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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참아 - 단편

작성일 20-01-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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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익명 조회 55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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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참아


"오~의사선생님 땡큐우~"

"네 수고하셨어요."

"에이~수고는 유진이가 했지~"


나는 주아 누나의 애교섞인 콧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었고, 그녀에게 주사한 주사기를 모아서 한곳에 버렸다.

한 주, 두 주 지나면서, 나는 곧 이 골목에 있는 대부분의 아가씨들의 이름을 다 외울수 있었고, 일주일에 한번씩 그녀들에게 영양제를 놔주는 아르바이트가 계속되었다.

그닥 어려운것은 없었다. 아무리 내가 의대출신이 아니라 해도, 주사놓는것 정도야 보건의료쪽을 공부한 자라면 쉽게 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업소를 관리하는 이모라는 사람이 오는 날에는 출근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행동강령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여자랑 말을 잘 못하는 나지만, 이 가게에 있는 대부분의 여자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질수 있었다. 가장 큰 언니라할 수있는 승미누나가 중재해준 탓에, 내가 처음 왔을때 내게 팔짱

꼈던 도희누나와, 지금 내게 주사를 맞고 간, 나보다 한살 많은 업소의 막내 주아누나, 항상 색기가 넘치는 나영누나, 나를 보면 항상 야한 농담을 하는 지희누나까지....모두 가명

이겠지만 단연컨데 내 생애 이렇게 많은 여자들을 알고 지낸적은 처음이라 할수 있었다.


"유진아~"


나는 낮익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노출이 많은 분홍색원피스를 입은 승미누나가 어느새 화장을 마치고 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이 아르바이트가 행복한 이유는 내 앞에 있는 그녀 때문이었다.


"곧 손님들 오니까...잠깐 주방에 있을래?"

"아...응.."


몇 주 지나서는, 이제 제법 승미누나와 말을 틀수있는 사이까지 발전할수 있었다. 하지만 늘상 씁쓸한것은 손님이 한창 올 야심한 시각에는 주방에 쳐박혀 있어야 한다는거다.

아무렴 어떠랴. 여긴 누나들의 방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니까...그녀들의 영업을 방해할수는 없는 것이다.


우와...다..다먹었잖아.


아까 내가 해놓은 제육볶음이 정말 찌꺼기하나 없이 싹 비워져 있는 모습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겉보기에는 몸매가 완벽한 누나들이라, 왠지 소식할것 같았는데 그런 내 생각은 일

찌감치 수정된지 오래였다.

다른 가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 가게에 있는 누나들은 모두 성격이 시원시원한 편이었고 내가 해준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어주었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쉴새없이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이렇게 자주자주 누나를 볼수 있으니, 기쁘지 않을리가 없다.

하지만 왜일까.오늘따라 유난히 야해보이는 누나의 옷차림이 내심 마음에 걸린다.

조금 일하다보니, 나도 나름의 요령이 생겼다. 사실은 지금 집에가도 되는, 그러니까 나는 지금 퇴근해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퇴근할리가 있겠는가.

나중에 야식을 해주어야 한다고 벅벅 우기며 늘상 승미누나가 잘 시간이 될때까지 뻐기곤 했다.

내가 요리를 해주는 비용은 영양주사를 놔주는 비용에서 조금씩 보태어, 누나들이 전달해 주었으니까.


"오빠~이리로 와요~"


누군가의 콧소리와 함께, 주방 앞쪽에 있는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난다. 설거지를 하다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던 나는 금새 그 방이 키가 큰 도희누나의 방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나름 이곳에서 알바가 아닌 알바를 하면서, 이제는 방문소리로 어느방인지 대충 가늠할수 있게 된 것이었다.


"휴우.."


한숨을 쉬던 나는 내 모습에 한심함을 느꼈다. 승미누나의 방이 아니라서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병신...지금 안심한들 그것이 의미가 있단 말인가.

어차피 그녀의 직업은 여러 남자를 상대하는 일이다. 내가 간절히 바란다하더라도, 언젠가 그녀를 찾는 손님이 올것이다.

나같은 녀석이 누나처럼 이쁜 사람과 알고 지내는 것이 가능했던 것처럼, 수중에 돈이 있고, 이 가게를 발견한 사람이라면 누구던지 승미누나를 안을수 있는 것이다.


"아흥!아앙~아응!하앙!"


앞방에서 도희누나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분히 서비스적 마인드가 강한 소리였지만, 지금 도희누나위에 올라타 있는 녀석은 그것이 가식인줄 모르겠지.

나는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유지나아~~"


깊게 한모금 빨아내려던 나는 깜짝 놀라 주방의 문쪽을 바라보았다. 문이 빼꼼히 열리며 머리를 위로 땋아올린 승미누나가 얼굴만 빼꼼히 들이밀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뭐야...놀랐잖아."

"풉...귀엽기는."


나는 약간 새침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그것이 뭐가 귀엽다는 건지 승미누나는 쿡쿡 거리며 웃어대었다. 나는 뒤쪽에 있는 의자를 하나 끌어내어 누나에게 주었고, 우리는 옆으로 길

게 되어있는 주방의 구조탓에 서로 마주보며 앉는 형상이 되었다.


"근데 갑자기 왜 왔어? 배고파? 뭐라도 해줄까?"

"이게 누나를 무슨 돼지로 아나....장사가 안되서 온거야 바보야."

"아...그렇구나"


관심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나는 속으로 내심 웃고 있었다. 누나는 몇시간을 서있었더니 다리가 아프다며 자신의 작은 손으로 종아리를 툭툭 두드리며 불평했다.

날씨도 춥고, 평일이다보니 손님이 영 오지 않는 다는 말이었다.

난 한참이나 멍하니 어깨선이 드러난 누나의 의상을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가슴부분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홀 복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상하다.

그녀가 입으니까 그것이 싸구려같지가 않다. 그냥 이쁜 승미누나. 이 이상의 수식어는 찾을수 없을거 같다.


"아흑! 아항~ 오빠아아앙~아앙~"


순간 도희누나의 신음소리가 조용해진 우리 둘의 귓가에 똑똑히 들려왔다. 나는 괜시리 헛기침을 했고, 승미누나는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듯 귀를 기울이기 까지 한다.


"도희 진짜 간드러지지 않니?"

"아니..난 뭐.."

"저거 듣기만 해도 흥분되지?"

"아니야!"

"풉...발끈하긴...아니긴 뭘 아니냐?"


승미누나는 앉은상태로 내 중심부를 쓰윽 하고 건드렸다. 나는 깜짝 놀라 누나를 바라보았다.


"뭐..뭐하는거야.."

"아니긴 뭘아냐.이렇게 흥분해 있구만."


그건..단연코 도희누님 때문이 아니었다고 말할수 없었다. 난 단지 누나의 복장을 보다가 이렇게 되어 버렸을 뿐이라고....하지만 꾹 눌러 참았다.

누나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내 바지위를 어루만져 주었으니까.


"우리 유진이..여기서 매번 이렇게 누나들 신음소리 들으면서 참은거야?"

"벼..별로 참거나 하지 않았어. 도희누나가 목소리가 큰거 뿐이야."


내 대답에 그녀는 뭐가 재밌는지 쿡쿡 거리며 웃었다.그러더니 장난스럽게 문쪽으로 다가가 주위를 살폈다.


"뭐하는거야?"

"가만히 있어봐. 알았지?"


나는 이어진 그녀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누나는 앉아있는 나의 바지지퍼를 내려버린 것이다.


"누..누나."

"이건 맨날 수고하니까 주는 상이야."


숨이 덜컥하고 막힌다. 그녀가 만지는 바람에 약간 단단해져 있던 내 자ㅈ가 불쑥하고 튀어나온다. 누나가 사각팬 티앞구멍으로 그것을 끄집어 내었기 때문이었다.


"이녀석! 뭘 이렇게 울고 있는거야."


창피하게도, 내 귀두끝에는 벌써부터 애액이 맺혀 있었다. 누나는 그것을 살며시 쥐더니, 반짝거리는 입술을 살짝 갖다 대었다.


"으윽.."


나도 모르게 의자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누나가 해주는것을 보는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와 손님과 업소종업원 관계가 끝난 이후로 해주

는거 자체가 처음이라 할수 있었다.

쪼옥..쪼옥..츄읍..

그녀는 연신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손으로 고정하며 열심히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얼굴이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누나는 혀를 내밀어 귀두를 핥아주기도 했고, 거이 목젖에 닿을때까지 입을 밀어넣기도 했다. 더이상 참을수 없는 것은,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하얀 가슴이 보일락말락 하며 내 시선

을 잡아 끈다는 점이었다.


"누..누나..."


차라리 그녀와 섹스를 했다면 오래버텼을지도 모르겠다. 뱀처럼 내 기둥을 감아대는 그녀의 혀와 입술때문에, 벌써부터 사정신호가 오고 있었다.

내가 안절부절하는것을 보며, 누나는 아예 내 자ㅈ를 반쯤이나 삼키고는 고개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으윽..."


내 하반신이 팔딱팔딱 뛰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누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내 정액들이 그녀의 입안으로 콸콸 쏟아져 가는것이 나에게도 느껴진다.

한참이나 그녀의 입안에서 꿈틀대는가 싶더니, 이내 한차례 천둥이 쳤던내 머릿속도 진정이 되었다.


"읍..읍.."


누나는 내 자ㅈ에서 입술을 떼더니, 뭐라 말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 휴지를 찾는말인거 같아서 나는 얼른 휴지를 꺼내주었고, 다시금 하얀 정액이 그녀의 입술을 타고

휴지로 떨어져 내린다.


"얼른 정리하고 있어 알았지? 누난 일하러 가볼게."


그녀가 내게 살짝 윙크를 해주더니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지퍼를 다시 올릴생각도 못하며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왜일까. 너무나 행복해야 하는데...내가 좋아하는 누나가 입으로 해주었는데도...행복감속에서 가슴이 저리듯 아픈 이유는....도희누나의 신음소리도 시간이 다되어 끊어져 버려,

나는 너무나 공허한 주방안에서 그렇게 한참이고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그날은 정말 너무나 추운 날이었다.

그녀들에게 줄 영양제를 공수한 나는 발걸음도 가볍게 나의 출근지로 향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 골목에 당당히 들어가도, 사람들의 시선이 겁나지 않는다.

뭐가 창피하단 말인가. 그곳으로 가면, 언제나 밝게 웃어주는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영양제라는거...자주 맞는다고 좋은것은 아니라는거 나도 안다. 때문에 승미누나한테 만큼은 너무 빈번하게 투여하는것은 좋지 않다고 말을 해주기도 했다.

내가 의대생이었다면 더욱더 전문적으로 이야기 해줬을텐데...그렇게 못하는 게 아쉽다.

그렇다고 내가 자처한 그녀들의 의무병겸 취사병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돈벌이가 잘되는것은 언제까지나 둘째 문제다.

여자를 품고 싶어서 사창가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은 그녀들에게 돈을 지불하고도 25분이지나면 다시 남남이 되겠지만, 나는 달랐다.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누나.

그나마 이 약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런 대접을 받을수 있었다. 덧붙여서, 늘 승미의 서방님이라고 불러주는 그 호칭이 싫지 않았다.

왠일인지, 누나역시 전혀 그 말에는 부정을 하지 않았으니까.


"으응?"


입구까지 들어선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인산인해까지는 아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 골목이 사람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아저씨들이 단체로 발정이라도 난 건가? 혼자서 쓸대없는 공상을 하며 쿡쿡 거린다.

몇주가 지나고 나니, 내가 손님이 아니라는것을 왠만한 여자들은 다 알고 있었다. 간혹가다 내 이름을 부르며 정겹게 인사를 해주는 누나도 있었다.

뭐..애석하게도 나와 동갑이거나 나보다 연하인 여자는 없었지만, 역시나 난 그냥 누나라고 부르는게 편했고, 그들역시 나를 친동생처럼 서글서글하게 대해주었다.


"와와~유진이 왔다!"


맨 끝 골목, 내가 출근하는 가게로 오자 도희누나가 장난스럽게 나를 포옹하려는 시늉을 해보인다. 왠일인지, 승미누나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그녀를 찾자, 도희누나는 장난스럽게 내 이마에 뽀뽀를 해보였다.


"으윽..왜그래요."

"짜식 좋으면서!"

"승미 누나는요?"

"지금 바빠. 나빼고 다 손님받고 있어."

"아..."


왜인지 모르지만, 가슴 안구석이 저리다.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좀더 늦게 올걸 하는 후회가 든다.

병신같이...왜 가슴 아파하는 거냐. 그녀의 직업상 어쩔수 없다는거...잘 알면서...


"오늘 왜이렇게 손님이 많은건데요?"

"흠..글쎄? 망년회나 뭐 그런 시즌이기도 하고...연말에는 원래 술많이 먹잖아? 술먹으면 하고 싶을거고."


도희누나는 내 지퍼 부분을 가리키며 쿡쿡 거린다. 에휴...말을 말자. 더이상 이걸로 얼굴이 빨개질순 없다. 매번 그걸로 놀림 당하니까.


"유진아~ 나 저번에 그거 또 먹고 싶어."

"어떤거요?"

"그..뭐더라....감자를 으깨서 튀긴 그거...바삭바삭한.."

"아..크로켓이요?"

"응응! 그래 그거!"

"알았어요."


크로켓이라...사실 군대 취사병 시절에 배운 요리는 아니다. 양식이라면 싸구려 돈까스정도가 한계인 군대에서 저런것이 보급나올리가 없으니까.

그것은 그냥 내가 짬밥이 되었을때 음식으로 장난치며 전역날짜만 기다릴때 터득한 요리였다.

나는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가, 한쪽 구석에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 가져온 약품은 한쪽 구석에 던져두고는 감자를 꺼내어 깎기 시작했다.

도희누나가 아닌...승미누나가 먹고싶다고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신이 날텐데.

한참이나 감자를 깎던 나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느꼈다. 이상하다. 날씨는 너무너무 추운데...

콘크리트 바닥에서는 끊임없이 한기가 스물스물 올라오는데, 이상스레 내 가슴은 너무 뜨겁다.


그러고보니..


적어도, 내가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 승미누나가 손님을 받는것 때문에 그녀를 보ㅈ 못한것은 처음이었다. 한동안 장사가 안된것도 있지만, 나는 매일 여기에 출근하는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니, 주방에 바로 옆방이 승미누나의 방이 아닌가.

나는 깎던 감자를 다시 물통에 넣어 버리고는 바지 앞섬에 손을 슥슥 하고 닦아 내었다.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도 내 손길은 이미 주방문의 손잡이를 당기고 있었다.


잠깐....정도면 괜찮겠지..


순간적인 충동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를 향한 소유욕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승미누나 방문에 내귀를 갔다 데고 말았다.


"아흑...아흥~~아아앙~~"

"야..좋냐? 응?헉...헉.."


다리에 힘이 풀릴것만 같다. 방안에서는 승미누나의 신음소리와, 거친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같이 섞여서 들려오고 있었다.


"오빠...너무 세게 하지마...아퍼..아흥~"

"아우..씨발 죽겠네....야...엉덩이좀 더 돌려봐.응?"


문득 손바닥이 찌릿해서 내려다보니, 내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 들어 찢어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너무 세게 쥐어버린 탓이었다.


화내면 안돼...화내면..


하지만 마인드 컨트롤이라는건 쉽지 않았다. 마른 장작에 불을 지핀 것처럼, 내 가슴에서 질투심이 미친듯이 불타올랐다.

당장이라도 방으로 쳐 들어가서 승미누나위에 올라타 있는 저 녀석을 끄집어 내리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 없다.

분하게도...승미누나에겐 이것이 생업을 위한 하나의 노동인것이다. 내가 그렇게 방해를 해버린다면 그녀는 오늘 하루 수입에 큰 지장을 받게 될것이다.

더불어, 나는 이곳에 오는 명분조차 잃고 다시는 그녀의 얼굴을 볼수 없을지도 모른다.

딸칵.

나는 눈물이 날것 같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다시금 주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귀를 막아도, 왠지 모르게 자꾸만 그녀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것만 같다.

병신같이....김유진. 너는 애초에 그녀를 좋아할때, 이런것은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거야?

좋아한다고?

아니었다. 지금 내 감정이 단순히 좋아하는 거라면,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은 아주 싸구려로 과소평가 받는것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친절한 마음씨. 이쁘고 맑은 두눈. 그녀가 숨쉬는 행위 하나하나 까지도, 나는 어느샌가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아이 재수없는 년이!"

"아!알았으니까 그냥 꺼져.아 밥맛없는새끼."

"뭐이 썅년아!"


문득 바깥이 소란스러워, 나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중년남성의 욕설. 그리고 앙칼지게 받아치는 여자의 목소리. 틀림없었다. 승미누나와 그 자식의 목소리였다.


"누나 도대체 무슨일........"


재빨리 문을 열고 나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겨우겨우 옷을 입은 누나와, 풀어해쳐진 와이셔츠를 입은 중년 사내가 아직도 싸우고 있었다.

언제 내려왔는지 그 사이에 도희누나가 중재하듯 가로막았다.


"야이씨발년아! 사장불러! 개 좆같은 년."

"뭐 이새끼야?"


누나는 표독스럽게 중년의 사내를 노려보았고, 그때마다 사내는 누나를 손찌검하려는듯 팔을 치켜올렸다. 가운데서 서있는 도희누나가 없었다면, 육탄전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

다.


"아이참~오빠가 참아~~응? 왜그러는거야?"

"이 씨발년이 무슨 후장도 안대주고 말이야. 썅년이 무슨 금테둘렀냐? 엉?"

"아이참! 오빠 이런데는 애널 안되는거 알잖아...응?"

"아니...안되면 안된다고 말을 하던가 말이야. 씨발년이 재수없게 이야기 하잖아!"


도희누나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었다. 승미누나는 더이상 보기도 싫다는 듯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손이 아프다. 너무나 주먹을 꽉 쥐어서....너무나 아프다.


"아오 내가 진짜 씨발...배운놈이라 참는다. 내가 몸파는 년들 데리고 실랑이 해봤자 내 입이 더러워지지..."

"뭐...?"


승미누나의 표정이 분노로 물들었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조금씩 사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야! 잘먹고 잘살아라 씨발년들아. 평생 몸이나 팔면서 살..."


어찌보면 우발적인 행동이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도희 누나의 앞에 서있는 사내의 면상을 후려갈겨 버린것이다. 배가 산만하게 나온 중년의 사내는 어이쿠!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계단 앞으로 나뒹굴렀다.


"야!너!!!"


뒤에서 만류하는 도희누나와 승미누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더불어...나를 보는 사내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지만, 그딴것은 아무런 상관없었다.

나는 이성을 잃은 사람마냥, 넘어진 사내의 배위로 올라타서는 마구잡이로 주먹을 날렸다.

운동이라고는 구기종목만 취미로 했을 뿐이었지만, 나는 한창때의 청춘이었고, 반대로 사내는 황혼을 바라보는 50대였다.

그는 조그마한 저항도 하지 못했고, 나는 계속해서 주먹을 날려대었다. 왜일까...눈물이 흐른다. 어째서냐...때리는건 난데...왜...앞이 뭉클해질 정도로 눈물이 나는냔 말이다.


"김유진!!!!!!!!!"


뒤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는 승미누나의 음성이 들린다. 그렇게 한참이고 그를 흠씬 두들겨 패버린 나는, 그제서야 주먹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찰싹!

아...왼쪽볼이 시큰하게 쓰라렸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시선을 위로 올렸다. 내 뺨을 때린 사람은 바로 승미누나였다.


"미안해."


바보같이 이런 사과밖에 할 수 없었다. 누나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사늘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너...무슨짓 한건지 알아? 니가 왜 거기서 나때문에 주먹질을 해?"

"미안해...나는...참을수가 없어서..."


아직도 주먹이 시큰거린다. 나를 고소하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쳤던 녀석이지만, 다행히도 그 골목의 뒤를 봐주는 어깨들에게 도희누나가 연락을 한 탓에, 중년의 사내는 찍소리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지만, 가게는 나 때문에 잠시 손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김유진.너..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왜 니가 참지 못하고 그 사람을 때려. 누나한텐 손님인거 몰라?"

"하지만 그 자식이 누나를 모욕했잖아..."

"날 모욕한건 너야."


떨리는 그녀의 눈망울. 나는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심한 충격을 느끼고 할말을 잃어버렸다. 어째서, 어째서란 말인가. 누나는 속 상한듯이 다시 소주잔을 채웠다.

항상 여자 향수냄새가 나는 누나의 방은 이질적인 알콜냄새로 가득차고 말았다.


"그리고...그건 바보같은 짓이었어."

"하지만...하지만.."

"왜!왜 그런거니...나한테.."


목이 메었다. 그녀는 추궁하듯 내게 묻고 있었다. 왜 인지....내 머리는 모르지만 가슴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항상 그녀만을 생각하는 이유.

그녀의 장난기 어린 스킨쉽에도 항상 내가 설레는 이유. 그리고 누나에게 폭언을 일삼은 그 중년에게 이성을 잃고 폭주한 이유.


"누나를...사랑해서..."


나도 모르게...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말을 하면서, 왠지 모르지만 눈물이 솟구친다. 오늘...계속해서 병신같은 모습만 보여주는것 같아 욕이 나온다.


"뭐...?"


승미누나의 눈망울이 흔들린다. 술한잔 먹지 않았지만, 나는 취한듯이 중얼거렸다.


"처음 봤을때부터 지금까지 사랑했으니까. 누나가 다른남자랑 있는게 싫었고, 누나가 다른남자에게 욕먹는게 싫었으니까."


누나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어째서 일까..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그건...있을수 없는 일이야 유진아."

"왜? 어째서?"


나도모르게 발끈해서, 따지듯이 그녀에게 소리질렀다. 누나는 벌써 여섯잔째의 잔을 채우고 있었다. 그녀의 화장은 눈물에 지워져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 내게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눈부시다.


"유진아.세상에는 안되는게 있어. 하면 된다...?이런건 거짓말이야 유진아. 정말 해서는 안되는게 있어. 너랑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말 듣고 싶지 않아."

"유진아. 니가 잠깐..아주 잠깐 충동때문에 날 좋아하는 것처럼 느끼는 걸거야."

"그런거 아니야..나는..."


더이상 목이메어 말을 할수가 없었다. 억울해서가 아니다. 그녀의 침착한 표정이 슬퍼서였다.


"너는 누나...꿈이 뭔줄알아?"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망울이 너무 예뻐서 였을까.


"평범한 직장인에게 시집을 가서, 그 사람 퇴근할때까지 기다리고...예쁜 아이 낳고 사는거야. 남들보다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뒤쳐지지도 않게...그냥 평범하게."

"그렇게 하면 되잖아...그렇게 하면..."


내가 그렇게 해줄수 있었다. 누나만 괜찮다면, 누나만 기다려준다면 나는 얼마든지 그녀를 보듬을수 있었다.

하지만 누나는 또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럴수 없어....여자는...이런곳에서 일한 내 과거를 아는 남자에게 절대 시집갈수 없는거야."

"난 할수 있어! 나는..."

"아니. 그렇게 할수 없어. 니가 할수 있어도...누나가 그럴 용기가 없어."


맥이 탁하고 풀려버렸다. 뭐라고 반박하고 싶은데. 그녀를 설득하고 싶은데 입이 열리지 않는다. 눈가를 아무리 소매로 훔쳐내어도 눈치없이 눈물은 계속해서 흐른다.


"고마워 유진아. 누나를 좋아해 줘서."


화가났다. 그런말을 들으려고 그녀를 사랑한게 아니었다. 가질수 있다는 생각조차 감히 해본적 없다.

그저 멀리서 바라본다 할지라도 그 대상이 승미누나라면 어떻게 되어도 좋았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남자로 느껴지지 않을 내 자신에게 화가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오랜만이네....누가 나를 이렇게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기분을 느끼는거..."


웃는 그녀의 모습이...슬퍼보여서 더욱 싫었다. 무슨말이라도 해야한다. 이렇게 허무하게...고백을 하고 나서의 기회가 날아가게 할수는 없었다.


"나 정말 누나 좋아해. 누나가 필요하다면 여기서 일한 과거 잊을게. 그리고 누나가 조금만 기다려주면 정말 괜찮은 사람이 될...."

"유진아."


그녀의 다소곳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나는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를 바라보는 승미누나의 표정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누나...안아줄래?"


아무런 말이 필요 없었다.

맹세코, 나는 이렇게 일을 하면 누나가 한번쯤 나에게 몸을 허락하겠지 하는 생각은 단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그냥 내게 조금이라도...관심을 갖어 줬으면...하는 바보같은 기대감이 전부였다고 해도 할말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우리는 서로를 강하게 끌어 안았고, 그녀의 침대위로 뒹구는 데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도둑키스는 하면 안된다고 누나에게 혼났던 기억도 잊은채, 나는 그녀의 입술을 강하게

빨았고, 누나역시 내 목에 팔을 감아오며 응대해 주었다.

승미누나 특유의 향기와 술냄새는 묘하게 어우러져, 내 심장박동수를 더욱 재촉하고 있었다.


"흐음.."


나는 급하게, 그녀의 원피스자락을 끌어 내렸다. 입을 맞추는 그 순간에도, 승미누나는 내 바지 벨트를 풀러주었고 티 한장만 입고 있던 나는 손쉽게 알몸이 될수 있었다.


"아흑.."


이런적은 처음이었다. 물론 손님으로써 그녀와 섹스를 했기때문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나는 늘 그녀의 애무만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처럼 내가 그녀의 목에 키스를 하고, 그녀의 속옷을 벗겨내며 몸을 어루만지는 것은 단연코 처음있는 일이었다.


"누나..너무 이뻐.."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칭찬이었다. 그녀의 몸은 정말 이뻤다. 감히 누가 그녀를 보며 이런곳에서 일한 여자라고 상상이나 할수 있을까.

승미누나의 가슴은 너무나 뽀얗고 또 아름다웠다. 한참이나 서로 끙끙댄 탓에, 우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알몸으로 바싹 밀착했다.


"하앙.."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뻤다. 그녀의 은밀한 부위에 입을 맞출수 있다는게 기쁘다. 그리고 그것에 화답하듯, 러브젤 따위를 쓰지 않아도 촉촉하게 젖어드는

그녀를 보니 더욱더.

내가 불쌍해서, 그냥 승미누나가 나에게 서비스를 해주는거라고 생각되도 할말은 없다. 하지만 그딴건 중요치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은, 난 정말로 그녀의 서방님이 될수 있는 것이다. 25분이 지나도 챠임벨은 울리지 않을 것이며, 적어도 지금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이 순간만큼은 상상속에서나 가

능했던 일이 실현되는 것이다.


"아아아..."


나는 조심스럽게, 잔뜩 성이난 내 물건을 손으로 움켜쥐고 그녀에게 진입을 시도했다. 약간 좁은 느낌도 났지만 그녀의 애액을 조금씩 묻히며 진입하니 그닥 어렵지 않았다.

약간 버벅거리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와 나는 하나가 되었다.


"유진아..."


분명...그녀가 무슨말을 하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내 밑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그냥 본능적으로 그녀를 껴안았을 뿐이다.


"하앙..흐응.."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자, 그녀의 신음소리가 똑똑히 귀에 들려왔다. 확실히 달랐다. 손님을 위한, 일때문에 내는 소리와 진짜 그녀가 느끼는 소리는 다르다.

내 착각이라해도 상관없다. 이건 오직 세상에서 나만 느낄수 있는 미묘한 차이일테니까.

찰싹..찰싹.

승미누나와 내 몸이 부딪히며 마찰음을 흩뿌렸다. 어느순간부터인가 미숙했던 나도 그녀와 제법경합을 맞추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 앞에서 매혹적으로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퍼...아앙..."


그녀가 살짝 다리를 올려주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조갯살이 일자로 조여지며 내 자ㅈ에도 그만큼의 쾌감이 더해진다. 군살 하나없는 허벅지와 다리. 이쁘다.

나와 이런행위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흐응..흐응...아앙..아앗.."


나는 꿈을꾸듯 황홀한 표정으로 더욱더 허리에 힘을주기 시작했다. 무언가 차가운 느낌이 들어왔다. 내 손을..그녀가 꼭 잡아준 것이다.

가슴이 아팠다. 항상 그녀의 손은 차가웠으니까. 기회만 된다면, 그녀의 손이 다시 차가워질 틈도 없이 매일매일 내가 녹여줄수 있을텐데.


"아항,...으응.."


그녀의 신음이 거세진다. 여러번 자세를 바꾸던 끝에, 우리는 서로 마주앉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남자가 미숙하면 절대 될수 없는 체위이지만, 누나는 능숙하게 허리를 움직여 원활

히 소통할수 있도록 리드해주었다.


"유진아아...아흥!"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르는것이 왜이렇게 좋을까. 나란 놈도 정말 단단히 바보인 모양이다. 더불어 마주본 탓에 내가슴에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감촉이 너무나 날 미치게 만들었다.


"유진아...아흥..누나는 이제....흐으응..."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누나에게서 나오는 애액이, 내 허벅지를 적실정도로 많아진 것이다. 더불어 내 자ㅈ를 물고있던 그녀의 감촉이 더욱더 세게 조여지기 시작했다.


"으윽..."


콘돔도 착용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와 결합한 채로 그녀의 몸안으로 끊임없이 정액을 쏟아내었다. 몇분이나 했을까? 꽤나 오래한것만 같다.

그녀도 나도,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으니까. 그날 밤. 승미 누나는 나를 꼭 안아주었고, 나는 부드러운 그녀의 살결을 느끼며 너무나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우우우우웅....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땅바닥에 놓여있는 내 청바지 안에서 무언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시하고 더 자고만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한번 눈을 뜬 이상 무시하기엔 너무나 번거로운 소리가 되어버

렸다.


누나는...?


일어나보니 나는 어젯밤 그 모습 그대로, 옷하나 걸치지 않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내 옆에 있었던...아니 있어야 하는 누나가 보이지 않는다.


아...


눈을 비비며 몸을 완전히 일으켜 세운 나는 잠시 멍해져 버렸다. 내 옷가지들은 모두다 곱게 게어져 있었다. 그리고 누나가 누워있던 자리는 조금도 이불이 구겨지지 않은채 깔끔하

게 정리되어 있다.


약국...이었구나..


친구네 아버지가 하시는 바로 그 약국에서 날 찾는 전화였다. 확인을 늦게 해서인지 이미 부재중 전화로 넘어가 버린 뒤였다.


이건...


문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 쪽지가 있음을 발견한 나는 왠지 모르지만 내게 씌여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몸을 일으켜 쪽지를 집어 들었다.




-주정뱅이 유진이에게-


잘잤니? 누나야...승미...

아니, 이제 승미가 아닐수도 있겠다. 나..떠나기로 결심했거든.

너때문이 아니니까 오해하지마 바보야. 난 원래 이번달 말까지만 일하기로 했었어.

그동안 너와 정이 들어서...미리 말을 하지 못했던거 뿐이야. 덧붙여서 며칠만 더 일찍 그만두는거 뿐이고.

오랜만이었어. 누군가가 날 좋아해 준다는 감정.

하지만 그거 아니? 누나가 그걸 받아들이면, 넌 더욱더 힘들어 질꺼야.

그래서 오늘 떠나기로 했어. 니가 눈에 밟혀서 못가기 전에 말이야.

누나를 사랑한다는거...거짓말 아니길 바랄게. 아니 그렇게 믿어.

대신에 유진아.

그걸 다른사람한테 썼으면 좋겠어. 난 니 순수한 그 마음을 받기에는...자격이 없는거 같아.

누나는...이제 다시 공부할거야. 고향에도 가보고, 친구들도 만나보고.

니 덕분에 오히려 홀가분하게 가는거 같다. 그 방에 많은 내 물건들이 있지만, 챙길건 오리인형 하나뿐이더라.

유진아. 다시 만날수 있을지 모르지만, 늘 건강하길 바랄게.

그리고, 내가 없어도 아이들 주사 놔줄거지? 그러리라 믿는다.

그럼...안녕.




앞이 캄캄해져 버린 나는 침대로 주저앉듯 쓰러져 버렸다. 곳곳에...누나의 것으로 보이는 눈물자국과, 그 때문에 번져버린 잉크때문에 가슴은 쥐어짜듯 아파온다.


"어째서...어째서..."


하염없이 눈물이 솟구쳐 흘렀다. 바보같이 그녀가 가는줄도 모르고 자고만 있던 내 자신을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었다.


"흑...흑.."


나는 끊임없이 흐느꼈다. 그녀의 체취가 아직까지 느껴지는 그 침대에서...나는 이불보가 적셔지도록 그렇게 한참이나 울어야 했다.





"유진아..."


옷을 입고 초췌한 얼굴로 힘없이 나갔을때, 나를 보는 도희누나의 안쓰러운 표정이 보였다.

그녀는 평소처럼 장난을 치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내가 승미누나를 사랑하는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것이 도희 누나일 테니까.


"어디로 간거에요? 승미누나는.."

"그건..나도 몰라."

"가르쳐 줘요..제발."


도희는 내가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간혹가다 자신도 답답하다는듯 허공에 한숨을 뿌리기도 한다.


"그냥...원래 살던 곳으로 간다고만 했어. 그 외에는 정말 누나도 몰라."

"원래...살던곳.."


그녀가 강원도 출신이라는것 외에,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왜 한번도 묻지 않았을까. 후회해도 버스는 떠난 후였다.


"그럼...누나. 승미누나의 본명이 뭐에요? 그거라도 알려줘요."

"유진아. 그냥..잊으면 안돼? 넌 아직 어리잖아. 승미는 갔고."

"부탁이에요..제발.."


누군가에게 이렇게 간절하게 부탁하긴 난생 처음이었다. 마른줄만 알았던 눈물이 왈칵하고 터져나왔다.

그런 나를 보며 한숨을 쉬던 도희누나는 품안을 뒤적거려 담배를 피워 물더니만, 조용히 중얼거렸다.


"승아...한승아야."

"뭐라고요?"


번쩍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든 나를 보며, 도희누나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한승아. 그게 승미의 본명이라구."









"실장님. 손님 전화이신거 같은데요."

"아...누구신데?"

"저도 잘 모르겠는데...그냥 백사장님이라고.."

"아..내걸로 연결해줘."

"알았어요"


옛 회상에 젖어 있던 나는 직원의 말에 적당히 지시를 해두고는 담배를 비벼껐다.

5년...5년이라는 세월동안 나는 승미...아니, 한승아라는 여자의 그늘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백사장님이세요? 오늘 들르신 다구요? 아예 그럼요...와꾸 나오는 뉴페이스 아가씨들 잔뜩 들어왔습니다. 사장님 취향에는 체리라는 아이가 어울릴거 같은데...오늘밤 11시쯤

예약 어떠세요?"


나는 좀전과는 달리 사뭇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는 예약손님을 접수하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그랬다.

전문대 졸업을 하고나서, 나는 강원도에 오피스텔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업소를 차린것이다. 그것이 뭐냐고? 간단하다.

오피스텔처럼 꾸며놓고 아가씨장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철저히 단골위주로 운영되는 업소기도 했다.

왜 이런일을 하느냐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쓰레기 취급하기도 한다. 때가 어느땐데 성매매를 하느냐..라고 해도 그것은 할말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라도 하면 승아의 소식을 알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때문이었다. 돈벌이따위는 나중 문제다.

그녀가 어쩔수 없는 이유에서라도 이쪽 업계로 들어온다면, 이제는 제법 화류계 짬밥을 먹은 내 귀에 반드시 그 소식이 접수될것이다.


"실장님.아가씨 아직도 뽑아요?"


두번째 담배를 피워물때, 오피스 아가씨중 하나인 미령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녀를 어떻게든 만나고자 하는 실낱같은 희망 하나로, 나는 아직도 30대 아가씨들도 모집하고 있었다.

물론 그 전에는 강원도를 샅샅히 뒤졌던 경험도 있지만.


"응.왜?"

"누가 우리 오피스텔 영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팩스를 넣은거 같은데요? 단기간만 일하고 싶다면서."

"단기간은 안받는다고 그래. 전화해서 거절해."


내 말에 미령이는 업소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베시시 웃었다.


"그쵸? 우리같은 에이스가 넘치는데 무슨 단기간이람...30대 주제에.."


방에서 나가면서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에, 담배를 끄던 내 머릿속에 무언가 천둥이 친다.


"미령아! 뭐라고 했어 방금?"

"네에? 제가 뭐요?"

"30대 라고?"

"네...나이에 서른 초반이라고 적은거 같은데..."

"그 팩스 버렸어?"

"아뇨..여기에..."


나는 허둥지둥 달려가,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종이를 빼앗듯이 움켜쥐었다.

무슨일인가 하며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미령이의 시선을 느끼며, 나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이력서 대신 넣은 신상명세서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한승아라고 합니다. 강원도에서 쭈욱 살았구요. 잠시나마 돈이 급해서...일할수 있는가 해서 팩스를 드립니다.

30대 초반이지만...20대같은 마인드로 일할수 있습니다.꼭 연락주세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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