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어머니-외전 -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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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384회 작성일 20-01-17 19:22본문
친구의 어머니-외전다음 날, 오전 열한시경에 그 아이.. 정수가 우리 집에 놀러 온다.
아들과 내가 정수를 반갑게 맞이 한다.
“안녕하셨어요? 어머니.”
“그래. 어서 와. 대학생활은 재미있니?”
“글쎄요.. 재미가 있는 건지.. 그냥 고등학교 때보다는 많이 틀리네요.
자유스러운 분위기도 그렇고.. 뭐든지 자율적으로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고..”
“그럼, 이젠 어른인데 자기가 알아서 해나가야지. 어서 이리로 들어 와.”
거실에서 나와 아들, 정수 이렇게 셋이서 둘러 앉는다.
작은 애는 친구랑 밖에 놀러 나가 있다.
팔 개월이 이 애를 많이 변화 시킨 것 같았다.
턱에 수염도 검푸르게 나 있고 목소리도 예전보다 굵어진 듯 하며 이젠 완연히
청년의 티가 난다.
그리고, 지난 번처럼 수줍은 모습이 아니라 당당한 모습이다.
전에 보이던 얼굴의 욕구불만이나 그림자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이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지난번에 이 아이와 몸을 섞던 일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다.
이 아이 역시 나를 바라보는 눈이 사랑하는 애인을 바라보는 듯 정겨운 눈빛이다.
“둘이서 이야기 나누고 있어. 내가 과일을 좀 깎아 가지고 올게.”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주방으로 간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예쁘게 썰어 접시에 담는다.
과일 접시를 들고 다시 거실로 돌아오니 둘이서 뭐가 그리 재미 있는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가 앉으면서 묻는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니?”
아들이 대답한다.
“엄마. 정수는 아직 미팅을 한번도 못 해봤다고 그러네? 나는 벌써 세 번이나 했는데..”
“정수가 너랑 똑 같니? 너야 공부보다는 노는 걸 더 좋아하지 않니?”
“엄만 또 그 소리.. 젊음을 즐겨야지.”
“그래. 실컷 젊음을 즐겨라. 나중에 쪽박 찰 생각을 하고..”
“하여튼 엄마와는 대화가 안돼요.”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정수가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본다.
내가 정수에게 말한다.
“왜 대학 갔으면 미팅도 해보고 그러지. 그게 다 대학생활인데..”
“별로 마음이 내키지가 않아요. 그런 자리는..”
“공부한다고 그러는 것이 아니고?”
“사실은 시간이 별로 없어요. 학교 마치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거든요.”
“넌 장학생이라면서? 학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슨 아르바이트를 해?”
“책도 사봐야 하고 생활비도 그렇고.. 집에 부담을 좀 줄여 드리려고요.”
내가 아들보고 말한다.
“동식아. 정수 본 좀 받아라. 맨날 놀 궁리만 하지말고..”
“에이.. 엄만 또? 아예 정수를 내 대신 아들 삼으슈..”
“그럴까? 정수를 내 아들 삼을까?”
“아들 삼던 안 삼던 신경 안 쓸 테니까 알아서 하슈..
그나저나 정수야. 내가 지금 절에 가봐야 하는데 너는 좀더 놀다 가.
엄마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 드리고..나 대신 아들 노릇 좀 해.”
“너 아직도 불교 학생횐가 거기에 다니니?”
내가 나선다.
“쟤가 그래. 젊은 애가 절에나 다니고..”
“어허.. 어머님. 부처님의 말씀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 그러십니까?”
“호호호호!”
“하하하하!”
셋이서 한 바탕 웃는다.
아들이 일어선다.
“정수야 다음에 다시 연락하자.”
“그래. 잘 갔다 와. 나는 어머님과 좀 더 이야기하다가 갈게.”
내가 아들에게 말한다.
“너 점심은 어떻게 하고?”
“같이 가는 친구들과 밖에서 먹기로 했어.”
아들이 나가고 나와 정수가 둘이서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둘이서 앉아 있으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들 같은 아이에게..
한번의 육체관계가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지..
정수도 얼굴이 조금 상기된 것 같다.
“그래? 지금 어디에서 숙식을 하며 학교에 다니니?”
“학교 앞에서 친구랑 둘이서 자취를 해요.”
“힘들겠구나? 밥 해먹으면서 학교에 다닐려면.. 거기에다가 빨래도 손수 해야 할 것이고..”
“할만해요.”
“조금 기다려 봐. 내가 밥을 차려줄게.”
“아니에요. 어제 아르바이트 한데에서 돈을 받았어요. 제가 어머님에게 점심을
사 드리고 싶어요. 같이 나가시면 안 되겠어요?”
아니.. 이 아이가 그런 생각을 다하다니..
“너 힘들게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을 그렇게 써서 되겠니?”
“그 동안 저를 돌봐주신 은혜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없는데요. 뭘..
못하게 하신다면 너무 서운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비싼 건 못 사드려요. 삼겹살은 어때요?”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나에게 점심을 사주고 나도 네가 대학 들어가고 난 다음 선물을
못 사줬는데, 오늘 너에게 뭘 하나 선물해주고 싶은데?”
“선물은 무슨 선물을요? 그 동안 저를 돌봐주신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럼.. 나도 나가기 싫어.”
“참.. 어머님도..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같이 나가요.”
내가 이 아이 앞에서 왜 이럴까? 꼭 어리광 부리는 아이처럼..
“잠깐 기다려 봐. 옷을 갈아 입고 나올게.”
내가 안방으로 들어와서 옷장을 열고 조금 화려하게 보이는 옷으로 갈아 입는다.
가슴이 설레인다. 애인과 데이트를 하러 가는 심정이다.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오니 정수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말한다.
“어머니. 너무 젊게 보이고 고우세요.”
“그래?”
정수의 말에 기분이 너무 좋다.
같이 집을 나온다.
정수가 기분이 좋은 듯 쾌할한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 학교 앞에 삼겹살을 잘 하는 데가 있어요. 그리로 가요.”
“거기까지?”
“택시 타고 가면 잠시예요. 한 십분 정도 걸릴려나?”
“택시까지 타고 가?”
“거리가 가까워서 택시비가 얼마 안 나올 거예요.”
“그럼. 택시비는 내가 낼 거야.”
“참.. 어머님두..”
지나가는 택시를 잡는다.
정수와 내가 뒷좌석에 탄다.
택시기사가 우리를 보고 말한다.
“학생 어머님이신 모양이지? 멋진 어머님을 둬서 학생은 좋겠네?”
정수가 말을 받는다.
“그렇지요? 우리 어머님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예쁠 거에요.”
“애 좀 봐? 다른 사람들이 흉봐.”
택시기사가 다시 말을 한다.
“아들한테 엄마가 제일 예쁘잖아요?”
“참…”
한 십분 정도 갔을까? 정수가 택시를 세운다.
내가 택시비를 지불하고 택시에서 같이 내린다.
대학가 입구인 모양이다.
오늘이 일요일이지만 학생인 듯한 젊은 애들이 많이 오간다.
“어머니. 조금만 올라가면 친구들과 한번씩 가는 고깃집이 있어요.
학생들 상대로 장사를 해서 그런지 싸고 양도 많이 줘요.”
“그래야 겠지. 돈 버는 것도 좋겠지만, 한참 많이 먹을 나이들인데 장사한다는 것보다
애들한테 잘 먹인다는 생각도 해야지.”
조금 걸어서 ‘돼지 꿈’이란 간판이 걸린 식당으로 정수가 앞장서서 들어간다.
내 나이정도로 보이는 후덕하게 생긴 아줌마가 정수를 반긴다.
“정수 학생 왔어? 어머님 모시고 온 모양이지?”
그리고 나에게 목례를 보낸다.
나도 고개를 숙여 목례에 대한 답례를 한다.
“제 어머님은 아니고 친구 어머님 되세요. 제가 오늘 친구 대신 식사를 좀 대접하려고요.”
“그래? 친구 어머님이나 내 어머님이나 다 똑같지 뭐.
어쩐지 정수 네가 산다 던 시골집에서 올라오신 것 같지는 않게 보이시네..
자. 이리로 앉으세요.”
날보고 자리를 권한다.
정수랑 같이 자리에 앉는다.
정수가 신이 나서 주인 아줌마에게 말한다.
“여기 삼겹살 좀 줘요. 식사도 같이 주시고요.”
“삼인분은 해야 겠지?”
“그래요. 많이 줘요.”
“알았어..”
내가 정수에게 묻는다.
“여기에 자주 오니?”
“아니요. 이 곳에 자주 올 형편이 되나요? 어쩌다가 같이 자취하는 친구랑 한번씩 와요.
영양섭취가 부족하다 싶으면요.”
조금 있다가 삼겹살이 나온다. 내가 보기에도 삼인분치고는 좀 많은 것 같다.
같이 고기를 구워서 식사를 한다.
참.. 맛있게 먹는다. 하기야 한참 먹을 때니까..
“어머님. 많이 드세요.”
“그래. 너도 많이 먹어라.”
보통 삼겹살 삼인분을 시켜서 둘이 먹으면 부족할 터인데, 조금 남을 정도의 양이다.
정수가 남은 고기를 마저 다 먹고 같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괜찮겠니? 네가 계산한다고 했지만, 부담이 될 텐데..”
“아니에요. 얼마 안 나왔을 거예요.”
정수가 서둘러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한다.
카운터에서 주인 아줌마가 정수를 보고 말한다.
“네가 오늘 친구 어머님을 대접하는 거니?”
“예.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에 어머님 집에서 지내면서 신세를 많이 졌었거든요.”
“아.. 그랬니?”
정수랑 같이 식당을 나온다.
내가 정수를 보고 말한다.
“식당 아줌마 후덕하게 보이고 괜찮은 것 같던데?”
“그래요. 우리 학교 학생들한테 인기가 좋아요.
전부 다 그래요. 꼭 누님 같다고..”
“그래? 그런데 이 부근에 백화점은 없니?”
“조금 가면 백화점이 하나 있는데 왜요?”
“뭘 좀 살게 있어서..”
“그럼 같이 걸어가요.”
정수랑 같이 도로 가의 인도를 나란히 걷는다.
정수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계속 싱글벙글이다.
“얘가 실성한 사람처럼 왜 계속 웃고 그러니?”
“어머님이랑 같이 이렇게 걸어가니까 너무 좋아요.”
그래. 나도 좋구나. 너랑 같이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쐬며 이렇게 걸으니
데이트하는 기분도 들고..
걷다 보니, 길가에 백화점이 보인다.
같이 백화점안으로 들어간다.
백화점 안을 둘러보니 남성복을 파는 매장이 삼층에 있어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삼층에서 내려 매장 안을 둘러보며 같이 걷는다.
“어머니. 옷 사시게요?”
“그래. 네 양복 좀 사려고..”
정수가 갑자기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어머니. 전 양복 필요 없어요.”
“이제 대학생인데 정장 한 벌은 있어야지. 대학에 다니다 보면 양복을 입을 때가
여러 번 있을 거야. 네 대학 입학 선물이야.”
“전 어머님에게서 계속 받기만 했는데, 어떻게 다 갚으라고..”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게 갚는 거야.”
정수가 계속 망설이는 것을 내가 타이르고 달래서 양복을 한 벌 사준다.
그리고는 같이 백화점을 나온다.
“네가 자취하는 곳이 여기서 머니?”
“아니에요. 이 부근이에요.”
“그럼 같이 한번 가보자.”
“제가 자취하는 곳에요?”
“그래. 네가 생활하는 게 궁금하구나.”
“집안이 엉망일 텐데요.”
“남자애들 사는 게 다 그렇지..”
“집안 꼴이 엉망이라고 흉 보시면 안돼요?”
“엉망이면 흉을 좀 봐야지..”
“어머니..”
정수가 멈춰 서서 투정을 부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투정을 부리는 듯 하면서도 내가 가는 게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내가 정수가 사는 곳을 가보려고 하는 것은 남자애들이 제대로 생활할 수 있는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앞으로 시간을 내서 여자의 손이.. 아니, 엄마의 손이 필요한 부분을
내가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것 아니야?”
“십 오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힘드시겠지요?”
“그 정도의 거리면 같이 걸어가자꾸나. 오랜만에 운동도 하고 좋지 뭐..”
“그래요. 걷다가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업어 드릴 테니..”
내가 피식 웃는다.
“녀석.. 남자애라고 못하는 말이 없어..”
정수 말마따나 십 오분 정도 걸어서 주택가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전문으로 방을 빌려주는 곳인지 비슷한 방들이 여러 개 있는 그런 집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자취하는 학생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수가 한군데 방 앞에서 멈춰 서더니 열쇠로 방문을 연다.
조금 큰방 하나가 있고 거실 겸 주방으로 된 공간에는 가스렌지와 싱크대가 놓여져 있고
작은 냉장고가 하나 보인다.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방안에는 남자들 특유의 케케한 냄새가 난다.
정수가 사가지고 온 양복을 접이식 옷장에 넣는다.
“여기가 제가 생활하는 곳이에요.”
“그렇게 엉망으로 해 놓지는 않은 것 같은데? 같이 자취한다는 애는 안 보이네?”
“오늘 시골 집에 다니러 갔어요. 제가 커피한잔 갖다 드릴게요.”
“그래 줄래?”
내가 외투를 벗어 방 구석에 있는 옷걸이에 걸고 방바닥에 앉는다.
정수가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와서 내 옆에 앉는다.
그리고, 같이 커피를 마신다.
정수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내려 놓고 나를 보고 말한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 집을 나온 뒤로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었어요.”
“한번 찾아오지 그랬어?”
“처음 대학에 입학해서 바쁘기도 했지만, 어머님을 찾아 뵈려니 용기가
안 났어요. 오늘도 겨우 용기를 내서 찾아 뵌걸요?”
“왜 용기가 안 났어?”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일부러 짓궂게 물어본다.
정수가 머뭇거리며 대답을 한다.
“저.. 어머님을 사모하고 있었어요.”
내가 이 말을 들으려고 일부러 물어 보았던가?
정수가 갑자기 내 어깨를 안으며 내게 키스를 해온다.
“저.. 정수야.”
정수가 혀를 내 입 속으로 밀어 넣는다.
정신이 아찔하다.
어느 새 정수의 혀가 내 입 속으로 들어와서 헤집는다.
내가 정수의 혀를 입술로 빨아 들인다.
그리고는 정수를 두 팔로 껴안는다.
나도 이 아이를 남자로 생각하고 있었던가?
정수가 우리 집에 놀러 온다고 한 이후로 몇일 동안 허둥댄 게 정수를 사랑해서
그랬던 것인가?
그리고, 어제 미장원에 들러 머리를 한 게 이 아이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던 것인가?
아들과 내가 정수를 반갑게 맞이 한다.
“안녕하셨어요? 어머니.”
“그래. 어서 와. 대학생활은 재미있니?”
“글쎄요.. 재미가 있는 건지.. 그냥 고등학교 때보다는 많이 틀리네요.
자유스러운 분위기도 그렇고.. 뭐든지 자율적으로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고..”
“그럼, 이젠 어른인데 자기가 알아서 해나가야지. 어서 이리로 들어 와.”
거실에서 나와 아들, 정수 이렇게 셋이서 둘러 앉는다.
작은 애는 친구랑 밖에 놀러 나가 있다.
팔 개월이 이 애를 많이 변화 시킨 것 같았다.
턱에 수염도 검푸르게 나 있고 목소리도 예전보다 굵어진 듯 하며 이젠 완연히
청년의 티가 난다.
그리고, 지난 번처럼 수줍은 모습이 아니라 당당한 모습이다.
전에 보이던 얼굴의 욕구불만이나 그림자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이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지난번에 이 아이와 몸을 섞던 일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다.
이 아이 역시 나를 바라보는 눈이 사랑하는 애인을 바라보는 듯 정겨운 눈빛이다.
“둘이서 이야기 나누고 있어. 내가 과일을 좀 깎아 가지고 올게.”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주방으로 간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예쁘게 썰어 접시에 담는다.
과일 접시를 들고 다시 거실로 돌아오니 둘이서 뭐가 그리 재미 있는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가 앉으면서 묻는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니?”
아들이 대답한다.
“엄마. 정수는 아직 미팅을 한번도 못 해봤다고 그러네? 나는 벌써 세 번이나 했는데..”
“정수가 너랑 똑 같니? 너야 공부보다는 노는 걸 더 좋아하지 않니?”
“엄만 또 그 소리.. 젊음을 즐겨야지.”
“그래. 실컷 젊음을 즐겨라. 나중에 쪽박 찰 생각을 하고..”
“하여튼 엄마와는 대화가 안돼요.”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정수가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본다.
내가 정수에게 말한다.
“왜 대학 갔으면 미팅도 해보고 그러지. 그게 다 대학생활인데..”
“별로 마음이 내키지가 않아요. 그런 자리는..”
“공부한다고 그러는 것이 아니고?”
“사실은 시간이 별로 없어요. 학교 마치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거든요.”
“넌 장학생이라면서? 학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슨 아르바이트를 해?”
“책도 사봐야 하고 생활비도 그렇고.. 집에 부담을 좀 줄여 드리려고요.”
내가 아들보고 말한다.
“동식아. 정수 본 좀 받아라. 맨날 놀 궁리만 하지말고..”
“에이.. 엄만 또? 아예 정수를 내 대신 아들 삼으슈..”
“그럴까? 정수를 내 아들 삼을까?”
“아들 삼던 안 삼던 신경 안 쓸 테니까 알아서 하슈..
그나저나 정수야. 내가 지금 절에 가봐야 하는데 너는 좀더 놀다 가.
엄마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 드리고..나 대신 아들 노릇 좀 해.”
“너 아직도 불교 학생횐가 거기에 다니니?”
내가 나선다.
“쟤가 그래. 젊은 애가 절에나 다니고..”
“어허.. 어머님. 부처님의 말씀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 그러십니까?”
“호호호호!”
“하하하하!”
셋이서 한 바탕 웃는다.
아들이 일어선다.
“정수야 다음에 다시 연락하자.”
“그래. 잘 갔다 와. 나는 어머님과 좀 더 이야기하다가 갈게.”
내가 아들에게 말한다.
“너 점심은 어떻게 하고?”
“같이 가는 친구들과 밖에서 먹기로 했어.”
아들이 나가고 나와 정수가 둘이서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둘이서 앉아 있으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들 같은 아이에게..
한번의 육체관계가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지..
정수도 얼굴이 조금 상기된 것 같다.
“그래? 지금 어디에서 숙식을 하며 학교에 다니니?”
“학교 앞에서 친구랑 둘이서 자취를 해요.”
“힘들겠구나? 밥 해먹으면서 학교에 다닐려면.. 거기에다가 빨래도 손수 해야 할 것이고..”
“할만해요.”
“조금 기다려 봐. 내가 밥을 차려줄게.”
“아니에요. 어제 아르바이트 한데에서 돈을 받았어요. 제가 어머님에게 점심을
사 드리고 싶어요. 같이 나가시면 안 되겠어요?”
아니.. 이 아이가 그런 생각을 다하다니..
“너 힘들게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을 그렇게 써서 되겠니?”
“그 동안 저를 돌봐주신 은혜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없는데요. 뭘..
못하게 하신다면 너무 서운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비싼 건 못 사드려요. 삼겹살은 어때요?”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나에게 점심을 사주고 나도 네가 대학 들어가고 난 다음 선물을
못 사줬는데, 오늘 너에게 뭘 하나 선물해주고 싶은데?”
“선물은 무슨 선물을요? 그 동안 저를 돌봐주신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럼.. 나도 나가기 싫어.”
“참.. 어머님도..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같이 나가요.”
내가 이 아이 앞에서 왜 이럴까? 꼭 어리광 부리는 아이처럼..
“잠깐 기다려 봐. 옷을 갈아 입고 나올게.”
내가 안방으로 들어와서 옷장을 열고 조금 화려하게 보이는 옷으로 갈아 입는다.
가슴이 설레인다. 애인과 데이트를 하러 가는 심정이다.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오니 정수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말한다.
“어머니. 너무 젊게 보이고 고우세요.”
“그래?”
정수의 말에 기분이 너무 좋다.
같이 집을 나온다.
정수가 기분이 좋은 듯 쾌할한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 학교 앞에 삼겹살을 잘 하는 데가 있어요. 그리로 가요.”
“거기까지?”
“택시 타고 가면 잠시예요. 한 십분 정도 걸릴려나?”
“택시까지 타고 가?”
“거리가 가까워서 택시비가 얼마 안 나올 거예요.”
“그럼. 택시비는 내가 낼 거야.”
“참.. 어머님두..”
지나가는 택시를 잡는다.
정수와 내가 뒷좌석에 탄다.
택시기사가 우리를 보고 말한다.
“학생 어머님이신 모양이지? 멋진 어머님을 둬서 학생은 좋겠네?”
정수가 말을 받는다.
“그렇지요? 우리 어머님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예쁠 거에요.”
“애 좀 봐? 다른 사람들이 흉봐.”
택시기사가 다시 말을 한다.
“아들한테 엄마가 제일 예쁘잖아요?”
“참…”
한 십분 정도 갔을까? 정수가 택시를 세운다.
내가 택시비를 지불하고 택시에서 같이 내린다.
대학가 입구인 모양이다.
오늘이 일요일이지만 학생인 듯한 젊은 애들이 많이 오간다.
“어머니. 조금만 올라가면 친구들과 한번씩 가는 고깃집이 있어요.
학생들 상대로 장사를 해서 그런지 싸고 양도 많이 줘요.”
“그래야 겠지. 돈 버는 것도 좋겠지만, 한참 많이 먹을 나이들인데 장사한다는 것보다
애들한테 잘 먹인다는 생각도 해야지.”
조금 걸어서 ‘돼지 꿈’이란 간판이 걸린 식당으로 정수가 앞장서서 들어간다.
내 나이정도로 보이는 후덕하게 생긴 아줌마가 정수를 반긴다.
“정수 학생 왔어? 어머님 모시고 온 모양이지?”
그리고 나에게 목례를 보낸다.
나도 고개를 숙여 목례에 대한 답례를 한다.
“제 어머님은 아니고 친구 어머님 되세요. 제가 오늘 친구 대신 식사를 좀 대접하려고요.”
“그래? 친구 어머님이나 내 어머님이나 다 똑같지 뭐.
어쩐지 정수 네가 산다 던 시골집에서 올라오신 것 같지는 않게 보이시네..
자. 이리로 앉으세요.”
날보고 자리를 권한다.
정수랑 같이 자리에 앉는다.
정수가 신이 나서 주인 아줌마에게 말한다.
“여기 삼겹살 좀 줘요. 식사도 같이 주시고요.”
“삼인분은 해야 겠지?”
“그래요. 많이 줘요.”
“알았어..”
내가 정수에게 묻는다.
“여기에 자주 오니?”
“아니요. 이 곳에 자주 올 형편이 되나요? 어쩌다가 같이 자취하는 친구랑 한번씩 와요.
영양섭취가 부족하다 싶으면요.”
조금 있다가 삼겹살이 나온다. 내가 보기에도 삼인분치고는 좀 많은 것 같다.
같이 고기를 구워서 식사를 한다.
참.. 맛있게 먹는다. 하기야 한참 먹을 때니까..
“어머님. 많이 드세요.”
“그래. 너도 많이 먹어라.”
보통 삼겹살 삼인분을 시켜서 둘이 먹으면 부족할 터인데, 조금 남을 정도의 양이다.
정수가 남은 고기를 마저 다 먹고 같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괜찮겠니? 네가 계산한다고 했지만, 부담이 될 텐데..”
“아니에요. 얼마 안 나왔을 거예요.”
정수가 서둘러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한다.
카운터에서 주인 아줌마가 정수를 보고 말한다.
“네가 오늘 친구 어머님을 대접하는 거니?”
“예.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에 어머님 집에서 지내면서 신세를 많이 졌었거든요.”
“아.. 그랬니?”
정수랑 같이 식당을 나온다.
내가 정수를 보고 말한다.
“식당 아줌마 후덕하게 보이고 괜찮은 것 같던데?”
“그래요. 우리 학교 학생들한테 인기가 좋아요.
전부 다 그래요. 꼭 누님 같다고..”
“그래? 그런데 이 부근에 백화점은 없니?”
“조금 가면 백화점이 하나 있는데 왜요?”
“뭘 좀 살게 있어서..”
“그럼 같이 걸어가요.”
정수랑 같이 도로 가의 인도를 나란히 걷는다.
정수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계속 싱글벙글이다.
“얘가 실성한 사람처럼 왜 계속 웃고 그러니?”
“어머님이랑 같이 이렇게 걸어가니까 너무 좋아요.”
그래. 나도 좋구나. 너랑 같이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쐬며 이렇게 걸으니
데이트하는 기분도 들고..
걷다 보니, 길가에 백화점이 보인다.
같이 백화점안으로 들어간다.
백화점 안을 둘러보니 남성복을 파는 매장이 삼층에 있어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삼층에서 내려 매장 안을 둘러보며 같이 걷는다.
“어머니. 옷 사시게요?”
“그래. 네 양복 좀 사려고..”
정수가 갑자기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어머니. 전 양복 필요 없어요.”
“이제 대학생인데 정장 한 벌은 있어야지. 대학에 다니다 보면 양복을 입을 때가
여러 번 있을 거야. 네 대학 입학 선물이야.”
“전 어머님에게서 계속 받기만 했는데, 어떻게 다 갚으라고..”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게 갚는 거야.”
정수가 계속 망설이는 것을 내가 타이르고 달래서 양복을 한 벌 사준다.
그리고는 같이 백화점을 나온다.
“네가 자취하는 곳이 여기서 머니?”
“아니에요. 이 부근이에요.”
“그럼 같이 한번 가보자.”
“제가 자취하는 곳에요?”
“그래. 네가 생활하는 게 궁금하구나.”
“집안이 엉망일 텐데요.”
“남자애들 사는 게 다 그렇지..”
“집안 꼴이 엉망이라고 흉 보시면 안돼요?”
“엉망이면 흉을 좀 봐야지..”
“어머니..”
정수가 멈춰 서서 투정을 부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투정을 부리는 듯 하면서도 내가 가는 게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내가 정수가 사는 곳을 가보려고 하는 것은 남자애들이 제대로 생활할 수 있는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앞으로 시간을 내서 여자의 손이.. 아니, 엄마의 손이 필요한 부분을
내가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것 아니야?”
“십 오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힘드시겠지요?”
“그 정도의 거리면 같이 걸어가자꾸나. 오랜만에 운동도 하고 좋지 뭐..”
“그래요. 걷다가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업어 드릴 테니..”
내가 피식 웃는다.
“녀석.. 남자애라고 못하는 말이 없어..”
정수 말마따나 십 오분 정도 걸어서 주택가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전문으로 방을 빌려주는 곳인지 비슷한 방들이 여러 개 있는 그런 집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자취하는 학생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수가 한군데 방 앞에서 멈춰 서더니 열쇠로 방문을 연다.
조금 큰방 하나가 있고 거실 겸 주방으로 된 공간에는 가스렌지와 싱크대가 놓여져 있고
작은 냉장고가 하나 보인다.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방안에는 남자들 특유의 케케한 냄새가 난다.
정수가 사가지고 온 양복을 접이식 옷장에 넣는다.
“여기가 제가 생활하는 곳이에요.”
“그렇게 엉망으로 해 놓지는 않은 것 같은데? 같이 자취한다는 애는 안 보이네?”
“오늘 시골 집에 다니러 갔어요. 제가 커피한잔 갖다 드릴게요.”
“그래 줄래?”
내가 외투를 벗어 방 구석에 있는 옷걸이에 걸고 방바닥에 앉는다.
정수가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와서 내 옆에 앉는다.
그리고, 같이 커피를 마신다.
정수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내려 놓고 나를 보고 말한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 집을 나온 뒤로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었어요.”
“한번 찾아오지 그랬어?”
“처음 대학에 입학해서 바쁘기도 했지만, 어머님을 찾아 뵈려니 용기가
안 났어요. 오늘도 겨우 용기를 내서 찾아 뵌걸요?”
“왜 용기가 안 났어?”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일부러 짓궂게 물어본다.
정수가 머뭇거리며 대답을 한다.
“저.. 어머님을 사모하고 있었어요.”
내가 이 말을 들으려고 일부러 물어 보았던가?
정수가 갑자기 내 어깨를 안으며 내게 키스를 해온다.
“저.. 정수야.”
정수가 혀를 내 입 속으로 밀어 넣는다.
정신이 아찔하다.
어느 새 정수의 혀가 내 입 속으로 들어와서 헤집는다.
내가 정수의 혀를 입술로 빨아 들인다.
그리고는 정수를 두 팔로 껴안는다.
나도 이 아이를 남자로 생각하고 있었던가?
정수가 우리 집에 놀러 온다고 한 이후로 몇일 동안 허둥댄 게 정수를 사랑해서
그랬던 것인가?
그리고, 어제 미장원에 들러 머리를 한 게 이 아이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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