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신(劍神)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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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01회 작성일 20-01-17 19:23본문
5부
웅봉산의 결투(決鬪)
갑자기 웅봉산의 차가운 냉기(冷氣)가 유연실의 일행들을 덮쳐왔다.
웅봉산 고개 마루에 이르자 유연실은 모두에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머물러 있으라는 지시(指示)를 했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하늘에 햇살이 밝게 비치기 시작했다.
산속에서 들려오던 휘파람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를 않았다.
조용한 적막이 흐르고 유연실이 손에 들고 있는 보검을 가슴 쪽으로 옮기며 앞쪽을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한명 두 명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개미떼 같이 산적들이 고개 마루로 기어 올라왔다.
“이번에는 산적 떼가 정말 많아요.”
옆에 선 채정안이 유연실을 보고 말했다.
그러나 유연실은 아무런 미동(微動)도 하지를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던 산적들은 뜻밖에도 여자들이 칼과 창을 들고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자 약간 주춤하는 기색이
보였다.
웅봉산 산적들은 그 사납기가 소문난 산적들이다. 그리고 숫자도 엄청나게 많아서 관군(官軍)조차도
대항(對抗)하기가 무서운 산적들이다.
나라에서 몇 번이나 웅봉산 산적들을 소탕(掃蕩)하려고 했지만 결국 소탕을 하지 못하고 관군들만 수없이 희생을
시켰다.
더구나 세조가 왕으로 등극하고 부터는 내분에 휩싸여 백성들의 안전(安全)은 뒤로하고 반대 세력을 숙청하느라
여념(餘念)이 없다보니 웅봉산 산적들은 점점 더 그 세력(勢力)을 확장(擴張)해 갔다.
웅봉산 산적 두목 정세기(鄭世起)는 힘이 세고 엄청난 무게의 철퇴를 쓰는 무서운 괴력(怪力)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수하에 있는 변도전(邊徒田)과 명박수 그리고 천도새(天途世) 김구라(金九邏)는 칼과 창을
엄청나게 잘 쓰는 무사(武士) 출신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노라 하는 힘센 장사(壯士)들도 이들과 싸움을 걸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처음에는 한양으로 가는 장사꾼들이 가까운 웅봉산 산길로 많이 지나다녔지만 산적패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부터는 고생이 되어도 먼 길을 돌아서 가고 어쩔 수 없이 이 웅봉산을 지나가려면 산적들에게 정해진
통행세를 내고 가야만 했다.
“어이! 처음 보는 낮선 얼굴인데 좀 봐 줄 테니 나귀 세 마리만 주고 가!”
여자들이 칼과 창을 꼬나들고 있는 모습을 보던 산적두목이 선심을 쓰듯이 말했다.
“한 마리도 못 주겠는데 너희들이 어쩔 거야?”
차예린이 앞에 나서며 산적두목을 보고 말했다.
“어허! 내가 좋게 말할 때 들어야지! 좋게 안 봤으면 너희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돌림을 한 후에 우리 노리개로
만들었을 것인데 저기 보검을 들고 서 있는 선녀님을 보고 생각을 바꾼 거야 들리는 소문에 천마산의 산적두목
권중각을 없애고 이리로 온다는 말을 들었거든”
“그럼 잘 알겠네! 우리가 무서우면 어서 물러가고 싸우고 싶으면 아무나 나와서 나하고 한번 붙어 봐”
박혜진이 큰 칼을 들고 앞을 나서며 말했다.
“무어? 무섭기는? 너희들이 무서우면 우리가 왜 나오게? 숨어있지 그리고 천마산 그 떨거지 권중각하고 비교를
하면 큰 오산이야”
산적두목은 박혜진의 말에 비웃듯이 말했다.
“야! 그럼 우리 한번 싸워 봐!”
“그래? 그럼 내가 네년을 상대해 주지”
박혜진이 앞을 나서며 큰 칼을 한 번 휘두르자 산적들 가운데 이병헌(李炳憲)이가 여자라고 깔보며 긴 창을 들고
뛰어나왔다.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뛰쳐나간 박혜진이와 이병헌이가 맞붙었다.
창과 칼이 부딪치며 번쩍 번개가 일어났다.
산적두목 정세기는 자기 수하에 있는 이병헌과 상대편 여자가 싸우는 것을 지켜보며 무척이나 재미있어 했다.
이러는 동안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사나와져 갔다.
그러나 박혜진은 무림(武林)의 세계(世界)에서 무술(武術)을 익힌 고수(高手)지만 이병헌은 그냥 도둑질을 하는
불량배(不良輩)로 자라 검술(劍術)에 능한 것이 없는지라 대번에 실력(實力)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죽기 싫으면 이제 그만 들어가라”
“뭐? 이년이 돌았나?”
박혜진이 큰 칼로 창을 크게 밀치며 말하자 자기 분수를 모르는 이병헌이는 화를 내면서 그대로 달라붙었다.
박혜진이 공중을 날면서 칼을 내리치자 이병헌은 그만 정신이 헷갈려 창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사이 그의 어깨에
칼이 파고 들어왔다.
“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이병헌이는 곧바로 땅바닥에 엎드려져 퍼덕거리다가 다시 일어나지를 못했다.
“두목! 저년이 이병헌이를 죽였습니다. 쉽게 볼 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수하 졸개인 유도술이가 깜짝 놀라며 정세기에게 말했다.
“음 제법 한 가닥 하는 년이구나! 도술이 네가 가서 싸워라!”
“네 제가요?”
정세기의 말에 유도술은 설마 자기 보고 나가서 싸우라고 하겠나? 생각을 했는데 뜻밖에도 두목이 나가서
싸우라고 하자 무척이나 당황하였다.
“야! 여자인데 뭐가 무서워?”
“금방 이병헌이가 저년에게 죽었는데”
“그건 자식아! 이병헌이가 밤낮 여자 보지구멍만 밝히다가 제대로 힘도 못쓰고 죽은 거야! 그러니 도술이 너는
제법 힘도 세고 하니 나가서 저년과 멋지게 싸워 봐!”
정세기는 유도술에게 얼른 나가서 싸우라는 손짓을 했다.
유도술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였다. 싸우자니 자신이 없고 안 싸우자니 더러운 두목 놈의 성질(性質)에 견디지를
못하겠고 할 수 없이 칼을 들고 억지로 싸움판에 나섰다.
“야! 너 말고 저기 서있는 두목 새끼 보고 나오라고 해!”
박혜진이 유도술이를 보고 아예 자기의 상대(相對)가 되지를 않는 다는 듯이 큰 소리를 질렀다.
“뭐? 저기 서있는 두목 새끼?”
정세기가 박혜진의 말에 머리꼭대기 까지 화가 치솟아 박혜진이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 바로 너 말이야!”
박혜진이 정세기를 가르키며 조롱을 하듯이 말했다.
“어허! 저년이 이병헌이를 죽였다고 큰 소리를 칩니다. 두목! 그냥 내가 나가서 요절을 내고 오겠습니다.”
김구라가 박혜진의 말을 듣고 있다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말에 유도술은 갑자기 ‘살았다’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며 얼른 자기 자리로 들어가 숨었다. 그러면서도 유도술은 박혜진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녀의 말이
아니었으면 괜히 싸우다가 벌써 요절이 났을 것이다.
김구라가 칼을 휘두르며 박혜진이에게 달려들자 그녀는 가볍게 그의 칼을 피하며 공중으로 날라서 공격을 했다.
그러자 김구라도 명색이 무사 출신인지라 박혜진의 칼을 피하며 재빠르게 공격해 들어갔다.
둘이서 한참을 싸워도 쉽게 결판(決判)이 나지를 않고 점점 연장전(延長戰)으로 접어들었다.
이런 싸움에는 막판에 승부(勝負)를 가리려면 누가 끝까지 힘이 남아있느냐가 중요한 싸움이다.
사람들이 언뜻 생각할 때에 여자보다 남자들이 힘이 더 셀 것 같다는 착각을 한다.
그러나 긴 시간 싸움을 하다보면 의외로 여자가 끈기가 있게 힘이 분출(噴出)하는 경우가 있다.
점점 김구라가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혜진은 조금도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칼끝이 날카로웠다.
“이얏!”
공중으로 박혜진이 날아오르면서 김구라의 칼을 밀치고 공격의 기회를 잃어버린 상대방의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칼을 찔렀다.
“아우! 아악!”
김구라는 자기의 옆구리를 감싸 안으며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두목! 저년이 혼자서 두 명이나 작살을 냈습니다.”
명박수가 싸움판을 지켜보다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음 보통 년이 아니구나! 아무래도 이번에는 명박수 네가 나가서 싸워라!”
정세기는 자기 부하인 명박수를 내어보냈다.
명박수는 혜진이가 그 동안 싸우느라 힘이 빠진 것을 알고 있는지라 얼른 달려 나갔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연실은 서문영을 내어보내며 박혜진을 들어오게 하였다.
서문영이 달려 나와 박혜진이를 공격하려는 명박수의 칼을 막으며 말했다.
“이제 언니는 좀 쉬어요!”
“그래라! 저 놈을 조심하고”
서문영의 말에 박혜진은 칼을 거두고는 뒤로 물러났다.
명박수는 바보처럼 미련하게 박혜진이 계속 자기하고 싸울 줄로 알았는데 다른 년이 재빨리 나오며 교대를 하자
순간적으로 무척 당황하였다.
“야! 이제 우리끼리 한번 겨루어 봐!”
서문영이 칼을 부딪치며 반말을 하자 그만 화가 치민 명박수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요리조리 칼끝을 잘도 피하는 서문영은 마치 명박수를 놀리듯이 생긋생긋 웃으며 아주 예민하게
노출이 되는 사타구니를 공격한다.
“이런! 시발 년이 어디를 공격 하고 있어?”
“야! 이 자식아! 어디를 공격하든지 그건 내 맘인데 왜 그래?”
“뭐? 이 자식아! 이년이 말하는 꼴이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얼굴은 반반하게 생겨가지고 어린년이 아래위도 몰라?”
“뭐? 이 자식아! 싸우는데 무슨 위아래가 있어? 이기면 제일이지”
“하아! 이년을 그냥! 내 좆으로 네년 보지를 나중에 사정없이 쑤셔주지!”
“뭐? 아니 이 자식 봐라! 그냥 사정을 봐 주니까 온갖 소리를 다하고 자빠졌네! 누가 네 놈의 그 더러운 좆을
받기나 한데?”
“아니? 이년은 나이도 어린 것이 꼬박꼬박 말대꾸야?”
점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명박수는 예쁜 서문영이의 외모에 빠져 사정을 두면서 싸우다가 그녀의 말에
말려들어 온통 힘을 있는 대로 다 써서 공격을 했다. 그러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문영은 두 다리를 살짝
살짝 벌려 보이면서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아니? 이년 봐라! 여우처럼 재주는 왜 넘고 지랄이야?”
“재주를 넘던 뜀박질을 하던 그건 네 놈이 알바가 아니고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하지 안 그래? 이 자식아!”
“뭐? 에이! 시발 년! 너 이제 내 손에 죽어봐라!”
그만 이성을 잃은 명박수는 안간힘을 다해 칼로 서문영을 내리쳤다. 그러자 서문영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면서
몸을 돌이키며 표창을 번개같이 날렸다.
“우욱!”
서문영이 던진 표창이 명박수의 가슴에 박히자 그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두목! 또 저년에게 당했습니다.”
싸움판을 지켜보던 천도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정세기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도 아직 우리 편이 숫자가 많은데 뭔 걱정이야?”
천도새의 말에 정세기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 큰소리로 대답했다.
“또 누구 없어?”
서문영이 산적패들을 향해 조롱을 하듯이 말했다.
“두목! 아무래도 내가 나가서 저년을 조지고 오겠습니다.”
서문영의 말에 천도새가 정세기를 보고 말했다.
“그래 이번에는 꼭 이기고 들어오너라!”
천도새의 말에 정세기는 뒤진 싸움판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를 내어 보냈다. 그동안 기세등등하게
잘도 싸우던 부하들이 연약한 여자들에게 작살이 나는 꼴을 보니 영 기분이 좋지를 않았다.
“네 이년! 이제 제대로 된 싸움을 우리 한번 해 보자!”
천도새가 칼을 휘두르며 서문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싸우러 나온 천도새를 보고 서문영이 물었다.
“하 고년! 참 나이도 어린년이 어른보고 너 이름이 뭐야? 괘심한 년! 그래 내 이름은 천도새다!”
“뭐? 천도새? 파랑새는 아니고?”
순간 천도새는 서문영의 말에 화가 머리꼭대기 까지 무럭무럭 솟아오르며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성을 잃은 천도새는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며 서문영을 공격하니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는 사뿐 사뿐
나비처럼 부드럽게 칼끝을 피하며 예리하게 공격을 해 들어갔다.
그 바람에 천도새는 옆구리에 상처를 입고 안간힘을 다해 서문영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천도새가 옆구리에 상처를 입고 안간힘을 다해 싸우는 모습을 보던 정세기는 옆에 섰는 변도전을 보고 나가
싸우게 하고 옆구리에 상처를 입은 천도새는 들어오게 하라고 명령했다.
변도전이 뛰어나가며 천도새를 불러들이니 유연실도 서문영을 들어오게 하고 차예린을 내어 보냈다.
그리하여 차예린과 변도전이 맞붙어서 치열하게 싸웠다.
나름대로 무술을 익힌 변도전은 앞에 나온 산적들과 달리 아주 능숙하게 칼을 잘 쓰고 힘이 넘쳐 보였다.
“음 이제야 제대로 싸움다운 싸움을 보는군!”
정세기는 변도전이 능숙하게 칼을 휘두르며 차예린의 날카로운 창을 잘 막는 것을 보면서 이번에는 자기 부하가
꼭 이기리라고 확신을 했다.
싸움이 이백 합이 지나고 삼백 합이 지나자 초반(初盤)에 유리한 입장에서 싸움을 하던 변도전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져 갔다.
차예린의 창날은 아주 날카로워져 가는데 어쩐 일인지 변도전의 칼은 자꾸만 뒤로 튕기고 있었다.
“두목! 부두목이 점점 뒤로 밀립니다.”
싸움 구경을 하던 부하 하나가 정세기를 보고 말했다.
“초반에는 우세(優勢)하게 잘 싸우더니 갑자기 왜 저래?”
정세기는 갑자기 변도전이 비실비실 뒤로 밀리는 것을 보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잘 싸우는 것 같더니 갑자기 저러는 것이 매우 이상합니다.”
또 다른 부하 하나가 정세기를 보고 말했다.
변도전이 갑자기 힘이 밀리기 시작한 것은 차예린의 유방이 갑자기 노출이 되면서 부터였다.
창을 휘두르며 차예린이 공격을 계속하는 동안 그녀의 엄청난 힘에 얇은 윗옷이 옆으로 찢어지면서 커다란 유방이
그대로 노출이 된 것이다. 그런데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싸움판에서 차예린은 자기의 윗옷이 찢어져 유방이 그대로
노출이 된 것도 모르고 오직 상대방을 공격(攻擊)하기에만 급급하였다.
그러나 변도전은 뜻밖에 자기 눈에 보이는 차예린의 커다란 유방을 보자 그만 흥분하여 좆이 서면서 싸우기가
영 불편하였다.
아무리 싸움판이라 해도 눈에 출렁거리는 여자의 유방을 보니 갑자기 흥분이 되면서 좆이 일어서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변도전이 제대로 칼질이 잘 될 리가 없다. 믿었던 변도전 마저 희망이 없자 정세기는 이 싸움판을
역전(逆轉)시키기 위해 최후의 방안(方案)을 모색하다가 유연실과 일대 일의 대결을 제의(提議)했다.
“이제 하수(下手)들과 싸움은 이것으로 끝내고 보검을 들고 계시는 선녀님! 우리 둘이 싸워서 결판(決判)을 내어
봅시다.”
정세기가 무거운 철퇴를 들고 싸움판을 나오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싸움을 하던 변도전이 차예린을 보고 눈짓을 하면서 칼을 먼저 거두었다. 변도전의 이런 행동에 차예린도
창을 아래로 내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나하고 싸우고 싶다면 내가 상대를 해 주지 그런데 내가 들고 있는 이 보검은 전설(傳說)의 검(劍)으로
칼이 칼집에서 나오면 그 누구라도 살아남을 사람이 없는데 그래도 나하고 싸울 테야?”
조용히 싸움판을 걸어서 나오며 유연실이 말했다.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한번은 죽는 것인데 그 무엇이 두려워서 피하겠나?”
정세기가 너무나 아름다운 유연실을 보면서 마치 죽기를 각오한 것처럼 말을 했다.
“이 유성검(流星劍)은 나도 아직까지 뽑아 보지를 못한 검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면 나도 더 이상 너를 핍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분하고 온유한 유연실의 말에 정세기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받았으나 지금 자기를 지켜보는
수많은 산적들의 기대를 차마 저버릴 수가 없어 죽기 살기로 유연실과 싸우기로 다시 마음을 굳혔다.
“선녀님의 그 마음은 고마우나 사내대장부가 어찌 일구이언을 하겠습니까? 그러니 제가 선녀님의 손에 죽더라도
절대로 원망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뭐 기회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라”
유연실도 더 이상 정세기의 말에 인정을 베풀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그와 싸울 준비를 했다.
산적들은 자기 두목이 유연실에게 꼬박 꼬박 존댓말을 쓰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느꼈다. 반면에 유연실은
아예 자기 두목을 향해 반말로 대하자 정말로 저 여자는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웅봉산의 결투(決鬪)를 알리는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그들의 앞으로 스치며 지나갔다.
웅봉산의 결투(決鬪)
갑자기 웅봉산의 차가운 냉기(冷氣)가 유연실의 일행들을 덮쳐왔다.
웅봉산 고개 마루에 이르자 유연실은 모두에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머물러 있으라는 지시(指示)를 했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하늘에 햇살이 밝게 비치기 시작했다.
산속에서 들려오던 휘파람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를 않았다.
조용한 적막이 흐르고 유연실이 손에 들고 있는 보검을 가슴 쪽으로 옮기며 앞쪽을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한명 두 명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개미떼 같이 산적들이 고개 마루로 기어 올라왔다.
“이번에는 산적 떼가 정말 많아요.”
옆에 선 채정안이 유연실을 보고 말했다.
그러나 유연실은 아무런 미동(微動)도 하지를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던 산적들은 뜻밖에도 여자들이 칼과 창을 들고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자 약간 주춤하는 기색이
보였다.
웅봉산 산적들은 그 사납기가 소문난 산적들이다. 그리고 숫자도 엄청나게 많아서 관군(官軍)조차도
대항(對抗)하기가 무서운 산적들이다.
나라에서 몇 번이나 웅봉산 산적들을 소탕(掃蕩)하려고 했지만 결국 소탕을 하지 못하고 관군들만 수없이 희생을
시켰다.
더구나 세조가 왕으로 등극하고 부터는 내분에 휩싸여 백성들의 안전(安全)은 뒤로하고 반대 세력을 숙청하느라
여념(餘念)이 없다보니 웅봉산 산적들은 점점 더 그 세력(勢力)을 확장(擴張)해 갔다.
웅봉산 산적 두목 정세기(鄭世起)는 힘이 세고 엄청난 무게의 철퇴를 쓰는 무서운 괴력(怪力)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수하에 있는 변도전(邊徒田)과 명박수 그리고 천도새(天途世) 김구라(金九邏)는 칼과 창을
엄청나게 잘 쓰는 무사(武士) 출신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노라 하는 힘센 장사(壯士)들도 이들과 싸움을 걸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처음에는 한양으로 가는 장사꾼들이 가까운 웅봉산 산길로 많이 지나다녔지만 산적패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부터는 고생이 되어도 먼 길을 돌아서 가고 어쩔 수 없이 이 웅봉산을 지나가려면 산적들에게 정해진
통행세를 내고 가야만 했다.
“어이! 처음 보는 낮선 얼굴인데 좀 봐 줄 테니 나귀 세 마리만 주고 가!”
여자들이 칼과 창을 꼬나들고 있는 모습을 보던 산적두목이 선심을 쓰듯이 말했다.
“한 마리도 못 주겠는데 너희들이 어쩔 거야?”
차예린이 앞에 나서며 산적두목을 보고 말했다.
“어허! 내가 좋게 말할 때 들어야지! 좋게 안 봤으면 너희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돌림을 한 후에 우리 노리개로
만들었을 것인데 저기 보검을 들고 서 있는 선녀님을 보고 생각을 바꾼 거야 들리는 소문에 천마산의 산적두목
권중각을 없애고 이리로 온다는 말을 들었거든”
“그럼 잘 알겠네! 우리가 무서우면 어서 물러가고 싸우고 싶으면 아무나 나와서 나하고 한번 붙어 봐”
박혜진이 큰 칼을 들고 앞을 나서며 말했다.
“무어? 무섭기는? 너희들이 무서우면 우리가 왜 나오게? 숨어있지 그리고 천마산 그 떨거지 권중각하고 비교를
하면 큰 오산이야”
산적두목은 박혜진의 말에 비웃듯이 말했다.
“야! 그럼 우리 한번 싸워 봐!”
“그래? 그럼 내가 네년을 상대해 주지”
박혜진이 앞을 나서며 큰 칼을 한 번 휘두르자 산적들 가운데 이병헌(李炳憲)이가 여자라고 깔보며 긴 창을 들고
뛰어나왔다.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뛰쳐나간 박혜진이와 이병헌이가 맞붙었다.
창과 칼이 부딪치며 번쩍 번개가 일어났다.
산적두목 정세기는 자기 수하에 있는 이병헌과 상대편 여자가 싸우는 것을 지켜보며 무척이나 재미있어 했다.
이러는 동안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사나와져 갔다.
그러나 박혜진은 무림(武林)의 세계(世界)에서 무술(武術)을 익힌 고수(高手)지만 이병헌은 그냥 도둑질을 하는
불량배(不良輩)로 자라 검술(劍術)에 능한 것이 없는지라 대번에 실력(實力)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죽기 싫으면 이제 그만 들어가라”
“뭐? 이년이 돌았나?”
박혜진이 큰 칼로 창을 크게 밀치며 말하자 자기 분수를 모르는 이병헌이는 화를 내면서 그대로 달라붙었다.
박혜진이 공중을 날면서 칼을 내리치자 이병헌은 그만 정신이 헷갈려 창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사이 그의 어깨에
칼이 파고 들어왔다.
“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이병헌이는 곧바로 땅바닥에 엎드려져 퍼덕거리다가 다시 일어나지를 못했다.
“두목! 저년이 이병헌이를 죽였습니다. 쉽게 볼 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수하 졸개인 유도술이가 깜짝 놀라며 정세기에게 말했다.
“음 제법 한 가닥 하는 년이구나! 도술이 네가 가서 싸워라!”
“네 제가요?”
정세기의 말에 유도술은 설마 자기 보고 나가서 싸우라고 하겠나? 생각을 했는데 뜻밖에도 두목이 나가서
싸우라고 하자 무척이나 당황하였다.
“야! 여자인데 뭐가 무서워?”
“금방 이병헌이가 저년에게 죽었는데”
“그건 자식아! 이병헌이가 밤낮 여자 보지구멍만 밝히다가 제대로 힘도 못쓰고 죽은 거야! 그러니 도술이 너는
제법 힘도 세고 하니 나가서 저년과 멋지게 싸워 봐!”
정세기는 유도술에게 얼른 나가서 싸우라는 손짓을 했다.
유도술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였다. 싸우자니 자신이 없고 안 싸우자니 더러운 두목 놈의 성질(性質)에 견디지를
못하겠고 할 수 없이 칼을 들고 억지로 싸움판에 나섰다.
“야! 너 말고 저기 서있는 두목 새끼 보고 나오라고 해!”
박혜진이 유도술이를 보고 아예 자기의 상대(相對)가 되지를 않는 다는 듯이 큰 소리를 질렀다.
“뭐? 저기 서있는 두목 새끼?”
정세기가 박혜진의 말에 머리꼭대기 까지 화가 치솟아 박혜진이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 바로 너 말이야!”
박혜진이 정세기를 가르키며 조롱을 하듯이 말했다.
“어허! 저년이 이병헌이를 죽였다고 큰 소리를 칩니다. 두목! 그냥 내가 나가서 요절을 내고 오겠습니다.”
김구라가 박혜진의 말을 듣고 있다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말에 유도술은 갑자기 ‘살았다’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며 얼른 자기 자리로 들어가 숨었다. 그러면서도 유도술은 박혜진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녀의 말이
아니었으면 괜히 싸우다가 벌써 요절이 났을 것이다.
김구라가 칼을 휘두르며 박혜진이에게 달려들자 그녀는 가볍게 그의 칼을 피하며 공중으로 날라서 공격을 했다.
그러자 김구라도 명색이 무사 출신인지라 박혜진의 칼을 피하며 재빠르게 공격해 들어갔다.
둘이서 한참을 싸워도 쉽게 결판(決判)이 나지를 않고 점점 연장전(延長戰)으로 접어들었다.
이런 싸움에는 막판에 승부(勝負)를 가리려면 누가 끝까지 힘이 남아있느냐가 중요한 싸움이다.
사람들이 언뜻 생각할 때에 여자보다 남자들이 힘이 더 셀 것 같다는 착각을 한다.
그러나 긴 시간 싸움을 하다보면 의외로 여자가 끈기가 있게 힘이 분출(噴出)하는 경우가 있다.
점점 김구라가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혜진은 조금도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칼끝이 날카로웠다.
“이얏!”
공중으로 박혜진이 날아오르면서 김구라의 칼을 밀치고 공격의 기회를 잃어버린 상대방의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칼을 찔렀다.
“아우! 아악!”
김구라는 자기의 옆구리를 감싸 안으며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두목! 저년이 혼자서 두 명이나 작살을 냈습니다.”
명박수가 싸움판을 지켜보다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음 보통 년이 아니구나! 아무래도 이번에는 명박수 네가 나가서 싸워라!”
정세기는 자기 부하인 명박수를 내어보냈다.
명박수는 혜진이가 그 동안 싸우느라 힘이 빠진 것을 알고 있는지라 얼른 달려 나갔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연실은 서문영을 내어보내며 박혜진을 들어오게 하였다.
서문영이 달려 나와 박혜진이를 공격하려는 명박수의 칼을 막으며 말했다.
“이제 언니는 좀 쉬어요!”
“그래라! 저 놈을 조심하고”
서문영의 말에 박혜진은 칼을 거두고는 뒤로 물러났다.
명박수는 바보처럼 미련하게 박혜진이 계속 자기하고 싸울 줄로 알았는데 다른 년이 재빨리 나오며 교대를 하자
순간적으로 무척 당황하였다.
“야! 이제 우리끼리 한번 겨루어 봐!”
서문영이 칼을 부딪치며 반말을 하자 그만 화가 치민 명박수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요리조리 칼끝을 잘도 피하는 서문영은 마치 명박수를 놀리듯이 생긋생긋 웃으며 아주 예민하게
노출이 되는 사타구니를 공격한다.
“이런! 시발 년이 어디를 공격 하고 있어?”
“야! 이 자식아! 어디를 공격하든지 그건 내 맘인데 왜 그래?”
“뭐? 이 자식아! 이년이 말하는 꼴이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얼굴은 반반하게 생겨가지고 어린년이 아래위도 몰라?”
“뭐? 이 자식아! 싸우는데 무슨 위아래가 있어? 이기면 제일이지”
“하아! 이년을 그냥! 내 좆으로 네년 보지를 나중에 사정없이 쑤셔주지!”
“뭐? 아니 이 자식 봐라! 그냥 사정을 봐 주니까 온갖 소리를 다하고 자빠졌네! 누가 네 놈의 그 더러운 좆을
받기나 한데?”
“아니? 이년은 나이도 어린 것이 꼬박꼬박 말대꾸야?”
점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명박수는 예쁜 서문영이의 외모에 빠져 사정을 두면서 싸우다가 그녀의 말에
말려들어 온통 힘을 있는 대로 다 써서 공격을 했다. 그러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문영은 두 다리를 살짝
살짝 벌려 보이면서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아니? 이년 봐라! 여우처럼 재주는 왜 넘고 지랄이야?”
“재주를 넘던 뜀박질을 하던 그건 네 놈이 알바가 아니고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하지 안 그래? 이 자식아!”
“뭐? 에이! 시발 년! 너 이제 내 손에 죽어봐라!”
그만 이성을 잃은 명박수는 안간힘을 다해 칼로 서문영을 내리쳤다. 그러자 서문영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면서
몸을 돌이키며 표창을 번개같이 날렸다.
“우욱!”
서문영이 던진 표창이 명박수의 가슴에 박히자 그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두목! 또 저년에게 당했습니다.”
싸움판을 지켜보던 천도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정세기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도 아직 우리 편이 숫자가 많은데 뭔 걱정이야?”
천도새의 말에 정세기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 큰소리로 대답했다.
“또 누구 없어?”
서문영이 산적패들을 향해 조롱을 하듯이 말했다.
“두목! 아무래도 내가 나가서 저년을 조지고 오겠습니다.”
서문영의 말에 천도새가 정세기를 보고 말했다.
“그래 이번에는 꼭 이기고 들어오너라!”
천도새의 말에 정세기는 뒤진 싸움판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를 내어 보냈다. 그동안 기세등등하게
잘도 싸우던 부하들이 연약한 여자들에게 작살이 나는 꼴을 보니 영 기분이 좋지를 않았다.
“네 이년! 이제 제대로 된 싸움을 우리 한번 해 보자!”
천도새가 칼을 휘두르며 서문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싸우러 나온 천도새를 보고 서문영이 물었다.
“하 고년! 참 나이도 어린년이 어른보고 너 이름이 뭐야? 괘심한 년! 그래 내 이름은 천도새다!”
“뭐? 천도새? 파랑새는 아니고?”
순간 천도새는 서문영의 말에 화가 머리꼭대기 까지 무럭무럭 솟아오르며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성을 잃은 천도새는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며 서문영을 공격하니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는 사뿐 사뿐
나비처럼 부드럽게 칼끝을 피하며 예리하게 공격을 해 들어갔다.
그 바람에 천도새는 옆구리에 상처를 입고 안간힘을 다해 서문영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천도새가 옆구리에 상처를 입고 안간힘을 다해 싸우는 모습을 보던 정세기는 옆에 섰는 변도전을 보고 나가
싸우게 하고 옆구리에 상처를 입은 천도새는 들어오게 하라고 명령했다.
변도전이 뛰어나가며 천도새를 불러들이니 유연실도 서문영을 들어오게 하고 차예린을 내어 보냈다.
그리하여 차예린과 변도전이 맞붙어서 치열하게 싸웠다.
나름대로 무술을 익힌 변도전은 앞에 나온 산적들과 달리 아주 능숙하게 칼을 잘 쓰고 힘이 넘쳐 보였다.
“음 이제야 제대로 싸움다운 싸움을 보는군!”
정세기는 변도전이 능숙하게 칼을 휘두르며 차예린의 날카로운 창을 잘 막는 것을 보면서 이번에는 자기 부하가
꼭 이기리라고 확신을 했다.
싸움이 이백 합이 지나고 삼백 합이 지나자 초반(初盤)에 유리한 입장에서 싸움을 하던 변도전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져 갔다.
차예린의 창날은 아주 날카로워져 가는데 어쩐 일인지 변도전의 칼은 자꾸만 뒤로 튕기고 있었다.
“두목! 부두목이 점점 뒤로 밀립니다.”
싸움 구경을 하던 부하 하나가 정세기를 보고 말했다.
“초반에는 우세(優勢)하게 잘 싸우더니 갑자기 왜 저래?”
정세기는 갑자기 변도전이 비실비실 뒤로 밀리는 것을 보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잘 싸우는 것 같더니 갑자기 저러는 것이 매우 이상합니다.”
또 다른 부하 하나가 정세기를 보고 말했다.
변도전이 갑자기 힘이 밀리기 시작한 것은 차예린의 유방이 갑자기 노출이 되면서 부터였다.
창을 휘두르며 차예린이 공격을 계속하는 동안 그녀의 엄청난 힘에 얇은 윗옷이 옆으로 찢어지면서 커다란 유방이
그대로 노출이 된 것이다. 그런데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싸움판에서 차예린은 자기의 윗옷이 찢어져 유방이 그대로
노출이 된 것도 모르고 오직 상대방을 공격(攻擊)하기에만 급급하였다.
그러나 변도전은 뜻밖에 자기 눈에 보이는 차예린의 커다란 유방을 보자 그만 흥분하여 좆이 서면서 싸우기가
영 불편하였다.
아무리 싸움판이라 해도 눈에 출렁거리는 여자의 유방을 보니 갑자기 흥분이 되면서 좆이 일어서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변도전이 제대로 칼질이 잘 될 리가 없다. 믿었던 변도전 마저 희망이 없자 정세기는 이 싸움판을
역전(逆轉)시키기 위해 최후의 방안(方案)을 모색하다가 유연실과 일대 일의 대결을 제의(提議)했다.
“이제 하수(下手)들과 싸움은 이것으로 끝내고 보검을 들고 계시는 선녀님! 우리 둘이 싸워서 결판(決判)을 내어
봅시다.”
정세기가 무거운 철퇴를 들고 싸움판을 나오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싸움을 하던 변도전이 차예린을 보고 눈짓을 하면서 칼을 먼저 거두었다. 변도전의 이런 행동에 차예린도
창을 아래로 내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나하고 싸우고 싶다면 내가 상대를 해 주지 그런데 내가 들고 있는 이 보검은 전설(傳說)의 검(劍)으로
칼이 칼집에서 나오면 그 누구라도 살아남을 사람이 없는데 그래도 나하고 싸울 테야?”
조용히 싸움판을 걸어서 나오며 유연실이 말했다.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한번은 죽는 것인데 그 무엇이 두려워서 피하겠나?”
정세기가 너무나 아름다운 유연실을 보면서 마치 죽기를 각오한 것처럼 말을 했다.
“이 유성검(流星劍)은 나도 아직까지 뽑아 보지를 못한 검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면 나도 더 이상 너를 핍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분하고 온유한 유연실의 말에 정세기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받았으나 지금 자기를 지켜보는
수많은 산적들의 기대를 차마 저버릴 수가 없어 죽기 살기로 유연실과 싸우기로 다시 마음을 굳혔다.
“선녀님의 그 마음은 고마우나 사내대장부가 어찌 일구이언을 하겠습니까? 그러니 제가 선녀님의 손에 죽더라도
절대로 원망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뭐 기회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라”
유연실도 더 이상 정세기의 말에 인정을 베풀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그와 싸울 준비를 했다.
산적들은 자기 두목이 유연실에게 꼬박 꼬박 존댓말을 쓰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느꼈다. 반면에 유연실은
아예 자기 두목을 향해 반말로 대하자 정말로 저 여자는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웅봉산의 결투(決鬪)를 알리는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그들의 앞으로 스치며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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