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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월드컵의 추억 - 단편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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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30회 작성일 20-01-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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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월드컵의 추억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은정이가 분주해 보였다.

오전에는 이대쪽에 가서 머리도 해야 하고,

오후에는 동대문에 가서 옷도 구경해야 하고,

저녁에는 친구들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있다고 했다.

또 내일은 미술관을 가야 한다고 하니...



휴..

그녀는 정말,

학원 휴가 기간동안 작정하고 놀기만 할 생각 같아 보였다.



정신없이 그녀가 욕실로 사라진 사이,

문득 그녀의 가방 옆 바닥에 놓여져있는,

책을 하나 발견 했었다.

수능 문제집이었다.



나는,

그 문제집을 집어 들어 펼쳐 봤는데,

다른 과목은 거의 손을 댄 것 같은데,

어쩜 그렇게,

수학 만큼은 깨끗하게 쓴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미대를 준비하는 학생이라지만,

수학을 포기한 듯한 수험생,

한장 한장 문제집을 넘기다보니,

문득 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성질 같아서는,

앉혀놓고 수학 문제라도 몇개 풀어보고 싶은데,

저렇게 놀러가겠다고 정신이 없는 애를,

내가 어떻게 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또,

며칠 되지도 않는 휴가 기간에 또 공부를 하라고 하면,

잔소리 한다고 난리를 칠 것 같았다.





-오빠..나가자..-



잠시후,

준비를 마치고 욕실을 빠져 나온 그녀가

나가자고 재촉을 해왔다.

오늘 그녀의 패션은

어제와 비슷한 가벼운 캐주얼 차림이였다.

옷들이 비교적 짧았는데,

그녀의 하얀 피부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래..

일단 나가고 봐야겠다.

은정이의 공부에 대해선,

좀더 생각을 해보고 지켜봐야 겠다 싶었다.

지가 알아서 해야지,

내가 뭐라 왈가불가할 사항은 아닌것 같았다.



결국,

은정이와 내가 보내는,

휴가 둘째날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5시간 후 동대문,



한참 그녀의 뒤를 쫓아 다니다보니,

어느새 내 손에는 여러개의 쇼핑 가방이 들려 있었다.

나는 속으로 궁시렁 거렸다.

전에 혜미랑 사귈때도 쇼핑은 잘 안가고 싶었는데,

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은정이가 좋은건 좋은거고,

그래도 쇼핑은 싫은거였다.

하지만 아직까진 버틸만 했다.

다만 배가 고팠다.





-우리 햄버거라도 조금 먹자-





결국,

어느 햄버거 가게 앞을 지날때쯤,

내가 은정이를 불러세웠다.

그녀는 배도 안 고픈 모양이었다.

끼니 시간이 훨씬 지나 3시가 넘었는데도,

밥 먹자는 소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오빠..배고파?-

-어..나 과외갈려면 뭐라도 먹어야 해-

-아..그래.?.그럼 여기서 햄버거 먹자-





이윽고,

앞장서서 걸어가 햄버거 가게 문을 여는 그녀,

문득 얘가 어제 밤 내 욕구를 위해서,

그렇게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그녀가 맞나 싶었다.

같이 다니는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꼼마치도 없고,

이기적으로 자기 쇼핑하기에 바쁜 사람만 같았다.

나쁜 기집애..





얼마후,

주문한 햄버거 세트가 나오자,

나는 허겁지겁 배를 채우기에 바뻤다.

그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은정이는 자기가 먹던 햄버거를 반을 잘라 내게 건냈다.



-오빠..더 먹어..배고프면 말하지..-



고마워 눈물나 죽는줄 알았다.

나는 그녀가 건낸 햄버거를 받아들면서

그녀에게 험악한 인상을 지어 보였다.



-야..그걸 꼭 말해야 아냐?..때되면 알아서 챙겨 먹어야지..-

-미안..정신이 없어서 몰랐어..-



그녀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얘교를 떨어왔다.

이걸 살릴수도 없고, 죽일수도 없고..

이뻐서 한번 그냥 봐주기로 마음 먹었다.



잠시후,

열심히 밥을 먹다 보니,

아침에 본 그녀의 수능 문제집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근데 은정아..-

-응?-

-너 수학은 전혀 공부 안해?.-

-하하..어떻게 알았어?-

-아침에 네 가방에 있던 문제집 보니깐 완전 깨끗하던데..?-

-와..오빠 사람 가방 검사도 해?..장난 아니다..-

-아냐..니가 옷꺼내면서 바닥에 놓고 가서 보였던 거야..-

-치..암튼 기분 별로야..-



그녀는,

일부러 그러는건지,

화제를 자꾸 돌리려는 것 같았다.



-아무튼..수학 공부는 왜 안하는데?-

-어짜피 수학은 포기했어..다른걸로 만회해야지..-

-아..완전 포기야?..그래도 풀면 몇개는 맞힐거 아냐..?-

-그렇긴 한데..난 수학 정말 싫어..-



내가 예상했던데로,

역시 은정이는 수학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모양이었다.



-야..그래도 수학 포기하면 안돼..-

-아..모르겠어..-



정말로 직업병 같은게 있는건지,

아니면 내가 아끼는(?)사람이라서 그런건지,

막연히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내가 한번 봐줄까?-

-하하..오빠..나 진짜 못해..-

-괜찮아..뭘 못하는지 알아야지..조금이라도 해보지-

-싫어..오빠가 나 엄청 놀릴거 같은데..-

-아냐 아냐..내가 약속할께..암말 안하겠다고..-



나는,

그녀를 살살 달래며 수학 실력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고민을 하던 그녀,

마침내 입을 열고 내 요구에 응해왔다.

하지만 조건을(?) 달았다.



-알았어..그럼 정말 놀리면 안돼..나 그럼 안할거야..-



말하는걸로만 봐서는,

생각보다 그 상태(?)가 심각할 것 같았지만,

나는 음흉한(?)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알았어..대신 잘 하면 내가 예뻐해줄께..-



그녀는,

내 표정에서부터 벌써 음흉함을 느꼈는지,

아니면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불쑥 손을 뻗어 나를 향해 날렸다.







하..

이거 아무래도 안되겠다.

툭하면 손부터 올리는 것 같은데,

버릇을 고쳐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기분이 전혀 나쁜건 아니었다.





잠시후,

은정이와 나는 햄버거가게를 빠져나와,

한 두시간을 더 돌아다녔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과외시간이 가까워졌고,

나는 은정이와 나중에 볼 것을 약속하면서,

7시간만에 그녀로부터 빠져나왔다.



힘들고..서럽고..

지겨워 죽는줄 알았다.



*****



과외를 마친 뒤 집에 잠시 들렸었다.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였는데,

마침 그때 아버지께서 막 어디를 나가실려고 하셨다.



-아버지 어디 가세요?-

-어..볼일이 있어서 회사에 나가..-

-네,,엄마는 오늘 세미나 가신다고 했는데..-

-응..그래..아빠도 조금 늦을 꺼야..-

-네..-



그는,

쓰러지시고 나서 얼마후부터

조금씩 활력을 찾으셨다.

그리고 요새는 조금 바뻐 보이셨다.

말로는 해외쪽으로 뭔가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셨는데,

아마 그쪽 관계된 일들 때문이신 것 같았다.

시차때문에 그런건지 근래들어,

밤 늦게까지 회사에 계시는 적이 많으셨다.



한편으로는 그의 건장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그가

다시 분주해지고 일이 많아졌다는 것은

좋은 일 같아 보였다.

어서 빨리 IMF의 여파로부터 그가 벗어났으면 했다.





아무튼,

아버지와 엄마, 두분 얼굴 뵙기가 싶지 않았지만,

나로써는,

혜택(?)을 보는 것도 있었다.

요새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서 늦게까지 많이 싸돌아 다녔고,

평소보다 외박도 월등하게 많이 하고 있었는데,

눈치를 볼 사람이 없어서 조금 편한 건 있었다.



잠시후,

나는 대충 옷을 갈아입고 다시 은정이를 만나로

집을 빠져 나갔다.



*****



은정이와 그녀의 친구들이 있다고 하는 까페,

도착하고 보니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내가 도착했을 무렵엔

은정이와 효진이만 그곳에 있었다.

그녀의 친구들은 다들 집에 간 모양이었다.



은정이는,

내가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기며 급하게 어떤 얘기를 꺼내왔다.



-오빠..내가 효진이랑 성철이 오빠랑 얘기해봤는데..-

-응?..뭘?-

-오빠가 우리 과외해주는 건 어때?-

-응?-

-우리 학원 관두고 나서부터..오빠가 과외해주면 되자나..-

-뭐라고?-



하..

얘네둘은 앉아서 또 무슨 작당을 한건지 모르겠다.

대책을 세우지 않는 스타일인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얘기를 꺼내는 은정이였다.



나는 그녀들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녀들이 꺼내는 얘기에 귀를 집중하긴 했지만,

도데체 무슨 생각들을 하는 건지,

깝깝한 마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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