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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穴[혈] - 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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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81회 작성일 20-01-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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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일본년은 대답도 않고 경계하는 눈빛이다.
갑자기 이 일본년을 [윤선생]네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의 그 싸늘한 시선과 경멸하듯 나를 쳐다보던 표정이
기억난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저년의 꼴은 과히 우스울 정도이다.
그 날 나보고 [빠가야로]라고 했겠다???..풋...

"씨발...."

김치에 쇠주를 들이킨다.
[쭈욱~ 캬아....] [탁]!!

아홉시 뉴스가 한창이다..

그놈의 정치판얘기 경제얘기다.
지겹다.
채널을 돌려본다.

"에이.. 씨발.. 볼것도 없네..."
TV를 껐다.

"거.. 요오꼬씨.. 저기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옷은 저 옷장속에 빨아놓은거 있으니까.. 셔츠랑 츄리닝바지랑 갈아입고 자요.."

"저.... 희준상..."
"네..."

"저...테레비와 조또 보면 안되게스므니까???"
"자요..리모콘... 뭐 보려구요???"

"에데느 동쪽 데쓰....."
"체... 씨발.. 드라마는 무슨..이상황에서... 피식......"

어느덧 소주 한병이다.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서먹하고 불편하다.
더군다나.. 한국년도 아니고 일본년이라 더 그렇다.
몇마디 말을 붙혀봐도 대꾸도 없다..

씨부랄..년..
여간 불편함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나가서 자라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차라리 내가 나가서 자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나가 술이나 실컷 퍼마시고 술집년 하나 데리고 외박을 하기로 결심했다.

"나 나갔다 올테니까.. 알아서 잠자요..."
"............."

"배고프면.. 저기 냉장고에 반찬이랑 밥솥에 밥 있으니까.. 참.. 저게 일주일도 더
된건데??? 하여간에 알아서 챙겨 먹고 자요.."
"...저 희준상.....언제 오시므니까???"

"걱정말고 자요.. 왜요?? 뭐 할말 있어요??"
"이이에... "

"뭐 사다줘요???"
"괜찮스므니다..."

"그럼.. 자요.. 문 잠그고..."
"하이..."

"에고...씨발..."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내가 내집에서 잠도 못자고... 지금 뭐하자는 분위기냐..

순간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이년이 여기 어디에다 저장을 해놨는데...
여깄구나...

[띠리리리...]

"여보세요...."
"누구세요??"

"나야.. 한의사 오빠..."
"어???? 오빠....."

"너 왕주사 한방 놔주려고..."
"호호호...오빠.. 좀있음 끝나..."

"너가 일로 올래?? 아님 내가 그리로 갈까??"
"가게 근처 와서 술집잡고 전화줘..."

"알았어..."
"오빠 혼자야?? 나 언니랑 같이 가면 안돼??"

"둘이 올꺼면 오지마..."
"치...알았어...이따봐.."

그래... 씨발.. 오늘은 이렇게 대충 하루 때우자



그날밤...모텔

[퍽..퍽..퍽..퍽..퍽..퍽..퍽..]
"하압..압...하압...옵빠...."

"씨..빨...엇..때...왕..주...사...죽..이..지..응??"

그렇게 오늘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복잡한 심정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내옆에 잠든 다방레지 [희정]이년을 껴앉고 누워있다.

다음날 아침..
"잘가..옵빠..."
"담에 또 연락하면.. 만나자.."

"용돈 고마워..."
[희정]이년이 택시를 잡고 사라진다.

"씨발년........"

나도 택시를 잡는다.

[종필]이 형이 전화로 나머지 말뚝박기 일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내일오전에 우린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신변에 심각한 위협까지 느끼면서까지 이일을 계속 해야 한다는게
이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종필]이 형은 이미 어제 4억을 받았고 오늘오전에 내 통장에 2억을 넣었다고 한다.
왠만하면 밖에 나돌아 다니지말고 [요오꼬]를 돌봐주고 있으라고 한다.
모든게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몇번의 출장으로 여지껏 해온 고생만 한다면 나머지 내몫 7억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집앞에 도착해서 먹을걸 대충 사들고 집에 들어갔다.
[요오꼬]가 안보인다.
물소리다.

주방옆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다.
일부러 기침소리를 내며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화장실 문은 나무문이 아니라 알미늄 문에 불투명 유리이다.
안에 누가 있는지.. 똥을싸는지..샤워를 하는지.. 그 형체를 확인할 정도이다.

샤워중이구나.... 씨발년...

이불을 개놓고 깨끗하게 방청소까지 해놓았다.
내가 어제 먹고 대충 밀어놓은 술상도 정리가 되어있다.
썰렁한 방바닥에는 벗어놓은 하얀면티와 내 츄리닝 바지가 보인다.

[엇!! 팬티와 브라자!!]

"씨발년...큭큭....."

물소리가 그쳤다.
화장실 문을 빼꼼 열더니.. 목소리가 들린다.

"희준상...스미마센.. 옷좀..주시겠스므니까..."
"하이... 그러죠 뭐... 자요..."

"감사하므니다.."

팬티와 브라자를 건네받고 츄리닝바지와 티셔츠를 건네받자 잽싸게 문을 닫아버린다.
잠시후.. 화장기 지워진 얼굴로 머리에 수건을 둘둘 말고 걸어나온다.
자세히 보니 눈썹이 반쪽 밖에 없다.

"풋...... 킥킥..... 하하하...."
"............"

어라???

자세히 보니 반팔 티셔츠의 팔뚝 사이로 거뭇거뭇한게 보인다.

"요오꼬씨.. 문신했어요????"
"하이......"

"와아... 전신문신인가봐요???"
"등쪽에 문신노 있스므니다.."

[요오꼬]에게 먹을거리를 주고 TV를 켰다.
뉴스를 보다보니 짤막한 어제의 내용이 나온다.

"어제 남대문의 한 유흥업소에서 조직간의 패싸움으로 1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
을 입었습니다. 숨진 사람은 40대의 일본관광객입니다. 취재부에 나가 있는...."

이럴수가... 어제 그 칼잡이 야쿠자 한놈이 결국 맞아 뒈졌구나!!!

[요오꼬]가 무척 놀란 표정을 지으며 먹던 삼각김밥을 입에 댄채 덜덜 떨고 있다.
이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며 TV앞으로 다가선다.

"경찰은 숨진 일본인 관광객이 이 업소를 관리하던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된
야쿠자의 조직원으로 보이며 신원이 밝혀지는 대로..."

"흑흑....겐지..오야붕.....흑흑....."
"흑흑흑...고메이와크오 카케떼요.. 혼또-니모시와..케고자이마셍가....흑흑....."

오야붕??..머야?? 이년..이거 야쿠자였어???

"흑흑흑흑........흑흑흑흑...."

뉴스가 끝났는데도 [요오꼬]는 TV앞에서 너무 서럽고 처절하게 울고만 있다.
"씨팔... 도대체가.. 에효... "
"흑흑흑......흑흑흑......"

기댈대도 없이 혼자 우는 일본년이 왠지 측은해..살짝 껴앉아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요오꼬.. 그래도 산사람은 살아야지..어쩌겠어요.. 힘내고 빨리 아침 마저 드세요.."
"흑흑흑....흑흑흑....."

점심을 시켜먹었다.
볶음밥이다.

아침을 먹다 말아서 인지 꾸역꾸역 잘도 먹어댄다.
동그란 눈에 짙은 쌍커플.. 반쪽밖에 없는 우스꽝스런 눈썹

오후에 밖에 함께 나가기로 했다.
동네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요오꼬]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사다 주기로 한것이다.
츄리링 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내 슬리퍼를 질질 끌고 있는 폼이 가관이 아니다.
그렇게 속옷들과 화장품 먹을꺼리들을 잔뜩 사들고 두팔이 빠지도록 무겁게 들고
다시 집으로 왔다. [요오꼬]도 잔뜩 손에 들긴 마찬가지이다.

한국년이나 일본년이나 뭘 사는게 좋긴 하는건지.. 아까보다는 많이 표정이 밝아 보인다.
집으로 오기가 무섭게 속옷을 갈아입고 눈썹 화장부터 해댄다.
하여간에..냄비들이란......

"내가 내일.. [종필]이형이랑 가면 5일정도 집에 못와요.."
"5일이나 걸리므니까???"

"그놈의 쇠말뚝 박는게 쉬운일인지 알아요???"
"그러며는 안하므는 되는거 아니겠스므니까???"

"씨팔.. 누군 하고 싶어서 하나요?? 그놈의 돈 때문에 하는거지..."
"......."

"이따 저녁때 [종필]이형이 요오꼬상꺼 핸드폰 하나 가지고 오기로 했으니까요..
우리가 없더라도.. 종종 그쪽 연락해서 상황해서 움직이세요.."
"하이...감사하므니다.."

"그리고 밖에는 절대 나가지 말래요.. 아직은요.."
"하이..알게스므니다.."


초저녁에 [종필]이형이 잔뜩 술을 가지고 들어왔다.
술상을 차려놓고 쇠주가 한창이다.

"어이!!요오꼬!! 일루와서 한잔해..."
"하이.."
[요오꼬]는 대답만 하고 방구석에 기댄채 연신 새 핸드폰을 눌러보기만 바쁘다.

"어제는 잘 잤냐??"
"몰라..난 나가서 잤어.."

"미친새끼가..나가지 말라니까....."
"근데.. 도대체 어떻게 되는거야?? 말좀해봐..."

"낸들아냐??? [윤선생]도 지금 잠수야.. 전화통화밖에 못해..."
"그 씨발노인네.. 전화번호좀 가르쳐 줘바바...."

"이새끼가..진짜..."
"형...이거 이러다가 우리 잡혀 뒈지는거 아냐??"

"걱정마.. 잘 될꺼야.."
"에이....주욱... 탁!!!"

"그나저나 너 어제 어디서 잤냐???"
"풋... 저번에 그 레지년들 있잖아..왜..."

"하하... 미친놈..."
"돈10만원 주고.. 한빠구리 한거지..머...."

"하하하...개새끼..."
"햐.. 고년 죽이데...물건이 꽉 물어주는데..."

"흐음...."

언제왔는지 [요오꼬]가 내 옆에 앉는다.

"자..요오꼬상.. 한잔하고 힘내.... 잘 될꺼야.."
"감사 하므니다..."

"야...요오꼬씨도 술 잘 마시네요..."
"희준상.. 한잔 받으십시오.."

"야.. 한국 술문화도 아네??? 줘봐요.."

그렇게 셋이서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요오꼬]는 술이 약한지 한병정도 마시더니 얼굴이 벌개져서 벽에 기대어 있다가
이내 기절한것 처럼 뻗어있다.

"야.. 쟤...왠만하면 건드리지 마라.."
"안건드려.. 걱정마.."

"쟤 알고보니.. 야쿠자 간부급에다가 동경지부인지..어디 총댓빵 깔따구정도
된다 그러더라..씨발..."
"어쩐지... 등짝에 문신도 있는거 같기도 하고.. 어제 뒈진놈 소식듣고 울고불고..
검은색 정장차림도 그렇고.."

"하여간에.. 내일 지리산가서 마저 하나 박고 곧바로 치악산이니까.. 거기서 3개만
더 박으면 다음에는 단양만 가면 돼..."
"아예.. 서울로 오지말고.. 치악산꺼 끝나면 바로 그냥 단양으로 가지??"

"힘들어서 되겠냐??? 며칠 쉬어야지..."
"빨리 끝내라고 한다며??? 빨리 끝내고 빨리 잔금 받고 그러자.. 불안해..형..."

"생각좀 해보고...나 간다..."
"그래...조심히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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