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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채팅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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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30회 작성일 20-01-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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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두근거리는 심정보다는 가족이나 선생님의 알몸을 봐버린 느낌이었다. 하릴없는 죄의식에 캠을 끄고서도 마음이 좋지 못해서 옷을 벗고서 욕실로 들어가 타일의 물때를 닦았다. 세제와 함께 일어난 거품이 씻겨 내려가는 것처럼 죄의식도 그렇게 되길 바랐지만, 그렇게 되질 못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흥분 때문에 오히려 자지가 터질 듯 발기해서 아플 정도였다.
배에 바짝 붙은 자지를 보며 허리 아래의 생명은 제 맘대로 할 수 없다는 옛이야기가 생각났지만, 애써 잊기 위해 이번엔 자전거를 타고 밤거리를 쏘다녔다. 확실히 날이 추워진 것이 불꽃처럼 일어났던 발기도 가을 밤공기에 쪼그라들었고, 쓰레기 봉투 10리터 5개묶음을 사오는 것으로 찝찝했던 감정의 껍질들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왔더니, 동생인 선정이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조카인 소윤이가 드디어 말을 하게 됐다는 것을 자랑하러 걸었다고 해서 무지 기분이 좋아졌다. 나이가 들만큼 들었지만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한 난, 적어도 소윤이에 대한 이야기라면 부모 다음으로 가장 먼저 알아야 한다고 내내 주장해 왔었고, 녀석도 시원하게 큰 눈이며 통통한 팔다리가 날 쏙 뺐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내 일방적인 주장이긴 하다.

쏘다녔더니 피곤했다. 동생에게 말을 하는 동영상을 찍어서 싸이에 올리라는 협박을 하고서는 잠이 들었다.

요즘 들어 꿈을 잘 꾸지 않는다. 늙어 그런 건지, 아니면 몸이 피곤해 그러는건지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자기 전까지만 해도 너무 강렬한 자극 때문에 아줌마가 꿈에 나오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었지만 다행히 꿈을 꾸진 않았다.
가게에 나가봐야 한다. 요즘 내가 하는 장사는 아는 동생녀석과 하는 이벤트 주점이다. 뭐, 쉽게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은 무슨 일이라도 한다는 모토로 만든 술집인데, 토요일은 쉰다. 동생녀석이 제7일 안식교기 때문이다.

출근했더니 녀석이 먼저 가게에 도착했는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좌석이라고 해봐야 테이블이 겨우 8개니 별로 청소할 것도 없다. 녀석은 날보더니 꾸벅 인사를 하고는 무심히 오디오를 켜서 좋아죽는 산다라박의 in or out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너 그거 다 알아듣고는 부르는 거냐?"
"따갈로그어라서 뜻은 모르는데, 자꾸 듣다보니 음은 다 외워서 따라 부르기만 하는데요."
"징하다. 언제 돈을 좀 쏴서 싼다라 박 이미테이션 가수라도 한 번 부르던가 해야지."
"형! 싼다라가 아니고 산다라요. 다라라고 부르던가."
"알았다. 자식아. 누가 보면 산다라게 네 엄만줄 알겠다."
"형은 어떻게 그런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요."
"그게 무슨 부끄러운 이야기야?"
"내가 그럼 산다라 박 거기에서 태어났다는 말이잖아."
"미친놈!"

저렇게 야한 농담을 좋아하는 놈이 어떻게 신실한 종교인행세를 하고 있는 건지. 송주녀석을 도와 청소를 마치고, 곧바로 점심장사에 쓸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까놓은 양파를 썰며 송주에게 물었다.
"송주야. 오늘 이벤트가 뭐지?"
"아. 로또 데이인데요. 이제 약발 좀 떨어지지 않았어요?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더블로또 데이로 하지 뭐. 2천 원씩 걷자."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왜 없어. 로또 데이엔 이거 하려고 오는 놈들도 좀 있잖아. 아직은 괜찮아."

로또 데이는 일요일 저녁 만석일 때 하는 이벤트인데, 고객의 돈을 천 원씩 걷어서 한명에게 몰아주는 것이다. 꽉 찰 땐 4만 원 정도까지 모일 때도 있어서 고냥 하루 술값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인기가 많다. 청소를 마쳤더니 배가 쌀쌀해져서 화장실에 들어가 앉았는데, 배가 부글거리기만 할 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하긴 어제부터 뭘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뭘 좀 챙겨먹긴 해야 하는데.

"장송주, 뭐 먹을래?"
"어제 남은 양념불고기거리 해치워야죠."
"그래야겠지. 내가 차릴게. 밖에서 뭐하냐?"
"입간판 세워요."
"알았다."

박효신의 굵직한 목소리가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밥을 먹고 또 똑같은 일상을 살아야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내 스스로에게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뭔가 전환점이 필요하다. 정말로.

가게는 하루 종일 바빴다. 송주 녀석을 먼저 보내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내다놓고 들어왔더니 저녁 11시 반이 넘었다. 감기가 오려는지 온 몸이 욱신거렸다. 곧바로 자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몸만 피곤할 뿐, 정신이 맑았다. 배가 고파서 뭘 먹을까 하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노트북을 켰다. 마음속으로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소리를 지르면서 무언가에 이끌리듯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거짓말처럼 난 아줌마를 찾았다. 하지만, 아줌마는 없었다. 아마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이니 접속을 할 수 없는 듯 했다. 알 수 없는 상실감에 기분이 나빠졌다. 다른 여자들이 계속해서 쪽지를 날렸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화상채팅을 종료하고 컴퓨터를 껐다. 강렬한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난 혀를 날름거리는 아줌마의 얼굴을 상상하며 자위를 했다. 기분은 더러웠지만 강렬한 자극은 여전했다. 속이 탔다.

깨자마자 산책을 가기 위해 물통을 들고 근처의 약수터로 향했다. 생수가 비싸서 그런 것도 있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살이 금방 붙는 스타일이라 건강을 위하는 것이 더 컸다. 서리가 내린 것인지 풀들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운동을 하는 양반들로 가득했는데, 나무에 등을 치는 아줌마들도 몇 몇이 보였다.
물을 뜨고 돌아가는 길인데, 커피를 팔던 아줌마가 눈치를 보더니 풀숲으로 급하게 자리를 옮기는 것이 눈에 띄었다. 뭔가 떠오르는 영상이 있었다. 난 몰래 그녀를 따라갔다. 약수터에는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약수터의 거의 초입에 있어서 그 곳까지 다녀오려면 너무 자리를 오래 비워야 하기 때문에 아마도 근처에서 일을 보려는 것 같았다.
그녀는 꽤 먼 거리를 걸었다. 등산로가 아닌 계곡쪽으로 향하더니 이내 후미진 곳을 찾아 바지를 내렸다. 하얀 달이 뜬 것 같았다. 달 사이로 검은 계곡이 진하게 보였다. 다가가려다 문득 내가 왜 그 여자의 뒤를 밟은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이든 여자에게 끌리는 건가. 아니면 단순히 금기를 행하는 것에 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쉬 소리가 좀 나더니 곧 뒷수습을 하고서는 일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난 그 앞에 섰다. 아줌마가 눈에 띄게 당황해서 얼굴이 벌개졌다.
"왜 이래요."
"아니에요. 뭐. 시원하셨어요?"

아줌마는 나를 툭 치더니 황급히 자리를 떴다. 고양되는 기분이었다. 발기가 돼서 청바지에 꽉 끼는 기분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일곱 시가 좀 지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물을 냉장고에 넣고는 시원하게 아침배변을 마쳤다. 모든 것이 준비됐다. 아줌마는 아마 9시쯤이면 들어올 것이다.
뭐를 바라는 것인지 이제는 명확했다. 뭐가 나쁜가. 그래, 마음 편하게 생각하자. 한 번쯤 빨아달라고 하는 거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채팅싸이트에 접속했다. 있었다.

아줌마는 날 기억하고 있었다.

아줌마 : 어젠 왜 도망갔어?
나 : 잠깐만요 캠 좀 켤게요.
아줌마 : 어젠 안 된다더니.
나 : 아줌마 저예요. 도망가지 마요. 나 어제 사진도 다 찍어놨거든요.
아줌마 : 비밀로 해줘. 안 돼.
나 : 정식인 알아요?
아줌마 : 왜 이래.
나 : 좀 만나요. 갤러리아 타임월드 앞에서 기다릴게요. 두시간 후에 봐요.
아줌마 : 알았어.

마음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쁜 남자라는 것. 묘한 흥분을 준다. 이렇게 누군가를 강압적으로 대해 본 적이 없는데. 뭘하자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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