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날의 정사.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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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99회 작성일 20-01-17 19:47본문
안개 낀 날의 정사. 1
그날의 날씨도 우울하기만 하던 내 마음처럼 그렇게 안개가 뿌옇게 꼈었다.
우울하거나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경우 난 섹스에 대한 욕구가 무척 강해지곤 했고 그것은 요즘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니가 그렇게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너도 모르게 탈출구로 섹스에 대한 욕구가 생기나 보다."라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수긍이 갔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늘 그런 현상이 일어나곤 했었고 도대체 왜 이럴까 하면서 고민하곤 했었다.
어쨌든 친구의 그 진단으로 원인은 명쾌히 밝혀진듯 했다. 한편으론 늘 섹스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걸 보면 원래 밝히는 성격인지, 아니면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서인지 의문이 가기도 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는 어찌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선택을 한 후 오랜만에 얻는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얻었다. 하지만 반대로 하루하루가 흘러갈 수록 무료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우울함이 날 옥죄어 왔고 그것은 결국 나를 낯선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켜 왔다.
그날도 난 채팅사이트에 들어갔다.
컴섹과 폰섹, 또는 번섹을 목적으로 함을 대놓고 혹은 은밀히 밝히는 방제들..그런 방을 만든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맘은 없다. 누구나 다 가진 섹스에 대한 욕구를 익명이란 그늘아래 적나라하게 펼치는 것일 뿐.
그렇게 방들을 구경하고 있다보니 쪽지가 하나 날아왔다. 알게된 지 꽤 되었던 비슷한 나이대의 유부녀였다. 이름도 목소리도 얼굴도 모르는 그냥 챗으로만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챗 친구였다.
다만 몹시 마음이 휑함을 겪는다는 것, 권태를 넘은 그 무엇에 시달리고 있다는것 만을 알 수 있을 뿐.
서로 존대말을 쓰고 예의를 갖추어 대화하는 편이었지만 속내 깊은 이야기도 나눌만큼 대화 상대로는 꽤 편한 사람이었다.
안부를 물었다. 그 동안 잘 지냈는지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는지부터 아이는 잘 크고 반항하지 않고 말은 잘 듣는지 등등.
올라오는 그녀의 글에선 무언가 쓸쓸하고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 느낌을 말해주었더니 ㅎㅎ라고 글을 올렸다.
(왜 요즘 사람들은 하하나 후후란 것 대신 ㅎㅎ, ㅋㅋㅋ를 즐기는지 모르겠다. 저런 걸 보면 옆에 달라붙어 제대로 치라고 손가락을 꺾어버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간절하게 든다.)
그녀는 나에게 요즘은 어떻게 지내느냐 물었다.
그저 그렇죠 뭐라 대답하고 오늘 날씨 좋지 않느냐고 했다.
그녀와 난 우중충하고 흐린 날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감정적으로 평온해 지고 감성이 풍부해 지곤 하니까.
"오늘 기분이 어때요?"
"날씨는 참 맘에 드는데 기분은 별로네요." 내가 잠시 시간을 두고 말했다.
"베란다에서 밖을 바라봤어요. 나뭇가지들이 앙상하고 밖은 뿌연게 꼭 내 마음 같았어요."
그녀의 성격상 오늘 같은 날은 더욱 그럴 것이란 생각을 했다.
난 요즘 섹스에 대한 욕구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은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냥 여자와 살과 살을 맞대고 안은채 있고 싶다는 말을 했다.
평소 대화를 해도 노골적인 섹스에 대한 대화, 즉 컴섹류와는 거리가 먼 대화를 했기에 저런 말을 한게 아차 싶었다.
내가 친 글 아래로는 글이 올라오지 않고 멈춰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 때의 내 기분에 대해 한 말이었지만 받아들이기엔 좀 거북한 얘기를 했나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담배를 한개피 꺼내 물었다.
오랜 침묵 후 글이 올라왔다.
"나도 오늘은 그러고 싶네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적어도 내가 파악한 그녀로서는 남편과 불화를 겪고 있음에도 섹스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녀였기에 가벼운 흥분을 넘어 의아함이 밀려왔다.
정오를 지나서도 안개가 걷히지 않고 뿌옇게 그대로 남아 공간을 감싼 걸 보니 기분이 그렇다고 말했다. 오늘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고 했다.
그녀와 나는 어느덧 그녀의 말로 인해 분위기에 도취되어 가고 있었다. 내 머리속엔 그녀를 안고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한 손으론 등줄기부터 엉덩이까지 쓰다듬는 모습도...
내가 한 상상을 말해주었다.
"좋네요... 정말 그러고 싶어져요."
나의 머리속에선 계속 그녀와 내가 나누는 섹스가 그려지고 있었다.
나의 애무로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듯 신음소리를 내고 몸을 뒤틀어 갔다.
귀와 목을 지나 유방과 젖꼭지를 핥는 모습... 그에 반응하는 그녀의 몸짓.... 그녀는 나의 상상을 공유했다.
"테크닉 좋아요?"
테크닉이라.
섹스라는 게 하면 할 수록 늘게되고 자기 자신만의 노하우도 생기게 되어 마치 당구처럼 처음엔 무작정 공 두개만 맞추느라 혈안이 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늘어나면 소위 힘조절이라는게 생기지 않는가.
그녀의 질문을 보고 난 잠시 생각해 봤다. 내가 테크닉이 좋던가? 그건 아니었다.
"난 테크닉이 현란하거나 하진 않아요."
"그냥 여자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고 정성을 쏟는 편이지요..."
"당신과 오늘 하고 싶어지네요."
예기치 못한 그녀의 대답 이었다. 그녀의 이 말에 흥분이 밀려왔고 난 어떤 확신이 섰다.
"나두 그래요. 당신을 안아보고 싶어요."
그녀는 맥주를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낮 부터 웬 술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마셔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만날까요?"
나도 감정이 고조되어 넌지시 찔러봤다. 뭐라고 답할까 하면서 역시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와요...이쪽으로"
그녀의 대답에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당신과 키스하고 싶어져요. 스킨쉽도... 어쩌면 분위기에 따라 섹스도..."
취기가 그녀에게 영향을 준 듯 했다. 그걸 빌어 대담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진심인가요?" 내가 물었다.
"마음 변하기 전에 오세요."
"혹시라도 내가 가는 도중에 마음 바뀌지 않을까요?"
"오라고 했는데 그러면 안되죠. 책임은 져야죠..."
정말인지 장난인지 꽤 혼란스러웠다.
어디에 사는 지는 서로 알고 있었기에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OO지하철 역이 그 중간 지점이었다.
장소를 정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그녀는 자기 핸드폰과 집 전화번호까지 알려주었다. 전화로 이야기 하자면서.
채팅을 종료하고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나이보다 꽤 어리게 들렸다. 가늘고 낮은 톤의 목소리였다. 간간히 웃을 때는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어떤 놈인지도 모르는데 집 전화번호까지 가르쳐 줘요?"라고 물었다.
"내가 아는 당신은 치사하게 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나 술 깨기 전에 오세요. 술 깨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차창에 비친 나를 보았다.
나도 섹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바람난 숫캐인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만나러 쪼르르 나가는 나를 보니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20분 정도 지나서 약속장소에 도착하게 되었고 개찰구를 나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한 여자가 보였다. 갈색 생머리에 회색 긴 치마를 입고 하프 코트를 입은 여자 였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저 여자인가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난 확인을 위해 휴대폰의 버튼을 누르고 시선을 그 여자에게 고정시켰다. 내 휴대폰에서는 발신음이 두어 번 울렸고 그 여자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맞군요... 당신같아서 확인하느라 전화했어요."
그녀는 고개를 들더니 주위를 두리번 거렸고 왼쪽 옆에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짓고 다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참하고 단정하게 보이는 수수하면서도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통통한 체형이었고 얼굴에 우수가 서려있었다.
어색한 듯 웃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요... 나 술 다 깼는데." 그녀가 부끄러운 듯 수줍게 말했다.
"맥주 한 병 더 마셔요. 술 깨지 않게." 난 썰렁하기 그지 없는 농담을 했고 그녀는 피식하고 웃었다.
"어디로 갈까요?"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뻔히 목적지는 정해져 있으면서.
"시간이 더 지나면 나 마음 변할지도 몰라요... 그냥 여관으로 가요."
그녀와 나는 지하철 역에서 나와 근처의 모텔을 찾았다. 긴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 마다 은은향 향수냄새가 났다.
오후 4시 정도에는 모텔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기에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남들의 눈에 띌까봐 빠른 걸음으로 한 모텔의 출입문에 들어섰다.
그녀가 방값을 지불했고, 난 키를 받아 들고 어둠컴컴한 복도를 따라 방을 찾아 들어갔다. 문을 여는 동안 그녀는 내 뒤에서 고개를 약간 숙인채 서 있었다.
그날의 날씨도 우울하기만 하던 내 마음처럼 그렇게 안개가 뿌옇게 꼈었다.
우울하거나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경우 난 섹스에 대한 욕구가 무척 강해지곤 했고 그것은 요즘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니가 그렇게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너도 모르게 탈출구로 섹스에 대한 욕구가 생기나 보다."라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수긍이 갔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늘 그런 현상이 일어나곤 했었고 도대체 왜 이럴까 하면서 고민하곤 했었다.
어쨌든 친구의 그 진단으로 원인은 명쾌히 밝혀진듯 했다. 한편으론 늘 섹스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걸 보면 원래 밝히는 성격인지, 아니면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서인지 의문이 가기도 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는 어찌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선택을 한 후 오랜만에 얻는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얻었다. 하지만 반대로 하루하루가 흘러갈 수록 무료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우울함이 날 옥죄어 왔고 그것은 결국 나를 낯선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켜 왔다.
그날도 난 채팅사이트에 들어갔다.
컴섹과 폰섹, 또는 번섹을 목적으로 함을 대놓고 혹은 은밀히 밝히는 방제들..그런 방을 만든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맘은 없다. 누구나 다 가진 섹스에 대한 욕구를 익명이란 그늘아래 적나라하게 펼치는 것일 뿐.
그렇게 방들을 구경하고 있다보니 쪽지가 하나 날아왔다. 알게된 지 꽤 되었던 비슷한 나이대의 유부녀였다. 이름도 목소리도 얼굴도 모르는 그냥 챗으로만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챗 친구였다.
다만 몹시 마음이 휑함을 겪는다는 것, 권태를 넘은 그 무엇에 시달리고 있다는것 만을 알 수 있을 뿐.
서로 존대말을 쓰고 예의를 갖추어 대화하는 편이었지만 속내 깊은 이야기도 나눌만큼 대화 상대로는 꽤 편한 사람이었다.
안부를 물었다. 그 동안 잘 지냈는지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는지부터 아이는 잘 크고 반항하지 않고 말은 잘 듣는지 등등.
올라오는 그녀의 글에선 무언가 쓸쓸하고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 느낌을 말해주었더니 ㅎㅎ라고 글을 올렸다.
(왜 요즘 사람들은 하하나 후후란 것 대신 ㅎㅎ, ㅋㅋㅋ를 즐기는지 모르겠다. 저런 걸 보면 옆에 달라붙어 제대로 치라고 손가락을 꺾어버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간절하게 든다.)
그녀는 나에게 요즘은 어떻게 지내느냐 물었다.
그저 그렇죠 뭐라 대답하고 오늘 날씨 좋지 않느냐고 했다.
그녀와 난 우중충하고 흐린 날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감정적으로 평온해 지고 감성이 풍부해 지곤 하니까.
"오늘 기분이 어때요?"
"날씨는 참 맘에 드는데 기분은 별로네요." 내가 잠시 시간을 두고 말했다.
"베란다에서 밖을 바라봤어요. 나뭇가지들이 앙상하고 밖은 뿌연게 꼭 내 마음 같았어요."
그녀의 성격상 오늘 같은 날은 더욱 그럴 것이란 생각을 했다.
난 요즘 섹스에 대한 욕구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은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냥 여자와 살과 살을 맞대고 안은채 있고 싶다는 말을 했다.
평소 대화를 해도 노골적인 섹스에 대한 대화, 즉 컴섹류와는 거리가 먼 대화를 했기에 저런 말을 한게 아차 싶었다.
내가 친 글 아래로는 글이 올라오지 않고 멈춰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 때의 내 기분에 대해 한 말이었지만 받아들이기엔 좀 거북한 얘기를 했나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담배를 한개피 꺼내 물었다.
오랜 침묵 후 글이 올라왔다.
"나도 오늘은 그러고 싶네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적어도 내가 파악한 그녀로서는 남편과 불화를 겪고 있음에도 섹스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녀였기에 가벼운 흥분을 넘어 의아함이 밀려왔다.
정오를 지나서도 안개가 걷히지 않고 뿌옇게 그대로 남아 공간을 감싼 걸 보니 기분이 그렇다고 말했다. 오늘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고 했다.
그녀와 나는 어느덧 그녀의 말로 인해 분위기에 도취되어 가고 있었다. 내 머리속엔 그녀를 안고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한 손으론 등줄기부터 엉덩이까지 쓰다듬는 모습도...
내가 한 상상을 말해주었다.
"좋네요... 정말 그러고 싶어져요."
나의 머리속에선 계속 그녀와 내가 나누는 섹스가 그려지고 있었다.
나의 애무로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듯 신음소리를 내고 몸을 뒤틀어 갔다.
귀와 목을 지나 유방과 젖꼭지를 핥는 모습... 그에 반응하는 그녀의 몸짓.... 그녀는 나의 상상을 공유했다.
"테크닉 좋아요?"
테크닉이라.
섹스라는 게 하면 할 수록 늘게되고 자기 자신만의 노하우도 생기게 되어 마치 당구처럼 처음엔 무작정 공 두개만 맞추느라 혈안이 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늘어나면 소위 힘조절이라는게 생기지 않는가.
그녀의 질문을 보고 난 잠시 생각해 봤다. 내가 테크닉이 좋던가? 그건 아니었다.
"난 테크닉이 현란하거나 하진 않아요."
"그냥 여자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고 정성을 쏟는 편이지요..."
"당신과 오늘 하고 싶어지네요."
예기치 못한 그녀의 대답 이었다. 그녀의 이 말에 흥분이 밀려왔고 난 어떤 확신이 섰다.
"나두 그래요. 당신을 안아보고 싶어요."
그녀는 맥주를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낮 부터 웬 술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마셔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만날까요?"
나도 감정이 고조되어 넌지시 찔러봤다. 뭐라고 답할까 하면서 역시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와요...이쪽으로"
그녀의 대답에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당신과 키스하고 싶어져요. 스킨쉽도... 어쩌면 분위기에 따라 섹스도..."
취기가 그녀에게 영향을 준 듯 했다. 그걸 빌어 대담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진심인가요?" 내가 물었다.
"마음 변하기 전에 오세요."
"혹시라도 내가 가는 도중에 마음 바뀌지 않을까요?"
"오라고 했는데 그러면 안되죠. 책임은 져야죠..."
정말인지 장난인지 꽤 혼란스러웠다.
어디에 사는 지는 서로 알고 있었기에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OO지하철 역이 그 중간 지점이었다.
장소를 정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그녀는 자기 핸드폰과 집 전화번호까지 알려주었다. 전화로 이야기 하자면서.
채팅을 종료하고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나이보다 꽤 어리게 들렸다. 가늘고 낮은 톤의 목소리였다. 간간히 웃을 때는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어떤 놈인지도 모르는데 집 전화번호까지 가르쳐 줘요?"라고 물었다.
"내가 아는 당신은 치사하게 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나 술 깨기 전에 오세요. 술 깨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차창에 비친 나를 보았다.
나도 섹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바람난 숫캐인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만나러 쪼르르 나가는 나를 보니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20분 정도 지나서 약속장소에 도착하게 되었고 개찰구를 나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한 여자가 보였다. 갈색 생머리에 회색 긴 치마를 입고 하프 코트를 입은 여자 였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저 여자인가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난 확인을 위해 휴대폰의 버튼을 누르고 시선을 그 여자에게 고정시켰다. 내 휴대폰에서는 발신음이 두어 번 울렸고 그 여자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맞군요... 당신같아서 확인하느라 전화했어요."
그녀는 고개를 들더니 주위를 두리번 거렸고 왼쪽 옆에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짓고 다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참하고 단정하게 보이는 수수하면서도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통통한 체형이었고 얼굴에 우수가 서려있었다.
어색한 듯 웃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요... 나 술 다 깼는데." 그녀가 부끄러운 듯 수줍게 말했다.
"맥주 한 병 더 마셔요. 술 깨지 않게." 난 썰렁하기 그지 없는 농담을 했고 그녀는 피식하고 웃었다.
"어디로 갈까요?"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뻔히 목적지는 정해져 있으면서.
"시간이 더 지나면 나 마음 변할지도 몰라요... 그냥 여관으로 가요."
그녀와 나는 지하철 역에서 나와 근처의 모텔을 찾았다. 긴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 마다 은은향 향수냄새가 났다.
오후 4시 정도에는 모텔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기에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남들의 눈에 띌까봐 빠른 걸음으로 한 모텔의 출입문에 들어섰다.
그녀가 방값을 지불했고, 난 키를 받아 들고 어둠컴컴한 복도를 따라 방을 찾아 들어갔다. 문을 여는 동안 그녀는 내 뒤에서 고개를 약간 숙인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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