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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갚는 두여자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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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43회 작성일 20-01-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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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갚는 두여자(2)

"저흴 구난해 줘서 고마워요." 손을 꼭 잡아오며 눈물을 떨군다.
"동반자살한거 아녀?"
"그 양반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쪼들려 예까지 어찌 흘러들어왔는데
환경이 너무 달라 잠을 통 못잤어요.
밤새 뒤척이며 궁리하더니만 모두 죽어 버리자며 쥐약을 물에 타 왔어요.
죽을 맘으로 살면 못할게 뭐 있냐만 뒤숭숭한 생각에 덜컹 그 물을 마셔버렸지요.
애 아빠가 벌컥 벌컥 마시구 난 쥐약을 둘이 나눠 마셨는데
죽지도 살지도 못한채 버둥대며 몇일째 공포에 떨었어요.
더 먹구 죽으려 해도 손발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반 죽은 상태루 딸애랑 붙들구 이를 악물었지요."

"아, 그람 몇일째 죽지두 살지두 못한채 엉켜있었던 거유?"
"서로 정신을 챙겨주며 어떻게든 지탱했는데, 반장님이 이불 들추는걸 보구야 혼절했지요."
"밤낮으로 불이 새 나오기래 혹시나 하구 문 두둘긴거유.
이불 덮힌걸 보곤 뒤집어 도망갈 궁리만 했슈. 워낙 무서웠어야지?"

"남편이 죽었으니 살길도 막막하네요."
"그람 내가 동사무소에 연락해서 쉬운 일자리 하난 알아봐주리다."
"그래만 주신다면 뭘 못하겠어요?"

지 애미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동안 순애가 주르르 눈물을 흘린다.
남부러운 것 없이 곱게 살다가 황망중에 딱한 처지로 몰락했으니 어린 맴이 어찌 어수선하지 않을까만 어미 일자리나마 알아봐 준다는 소리에 어린 마음에도 감정이 치미는지 내 어깨에 머릴 대고 기대며 흐느껴 운다.

지랄같이 두 모녀 모두 내 품에 안긴 꼴이 되었지만 딱한 사정에 토닥거리며 이 난국을 헤쳐나갈 방도를 반장이랍시고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동네 반장질 하는 놈이 대단한 빽 있을리 없으면서도 딱한 마음에 일자릴 알아본다곤 했지만 금방 호승심으로 큰 실수를 했구나 하는 맘에 엎어진 물을 줏어 담글라 해도 기대며 우는 통에 그 집을 서둘러 빠져 나왔다.

"여~, 김사장 자네 참한 여직원하나 필요하지?"

시내에서 쬐그만 가겔 채려놓고 회사랍시고 꼴깝떨던 친구넘에게 전화질을 했다.
무역회산가 뭔가 한다며 맨날 술이나 쳐먹고 지랄하는 놈이라서 일체 아는척도 안했지만 아쉬운 놈이 고개숙인다고 몇 년만에 전화통질했는지라 지도 반가워 뭔일인가 묻는다."

"야 임마, 딸애가 다 커서 취직해야쓰겄다. 자리하나 빼놔라."

"쟈슥이, 취업전쟁이여.
말한마디 불쑥 찔러넣구 덜컹 일자릴 줄 형편이 아니라 이말일세.
글쿠 장가도 안간놈이 웬 딸년 챙기냐?"

"씨발놈이. 주둥이 뭉게버릴라.
니 이눔아 무역한다며 뻔질나게 집구석 비워놓고 돌아다니며 분탕질한거 내가 다 아는데
니 마누라한테 다 꼰질러 버릴까?"

"냅뒤라 쟈슥아,
니놈 딸 몰래 낳은건 자랑하면서 내가 사업하며 잠시 엉뎅이 만진걸 협박하냐?"

"월급 월매줄껴?"
"사람을 봐야제. 넌 돈부터 챙기냐?"
"쓰발, 딸인게 날 믿구 그냥 주면 되지 지껄일 소리있나?"
"알았다. 낼 보내."

한발짝 물러나는 꼴이 일자리 하나는 챙긴 것 같지만 이참에 월급까진 확답을 받아야 겠다 싶었다.
"월매줄껴?"
"아, 일단 와봐!!"

내친김에 동사무소에 들러 취로사업 일자리라도 알아봐야 겠다 싶어 언덕길을 털털거리며 내려가고 있다.

반장도 벼슬이라고 문밖에 삐죽 나온 사람들이 인사하는 통에 어깨가 으쓱하지만 내 꼴도 처량하지 나이 마흔다섯에 할지랄이 없어 동반장하며 장가도 못간채 늙기만 바라고 있지 않은감?

젊었을때야 나도 잘 나갔었제.
고시한다며 몇 년만 날리지 않았어도 대기업 이사쯤은 땄을텐데.
주변머리 있는 놈들이 고시의 한계를 눈치채곤 하나둘 공인중계사 자리라도 꿰차겠다고 눈 돌릴때, 사람은 자로고 한우물을 파야한다며 책을 놓지 않았었지.

큰 길가 책방하는 이씨도 나랑 한땐 고시촌에서 부랄이 물러터질때까지 머리만 책상에 쳐박고 책 봤는데, 그녘은 돈줄이나 있어 다 때려치우고 책방하며 편안 생활을 하고 있지만 세월속에 나를 따르던 처녀들도 낙방횟수가 늘어날 때 마다 하나둘 시집가선 제자릴 잡구 아들딸 쑥쑥 나선 소식조차 없더니 휭한 바람과 함께 팽게쳐진 나만 남아 버렸다.

동네 반장하며 이런 저런 간섭하다 가는 세상 잡지도 못했다.
돈 많은 놈들이 산삼 사먹는다고 천년사나.
벼슬하며 힘께나 쓰는 놈들이 권력으로 천년사나.
살다 가면 잊혀지고 흙되는게 세상이치인 것은 반장질이라도 한가닥 해서 사회봉사한다 치면 그나마 위안되서 동네 간섭이 더 신바람나지 안겠어?

대박 한번만 맞으면 인생 역전이라는데 로또 복권은 왜 날 피하는겨?

억지부려 동사무소 취로사업에 밀어넣을라 했더니 한겨울이나 되야 일 시작된다네.

멀리 나온 김에 장작불 통닭 한 마리를 사야겠어.
쏘주랑 맥주 한병씩 사고 담배 한갑 챙기니 주머니가 썰렁하네.

하릴 없이 집에 간들 반겨줄 사람도 없느니 슬금 발가는데루 와봤더니 순애네 집이야.

삐걱 열린 문틈으로 들어서니 처량도 하다.
이러다 초상친 집에 눌러 사는거 아냐?
귀볼까지 벌게지는게 아무래두 내가 사심이 없진 않은 놈이지 하며 머뭇거려지네.
"반장님 오셨어요?" 순애가 문소리에 반기며 나왔다.
"애미 계신감?"
"아버지 짐 정리하고 계세요."

썩썩 걸음으로 방문을 들어섰다.
죽은이 짐을 착착 챙기는 것이 맘 정리를 언간이 하나 싶다.
기침하며 얼굴이 들릴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순애가 커피를 타올 때까지 정신나간 사람마냥 뒤척이며 아쉬운 듯 짐을 정리하던 애미가 비로서 나를 발견하곤 반가워한다.

"어서오세요."
"험, 자주 오게되네."
"일 자린 알아봤어요?"
"없다네. 한 겨울이나 되야 된다네."
"쌀도 없는데 직업소개소라도 알아봐야겠어요." 순애 엄마가 애써 아쉬운 표정을 감춘다.

"험, 순애 말여.
내 친구네 회산데 무역회사라지.
거기 일자린 넣놨으니께 낼부터 취직은 될꺼여."

"젠 학교다니느라 일 안해봤는데 잘 할까 모르겠어요."
"엄만, 나두 일만 있음 아무거나 다 할꺼에요." 순애가 나서며 애미 걱정을 밀쳐낸다.
"그랴, 쬐만해도 월급일랑 잘 줄테니까 겨울까진 벼터봐."
"고마워요, 아저씨." 순애가 내 목을 껴안으며 안긴다.
"다 큰 처녀가 이게 뭐여. 남자한테 퍽퍽 안기면 안된단 말여."
"아저씬 남자가 아녀요. 우리한텐 은인인걸요." 말려도 메달린 팔을 풀지 않고 재롱을 부린다.
"아서, 아저씨 힘든께 얼른 손 놔." 애미가 으름장을 놔도 메달린 팔을 놓지 않는다.

풋풋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도톰한 젖가슴이 가슴을 누르며 아삭한 입술에선 향기가 품어 나온다.

"애가 귀염받고 자라다 보니 너무 버릇이 없어요. 미안해요." 애미가 민망하여 순애의 행동을 더 이상 저지하지 못하고 포기하듯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신다.

살짝 떼어놓으려고 허리를 잡았다.
개미허리마냥 가늘다.
엉덩이가 암팡진 것이 떼는 듯 살짝 들어 더 바짝 당겨본다.

장가만 갔더라면 순애같은 딸 아이 하나 떠억 낳고 귀여워했겠지?
여우같은 마누라도 찻잔에 입을 대며 딸아이 귀여워하는걸 질투했겠지?
두 여자를 한 가슴에 안고 한놈은 귀여워 하고 한놈은 사랑해 주면 그게 행복이겠지?

봉지에 든 통닭을 순애한테 건네며 쏘주병을 땄다.
이빨로 딱 하며 맥주병 마게를 열었다.
순애 애미가 짐 꾸러미 속을 푸르며 잔을 찾는다.

이사와서 아직 짐도 푸르기 전에 자살 소동이 났던게다.
황망중에 집구석이 여기저기 풍지박살난채로 몇일 째 방치됐던가 보다.
잔 하나 찾으러 부산을 떠는 걸 봐선 숫가락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짐 언제 정리해야쓰겄네."
"엄두가 안나요. 뭔 짐을 바리바리 싸왔는지..."
"내가 낼 도와줄테니 좋은건 죄다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챙겨놔."
"버리는 것만 해도 딱지 붙히려면 수십만원 들겠어요."
"그랴, 그건 내가 동사무소 가서 딱지 얻어다 줄테니 걱정말고 짐이나 정리하자고."
"아저씨가 또 도와줄꺼에요?"
"그랴, 난 집에가도 식구도 없어. 밤새도록 여기 짐 정리해줄까?"
"아니, 반장님은 식구가 없어요?"
"식구라니? 장가도 못갔구먼."

순간적으로 순애 어미의 얼굴이 붉어지는걸 볼 수 있었다.
"연세가 어찌되요?" 순애 애미가 묻는다.
"마흔다섯이우."
"저도 마흔다섯이에요. 돼지띠."
"그랴? 말안했음 서른인줄 알겠는걸..."
"장가는 왜 안갔어요?"
"고시땜에 혼길 놓쳤지 뭐..."
"그럼 집에가도 온기가 없겠네요?"
"쓸쓸하제. 가을을 타남. 원..."

잔을 기울이다 보니 벌써 쏘주 한병을 다 비웠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천원짜리 몇장이 집혀진다.
"순애야, 요 앞 골목 나가면 쪼만 가게있응께 어여 쏘주랑 맥주좀 사와라."

순애가 돈을 받아 쥐고 문을 나섰다.
순애 애미가 슬금 무릎으로 기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반장님, 이번일로 너무 신세가 많아요.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께요." 하며 내 손을 꼬옥 잡는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 진다.
야슬한 순애보다 더 진한 애수가 담겨있다.
술 취한 듯 어깨를 보듬어 안아 머리결을 따라 쓸어본다.
살포시 기대어 쓰러지듯 안긴 어깨결이 아름답다.
따뜻한 손길을 귓볼과 목젖으로 옮겼다.
흐느끼며 전율하는 여자가 있다.
서러운 듯 흐르는 물이 넘쳐흘러 얼굴을 적셨다.
딱한 마음에 입술로 흐르는 눈물을 막아보려 가만히 얼굴을 덮어 본다.
콧김이 점차 거칠어졌다.
내 손을 잡아 살며시 젖무덤으로 옮겨 놓는다.
봉긋한 느낌이 순애보다 더 좋다.

"오늘 여기서 밤새 짐좀 정리해주세요." 순애가 들이닥치는 소리가 들리자 살짝 떨어지며 하는 말이다.
"그려, 난 집에가도 잠만 잔께. 여기 일좀 거들다 날 새지 뭐."
"아저씨, 정말요?"
"그랴, 낼 아침엔 나랑 직장엘 가보자."

순애가 쪼르르 잔을 따른다.
갈기 찢긴 살코기에 소금을 찍어 한입 넣어 준다.

"아, 이게 행복이구나."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행복해요?" 순애가 묻는다.
"그려, 이래서 장가들 가는감?"
"아저씨, 나랑 결혼해요." 순애가 목에 감기며 안겨온다.
"못써, 나같이 하릴없이 늙은 놈에게 해선 안될 말이야."
"아저씨가 뭐 어때서요? 우릴 구해준 은인인데?" 순애가 뽀르등해서 말한다.

"순애야, 넌 더 젊고 앞날이 창창한 사람을 골라야해.
니 아빠처럼 절망스럽다고 덜컥 죽어버릴 사람 말고.
어려울땐 이 악물고 이겨나가고 좋을 땐 어려움을 대비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을 골라야해."

"난 아저씨가 그런 사람같애.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하며 애미쪽을 쳐다 본다.
"순애야, 그럼 못써.
아저씨 술 드시게 저만큼 떨어져 앉아."
"싫어. 아저씨한테 시집갈꺼야." 어린애 처럼 조르는 것이 앙징맞고 예쁘기만 하다.
엉덩일 토닥이며 저 만치 물러나도록 하곤 쏘주 한병을 더 따서 마셨다.

통닭이라야 한 마리를 몇일 굶은 순애와 애미가 다 먹은 탓에 안주 없이 깡소주를 두명이나 마셨는데 머리가 핑하니 짐푸를일 도와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마 벽에 기댄채 코를 골았나 보다.
단간방 한가운데 자리한 내가 덩치도 만만치 않게 길게 뻣어 버렸다.
두 여자가 나를 사이에 두고 따로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버릇이 있어서 친구들도 나랑 잠자는 걸 싫어했는데, 잠결이지만 잠못들어 뒤척이는 인기척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내 가슴팍에 작은 손길이 느껴졌다.
따뜻하고 보드랍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 배 위에 조금은 거칠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출렁한 배를 살며시 누르며 파고드는 손길을 피할 엄두가 나지도 않았다.

술기운탓에 몽정이라도 하나 싶어 조심스럽기만 하다.

"순애야, 자니?"
"아니, 엄마는?"
"잠이 안와. 반장님 코고는 소리가 천둥같지?"
"응, 자장가처럼 들릴때까진 못잘 것 같아."
"순애야, 너 정말 반장님한테 시집갈래?"
"응, 아버지처럼 포근해."
"안돼. 넌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야해. 그러니까 아저씨 한텐 맘 품지마."
"싫어. 아저씨한테 시집갈꺼야."
"안돼, 이 기집애야."
"그럼 아저씨한테 은혜는 어떻게 갚아?"
"엄마가 아저씨한테 잘 할게. 넌 모른척 살다 좋은 혼처 나면 시집가."
"싫어. 난 아저씨가 좋아."

순애는 잠결의 내 가슴팍에 올라타며 차갑고 날카로운 입술로 나를 덮는다.
몽정하듯 아련한 두 모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두 팔로 순애의 허리를 감았다.

"순애야, 그럼 못써." 애미가 죽은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렸다.
"엄마, 아저씨한테 나를 줄꺼야."
"안돼. 니 맘이 정 그렇다면 아저씨한테 내가 갈게." 애미가 목이 메인 말을 던진다.


두 사람의 머리 밑으로 팔을 각각 넣었다.
두 사람을 한 가슴에 부등켜 안 듯 팔에 힘을 넣었다.
두 사람 모두를 사랑할 수는 없지만, 애뜻한 은혜의 정을 차마 져버릴 수 없어 모두에게 진한 키스를 했다.
애미의 팔이 내 물건을 만지작 거린다.
순애의 팔이 내 가슴팍을 조물 거린다.
내 좆이 어떤 보지에 먼저 박혀야 할지 몰라 꺼덕이며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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