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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우울증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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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906회 작성일 20-01-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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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우울증1
“충~성”
예전에는 예비군훈련이 휴가라고들 했는데 요즘은 어찌된 것이 현역때보다 더힘이든다.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나도 이제 만으로도 서른이 되었다. 스물다섯에 군대제대하고 결혼하여 벌써 6년째......
어려서 같은 동네에서 만난 두 살 연상인 아내와 아들하나 딸하나 낳고 어찌보면 화목하고 어찌보면 권태로운 나날이다.
내 직업은 건설현장소장이다. 직원이 10여명 정도 되는 작은 회사지만 봉급도 잘나오고 때때로 생기는 돈도 많아서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직업상 외박(지방현장)도 많고 술자리도 많아서 아내에게 여러모로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지 와이프는 요즘 들어 우울증증상을 때때로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일에 짜증이 심해졌고 아이들에게도 식사 챙기는 것 이외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오로지 컴퓨터에서 고스톱게임만 즐기고......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낀 나는 현장생활을 접고 본사공무업무를 맡으며 집안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앉고 싶으면 눕고 싶다 했던가!
와이프는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나에게 황당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저녁시간에 옆 동 친구와 근처 노래방에 도우미를 같이 하고 싶단다.
“그 친구야 남편을 사고로 잃고 초등학생 아들 뒷바라지에 돈이 필요해서 하는 거라지만 너는 왜 해야 되는데?”
“남편이 없어, 아님 돈을 안 벌어다줘?”
“몰라, 만사가 싫은데 노래라도 하고 친구와 어울리면 좀 나아질까봐서 그래”
“아무튼 내일부터 나가니까 알아서해”
벌써 일주일 전 일이다.

예비군훈련을 마치고 허탈하게 돌아서는데 아까 점심을 먹으면서 몇 마디 나누던 길 건너 아파트에 사는 용희가 나를 부른다.
“찬혁아”
“우리 기분도 꿀꿀한데 어디가서 소주나 한잔하고 가자”
가고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조금있으면 나갈 아내대신에 아이들을 봐야 하기에 대답이 어정쩡하다.
“글쎄!집에 가야 하는데”
“와이프가 친정에 가느라고 애들을 봐야 하거든”
도저히 노래방 도우미 때문이라고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집에 맡기고 한잔하자”
“아까부터 선우가 한잔사기로 했어”
선우는 용희랑 같은동에 사는 두 살어린 친구다. 나하고는 비슷한 직업을 가져서인지 대화도 잘되고 깍듯히 ‘형. 형’ 하는 것이 나도 맘에 들어하는 친구다.
예비군 훈련의 지루하고 짜증남이 결국에는 나를 술자리로 가게 만들었다.
동네 곱창집에서 소주를 댓병나누어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모두들 가정생활이나 부부생활에 만족해 하며 사는 것 같아 내 자신이 점점 초라하게 느껴져서 그저 대꾸만 하고 듣기만 해야했다.
“형. 무슨 고민 있어?” 선우가 내게 묻는다.
“고민은 뭘. 그냥 사는게 지루해서 그렇지”
술이 올라오는지 되지도 않는 말이 나온다.
“용희형. 우리 노래방가서 기분전환하자. 찬혁이 형이 가을이 될라니까 우울한가 보내.”
“내가 끝내주는 노래방 아니까. 가서 기분 풀고 내키면 오입도 하고 완전히 망가지자. 응?”
나는 아무생각없이 친구들을 따라가고 있었고 택시는 어느덧 지하에 있는 아담한 노래방 앞에 멈춰섰다.
“형. 그방으로 줘요”
선우는 주인과 잘 아는지 친한척하며 말을 건넸고 주인은 옅은 미소와 함께 대답한다.
“술 한잔 했구만. 술 더줘?”
“술하고 도우미하고 그거도 부탁해여. 친한 형인데 기분 좀 풀어줘야 겠어.”
“도우미는 지금 당장은 힘들겠는데 일단 들어가 있어”
우리는 제일 안쪽에 구석진 방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상당히 컸고 꼭 단란주점같았다.
“찬혁이 형. 여기가 술도 싸고 도우미아줌마들도 물관리를 잘해서 괜찮아.”
“오늘이 금요일이라 좀 바쁜가봐. 그래도 내 얼굴봐서 금방 도우미 보내줄거야.”
알바생인지 젊은 종업원이 맥주와 양주를 들고왔고 곧이어 과일과 마른안주도 들어왔다.
“선우형 이거요. 아저씨가 조심해서 쓰시래여.”
알바는 무언가를 선우에게 주었고 선우는 씩 웃으며,
“알았어 임마. 내가 장사 한두번이냐. 그리고 형한테 뉴페이스(?)로 부탁한다고 전해줘.”
“예. 알았어여.”
알바가 나가고 우리는 술을 먹기 시작했다. 먼저 폭탄주를 돌리고 우리는 급격히 취해갔다.
이십여분이 지났을까.
“안녕하세요.”
두명의 도우미가 들어서고 있었고 나는 인사를 받았다.
“예. 안녕하세요”
헉!.
아내였다. 같이온 어려보이는 아가씨는 모르겠고 틀림없이 아내였다.
아내도 나를 알아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분명히 청바지에 면티를 입고 나갔는데 아내는 짧고 하늘거리는 스커트에 비슷한(실크인듯)색상의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있었고 얼굴은 옅은 화장에 술기운이 느껴졌다.
“찬혁아. 아는 사람야?”
용희는 내게 물었고 나는 그저 다음과 같이 대답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저번에 다른 노래방에서 봤던 도우미라 반가워서......”
“아...... 그래.”
아내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같이 맞짱구 쳐준다.
“아. 저번에 칼슨에서 보신 분이구나. 안녕하세요?”
칼슨이 어딘지도 모르는 나는 대답해야만 했다.
“예. 또 보내요.”
또 몇 번의 폭탄주가 돌고 노래가 불러지고 술이 들어오고 안주가 들어오고 주인이 들어와서 양해를 구하고 어린 아가씨를 데려가고......
나는 잠시 정신도 차릴겸 화장실을 가서 얼굴을 씻으며 거울을 보니 등뒤에 용희가 서있었다.
“찬혁아. 선우가 여기 단골이라고 이가게의 본 모습을 보여준단다. 기대해라”
“빨리 가자”
방에 들어서니 아내가 흐트러진 모습으로 평소 자주불렀던 이미자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용희는 자연스럽게 아내에게 다가가 몸을 밀착시켰으며 아내는 약간 놀라며 내 얼굴을 바라본다.
나는 무관심한척 선우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어본다.
“선우야. 이 노래방본모습이 뭐야. 뭐 틀린거 있냐. 조금 크긴하네 시설도 좋고......”
선우가 내게 다가오며 귀에 속삭인다.
“형. 여기가 인천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몰카 노래방 이잖아”
“몰카 노래방이 뭔데?”
“형은 몰카도 못봤어? 지금 이방은 다른방과 틀리게 고성능 카메라가 4대나 있어”
“물론 우리얼굴은 안보이게 처리되지.”
“이런시설에 양주한병에 오만원받아서 운영이 될거같해?”
“몰카 찍어서 운영되는거야”
“그런데 사람들 술먹는거 찍어서 뭐하게. 미아리도 아니고......”
“형. 조금만 기다려. 아까 알바가 주고간게 최음제 거등 약간의 마약성분도 있다고 하던데 물뽕이라던가......”
“내가 저 아가씨폭탄주에 약을 탔거든. 인제 오를때가 됐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지며 선우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런약이 효과가 있냐?”
“그럼! 내가 열 번도 더 써봤는데 항상O.K였어.”
“그리고, 뭐 잘안되면 조금 힘좀 쓰면 적당히 되더라구.ㅎㅎ”
“참. 형 잘봐.”
선우가 가만히 노래방 리모콘을 만지니까 방문에서 철컥하는 소리가 난다.
“이제 밖에서고 안에서고 리모콘조작법 모르면 절대로 문 못열어.” 나는 분노보다 조금뒤에 있을 흥분에 말이 떨려 왔다.
“화장실은?”
“형들은 갔다 왔잖아?”
“나는 요강 따로 있어.ㅎㅎ”
나는 무슨소리줄 모르고 화면 앞에서 브루스를 추는 아내와 용희를 보았다.
아내는 얼굴에 더욱 홍조를 띄며 용희와 나의 얼굴을 번갈아 본다.
아내는 노래가 끝나자 용희의 품을 떠나려 하였으나 선우가 여러곡을 선곡하였는지 바로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 나온다.
아내는 용희에게 말한다.
“잠깐 화장실에 좀......”
“어떡하지 갈수가 없을텐데”
아내는 약간 놀라며 황급히 문쪽으로 가서 문을 열려고 하지만 이미 문은 잠겨있고 손잡이를 아무리 돌려도 열리지 않는다.
아내는 나를 보며 무슨말을 하려하는순간 선우가 뒤에서 아내의 허리를 잡고 테이블 앞으로 끌고온다.
아내는 조금 난감함과 황당함을 느꼈지만 나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에 더 큰 두려움을 가졌는지 아니면 약 기운에 젖어서인지 나에게 도움을 바라는 눈빛만 보낼분 말을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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