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정아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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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063회 작성일 20-01-17 17:31본문
엄마, 정아. (상편)
사실 요새 먼저 떠난 남편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부쩍 많아졌었다. 남편이 떠난 뒤로 원망 같은 감정은 적어도 내겐 사치였다. 그런 감정을 품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그때 아들은 너무 어렸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이제야 비로소 한숨 돌리는 여유를 찾았기 때문일까? 요새는 떠난 남편 생각에 간간히 외로워지기도 그러다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했었다.
내 나이 52. 많으면 많다 할 수 있고, 적으면 나름대로 적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나이다. 아니 적다고 볼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요즘 나는 여전히 30대 후반의 나로 머물러 있는 듯하다. 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아직 여전히 30대 후반이라고 여긴다. 그간 섹스가 없었던 탓일까. 남편과의 마지막 섹스에 대한 기억이 나 자신을 스스로 그날의 나이로 여기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 결혼은 만혼이었다.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나이지만, 그 당시라면 상황은 분명 달랐다. 남편은 우리가 남들보다 늦게 만나 결혼하였기에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사랑하며 살자는 약속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실제로 남편은 살면서 나를 위해 보다 더 나은 큰 만족을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어떤 성인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리가 모르던 놀라운 섹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내게도 보게 하였고 부부 경험담 같은 글들을 보게 하면서 우리도 한번 해 보자고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내겐 낯선 세상이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전혀 낯선 세상이었던 것이다.
처음엔 나는 거부했었다. 당신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면서 남편의 요구에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모든 것을 다 거부할 수는 없었다. 남편에게 설득 당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존재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단지 사진을 올려본다거나 하는, 실제적으로 우리 부부의 관계에 낯선 존재가 관여치 않을 것임을 확신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허락하곤 했다.
어느 날은 남편이 내게 면도를 제안했었다. 단지 그렇게 해보자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무조건 고개를 가로저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나는 내 아래 계곡의 수풀을 남편에게 양보했다. 민망하기도 했었고, 따끔거려 싫기도 했지만 묘한 흥분이 일었던 기억은 아직 남아 있다.
남편은 삽입은 절대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낯선 남자와의 잠자리를 제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펄펄 뛰며 반대했다. 아무리 삽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리고 아무리 남편이 허락했다고 할지라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가 실제로 눈앞에서 내 알몸을 보는 것은, 그리고 그런 몸을 만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 한 곳에는 그때까지도 어리광을 부리는 아들의 존재를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 번은, 단 한 번쯤이라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저렇게 애원하는데, 모든 것이 나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던 남편이었음을 생각했을 때, 정말이지 ‘눈 감고 딱 한 번만 허락해볼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그러자고 어느 순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남편이 평소에 다니던 직장은 조금 위험한 편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조마조마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날 청천벽력 같은 전화 한 통이 나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남편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것이다. 그날 이후 내 삶은 거의 지옥이었다. 그렇게 지옥으로 만든 남편을 원망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밤마다 홀로 울 때도 많았다. 외로워서라기보다는 힘들어서였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힘들게 만든 남편에 대한 원망 때문이었다. 지금, 그런 원망은 더 이상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새 훌쩍 자란 아들이 이젠 곁에서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든든함은 다시 나를 이전의 편안함으로 이끌어주고 있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내게는 여유가 생겼다. 그 동안 벌어 모아놓은 돈이 운 좋게도 대박을 터트렸다. 떵떵거리는 부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이젠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그럴 정도로 불어났다. 그래서 몸이 편해졌다는 것이 이유가 되었을까? 어느 샌가 나는 다시 옛날을 회상하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남편의 부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 남편과 함께 보던 바로 그 사이트를 찾아보았고, 놀랍게도 그 사이트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트는 남편과의 기억을 추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전혀 다른 세계로 나를 안내해버렸다. 어쩌면 그건 사고였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건 지금은 행복이다.
사실, 그 사이트를 발견하고는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남편을 추억한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스스로 장담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다시 찾은 그 사이트는 여전했다. 처음엔 거기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서 마치 남편이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행복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좀 더 자극적인 사진을 찾아가는 내 손을 나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사진이 아닌 어떤 소설을 보게 되었다. 몇 줄 읽어가는 동안 이상하게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거기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다소 자극적인 단어들이 거슬리긴 했지만, 읽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가서는 마치 한 줄도 읽지 않았다는 듯이 얼른 창을 닫아버렸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컴퓨터는 아들 방에 있었다. 그래서 더 쿵쾅거렸는지도 몰랐다. 재빨리 아들 방에서 나와 찬물 한 잔 들이켰다. 하지만 진정되는 것도 잠시, 소파에 앉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그 소설 속 장면들이 마치 실제처럼 상상되고 있었고, 나는 그 상상을 막지 못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대충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마트에서 장이라도 보면 괜찮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마트에서 정답게 팔짱을 끼고 장을 보는 어느 모자를 본 순간, 아까 본 소설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이었다.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와 그 엄마로 보이는, 아니 모자지간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저들은 분명 순수한 모자 사이일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주변 풍경은 전혀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 모자의 발걸음만 나도 모르게 뒤따르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숨이 나왔다. 끝내 아무 것도 사지 못하고 그냥 주차장 쪽으로 빠져나왔다. 차에 앉았는데도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어떻게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기억에 없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아들 방 컴퓨터를 또 다시 켜고 있었다. 그리고 부랴부랴 그 사이트를 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빠져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오전과 오후, 내 시간은 온통 소설에 빼앗겼다. 소설 속의 일들이 마치 실화처럼 존재하는 것 같았고, 나 역시 그 옆에서 하나하나 훔쳐보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 살기 시작했다. 뭔가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고, 가끔 아들은 내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기도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때까지도 난 아들을 의식하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나는 그저 내 속 나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아들은 독서실에 간다며 나갔고, 나는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있었다. 그리고 또 숨죽여가며 소설들을 찾아 읽어가고 읽었다. 그때 미뤘던 계약 건으로 전화가 왔고, 나는 급히 서류를 챙겨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러다가 ‘아차’ 싶었다. 컴퓨터를 끄지 않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다행이다, 오늘 아들 독서실에 갔으니 밤늦게 오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아들은 독서실에 가는 날이면 항상 12시 즈음해서야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제야 불안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계약건도 무사히 마치고, 시계를 보니 얼추 6시쯤이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그러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낯익은 신발 한 켤레와 낯선 신발 한 켤레.
아들이 와 있었다, 그것도 제 친구와 함께 말이다. 가슴이 또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소설을 볼 때의 흥분이 아닌 불안감 때문이었다.
‘혹시나 아들이 컴퓨터를 켰으면 어쩌지? 아니 켜져 있는데 봐 버렸을까? 친구 녀석도 함께 보았으면 어쩌지?’
거의 봤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더 무안하고 더 불안해졌다. 어쨌든 확인은 해야 할 것 같았다. 주스 두 잔을 따라 들고 아들 방으로 갔다. 문은 열려 있었다. 그리고 둘은 태연히 마주 앉아 숙제를 하고 있었다.
‘엄마 왔어?’
‘어, 응.’
아들의 물음에 하는 둥 마는 둥 대답을 남기면서 눈은 컴퓨터로 향했다. 다행히 컴퓨터의 모니터는 꺼져 있는 듯 보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열심히 하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다행이다 싶었다. 아들이 보았다면 뭐라 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아들은 이미 내가 보았던 소설을 샅샅이 보았고, 연결된 다른 사이트까지 훑어본 뒤였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켜둔 그 화면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있었을 뿐이었다. 화면보호기 기능을 나는 그때까지 몰랐었던 것이다. 그래서 컴컴한 모니터 화면만 보고 절로 꺼진 줄 알고 안심했을 뿐이었다.
다음날 오전 아들은 운동하고 오겠다며 농구공을 들고 나갔다. 언제 올지 모르니 다시 그 사이트를 찾아가긴 힘들다고 여겼고, 그래서 오랜만에 청소나 하자 싶었다. 먼저 안방을 그리고 거실을, 마지막으로 아들 방을 차례로 청소했다.
대충 쓸어내고 걸레질을 시작했다. 우선 책상 위였다. 그 위를 닦아내다 무심코 모니터를 건드렸다.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모니터 화면엔 어제 내가 보다 말았던 그 소설이 뚜렷하게 올라와 있었다.
‘허억.’
절로 비명이 나왔다. 어째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손이 벌벌 떨렸다. 어제 확인할 땐 분명 꺼져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꺼지지 않고 있었다니, 그것도 어제 마지막으로 본 바로 그 화면이라니.
‘맞아, 내가 본 장면인데, 그때 그대로라면 아들이 보지 않았다는 증거지.’
그렇게 생각했다.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때 나는 아들이 그 사이 무엇을 했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재빨리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보는 사람 하나 없는데도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그때 책상 밑 휴지통이 눈에 들어왔다. 평상시엔 그저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그 휴지통이었다. 왠지 눈길이 멈추질 않았다. 조심스레 휴지통을 들어 그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우스웠다.
‘아.’
그 안에서 나온 구겨진 휴지뭉치. 조심조심 벌려보았지만, 무언가 말라붙어 있어 찢겨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 마른 물질이 무엇인지는 절로 알 수 있었다. 어젯밤 아들은 분명 자위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자위는 이 모니터에서 시작되었음도 틀림없었다. 그때 확신했다. 아들이 내가 본 소설을 함께 읽었다는 사실을.
‘친구 녀석이나 함께 보지 않았으면 다행이련만.’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조금 후에 돌아올 아들을 어찌 대해야 할지 또 다시 걱정되기 시작했다. 청소고 뭐고 다 집어치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휴,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지. 어쩌자고 그런 미친 짓을. 아, 어쩌면 좋을지.’
답이 없었다. 그냥 어제처럼 여전히 모른 척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놓지도 못했다.
‘아들은 그 화면을 본 적이 없었고, 그 나이 또래면 으레 하는 자위를 그냥 했을 뿐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럴 것도 같았다.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들이 내가 본 그 화면을 보았을지 아니면 못 보았을지 확인해보아야 했다. 어떡하면 확인할 수 있을지 그때부턴 그 고민뿐이었다. 다시 아들 방으로 갔다. 그리고 무작정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소설 하나를 컴퓨터에 띄워 놓았다. 그리고 마우스 아래 나만이 알 수 있는 표식을 남겨두었다.
아들이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단지 아들이 나가고 없을 때 그 표식만 살펴보면 되는 것이다. 이윽고 아들이 돌아왔고, 샤워를 마친 다음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들이 다시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한없이 조마조마하고 있을 뿐, 다른 일은 아예 할 수가 없었다. 온 신경이 아들 방으로 향해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밥을 먹은 아들은 그대로 가방을 챙겨든 채 독서실로 향했다. 일요일엔 좀처럼 가지 않던 독서실에 가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어서 아들 방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었을 뿐이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아들 방으로 뛰어 들어갔고, 다행이 마우스 밑에 끼워둔 종이는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아들은 보지 않은 것이다. 아니, 보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노트북이라도 사서 내 방에서 맘껏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그것도 이상할 것 같아서 참고 있던 중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컴퓨터를 보면 반드시 끄는 습관을 들였다. 아들이 오기 전 혹시 몰라 1시간 전쯤부터는 아예 컴퓨터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아들의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고, 나 역시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변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인가, 그 사이트에 쪽지 한 통이 들어와 있었다. 거기엔 대뜸 ‘경험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소설을 쓰고 싶은데,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표현이 서투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무시했다. 그런데 자신의 나이를 밝히면서 엄마의 심리를 알고 싶다는 둥의 내용으로 자꾸만 쪽지가 배달되자 차츰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스로 20대 초반이라 밝혔고, 자신의 어머니는 50대 초반이라고 밝히면서 엄마와의 경험담을 쓰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저 행위만 표현될 뿐 마음이 표현되지 않아 소설 같지도 않은 글이 되어버려 속상하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쓴 쪽지를 보자,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그 사람의 소설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 사람의 어머니가 나와 같은 나이 대라는 것에 우선 관심이 갔고, 또 실제로 그런 어머니와 관계를 가졌다고 한 그 고백에 나도 모르게 이끌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그간 소설을 읽어오면서 아들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에 더욱 관심이 가기도 했다.
그 사이 나는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에 아들과 동시에 그 저편에 남편이 서 있었던 까닭에, 이내 아들 생각은 스스로 지워버리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아들이 사라지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반대로 남편이 사라지는 시간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음을 느꼈을 무렵도 바로 그 쪽지를 받고부터였다. 그 사람은 끈질기게 쪽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그 사람으로부터 한 열 통 쯤 되는 쪽지를 받았을 무렵, 나는 소심하게 답장을 보냈다.
‘엄마들은 아들하고의 그런 일 거의 상상 안 해요. 비현실적이잖아요.’
하지만 나는 이미 아들하고의 그런 일을 상상하고 있었다. 단지 현실로 돌아오면 냉정하게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올 뿐, 상상은 이미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상상을 시작한 이후로 더욱 아들에게 냉정하게 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쪽지는 그렇게 보냈다.
‘아, 그러셨군요. 그래도 이런데 들어오시면 다 읽어보시잖아요. 읽으실 때만이라도 상상하지 않으시나요?’
첫 답장을 남긴 것이 죄였다. 그때부터 나 역시 마법처럼 그 남자의 쪽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읽을 때는 약간, 조금 상상하긴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럼 어떻게 조금 상상하세요? 도와주세요, 제발.’
‘아니, 그냥, 음, 아들이 자위하는 거요? 아님 음, 자위 도와주는 거 정도? 그 정도에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근데 그때 어떤 마음이에요? 상상할 때 말이에요.’
‘그냥 뭐 상상속이니까, 그냥 아들 자위 훔쳐보면서 나도 자위하고 싶다는 마음?’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첫날의 쪽지 대화는 끝이 났다. 거친 말도 없었고, 자극적인 말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쪽지 대화는 한 편의 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자극적이었던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대답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들을 상상했던 까닭일까? 아래가 축축해진 느낌이었다.
저녁 내내 그 쪽지에 대한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다. 다시 켜서 새로운 쪽지가 있나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서 내일이 왔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밥도 채 다 먹지 못하고 부랴부랴 늦었다며 나가는 아들 녀석을 챙기고 나서 그제야 나도 부산한 이른 아침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뿐, 어느 순간 나는 아들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고, 컴퓨터를 켜고 있었다.
소설이 아닌 쪽지함부터 확인했다. 새 쪽지 6통. 한 통도 아니고 무려 여섯 통이나 와 있었다.
‘아들들은 언제나 한 번쯤 엄마를 소망한다는 사실 아세요? 외디푸스 콤플렉스, 그죠?’
‘혹시 아드님 계세요? 만약 아드님께서 님을 덮친다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혹시 아들이 자위하는 걸 보신 적 있어요?’
‘만약 보았다면, 아들의 자위 상대가 님일 수도 있다는 생각 해보셨어요? 확인해보는 방법은 간단한데요. 제 경험이거든요.’
‘답이 없으시네요. 지금은 접속하지 않으셨나 봐요. 내일 혹시 들어오시면 쪽지 주실래요?’
‘아, 아들의 생각을 알고 싶으시면 제게 말씀하셔도 되요. 저 정말로 엄마와의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잘 말해줄 수 있어요.’
그런 쪽지들이었다.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는 다음 문제였다. 문제는 그런 질문들에 의해 어느새 내 몸에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질문 하나하나에 화끈거리는 내 얼굴을 느껴야 했고, 조금씩 떨리는 내 손을 제어해야 했었다. 그 순간 내내 아들이 생각났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나는 어떤 남자의 쪽지로 인해 아들 생각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아들이 있긴 한데,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2학년. 자위하는 건 본 적이 없지만, 아들 휴지통에서 그 흔적을 발견한 적은 가끔 있어요. 근데 어떻게 아들의 자위 상대가 나라는 걸 확인할 수 있나요? 그리고 아들이 나를 덮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아마 우리 아들은 그렇지 않을 거라 확신하거든요. 그니깐 생각할 필요조차 없지요. 아, 아들 생각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나도 모르게 또 답장을 쓰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답장에 대한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를 문득 발견할 수 있었다. 답장은 늦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쪽지 한 통이 도착했다.
‘누구나 잘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아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님의 팬티를 놓아두세요. 기왕이면 새 팬티가 아닌 입고 있었던 흔적이 묻은 것으로요. 다음에 확인할 때 그 팬티가 세탁기에 들어가 있다거나, 아니면 뭔가 다른 물질이 묻었다거나 그것도 아니고 어디론가 아예 사라져버렸다면, 그건 분명히 아들이 님을 상상한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 쪽지에 따르고 있었다. 순간 내 팬티를 만져보았다. 어느새 축축해져 있었다. 가만히 치마를 내리고 팬티를 내려 보았다. 그 부분, 제법 젖어서 흔적이 번지고 있었다. 그 정도면 마르더라도 흔적은 남을 듯 했지만, 왠지 부족할까 불안하기도 했다. 그때 왜 내가 그런 걸 불안해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쨌든 처음 시도해보고자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확실하게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는 순전히 아들의 반응과 생각을 알아보고 싶었을 뿐, 아들과 어찌해보고자 하는 것까지는 정말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땐 그렇게 하는 상상만이 전부였고, 그것으로 그쳐야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다시 팬티를 올려 입었다. 대신 치마는 아예 벗어버리고 의자 위에 앉아 다리를 벌렸다. 아직 자위는 서툴렀지만, 그래도 열심히 그곳을 문질렀다. 마음속으로는 일부러 아들을 생각한 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들의 물건을 상상하면서 부지런히 그곳을 문질렀다. 하지만 그곳에서 물은 조금씩 흘러나올 뿐, 예전 남편과의 관계 때처럼 그렇게 풍성하게 흐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고, 팬티가 충분히 축축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때야 비로소 손을 거두었다.
그런 자위로 내가 절정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그 젖은 팬티를 벗어 손에 들었을 때, 그때는 절정과도 같은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묘하게 두근거리며 떨려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거실로 나왔다. 이곳저곳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결국 선택한 곳은 화장실 세면대였다. 구깃구깃 접어서 올려놓았다. 마치 샤워하러 와서 벗었다가 깜빡하고 놓아둔 것처럼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저녁 내내 아들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기다림, 남편을 기다릴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의 기다림이었다. 내내 흥분에 쌓인 채, 어떨 땐 신혼여행 첫날 밤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어떨 땐 남편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내 계곡의 사진을 올릴 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또 어떨 땐 처음으로 아들을 상상했을 때의 그런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들이 번갈아가며 나를 흥분으로 몰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아들이 돌아왔다. 그런 아들의 눈치를 살폈다. 아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제 방에 가방을 던져두고는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들이 화장실의 문을 연 순간, 내가 오히려 놀라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리는 그 순간은 또 어찌나 길었던지.
마침내 화장실 문이 열리고 아들이 나오고 있었다. 잠깐 눈이 마주쳤지만 아들은 그저 무심한 듯 제 머리만을 닦으며 부엌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아들의 손엔 아무 것도 쥐어진 것이 없었다.
‘아, 아들은 내가 대상이 아니었구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뭔가 아쉽고 서운한 느낌도 함께 들었다. 야식을 챙겨주고는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잠시 뒤 아들도 자신의 방에 들어간 듯 했다. 조심조심 다시 거실로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헉. 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팬티는 구깃구깃한 상태로 그대로 놓여 있는 듯 했지만, 내가 접어놓은 그 모습은 아니었다. 분명 펼쳐들었다가 다시 접어놓은 모습이었다. 재빨리 펴서 확인해보았지만 나의 흔적 이외에는 별다른 흔적은 없었다. 내가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화장실 바닥은 물로 흥건히 젖어 있었지만, 변기 앞쪽 화장실의 벽 아랫부분엔 분명 물줄기와는 다른 또 다른 물줄기가 남아 있었다. 물보다는 훨씬 뽀얗고 진한, 희멀건 그 액체. 그건 정액이었다. 실제로 본 적은 오래 되었지만 기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분명 정액이었다.
그렇다면 아들은 분명 여기 이곳에서 자위를 한 것이다. 내 팬티에 대고 한 것은 아니지만, 물론 나름대로 티를 내려 하지 않을 의도였겠지만, 내 팬티를 들고 여기 서서 자위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 흔적이 벽면 구석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땐 바닥만 치우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보았다. 가슴이 또다시 두방망이질을 치고 있었다.
그날 밤 어떻게 지새웠나 모른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보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어서 날이 밝았으면 했다. 그리고 어서 아들이 학교에 갔으면 했다. 그렇게 아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나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다시 컴퓨터를 켰다. 아들의 행동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트엔 역시나 쪽지가 도착해 있었다. 내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마치 어젯밤 우리 일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대답들이 쓰여 있었다.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여겼고, 단숨에 그 쪽지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아니 지금 새벽이니까 어제 제 말대로 해보셨나요? 아들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혹시 아들의 반응이 있었지 않나요? 그럴 경우 거의 백 프로 반응이 있었는데요.’
‘아들은 님의 팬티를 어떻게 했나요? 아마 그대로 두지 않았나요? 옮기거나 무얼 묻히면 금방 알아챌까봐서요. 대신 다른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요? 휴지라든지, 아니면 다른...한 번 찾아보시면 알건데요.’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어제 그 자리에서 나는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흔적을 찾았다면 그건 님의 아들이 님을 자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증거입니다. 상상 속에서 님과 함께 섹스를 나누는 것이죠. 저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거든요. 그러다가 하나씩 하나씩 나아가다보니 관계가 가능해졌어요. 물론 제가 덮친 건 아니에요. 엄마 팬티에 내가 자위한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모르는 척하면서 알게 했고, 엄마가 그 사실을 안다고 확신했을 때부터는 엄마가 볼 수 있는 곳에서 일부러 자위했거든요. 몇 번 그렇게 하다가 나중엔 엄마가 잠들었을 때 엄마 침대 머리맡에서 하게 되었구요. 그렇게 또 몇 번 하다 보니, 어느새 엄마가 제 물건을 잡아 주시더라구요. 저는 그렇게 진행되었어요. 근데 진짜 궁금한 건 그때그때 엄마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하는 거지요. 님께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런 짧은 쪽지 몇 통과 함께 기나긴 쪽지 한 통이었다. 그 긴 쪽지를 읽으면서 나는 마치 내가 그 남자의 엄마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들의 자위를 훔쳐보는 짜릿함이며, 내 머리맡에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제 물건을 흔들고 있는 아들을 상상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쪽지의 답을 적어가고 있었다.
‘그럼, 님께선 내가 그렇게 해 보면서 그때그때의 마음을 알려달라는 뜻인가요? 그러다가 만약 진짜로 아들이 나를 덮쳐버리면 어떻게 하라구요? 책임도 못 지실 것이면서.’
그렇게 쪽지를 쓰면서도 이미 내 마음은 그런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렇게 해보리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런 생각과 다짐이 부끄럽지도 않았고, 오히려 아들이 나를 상상하면서 자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 내게 어떤 용기 같은 것을 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어제와 같이 딱 그 시간, 점심시간에 답이 왔다. 뭔가 일이 급했는지 내용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네. 쪽지 잘 받았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아들이 먼저 님을 덮치진 않을 거라 확신해요. 님께서 일부러 틈을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이요. 그냥 처음 몇 번만 지금처럼 아들의 자위를 유도하면 거의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해요. 그때그때마다 알려 주실 거죠? 혹시 아들의 마음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쪽지 주셔요. 확인할 때마다 답을 드릴게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남자와 나는 입장이 바뀌어 있었다. 처음엔 도움을 달라더니 이젠 내가 도움을 받는 처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 역시 아들에 대한 상상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쪽지는 마치 자신이 내 아들이라도 되는 양 그렇게 나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사실 요새 먼저 떠난 남편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부쩍 많아졌었다. 남편이 떠난 뒤로 원망 같은 감정은 적어도 내겐 사치였다. 그런 감정을 품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그때 아들은 너무 어렸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이제야 비로소 한숨 돌리는 여유를 찾았기 때문일까? 요새는 떠난 남편 생각에 간간히 외로워지기도 그러다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했었다.
내 나이 52. 많으면 많다 할 수 있고, 적으면 나름대로 적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나이다. 아니 적다고 볼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요즘 나는 여전히 30대 후반의 나로 머물러 있는 듯하다. 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아직 여전히 30대 후반이라고 여긴다. 그간 섹스가 없었던 탓일까. 남편과의 마지막 섹스에 대한 기억이 나 자신을 스스로 그날의 나이로 여기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 결혼은 만혼이었다.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나이지만, 그 당시라면 상황은 분명 달랐다. 남편은 우리가 남들보다 늦게 만나 결혼하였기에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사랑하며 살자는 약속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실제로 남편은 살면서 나를 위해 보다 더 나은 큰 만족을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어떤 성인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리가 모르던 놀라운 섹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내게도 보게 하였고 부부 경험담 같은 글들을 보게 하면서 우리도 한번 해 보자고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내겐 낯선 세상이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전혀 낯선 세상이었던 것이다.
처음엔 나는 거부했었다. 당신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면서 남편의 요구에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모든 것을 다 거부할 수는 없었다. 남편에게 설득 당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존재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단지 사진을 올려본다거나 하는, 실제적으로 우리 부부의 관계에 낯선 존재가 관여치 않을 것임을 확신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허락하곤 했다.
어느 날은 남편이 내게 면도를 제안했었다. 단지 그렇게 해보자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무조건 고개를 가로저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나는 내 아래 계곡의 수풀을 남편에게 양보했다. 민망하기도 했었고, 따끔거려 싫기도 했지만 묘한 흥분이 일었던 기억은 아직 남아 있다.
남편은 삽입은 절대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낯선 남자와의 잠자리를 제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펄펄 뛰며 반대했다. 아무리 삽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리고 아무리 남편이 허락했다고 할지라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가 실제로 눈앞에서 내 알몸을 보는 것은, 그리고 그런 몸을 만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 한 곳에는 그때까지도 어리광을 부리는 아들의 존재를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 번은, 단 한 번쯤이라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저렇게 애원하는데, 모든 것이 나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던 남편이었음을 생각했을 때, 정말이지 ‘눈 감고 딱 한 번만 허락해볼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그러자고 어느 순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남편이 평소에 다니던 직장은 조금 위험한 편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조마조마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날 청천벽력 같은 전화 한 통이 나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남편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것이다. 그날 이후 내 삶은 거의 지옥이었다. 그렇게 지옥으로 만든 남편을 원망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밤마다 홀로 울 때도 많았다. 외로워서라기보다는 힘들어서였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힘들게 만든 남편에 대한 원망 때문이었다. 지금, 그런 원망은 더 이상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새 훌쩍 자란 아들이 이젠 곁에서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든든함은 다시 나를 이전의 편안함으로 이끌어주고 있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내게는 여유가 생겼다. 그 동안 벌어 모아놓은 돈이 운 좋게도 대박을 터트렸다. 떵떵거리는 부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이젠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그럴 정도로 불어났다. 그래서 몸이 편해졌다는 것이 이유가 되었을까? 어느 샌가 나는 다시 옛날을 회상하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남편의 부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 남편과 함께 보던 바로 그 사이트를 찾아보았고, 놀랍게도 그 사이트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트는 남편과의 기억을 추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전혀 다른 세계로 나를 안내해버렸다. 어쩌면 그건 사고였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건 지금은 행복이다.
사실, 그 사이트를 발견하고는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남편을 추억한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스스로 장담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다시 찾은 그 사이트는 여전했다. 처음엔 거기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서 마치 남편이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행복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좀 더 자극적인 사진을 찾아가는 내 손을 나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사진이 아닌 어떤 소설을 보게 되었다. 몇 줄 읽어가는 동안 이상하게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거기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다소 자극적인 단어들이 거슬리긴 했지만, 읽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가서는 마치 한 줄도 읽지 않았다는 듯이 얼른 창을 닫아버렸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컴퓨터는 아들 방에 있었다. 그래서 더 쿵쾅거렸는지도 몰랐다. 재빨리 아들 방에서 나와 찬물 한 잔 들이켰다. 하지만 진정되는 것도 잠시, 소파에 앉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그 소설 속 장면들이 마치 실제처럼 상상되고 있었고, 나는 그 상상을 막지 못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대충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마트에서 장이라도 보면 괜찮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마트에서 정답게 팔짱을 끼고 장을 보는 어느 모자를 본 순간, 아까 본 소설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이었다.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와 그 엄마로 보이는, 아니 모자지간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저들은 분명 순수한 모자 사이일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주변 풍경은 전혀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 모자의 발걸음만 나도 모르게 뒤따르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숨이 나왔다. 끝내 아무 것도 사지 못하고 그냥 주차장 쪽으로 빠져나왔다. 차에 앉았는데도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어떻게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기억에 없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아들 방 컴퓨터를 또 다시 켜고 있었다. 그리고 부랴부랴 그 사이트를 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빠져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오전과 오후, 내 시간은 온통 소설에 빼앗겼다. 소설 속의 일들이 마치 실화처럼 존재하는 것 같았고, 나 역시 그 옆에서 하나하나 훔쳐보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 살기 시작했다. 뭔가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고, 가끔 아들은 내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기도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때까지도 난 아들을 의식하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나는 그저 내 속 나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아들은 독서실에 간다며 나갔고, 나는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있었다. 그리고 또 숨죽여가며 소설들을 찾아 읽어가고 읽었다. 그때 미뤘던 계약 건으로 전화가 왔고, 나는 급히 서류를 챙겨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러다가 ‘아차’ 싶었다. 컴퓨터를 끄지 않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다행이다, 오늘 아들 독서실에 갔으니 밤늦게 오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아들은 독서실에 가는 날이면 항상 12시 즈음해서야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제야 불안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계약건도 무사히 마치고, 시계를 보니 얼추 6시쯤이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그러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낯익은 신발 한 켤레와 낯선 신발 한 켤레.
아들이 와 있었다, 그것도 제 친구와 함께 말이다. 가슴이 또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소설을 볼 때의 흥분이 아닌 불안감 때문이었다.
‘혹시나 아들이 컴퓨터를 켰으면 어쩌지? 아니 켜져 있는데 봐 버렸을까? 친구 녀석도 함께 보았으면 어쩌지?’
거의 봤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더 무안하고 더 불안해졌다. 어쨌든 확인은 해야 할 것 같았다. 주스 두 잔을 따라 들고 아들 방으로 갔다. 문은 열려 있었다. 그리고 둘은 태연히 마주 앉아 숙제를 하고 있었다.
‘엄마 왔어?’
‘어, 응.’
아들의 물음에 하는 둥 마는 둥 대답을 남기면서 눈은 컴퓨터로 향했다. 다행히 컴퓨터의 모니터는 꺼져 있는 듯 보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열심히 하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다행이다 싶었다. 아들이 보았다면 뭐라 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아들은 이미 내가 보았던 소설을 샅샅이 보았고, 연결된 다른 사이트까지 훑어본 뒤였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켜둔 그 화면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있었을 뿐이었다. 화면보호기 기능을 나는 그때까지 몰랐었던 것이다. 그래서 컴컴한 모니터 화면만 보고 절로 꺼진 줄 알고 안심했을 뿐이었다.
다음날 오전 아들은 운동하고 오겠다며 농구공을 들고 나갔다. 언제 올지 모르니 다시 그 사이트를 찾아가긴 힘들다고 여겼고, 그래서 오랜만에 청소나 하자 싶었다. 먼저 안방을 그리고 거실을, 마지막으로 아들 방을 차례로 청소했다.
대충 쓸어내고 걸레질을 시작했다. 우선 책상 위였다. 그 위를 닦아내다 무심코 모니터를 건드렸다.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모니터 화면엔 어제 내가 보다 말았던 그 소설이 뚜렷하게 올라와 있었다.
‘허억.’
절로 비명이 나왔다. 어째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손이 벌벌 떨렸다. 어제 확인할 땐 분명 꺼져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꺼지지 않고 있었다니, 그것도 어제 마지막으로 본 바로 그 화면이라니.
‘맞아, 내가 본 장면인데, 그때 그대로라면 아들이 보지 않았다는 증거지.’
그렇게 생각했다.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때 나는 아들이 그 사이 무엇을 했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재빨리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보는 사람 하나 없는데도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그때 책상 밑 휴지통이 눈에 들어왔다. 평상시엔 그저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그 휴지통이었다. 왠지 눈길이 멈추질 않았다. 조심스레 휴지통을 들어 그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우스웠다.
‘아.’
그 안에서 나온 구겨진 휴지뭉치. 조심조심 벌려보았지만, 무언가 말라붙어 있어 찢겨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 마른 물질이 무엇인지는 절로 알 수 있었다. 어젯밤 아들은 분명 자위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자위는 이 모니터에서 시작되었음도 틀림없었다. 그때 확신했다. 아들이 내가 본 소설을 함께 읽었다는 사실을.
‘친구 녀석이나 함께 보지 않았으면 다행이련만.’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조금 후에 돌아올 아들을 어찌 대해야 할지 또 다시 걱정되기 시작했다. 청소고 뭐고 다 집어치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휴,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지. 어쩌자고 그런 미친 짓을. 아, 어쩌면 좋을지.’
답이 없었다. 그냥 어제처럼 여전히 모른 척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놓지도 못했다.
‘아들은 그 화면을 본 적이 없었고, 그 나이 또래면 으레 하는 자위를 그냥 했을 뿐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럴 것도 같았다.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들이 내가 본 그 화면을 보았을지 아니면 못 보았을지 확인해보아야 했다. 어떡하면 확인할 수 있을지 그때부턴 그 고민뿐이었다. 다시 아들 방으로 갔다. 그리고 무작정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소설 하나를 컴퓨터에 띄워 놓았다. 그리고 마우스 아래 나만이 알 수 있는 표식을 남겨두었다.
아들이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단지 아들이 나가고 없을 때 그 표식만 살펴보면 되는 것이다. 이윽고 아들이 돌아왔고, 샤워를 마친 다음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들이 다시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한없이 조마조마하고 있을 뿐, 다른 일은 아예 할 수가 없었다. 온 신경이 아들 방으로 향해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밥을 먹은 아들은 그대로 가방을 챙겨든 채 독서실로 향했다. 일요일엔 좀처럼 가지 않던 독서실에 가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어서 아들 방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었을 뿐이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아들 방으로 뛰어 들어갔고, 다행이 마우스 밑에 끼워둔 종이는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아들은 보지 않은 것이다. 아니, 보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노트북이라도 사서 내 방에서 맘껏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그것도 이상할 것 같아서 참고 있던 중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컴퓨터를 보면 반드시 끄는 습관을 들였다. 아들이 오기 전 혹시 몰라 1시간 전쯤부터는 아예 컴퓨터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아들의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고, 나 역시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변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인가, 그 사이트에 쪽지 한 통이 들어와 있었다. 거기엔 대뜸 ‘경험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소설을 쓰고 싶은데,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표현이 서투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무시했다. 그런데 자신의 나이를 밝히면서 엄마의 심리를 알고 싶다는 둥의 내용으로 자꾸만 쪽지가 배달되자 차츰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스로 20대 초반이라 밝혔고, 자신의 어머니는 50대 초반이라고 밝히면서 엄마와의 경험담을 쓰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저 행위만 표현될 뿐 마음이 표현되지 않아 소설 같지도 않은 글이 되어버려 속상하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쓴 쪽지를 보자,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그 사람의 소설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 사람의 어머니가 나와 같은 나이 대라는 것에 우선 관심이 갔고, 또 실제로 그런 어머니와 관계를 가졌다고 한 그 고백에 나도 모르게 이끌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그간 소설을 읽어오면서 아들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에 더욱 관심이 가기도 했다.
그 사이 나는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에 아들과 동시에 그 저편에 남편이 서 있었던 까닭에, 이내 아들 생각은 스스로 지워버리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아들이 사라지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반대로 남편이 사라지는 시간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음을 느꼈을 무렵도 바로 그 쪽지를 받고부터였다. 그 사람은 끈질기게 쪽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그 사람으로부터 한 열 통 쯤 되는 쪽지를 받았을 무렵, 나는 소심하게 답장을 보냈다.
‘엄마들은 아들하고의 그런 일 거의 상상 안 해요. 비현실적이잖아요.’
하지만 나는 이미 아들하고의 그런 일을 상상하고 있었다. 단지 현실로 돌아오면 냉정하게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올 뿐, 상상은 이미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상상을 시작한 이후로 더욱 아들에게 냉정하게 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쪽지는 그렇게 보냈다.
‘아, 그러셨군요. 그래도 이런데 들어오시면 다 읽어보시잖아요. 읽으실 때만이라도 상상하지 않으시나요?’
첫 답장을 남긴 것이 죄였다. 그때부터 나 역시 마법처럼 그 남자의 쪽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읽을 때는 약간, 조금 상상하긴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럼 어떻게 조금 상상하세요? 도와주세요, 제발.’
‘아니, 그냥, 음, 아들이 자위하는 거요? 아님 음, 자위 도와주는 거 정도? 그 정도에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근데 그때 어떤 마음이에요? 상상할 때 말이에요.’
‘그냥 뭐 상상속이니까, 그냥 아들 자위 훔쳐보면서 나도 자위하고 싶다는 마음?’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첫날의 쪽지 대화는 끝이 났다. 거친 말도 없었고, 자극적인 말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쪽지 대화는 한 편의 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자극적이었던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대답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들을 상상했던 까닭일까? 아래가 축축해진 느낌이었다.
저녁 내내 그 쪽지에 대한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다. 다시 켜서 새로운 쪽지가 있나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서 내일이 왔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밥도 채 다 먹지 못하고 부랴부랴 늦었다며 나가는 아들 녀석을 챙기고 나서 그제야 나도 부산한 이른 아침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뿐, 어느 순간 나는 아들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고, 컴퓨터를 켜고 있었다.
소설이 아닌 쪽지함부터 확인했다. 새 쪽지 6통. 한 통도 아니고 무려 여섯 통이나 와 있었다.
‘아들들은 언제나 한 번쯤 엄마를 소망한다는 사실 아세요? 외디푸스 콤플렉스, 그죠?’
‘혹시 아드님 계세요? 만약 아드님께서 님을 덮친다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혹시 아들이 자위하는 걸 보신 적 있어요?’
‘만약 보았다면, 아들의 자위 상대가 님일 수도 있다는 생각 해보셨어요? 확인해보는 방법은 간단한데요. 제 경험이거든요.’
‘답이 없으시네요. 지금은 접속하지 않으셨나 봐요. 내일 혹시 들어오시면 쪽지 주실래요?’
‘아, 아들의 생각을 알고 싶으시면 제게 말씀하셔도 되요. 저 정말로 엄마와의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잘 말해줄 수 있어요.’
그런 쪽지들이었다.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는 다음 문제였다. 문제는 그런 질문들에 의해 어느새 내 몸에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질문 하나하나에 화끈거리는 내 얼굴을 느껴야 했고, 조금씩 떨리는 내 손을 제어해야 했었다. 그 순간 내내 아들이 생각났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나는 어떤 남자의 쪽지로 인해 아들 생각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아들이 있긴 한데,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2학년. 자위하는 건 본 적이 없지만, 아들 휴지통에서 그 흔적을 발견한 적은 가끔 있어요. 근데 어떻게 아들의 자위 상대가 나라는 걸 확인할 수 있나요? 그리고 아들이 나를 덮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아마 우리 아들은 그렇지 않을 거라 확신하거든요. 그니깐 생각할 필요조차 없지요. 아, 아들 생각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나도 모르게 또 답장을 쓰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답장에 대한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를 문득 발견할 수 있었다. 답장은 늦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쪽지 한 통이 도착했다.
‘누구나 잘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아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님의 팬티를 놓아두세요. 기왕이면 새 팬티가 아닌 입고 있었던 흔적이 묻은 것으로요. 다음에 확인할 때 그 팬티가 세탁기에 들어가 있다거나, 아니면 뭔가 다른 물질이 묻었다거나 그것도 아니고 어디론가 아예 사라져버렸다면, 그건 분명히 아들이 님을 상상한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 쪽지에 따르고 있었다. 순간 내 팬티를 만져보았다. 어느새 축축해져 있었다. 가만히 치마를 내리고 팬티를 내려 보았다. 그 부분, 제법 젖어서 흔적이 번지고 있었다. 그 정도면 마르더라도 흔적은 남을 듯 했지만, 왠지 부족할까 불안하기도 했다. 그때 왜 내가 그런 걸 불안해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쨌든 처음 시도해보고자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확실하게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는 순전히 아들의 반응과 생각을 알아보고 싶었을 뿐, 아들과 어찌해보고자 하는 것까지는 정말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땐 그렇게 하는 상상만이 전부였고, 그것으로 그쳐야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다시 팬티를 올려 입었다. 대신 치마는 아예 벗어버리고 의자 위에 앉아 다리를 벌렸다. 아직 자위는 서툴렀지만, 그래도 열심히 그곳을 문질렀다. 마음속으로는 일부러 아들을 생각한 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들의 물건을 상상하면서 부지런히 그곳을 문질렀다. 하지만 그곳에서 물은 조금씩 흘러나올 뿐, 예전 남편과의 관계 때처럼 그렇게 풍성하게 흐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고, 팬티가 충분히 축축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때야 비로소 손을 거두었다.
그런 자위로 내가 절정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그 젖은 팬티를 벗어 손에 들었을 때, 그때는 절정과도 같은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묘하게 두근거리며 떨려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거실로 나왔다. 이곳저곳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결국 선택한 곳은 화장실 세면대였다. 구깃구깃 접어서 올려놓았다. 마치 샤워하러 와서 벗었다가 깜빡하고 놓아둔 것처럼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저녁 내내 아들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기다림, 남편을 기다릴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의 기다림이었다. 내내 흥분에 쌓인 채, 어떨 땐 신혼여행 첫날 밤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어떨 땐 남편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내 계곡의 사진을 올릴 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또 어떨 땐 처음으로 아들을 상상했을 때의 그런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들이 번갈아가며 나를 흥분으로 몰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아들이 돌아왔다. 그런 아들의 눈치를 살폈다. 아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제 방에 가방을 던져두고는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들이 화장실의 문을 연 순간, 내가 오히려 놀라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리는 그 순간은 또 어찌나 길었던지.
마침내 화장실 문이 열리고 아들이 나오고 있었다. 잠깐 눈이 마주쳤지만 아들은 그저 무심한 듯 제 머리만을 닦으며 부엌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아들의 손엔 아무 것도 쥐어진 것이 없었다.
‘아, 아들은 내가 대상이 아니었구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뭔가 아쉽고 서운한 느낌도 함께 들었다. 야식을 챙겨주고는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잠시 뒤 아들도 자신의 방에 들어간 듯 했다. 조심조심 다시 거실로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헉. 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팬티는 구깃구깃한 상태로 그대로 놓여 있는 듯 했지만, 내가 접어놓은 그 모습은 아니었다. 분명 펼쳐들었다가 다시 접어놓은 모습이었다. 재빨리 펴서 확인해보았지만 나의 흔적 이외에는 별다른 흔적은 없었다. 내가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화장실 바닥은 물로 흥건히 젖어 있었지만, 변기 앞쪽 화장실의 벽 아랫부분엔 분명 물줄기와는 다른 또 다른 물줄기가 남아 있었다. 물보다는 훨씬 뽀얗고 진한, 희멀건 그 액체. 그건 정액이었다. 실제로 본 적은 오래 되었지만 기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분명 정액이었다.
그렇다면 아들은 분명 여기 이곳에서 자위를 한 것이다. 내 팬티에 대고 한 것은 아니지만, 물론 나름대로 티를 내려 하지 않을 의도였겠지만, 내 팬티를 들고 여기 서서 자위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 흔적이 벽면 구석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땐 바닥만 치우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보았다. 가슴이 또다시 두방망이질을 치고 있었다.
그날 밤 어떻게 지새웠나 모른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보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어서 날이 밝았으면 했다. 그리고 어서 아들이 학교에 갔으면 했다. 그렇게 아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나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다시 컴퓨터를 켰다. 아들의 행동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트엔 역시나 쪽지가 도착해 있었다. 내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마치 어젯밤 우리 일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대답들이 쓰여 있었다.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여겼고, 단숨에 그 쪽지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아니 지금 새벽이니까 어제 제 말대로 해보셨나요? 아들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혹시 아들의 반응이 있었지 않나요? 그럴 경우 거의 백 프로 반응이 있었는데요.’
‘아들은 님의 팬티를 어떻게 했나요? 아마 그대로 두지 않았나요? 옮기거나 무얼 묻히면 금방 알아챌까봐서요. 대신 다른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요? 휴지라든지, 아니면 다른...한 번 찾아보시면 알건데요.’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어제 그 자리에서 나는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흔적을 찾았다면 그건 님의 아들이 님을 자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증거입니다. 상상 속에서 님과 함께 섹스를 나누는 것이죠. 저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거든요. 그러다가 하나씩 하나씩 나아가다보니 관계가 가능해졌어요. 물론 제가 덮친 건 아니에요. 엄마 팬티에 내가 자위한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모르는 척하면서 알게 했고, 엄마가 그 사실을 안다고 확신했을 때부터는 엄마가 볼 수 있는 곳에서 일부러 자위했거든요. 몇 번 그렇게 하다가 나중엔 엄마가 잠들었을 때 엄마 침대 머리맡에서 하게 되었구요. 그렇게 또 몇 번 하다 보니, 어느새 엄마가 제 물건을 잡아 주시더라구요. 저는 그렇게 진행되었어요. 근데 진짜 궁금한 건 그때그때 엄마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하는 거지요. 님께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런 짧은 쪽지 몇 통과 함께 기나긴 쪽지 한 통이었다. 그 긴 쪽지를 읽으면서 나는 마치 내가 그 남자의 엄마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들의 자위를 훔쳐보는 짜릿함이며, 내 머리맡에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제 물건을 흔들고 있는 아들을 상상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쪽지의 답을 적어가고 있었다.
‘그럼, 님께선 내가 그렇게 해 보면서 그때그때의 마음을 알려달라는 뜻인가요? 그러다가 만약 진짜로 아들이 나를 덮쳐버리면 어떻게 하라구요? 책임도 못 지실 것이면서.’
그렇게 쪽지를 쓰면서도 이미 내 마음은 그런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렇게 해보리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런 생각과 다짐이 부끄럽지도 않았고, 오히려 아들이 나를 상상하면서 자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 내게 어떤 용기 같은 것을 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어제와 같이 딱 그 시간, 점심시간에 답이 왔다. 뭔가 일이 급했는지 내용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네. 쪽지 잘 받았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아들이 먼저 님을 덮치진 않을 거라 확신해요. 님께서 일부러 틈을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이요. 그냥 처음 몇 번만 지금처럼 아들의 자위를 유도하면 거의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해요. 그때그때마다 알려 주실 거죠? 혹시 아들의 마음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쪽지 주셔요. 확인할 때마다 답을 드릴게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남자와 나는 입장이 바뀌어 있었다. 처음엔 도움을 달라더니 이젠 내가 도움을 받는 처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 역시 아들에 대한 상상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쪽지는 마치 자신이 내 아들이라도 되는 양 그렇게 나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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