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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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07회 작성일 20-01-17 19:20본문
모래바람토요일 오후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한승희’의 얼굴에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이제 스물 여덟살인 ‘한승희’가 ‘최성규’를 만난 것은 스물 두살인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바(bar)의 손님으로 온 ‘최성규’는 당시 서른 아홉의 멋진 신사 였다.
서너번 데이트를 하고 술에 취한 척하며 그가 이끄는 모텔로 가서 섹스를 나누었다.
몇번의 섹스를 나눈 후 그가 얻어준 작은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다.
이른 바 스폰서와의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죄로 대학 입학부터 각종 아르바이트에 시달려야 했던 그녀에게 매달 용돈을 주는 ‘최성규’의 존재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웠다.
일주일에 두세번 오피스텔에서 나누곤 하던 그와의 섹스도 감미롭고 만족스러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가 주선해준 은행에 다니면서 ‘한승희’는 자신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매달 주는 용돈에 중독되어 명품 옷으로 몸을 휘감고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지만 항상 뭔가 허전했다.
대학 동창들의 모임에 애인을 데리고 나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서서히 말라 비틀어져 가는 자신과는 다르게 사랑을 속삭이는 그들의 주위에는 빛나는 젊음의 광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눈치 채기라도 한 것처럼 ‘최성규’가 30평대의 아파트를 주었지만 집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자신과의 섹스를 힘에 부쳐하는 45살 성규와는 달리 이십대 후반의 몸뚱어리는 항상 애욕에 목말랐다.
‘성규’의 눈을 피해 젊은 남자와 뜨거운 섹스를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탐욕스러운 ‘승희’의 촉촉하고 뜨거운 바기니는 그 이상의 것을 갈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규를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
아니.. 그가 매달 주는 몇백만원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고 일자리를 잃는 것이 두려웠다.
금감원의 국장이 된 ‘최성규’는 전화 한 통화로 자신을 은행에 입사시킨 것처럼 한 순간에 자신을 퇴사 시킬 수도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돈에, 그의 힘에 중독이 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요즈음에 자주한다.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던 ‘한승희’는 잡념을 떨치려는 듯 가운을 훌훌 벗어던지고 탱크탑의 스포츠 브라에 스판재질 핫팬츠를 입는다.
물오른 탐스러운 허벅지를 트레이닝복에 감추고 가방을 둘러맨 ‘한승희’가 차를 몰고 향한 곳은 근처의 고급 헬스클럽이었다.
땀이라도 흠뻑 흘려서 이 꿀꿀한 기분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한승희’가 헬스장으로 들어올 때 ‘이민재’는 입구 쪽에 설치된 벤치 프레스에 누워 있었다.
벤치에 누워 어지간한 헬스 트레이너들도 들기 힘든 무게를 너끈히 들어 올리는 그의 상박과 팔뚝에 지렁이 같은 힘줄이 꿈틀대며 일어난다.
근처에서 런닝 머신을 타던 여자들이 탐욕스런 눈빛으로 헐렁한 땀이 흠뻑 젖은 나시티 속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그의 복근을 훔쳐본다.
런닝머신으로 향하던 ‘한승희’의 눈에 ‘이민재’의 얼굴이 들어오고 일순간 놀라는 듯 입이 살짝 벌어지지만 이내 런닝머신을 작동시킨다.
‘이민재’가 이곳 헬스크럽으로 옮긴 것은 두달 전이다.
‘최성규’를 감시하던 ‘죽산실업’의 레이더에 ‘한승희’가 걸려들고, 그녀가 일주일에 두번씩 이 헬스클럽과 아래층 수영장을 이용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이곳에 등록을 했다.
고급 회원들로만 이루어진 이곳의 자격요건이 조금 까다롭기는 했지만 ‘홍재경’상무의 도움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그 동안은 일부러 ‘한승희’와 다른 시간에 이곳에 들르곤 하였지만 어제 지하철에서의 일이 있고난 후 오늘을 디데이로 잡아 직접 맞닥뜨릴 계획이다.
여자들은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모두 우연히 만나 운명적으로 다가오는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다.
오늘의 우연한 조우를 위해 ‘한승희’가 쥐어준 명함으로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한승희’가 런닝을 하면서도 연신 이쪽을 신경 쓰는 것이 완연하게 느껴진다.
벤치 프레스에서 일어나 음료수 자판기 쪽으로 가며 한승희를 관찰한다.
굵게 웨이브진 긴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고, 런닝머신을 타는 그녀의 팽팽한 젖가슴과 쭉 뻗은 허벅지 라인은 역시 남자들이 혹 할 만큼 멋지다.
어느새 그녀 양쪽 옆의 런닝머신에 남자들 두명이 연신 힐끔거리며 뛰고 있다.
‘흐흐~자식들 헛물들을 켜고 있군~’
헬스장 입구에서 근처 여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우연히 본 ‘한승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날렵한 몸으로 무거운 프레스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잘생겼으면서도 야성미 넘치는 얼굴의 그 남자는 분명 어제 아침 지하철에서 자신의 몸을 뜨겁게 달구던 그 손가락의 주인공이었다.
팔에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근육들과, 탄탄한 아랫배 밑으로 반바지를 두툼하게 밀어 올리는 페니스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제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서 꿈틀거리던 굵고 뜨거웠던 그것의 감촉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어제 아침은 정말 최악이었다.
간밤에 찾아온 ‘최성규’가 몸 위로 올라와서는 내가 한창 자신이 달아오를 무렵 그대로 사정하고 나가떨어져 욕구불만의 상태였는데, 출근 하려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온 순간 짜증지수가 극에 달했다.
어떤 개자식이 K5승용차 앞바퀴 두개를 모두 펑크를 내버려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야 했다.
출근시간의 혼잡한 전철 안에서 겨우 문쪽에 자리를 잡고 서 있는데 바로 뒤에서 은은하고 고급스런 남자 향수 냄새가 풍겨왔다.
고개를 살짝 돌려 얼굴을 확인해보니 상당히 잘생긴 얼굴의 세련된 양복을 입은 자기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바짝 붙어 있었다.
승객들이 점점 불어나고 그와 점점 밀착이 되고 있었다.
장난스런 감정으로 엉덩이를 살짝 들어 그의 바지 지퍼 부분에 문질러 보았다.
반응은 무척이나 빨랐다.
그의 페니스가 순식간에 꿈틀거리며 일어선다.
그의 두툼한 페니스가 엉덩이를 계속 자극해 왔고 엉덩이 사이에 그의 물건을 파묻은 나도 간헐적으로 엉덩이를 조여 그를 자극했다.
어느 순간 그의 팔이 앞쪽으로 돌아와 가랑이 사이를 지그시 누른다.
애액이 스물 거리는 질구를 자극하는 그의 손을 핸드백으로 감추어 주며 그의 동작에 호응했다.
그의 손가락이 치마를 거슬러 올라와 팬티 옆자락으로 스며들어 질구를 간지르는 순간 터져 나오는 신음을 겨우 삼켰다.
크리토리스를 비비며 질벽을 긁어대는 그의 손가락과 내 엉덩이 골에 파뭍혀 꿈틀대는 페니스의 뜨거움으로 인해 몇번이나 정상의 문턱까지 다다랐었다.
이대로 헤어져 그냥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창피한 일이지만 지하철에서 내리며 그에게 먼저 내 명함을 건네주고 말았다.
명함을 받아들며 싱긋 웃는 그의 미소는 무척이나 싱그러웠지만 금요일 내내 전화가 오질 않았다.
치사하고 더러운 자식..이라고 퇴근하는 내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치사한 자식이 헬스크럽의 내 눈앞에 나타났지만 나를 본 것 같지는 않다.
그 자식이 벤치 프레스에서 일어나 휴게실 쪽으로 향한다.
‘어!..저자식 벌써 가려고 하나?..’
급하게 런닝머신을 멈추고 휴게실로 향한다.
“어!~ 한 승희씨..”
스포츠음료를 마시고 있던 그 자식이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이 자식 내 이름을 아는걸 보니..내 명함을 쓰레기통에 버린 것은 아닌가 보네..’
살짝 마음이 풀어진다.
“어머!~..이곳에 다니시나 봐요?”
“예..두어달 됐는데..승희씨도 여기서 운동하시는 군요..”
“저는 한 반년정도 됐어요..호호”
그에게 답하는 내 목소리에 콧소리가 섞인다.
‘야! 한승희 정신 차려..’
“어제 명함 받고 전화 못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급하게 외근을 나와야 해서 명함을 사무실 책상에 두고 나온 걸 깜박 했거든요..늦은 시간에 사무실로 돌아가서 명함을 찾긴 했는데..너무 늦은 시간이라 실례가 될까 싶어서 전화 못드렸어요..”
“아유~..괜찮아요..호호”
꽁 하던 한승희의 마음이 봄 햇빛에 얼음이 녹아내리듯 흐물흐물 풀린다.
“제가 사과의 의미로 커피를 한잔 사겠습니다.”
“호호~..커피 정도로 될까요”
“하하~..승희씨가 원하시는 대로 제가 사도록 하죠..”
청초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탱크탑과 스판 반바지를 입은 승희의 몸매가 도발적이다.
몸매에 자신이 없으면 결코 소화하지 못할 옷차림이다.
스포츠브라를 팽팽하게 밀어 올리며 살짝 보이는 유두의 흔적을 웨이브 진 머리카락으로 숨긴 승희의 유방은 B컵은 넘을 듯하다.
구리빛으로 빛나는 탄탄한 아랫배의 중앙에 음푹 파인 배꼽으로 땀이 한방울 흘러든다.
최성규가 정신을 못 차리고 몇년씩이나 빠져들 만큼 뇌살적인 몸이다.
“그럼 샤워하고 주차장에서 뵐까요?”
“그래요..”
커피 전문점에서 시작된 그 남자와의 즐거운 대화는 일식집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곳 ‘이카루스(Icarus)’라는 고급스런 바(Bar)에서의 술자리까지 연결되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에게 속삭이며 간간히 유머를 섞는 남자의 말솜씨와 우연인 듯 몸을 스치는 짜릿한 스킨쉽에 빠져서 서너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아까부터 남자에게 빠져들고 있던 ‘승희’는 대현생명의 본사 ‘차장’의 직함이 찍힌 명함을 받아든 순간 그 남자에게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세상에.. 서른 한살의 젊은 나이에 팀장이라니...4년간 은행에 다닌 나도 겨우 대리인데..그것도 성규씨가 뒤에서 압력을 가해 겨우 대리 직급을 따냈는데..’
‘민재’는 승희가 꿈꾸던 완벽한 외모에 스펙까지 훌륭한 남자였다.
베이지색 면바지에 하늘색 니트를 걸친 ‘민재’의 스타일도 맘에 꼭 들었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자신과 맞추어 입기라도 한듯 거리의 쇼윈도에 비추던 자신들의 옷차림이 커플룩이양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이 남자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가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바의 구석자리에 바짝 붙어있는 두사람 앞의 탁자에는 반쯤 비어진 ‘발렌타인’병이 과일과 함께 놓여져 있다.
“팀 내에 여직원들이 많아서 조금 골치이긴 해요..출장 보내는 것도 신경쓰이고..”
“호호..꽃 밭에서 사시네요..”
‘승희’의 마음이 살짝 질투 비슷한 감정이 든다.
“하하..사내 연애는 안하겠다는 주의 입니다..
상급자인 남자와 하급자인 여직원이 관계를 가지면 아무리 순수했던 사이라도 색안경을 끼고 보거든요..
승희씨야 말로 은행의 남자직원들에게 대쉬를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
이야기를 하면서 ‘민재’의 오른손이 타이트한 청바지에 감싸인 ‘승희’의 탄탄한 허벅지를 부드럽게 쓸어준다.
“아유~..아니에요..저희 은행 남자들은 거의 기혼자 거든요..실속이 없죠..호호”
다리를 살짝 벌려주며 승희가 콧소리섞인 대답을 한다.
마주친 두사람의 눈에 뜨거운 열기가 어린다.
양복을 입은 짧은 머리의 건장한 남자가 두사람의 탁자에 육포를 올려놓고 돌아가려는 것을 ‘민재’가 잡아서 맞은편에 앉힌다.
“인사해요..승희씨..이쪽은 이곳의 사장님이신 ‘강형규 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한승희라고 해요..”
“반가워요 승희씨..강형규라고 합니다...”
“네..사장님..”
“어휴..사장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사실 이 가게는 저 친구 거에요..여기 오픈할 때 저친구가 80%이상 투자했거든요..”
“그래요?”
승희의 눈에 놀람의 빛이 어린다.
언뜻 보기에도 고급스런 실내장식들이 꽤 많은 돈을 들였을 것 같고 바의 이곳저곳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아가씨들의 미모도 수준 이상이다.
늘씬하고 귀여운 얼굴들이 모두 이십대 초반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이 사장..”
“에이..형님! 사장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아무튼..근데 빨리 실장님을 구해야 할것 같아..내가 여기 매일 붙어있을 수도 없고..아르 바이트 여자애들 관리하기도 힘들고...이사장..아니 ‘민재’씨도 매일 들를수 있는 입장이 아니잖아...”
“마땅한 여자분이 없어요?”
“믿을 만한 여자가 없어..손님들과 말상대 하기 위해서는 학력수준도 어느 정도 되어야 하고.. 바에서의 경력도 있어야 하는데..쉽지 않네..”
“저도 한번 알아보긴 할께요..”
한 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남자가 주방쪽으로 사라진다.
“얼마전에 실장님이 결혼을 하고서 그만뒀거든요..후임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가 보네요..”
“이곳을 운영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실내장식을 새로 하고 오픈 한 것이 한 육개월 정도 쯤 돼요..”
“대단하시네요..‘민재’씨..직장 생활 하랴..?운영하랴..바쁘시겠어요..”
“하하!..이곳 ‘이카루스’는 강사장님이 알아서 운영하시는 걸요,..저는 그냥 가끔씩 들러서 분위기나 봐주는 정도죠..그런데 여기 운영하는 것은 비밀이에요..회사에서 아무도 모르거든요..”
‘민재’가 입술을 승희의 귀에 대고 소근거린다.
“아흠~아!...네... 알겠어요..”
귓가에 닿을 듯 말듯 불어오는 남자의 입김에 여자의 몸이 자지러진다.
‘민재’를 보는 ‘승희’의 눈길이 더 뜨거워진다.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면 두사람의 관계는 심정적으로 무척 돈독해진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민재’는 심리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승희’를 야금야금 무너뜨리고 있었다.
“승희씨.. 제 집에 가서 술한잔 더 하고 가실래요..여기는 아무래도 종업원들 보는 눈이 있어서 조금 불편하네요..”
노골적인 ‘민재’의 유혹이지만 이미 흐물흐물해진 ‘승희’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한다.
‘이민재’와 ‘강형규’의 관계는 사년이 넘었다.
유도대학을 졸업하고 사설 경호 업체에서 근무하다가 독립한 ‘죽산 실업’의 ‘강형규’를 만난 것은 사년 전이었다.
‘홍재경’상무의 스카웃 제의를 받은 ‘민재’가 입국하여 제일먼저 들린 곳이 사설 정보 업체였다.
심부름센터 비슷한 곳을 몇군데 들렀지만 모두 영세하고 믿음이 가질 않아 고민하던 중에 한곳에서 ‘강형규’의 ‘죽산 실업’을 소개해 주었다.
‘민재’가 그를 찾았을 당시 ‘강형규’는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몇번 만나고 난후 자신보다 세살이 위인 ‘강형규’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판단이 들어 영국에서 성능 좋은 도청기와 카메라등 서방의 정보요원들이 쓰는 물품들을 수입해서 ‘강형규’에게 사용방법을 알려주고 일을 의뢰했다.
첫 번째 의뢰는 ‘대현 생명’에 관한 정보 수집이었다.
당시까지 ‘민재’는 ‘홍재경’의 스카웃 제의에 대해 ‘예스’라고 답하지 않고 미루고 있었다.
‘죽산 실업’에서 조사한 것을 검토한 결과 자신이 계획에 ‘대현생명’이 충분한 이용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 입사를 결정했다.
그 후에도 ‘강형규’에게 여러가지를 의뢰했고 ‘죽산실업’은 그 일을 훌륭히 해냈다.
그리고 일년전에 ‘죽산실업’은 사무실을 확장하여 이전했다.
5층짜리 건물의 사층과 오층을 ‘죽산실업’이 쓰게 되었다.
그 건물은 이미 5년전에 ‘이민재’가 어떤 용도로 쓰기 위해 매입한 것이었다.
그리고 육개월 전에는 지하에 있던 호프집을 리모델링하여 ‘이카루스’라는 고급스런 바(Bar)로 탈바꿈시키고 ‘강형규’의 이름으로 등록해 놓았다.
‘이민재’의 계획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승희’는 40평이 넘는 ‘이민재’의 아파트가 혼자서 살기에는 너무 넓다는 생각을 하며 아파트로 들어선다.
실내 디자인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듯, 블랙 계열 색상의 가구들과 화이트 톤의 장식품들은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인다.
“잠시만 쇼파에 앉아 쉬고 계세요..”
“호호..천천히 준비 하세요..”
‘민재’가 꼬냑과 얼음을 꺼내오고 육포와 과일등 안주거리를 거실의 탁자위에 준비해 놓는 동안 ‘승희’는 매의 눈으로 아파트 이곳저곳을 훑으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여자의 흔적을 찾아본다.
“많이 기다리 셨죠..”
“아니에요..민재씨~”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는 ‘승희’의 얼굴에 만족감의 미소가 흐른다.
또로로롱
작은 스트레이트 잔에 적갈색의 술이 따라지고 뜨거운 시선이 얽혀든다.
“우리 러브 샷 할까요?..”
“저야 고맙죠..후후”
‘승희’의 도발에 ‘민재’가 맞장구치며 두사람의 손이 상대편의 목을 휘감는다.
“꼴깍~”
“쪽~”
“어머머..”
술을 마신 ‘민재’가 ‘승희’의 귓가에 입맞춤을 하자 ‘승희’의 내숭이 터져 나온다.
“하잉~..”
남자의 품속으로 얼굴을 묻은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두드리며 비음을 흘린다.
남자의 오른손 손가락이 여자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리며 고개를 숙인다.
여지의 눈이 감겨지고 깊은 입맞춤이 시작된다.
“승희씨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않될까요?”
여자의 머리가 재빠르게 회전한다.
‘성규는 제주도로 골프여행을 떠났으니까..괜찮겠지..’
여자의 고개가 끄덕여지며 다시 한번 에로틱한 키스가 이어진다.
‘승희’가 욕실에서 샤워하는 동안 먼저 샤워를 끝낸 ‘민재’는 재빠르게 승희의 가방을 뒤져서 카드하나를 찾아낸다.
‘승희’ 아파트의 출입카드이다.
자신이 몰래 드나들어야 했던 ‘최성규’는 보안이 무척 튼튼한 아파트를 ‘승희’에게 얻어 주었다.
번호키로 되어 있는 아파트의 출입문의 여섯자리 비밀번호는 이미 확보해 둔 상태이다.
잠시 후 ‘민재’의 핸드폰이 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민재는 바로 아파트의 문을 열고 문앞에 서있는 남자에게 카드를 건네준다.
‘죽산실업’의 직원이다.
‘승희’가 오늘 이곳에 머무는 동안 ‘강형규’의 직원들은 그녀의 아파트에 침투해서 카메라와 도청장치를 숨기고 나올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최성규’를 잡기 위한 공작이다.
그 금융간독원 국장은 “대현생명‘의 경쟁회사인 ”건국생명’의 뒤를 봐주고 만만치 않은 액수를 정기적으로 받아 챙기고 있다.
‘민재’가 채결한 중동의 보험계약건에 대한 정부 지급 보증서를 몇번씩이나 딜레이 시키며 골탕을 먹인 인간이다.
이번 쿠웨이트 건설회사 건도 이리저리 트집을 잡으며 사인을 미루고 있다.
이번 참에 그 인간을 아주 날려 버릴 생각으로 ‘승희’를 유혹했다.
욕실의 물소리가 멈추는가 싶더니 수건을 터번처럼 머리에 두른 승희가 하얀색의 샤워가운을 입은 채 살랑살랑 다가온다.<계속>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한승희’의 얼굴에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이제 스물 여덟살인 ‘한승희’가 ‘최성규’를 만난 것은 스물 두살인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바(bar)의 손님으로 온 ‘최성규’는 당시 서른 아홉의 멋진 신사 였다.
서너번 데이트를 하고 술에 취한 척하며 그가 이끄는 모텔로 가서 섹스를 나누었다.
몇번의 섹스를 나눈 후 그가 얻어준 작은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다.
이른 바 스폰서와의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죄로 대학 입학부터 각종 아르바이트에 시달려야 했던 그녀에게 매달 용돈을 주는 ‘최성규’의 존재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웠다.
일주일에 두세번 오피스텔에서 나누곤 하던 그와의 섹스도 감미롭고 만족스러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가 주선해준 은행에 다니면서 ‘한승희’는 자신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매달 주는 용돈에 중독되어 명품 옷으로 몸을 휘감고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지만 항상 뭔가 허전했다.
대학 동창들의 모임에 애인을 데리고 나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서서히 말라 비틀어져 가는 자신과는 다르게 사랑을 속삭이는 그들의 주위에는 빛나는 젊음의 광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눈치 채기라도 한 것처럼 ‘최성규’가 30평대의 아파트를 주었지만 집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자신과의 섹스를 힘에 부쳐하는 45살 성규와는 달리 이십대 후반의 몸뚱어리는 항상 애욕에 목말랐다.
‘성규’의 눈을 피해 젊은 남자와 뜨거운 섹스를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탐욕스러운 ‘승희’의 촉촉하고 뜨거운 바기니는 그 이상의 것을 갈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규를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
아니.. 그가 매달 주는 몇백만원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고 일자리를 잃는 것이 두려웠다.
금감원의 국장이 된 ‘최성규’는 전화 한 통화로 자신을 은행에 입사시킨 것처럼 한 순간에 자신을 퇴사 시킬 수도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돈에, 그의 힘에 중독이 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요즈음에 자주한다.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던 ‘한승희’는 잡념을 떨치려는 듯 가운을 훌훌 벗어던지고 탱크탑의 스포츠 브라에 스판재질 핫팬츠를 입는다.
물오른 탐스러운 허벅지를 트레이닝복에 감추고 가방을 둘러맨 ‘한승희’가 차를 몰고 향한 곳은 근처의 고급 헬스클럽이었다.
땀이라도 흠뻑 흘려서 이 꿀꿀한 기분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한승희’가 헬스장으로 들어올 때 ‘이민재’는 입구 쪽에 설치된 벤치 프레스에 누워 있었다.
벤치에 누워 어지간한 헬스 트레이너들도 들기 힘든 무게를 너끈히 들어 올리는 그의 상박과 팔뚝에 지렁이 같은 힘줄이 꿈틀대며 일어난다.
근처에서 런닝 머신을 타던 여자들이 탐욕스런 눈빛으로 헐렁한 땀이 흠뻑 젖은 나시티 속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그의 복근을 훔쳐본다.
런닝머신으로 향하던 ‘한승희’의 눈에 ‘이민재’의 얼굴이 들어오고 일순간 놀라는 듯 입이 살짝 벌어지지만 이내 런닝머신을 작동시킨다.
‘이민재’가 이곳 헬스크럽으로 옮긴 것은 두달 전이다.
‘최성규’를 감시하던 ‘죽산실업’의 레이더에 ‘한승희’가 걸려들고, 그녀가 일주일에 두번씩 이 헬스클럽과 아래층 수영장을 이용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이곳에 등록을 했다.
고급 회원들로만 이루어진 이곳의 자격요건이 조금 까다롭기는 했지만 ‘홍재경’상무의 도움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그 동안은 일부러 ‘한승희’와 다른 시간에 이곳에 들르곤 하였지만 어제 지하철에서의 일이 있고난 후 오늘을 디데이로 잡아 직접 맞닥뜨릴 계획이다.
여자들은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모두 우연히 만나 운명적으로 다가오는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다.
오늘의 우연한 조우를 위해 ‘한승희’가 쥐어준 명함으로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한승희’가 런닝을 하면서도 연신 이쪽을 신경 쓰는 것이 완연하게 느껴진다.
벤치 프레스에서 일어나 음료수 자판기 쪽으로 가며 한승희를 관찰한다.
굵게 웨이브진 긴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고, 런닝머신을 타는 그녀의 팽팽한 젖가슴과 쭉 뻗은 허벅지 라인은 역시 남자들이 혹 할 만큼 멋지다.
어느새 그녀 양쪽 옆의 런닝머신에 남자들 두명이 연신 힐끔거리며 뛰고 있다.
‘흐흐~자식들 헛물들을 켜고 있군~’
헬스장 입구에서 근처 여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우연히 본 ‘한승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날렵한 몸으로 무거운 프레스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잘생겼으면서도 야성미 넘치는 얼굴의 그 남자는 분명 어제 아침 지하철에서 자신의 몸을 뜨겁게 달구던 그 손가락의 주인공이었다.
팔에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근육들과, 탄탄한 아랫배 밑으로 반바지를 두툼하게 밀어 올리는 페니스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제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서 꿈틀거리던 굵고 뜨거웠던 그것의 감촉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어제 아침은 정말 최악이었다.
간밤에 찾아온 ‘최성규’가 몸 위로 올라와서는 내가 한창 자신이 달아오를 무렵 그대로 사정하고 나가떨어져 욕구불만의 상태였는데, 출근 하려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온 순간 짜증지수가 극에 달했다.
어떤 개자식이 K5승용차 앞바퀴 두개를 모두 펑크를 내버려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야 했다.
출근시간의 혼잡한 전철 안에서 겨우 문쪽에 자리를 잡고 서 있는데 바로 뒤에서 은은하고 고급스런 남자 향수 냄새가 풍겨왔다.
고개를 살짝 돌려 얼굴을 확인해보니 상당히 잘생긴 얼굴의 세련된 양복을 입은 자기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바짝 붙어 있었다.
승객들이 점점 불어나고 그와 점점 밀착이 되고 있었다.
장난스런 감정으로 엉덩이를 살짝 들어 그의 바지 지퍼 부분에 문질러 보았다.
반응은 무척이나 빨랐다.
그의 페니스가 순식간에 꿈틀거리며 일어선다.
그의 두툼한 페니스가 엉덩이를 계속 자극해 왔고 엉덩이 사이에 그의 물건을 파묻은 나도 간헐적으로 엉덩이를 조여 그를 자극했다.
어느 순간 그의 팔이 앞쪽으로 돌아와 가랑이 사이를 지그시 누른다.
애액이 스물 거리는 질구를 자극하는 그의 손을 핸드백으로 감추어 주며 그의 동작에 호응했다.
그의 손가락이 치마를 거슬러 올라와 팬티 옆자락으로 스며들어 질구를 간지르는 순간 터져 나오는 신음을 겨우 삼켰다.
크리토리스를 비비며 질벽을 긁어대는 그의 손가락과 내 엉덩이 골에 파뭍혀 꿈틀대는 페니스의 뜨거움으로 인해 몇번이나 정상의 문턱까지 다다랐었다.
이대로 헤어져 그냥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창피한 일이지만 지하철에서 내리며 그에게 먼저 내 명함을 건네주고 말았다.
명함을 받아들며 싱긋 웃는 그의 미소는 무척이나 싱그러웠지만 금요일 내내 전화가 오질 않았다.
치사하고 더러운 자식..이라고 퇴근하는 내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치사한 자식이 헬스크럽의 내 눈앞에 나타났지만 나를 본 것 같지는 않다.
그 자식이 벤치 프레스에서 일어나 휴게실 쪽으로 향한다.
‘어!..저자식 벌써 가려고 하나?..’
급하게 런닝머신을 멈추고 휴게실로 향한다.
“어!~ 한 승희씨..”
스포츠음료를 마시고 있던 그 자식이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이 자식 내 이름을 아는걸 보니..내 명함을 쓰레기통에 버린 것은 아닌가 보네..’
살짝 마음이 풀어진다.
“어머!~..이곳에 다니시나 봐요?”
“예..두어달 됐는데..승희씨도 여기서 운동하시는 군요..”
“저는 한 반년정도 됐어요..호호”
그에게 답하는 내 목소리에 콧소리가 섞인다.
‘야! 한승희 정신 차려..’
“어제 명함 받고 전화 못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급하게 외근을 나와야 해서 명함을 사무실 책상에 두고 나온 걸 깜박 했거든요..늦은 시간에 사무실로 돌아가서 명함을 찾긴 했는데..너무 늦은 시간이라 실례가 될까 싶어서 전화 못드렸어요..”
“아유~..괜찮아요..호호”
꽁 하던 한승희의 마음이 봄 햇빛에 얼음이 녹아내리듯 흐물흐물 풀린다.
“제가 사과의 의미로 커피를 한잔 사겠습니다.”
“호호~..커피 정도로 될까요”
“하하~..승희씨가 원하시는 대로 제가 사도록 하죠..”
청초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탱크탑과 스판 반바지를 입은 승희의 몸매가 도발적이다.
몸매에 자신이 없으면 결코 소화하지 못할 옷차림이다.
스포츠브라를 팽팽하게 밀어 올리며 살짝 보이는 유두의 흔적을 웨이브 진 머리카락으로 숨긴 승희의 유방은 B컵은 넘을 듯하다.
구리빛으로 빛나는 탄탄한 아랫배의 중앙에 음푹 파인 배꼽으로 땀이 한방울 흘러든다.
최성규가 정신을 못 차리고 몇년씩이나 빠져들 만큼 뇌살적인 몸이다.
“그럼 샤워하고 주차장에서 뵐까요?”
“그래요..”
커피 전문점에서 시작된 그 남자와의 즐거운 대화는 일식집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곳 ‘이카루스(Icarus)’라는 고급스런 바(Bar)에서의 술자리까지 연결되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에게 속삭이며 간간히 유머를 섞는 남자의 말솜씨와 우연인 듯 몸을 스치는 짜릿한 스킨쉽에 빠져서 서너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아까부터 남자에게 빠져들고 있던 ‘승희’는 대현생명의 본사 ‘차장’의 직함이 찍힌 명함을 받아든 순간 그 남자에게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세상에.. 서른 한살의 젊은 나이에 팀장이라니...4년간 은행에 다닌 나도 겨우 대리인데..그것도 성규씨가 뒤에서 압력을 가해 겨우 대리 직급을 따냈는데..’
‘민재’는 승희가 꿈꾸던 완벽한 외모에 스펙까지 훌륭한 남자였다.
베이지색 면바지에 하늘색 니트를 걸친 ‘민재’의 스타일도 맘에 꼭 들었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자신과 맞추어 입기라도 한듯 거리의 쇼윈도에 비추던 자신들의 옷차림이 커플룩이양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이 남자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가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바의 구석자리에 바짝 붙어있는 두사람 앞의 탁자에는 반쯤 비어진 ‘발렌타인’병이 과일과 함께 놓여져 있다.
“팀 내에 여직원들이 많아서 조금 골치이긴 해요..출장 보내는 것도 신경쓰이고..”
“호호..꽃 밭에서 사시네요..”
‘승희’의 마음이 살짝 질투 비슷한 감정이 든다.
“하하..사내 연애는 안하겠다는 주의 입니다..
상급자인 남자와 하급자인 여직원이 관계를 가지면 아무리 순수했던 사이라도 색안경을 끼고 보거든요..
승희씨야 말로 은행의 남자직원들에게 대쉬를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
이야기를 하면서 ‘민재’의 오른손이 타이트한 청바지에 감싸인 ‘승희’의 탄탄한 허벅지를 부드럽게 쓸어준다.
“아유~..아니에요..저희 은행 남자들은 거의 기혼자 거든요..실속이 없죠..호호”
다리를 살짝 벌려주며 승희가 콧소리섞인 대답을 한다.
마주친 두사람의 눈에 뜨거운 열기가 어린다.
양복을 입은 짧은 머리의 건장한 남자가 두사람의 탁자에 육포를 올려놓고 돌아가려는 것을 ‘민재’가 잡아서 맞은편에 앉힌다.
“인사해요..승희씨..이쪽은 이곳의 사장님이신 ‘강형규 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한승희라고 해요..”
“반가워요 승희씨..강형규라고 합니다...”
“네..사장님..”
“어휴..사장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사실 이 가게는 저 친구 거에요..여기 오픈할 때 저친구가 80%이상 투자했거든요..”
“그래요?”
승희의 눈에 놀람의 빛이 어린다.
언뜻 보기에도 고급스런 실내장식들이 꽤 많은 돈을 들였을 것 같고 바의 이곳저곳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아가씨들의 미모도 수준 이상이다.
늘씬하고 귀여운 얼굴들이 모두 이십대 초반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이 사장..”
“에이..형님! 사장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아무튼..근데 빨리 실장님을 구해야 할것 같아..내가 여기 매일 붙어있을 수도 없고..아르 바이트 여자애들 관리하기도 힘들고...이사장..아니 ‘민재’씨도 매일 들를수 있는 입장이 아니잖아...”
“마땅한 여자분이 없어요?”
“믿을 만한 여자가 없어..손님들과 말상대 하기 위해서는 학력수준도 어느 정도 되어야 하고.. 바에서의 경력도 있어야 하는데..쉽지 않네..”
“저도 한번 알아보긴 할께요..”
한 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남자가 주방쪽으로 사라진다.
“얼마전에 실장님이 결혼을 하고서 그만뒀거든요..후임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가 보네요..”
“이곳을 운영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실내장식을 새로 하고 오픈 한 것이 한 육개월 정도 쯤 돼요..”
“대단하시네요..‘민재’씨..직장 생활 하랴..?운영하랴..바쁘시겠어요..”
“하하!..이곳 ‘이카루스’는 강사장님이 알아서 운영하시는 걸요,..저는 그냥 가끔씩 들러서 분위기나 봐주는 정도죠..그런데 여기 운영하는 것은 비밀이에요..회사에서 아무도 모르거든요..”
‘민재’가 입술을 승희의 귀에 대고 소근거린다.
“아흠~아!...네... 알겠어요..”
귓가에 닿을 듯 말듯 불어오는 남자의 입김에 여자의 몸이 자지러진다.
‘민재’를 보는 ‘승희’의 눈길이 더 뜨거워진다.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면 두사람의 관계는 심정적으로 무척 돈독해진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민재’는 심리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승희’를 야금야금 무너뜨리고 있었다.
“승희씨.. 제 집에 가서 술한잔 더 하고 가실래요..여기는 아무래도 종업원들 보는 눈이 있어서 조금 불편하네요..”
노골적인 ‘민재’의 유혹이지만 이미 흐물흐물해진 ‘승희’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한다.
‘이민재’와 ‘강형규’의 관계는 사년이 넘었다.
유도대학을 졸업하고 사설 경호 업체에서 근무하다가 독립한 ‘죽산 실업’의 ‘강형규’를 만난 것은 사년 전이었다.
‘홍재경’상무의 스카웃 제의를 받은 ‘민재’가 입국하여 제일먼저 들린 곳이 사설 정보 업체였다.
심부름센터 비슷한 곳을 몇군데 들렀지만 모두 영세하고 믿음이 가질 않아 고민하던 중에 한곳에서 ‘강형규’의 ‘죽산 실업’을 소개해 주었다.
‘민재’가 그를 찾았을 당시 ‘강형규’는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몇번 만나고 난후 자신보다 세살이 위인 ‘강형규’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판단이 들어 영국에서 성능 좋은 도청기와 카메라등 서방의 정보요원들이 쓰는 물품들을 수입해서 ‘강형규’에게 사용방법을 알려주고 일을 의뢰했다.
첫 번째 의뢰는 ‘대현 생명’에 관한 정보 수집이었다.
당시까지 ‘민재’는 ‘홍재경’의 스카웃 제의에 대해 ‘예스’라고 답하지 않고 미루고 있었다.
‘죽산 실업’에서 조사한 것을 검토한 결과 자신이 계획에 ‘대현생명’이 충분한 이용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 입사를 결정했다.
그 후에도 ‘강형규’에게 여러가지를 의뢰했고 ‘죽산실업’은 그 일을 훌륭히 해냈다.
그리고 일년전에 ‘죽산실업’은 사무실을 확장하여 이전했다.
5층짜리 건물의 사층과 오층을 ‘죽산실업’이 쓰게 되었다.
그 건물은 이미 5년전에 ‘이민재’가 어떤 용도로 쓰기 위해 매입한 것이었다.
그리고 육개월 전에는 지하에 있던 호프집을 리모델링하여 ‘이카루스’라는 고급스런 바(Bar)로 탈바꿈시키고 ‘강형규’의 이름으로 등록해 놓았다.
‘이민재’의 계획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승희’는 40평이 넘는 ‘이민재’의 아파트가 혼자서 살기에는 너무 넓다는 생각을 하며 아파트로 들어선다.
실내 디자인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듯, 블랙 계열 색상의 가구들과 화이트 톤의 장식품들은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인다.
“잠시만 쇼파에 앉아 쉬고 계세요..”
“호호..천천히 준비 하세요..”
‘민재’가 꼬냑과 얼음을 꺼내오고 육포와 과일등 안주거리를 거실의 탁자위에 준비해 놓는 동안 ‘승희’는 매의 눈으로 아파트 이곳저곳을 훑으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여자의 흔적을 찾아본다.
“많이 기다리 셨죠..”
“아니에요..민재씨~”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는 ‘승희’의 얼굴에 만족감의 미소가 흐른다.
또로로롱
작은 스트레이트 잔에 적갈색의 술이 따라지고 뜨거운 시선이 얽혀든다.
“우리 러브 샷 할까요?..”
“저야 고맙죠..후후”
‘승희’의 도발에 ‘민재’가 맞장구치며 두사람의 손이 상대편의 목을 휘감는다.
“꼴깍~”
“쪽~”
“어머머..”
술을 마신 ‘민재’가 ‘승희’의 귓가에 입맞춤을 하자 ‘승희’의 내숭이 터져 나온다.
“하잉~..”
남자의 품속으로 얼굴을 묻은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두드리며 비음을 흘린다.
남자의 오른손 손가락이 여자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리며 고개를 숙인다.
여지의 눈이 감겨지고 깊은 입맞춤이 시작된다.
“승희씨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않될까요?”
여자의 머리가 재빠르게 회전한다.
‘성규는 제주도로 골프여행을 떠났으니까..괜찮겠지..’
여자의 고개가 끄덕여지며 다시 한번 에로틱한 키스가 이어진다.
‘승희’가 욕실에서 샤워하는 동안 먼저 샤워를 끝낸 ‘민재’는 재빠르게 승희의 가방을 뒤져서 카드하나를 찾아낸다.
‘승희’ 아파트의 출입카드이다.
자신이 몰래 드나들어야 했던 ‘최성규’는 보안이 무척 튼튼한 아파트를 ‘승희’에게 얻어 주었다.
번호키로 되어 있는 아파트의 출입문의 여섯자리 비밀번호는 이미 확보해 둔 상태이다.
잠시 후 ‘민재’의 핸드폰이 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민재는 바로 아파트의 문을 열고 문앞에 서있는 남자에게 카드를 건네준다.
‘죽산실업’의 직원이다.
‘승희’가 오늘 이곳에 머무는 동안 ‘강형규’의 직원들은 그녀의 아파트에 침투해서 카메라와 도청장치를 숨기고 나올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최성규’를 잡기 위한 공작이다.
그 금융간독원 국장은 “대현생명‘의 경쟁회사인 ”건국생명’의 뒤를 봐주고 만만치 않은 액수를 정기적으로 받아 챙기고 있다.
‘민재’가 채결한 중동의 보험계약건에 대한 정부 지급 보증서를 몇번씩이나 딜레이 시키며 골탕을 먹인 인간이다.
이번 쿠웨이트 건설회사 건도 이리저리 트집을 잡으며 사인을 미루고 있다.
이번 참에 그 인간을 아주 날려 버릴 생각으로 ‘승희’를 유혹했다.
욕실의 물소리가 멈추는가 싶더니 수건을 터번처럼 머리에 두른 승희가 하얀색의 샤워가운을 입은 채 살랑살랑 다가온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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