갚아."

진만은 자존심 센 그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들었다. 그녀가 받아주길 바랬다. 반면 하연은 돈이 필요했지만 동정 따위는 받고 싶지 않았다.

"나 갚을 능력 없는 거 알잖아."

"그럼 이거 그냥 너 가져....아님 여기 바닥에 버릴 테니까 니가 주울래?"

하연은 겉으로는 피식 웃었지만 그런 진만의 행동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하연이 따라오라고 고개를 까딱였다. 진만이 일어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입으로 5만원."

하연이 중얼거렸다. 긴장한 진만이 하연의 집 싱크대를 짚고 기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긴장해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하연이 있었다.

"좋아...할 수 있어. 까짓거..."

"알바, 그냥..."

하연이 조용하라고 눈을 치켜뜨자 진만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매일 그녀를 희롱하며 입버릇처럼 말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긴장이 됐다. 하연이 진만의 허리띠를 푸르고 바지를 잡아 내렸다. 그녀는 미지의 동굴을 탐험이라도 하듯이 조심히 그의 팬티를 내렸다.

그녀의 눈앞에 드러나는 그의 물건을 보고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째려보던 그녀가 그의 양 다리에 손을 올리고 머뭇거리며 입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의 물건 바로 앞에서 머뭇거리던 그녀가 용기를 내어 혓바닥을 귀두에 댔다. 그 순간 진만은 온 몸에 전기가 오르듯 짜릿한 감정을 느끼고 숨이 차올랐다. 천천히 그의 물건이 그녀의 입 안으로 사라졌다.

눈을 질끈 감은 하연은 입 안에서 그의 물건을 오물오물 거렸다. 진만은 간질거려 싱크대를 꽉 붙잡았고 그녀는 입 안에서 그의 물건이 발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더욱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를 서서히 흔들었다. 입 안에서 뜨끈한 살덩이가 꿈틀대며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내 딱딱해진 살덩이가 그녀의 목구멍을 간지럽혔다.

그녀가 눈을 뜨자 그의 성기를 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의 검정 털이 눈앞에서 흔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털들이 코끝에 와 닿았다 떨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입 안에 꿈틀거리는 뜨끈한 살덩이를 한 입 가득 물고 있었다. 그녀의 혓바닥에 쓸리는 살덩이가 꿈틀거렸다. 귀두 끝에서 미끈한 액체가 그녀의 혓바닥에 와 닿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눈이 동그래지며 육중해져버린 뜨끈한 살덩이를 손으로 움켜쥐고 입에서 떼어 냈다. 그리고 손을 탁탁 치며 그의 물건을 흔들었다. 살덩어리가 손바닥에서 흔들릴 때마다 그의 음낭이 미친 듯 출렁거렸다.

가쁜 호흡을 내쉬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던 진만의 상체가 뒤로 젖혀지며 활처럼 휘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눈을 감고 있었다. 점점 그의 인상이 구겨지더니 미지근한 허연 액체가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은 하연의 얼굴에 뿌려졌다.

"악!...풉"

하연이 짧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돌렸다. 액체의 일부가 입에 들어 간 하연이 혀를 차며 뱉어내고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에 들어 선 그녀가 휴지를 돌돌 말아 쥐고 얼굴에 묻은 액체를 박박 닦아냈다. 문득 하연은 거울에 비친 처량한 자신을 보고 울먹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닦아낸 자국 때문에 불긋불긋해져 있었고 그 모양새 때문에 그녀가 더 한없이 가엽게 보였다. 밖에서는 진만이 바지를 추켜 입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고 그녀는 자신이 한 짓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털썩 주저앉아 넋 놓아 울었다.

"엉! 엉! 엉..."

"알, 알바!...일, 일부러 그런거 아냐...미...미안해!"

하연의 울음소리에 당황한 진만은 주머니에 있던 돈뭉치를 탈탈 털어 식탁 위에 팽개쳐 놓고 도망가듯 나가버렸다. 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한참을 부끄러움과 서러움에 휩싸여 울던 그녀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화장실에서 나왔다. 진만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었고 식탁 위에는 꼬깃꼬깃한 돈 뭉치가 흩어져 있었다. 돈 뭉치를 손에 쥔 그녀의 눈에 그쳤던 눈물이 다시 핑 돌았다. 그녀는 눈물을 참고 돈 뭉치를 펴 차곡차곡 손에 쌓았다. 7만 3천원 이였다. 그날 밤 그녀는 동생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다음 날. 하연은 두영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아진이와 앉아 그녀의 머리를 땋아주고 있었다. 그 때 초인종이 울리며 문이 쾅쾅거렸다.

"누구세요?!"

'알바! 나야.'

하연은 진만의 얼굴을 보기가 꺼려졌지만 혹시라도 남은 돈을 돌려받으러 온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녀가 문을 열고 상체를 내밀었다.

"돈은 못 돌려줘."

그녀는 퉁명스럽게 쏘아 붙이며 진만을 노려봤다. 진만은 라면박스를 어깨에 메고 웃으며 서 있었다.

"누가 뭐래?"

"...뭐야? 그건..."

"어제, 미안해서... 받아."

진만이 라면박스를 멋쩍게 내밀었다. 하연은 진만의 눈치를 살피며 라면박스를 받아 들었다. 그녀가 박스를 받아들자마자 진만은 도망치 듯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문을 닫고 들어서면서 하연은 진만의 귀여운 행동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언니, 그거 뭐야?....앗! 라면이다!"

"우리 아진이, 우리 라면 먹을까?"

"어. 라면! 라면!"

하연이 아진이를 팔로 들쳐 올리며 싱크대로 향했다. 탁자 위에 아진이와 라면박스를 내려놓고 박스를 뜯어 라면을 꺼내 며서 하연과 아진이는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며칠이 지난 후 하연은 시장 안 식당에서 배달 일을 하게 됐다. 진만에게 받은 돈은 이미 다 써버리고 남은 거라고는 그가 가져다 준 라면 중 몇 개 뿐이었다. 식당에서 주급을 받기 전까지는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오전에 잠깐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하연이 길을 나섰다. 길을 가다 여전히 의자에 기대 앉아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진만이 보였다. 그녀는 진만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성큼성큼 다가섰다.

"어이, 양아치!"

진만은 당황해 하며 전화를 끊고 그녀를 보았다.

"어...알바..."

진만은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다가 고작 한다는 말이 '어, 알바.' 였다. 진만은 하연이 무슨 말이든 걸어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눈만 껌벅였다. 하연은 진만의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게 보였다.

"안녕."

고개를 숙인 하연이 손을 들어 보이고 웃으며 지나쳐버렸다. 진만은 붙잡고 싶었지만 뭐라고 말을 붙여야 할지 몰라 주저하며 눈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쫓고 있을 뿐이었다. 하연은 그런 진만이 재미있었다. 그 때 그녀가 진만을 돌아보았다.

"어이, 양아치...너랑 자 주면 얼마 줄래?"

"어?"

진만은 당황해서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연도 장난삼아 던진 말이 너무 커서 얼굴이 붉어졌다.

"나, 나 가져...다 줄께."

"노, 농담이거든...누가 너 같은 양아치랑 잔대?"

하연은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그의 물건이 스쳐지나 갔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눈을 질끈 감고 도리질을 쳤다. 먼저 이런 말을 꺼낸 자신이 부끄럽고 민망해서 종종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그와 겹쳐져 누워 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며칠 전 그녀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서 울긴 했지만 그와의 일이 싫지만은 않았었다. 하연이 발길을 멈추고 진만을 돌아다 봤다. 그녀를 멈추고 싶은 다급한 표정의 진만이 목을 쭉 빼고 그녀의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어이, 양아치!"

하연이 따라오라고 고갯짓을 하자 진만이 기다렸다는 듯이 쏜살같이 그녀의 옆으로 달려왔다.



둘은 여관방에 알몸으로 앉아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연은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다리를 옆으로 포개 쪼그리고 앉아있고 진만은 그녀의 알몸을 본 것만으로도 이미 그의 물건이 고개를 쳐들고 있고 그는 눈을 반짝이며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미 달려들고도 남았을 테지만 그는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그녀의 허락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그녀의 알몸을 눈으로 훑었다. 이윽고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 눕고 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이 치워지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진만은 그녀의 행동이 허락임을 직감하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조개에 입을 맞췄다.

"흐응..."

그녀가 짧은 신음과 함께 몸을 들썩이고 진만은 그녀의 조개를 핥아 맛을 보았다. 이내 그녀의 조개가 촉촉이 젖어 들었고 진만은 몸을 일으켜 그녀의 위에 겹쳐져 팔로 상체를 지탱하며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의 물건을 삽입했다.

"허억!"

그녀는 복부에 이물감이 꽉 채워오는 느낌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손으로 만질 때와는 사뭇 다르게 커다랗고 뜨끈한 살덩이가 그녀의 복부로 밀려들어오는 느낌과 함께 통증이 느껴졌다. 천천히 그가 허리를 움직이자 그녀 안에 살덩이의 마찰로 인한 통증이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 안고 눈을 감으며 그의 물건을 받아 들였다. 진만도 허리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지고 두 사람의 호흡은 점점 더 거칠어져 갔다.



여관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 급진적인 발전이 있은 후 진만은 하연을 데리고 은행으로 갔다. 하연은 진만이 건넨 돈을 받으면 자신의 신세가 너무 처량하게 느껴질 것을 두려워하여 거부했지만 계속되는 진만의 애원에 가까운 행동과 '사랑한다'는 말, '내 여자'라는 말이 섞인 달콤한 진만의 구애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그녀 자신이 넘어가도 싶어 했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사랑해. 하연아."

처음으로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꽉 껴안아 줬다. 하연도 뭔가 든든한 방패막이가 생긴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사랑해. 진만씨."

그녀도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꼭 껴안았다. 따뜻한 그의 품 안에 안긴 하연은 기분이 좋았다. 둘이 입을 맞추려는데 진만의 핸드폰이 방해를 했다. 시끄럽게 울리면서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진만은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받아야 한다는 표정으로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받으라고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

"여보세요....어....어....그래....알았어."

짧게 통화를 마친 진만이 하연을 보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꺼냈다.

"나...지금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어...그래....가 봐. 나도 가 봐야 돼...어서 가."

"나...가도 돼?"

"가라고!"

"그냥...가지 말까?"

"일때문에 온 전화 아냐? 일 때문인데 어쩌겠어...끝나면 전화 해."

"당연하지. 끝나는 데로 전화할게."

진만이 은행 문을 열고 나섰다. 뛰어가던 진만이 하연을 향해 돌아보며 손을 흔들고 다시 돌아섰다. 하연도 손을 흔들어 보이며 진만을 응시했다.

"어이! 양아치!"

하연이 진만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가 다시 뒤를 돌아봤다. 거리가 멀어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연이 전화 거는 시늉을 하자 진만도 따라서 전화 거는 시늉을 하고 다시 한 번 크게 손을 흔들며 사라져 갔다. 손을 흔들고 있는 하연은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그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를 응시했다.

"전화 해..."

그녀는 혼잣말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 뒷날도... 또 그 뒷날도.... 하연은 그가 자주 앉아 있던 골목길 의자 있는 곳을 서성였지만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매일 그가 있던 곳으로 찾아가 봤지만 그가 앉아있던 환영만 느껴질 뿐 그는 보이지 않았다. 2주가 다 지나도록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점점 그녀도 그가 자신을 버린 거라고 믿게 되었다. 겨우 찾은 안정감이 산산이 흩어져 버리고 따뜻한 방패막이라 믿었던 그의 존재가 가슴 속에 크게 빈자리로 남아버렸다.



하연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 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내일이면 호프집도 다시 문을 열거고 식당에서 받은 주급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 터였다. 그리고 진만이 건넨 한 뭉치 돈다발도 있으니 호프집에서 월급을 다시 받을 때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연은 오늘도 어김없이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일은 오늘이 마지막이라 가벼운 기분으로 식당으로 향해 걸었다. 가는 길이 진만이 항상 앉아 있던 곳을 지나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그가 돌아 왔는지는 알 수 있을 일이였다. 하연은 그가 돌아와 앉아 있으면 발길질을 해 주리라 단단히 마음먹고 그가 있었던 곳을 지나치곤 했었다. 그녀가 그 앞을 지나는 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기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모르는 번호에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여보세요?"

그녀가 전화기에 대고 말을 하자 전화기 너머로 굵고 나지막한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예?!"

멍한 표정으로 전화기 너머의 남자의 말을 듣고 있던 하연이 손에 힘이 빠지며 전화기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장하연씨?...'

전화기 너머의 남자가 애타게 하연을 부르고 있었다.



'강진만씨 안주머니에서 피 묻은 쪽지가 한장 발견됐는데요.'
'급하게 적었는지 글씨가 날림이긴 한데...'
'장하연씨 성함과 함께 사랑한다...그리고 미안하다고 적혀있어서요.'
'강진만씨와는 어떤 관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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