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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穴[혈] - 1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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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703회 작성일 20-01-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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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소백산 국립공원]
이윽고 충북 단양의 우리의 최종 목표지에 도달했다.

깎아지는 산세를 향해 등산로를 걷기 시작한다.
아까부터 [종필]이형과 나는 서로 아무말이 없이 걷기만 한다.

도솔봉 1300m 백두대간의 지류에 속하는 이곳에 11번의 말뚝과
12번의 말뚝을 박음으로써 우리의 모든 임무는 끝이난다.

민족의 정기를 차단하고 그 중요한 혈에 무식한 일본놈들의 쇠말뚝질이라니..

갑자기 등반하던 발길이 멈춰졌다.
[종필]이 형이 멈추고 뒤들 돌아본다.

"희준아.. 뭐해???"
"형... 우리 이러지 말고.. 3억씩은 받은거니까.. 그냥 도망가자..."

"너 아까 마음 굳혔다고 했잖아??"
"모르겠어... 씨발.... 분명히 우리는 못된 짓을 하는거 맞잖아..."

"아니라니까.. 확실히 모르는거야.. 윤선생 말이 맞는지 누가 알겠냐???"
"요오꼬에게 들었어...확실하게... 야쿠쟈놈들이 시킨거 맞대...."

"너가 안하면 나 혼자라도 할꺼야..."
".......형......"

"장비하고 사진들.. 지도랑.. 니가 가지고 있는거 다 내놔..."
"......형......"

"너랑 나랑 쌩고생하면서 손에 물집잡히고 굳은살 배기면서 여기까지 왔어..
이제와서 뭘 어쩔려고 그래??? 니말이 맞다고 쳐!! 좃도 중요한 혈자리에다
우리가 몹쓸짓 한거야..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2개 안박는다고 그전에 저질러놓은 짓..
그게 없어지는것도 아니잖아???"
"...씨발......."

그렇게 말다툼을 벌이다가도 다시 갈길을 향하고 있다.
등산로를 벗어나 GPS좌표계를 따라 험준한 골짜기를 지나고 바위를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험준한 산행길임에는 틀림없다.
나와 [종필]이 형의 무거운 심정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나 보다.
7시간에 걸친 사투끝에 목적지에 다다른다.

이제는 준전문가가 되어서인지..
목적지에 다다라 주변의 산세를 한번 주욱.. 훑어보고 대충 말뚝박는 곳의 위치를
어림잡고 그곳에 가보면 여지없이 사진과 같은 장소를 찾게 되었다.
11번과 12번의 장소는 불과 100M 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앞으로 서너시간이면 2개의 말뚝박기를 끝내고 모든 임무가 완성되고야 만다.

"꽉 잡어..."
"응...."

[쩡!!!......쩡!!!......쩡!!!......쩡!!!......쩡!!!......쩡!!!......]

깊은 산골짜기로 쇠말뚝을 꽂아 넣는 울림이 메아리쳐 되돌아 온다.

[쩡!!!......쩡!!!......쩡!!!......쩡!!!......쩡!!!......쩡!!!......]

그렇게 1시간이 넘는 말뚝질로 11번의 말뚝이 다 박혔다.
12번의 말뚝으로 이동중에 어둠속에서 발을 헛디뎌 10M의 비탈길로 굴러떨어졌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희준아... 괜찮아???"
"어... 나 괜찮어... 올라갈께.."

그때 였다.
자세히 보니 내 앞에 동굴이 보인다.
랜턴을 비쳐보니 입구는 좁지만 안에는 비교적 넓은 공간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동굴입구에서 바람이 불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일대가 석회동굴이 많다보니 이런 자연동굴을 많이 있을것이다.
서둘러 12번의 말뚝장소로 이동했다.

마치 거대한 바위가 이산자락 전체를 힘차게 움켜지고 있는 형상이다.
빨간색 락커포인트.. 검은색 천에 둘러쌓인 마지막 말뚝..
어둠속에서 디카의 후레시가 번쩍 거린다.

[종필]이 형과 나는 아무말이 없다.
그냥 하던대로 손발을 맞춰 철사를 임시 고정해서 길다란 쇠말뚝을 지탱하고
위에서 힘차게 오함마를 내리친다.

[콰르르릉]!!!!!!!
순간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번갯불에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번개가 내리꽂히는 곳은 구름위였다.
마치 우리가 구름위에 있는거나 다름이 없다.
번쩍이는 번갯불로 내려다 보이는 지형은 온통 구름뿐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쩡!!!......쩡!!!......쩡!!!......쩡!!!......쩡!!!......쩡!!!......]

[번쩍...]
[콰르르릉!!!!]
[쏴아아.....]

제법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번쩍...]
[콰르르릉!!!!]

"흑흑흑.... 씨발... 형......."

[쩡!!!......쩡!!!......쩡!!!......쩡!!!......쩡!!!......쩡!!!......]

나의 울먹임에 [종필]이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오함마 질이다.

[쩡!!!......쩡!!!......쩡!!!......쩡!!!......쩡!!!......쩡!!!......]

거센 장대비의 빗줄기 속에 또한번의 번개가 내리치는게 보인다.
이번에는 거대한 번개이다.
[번쩍...]
[콰르르릉!!!!!!!!!!!!]

눈을 감았다.
이럴수가!!!!!!!!!!

너무나 일순간...강한 번개불의 잔상이 감고 있는 내눈에 강하게...남겨진다.
그것은 용이었다....
번개불과 용의 잔상... 뇌룡?????.......

"형.... 흑흑흑.... 형....!!!!!... 우리 제발 그만하자.....흑흑....."

[쩡!!!......쩡!!!......쩡!!!......쩡!!!......쩡!!!......쩡!!!......]

"씨발... 새끼야.. 하기싫음 하지마... 여지껏 고생한거 아까워서라도 나는
끝장을 볼꺼야...."
"흑흑.... 형......"

"퉤!! 퉤!! 씨발...."
[쩡!!!......쩡!!!......쩡!!!......쩡!!!......쩡!!!......쩡!!!......]


[종필]이형이 기진맥진 하여 뒤로 주저앉는다.
천천히 다가간다.
떨리는 손을 뻗어 오함마를 움켜잡는다.

"흑흑흑.......이.....씨발....!!!"

[쩡!!!......쩡!!!......쩡!!!......쩡!!!......쩡!!!......쩡!!!......]

[쩡!!!......쩡!!!......쩡!!!......쩡!!!......쩡!!!......쩡!!!......]

[번쩍...]
[콰르르릉!!!!!!!!!!!!]

"흑흑흑.......이.....좃또!! 씨팔...흑흑...."

[쩡!!!......쩡!!!......쩡!!!......쩡!!!......쩡!!!......쩡!!!......]

[번쩍...]
[콰르르릉!!!!!!!!!!!!]

쇠말뚝이 다 박혔다.
중간까지 잘 안들어가다.. 그 다음부터는 쑥쑥.. 들어가버린것이다..!!!

갑자기 궂은 날씨가 조용해 진다.
산을 뒤덮었던 안개와 구름이 걷혀간다.
비가 멈추었다.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입에 문다.
라이터가 젖은 손으로 잘 안켜지자 옆에서 [종필]이 형이 지프라이터불을 담배에
대준다.

둘이 아무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기가 느껴진다.

내가 내쉬고 있는게 입김인지.. 담배 연기인지 당최 모르겠다.
장비를 챙긴다.
등산로를 찾아 다시 기어올라간다.

"희준아... 별일 없을꺼야...."
"씨발.....그래.... 대신......형..."

"응... 말해...."
"나중에 진짜 이일로.. 우리나라에 무슨일 있으면.. 이거 다시뽑자...나랑.."

"하하.. 새끼.. 그래 임마..."
"진짜.. 약속해줄수 있지??"

"그래.. 그건 확실히 내가 약속할께.. 어차피 위치 아는 사람 너랑 나밖에 없잖아.."
"....빨리 내려가서 푹 자고.. 내일 서울 올라가자.."

컴컴한 어둠속에 우리의 랜턴빛만 비쳐질 뿐이었다.
그때 였다..

[타앙]!!!!

"깜짝이야... 씨발.. 이게 뭔소리야???"
"........으...으...."

"형!!... 종필이형!!!!"
랜턴을 비쳐보니... 종필이형의 머리가 피범범이다...
[종필]이형이 그대로 쓰러져 버린다.

"으악!!! 형!!!! 씨발....!! 야이 개새끼들아!!! 여기 사람이야...사람이라고!!!"

어둠속에서 두명의 형체가 내 앞에 나타났다.

[철컥]!!!

한 녀석이 긴 라이플에 총알을 집어넣는다.
나머지 한녀석이 번뜩이는 대검을 꺼내들더니 내 얼굴에
후레시불을 비쳐댄다.

"지도 내놔....."
"누...누구요!!! 당신들....."

"지도 내놓으라니까????"
"무...무슨 지도 말하는거에요?????"

"니네들이 쳐박은 말뚝.... 위치... 그거 다 내놔..."
"무...무슨 말이에요??? 지금...."

"우리가 그동안 니네 쥐새끼 두놈 잡으러 이산 저산 얼마나 해매고 다녔는지
모르지???"
"당신들... 누..누구세요??"

"후후... 민족정기를 치료하겠다????? 그딴건 다 개소리야..그냥 지금 이정도
살고 있는것도 감지덕지 생각해야 할것이지... 이..더러운..조센징 새끼들....."
조센징???

"다...당신들... 누..누가 보낸거야???? 윤선생... 그새끼가..시킨거야??"
"그딴거 알꺼없고... 지도나 내놔....."

"씨이발... 좃빠지게.. 부려먹고.. 이제와서.. 죽어버리라고????"
"조센징 새끼들....."

뒤로 물러서며 흙을 움켜쥐었다.
[종필]이형은 즉사를 해버린게 분명하다.
칼을 든 녀석이 점점 내 앞으로 온다.
뒤에서 라이플을 장전한 놈이 담배를 입에 하나 문다.
이때다..

흙을 내 앞에 있는 놈의 면상에다 뿌렸다.
"윽!!!!!!!이 쥐새끼가...!!"

존나게 뛰어 내려갔다.

"저새끼...죽여!!!!"

[타앙]!!!!!

풀숲을 헤집고 계속 달아나고 있다.
랜턴을 킬 수가 없자 넘어지고 뒹굴고를 반복한다.

[타앙]!!!!

뒤에서는 계속 총질이다.

그래... 아까.. 그 동굴.... 거기로 가야겠다...
구름이 겆힌 밤하늘에 어슴푸레한 달빛이 그나마 앞길을 밝혀준다.

[타앙]!!!!

"허걱!!!!"
순간 엄청난 힘이 뒤에서 가해졌다는게 느껴지며... 그 엄청난 힘에 의해
내몸이 붕떠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철푸덕]!!!!

땅바닥에 쓰러져 있다.
총을 맞은 것이다.
손이 움직여진다. 몸이 움직여진다. 죽지 않은 것이다.!!
다시 일어나서 내달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더

[타앙]!!!!

[타앙]!!!!

비탈길로 쓰러져간다.
거의 구르다시피 내려왔다.

동굴이 보인다.
엉금엉금... 기어 들어갔다.

한참을 더 기어들어갔다.
깜깜함에 앞이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도 계속 기어들어갔다.

"흐으윽....."

이제야 총이 나의 왼쪽 어깨에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까부터 무겁기만 한 느낌의 왼팔에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다.

"흐으읍......"

그렇게 기진맥진한채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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