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의 곡(哭)-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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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58회 작성일 20-01-17 16:49본문
▣ 제 5 회 심중 읽기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던 수아가 슬픈 눈빛을 보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오빠, 조금 전 전화 바꿀 때도 네 엄마라 하더니 지금 또다시 제게 네 엄마라 했어요. 아직 오빠
의 엄마는 되지 못 하는 거예요? ”
네 엄마, 너의 엄마? 엄마는 오직 수아의 엄마일 뿐 영훈의 엄마는 아니란 표현이다.
영훈의 입에서 무심코 튀어나온 네 엄마란 한마디가 수아의 얼굴을 어둡게 만들었다. 엄마를 두고 너
와 나를 구분하는 그 한마디 말이 아직도 서로의 사이를 한참 멀게 느껴지도록 만든 모양이었다.
자신이 실언을 했구나 자각한 영훈이 급히 사과의 말을 하며 수아를 달랬다.
“ 미안, 수아야. 아직 익숙해 지지 않아서 오빠가 실수를 했다. 다음부터는 명심하고 어머니라 부를
게. ”
그래도 엄마가 아니고 어머니다. 영훈의 마음은 아직은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 아녜요, 오빠. 제가 죄송해요. 저는 항상 함께 지낸 엄마지만 오빠에게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생소한 분이잖아요. ”
수아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여중 삼학년 어린 학생의 입에서 나온 속 깊은 말이다.
“ 오빠… 앞으로 정말 조심할게. ”
“ 괜찮아요. 제겐 오빠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요. 정말 외로웠거든요. 전… 언제나 혼자였어
요. 엄마가 계셨지만 회사일로 바빠 언제나 늦은 시간에 들어 오셨어요. 아빠도 마찬가지였어요. 아
니, 엄마보다도 더 제 곁을 지켜주시지 않았어요. 늦은 시간까지 전 잠도 자지 않고 엄마, 아빠를 기
다렸어요. 그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지루하고 겁이 났는지 오빤 모를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오빠
까지 제 곁에 계시잖아요? 제겐 이렇게 함께 할 가족이 생겼다는 게 너무나 기뻐요. ”
절절한 수아의 말이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였던 수아도 영훈과는 또 다른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늦은 시간일지언정 수아는 엄마, 아빠를 기다렸단다.
마냥 기다려도 오지 않는 텅 빈 영훈의 집, 당연히 아빠가 계셔야 할 그곳에는 아예 아빠란 존재조차
도없었다.
가슴이 뛰었다.
은근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가슴을 저미게 만들었다. 허나 영훈은 내색 않고 입을 열었다.
“ 나도, 내게 동생이 생겼다는 사실이 기뻐. ”
“ 정말요? 전 그래서 더 기쁘고 즐거웠던 거예요. 아빠 엄마도 제 곁에 계시지 않는 오늘, 이처럼
제 곁을 지켜주는 듬직한 오빠가 생겼잖아요. 이제 수아는 혼자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기
쁨에 들뜬 거예요. 그런데 오빠가 엄마를 네 엄마라 부르는 그 순간 아직은 오빠와 한 가족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슬퍼졌던 거예요. 그런데 이젠 괜찮아 졌어요. ”
“ 그랬구나. 난 아직 익숙지 않아 무심코 나온 말이었는데…. ”
“ 괜찮아요. 차차 익숙해지겠죠 뭐…! ”
영훈엄마의 마음 아픈 희생과 끝내는 죽음을 초래하며 태어난 수아, 평범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이
토록 맑고 착하게 자란 수아의 심성이다. 그런 수아의 얼굴에 이제는 다행이라는 듯 너무나 천진한
미소가 흘렀다.
“ 오빠. 저, 잠 와요. 이제 잘래요. ”
“ 참, 좀 전에 방문 열려있더라. 아직 날이 서늘하다. 잘 때 문 꼭 닫아라. ”
“ 저… 엄마 기다리던 버릇이 들어 제방에 아무도 없으면 불안해 잠 못 들어요. 늦게라도 엄마가 와
서 제 곁을 지켜야 잠들었어요. 그래서 오빠를 부를까 하다가 오빠가 불편해 할 것 같아 그냥 문만
열어둔 거예요. 신경 쓰였다면 미안해요. ”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수아의 눈망울이었다.
‘ 너무 응석부리고 곱게 자란 아이구나. 아니면 불안한 환경 탓에 자신의 엄마에게 의지하려는 마음
이 너무 강한 게 아닌가? ’
아련한 마음이 영훈의 가슴에 솟았다.
“ 그랬니? 그럼 오빠가 곁에서 지켜 줄 테니 마음 놓고 자. ”
“ 오빠 귀찮게 해서 어떡해? 고마워요. ”
* * * * * * * * * * * * * * * * * *
어느덧 아침이 되어 창밖에서 밝은 빛이 방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 어머 오빠, 저 때문에 소파에서 잠든 거예요? ”
“ 으응, 잘 잤니? 널 지켜준다 하고는 내가 그새 잠들었구나. ”
“ 예. 편히 잤어요. 괜히 저 때문에 오빠만 고생하셨네! ”
“ 괜찮아. 우리 어서 학교 갈 준비 하자. ”
“ 오빠, 잠깐만. 제가 아침 준비 할게요. ”
제법 앞치마까지 두르고 아침 준비를 시작하는 수아의 깜찍한 모습이 마치 새내기 주부 같아 보였다.
뭘 만드는지 혼자서 바쁘다. 토닥토닥 도마소리가 아침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 와장창!
그릇 깨지는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 엇, 수아야. 다치지 않았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 ”
“ 헤헤 오빠. 저, 처음 해보는 거예요. 가사 시간에는 그런대로 잘 했는데 집에선 안 되네? ”
할 줄도 모르는 식사 준비를 한답시고 혼자 서두르다 그릇을 깨며 당황해 하는 수아의 모습이 우습기
도하고 귀엽기도 했다.
“ 야 임마, 오빠가 라면 끓여 줄 테니 소파에 앉아 쉬어. ”
“ 아녜요, 오빠. 금방 돼요. ”
그렇게 어설픈 아침식사가 끝난 우리는 학교를 가기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 학교 끝나면 곧바로 와야 한다. 오늘 두 분 돌아오시는 날이잖아. ”
“ 알았어요, 오빠! ”
* * * * * * * * * * * * * * * * * *
이날 저녁,
“ 여행 잘 다녀오셨습니까? 아빠 아들 영훈이 두 분을 환영합니다. ”
여행에서 돌아온 두 사람에게 영훈이 큰 소리로 인사를 드렸다.
곁에 서있던 수아는 너무나 정중한 영훈의 인사에 당황하며 얼떨결에 큰절을 했다.
“ 저도 인사 올립니다. 아빠, 엄마 언제나 사랑하며 화목하세요. ”
“ 오냐, 너희들도 잘 지내도록 해라. 우리 수아가 제법 어른스러워 졌구나. ”
아빠의 흐뭇해하는 모습과는 달리 새엄마의 표정에 언뜻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 아빠 아들? 이 아이가 그냥 아들이 아니라 아빠 아들이라 강조한다? ’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던 새엄마가 금세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덕담을 했다.
“ 고맙다. 수아도 오빠가 생겼고 나 또한 한 가족이 되었으니 최선을 다해 너희들과 잘 지내도록 노
력하마. ”
“ 저도 어머니를 잘 모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 영훈이 네가 날 어머니라 불러 주니 정말 고맙구나. ”
“ 아빠와 혼인을 하셨으니 당연히 어머니지요.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는데 고마울 게 뭐가 있습니
까? 달리 부를 호칭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
“ 영훈이 이놈! ”
그 순간 아빠의 입에서 호통이 터졌다.
“ 참, 아빠도, 화를 내시기는. 제게도 당연히 어머니이기에 어머니라 불렀는데 저리도 고마워 하시
기에 해본 말인데…. ”
새엄마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영훈의 말에 어쩌면 감동을 한 것도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느라 고심하는 표정
처럼 보이기도 했다.
수아가 분위기를 바꾸려 새엄마에게 매달리며 재잘거렸다.
“ 엄마. 오빠가 날 지켜준다고 밤 꼬박 세웠어. ”
“ 오빠가 네 방에서 잤다고? ”
흠칫, 새엄마가 긴장을 했다.
“ 내가 혼자는 잠들지 못한다고 하니까 오빠가 내 방의 문을 열어두고 거실 소파에 앉아 밤새 날 지
켜 주고 있었단 말이야! ”
“ 그럼 영훈이, 아니 네 오빠는 소파에 앉아 꼬박 밤을 보냈단 말이야? ”
“ 그렇다니까! 얼마나 고마웠는데. ”
순간적으로 가슴을 짓누르던 불안감이 사라져 긴장이 풀어지는 듯 새엄마는 휴우 한숨을 내 쉬며 아
빠를 돌아보았다.
“ 여보, 영훈이가 동생 돌보느라 꼬박 밤을 새웠대요, 덕분에 수아가 편하게 잤답니다. ”
“ 역시 동생 생기니 오빠 노릇을 하는구나. 그래, 지금처럼 동생을 많이 사랑해 주어라. ”
아빠가 흐뭇한 표정으로 한마디 거들었다.
“ 동생인데 마땅히 사랑해야지요. 염려마세요, 아빠. ”
“ 영훈이 동생을 보살피느라 고생했구나. 고마워서 어쩌지? ”
새엄마도 영훈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는 표현을 했다.
“ 고맙다니요, 어머니. 대신 어머니도 저를 잘 보살펴 주시면 되잖아요. ”
“ 당연한 말을, 수아는 이런 자상한 오빠가 생겨서 좋겠구나. 어서 오빠에게 고맙다고 해라. ”
새엄마가 즐거운 표정을 하며 수아를 부추겼다.
“ 오빠, 저도 오빠를 많이 사랑할거예요. 오빠 정말 고마워요. ”
“ 해야 할 일을 한 거뿐인데 그리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그보다 어머니, 오히려 고마운 건 접
니다. 이처럼 예쁜 동생이 생기고, 그 보다 더 아름답고 매력 넘치는 어머니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됐
으니 제가 더 고마운 걸요. 오히려 제가 어머니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
“ 호호호, 아버지가 샘내시겠다. 하지만 나를 이렇게 맞아 주니 고맙구나. ”
한편,
영훈과 새엄마 그리고 수아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영훈아빠는 한결 걱정
이 사라진 표정이었다.
재혼을 하겠다는 자신의 말에 대답도 않고 원망하는 모습을 보이던 영훈이 새 식구를 맞아 이렇듯 친
밀한 말들을 나누고 있는 정경에 한껏 마음이 평안해져, 새롭게 이루어진 가족들을 그저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던 수아가 슬픈 눈빛을 보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오빠, 조금 전 전화 바꿀 때도 네 엄마라 하더니 지금 또다시 제게 네 엄마라 했어요. 아직 오빠
의 엄마는 되지 못 하는 거예요? ”
네 엄마, 너의 엄마? 엄마는 오직 수아의 엄마일 뿐 영훈의 엄마는 아니란 표현이다.
영훈의 입에서 무심코 튀어나온 네 엄마란 한마디가 수아의 얼굴을 어둡게 만들었다. 엄마를 두고 너
와 나를 구분하는 그 한마디 말이 아직도 서로의 사이를 한참 멀게 느껴지도록 만든 모양이었다.
자신이 실언을 했구나 자각한 영훈이 급히 사과의 말을 하며 수아를 달랬다.
“ 미안, 수아야. 아직 익숙해 지지 않아서 오빠가 실수를 했다. 다음부터는 명심하고 어머니라 부를
게. ”
그래도 엄마가 아니고 어머니다. 영훈의 마음은 아직은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 아녜요, 오빠. 제가 죄송해요. 저는 항상 함께 지낸 엄마지만 오빠에게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생소한 분이잖아요. ”
수아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여중 삼학년 어린 학생의 입에서 나온 속 깊은 말이다.
“ 오빠… 앞으로 정말 조심할게. ”
“ 괜찮아요. 제겐 오빠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요. 정말 외로웠거든요. 전… 언제나 혼자였어
요. 엄마가 계셨지만 회사일로 바빠 언제나 늦은 시간에 들어 오셨어요. 아빠도 마찬가지였어요. 아
니, 엄마보다도 더 제 곁을 지켜주시지 않았어요. 늦은 시간까지 전 잠도 자지 않고 엄마, 아빠를 기
다렸어요. 그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지루하고 겁이 났는지 오빤 모를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오빠
까지 제 곁에 계시잖아요? 제겐 이렇게 함께 할 가족이 생겼다는 게 너무나 기뻐요. ”
절절한 수아의 말이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였던 수아도 영훈과는 또 다른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늦은 시간일지언정 수아는 엄마, 아빠를 기다렸단다.
마냥 기다려도 오지 않는 텅 빈 영훈의 집, 당연히 아빠가 계셔야 할 그곳에는 아예 아빠란 존재조차
도없었다.
가슴이 뛰었다.
은근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가슴을 저미게 만들었다. 허나 영훈은 내색 않고 입을 열었다.
“ 나도, 내게 동생이 생겼다는 사실이 기뻐. ”
“ 정말요? 전 그래서 더 기쁘고 즐거웠던 거예요. 아빠 엄마도 제 곁에 계시지 않는 오늘, 이처럼
제 곁을 지켜주는 듬직한 오빠가 생겼잖아요. 이제 수아는 혼자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기
쁨에 들뜬 거예요. 그런데 오빠가 엄마를 네 엄마라 부르는 그 순간 아직은 오빠와 한 가족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슬퍼졌던 거예요. 그런데 이젠 괜찮아 졌어요. ”
“ 그랬구나. 난 아직 익숙지 않아 무심코 나온 말이었는데…. ”
“ 괜찮아요. 차차 익숙해지겠죠 뭐…! ”
영훈엄마의 마음 아픈 희생과 끝내는 죽음을 초래하며 태어난 수아, 평범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이
토록 맑고 착하게 자란 수아의 심성이다. 그런 수아의 얼굴에 이제는 다행이라는 듯 너무나 천진한
미소가 흘렀다.
“ 오빠. 저, 잠 와요. 이제 잘래요. ”
“ 참, 좀 전에 방문 열려있더라. 아직 날이 서늘하다. 잘 때 문 꼭 닫아라. ”
“ 저… 엄마 기다리던 버릇이 들어 제방에 아무도 없으면 불안해 잠 못 들어요. 늦게라도 엄마가 와
서 제 곁을 지켜야 잠들었어요. 그래서 오빠를 부를까 하다가 오빠가 불편해 할 것 같아 그냥 문만
열어둔 거예요. 신경 쓰였다면 미안해요. ”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수아의 눈망울이었다.
‘ 너무 응석부리고 곱게 자란 아이구나. 아니면 불안한 환경 탓에 자신의 엄마에게 의지하려는 마음
이 너무 강한 게 아닌가? ’
아련한 마음이 영훈의 가슴에 솟았다.
“ 그랬니? 그럼 오빠가 곁에서 지켜 줄 테니 마음 놓고 자. ”
“ 오빠 귀찮게 해서 어떡해? 고마워요. ”
* * * * * * * * * * * * * * * * * *
어느덧 아침이 되어 창밖에서 밝은 빛이 방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 어머 오빠, 저 때문에 소파에서 잠든 거예요? ”
“ 으응, 잘 잤니? 널 지켜준다 하고는 내가 그새 잠들었구나. ”
“ 예. 편히 잤어요. 괜히 저 때문에 오빠만 고생하셨네! ”
“ 괜찮아. 우리 어서 학교 갈 준비 하자. ”
“ 오빠, 잠깐만. 제가 아침 준비 할게요. ”
제법 앞치마까지 두르고 아침 준비를 시작하는 수아의 깜찍한 모습이 마치 새내기 주부 같아 보였다.
뭘 만드는지 혼자서 바쁘다. 토닥토닥 도마소리가 아침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 와장창!
그릇 깨지는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 엇, 수아야. 다치지 않았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 ”
“ 헤헤 오빠. 저, 처음 해보는 거예요. 가사 시간에는 그런대로 잘 했는데 집에선 안 되네? ”
할 줄도 모르는 식사 준비를 한답시고 혼자 서두르다 그릇을 깨며 당황해 하는 수아의 모습이 우습기
도하고 귀엽기도 했다.
“ 야 임마, 오빠가 라면 끓여 줄 테니 소파에 앉아 쉬어. ”
“ 아녜요, 오빠. 금방 돼요. ”
그렇게 어설픈 아침식사가 끝난 우리는 학교를 가기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 학교 끝나면 곧바로 와야 한다. 오늘 두 분 돌아오시는 날이잖아. ”
“ 알았어요, 오빠! ”
* * * * * * * * * * * * * * * * * *
이날 저녁,
“ 여행 잘 다녀오셨습니까? 아빠 아들 영훈이 두 분을 환영합니다. ”
여행에서 돌아온 두 사람에게 영훈이 큰 소리로 인사를 드렸다.
곁에 서있던 수아는 너무나 정중한 영훈의 인사에 당황하며 얼떨결에 큰절을 했다.
“ 저도 인사 올립니다. 아빠, 엄마 언제나 사랑하며 화목하세요. ”
“ 오냐, 너희들도 잘 지내도록 해라. 우리 수아가 제법 어른스러워 졌구나. ”
아빠의 흐뭇해하는 모습과는 달리 새엄마의 표정에 언뜻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 아빠 아들? 이 아이가 그냥 아들이 아니라 아빠 아들이라 강조한다? ’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던 새엄마가 금세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덕담을 했다.
“ 고맙다. 수아도 오빠가 생겼고 나 또한 한 가족이 되었으니 최선을 다해 너희들과 잘 지내도록 노
력하마. ”
“ 저도 어머니를 잘 모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 영훈이 네가 날 어머니라 불러 주니 정말 고맙구나. ”
“ 아빠와 혼인을 하셨으니 당연히 어머니지요.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는데 고마울 게 뭐가 있습니
까? 달리 부를 호칭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
“ 영훈이 이놈! ”
그 순간 아빠의 입에서 호통이 터졌다.
“ 참, 아빠도, 화를 내시기는. 제게도 당연히 어머니이기에 어머니라 불렀는데 저리도 고마워 하시
기에 해본 말인데…. ”
새엄마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영훈의 말에 어쩌면 감동을 한 것도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느라 고심하는 표정
처럼 보이기도 했다.
수아가 분위기를 바꾸려 새엄마에게 매달리며 재잘거렸다.
“ 엄마. 오빠가 날 지켜준다고 밤 꼬박 세웠어. ”
“ 오빠가 네 방에서 잤다고? ”
흠칫, 새엄마가 긴장을 했다.
“ 내가 혼자는 잠들지 못한다고 하니까 오빠가 내 방의 문을 열어두고 거실 소파에 앉아 밤새 날 지
켜 주고 있었단 말이야! ”
“ 그럼 영훈이, 아니 네 오빠는 소파에 앉아 꼬박 밤을 보냈단 말이야? ”
“ 그렇다니까! 얼마나 고마웠는데. ”
순간적으로 가슴을 짓누르던 불안감이 사라져 긴장이 풀어지는 듯 새엄마는 휴우 한숨을 내 쉬며 아
빠를 돌아보았다.
“ 여보, 영훈이가 동생 돌보느라 꼬박 밤을 새웠대요, 덕분에 수아가 편하게 잤답니다. ”
“ 역시 동생 생기니 오빠 노릇을 하는구나. 그래, 지금처럼 동생을 많이 사랑해 주어라. ”
아빠가 흐뭇한 표정으로 한마디 거들었다.
“ 동생인데 마땅히 사랑해야지요. 염려마세요, 아빠. ”
“ 영훈이 동생을 보살피느라 고생했구나. 고마워서 어쩌지? ”
새엄마도 영훈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는 표현을 했다.
“ 고맙다니요, 어머니. 대신 어머니도 저를 잘 보살펴 주시면 되잖아요. ”
“ 당연한 말을, 수아는 이런 자상한 오빠가 생겨서 좋겠구나. 어서 오빠에게 고맙다고 해라. ”
새엄마가 즐거운 표정을 하며 수아를 부추겼다.
“ 오빠, 저도 오빠를 많이 사랑할거예요. 오빠 정말 고마워요. ”
“ 해야 할 일을 한 거뿐인데 그리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그보다 어머니, 오히려 고마운 건 접
니다. 이처럼 예쁜 동생이 생기고, 그 보다 더 아름답고 매력 넘치는 어머니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됐
으니 제가 더 고마운 걸요. 오히려 제가 어머니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
“ 호호호, 아버지가 샘내시겠다. 하지만 나를 이렇게 맞아 주니 고맙구나. ”
한편,
영훈과 새엄마 그리고 수아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영훈아빠는 한결 걱정
이 사라진 표정이었다.
재혼을 하겠다는 자신의 말에 대답도 않고 원망하는 모습을 보이던 영훈이 새 식구를 맞아 이렇듯 친
밀한 말들을 나누고 있는 정경에 한껏 마음이 평안해져, 새롭게 이루어진 가족들을 그저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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