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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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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025회 작성일 20-01-1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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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홀한 불륜 ♠ 제 1장 목구멍 깊숙이 문을 열어주는 교수부인 민혜영에게서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짙은 향수 냄새가 풍겼다. 한준호는 이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그녀로부터 이국적인 정서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교수 부인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걸맞지 않는 에로틱한 이국적인 정서- 아니, 그런 정서는 그녀와 처음 통화를 할 때 이미 감지되었던 것 같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배어 있는 성적인 욕망 같은 것- 그는 짙은 향수를 사용하는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향수 냄새에 약하다는 편이 더 옳을까? 짙은 향수를 사용하는 여자 옆에 한 동안 앉아 있으면 머리가 띵해진다. 그러나 민헤영이 연출하는 에로틱한 분위기와, 그녀가 사용하는 짙은 향수는 제법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는 이제 그런 대로 그녀의 향수 냄새에 익숙해져 있는 편이다. 민혜영 뒤에서, 그녀의 친구 오정애가 다소곳이 서 있다가. 하얀 치열을 조금 드러내 보이고 인사를 한다. 민혜영이 일 미터 칠십의 늘씬한 몸매에 가무잡잡한 피부인데 비해, 그녀는 민혜영보다 많이 작고, 통통하며, 흰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민혜영과 달리 전통적인 동양의 부덕을 지닌 여인 같은 모습이다. 끼리끼리 보이는 것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인데, 그처럼 이질적인 분위기의 두 여자가 여고 시절부터 친한 친구였다는 것은 좀 묘한 느낌이 든다. 한준호는 오정애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앞장서서 익숙하게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64평 짜리 아파트의 거실은 그가 사는 32평 짜리 보다 운동장처럼 넓다. 거실의 대형 텔레비전 위에 놓여 있는 액자에서 윤교수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저 남자는 웃을 때 어떤 표정이 될까? 도대체 웃는 일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근엄한 표정이다. 그런 그의 사진이 드나드는 사람들을 모두 감시하기라도 하듯 그 곳에 놓여 있다는 것은 에로틱한 분위기가 툭툭 흐르는 민혜영과 비교해서 생각할 때 이율배반적이고, 희극적인 느낌도 없지 않다. 컴퓨터 앞에는 얌전하게 선생님을 기다리는 학생들처럼 의자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차 한 잔 하시겠어요?" 민혜영이 뒤따라오며 묻는다. "아닙니다. 방금 마시고 왔습니다." 한준호는 마우스 앞의 오른쪽 의자에 앉으며, 모니터와 본체에 전원을 넣는다. 민혜영이 얼른 왼쪽 의자에 앉았다. 그 바람에 가운데 자리는 자연스럽게 뒤에서 주춤거리고 있던 오정애의 몫이 되었다. "연습 많이 하셨습니까?" "대화방에도 들어가 보고 했어요. 젊은애들 버릇없다고 잘못하단 망신당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아줌마라고 인기였어요." "녀석들이 분위기 제대로 파악했군요." "그런데 타자 실력이 딸려서 안 되겠어요. 타자 연습 좀더 하고 채팅 해야지." "채팅 하려면 타자 실력은 기본이죠. 채팅 때문에 타자 연습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많아요." 대화는 한준호와 민혜영 사이에서 오가고, 가운데 자리의 오정애는 그냥 다소곳이 앉아있다. 그녀는 본래 말수가 적은 편이다. "오늘부터 인터넷 하신다고 그랬죠?" 민혜영이 다시 말했다. "그래 볼까요." 한준호가 일주일에 두 번 씩 이 곳을 방문해 컴퓨터를 가르친 지 두 달쯤 된다. 그 동안 운영체제와 아래아 한글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대강 가르쳤고, 통신도 두어 시간 했다. "인터넷에 볼만한 그림들이 많다면서요?" "물론이죠. 김홍도에서 피카소까지 무슨 그림이든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그림 말고요?" "그럼 무슨 그림 말씀인가요? 금강산이나 백두산 그림 말씀인가요?" "아이 선생님. 시치미도 잘 떼시네. 남자들이 좋아하는 그림 말예요. 까르르." "남자들이 무슨 그림을 좋아하더라." 한준호는 짐짓 시침을 뗐다. "선생님 수줍으신가 봐. 얼굴 빨개지시는 거 봐. 까르르 까 르르…" "…!" "괜찮아요. 어때요. 우리 그런 그림 먼저 봐요." 한준호는 낭패감이 솟았다. 그가 직장이나 가정으로 방문해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지도 벌서 두 해가 넘었다. 그래서 이제 제법 베테랑이 되어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옆에 앉혀 놓고, 다양한 환경 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다 보니 웬만한 상황은 얼마든지 넉살 좋게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래도 사정이 고약했다. 물론 인터넷을 배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르노 사이트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그러나 그것은 남자들 이야기다. 또 남자들이라고 해도 체면치레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인터넷 수업 마지막 시간쯤(인터넷이 끝나면 대개 방문 수업의 모든 과정이 끝난다.) 괜찮은 포르노 사이트 몇 군데 가르쳐 주는 경우가 흔히 있다. 한준호는, 그것은 시간과 노력의 절약이라는 차원에서 그리 나쁠 것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어차피 그것을 보려고 안달할 것이고, 초보자들이 괜찮은 사이트를 찾아내자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자신이 처음 인터넷을 시작할 때 겪은 실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주머니들이, 그것도 인터넷을 시작하자마자 포르노 사이트 먼저 보자고 덤벼든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아주머니들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오정애는 여전히 다소곳이 앉아 있고, 지금 포르노 사이트를 보자고 덤비는 것은 교수부인 민혜영이다. 그녀는 오늘 이상하게 경박하다. 그녀가 평소 연출하는 분위기는 에로틱하면서도, 거기에 기품과 우아함이 곁들여져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모 대학의 재단 이사장 외동딸이라는 것과, 학생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덕망 있는 교수의 부인이라는 사실과 일정한 연관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그러한 분위기는 오히려 남자에게 더 큰 성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컴퓨터는 이미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고, 모니터 오른쪽 상단의 작은 네모 상자 안에서는 넷스케이프 로고 위로 유성이 계속 날아들고 있다. 한준호는 인터넷 접속 방법에 대한 설명을 끝내고 초기 메뉴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선생님, 여기서 O양 비디오도 볼 수 있다면서요?" 잠시 잠자코 설명을 듣고 있던 민혜영이 다시 삼천포로 빠진다. "물론 그 파일을 받아 볼 수는 있지만, 개인용 컴퓨터에서 그런 파일을 받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그 파일 받으려면 밤새도록 통신 연결해 놓고 있어야 돼요. 요즈음은 그 파일이 어디 박혀 있는 지 찾기도 힘들고요." "선생님 그거 보셨죠?" "전 그런 쪽으로 별 관심 없습니다." "시침도 잘 떼시네. 남자들은 그거 못 본 사람은 왕따 당한다는데, 컴퓨터 선생님이 그런 거 안 보면 누가 봐요?" "윤교수님도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보셨겠네요." 한준호는, 젠장 컴퓨터 선생과 O양 비디오 보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생각하며 역습을 했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거실에 있는 근엄한 표정의 윤교수 사진이 떠오르고 있다. 그와 민혜영의 섹스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도 잘 상상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야 알 수 있나요. 혼자 어디서 봤을지? 그러니까 나만 왕따 당하고 있는 거죠. 까르르 까르르." "그럼 제가 시디 하나 구해드릴 테니, 두 분이 분위기 잡고 같이 보세요." "에이, 우리 그이하고 그런 거 같이 봐야 재미없어요. 선생님처럼 컴퓨터 잘하는 분과 봐야 재미있지." "…" 한준호는 또 속으로 젠장… 하지 않을 수 없었다. O양 비디오 보는 것과 컴퓨터 잘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오늘은 이 고상한 귀부인에게 완전히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O양 비디오는 다음 시간에 선생님이 시디 가지고 와서 보여주시고요, 오늘은 그림 먼저 봐요." 교수부인 민혜영은 마치, 천진한 아이가 과자라도 사 달라고 조르듯 다시 말했다. 여태껏 다소곳이 앉아 있기만 하던 오정애가 민혜영의 무릎을 툭툭 친다. 그만 푼수 떨라는 의미일 것이었다. "그런 건 사용법 익혀서 스스로 찾아 보셔야죠." 한준호는 오정애의 태도에 힘입어 말한다. "에이 재미없다. 선생님이 직접 가르쳐 주셔야죠. 나 그거 보려고 여태까지 컴퓨터 열심히 배웠단 말예요, 까르르 까르르." 한준호는 문득, 좋다 해볼 테면 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여자한테 계속 끌려 다닐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민망해 하진 마십시오." "민망해 하긴 우리가 애들이에요." 한준호는 알고 있는 포르노 사이트 가운데 제법 화끈한 것 하나의 주소를 입력하고 엔터를 친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힐끗 미소 같은 것이 흐른다. 그는 여러 차례 두 여자와 2+1 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자위 행위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상상 속에서의 정사는 늘 셋이 같이 포르노 사이트를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었다. 그 상상 속에서의 일이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여자들과 포르노 사이트를 보는 것이 이번 처음은 아니다. 상상 속 정사의 대상이 민혜영과 오정애 둘에 한정되어 있지만은 않은 것처럼- 그는 수강생 중 분위기 있게 느껴지는 여자들과 대부분 상상 속의 섹스를 즐긴다. 그 중에는 실제의 행위 이상으로 강한 성적 자극을 느끼게 하는 여자도 있고, 물론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어느 경우도 그것이 실제 상황으로 발전한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여자들과 포르노 사이트를 본 일이 있다고는 해도 그것은, 처음에 호기심에서 보자고 했다가 본격적으로 야한 장면이 뜨면 민망해 해서 닫아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뭔가 그럴듯하게 진행될 여백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적극적이라고는 할 수 없고, 또 그의 수강생들은 대부분 요조숙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경우는 제법 돌변변이 같은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여자 쪽에서 먼저 포르노 사이트를 보자고 적극적으로 덤벼든 것부터가 처음이다. 모니터의 화면이 검정색으로 바뀌며 주홍 글씨의 홈페이지 이름과 Sex… Hardcore… 100% Free… 같은 꼬부랑 글씨들이 먼저 꼬물꼬물 나타났다. 그리고 그림이 하나 뜨기 시작했다. 그림은 점점 형태가 분명해졌다. 백인 여자가 흑인 남자의 페니스를 입에 물고 있는 그림이다. 흑인의 시커먼 페니스는 야구 방망이처럼 우람했다. 한준호는 옆에 앉아 있는 오정애의 표정을 힐끗 살핀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의식한 듯, 모니터를 바라보던 눈길을 얼른 아래로 떨군다. 민혜영은 관음증에 익숙한 여자처럼 열심히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는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야릇한 미소까지 흘리고 있다. 한준호는 그녀의 태도에 묘한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여자들과 포르노 사이트를 보면서 이쪽이 긴장하기는 또 처음이다. 모니터에서는, 백인 여자가 흑인 남자의 페니스를 물고 있는 그림 아래로 손톱처럼 작은 그림들이 여럿 뜨고 있다. 한준호는 민혜영과 오정애에 대해서 2+1만 상상하며 자위 행위를 했던 것은 아니다. 두 여자를 각각 따로 상상하며 자위 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에게 더 큰 자극을 주는 것은 오정애 쪽이다. 다소곳하고 수줍음을 타던 여자가 자신의 훌륭한 연주 솜씨에 힘입어 관능을 폭발시키는 상상은 그에게 더 없이 큰 자극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혜영의 경우도, 우아하고 고상한 여자가 폭발시키는 창녀적인 관능이라는 메뉴는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따금 현실 공간에서 노출시키고 있는 우아함과 고상함에는 이율배반 되는 태도들은, 그의 메뉴의 순도를 상당 수준 약화시키고 있다. 민혜영의 배역이 빛나는 것은 2+1의 경우이다. 그녀의 에로틱한 분위기와 적극적인 역할은 그 쪽에 한결 어울린다. 그는 민혜영과 함께 다소곳하고 수줍은 타는 오정애를 자극해서 관능의 노예로 만들고, 셋이 함께 즐기는 식의 스토리를 전개시킨다. 그것은 그에게 다른 어떤 상상보다도 강한 성애의 쾌감과 자극을 느끼게 한다. "아이, 야리야리한 그림들이 많은데 너무 작아서 재미없네." 민혜영이, 백인 여자가 흑인 남자의 페니스를 물고 있는 그림 아래의 작은 그림들을 들여다보며 투정하듯 말했다. "그건 요, 이렇게 그림 위에 마우스 포인터를 갖다 놓고, 마우스 포인터가 손가락 모양으로 변했을 때 왼쪽 단추를 누르면 그림을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준호는 그림 하나를 클릭했다. 곧 그림이 확대되어 뜨기 시작한다. 먼저 푸른 색 배경이 나타났다. 모니터가 꽉 찰 만큼 큰 사이즈의 그림이다. 모니터에 뜨고 있는 푸른 배경은 하늘같기도 하고, 또는 바다 같기도 했다. 작은 사진을 제대로 보지 않고 아무거나 클릭한 탓에, 한준호는 이 그림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뭐가 이렇게 느려요?" 민혜영이 또 투정했다. "요즘은 그래도 인터넷이 많이 빨라진 겁니다. 예전에는 이런 그림 하나 보기 위해 5분쯤 멍청히 모니터 바라보고 있어야 했어요." 엎드려 있는 여자의 머리 부분과 엉덩이가 먼저 드러났다. 그리고 그림 뜨는 속도가 좀더 빨라졌다. 화면이 절반쯤 뜨자 푸른 색 배경이 하늘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하늘은 보다 짙푸른 색과 맞닿아 있었다. 그것은 바다였다. 곧 모니터를 가득 채우며 그림 전체의 모습이 드러났다. 배 위에서의 장면을 찍은 것이었다. 남자가 반듯하게 누워 있고, 여자가 그 위에 식스 나인의 체위로 엎드려 오랄을 하는 사진이다. 이런 종류의 사진치고는 구도가 제법 낭만적이었다. 남자의 성기를 물고 있는 여자는 눈을 지레 감고 황홀경에 빠진 표정이다. 문득 머쓱하고, 진공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준호는 두 여자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남자의 성기는 굵고 길었다. 여자는 손으로 뿌리를 움켜잡고 있고, 입에 들어가 있는 것은 귀두 부분뿐인데, 입안이 꽉 차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입과 손 사이에 노출되어 있는 길이도 상당했다. 오랄, 특히 식스 나인은 항상 한준호에게 성적인 갈증을 느끼게 하는 체위이다. 모니터에 떠 있는 여성 상위의 식스 나인은 더 더욱 그러하다. 그의 아내는 그런 체위로 오랄을 해 준 적이 거의 없다. 그가 온갖 서비스에 잔머리(?)까지 굴려 어렵사리 그런 체위로 이끌어 가도, 아내는 야박스럽게 그를 밀어내기 일쑤다. 아니, 여성 상위의 오랄 뿐 아니다. 아내는 오랄 섹스 자체를 불결한 행위나 되는 것처럼 치부하고 있다. 결혼 생활 6년째가 되지만 그의 아내는 단 한번도 그에게 만족을 느낄 만큼 오랄을 해 준 적이 없다. "선생님은 좋겠어요." 민혜영의 말이 그의 상념에 팔매질을 했다. 평소 탱글탱글하던 그녀의 목소리는 좀 잠겨 있었다. "왜요?" "부인하고 밤마다 이런 그림 보며 기분 내실 거 아녜요?" "우리 집 사람은 이런 그림 안 봅니다." 한준호는 제풀에 말이 퉁명스럽게 나왔다. 그가 아내와의 성생활에서 갖는 불만은 오랄 때문만은 아니다. 횟수에 있어서도 불만이다. 그는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하기를 원한다. 건장한 30대 중반의 남자가 원하는 주 2회는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지 않는가? 매일은 곤란하겠지만 아내가 하루 걸이로 원한다 해도 그는 기꺼이 응할 의사와 능력과 체력을 겸비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그런 행운(?)과 거리가 멀다.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도 제대로 하려고 하지 않는다. 피곤하다는 것이다. 약사라는 아내의 직업이 옆에서 남들이 보기보다는 피곤한 직업이라는 것은 물로 그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내의 피곤 타령은 섹스를 기피하기 위한 핑계라는 혐의로부터 한준호는 자유롭지 못하다. 가령 모처럼 일이 이루어져 핥아 주고, 빨아주며 기분을 내려고 하면 빨리 끝내라고 짜증을 내서 김 팍 새게 만든다는 것이 아내의 잠자리 매너다. 아내는 섹스에 대해서 묘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남들은 그의 아내가 미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를 부러워한다. 또 그녀가 배속처럼 싹싹한 여자라는 말들도 한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서도 그를 부러워한다. 당연히 그들은 그의 잠자리가 깨가 쏟아질 것이라는 음탕한 상상들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뭘 몰라도 한참 몰라서 하는 소리들이다. 섹스에 관한 한 그는 결혼이라는 카드를 잘못 뽑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내가 배 속처럼 싹싹한 것은 박카스나 콘돔을 팔 때 이야기이다. 아내가 미인이고, 배 속처럼 싹싹한 탓에 박카스나 콘돔을 사기 위해 자주 들락거리는 얼간이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지만, 그들 또한 뭔가 몰라서 하는 수작들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회사의 엘리트 사원이었던 한준호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회사를 때려치우고, 일년 가까이 빈둥거리다 겨우 시작한 일이 컴퓨터 방문지도 교사라는 것도, 그 속을 까뒤집어 보면 아내와의 섹스에 대한 불만이 잠재의식으로라도 일정한 몫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이, 오늘 선생님 계속 시치미도 잘 떼시네." 민혜영은 남의 속도 모르고 계속 염장을 지르고 있다. "앞 화면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말입니다, 아무 곳에나 대고 마우스 오른 쪽 단추를 누르세요." 한준호는 민혜영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컴퓨터 방문지도 교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서 말했다. "… 그러면 이렇게 팝업 메뉴가 뜨고, 여기 "뒤로"라는 글자가 보이죠. 그것을 클릭하면 이전 화면으로 되돌아갑니다." "어머, 쉽네…. 내가 한번 해 볼게요." 민혜영이 몸을 기울이며 오른팔을 뻗어 마우스를 잡는다. 문득 그녀의 향수 냄새가 가깝게 느껴진다. 한준호는 새삼스럽게 오늘 앉아 있는 두 여자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른 때는 항상 민혜영이 그의 옆 자리였고, 그녀를 건너 뛰어 오정애가 앉아 있었다. 모니터는 이미 이전 화면으로 돌아왔고, 민혜영은 작은 사진들 가운데 하나를 클릭했다. 이번에는 작은 그림이었다. 그만큼 뜨는 속도도 빨랐다. 다리를 쩍 벌리고 누워 있는 여자의 성기 앞에 남자가 성기를 접근시키고 있는 그림이다. 이번 남자는, 그림이 작은 것처럼 성기의 규모도 별 볼일 없었다. 귀두 부분이 거의 발달하지 않아 마치 립스틱 같다. "이 그림은 별롤세…. " 민혜영은 화면을 다시 백 시켰다. 그리고 작은 사진들을 찬찬히 살피다 하나를 선택해서 클릭했다. "고만 보자 얘." 오정애가 민망하다는 듯 말했다. "어때? 선생님 있을 때 제대로 배워 놔야지…. 선생님 가고 나서 혼자 하려면 헷갈려서 헤매게 되잖아." "…" 한준호는 또 젠장… 하고 생각했다. 이런 것도 배우는 것인가? 그러나 특별히 기분이 언짢을 것은 없었다. 다시 그림이 뜨고 있다. 민혜영이 마음먹고 선택한 것은 2+2의 그룹 섹스 그림이다. 남자 둘의 얼굴과, 치켜올려진 여자들의 다리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 여자들의 다리는 남자들의 얼굴을 절반쯤 가리고 있다. 한 여자는 맨 살이고, 다른 한 여자는 검정 스타킹에 흰색 하이힐을 신고 있다. 스타킹과 하이힐이 한준호의 신경을 건드린다. 그 짓을 하면서 왜 스타킹과 하이힐은 벗지 않는 것일까? O양도 한쪽 발에 검정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고 하던가? 그는 아직 그 비디오를 본 바 없다. 그런 부화뇌동하는 관음증에는 큰 관심이 없는 탓이다. "이번 그림은 볼만하네." 민혜영이 진지하게, 명화라도 감상하듯 말했다. 그림은 이미 모니터 가득히 떠 있다. 두 여자가 비스듬히 마주 보며 누워 있고, 남자들이 그녀들의 한 쪽 다리를 치켜들고 삽입하고 있는 그림이다. 여자들은 손가락으로 자신들의 샘을 벌려 보이고 있다. 빨간 매니큐어의 긴 손톱이 자극적인 느낌을 준다. "뭐가 볼만하죠?" 한준호는 이제 제법 뻔뻔해져서 말했다. "애, 그런데 너 오늘 밤 어떡하니? 이런 그림은 독수공방하는 너 끌어들이지 말고, 선생님하고 나하고 둘이만 봐야하는 건데, 내가 깜박했다 얘. 까르르…" 민혜영은 한준호의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오정애를 향해서 말했다. 독수공방…! 스타킹과 하이힐에 자꾸 신경이 쓰이던 한준호의 생각이 금방 민혜영의 말꼬리로 덤벼들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민혜영과 오정애의 표정을 번갈아 살핀다. 민혜영은 생글생글 웃고 있고, 오정애는 굳은 표정을 모니터에 고정시키고 있다. 아니, 시선이 꼭 모니터의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민혜영은 그림을 백 시키고, 다시 다른 그림을 클릭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내가 소개한 박교수하고 재혼해. 몇 번 만나봐서 알겠지만 괜찮은 남자잖아. 나이 차가 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자리에선 우리 남편보다 날 거야. 자기 몸 관리 얼마나 열심히 한다고. 스포츠 좋아하고, 성격도 활달하고…." "…" 민혜영이 클릭한 그림이 다시 뜨고 있다. 이번에는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의 2+1 그림이다. "얘, 남편 교통사고 당해 혼자 됐어요. 벌써 칠년 전 일이예요. 지금 딸 하나 데리고 혼자 살고 있어요. …선생님 이런 거 모르셨죠?" 친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민혜영은 이번에는 한준호에게 말했다. 물론 그것은 한준호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컴퓨터 방문지도 교사라는 것이, 수강생 스스로 밝히는 일 이외에는 그들의 신상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알 기회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가 오정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민혜영과 여고 동창이라는 것과, 무슨 옷가겐가를 하고 있다는 정도이다. 또 컴퓨터를 배우게 된 것도, 그녀가 꼭 원해서라기 보다 민혜영이 여자 혼자 낮 시간대에 아파트로 남자 선생을 오라고 해서 배우기 부담스러워 들러리로 같이 배우도록 끌어들인 눈치였었다. 모니터에는 민혜영이 새로 클릭한 그림이 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누워 있는 남자 위에서 한 여자는 말을 거꾸로 올라탄 것처럼 삽입하고 있고, 또 한 여자는 식스 나인 자세로 남자에게 커닐링구스를 시키면서, 자신은 다른 여자가 삽입하고 드러난 남자의 뿌리를 혀로 애무하고 있다. 이번 그림은 앞의 어느 것보다 자극적이었다. 더욱이나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라는 지금 그들의 상황과 같은 2+1 구도 탓일까 야릇한 긴장감마저 팽배하고 있다. 민혜영은 2+1의 그림을 힐끔거리며, 야릇한 긴장감을 짐짓 무시해버리기라도 하듯 계속 수다를 떤다. "…우리 그이 나가는 학교에 괜찮은 홀아비 교수가 있거든요. 이년 전 부인이 암으로 사망했어요. 나이가 오십 줄이라 연령차는 좀 나지만, 운동 열심히 해서 아직 젊은 사람 못지 않게 팽팽해요. 애가 둘인데, 둘 다 대학 다니니까 이제 다 컸고, 얘는 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 하나 있어요. 양쪽 합쳐 봐야 셋 밖에 더 되요? 여러 가지 조건이 괜찮다 싶어 소개를 했는데, 얘가 자꾸 망설이는 거예요. 지금 그 쪽은 한참 등이 달아 있고…." 그러다가 그녀는 그림에 대한 코멘트를 툭 한 마디 내뱉었다. "저 남자 호강하네." "…" 오정애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불편해 하고 있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준호도 응대할 말이 마땅치 않아 잠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얘도 싫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그런데, 죽은 남편한테 미안해서 재혼은 못하겠다나 어쨌다나…. 얘, 네가 그런다고 누가 열녀문 세워 줄 줄 아니? 아니, 요즘 세상에 열녀문이 무슨 소용 있어. 칠 년이나 독수 공방했으면 이제 죽은 남편에 대한 도리는 할만큼 한 거야. 그 남자는 봐라, 부인 죽은 지 겨우 이태 됐는데 재혼하려고 등달아 있잖아. 너도 이제 40 고개 넘어섰어. 더 파삭 늙기 전에 인생을 즐길 건 즐기며 살아야지." "자아, 그럼 인터넷에서 문서나 그림 저장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민혜영의 장광설이 대강 끝났다 싶었으므로 한준호는 말했다. 그는 빨리 분위기를 수습하고 싶었다. 오정애가 많이 불편해 하는 것 같아 더욱 그러했다. 그는 갑자기 그녀와 정서적인 가까움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참, 내 정신 좀 봐! 전화 걸 데가 있는데 깜박하고 있었네." 민혜영이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럼 빨리 통신 끝내야겠구나." 오정애는 구원이라도 만난 듯한 표정이다. 그녀는 이미 마우스를 잡고 통신을 끝낼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에 처음 접속한 탓에 어떻게 끝내야 하는 것인지 몰라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도움을 청하듯 시선으로 한준호를 바라보았다. "아니, 괜찮아. 핸드폰 쓰면 돼." "…" "저쪽 방에 가서 전화 좀 할께 두 사람이 오붓하게 공부하고 있어." 민혜영은 이미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어의 손잡이를 잡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녀의 뒷모습을 쫓던 한준호와 눈길이 마주쳤다. 그녀는 그에게 눈을 찡긋했다. 민혜영이 나가버리자, 방은 갑자기 공간의 일부가 증발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증발된 공간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미묘한 긴장감이 밀려들었다. "고만 끝내죠." 말수 적은 오정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외로우시겠어요?" 한준호는 딴전을 부렸다. "…" 오정애는 시선을 떨궜다. "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끝내죠." 오정애는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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