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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도련님 길들이기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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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75회 작성일 20-01-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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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도련님 길들이기



"…하윽, 아윽..!"

커텐으로 가리워져 조금 어두워 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낮의 태양빛이,낯
부끄러울 정도로 구석 구석을 비춰온다. 햇빛 아래 드러난 방 안은 무척이
나 더럽다. 바닥엔 옷가지, 그리고 뭉쳐진 티슈 여러개가 어질러져 있다.

"아학…하악…크흣!"

정신 없이 밀어 올려진다. 통증인 건지 쾌감인 건지 조차도 불분명하게 느
껴질 정도로 정말로 혼란스럽게 몸이 타의에 의해 거칠게 흔들린다. 그리
고 벌써 몇 시간째 이어진 정사…아니, 정사라고 할것도 없이 역겨운 짓거
리라고 해야 겠지만. 어쨌든 그걸로 인해 온 몸엔 땀이 진득하게 흘러내리
고 있고 땀으로 번들거리는 피부는 마찰하면서 질퍽이는 소리를 낸다.

"아앗, 아아앗…읏,으.."

아련하게 멍한 정신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엔 미친 듯이 거칠게 출입하면서
나는 소리와 피부가 마찰하는 소리 외에도 무척이나 음란해서 길게 늘어지
는 신음소리가 섞여 있다. 애가 닳는 듯이 더 원한다는 듯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그런 신음. 내는 주인인 나 조차도 듣기에 고역스러운데 정작 듣는
쪽은 그게 그리도 듣기가 좋은 지 끝도 없이 매달리며 밀어 올려친다.

"……으읏!"

"…하아..!"

그리고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짧게 끊어지는 신음과 함께 미친 듯이 내 몸
위에서 움직이던 녀석이 축 늘어진다. 안의 장기를 압박해 오던 커다란 그
의 성기도 그 끔찍한 액체를 내 안에 내쏘고 나서는 수그러 들면서 쫄아든
다. 그 느낌에 난 재빨리 그 녀석을 밀어냈다. 최대한으로 내벽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면서. 부딪혀서 다시 발기해 버리면 곤란하니까.

피곤에 찌든 얼굴이면서도 못내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그가 내 발을 부여
잡는다. 난 냉랭한 눈으로 그 추악한 얼굴을 쏘아봐 주고는 거칠게 발을 들
어 손을 차 버렸다. 몇 번의 사정으로 인해 이미 힘이 빠졌다는 건 알고 있
었으니까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줘.."

나름대로는 애절하다고 생각하는지 내 눈에는 초라하고 가식적으로만 비
쳐오는 얼굴을 치켜 들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애원한다.

"꺼져."

낮게 내뱉고 얼굴 위에 맨발을 올려놓고 세게 밟았다. 그러자 얕은 신음이
발 아래에서 흘러나온다. 뭐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정도에서 죄책감을 느끼
고 발을 떼었겠지만 난 지금 상당히 열받아 있는 상태였다.
…분명히 한 번이라고 해 놓고서는 약속을 어겼다. 젠장, 불쾌하잖아. 끈끈
한 느낌이 온 몸에 휘감겨 있어서 기분이 무척이나 더럽다. 그걸 인식하고
나자 더욱 기분이 나빠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그리
고 난 얼굴을 밟고 있는 발에 힘껏 힘을 주었다.

"--끄아악!!"

아마도 밟을 때 눈까지 눌려 버린건지 눈을 싸쥐고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
그러 뜨린 채 데굴데굴 구르는 녀석을 싸늘하게 노려봐 준 후 난 천천히 방
을 나왔다. 젠장, …처음이었는데.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저 미친 새끼가…. 오늘 일은 단지 경험을 쌓기 위
해서 타협했었던 것 뿐인데 이렇게 난폭하게까지 하다니.

"…으윽..."

난, 결국 이빨을 악물고 붙잡아 두고 있던 신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생각했
던 것과는 달리, 훨씬 더 고통에 물들어 있는 음성. 만약 내 신경이 아까 그
미친 놈의 짓거리 때문에 잘못된 게 아니라면 허벅지를 타고 흘러 종아리
근처로 까지 내려간 끈쩍한 액체는 아마도 피일 거다.

"젠장."

낮게 욕설을 내뱉은 후에 난 걸쳐져 있던 옷을 집어들었다. 이 상태로 그냥
들어가기에는 찝찝했지만 지금 욕실에 들어가서 목욕을 한다는 건 자살시
도와도 마찬가지인 것. 지금은 고통에 데굴데굴 구르고 있을 저 짐승같은
자식이 했던 일을 또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장담은 하지 못할 테니까.

분명 처음에 저 녀석을 헌팅했던 건 나였고, 깔끔하게 생긴 생김새와 끝내
주는 테크닉에 내심 만족했던 것도 나였다. 예상과는 달리 통증이 적어서
만족했던 건 바로 내 쪽이었다. 그랬다. 한번 끝내고서 다시 한번만..이라
고 하며 물고 늘어지는 녀석을 매정하게 뿌리치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욕실로 들어가서 목욕하는 그 찰나의 방심상태 사이에 들어와서 다시 범할
줄이야. 내가 알았겠는가!

"…휴우."

그래, 몸이 찝찝하든 상처를 당분간 혼자서 돌봐야 한다는 것이든, 첫 버진
을 이런 식으로 어이없이 끔찍한 기억으로 장식해 버린 것이든 지금은 중요
하지 않다. 다만 이 상태로 돌아가서 그에게 들키지 않게 행동하기가 힘들
거라는 것이 제일 문제일 뿐. 그는 눈썰미가 매섭기 때문에 들키기가 쉬울
거다. …그리고 들키고 나면 어떻게 될 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심지어 그는 나 조차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미열을 그가 눈치챘었고,
가볍게 베인 작은 상처도 먼저 눈치챘었다. 지금 걸어 본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분명 평소와 같은 행동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들킬 테고 그리고
나면...

"저 새끼 얼굴이 아니라 불알을 조져 버렸어야 하는 건데!"

그를 피해 몰래 불량한 애들에게 배운 욕설을 나름대로 잘 인용했다는 데에
약간이나마 만족감이 느껴져 슬쩍 입가에 웃음을 물고는 난 거울 앞에 가서
섰다. 그리고 투명한 유리에 내 모습을 비춰보며 옷에 진 주름을 탁탁 털어
서 없앴다. 하지만,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 질 수 밖에 없는 게,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거칠게 몇 번이나 뺏겨버린 입술이 추하게도 붉게 부풀어 올라
있었던 것이다.

"…젠장. 될 대로 되라!"

그렇게, 자포자기식으로 한 마디를 남긴 채로 난 그 집을 나왔다.




철부지 도련님 길들이기



"이게 뭐야, 맛 없어!"

난 신경질을 부리면서 눈 앞에 놓여 있는 고급스러운 음식들을 내팽개 쳤다
. 접시가 쨍그랑 소리를 내면서 깨지고 담겨 있던 음식물이 곱게 깔린 갈색
카페트 위로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음식물에 있던 물기와 앙념이 곧 갈색
의 카페트를 더럽게 물들인다. 천천히 변색해 가는 카페트와 내 얼굴을 번
갈아 한번씩 바라보던 여자는 안색이 새파래 져서는 곧장 무릎을 꿇는다.

"죄,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평소라면 그냥 용서해 줬을 텐데, 오늘은 그 빌어먹을 자식 때문에 아직도
아픈 데다가 오늘따라 그도 나가 버려 기분이 최악을 달리는 상태였다. 나
는 거침없이 발을 들어 여자를 걷어찼다.

"악!"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깨끗하게 차고 있던 머리수건이 엉망 진창이 되고
우리 집 전용의 하녀복장도 마구 구겨진다. 여자의 얼굴에 고통의 표정이
곧 공포의 표정으로 바뀌는 걸 보며 난 낮게 웃었다. 그나마 조금 스트레스
가 풀린 것 같아서. 하지만 완전히 스트레스가 풀린 건 아니다.

천천히 여자 쪽으로 다가갔다. 한발 한발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점점 더 공
포에 질리는 표정이 매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못생긴 줄만 알았었는데,
하긴… 우리 집에서 하녀를 채용할 때는 그냥 뽑는게 아니라 시험을 봐서
뽑는 거니까 물론 그 시험기준에 외모도 들어가 있었겠지.

"우흑…흐윽…요,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얼굴을 온통 일그러 뜨리면서 애원을 하는 여자의 얼굴은 아까까지
의 아름다움 따위와는 전혀 멀어보였다. 추하게 울고 있는 여자의 얼굴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 지는 걸 느끼면서 난 작게 코웃음쳤다. 그리고 더 이
상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뒤로 돌아섰다. 뚜벅 뚜벅 하고 깨끗하게 닦인
바닥 위로 울리는 내 발소리 뒤로 안심한 듯한 여자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
다.

하녀 주제에 음식 하나 제대로 못 만드니까 그렇지. 오늘은 또 요리사마저
어디로 간 거야?



똑똑.
귓가에 약간 거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귀를 꿰뚫고 들어 오자
마자 심장이 덜컥 하고 내려앉는, 아니 그것보다는 심하게 약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 쪽으로 피가 쏠려 뜨거운 것 같기도 하고 눈 앞이 잠
시 아찔해 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별로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난 몇번 심호흡을 하고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무심한 어
조로 툭 내뱉었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화가 난 듯이 쿵쿵대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점차 그 소리
가 가까워 져 난 긴장하면서 손을 꽉 쥐었다. 긴장하면 안돼, 굳으면 안돼...
들켜선 안 돼.

펜을 쥔 손에 땀이 배어나오는 게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나는 심하게 긴장
하고 있었다. 그건 전부 다 걸어오던 걸음을 멈추고 바로 뒤에 우뚝 서 있
는 한 사람의 남자 때문.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시야 안에 익숙한 얼굴이 들
어온다. 나도 168cm정도는 되는데, 나보다 한 20cm정도 더 클 듯한 큰 키
에 단정한 검은색 정장, 잘 정돈되어 있는 짧은 검은 머리카락, 무뚝뚝한 듯
하지만 샤프하게 생긴 꽤나 잘 생긴 생김새.

아직 나의 미관에는 떨어져야 할 생김새임에 분명할 텐데도 그만은 왠지 모
르게 너무..뭐랄까,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보고 있자면 넋이
나가버린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난 그를 바라보며 멍하니 넋을 잃고
있었다. 멍한 머리 속으로 낮은 한숨 소리가 들려오고 곧 중후한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 들어온다.

"무슨 생각이십니까, 도련님."

…두근.
심장이 거세게 박동하기 시작한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하는 심장에
휩쓸려 정신이 나가 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런 걸 그에게 들키고 싶진 않았다. 난 냉정하게 표정을 가라앉히
고, 손에 배어나온 땀을 억지로 무시하면서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가."

그러자 살짝, 그의 미간이 찌푸려 졌다.

"오늘 저녁의 일 말입니다! 다행히도 보상을 청구한다던가, 그만두겠다던
가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건 그녀에게 너무한 처사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겁니까!?"

화난 듯한 목소리.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띄운 채로 그 목소리를 듣고 있던
난 중간의 그 "그녀"라는 단어가 신경에 거슬려서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뭐가 너무해? 싫으면 관두라고 하면 되잖아."

"그런 식으로 쫓아낸 게, 대체 몇 명인지 아시기나 하는 겁니까!!"

"몇 명이든, 상관 없잖아? 설사 이 나라의 사람들이 모두 우리집에 취직했
다가 사퇴를 한다고 해도, 외국에서라도 사람을 구해올 텐데 무슨 걱정이
야?"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사실이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되는, 돈이 제 1순위
로 취급되는 세상 속에서 사람 몇 구하는 것 쯤은 별것도 아니었으니까. 하
지만 그에겐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든지, 자신의 가치관과 어긋났든지
해서 기분이 나빠진 듯 단지 살짝정도에서 끝났던 미간의 찌푸려짐이 더
욱 깊어져 버렸다.

"언제나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계셨던 겁니까?"

기분 나쁜 듯이 최고조로 가라 앉아 있는 목소리. 그가 저렇게 목소리를 가
라 앉히고 얘기할 때가 제일 화날 때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통제되지 않
아 멋대로 떠벌리는 입은 내 의지를 저버리고는 쉽게 열려버렸다.

"그래. 사실이잖아? 뭐가 어때서 그래?"

-찰싹!
조금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은 현실감 없는 타격음. 자의에 따라 움직인 게
아닌 타의에 의해 멋대로 오른 쪽으로 돌아간 얼굴이, 그리고 방금까지 무
언가가 스쳐 지나간 것 같은 감각이 느껴지는 뺨이, 아프다. 굳어 있던 신경
이 사르르 하고 녹아 내리면서 통증이 뺨에서부터 내달려 올라와선 뇌를 쑤
셔댄다. 멍한 눈으로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 없어 그를 올려다 봤지만, 그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냉랭하게 날 내려다 보고만 있었다.

"…잘못된 생각은 바로잡아야 하는 겁니다."

그의 그 낮은 목소리가, 하지만 아까보다는 약간 화가 덜해진 듯한 조금 누
그러진 목소리가 귀를 타고 들어와 뇌리로 파고들자 정신이 들었다. 내 뺨
을 때린 거야? 그가? 날 때린 거야?
주체할 수 없이 화가 솟구쳐 올라와서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몸에 이끌려
난 벌떡 일어나서는 그의 뺨을 때렸다.

"집사 주제에, …가르치려 들지 마."

내 말이 끝나자 마자 그의 미간이 꿈틀하는 게 보였지만 난 무시했다. 그리
고 그는 작게 으르렁 거리기라도 하는 듯이 한 마디를 내뱉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잘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런 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자욱하게 퍼져 있는 수증기, 전체적으로 평균치보다 조금 높은 따스한 온도
, 피부에 와 닿는 따스한 액체, 천장에 점점이 맺히는 물방울. 나른하게 늘
어지는 몸뚱아리...그런 것들이 그나마 계속 저릿하게 상처 부위에서부터
올라오는 통증을 완화시켜 주고 있었다. 물이 가득 받아져 있는 커다란 탕
은 욕실 안에만 두개 였고, 하나 하나가 대강 20평은 거뜬히 될 정도로 넓었
다. 저렇게 클 필요 까지는 없는데, 아마도 아버진 부를 자랑하고 싶은 지도
. 아니면 아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오직 아버지의 돈에만 관심이 있
는 어머니의 지지 아래 만들어 진 것이든지.

하긴 어머니 따위 이미 죽어 버린 지 오래라 상관 없지만. 그리고 아버지도
곧 죽을 것 같은 기미를 요새 보이고 있고...
그런 생각을 하던 난 큭 하고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나란 놈은 부모의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별다른 감정도 느끼지 않는 놈이라
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을 뿐인데, 왜 갑자기 웃고 싶어진 것이었는지
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툭 하고 불거져 나왔던 웃음을 가까스로 집어삼키고 난 탕에서 일어섰다.
평소의 걸음걸이대로 익숙한 보폭으로 바닥을 걸어 수건이 있는 쪽으로 향
했다. 그러다가, 문득... 쿡쿡 하면서 쓰라리듯 아파오는 미약한 통증에 눈
을 찌푸렸다. 허벅지에서부터 간지러운 듯한 느낌도 함께 타고 올라오는 아
픈 느낌….

비치되어 있던 김이 약하게 서린 거울 앞에 서서 미처 서린 김을 닦아 내기
도 전에 눈에 비치는 선명한 색조에 난 젠장, 하고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김
때문에 흐릿해 진 거울의 위로도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붉은 색은 비록 원
래의 색조보다 많이 흐릿해 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붉었다. 그리고 결정적으
로 아래를 내려다 봤을 때, 그리고 뒤를 돌아 봤을 때에 시야에 들어온 건
내가 걸어온 길을 나타내기라도 할 듯 점점이 떨어져 있는 붉은색의 핏방울
. 바닥에 고여 있는 물에 섞여서 퍼지고 있는 끔찍한 액체...

"…빌어먹을."

뜨거운 탕 속에 오래 앉아 있어서 피부가 좀 약해 진 틈을 타 상처가 터졌나
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이유 따위를 알아봐야 나아지는 건 없었다. 그나마
조금 풀어졌던 기분이, 찌푸려 진 미간과 동시에 우그러 들고 있었다.

"도련님. 시중 들러 들어가겠습니다."

낮게 욕설을 내뱉는 것도 지쳐서 샤워기를 난폭하게 잡아채 몸을 씻어내려
하던 난 탕으로 들어오는 불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문 저편에서 새어 들어
오는 목소리에 놀라 잠시 행동을 멈췄다. 머리 속이 하얗게 비워져 가는 느
낌과 동시에 눈 앞이 깜깜해 져 오는 느낌이 온 몸을 잠시동안 지배했고, 미
처 샤워기를 틀어 흔적을 없애기도 전 멍해진 귓가를 뚫고 문이 열리는 소
리가 들려왔다.

가라앉은 표정. 아까까지 그렇게 소리를 높이며 뺨을 때렸었다는 게 마치
거짓말인 것 처럼 무표정한 얼굴이다. 그랬다. 그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표
정은 평소때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는 내 쪽
을 향한 그의 시선에 의아함이 섞이고, 천천히 내려가 내 다리에 머물고, 더
아래로 내려가 바닥을 쫓는 것과 동시에 점점 그 무표정한 얼굴은 조금씩
일그러져 갔다.

"…도련님..!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허리 아래에 수건을 걸쳤을 뿐인 간소한 차림인 그는 약간은 화가 섞인 듯
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쪽으로 달려왔다. 탕 안이 아무리 넓어도 서로
의 시선을 교환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던 거리였기에 그는 곧 내 쪽으로 올
수 있었고, 난 가까스로 샤워기의 물을 틀 수 있었다.

쏴아 하고 약간은 뜨거운 온수가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난 그걸
로 다리 사이에 흐른 피를 씻어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먼저 다가와서
내 팔을 잡고는 샤워기의 물을 끄고 제자리에 돌려놨다. 살짝 찌푸려진 미
간 아래로, 깊은 검은색의 눈동자가 뚫어 내기라도 할 듯이 나를 주시해 온
다.

아까까지의 두려움과는 반대로 내 몸을 지배해 오는 감정에, 온 몸을 좀먹
어 가는 감각에 심장도 동요해서 빠르게 뛰어댄다. 나란 녀석은 이런 상황
에서도….잘 하면 속여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은 들
켜 버렸다. 그리고 그는 분명 이 상처의 이유를 알게 될 테고, 엄청나게 분
노하겠지.

그래,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과는 다르게 내가 동성애자..라는 걸 알고서
날 경멸할 지도 모른다. 사실상 내가 동성애자라기 보다는 그에게만 그럴
뿐이지만 그에게는 그런 설명 따위 통할리 없고, 또 내가 그에게 그런 식으
로 설명할 수도 없었다.

"별 거 아냐, 저리가. 손이 아파."

정말로 그에게 잡힌 손이 아팠기에 난 입술을 씹어 물으며 살짝 고개를 돌
려 그의 시선을 피하면서 낮게 말을 내뱉었다. 그는 그래도 그대로 내 손을
놔주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잡힌 손에 힘을 주어 움직여 봐도, 조
금도 움직여 지지 않고 내 손만 더 아파졌다. 난 급기야, 그의 시선을 참을
수 없어져서 소리를 질렀다.

"놔!!"

그 말에 그는 손을 놓았다. 난 간신히 넘어가나 하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지만, ...그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게 실수였다.

그는 아까까지의 감정을 철제하게 배제해 버린, 무표정한 얼굴로 내 몸을
가뿐하게 들어올렸다. 허벅지 아래와 허리를 감싸안은 채, 아무 것도 덮지
않은 채인 완전히 벗은 내 몸을 들고 그는 탕 밖으로 향했다.

코 끝에 묻어 오는, 물의 향기와 섞여 들어오는 그 특유의 체취에 얼굴이 붉
어지는 게 느껴졌다. 멍하니 거기에 넋을 빼고 있던 난 지금의 상황을 파악
하고는 팔을 들어 그의 가슴팍을 때렸다.

"놔!! 누굴 함부로 대하는 거야!! 놔아!!"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듣지 않은 채로 그대로 탕의 문을 열어젖혔다. 훈
훈해 져 있던 탕 안의 온도에 익숙해 져 있던 피부 위로 쏟아져 내리는 공기
는 무척이나 차가워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냉기에 몸을 흠칫 떨면서
나도 모르게 그에게 몸을 붙였다. 손을 들어서 그의 가슴을 계속 때리면서
저항하기엔, 너무나도 추웠다.

분한 듯 쏘아보는 내 눈길을 담담하게 마주 내려다 보던 그는 나올 때를 준
비해서 놓아 놨던 가운을 집어 들어 내 몸을 감쌌다. 하지만 팔도 끼우지 않
고 그저 말듯이 감싼 거라서 추위는 가셨지만 오히려 행동엔 제한이 많았다
. 하지만 난 계속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다.

"놔! 내려 놓지 못하겠어!? 해고해 버릴 거야!"

내 협박섞인 말에도 그는 담담하게 걷기만 했다. 아니, 흐릿하게 비웃는 듯
한 미소를 떠올리긴 했다. 난 더 거기에 열을 받아서 몸부림을 쳤고 그는
거기에는 별달리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듯 그저 묵묵히 어딘가로 향했다.그
리고 도착한 곳은 그의 방이었다.

"여긴 왜..."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면서 작게 말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은 채 방문을 열
어 젖히고 안으로 들어섰다. 방 문을 열자마자 코 속으로 그의 체취가 마구
침입해 들어왔다. 탕에 있었을 때보다, 안겨서 올 때보다 더 진한 듯한 체취
에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

누군가가 머무르는 방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별다른 가구가 없는 방
안에는 그저 덩그러니 가운데 놓여 있는 침대와 구석에 붙어 있는 옷장, 또
벽의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만이 놓여져 있었다. 그는 불을 켤 생각
이 없는 듯 스위치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무척이나 어두워서 사물
을 식별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인 방, 난 그 가운데 놓여있는 싱글 중
에서도 조금 큰 편인 듯한 침대 위에 놓여졌다.

아직 물방울이 묻어 있는 피부에 느껴지는 이불의 감촉은 무척이나 부드러
웠다. 뭐, 당연한 거겠지. 이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모두에게는 이불 같은
사소한 물건은 다 지급된다. 그러니 내 방의 이불보다 조금 떨어지긴 하지
만 그의 이불이 부드러운 건 당연한 것...

하지만 난 이불에서 느껴지는 그 부드러움 보다는, 그의 체취에 더 신경을
뺏기고 있었다. 멍하니 그의 체취를 맡으면서 내가 처한 상황을 잊을 정도
로... 하지만 이불에서 풍기는 향에 넋놓고 있는 내 귀에 파고든 소리는 순
식간에 날 현실 세계로 이끌어 냈다.

찰칵, 하는 소리는 분명 방이 잠기는 소리. 그가 문을 잠그는 건 아무도 방
해하지 말라는 표시였기에 누군가가 들어오려 한다 해도 억지로 들어올 수
는 없다. 더군다나 아까 이 방으로 옮겨지는 동안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못
했으니 내가 이 방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나도 이 방에 갇혀서 누군가에게도 도움받지 못한 채 그의 분노를 고스란
히 받아야 겠지.

"무슨 일인지, 얘기해 보십시오."

그는 서랍을 열어 약상자를 꺼내면서 딱딱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난 그 목
소리를 들으며, 입을 더 꼬옥 닫았다. 사정 설명을 할 만한 배짱따위는 내게
없었다.

"…대충은 짐작 하고 있습니다만..."

길다란 한숨과 함께, 느릿하게 뱉어지는 낮은 그의 목소리에 덜컹 하면서
마음이 동요한다. 그래? 그런가? 알고 있었던가?

"누굽니까."

그는 누워 있는 내 몸을 감싸고 있는 가운을 벗겨냈다. 앗 하는 사이에 몸에
서 떨어져 나간 가운은 더 이상 날 보호해 주지 못한 채 바닥 위로 떨어졌다
. 난 그의 손에서 떨어지는 가운을 보며 나즈막히 신음을 흘렸다. 그는 내
다리가 있는 쪽으로 올라오더니 다리를 잡았다. 놀라서 눈을 크게 뜨는데,
그는 미처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다리를 올려 그 부분을 자신의 눈 앞에 드
러낸다.

순식간에 얼굴이 화끈 하고 달아오르고, 다리가 사정없이 휘둘러 지면서 손
도 같이 움직인다. 입이 열리고,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뭘 하는 거야!!"

그의 시선이 그 부분, 낮에 상처를 입어 찢어졌던 그 부분에 사정없이 내리
꽂혔다. 한참을 발버둥 치면서 저항하던 난, 더 이상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걸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의, 이 곳을 상처낸 그 녀석은...누구입니까."

그는 조금 부드러워진 어투로, 말을 하고는 내 다리를 자신의 어깨 위로 들
어올려 조금 더 몸을 붙여왔다. 부드럽게 다루는 그 손놀림에 녹아 내릴것
만 같은 느낌이 든 것도 잠시, 그 곳에 닿는 익숙치 않은 느낌에 난 놀라서
몸을 경련했다. 잠시 돌렸던 시선을 다시 그 쪽으로 고정시키자, 믿을 수 없
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난 미처 말을 잇지 못하고 망연하게 그를 쳐다
봤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날 놔둘 생각이 없었던 듯, 다시 움직였다.

"…으읏..!"

흠칫, 하면서 반사적으로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난 스스로 내뱉고는 더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부분이 자신에게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무
언가 오묘한 미소를 살짝 입가에 떠올리고는 다시 혀를 내밀어 그 곳을 핥
았다. 살짝 살짝 하고 스치듯이 닿는 느낌에, 따스함이 스쳐 지나가고 곧바
로 식어 내리는 느낌에 난 계속 몸을 흠칫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핫…하지 마… 뭘 하는... 응, 하앗...! 그…만…더러…."

난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비명이 터져 나올 뻔한 걸 가까스로
잡아 내렸다. 부드러운 느낌의 그 연한 살이 좁은 입구를 파고 들어오고 있
었다. 천천히 쾌감을 남기면서 들어온 그것은 살짝 방향을 틀어 상처난 그
곳을 치료라도 하려는 듯 핥기까지 했다. 그리고 핏자국을 따라 내려가 닦
아 내기라도 하려는 듯 깨끗이 핥아 내렸다.

"아, 아아....."

비정상적인 행위. 해서는 안 되는 추잡하고 더러운 행위...그런데도 솔직히
말하면 싫지 않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서, 그가 멈추면 어떻게 하나 하고 가
슴을 졸일 정도였다. 허리를 비틀면서 애닳는 듯한 높은 신음을 흘리면서
난 그에게 하체 부분을 안긴 채 움찔댔다. 깊숙하게 파고 들어와서는 나 조
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본 적 없는 그 곳을 맘대로 휘젓고 돌아다니며 유
린한다. 뻑뻑한 내부에 자신의 타액을 바르며,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다. 그
느낌에 온통 신경이 집중 되어서는 그가 움직일 때마다 내 몸도 함께 움직
였다.

곤두설 대로 곤두서서 살짝만 건드려도 크게 반응할 정도로 되어버린 신경
을 타고 아릿한 쾌감이 달렸다. 몇 번씩 반복되는 행위에 점차 차갑게 식어
있던 몸도 달아오르고 이대로 타서 녹아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워 온다. 안으로 파고 들어서 멋대로 마구 하고 싶은 대로 하
는 그의 얼굴이 살짝 뜨여진 시야 안으로 들어오고, 그 얼굴이 아직까지는
무표정 하다는 것도 알아버렸다. ...싫어, 나만 흐트러 진 모습은...

시트를 쥐어 뜯듯이 한 곳에서만 머물던 손이 흔들리는 감각 아래에서 간신
히 올라간다.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계속 그와 닿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열에, 그리고 삼켜버릴 듯한 쾌감에 막혀 잘 느껴지지 않지만 어쨌든 손 끝
에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느껴질 때까지 난 손을 뻗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손
끝에...그의 머리가 닿았다.

지금의 내 자세로는, 그를 도발시킨다던가 그를 흐트러 뜨린다던가 하는 건
불가능 했지만 그런 것 따위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앗, 아..... 하악... 이제 그....아, 아앗...!"

하반신의, 그와 닿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열이 온 몸에 퍼져서 힘을 빼간
다. 조금씩 빠져 나가는 힘을 붙잡을 방법도 없어서 그대로 방관하면서 오
직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신음을 흘리는 것 뿐이었다. 그의 머리카락을 잡
고 어떻게든 멈추려 했지만 그는 오히려 귀찮은 듯 내 두 손을 잡아채 자신
의 넥타이로 침대에 묶어버렸다. 다리는 그의 어깨 위로 올라가 있고, 허리
는 잡혀 있는데다가 손은 묶이고 몸의 힘은 점점 빠져가는 상태...

약간의 손길도 닿지 않았는데 스스로 부풀어 오른 그것은 부끄러울 정도로
붉은빛을 띄면서 위로 솟구쳤다. 어떻게든 풀고 싶은 갑갑한 느낌에 발버둥
을 쳐 보지만 묶여 있는 손목만 아플 뿐으로 그곳엔 조금의 터치도 허용되
지 않았다. 오직 계속 격렬하게 수축해 대는 내벽 안으로 파고 드는 그의 혀
놀림만이 리얼하게 느껴져 와서 더욱 더 아플 정도로 갑갑해 져만 왔다.

"으응..그만...으, 윽. …아, 하악…"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아니 감긴 눈꺼풀을 뚫고 들어와 안구 마저도 녹여
버릴 듯한 뜨거운 열이 몸 전체를 삼킬 듯이 감아왔다. 그 속에서 안으로 파
고드는 그의 열이 스치는 곳은 더욱 더 뜨거워 져서 점점 더 한계가 와 정말
로 녹아버릴 것 같이 몸이 달아올랐다.

"…말해 보십시오."

멍한 머리를 파고 든 낮은 목소리에 눈을 뜨자 여전히 무표정한 채인 그의
얼굴이 시야 안에 들어왔다. 무슨 소리인지 몰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자,
그가 다시 한번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난 그제서야 깨달았다.

"싫어. 절대로 말…윽, 무슨 짓...앗!"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뾰족하게 만들어 노려보며 말을 내뱉자, 그는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다시 한번 그 곳을 핥아올렸다.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내 것까지 잡아올렸다. 미끈, 하고 끝에서부
터 새어나오기 시작한 액체에 기분 좋게 그의 손가락이 미끌어지고 여운처
럼 남는 감촉에 더욱 더 뜨거운 숨을 토해내는 동안 그는 입쪽도 쉬지 않았
다.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앞과 뒤를 해 대는 그의 집념에 점점 힘들어 지
고 차라리 아까 얘기해 버릴 걸 하는 후회가 뒤따랐다.
아니, 그래도 얘기 하지 않을 테다.

금방이라도 쌓여서 폭팔할 것 같이 부풀어 오른 내 것을 쓰다듬는 그의 손
길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핥아 대고 있는 혀쪽도 격렬해 지고 있었다. 귀두
부분을 손으로 쥐어짜듯이 꾸욱 누르고, 세게 문지른 그의 손놀림에 이끌려
서, 뒤로 파고들어 헤집는 그 감각에 이끌려 난 하반신의 긴장을 풀어버렸
다. 그리고 곧바로 다가올 해방의 나른함을 예상하며 있는데,

"윽!"

그가, 꾹 하고 쥐어버렸다. 간신히 실눈을 뜨자 숨막힐 듯한 열기 안에서,끝
부분이 벌어져 조금씩 액을 흘려대는 내 것을 잡아 분출할 수 없도록 막은
그의 손이, 여전히 무표정한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혀를 빼어내고는 날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누군지, 어서 말 하십시오."

명령조의 어투에 발끈해서 고개를 돌린 것도 잠시 왼손으로는 붙잡아서 분
출할 수 없게 막고 오른손으로는 부드럽게 쓸었다 강하게 눌러 강한 자극을
주는 데다 혀로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서 깨물었던 입술이 저절로 열리고
그 사이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져서, 절대로 한번도 울
지 않았던 난 결국 울어버렸다.

"흑...그만…얘기, 할테니까..."

그제서야 만족한 듯 미미한 미소를 떠올렸지만 여전히 잡고 있는 손은 놔
주려는 생각이 없는 듯 잡고 있었다. 비직비직 액을 흘려대는 그 끝을 여전
히 그의 손이 잡고 있다는 걸 힐끗 본 후에 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져서
어서 이 숨막힐 것 같은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어서...입을 열었다.

"그, 그냥 지나가던 녀석 붙잡고 했을 뿐이야. 누군지는 잘 몰라."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는데 갑자기 가해진 힘에 윽, 하고 신음을 흘렸다.눈
을 뜬 시야 안에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어째서지요? 그렇게도...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그의 말에, 욱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난 자제할 수 없었기 때
문에 생각나는 대로 내뱉어 버렸다. ...어쩔 수 없었다. 참을 수 없었으니까.
이성이란 것 따위 끄트머리의 조금 밖에는 붙어 있지 않았었으니까...

"그런 게 아냐!! 단지...단지..."

"…단지?"

말을 못 잇고 망설이는 나를 독촉하며 그는 살짝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짜릿하게 타고 올라오는 감촉에 앗, 하고 신음을 내지르면서 난 말을 이었
다.

"너..너 때문이야!"

악쓰듯이 외치고 숨을 몰아쉬는 내 말에 그는 가만히 침묵을 유지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무슨 말씀이신지, 다시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그러니까, 네가..네가, 안아주지 않았잖아! 어린애라고 무시하면서!!"

사실 나도 첫 경험을 그런 녀석 따위에게 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단
지 그를 유혹할 때마다 아직 도련님은 어려서 안됩니다하고 거절하는 그
때문에 화가 나서, 적어도 버진 딱지 정도는 떼고 오면 되지 않을까 해서...
그래서 그랬던 것 뿐이었다. 흑, 하고 입가를 타고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눈
꼬리를 타고 선을 그리며 눈물이 내려가 베개를 적셨다.

그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막고 있던 손을 조심스레 풀었다. 이제서
야 해방되는 느낌에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너무 오래 막혀 있었었는
지 오히려 나오지 않았다. 당황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손만 버둥거
리고 있는데 배 쪽에 부드러운 뭔가가 닿았다. 머리카락의...감촉. 그리고
곧바로 한계까지 부풀어 올라 한껏 긴장해 있는 그것이 한꺼번에 촉촉하고
따스한 곳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가 얼마 풀어 주지 않았는데도 난 내쏘아 버리고는 곧바로 찾아
온 엄청난 쾌감과 나른함에 그대로 늘어졌다. 원래대로의 크기로 다시 줄어
들어 버린 것을 입에서 빼 낸 그는 그대로 몸을 숙였다. 눈가에 진 그늘로,
눈은 감고 있었지만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살짝 눈을 뜨
자 점차 감기는 그의 눈이 보여서 난 다시 눈을 감았다.

"…으응..."

곧바로 부드럽고 말랑한, 따스한 입술이 입술 위에 닿고 벌어진 내 입술 속
으로 그의 혀가 겹쳐 들어왔다. 움칫 하면서 가까이 다가간 내 혀를 감싸듯
이 부드럽게 감은 그는 간간히 치열을 더듬고, 입천장을 간지럽혀 눈 앞이
새하얘 질 정도의 쾌감을 주다가, 갑자기 격렬하게 움직였다.

"응, 으..."

숨막힐 것 같이 빨려 들어가는 숨에 놀라 무의식중에 흔들었던 고개를 두손
으로 잡고는 강하게 키스해 왔다. 발버둥 치던 것도 잠시, 곧 나른해 지면서
머리 속이 백지처럼 되어버려 오히려 그에게 매달렸다. 그는 키스하면서 내
손을 묶고 있던 넥타이를 풀었고, 난 손이 해방되었는데도 그를 밀쳐내며
저항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의 목에 내 손을 감았다.

길디 긴 키스...마치 혼을 빼어 놓으려는 듯한, 깊고도 달콤한 키스 후에 그
는 일어났다. 멍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는 나를 바라보며 그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는 잘 보기 힘든 것이었기에 나도 얼떨결에 따라서 웃었
다.

"다 제 잘못이군요. 죄송합니다. 사죄의 뜻으로 도련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드리도록 하죠."

옅은 미소를 여전히 입가에 떠올린 채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낮은
데다가 듣기가 좋아서 저절로 눈이 감길 정도였다. 난 방금의 키스 때문에
그 여운으로 멍한 정신인 채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네."

부드럽게 이어지는 대답.

"그럼, …안아줘."

다시 떠오르는 미소. 무언의 대답이었다. 그는 침대에 묶여 있던 내 손을 풀
어 내고는 붉게 남은 자국에 살짝 키스했다. 그 키스는 분명 이제까지 했던
그 행위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닌 일인데도, 너무나도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
난 얼굴을 붉혀버렸다.

손을 풀어 주고 내려온 그는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마주친 눈을 통해
서 그가 묻고 싶어하는 말이 어느 정도는 전달되는 것 같았다.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후회 따윈 하지 않아. 언제나... 원했던 거였으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려오는 그의 키스를 받으며 눈을 감았다.



"…아파!"

눈썹을 있는 대로 찡그리고 부어 있는 목소리로 그를 향해 원망을 터뜨렸다
. 사실 조금은 투정이 섞인 것이지만, 정말로 아팠다.

"아파, 아프단 말야!!"

고래 고래라고 해도 될 만큼 크게 소리지르자, 그제서야 그는 쓴웃음을 지
으면서 쉿, 하고 속삭였다. 그리고 내 이마에 살짝 키스를 했다.

"..비겁해…."

부드럽게 살짝 닿았다 떨어졌을 뿐인 가벼운 키스였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그는 훗
하고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난 그 웃음에 멍하니 넋을 잃고는 더 이상의 투
정을 부릴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도련님께서 안아달라고 하신 거였잖아요?"

웃음기가 담긴 낮은 목소리가 끝나자 마자 난 반박했다.

"그렇긴 해도 그렇게까지 무지막지하게 할 게 뭐 있어!! 안 그래도 찢어져
있던 상태였는데!"

"도련님께서 그만 하려던 저를 붙잡고 더 해달라고 애원하셔서 그런 겁니
다. 왜..벌써 잊으셨습니까?"

그러면서 생긋.
난 더 이상의 반박도 하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사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제 난, 그에게 매달리며 비명과 신
음을 내질러 댔었고 그만 하려는 그를 붙잡고 애원하기까지 했었다.전부 다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더 이상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후... 어쨌든 다 나을 때 까지는 봐 드릴 테니까."

다 나을 때 까지는?
그는 기분 좋은 듯 연신 미소를 지으며 옷을 차려입었다. 언제나의 정장은
익숙한 것이었지만 그가 입으니 더욱 더 정갈해 보였다.
그는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말할 것이 생각났는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침대 위에 어정쩡하게 누워 있는 나를 잠시 바라보던 그는 생긋 하고 웃더
니 입을 열었다.

"어제밤의 그 약속 절대 어기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나서, 그 말이 끝나자 마자 그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난 나가는 그에게 뭔가 말을 해 주지도 못한 채로 다시 얼굴을 새빨갛게 붉
히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다시는 다른 사람에게 내어 주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거지요?

부끄러운 기억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에 분명 난 응..하고 대답을 했었다.

이 바보, 안 그래도 난 너 말고 다른 사람과 할 생각따위 없단 말야.
그렇게 생각하던 난 풋 하고 웃었다.
어쨌든 다 잘 된 거겠지.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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