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천사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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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66회 작성일 20-01-17 19:18본문
3. 퍼즐의 시작점에 서다
서구적인 얼굴에 가까운 미녀. 이양의 미모를 축약해서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윤기가 도는 듯 매끄럽고, 한편 단단해 보이는 피부. 가는 듯 길고 짙은 눈썹. 얼굴의 상하가 조금 길고 큰 눈과 오똑하게 솟은 콧날. 긴 목선. 처지지 않은 어깨.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가슴. 작은 허리에 비해 탐스럽게 크고 둥그런 엉덩이. 그럼에도 상체보다 유난히 긴 하체. 이렇게 잘 빠질 수가 있을까 싶은 두 다리. 손바닥을 가져다 대면 내 한 손으로 다 가려지는 앙증맞을 정도로 작은 숲.
불규칙하게 솟아 올랐다가 내려앉는 가슴의 흔들림이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호흡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팔짱을 끼듯 두 손을 가슴에 교차한 채 눈을 감은 이양의 속눈썹이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끊임없이 흔들렸다. 그 모습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책과 방송을 통해서 보고 들은 적이 있는 산 제물을 신에게 바치는 의식의 한 부분에 비교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침대에 누워 희미한 불빛아래 누운 이양의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했고, 치명적이다 싶게 아름답기도 했다.
침대 중간에 걸 터 앉아 그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을 내려다보는 내 가슴도 주체할 수 없는 고동으로 마구 뛰고 있었다. 아마 어느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평온을 유지하며 여인의 나신을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몸에 열이 치솟고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욕구가 간헐천처럼 저 아래에서부터 거칠게 밀려 올라왔다. 내 중심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부풀어 올랐고 당장이라도 여인의 중심을 파헤치고 싶어했다. 내게 있는 본능적이고 남성적인, 또한 동물적인 지배욕이 잔인하게 내 의식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고 이미 나도 어느새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손을 뻗어 모아진 손가락 바깥 면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손이 닿는 순간 이양의 몸이 거칠게 부르르 떨렸다가 이내 잔잔히 내 손의 유희를 받아내기 시작했고, 내 손에서도 점차 습하게 땀이 솟았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몸 위에서 내 영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그녀는 남자경험이 많지 않은 듯 보였다. 경직된 몸의 긴장이 쉽게 풀어지지 않았고,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무척이나 애쓰고 있었음에도 숨소리는 자꾸만 거칠어져 갔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유희처럼 즐겼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막다른 곳에 다다른 먹잇감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그 공포의 시간을 즐기는 포식자처럼.
생각보다 작은 이양의 가슴이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누워있음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제법 단단히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였을까? 손끝으로 구슬처럼 웅크린 유두를 살짝 건드려봤다. 마치 달팽이의 더듬이를 건드리듯이.
“하아……”
처음 나온 그녀의 소리. 남자의 욕구를 더욱 부채질하는 단내의 소리. 난폭해지려는 나를 제어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만약 내 안에 언제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나가{출처:yadamnet}려 하지 않는 우울의 힘이 나를 잡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그녀를 덮쳤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고 난폭하게.
몸을 숙여 이양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자요. 난 갈 테니.”
그녀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두 팔을 뻗어 내 목을 감싸 안아왔다.
“그냥… 안아주면 안돼요?”
애처롭기까지 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에 이는 갈등에 나도 어쩔 줄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이성의 끈을 놓고 그녀를 취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되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우리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앞으로도 이전처럼 평범하게 각자의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짧은 순간에 나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이양의 입술이 내 입술에 부딪혀 왔다. 능숙한 농염함이 배제된 서툴고 약간은 억지스러운 키스. 그래서 더욱 내 욕구를 부채질 하는.
어깨를 잡아 그녀의 입술을 떼어내며 날카로운 창을 내밀 듯 나는 말했다.
“완전히 내 것이 될 자신이 있어요? 잠깐의 쾌락이 아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는 듯 보였다.
“난 누군가의 대신이 되고 싶진 않아요.”
이양의 손이 스르르 풀어지며 상체가 침대로 다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두 눈동자가 바람을 맞은 촛불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그 틈이 마지막으로 내가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거실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웃옷을 집어 들고 센서등이 켜진 현관에서 제멋대로 던져져 있던 신발을 챙겨 신었다. 그렇게 시크한 남자가 되어 현관문을 열고 나서다 말고 뒤에서 날아온 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언제 나왔는지 모르게 거실에 서 있는 그녀가 보였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그대로 그녀는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도 지고 싶지는 않았다.
“지나간 시간을 다 털어낼 수 있어요?”
“……”
말없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돌려 문밖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을 때
“좋아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나는 석상이 된 듯 몸이 얼어붙었다.
“선생님 원하시는 대로 할게요. 대신…”
고개를 돌렸다.
“이 다음 제가 원할 때… 선생님도 저에 대한 기억들… 털어내 주세요. 그래 주실 수 있다면… 원하시는 대로 다 해드릴게요.”
고개를 든 그녀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고 아까보다 더 당당하고 강해진 그녀의 눈빛에 오히려 내가 위축되는 느낌이었다.
“좋아요. 그렇다면 우선 먼저 자요. 출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피곤하면 좀 늦어도 되요.”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걸어서 내려 오며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그래서 언젠가는 허망하게 가위질 하듯 기억 속에서 덜어내야 할 것이라고. 그리고 그 날은 무척이나 아픈 날이 될 것이라고.
집으로 가지 않고 병원으로 온 것은 얼마 자지 못하고 다시 나와야 한다는 것에 대한 귀차니즘 때문이었을 것이다. 담요 하나를 꺼내 덥고 상담용 의자에 누워있다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의자에 설치된 열선을 켜놓고 잔 덕분에 잠은 편하게 잤다. 그렇게 정신 없이 잠을 자다 눈을 떴을 때, 내 눈에 먼저 뜨인 것은 바로 옆 의자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이양의 얼굴이었다.
“뭐에요?”
깜짝 놀란 내가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이양의 손이 나를 제지했다. 그것을 핑계로 나도 뻐근한 몸을 다시 뉘었다.
“잠에서 깨실 때를 기다리고 있었죠.”
“깨우지 그랬어요.”
“손님도 없는데 그럴 필요가 있어야죠.”
길게 하품이 나왔다. 얼른 손으로 입을 가리며 물었다.
“지금 몇 시나 됐어요?”
“10시 조금 안됐어요.”
“흠……”
내 자신이 한심했다. 적어도 근무시간은 지켜서 일어났어야 했는데.
“일어나실 거죠?”
“그래야죠.”
“아침은요?”
“조금 있다가 아점 먹어야 할 것 같네요.”
“그럼 점심은 저와 같이 하시겠어요?”
“뭐, 그러던지요.”
“그럼 세수하시고 정신 좀 차리세요.”
상담실을 나가는 이양의 뒷모습이 이전과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나와 여분의 양복으로 갈아입고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인터폰이 울릴 때까지도 머리 속에서는 그 생경한 느낌이 자꾸만 파고들었다.
“네.”
“선생님, 상담하려고 방문하신 분이 계신데요. 지금 안내해도 될까요?”
“기본설문지 작성은요?”
“하셨어요.”
“그럼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네.”
잠시 후 이양이 중년의 여성분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 하나를 동반하고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이양은 기본설문지를 내 책상에 놓고는 이전과 같은 사무적인 얼굴로 나갔고, 이번엔 그 일상의 모습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어서 오세요. 이쪽 소파에 앉으시구요.”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인터폰으로 이양에게 차를 부탁하고는 기본설문지를 집어 들고 나도 그들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곤 잠깐의 인사 후 서둘러 설문지를 훑어 봤다.
“따님 때문에 오셨군요.”
“네, 선생님. 우리 애가 요 근래 통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어서요. 대학 2학년인데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나 봐요. 병원에서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정신과 상담을 한 번 받아보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이야기를 하며 어머님의 눈은 연신 딸을 향하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설문지에 표시되지 않은 불안한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었다. 습관적으로 나는 두 모녀의 외양을 잠시 훑어 봤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옷차림이다. 강남지역에 산다고 하면 대부분 잘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 두 모녀가 입고 있는 옷은 그저 그런 정도의 브랜드였다. 옷뿐만 아니라 어머님의 핸드백도 좋은 브랜드는 아니었다. 물론 차림새가 깔끔하긴 했다. 그것은 적어도 스스로에게 무관심할 정도의 사람들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함께 온 정연주라는 학생을 살펴봤다. 보통의 키에 조금 마르고 피부는 약간 검은 편이며 전체적인 느낌은 평범했다. 작고 동그란 얼굴이 아주 미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나름 괜찮은 얼굴에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힘없이 테이블을 내려다 보는 충혈된 눈빛에는 피곤함이 가득했고 화장도 하지 않은 민 낯이었다.
어머니로부터 주변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이양이 들어와 차를 놓고 나갔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치마를 즐겨 입던 그녀가 오늘은 청바지차림이었다. 저건 무슨 뜻일까?
“차 드시죠.”
“아, 네. 암튼 그 S종합병원에선 신체적인 문제는 없다고 하면서 정신적인 문제일 수 있으니 정신과로 가보라고 하더군요. 자기들 병원 내에서 가기 그러면 조용한 곳을 추천해 주겠다고 하면서 여기를 추천해주셔서 왔어요. 선생님께서 좀 잘 봐주시면 좋겠어요.”
“네, 그러셨군요. 그런데 절 추천하신 선생님은 어느 분이신지…?”
“최현호라는 분이셨어요.”
“아, 네……”
입맛이 쓰다. 그 녀석이 내가 개업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신경 쓰이고, 더구나 자신이 담당했던 환자를 내게 보낸 것도 신경 쓰인다. 어쩌면 그것은 녀석의 우월감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관심 없으면 된다. 누구 소개로 왔건 난 내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다. 그렇게 나는 애써 생각한다.
“어머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따님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은데……”
연주라고 하는 이 대학생의 눈빛이 어둡다. 대화중 한번쯤은 엄마를 돌아보며 의지하려 할만도 한데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두 모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음을 말하는 것 같았다.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눈길이 손으로 간다. 왼손 약지에 있는 희미한 자국. 반지의 흔적. 지금 반지는 보이지 않지만 습관적으로 오른손이 왼손의 반지 있던 자리를 만진다. 그것은 최근까지 반지가 있었다는 뜻이고, 그 반지를 무척이나 소중히 생각했었다는 뜻이겠지. 그런 반지라면 아마도… 남자와 관련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엄마가 있는 자리에서 쉽게 말하기 어려울 것도 같았다.
“저 어미니. 잠시 연주양과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꼭 그래야 하나요?”
이 엄마의 자식에 대한 보호본능은 유난한 것 같다. 보통 이런 경우 의사의 지시를 따르기 마련인데.
“자녀일지라도 프라이버시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딸을 한 번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선다.
“엄마 이 앞에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씀 잘 드려.”
딸은 엄마를 이번에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런 딸을 잠시 내려다보던 어머니가 나가고 나서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아니 이야기 할 수 없는 말이 있을 거에요. 나는 의사로서 상담내용에 대한 비밀준수 의무가 있어요. 그러니 걱정 말고 이야기해봐요.”
“……”
“말을 하지 않으면 나도 도와줄 수가 없어요.”
연주양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말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내가 먼저 할 수 밖에 없다고 여겼다.
“남자친구와는 언제 헤어졌어요?”
“네?”
첫 반응이었다. 고개를 드는 연주양의 얼굴에 내가 혹여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서려있었다.
“반지는 언제 뺀 거죠? 한 이주 전쯤?”
“……”
“왜 헤어진 거죠? 아니 남자 쪽에서 먼저 헤어지자고 한 이유가 뭐에요?”
넘겨짚어봤다. 역시나 반응이 있다. 눈이 커진다.
“임신했었어요?”
“어떻게, 그걸?”
금새 두 눈을 손으로 감싼다. 핏기 없는 얼굴, 그럼에도 화장기 없는 모습에서 유추한 내 생각이 적중했다. 그렇다면 이 학생의 얼굴에 나타난 어두움은 실망감, 배신감, 상실감 중 어느 것의 무게가 큰 것일까?
“유산은 언제?”
“흐흐흑……”
서럽게 터진 울음이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다. 할 수 없다. 이 학생에게 시간을 주는 대신 나도 정보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녀석에게 전화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편하게 좀 쉬고 있어요. 잠깐 자리 비워줄 테니.”
연주양을 혼자 두고 안쪽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살펴본다. 아직 있다. 잠시 망설이다 삭제되지 않은 녀석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간다. 몇 번을 울려도 받지 않는 전화. 그래, 차라리 받지 말아라. 그게 더 속 편할 수 있겠다.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냐?”
제기랄 놈!
“나야, 뭐. 그런데 연주양 알지?”
“아, 내가 너에게 보낸 학생? 뭐 그리 어렵진 않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그런데 임신중절, 어떻게 처리 된 거냐?”
“그거! 좀 그래.”
“간단히!”
“좋아. 나도 바빠서. 그 여학생 임신 시킨 놈, 우리 병원 이사장 손자놈이다. 됐지?”
“알았다. 끊는다.”
“야, 다음에 시간 내서 한 잔……”
뒷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 녀석과 술 한잔 할 이유가 죽어도 없을 테니. 전화를 끊고 화장실을 나가보니 있어야 할 연주양이 없다. 상담실 문을 열고 나가 이양에게 물어보려는 데 이양이 먼저 말한다.
“연주양 좀 전에 갔어요. 막 울면서 뛰어나가던데, 선생님이 울렸어요?”
이건 또 뭐지? 아침부터 영 똥 밟은 기분이다.
“여태 그런 일 없으시더니 어린 학생을 다독이지는 않고 왜 울리고 그러셨어요? 그 어머님도 무척 분개하고 가시던데…… 상담료도 못 받았으니 선생님이 대신 내세요.”
“내가 왜요?”
“그래야 제 월급이라도 나올 거 아니에요!”
정말 입맛이 쓰다.
서구적인 얼굴에 가까운 미녀. 이양의 미모를 축약해서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윤기가 도는 듯 매끄럽고, 한편 단단해 보이는 피부. 가는 듯 길고 짙은 눈썹. 얼굴의 상하가 조금 길고 큰 눈과 오똑하게 솟은 콧날. 긴 목선. 처지지 않은 어깨.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가슴. 작은 허리에 비해 탐스럽게 크고 둥그런 엉덩이. 그럼에도 상체보다 유난히 긴 하체. 이렇게 잘 빠질 수가 있을까 싶은 두 다리. 손바닥을 가져다 대면 내 한 손으로 다 가려지는 앙증맞을 정도로 작은 숲.
불규칙하게 솟아 올랐다가 내려앉는 가슴의 흔들림이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호흡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팔짱을 끼듯 두 손을 가슴에 교차한 채 눈을 감은 이양의 속눈썹이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끊임없이 흔들렸다. 그 모습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책과 방송을 통해서 보고 들은 적이 있는 산 제물을 신에게 바치는 의식의 한 부분에 비교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침대에 누워 희미한 불빛아래 누운 이양의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했고, 치명적이다 싶게 아름답기도 했다.
침대 중간에 걸 터 앉아 그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을 내려다보는 내 가슴도 주체할 수 없는 고동으로 마구 뛰고 있었다. 아마 어느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평온을 유지하며 여인의 나신을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몸에 열이 치솟고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욕구가 간헐천처럼 저 아래에서부터 거칠게 밀려 올라왔다. 내 중심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부풀어 올랐고 당장이라도 여인의 중심을 파헤치고 싶어했다. 내게 있는 본능적이고 남성적인, 또한 동물적인 지배욕이 잔인하게 내 의식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고 이미 나도 어느새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손을 뻗어 모아진 손가락 바깥 면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손이 닿는 순간 이양의 몸이 거칠게 부르르 떨렸다가 이내 잔잔히 내 손의 유희를 받아내기 시작했고, 내 손에서도 점차 습하게 땀이 솟았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몸 위에서 내 영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그녀는 남자경험이 많지 않은 듯 보였다. 경직된 몸의 긴장이 쉽게 풀어지지 않았고,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무척이나 애쓰고 있었음에도 숨소리는 자꾸만 거칠어져 갔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유희처럼 즐겼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막다른 곳에 다다른 먹잇감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그 공포의 시간을 즐기는 포식자처럼.
생각보다 작은 이양의 가슴이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누워있음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제법 단단히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였을까? 손끝으로 구슬처럼 웅크린 유두를 살짝 건드려봤다. 마치 달팽이의 더듬이를 건드리듯이.
“하아……”
처음 나온 그녀의 소리. 남자의 욕구를 더욱 부채질하는 단내의 소리. 난폭해지려는 나를 제어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만약 내 안에 언제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나가{출처:yadamnet}려 하지 않는 우울의 힘이 나를 잡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그녀를 덮쳤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고 난폭하게.
몸을 숙여 이양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자요. 난 갈 테니.”
그녀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두 팔을 뻗어 내 목을 감싸 안아왔다.
“그냥… 안아주면 안돼요?”
애처롭기까지 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에 이는 갈등에 나도 어쩔 줄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이성의 끈을 놓고 그녀를 취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되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우리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앞으로도 이전처럼 평범하게 각자의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짧은 순간에 나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이양의 입술이 내 입술에 부딪혀 왔다. 능숙한 농염함이 배제된 서툴고 약간은 억지스러운 키스. 그래서 더욱 내 욕구를 부채질 하는.
어깨를 잡아 그녀의 입술을 떼어내며 날카로운 창을 내밀 듯 나는 말했다.
“완전히 내 것이 될 자신이 있어요? 잠깐의 쾌락이 아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는 듯 보였다.
“난 누군가의 대신이 되고 싶진 않아요.”
이양의 손이 스르르 풀어지며 상체가 침대로 다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두 눈동자가 바람을 맞은 촛불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그 틈이 마지막으로 내가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거실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웃옷을 집어 들고 센서등이 켜진 현관에서 제멋대로 던져져 있던 신발을 챙겨 신었다. 그렇게 시크한 남자가 되어 현관문을 열고 나서다 말고 뒤에서 날아온 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언제 나왔는지 모르게 거실에 서 있는 그녀가 보였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그대로 그녀는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도 지고 싶지는 않았다.
“지나간 시간을 다 털어낼 수 있어요?”
“……”
말없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돌려 문밖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을 때
“좋아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나는 석상이 된 듯 몸이 얼어붙었다.
“선생님 원하시는 대로 할게요. 대신…”
고개를 돌렸다.
“이 다음 제가 원할 때… 선생님도 저에 대한 기억들… 털어내 주세요. 그래 주실 수 있다면… 원하시는 대로 다 해드릴게요.”
고개를 든 그녀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고 아까보다 더 당당하고 강해진 그녀의 눈빛에 오히려 내가 위축되는 느낌이었다.
“좋아요. 그렇다면 우선 먼저 자요. 출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피곤하면 좀 늦어도 되요.”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걸어서 내려 오며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그래서 언젠가는 허망하게 가위질 하듯 기억 속에서 덜어내야 할 것이라고. 그리고 그 날은 무척이나 아픈 날이 될 것이라고.
집으로 가지 않고 병원으로 온 것은 얼마 자지 못하고 다시 나와야 한다는 것에 대한 귀차니즘 때문이었을 것이다. 담요 하나를 꺼내 덥고 상담용 의자에 누워있다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의자에 설치된 열선을 켜놓고 잔 덕분에 잠은 편하게 잤다. 그렇게 정신 없이 잠을 자다 눈을 떴을 때, 내 눈에 먼저 뜨인 것은 바로 옆 의자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이양의 얼굴이었다.
“뭐에요?”
깜짝 놀란 내가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이양의 손이 나를 제지했다. 그것을 핑계로 나도 뻐근한 몸을 다시 뉘었다.
“잠에서 깨실 때를 기다리고 있었죠.”
“깨우지 그랬어요.”
“손님도 없는데 그럴 필요가 있어야죠.”
길게 하품이 나왔다. 얼른 손으로 입을 가리며 물었다.
“지금 몇 시나 됐어요?”
“10시 조금 안됐어요.”
“흠……”
내 자신이 한심했다. 적어도 근무시간은 지켜서 일어났어야 했는데.
“일어나실 거죠?”
“그래야죠.”
“아침은요?”
“조금 있다가 아점 먹어야 할 것 같네요.”
“그럼 점심은 저와 같이 하시겠어요?”
“뭐, 그러던지요.”
“그럼 세수하시고 정신 좀 차리세요.”
상담실을 나가는 이양의 뒷모습이 이전과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나와 여분의 양복으로 갈아입고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인터폰이 울릴 때까지도 머리 속에서는 그 생경한 느낌이 자꾸만 파고들었다.
“네.”
“선생님, 상담하려고 방문하신 분이 계신데요. 지금 안내해도 될까요?”
“기본설문지 작성은요?”
“하셨어요.”
“그럼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네.”
잠시 후 이양이 중년의 여성분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 하나를 동반하고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이양은 기본설문지를 내 책상에 놓고는 이전과 같은 사무적인 얼굴로 나갔고, 이번엔 그 일상의 모습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어서 오세요. 이쪽 소파에 앉으시구요.”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인터폰으로 이양에게 차를 부탁하고는 기본설문지를 집어 들고 나도 그들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곤 잠깐의 인사 후 서둘러 설문지를 훑어 봤다.
“따님 때문에 오셨군요.”
“네, 선생님. 우리 애가 요 근래 통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어서요. 대학 2학년인데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나 봐요. 병원에서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정신과 상담을 한 번 받아보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이야기를 하며 어머님의 눈은 연신 딸을 향하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설문지에 표시되지 않은 불안한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었다. 습관적으로 나는 두 모녀의 외양을 잠시 훑어 봤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옷차림이다. 강남지역에 산다고 하면 대부분 잘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 두 모녀가 입고 있는 옷은 그저 그런 정도의 브랜드였다. 옷뿐만 아니라 어머님의 핸드백도 좋은 브랜드는 아니었다. 물론 차림새가 깔끔하긴 했다. 그것은 적어도 스스로에게 무관심할 정도의 사람들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함께 온 정연주라는 학생을 살펴봤다. 보통의 키에 조금 마르고 피부는 약간 검은 편이며 전체적인 느낌은 평범했다. 작고 동그란 얼굴이 아주 미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나름 괜찮은 얼굴에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힘없이 테이블을 내려다 보는 충혈된 눈빛에는 피곤함이 가득했고 화장도 하지 않은 민 낯이었다.
어머니로부터 주변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이양이 들어와 차를 놓고 나갔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치마를 즐겨 입던 그녀가 오늘은 청바지차림이었다. 저건 무슨 뜻일까?
“차 드시죠.”
“아, 네. 암튼 그 S종합병원에선 신체적인 문제는 없다고 하면서 정신적인 문제일 수 있으니 정신과로 가보라고 하더군요. 자기들 병원 내에서 가기 그러면 조용한 곳을 추천해 주겠다고 하면서 여기를 추천해주셔서 왔어요. 선생님께서 좀 잘 봐주시면 좋겠어요.”
“네, 그러셨군요. 그런데 절 추천하신 선생님은 어느 분이신지…?”
“최현호라는 분이셨어요.”
“아, 네……”
입맛이 쓰다. 그 녀석이 내가 개업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신경 쓰이고, 더구나 자신이 담당했던 환자를 내게 보낸 것도 신경 쓰인다. 어쩌면 그것은 녀석의 우월감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관심 없으면 된다. 누구 소개로 왔건 난 내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다. 그렇게 나는 애써 생각한다.
“어머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따님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은데……”
연주라고 하는 이 대학생의 눈빛이 어둡다. 대화중 한번쯤은 엄마를 돌아보며 의지하려 할만도 한데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두 모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음을 말하는 것 같았다.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눈길이 손으로 간다. 왼손 약지에 있는 희미한 자국. 반지의 흔적. 지금 반지는 보이지 않지만 습관적으로 오른손이 왼손의 반지 있던 자리를 만진다. 그것은 최근까지 반지가 있었다는 뜻이고, 그 반지를 무척이나 소중히 생각했었다는 뜻이겠지. 그런 반지라면 아마도… 남자와 관련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엄마가 있는 자리에서 쉽게 말하기 어려울 것도 같았다.
“저 어미니. 잠시 연주양과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꼭 그래야 하나요?”
이 엄마의 자식에 대한 보호본능은 유난한 것 같다. 보통 이런 경우 의사의 지시를 따르기 마련인데.
“자녀일지라도 프라이버시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딸을 한 번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선다.
“엄마 이 앞에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씀 잘 드려.”
딸은 엄마를 이번에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런 딸을 잠시 내려다보던 어머니가 나가고 나서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아니 이야기 할 수 없는 말이 있을 거에요. 나는 의사로서 상담내용에 대한 비밀준수 의무가 있어요. 그러니 걱정 말고 이야기해봐요.”
“……”
“말을 하지 않으면 나도 도와줄 수가 없어요.”
연주양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말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내가 먼저 할 수 밖에 없다고 여겼다.
“남자친구와는 언제 헤어졌어요?”
“네?”
첫 반응이었다. 고개를 드는 연주양의 얼굴에 내가 혹여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서려있었다.
“반지는 언제 뺀 거죠? 한 이주 전쯤?”
“……”
“왜 헤어진 거죠? 아니 남자 쪽에서 먼저 헤어지자고 한 이유가 뭐에요?”
넘겨짚어봤다. 역시나 반응이 있다. 눈이 커진다.
“임신했었어요?”
“어떻게, 그걸?”
금새 두 눈을 손으로 감싼다. 핏기 없는 얼굴, 그럼에도 화장기 없는 모습에서 유추한 내 생각이 적중했다. 그렇다면 이 학생의 얼굴에 나타난 어두움은 실망감, 배신감, 상실감 중 어느 것의 무게가 큰 것일까?
“유산은 언제?”
“흐흐흑……”
서럽게 터진 울음이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다. 할 수 없다. 이 학생에게 시간을 주는 대신 나도 정보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녀석에게 전화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편하게 좀 쉬고 있어요. 잠깐 자리 비워줄 테니.”
연주양을 혼자 두고 안쪽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살펴본다. 아직 있다. 잠시 망설이다 삭제되지 않은 녀석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간다. 몇 번을 울려도 받지 않는 전화. 그래, 차라리 받지 말아라. 그게 더 속 편할 수 있겠다.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냐?”
제기랄 놈!
“나야, 뭐. 그런데 연주양 알지?”
“아, 내가 너에게 보낸 학생? 뭐 그리 어렵진 않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그런데 임신중절, 어떻게 처리 된 거냐?”
“그거! 좀 그래.”
“간단히!”
“좋아. 나도 바빠서. 그 여학생 임신 시킨 놈, 우리 병원 이사장 손자놈이다. 됐지?”
“알았다. 끊는다.”
“야, 다음에 시간 내서 한 잔……”
뒷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 녀석과 술 한잔 할 이유가 죽어도 없을 테니. 전화를 끊고 화장실을 나가보니 있어야 할 연주양이 없다. 상담실 문을 열고 나가 이양에게 물어보려는 데 이양이 먼저 말한다.
“연주양 좀 전에 갔어요. 막 울면서 뛰어나가던데, 선생님이 울렸어요?”
이건 또 뭐지? 아침부터 영 똥 밟은 기분이다.
“여태 그런 일 없으시더니 어린 학생을 다독이지는 않고 왜 울리고 그러셨어요? 그 어머님도 무척 분개하고 가시던데…… 상담료도 못 받았으니 선생님이 대신 내세요.”
“내가 왜요?”
“그래야 제 월급이라도 나올 거 아니에요!”
정말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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