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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사냥꾼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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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16회 작성일 20-01-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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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며칠후..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여부세여.."
[호호.. 희준오빠... 나야.. 은정이..]

"어쩐일이냐??..."
[호호.. 요즘 오빠 가게 안오길래.. 그냥 궁금해서..]

"궁금하긴 이년아.. 짜증나니까 전화끊어.."
[오빠!!... 너 다른가게로 요즘 옮겼냐???... 왜그래???...]

"시끄러... 끊어!!..."
[치이... 알았어...]

후덥지근한 여름...
푹푹 찐다.

[띠리링링..]
에어컨을 켠다.

휴가철인 요즘.. 빈집털이가 한창인듯 하지만.. 보안업체 기술이 좋아진 요새같을 때가 사실 더 위험할 때다.
경찰의 순찰이 강화되어 있고.. 괜히 주택가를 얼렁거리다가는 느닷없이 검문을 받을 수도 있고
트렁크나 차를 뒤적거리다가 재수없으면 꼬리가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새는 배가고파도 그냥 참아야 한다.

요새 번번히 허탕을 쳤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널부러져 있을 수 있는
원룸하나 껀진건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맴맴맴맴맴맴매~...........맴맴맴매~.....]

발코니밖의 요란한 매미새끼의 울음소리..
그 매미소리를 들으며 담배하나를 꼬나 물었다.

내나이 벌써 36살..
하루빨리 한탕을 크게 해서.. 이젠 이 지긋지긋하고 아슬아슬한 생활을 청산하고도 싶다.
하지만 그놈의 한탕은 여지껏.. 오지 않고 있다.
큰돈을 벌면 근사한 집을 한채 짓고 이쁜 마누라 얻어서 시골에서 외롭게 혼자 계시는
홀어머니까지 모시고 함께 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놈의 한탕은 쉽지가 않다.
얼마전처럼 억이 가까운 돈을 좀 만져도 그놈의 게임과 경마, 주색에 푹빠져
제대로 모으지도 못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요모양 요꼴인것 같다.

하긴.. 쉽게쉽게 번돈이니.. 쉽게쉽게 써버리는건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뒹굴하기도 귀찮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얼마전 새로 이사온 동네..
지금 이동네를 한바퀴 돌고 있는것이다.

자기가 사는동네에서는 절대 일을 해서는 안돼는 법..
그건 대도가 꼭 지켜야할 수칙이다.

내리쬐는 뙤약볕..
동네 구멍가게앞 평상에 동네 노인네 몇이서 모여 부채질을 하며 장기를 두고 있다.
가게에서 시원한 빙과류를 하나 사서 쪽쪽 빨아먹으며 터덜터덜 걷고 있다.

순간.. 이런 후질구레한 이동네에 안어울리는 높다란 담벼락의 커다란 집이 저 멀리 산아래
의 언덕위에 웅장하게 자리잡혀 있는게 보였다.

어라??.....

집터 높이만 해도 10m 가 족히 넘어 보인다.
이런집의 구조는 도로에 접한 집터부분은 주차장이고 그안에서 정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따로
있을 것이다.

왠지모를 돈냄새가 팍팍..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집안사람들이 모두 휴가나갔는지..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내리쬐는 한낮의 뙤약볕...
거리에는 동네 똥개새끼 하나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밤손님은 밤에만....

오늘밤의 목표물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카메라는 짝퉁이고.. 보안업체의 동작감지기의 위치는 사각지대가 보인다...

집으로 돌아왔다.
대도가 지켜야할 몇가지 주의사항을 어겨야 겠다.
오늘밤... 저 먹이감을 놓칠 수 없다.
어차피... 빈집 같으니.. 좀 일찍 털어줘야 겠다.

저런집 정도는 되어야 어쩌면 그토록 애타게 찾는 금고속 금괴가 나올지도 모르는 것이다.



저녁10시..
장비를 챙겨넣은 가방을 매고 등산복차림으로 동네의 오르막길을 오른다.

푹푹찌는 여름밤..
가끔 지나는 이동네주민들의 퇴근차량외에는 사람이 없다.
밧줄을 담장위로 던져걸고 벽타기를 하며 오른다.
담벼락위에 내려앉은 후 밧줄을 걷어올린다.

테이프와 유리칼을 끄집어내어 창문의 잠금장치 부분을 오려낸다.

[찌이이익!!!.....톡..톡......퍽....]

그렇게 유리 몇겹을 떼어내고 손을 집어넣어 잠금장치를 풀어버린다.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의리의리하게 커다란 집..
내부가 오래전 그대로 고풍스럽게 장식되어 있다.
넓직한 거실의 응접실... 고급스런 가죽쇼파..
가방을 내려놓고.. 푹신거리는 쇼파위에 앉았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런 집안을 턴다는건 식은죽 먹기나 마찬가지다 보니..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오줌이나 한번 때려보고.. 슬슬 일해볼까나...."

화장실을 찾아나섰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옆.. 화장실문을 여는 순간...
그때였다.

[삐이..삐이..삐이..삐이!!!!!..........]

"씨발!!!.. 좃됐네!!...."
다시 창문쪽으로 내달렸다.
창문을 열고 획!!... 뛰어내렸다.

담장쪽으로 내달린다..
"아차!!!... 씨발... 가방!!!!...."

"씨발!!.. 그냥 가???...아차!!..씨발..지갑이...하필..!!!"

다시 뒤를 돌아 건물쪽으로 존나게 뛴다
다시 창문을 열고 뛰어오른다.
거실쪽으로 내달리고 있다..

[삐이..삐이..삐이..삐이!!!!!..........]

가방을 가지고 다시 되돌아 나왔다.
밖으로 뛰어내려 담장쪽으로 달려간다.
밧줄을 던지려고 담장너머로 대가리를 내미니.. 언덕배기쪽으로 보안업체 방범차량이 존나게
달려오고 있는것이다..!!

"뭐야!!!... 이 개새끼들... 뭘 이렇게 빨리와???...."

환장할 노릇이다.
지금 안뛰어 내리면 심각한 위기의 상황에 빠지게 생긴것이다.
보안업체차량이 어느덧 내가 서있는 담장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돌아섰다.
현관문을 여는것이다.
서둘러 밧줄을 내던지고 벽을 타고 내려갔다.

그때.. 현관쪽 모퉁이에서 보안업체 직원한놈이 튀어나오더니 담벼락 중간쯤에 매달린
나와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씨발!!!.... "
"저..저깄다!!!!!!!!!!!!!......"

서둘러 기어내려와 미친듯 달아났다.

씨바...저건또 뭐야!!!!.......

내리막길의 아래에서 경찰 순찰차까지 이리로 오르고 있는것이다..!!
서둘러 왼쪽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

지금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고 있다.
뒤에서 두녀석이 미친듯 쫒아오고 있다.

"거기서!!!!!!!........."
씨발..................

한여름밤.. 우리동네에서의 추격전!!...
아래로 내려가 복잡한 골목길 쪽으로 달아난다.
또다른 골목길의 모퉁이를 돌자마자 눈에 보이는 작은 담장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그리고는 꼼짝도 않고 웅크리고 있었다.
담장너머로 보안업체와 경찰들의 발소리가 요란하다.

심장이 터져버릴듯 두근거리고 있다.
담장너머로 [췩!!.. 췩!!] 거리는 무전음이 요란하다.

"분명히 이리로 돌았는데??...."
"이근처에 숨었을꺼야... 여기가 막다른 골목이거든...!!..."

씨바...하필..!!...

큰일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작은 이집의 앞뜰이 눈에 들어온다.
허름한 평상과.. 불꺼진 창들..
내 옆에 작은 문이 하나 보인다.

마냥 이러고 있을 수가 없다.
언제 경찰과 보안업체 직원들이 내 옆의 현관문을 열고 수색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 옆쪽에 있는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부엌과.. 또 작은 방문이 있다.
그 문을 천천히 열었다.
깜깜한 방안..

이크!!!...........

사람이 한명 누워서 자고 있다..
어둠이 눈에 익자.. 그 형체가 보인다.
긴머릿결.. 봉긋한 가슴..
젊은 여자다..

마치 눕혀놓은 마네킹처럼 바른자세로 꼼짝도 않고 누워있다.
자는건지 그냥 누워만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숨고보자..
조심스레 기어들어와 방문을 닫아버렸다.

그때였다.
이 마네킹이 벌떡 일어나더니 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러더니 머리맡의 스탠드조명등을 킨다.

허억!!!.......

하얀얼굴.. 산발한 긴 생머리..에 나시티..
눈에 초점이 없다.

"누구??? 엄마??...."
".................."

분명 나를 바라보고 있는듯 한데.. 사람을 못알아 보다니...
이런!!!...이 기집애.. 장님이구나!!...

"엄마 아냐???... 누구지??...."
".................."

이 기집애가 내쪽으로 기어온다.
산발한 머리... 하얀얼굴에 초점없는 눈동자...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나시티안의 깊게 패인 가슴골은 왠지.. 지금 이상황에서도 눈에 무진장 거스른다.

이 기집애가 가늘고 길다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만진다.
눈..코...입...얼굴...턱... 그렇게 더듬거리다가 순간 흠칫!! 놀래며 뒤로 물러난다.

"누...누구세요!!....."
"저...제발 저좀 살려주세요... 부탁입니다.."

"누구시냐니까요???......"
"지금.. 나쁜놈들에게 쫒기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발 저좀 숨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나쁜놈들이요????....."
"네... 잠깐만 여기 숨어있게 해주십시오... 제발이요... 네???...."

그때였다.

[쾅쾅쾅...!!...]
"계십니까...??......"

씨바..... 큰일이다...

경찰들이 이집을 수색하려나 보다..

[쾅쾅쾅.......]
"여기 아무도 안계세요????...."
"누구요...."

이윽고 왠 나이든 여자목소리가 들린다.

"네.. 경찰입니다.. 이 근처에서 범인을 놓쳐서 그러는데.. 잠시 들어가봐도 좋겠습니까??..."
"뭐.. 범인이요???.... 우리집에는 아무도 안온거 같은데... 들어와 보세요.."

내앞... 초점없는 이 기집애가 문밖에서 경찰이 범인을 찾는단 말에...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윽고 집안으로 경찰들이 들어온듯 하다.
이 기집애와 내가 있는방의 부엌쪽 바깥의 문도 두들겨 댄다.

[똑똑똑.....]

"안에 계십니까?????....."
"영아야.. 안에 있냐??? 애미다... 잠깐 문 좀 열어봐...."

이 기집애가 어쩔줄 몰라한다.
이 기집애의 손을 덥썩 잡았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제발..."
"흐음..... 알...알았어여....저.. 옷장속에... 어..어서 숨어요..."

말이끝나기가 무섭게 이 기집애가 누워있던 발치의 옷장속으로 숨어버렸다.
이 기집애가 스탠드의 조명을 꺼버리고.. 문쪽으로 걸어간다.

방문을 열고 부엌으로 나가며 바깥의 경찰에게 대답을 한다.

"네... 나가요오..."

[철커덕..]

"아니.. 왜 문을 걸어잠그고 그래??..."
"으응.. 그냥 방금전... 여기...부엌에서 볼일 좀 보느라고....."
"실례합니다.. 혹시 무슨 소리가 들렸거나 수상한 사람을....??...하하..죄송합니다.."

"여긴.. 내 딸래미 혼자 있는 방인데요.. 보시다시피.. 몸이 좀 불편한 애라..."
"흐음........글쎄.. 잘 모르겠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자자..!!.. 이 옆집으로 이동하지??...."

경찰들이 철수하는듯 하다..
부엌쪽에서 이방의 기집애와 건넌방에서 온 이기집애의 엄마와의 대답이 한창이다.

"여기 근처에 아주아주 훙악스런 범인이 도망쳤다니까.. 문 잘 걸어잠그고 자.. 아니면
건너와서 애미랑 같이 자던지..."
"아냐..엄마.. 괜찮아.. 문 걸고 자면 되지.. 머..."

"그래.. 영아야 잘 자라..."
"응......."

이윽고 문이 잠기고 방문이 열리고 이 기집애가 들어온다.
슬쩍 옷장에서 방으로 나왔다..

이 기집애가 더듬거리며 내 앞에 앉더니 스탠드를 켠다.
이제 이십대 중후반인듯한 나이..
하얀피부의 청초한 얼굴의 빼어난 미모......
어쩌다가 장님이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초점없는 두눈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솔직히.. 스탠드켜는건 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보시는것 처럼이요.."
"네......"

"아저씨...방금 밖에서 경찰들이 찾는 사람이 아저씨 맞아요??..."
"..네.......하지만..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어서 그런거에요....저..흉악범이나 그런 사람 아니
에요.....-_-.."

"하여간... 바깥이 조용해 지면.. 나가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영아]라는 이 장님 기집애가 자기 자리로 가서 차마 누워있지는 못하고 벽에 기댄채 내쪽을 응시
하고 있다.

그러더니 나에게 말을 건다.

"저.. 아저씨.."
"네..."

"아까.. 저한테 고맙다고 말씀 하셨지요??.."
"아..네...."

"그럼.. 간단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네.. 그럴께요..."

이 기집애가 느닷없이 나에게 부탁을 하더니 머리맡의 작고 오래된 장식장의 서랍속에서
편지같은걸 꺼낸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연다.

"저... 이거좀.. 읽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영아]라는 장님 기집애가 조심스레 건넨 것은 한눈에 봐도 청첩장이었다.

"어..?? 이거 청첩장이네요..."
"......!!!!......."

"자.. 읽을께요.. 흐음.... 모시는글.. 최대식님의 장남 최현수군과 윤현석님의 장녀 윤은지양의 결혼식에
귀하를 초대합니다....바쁘신 와중에.................
장소 엔젤웨딩홀.. 시간.. 2007년 5월17일 오후2시...."
"흑흑...........흑흑흑......"

청첩장을 읽어내려가자 이 기집애가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분명 무언가 사연이 있어보인다.

"벌써.. 1년하고도 몇달이 지난 청첩장이네요..."
"흑흑...으흑흑......................"

산발한 긴 생머리..
그 머리칼이 눈물에 젖어 하얀 얼굴에 붙어있다.
이 울먹이는 묘령의 여인네의 나시속.. 깊게 패인 가슴골... 숨이 막히듯 더운 여름밤...

이거... 오늘 정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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