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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립스틱* - 3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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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921회 작성일 20-01-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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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세포가 한곳으로 몰린 그녀의 혀가 강민우의 입속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나희는 온몸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정열적인 키스를 하는 그의 손이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민우의 손가락 사이에 끼인 젖꼭지가 방향을 잃고 몰려다니다가 돌기를 일으키고 곤두섰다. 입술과 젖꼭지를 애무당하는 나희는 아늑한 희열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민우 씨! 사랑해요.”

“나희! 사랑해.”



타액을 들이마시고 입술에서 떨어진 강민우의 혀가 그녀의 귓바퀴에서 목덜미로 훑어 내려가면서 더운 열기를 불어 넣었다. 남자의 뜨거워지는 손길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현기증을 느끼는 그녀는 파르르 떨며 눈을 감았다. 어느 시간부터인가 닫혀있던 수문이 터지듯이 몸의 비밀스러운 혈관들이 열리고 신경세포들이 살아나 성적인 본능이 불씨처럼 살아 올랐다.



“아..........”



나희는 몸서리를 치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의 혀끝이 온 몸 구석구석에 있는 세포들을 찾아다니며 감각의 회오리에 빠져 들게한다. 전희만으로도 뜨겁게 달구어진 그녀의 몸속에 모든 세포들이 더 강렬한 욕정에 휘말렸다.턱밑에서 거친 숨을 흘리던 그의 혀가 그녀의 젖가슴에 타액을 적셨다. 그리고 그의 혀가 젖꼭지를 감싸듯이 훑더니 깊게 빨아 당겼다.



“미, 민우 씨.......!”



강민우의 입속으로 젖꼭지가 강하게 빨아 당겨 들어가고 그녀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희열에 젖는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는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어린아이처럼 젖꼭지에 매달리던 그의 머리가 자꾸만 밑으로 내려갔다. 그녀 스스로 밀어 내리는지 아니면 미끄러져 내려가는지 그의 머리가 허벅지 사이로 내려가 음모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었다. 그녀의 몸속에서는 희열의 눈물이 흘러 나왔다. 순간 그녀는 자지러지는 쾌감에 허리를 들어 올렸다.



“하 앗! 아, 안 돼. 거길.......”

“나희 씨.......!”



강민우의 혀끝이 음부의 예민한 돌기들을 핥으며 금단의 늪 속을 넘보기 때문이었다. 거친 숨을 흘리는 강민우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나희는 순간적으로 전기로 고문당한 것처럼 뼈마디가 욱신거리는 쾌감을 느꼈다. 서로를 삼킬 듯이 시선이 마주치고 강민우가 그녀의 얼굴을 보듬어 안았다. 그녀는 모든 마음의 문을 열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 몸을 열고 그를 갈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육체적인 사랑의 언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몸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되었다. 그녀는 목구멍 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신음을 입술을 지그시 깨물어 삼켰다.



“아.........”

“하.........”



그들은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몸 안을 가득 채우고 들어오는 민우의 남성을 느꼈다. 보지 속을 가득채우고 들어온 자지가 꿈틀거리며 신경세포들을 자극한다. 한 몸이 된 그들은 비로소 완벽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의 엑스터시였다. 그는 그녀의 깊은 곳에 숨겨진 모든 것을 갖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성경험이 있는 그녀의 몸속은 순결을 간직한 처녀처럼 긴장을한다. 그녀도 그를 깊게 받아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어쩌면 신체적으로 탁월한 기능 탓인지도 모른다. 민우가 거친 숨을 흘리며 속삭였다.



“아, 사랑해.......”

“사, 사랑해요.”



그녀의 귓불에 그의 거친 입김이 와 닿았고, 입술과 젖가슴, 젖꼭지. 무엇보다도 그이 정열로 인해 나희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가 힘을 줄때마다 그녀는 둔부를 들어 올리며 파도처럼 흔들렸다. 여자의 보지 속을 점령한 자지가 자궁까지 잇닿을 듯이 용틀임을 한다. 몸과 몸이 맞닿으면서 내는 물소리가 밑에서부터 들려나오기 시작했다.



"아 하~! 미, 민우 씨........"



강민우는 단련된 야생마처럼 드센 입김의 사랑을 뿜어내고 나희의 몸은 삽시간에 침몰되는 조각배처럼 깊숙한 나락으로 가라앉았다. 나희는 그의 등을 붙잡고 매달렸다.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민우의 남성에 의해 그녀는 침몰될 것만 같았다. 민우는 더 이상 비켜 날 곳이 없는 벼랑 끝에 매달려 몸부림치는 그녀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민우의 남성이 뜨겁고 간절하게 그녀의 몸속 깊숙이 들어왔다가 요동을 치고는 다시 밖으로 빠져 나갔다. 포만감을 느끼는 남성이 빠져 나갈 때마다 그녀는 안타까움에 매달리며 흐느끼듯이 신음을 흘렸다. 그런 동작이 계속 이어질수록 민우는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더욱 깊숙한 살갗 속으로 남성을 삽입하였다. 그녀는 풍랑에 밀리는 난파선처럼 치솟았다가 자꾸만 가라앉는 착각에 빠져 들었다.



“아, 어떡해요. 난 몰라.”

“나희........! 으음.”



민우는 가슴에 매달리는 그녀의 표정이 사랑으로 충만한 기쁨이라고 느껴 만족스러웠다. 나희는 마치 목마른 암사슴처럼 그에게 매달렸다. 그녀는 갈증과 함께 골반이 뻐근하고 허벅지 사이가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아도 달아오르는 엑스터시의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보지 속의 자지가 빠져나갈 때마다 그녀의 몸은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몸이 밑으로 내려오면 그녀도 거의 동시에 맞부딪치며 호흡을 맞추었다.



하복부에서는 배가 건너는 강물소리가 들려나왔다. 살갗끼리 맞부딪치는 소리, 가쁜 숨소리가 한데 어울러져 사랑으로 뭉쳐진 하나가 되었다는 증표였다. 민우의 몸동작이 차츰 빨라지고 있었다. 거친 숨을 토해내며 으스러지도록 껴안은 그를 향해 그녀 역시 허리를 들어 올리며 움직였다. 헌 번씩 알몸의 살갗이 맞닿을 때마다 무언가가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쾌감을 느꼈다. 그의 남성이 몸속 어딘가의 뼈끝까지 잇닿은 순간 그녀는 바들바들 떨며 상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허리를 부둥켜안으며 매달렸다.



“하 으~! 미, 민우 씨!”



나희는 첫사랑의 남자와 섹스를 하면서 이미 오르가즘을 느껴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은 너무나 감격적인 격렬한 오르가즘이었다. 순간에 그치지 않고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계속 이어지는 쾌감이었다. 무수한 자잘한 무늬들이 아스라이 눈앞에서 흩어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민우는 지치지 않고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리며 사랑의 힘을 쏟아 붇고 있었다. 그녀의 오르가즘에 흘려낸 샘물로 적신 보지 속에서 그의 우람한 자지가 돌진을 계속했다. 그녀는 이제 손 하나 까닥할 기운도 없어 반사적으로 흔들리며 엑스터시의 나락에 빠져 있었다. 어느 순간 민우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그녀를 껴안고 급히 숨을 들이켰다.



“하 아~! 나희 씨 사랑해.”

“아 으! 민우 씨.”



나희는 몸속을 누비던 그의 남성에서 뜨거운 용암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생명을 잉태하는 무수한 생명의 증표가 몸 속 깊숙이 스며드는 감각은 그녀를 또 다른 쾌감의 회오리에 빠져들게 했다. 보지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뜨거운 희열을 받아드리는 그녀는 파르르 떨면서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민우는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와 어깨, 가슴에 입맞춤을 했다.



“민우 씨! 나, 민우 씨가 너무 좋아. 어떡해요.”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없고 어떡하지?”



“피 잇! 내가 장난감인가요.”

“아니, 너무 소중해서.”



입술을 삐쭉 내미는 송나희의 이마에 입맞춤을 한 민우가 그녀의 몸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가 나란히 누웠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을 받은 그들의 나신이 조각처럼 들어났다. 침대모포를 끌어 당겨 덮은 나희가 민우의 손을 가슴 위로 잡아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과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민우씨도 손가락 끝이 여자처럼 섬세하네요. 이런 손가락이 감성적이고 예술가 손이래요. 손이 비슷한 남녀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던데요.”

“그런 것도 있나?”

“나도 잘 몰라요. 들은 얘기지. 그런데 이 목걸이에 달린 반지는 뭐예요?”



나희가 민우의 목걸이에 걸린 반지를 만지며 물었다. 반지를 목걸이에 달고 다니기에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강민우 어머니의 영혼이 담긴 반지였다. 강민우가 목걸이에서 반지를 빼냈다. 그리고 나희의 손바닥에 반지를 올려놓았다.



“어머니 유품이야. 언젠가는 어머니에게 돌려주려는 것인데, 그때까지 나희 씨가 갖고 있어.”

“아~!”



손바닥에 올려놓은 창문으로 스며드는 불빛에 비춰보는 나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우의 고통스런 과거를 대변하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반지를 베개 밑에 넣은 나희는 모포 속으로 잡고 있는 민우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두 사람은 각자의 생각에 잠겨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눈동자만 말똥거리고 침묵이 흘렀다. 창문으로는 푸르스름한 달빛이 스며들기 시작하고 주위의 동네가 모두 적막 속에 빠진 것 같았다. 어디선가 선잠을 깬 어린아이가 칭얼대더니 와락 울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척이던 나희는 민우를 향해 돌아누웠다. 그는 잠이 들었는지 일정한 숨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나희는 잠든 그의 팔을 당겨 팔베개를 하고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민우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몸을 소유한 남자라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다. 그를 받아드리고 여자로서의 육체적인 만족을 느낀 이상으로 정신적으로도 깊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나희는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그의 모습이 소년처럼 보였다. 장난기가 발동한 그녀가 그의 입술을 두 손가락으로 집고 흔들었다. 민우는 깊이 잠들었는지 반응이 없었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나희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새벽이 될 때까지 잠이 들지 못했다.



늦게까지 무더위가 지속되더니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온은 뚝 떨어져서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다가 바라보면 뒷산의 단풍이 한 뼘씩 산 아래로 내려와 있곤 했다. 계절을 알리는 기러기의 반가운 소식처럼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한 고향방문단이 이산가족 혈육을 상봉하였다. 남북적십자 본회의의 실무접촉에서 교환방문시기와 방문단의 구성·규모·교환방법 등 합의가 실천을 이룬 것이다.



이로써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 공연단’의 동시 교환방문이 실현되었고, 서울과 평양을 교환방문한 남북한 고향방문단이 가족·친지들과 극적으로 상봉, 재회의 감격을 나누었다. 이산가족 고향방문사업은 비록 방문지역과 방문단 규모가 제한되었고 추진과정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분단 40년 만에 처음으로 이산가족이 직접 남북한을 왕래하면서 가족·친지들과 만난 선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강민우는 자신의 집 소파에 앉아서 고향방문단에 대한 논평이 실린 신문을 보고 있었다. 거실 맞은 편 테이블위에 세워진 TV에서도 고향방문단에 관한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주방에서 일하고 있던 진씨 할머니가 TV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향방문단에 신청을 했던 할머니의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거린다.



고향방문단에 낄 것이라고 엄두도 내지 않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할머니는 무척 서운한 모양이었다. 눈물을 훔친 할머니가 강민우에게 넌지시 물었다.



“진아는 소식이 없는가보우?”

“네.”

“어쩌나! 이산가족 찾기를 하는데, 생이별을 해서. 얄궂기도 해라.”

“찾고 있는 중이니, 언젠가는 연락이 닿겠지요.”



읽고 있던 신문을 탁자위에 내려놓은 강민우는 이진아가 사용하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모든 것이 예전의 그대로인데 주인이 없는 방안은 썰렁하기만 했다. 의자에 앉아있는 이진아가 금방이라도 오빠하고 돌아 볼 것만 같았다. 그는 이진아의 체취가 묻어 있는 침대위에 걸터앉았다. 한 침대에서 같이 있던 마지막 밤의 진아의 모습! 순결한 여자로 만들어 달라며 가슴속을 파고들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안타깝기만 하다.



도로에는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낙엽들이 한잎 두잎 떨어져 뒹굴었다. 잠실 사거리에서 강민우는 송나희와 점심 약속을 한 음식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가 걷고 있는 도로변으로 경찰 승용차가 다가와서 정차를 했다. 브레이크 밟는 소리에 강민우가 고개를 돌렸다. 경찰차의 문이 열리고 점퍼를 걸친 남자가 나와 그를 향해 손짓을 했다.



“민우야! 오래간만이다.”

“아! 병문이.”



무전기를 들고 다가오는 남자는 강민우의 오랜 친구, 시경 강력반의 조병문이었다. 두 사람은 마주서서 악수를 하였다. 반가운 표정을 한 조병문이 마주잡은 강민우의 손을 토닥였다.



“어디 가는 길이야?”

“아니, 점심식사를 하려던 참이지.”

“그래. 같이 식사할까.”

“......그럴까.”



송나희와 점심 약속을 한 강민우는 주춤하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손을 잡고 흔들던 조병문이 경찰차를 향해 손짓을 했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각진 얼굴의 남자가 내려섰다. 남자를 바라본 조병문이 강민우에게 말했다.



“일행이 있는데 같이 식사해도 괜찮겠지?”

“그럼.......!”



어줍은 표정으로 대답을 한 강민우는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런데 남자의 인상이 낯설지 않았다. 조병문이 다가오는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를 강민우에게 소개 했다.



“임 경위인데, 경기도 광주에서 근무하다가 이번 인사이동에 같이 근무하게 된 친구야.”

“임춘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가 강민우를 유심히 살피며 꾸벅 인사를 했다. 낯설지 않은 남자를 어디서 봤는지 기억해 내려고 하던 강민우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임 경위도 강민우가 낯설지 않은 눈빛으로 손을 마주 잡았다.



“아! 그러십니까! 강민우입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뵌 분 같은데요.”

“글쎄요.......!”



임 경위의 의아스러워 하는 표정에 강민우는 기억을 떠올리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수를 끝낸 임 경위가 환한 미소를 지며 손뼉을 쳤다.



“아! 이 년 전인가! 하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현장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요.”

“하~! 그러고 보니 구면이군요.”



강민우가 다시 손을 내밀어 임 경위와 악수를 했다.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조병문도 밝은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 세상은 좁다더니 알고도 모를게 인간세상이군. 어디로 갈까?”

“음.......! 괜찮다면 칼국수 먹으러 갈까?”

“근무 중이라, 칼국수가 좋지.”

“그럼 내가 안내할게.”



강민우는 송나희와 칼국수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것이다. 기다리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며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서 걸어갔다. 지하철역을 건너 음식점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포장 천막을 들고 들어간 음식점 안에는 점심식사를 하러온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강민우는 송나희의 모습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중간쯤의 식탁을 차지하고 앉은 송나희가 그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강민우는 겸연쩍은 미소를 띠고 조병문과 임 경위를 그녀가 앉은 식탁으로 안내를 했다. 강민우에게 일행이 있는 줄 모르고 있던 송나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식탁으로 다가선 조병문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포티한 몸매에 머리 뒤로 질끈 묶은 머리카락을 나풀거리며 상큼한 미소를 띤 송나희를 조병문은 뚫어지게 바라봤다.



“아! 일행이 있었네. 실례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당황스런 송나희가 쑥스런 미소를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민우는 공연히 멋쩍은 표정을 지며 조병문의 표정을 살핀다. 식탁을 마주하고 모두 자리에 앉자 송나희가 종업원을 손짓하여 불렀다. 그리고 칼국수 2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강민우는 미안해서 공연히 어깨를 움츠렸다가 폈다.



“많이 기다렸어?”

“아뇨. 나도 금방 와서 주문했어요.”



송나희는 자잘한 눈빛으로 강민우를 쳐다보고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외면을 한다. 강민우와 송나희의 표정을 흘낏거리며 살피던 조병문이 강민우의 옆구리를 팔로 툭 쳤다.



“민우야! 소개를 시켜줘야지. 미인이신데, 제수씨 되실 분인가?”

“.........같이 근무하고 있어.”



조병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는 강민우가 어정쩡한 대답을 했다. 송나희가 조병문의 눈치를 살피며 강민우에게 슬쩍 눈을 흘기고 정색을 한다.



“민우씨 친구 분이신가 봐요. 송나희에요.”

“아! 그러시군요. 조병문입니다. 민우하고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지요.”

“임춘수입니다.”



조병문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송나희에게 손을 불쑥 내밀었다. 쑥스러운 표정을 한 송나희가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조병문이 송나희의 손을 움켜잡고 악수를 했다. 덩달아서 자신을 밝힌 임춘수도 송나희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뒤늦게 강민우가 그들을 송나희에게 소개했다.



“이 친구는 서울시경 강력반에 있는 조병문 경감, 이분은 조 경감하고 같이 근무하는 임춘수 경위님.”

“계장님은 경감이 아니라, 경정이신데요.”



강민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임 경위가 나서서 말했다. 형사반장이었던 조병문이 진급을 하면서 수사계장이 된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강민우가 의아스런 눈빛으로 조병문을 바라봤다. 조병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번에 진급했어.”

“그래!? 그럼 진급 주 내야지. 축하한다.”

“하하하.......!”

“축하드려요.”



송나희도 환한 미소로 조병문을 축하했다. 강민우와 조병문이 손바닥을 내밀어 큰소리가 나도록 마주쳤다. 종업원이 칼국수가 담긴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김이 무럭무럭 흘러나오는 칼국수를 탁자에 내려놓고 종업원이 갔다. 환한 웃음을 흘리던 그들은 먹음직스럽게 칼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조병문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귓속말을 했다.



“동양신문사 이희수 국장에게 고문당한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고 풀어 줬다면서.”

“음.”



“그게 모두 K의 지시라고 들었어.”

“........?”

“안기부 내에 NTIS라는 비밀 조직이 있다면서.”

“글쎄........”



계속된 조병문의 질문에 젓가락으로 칼국수를 집어 들었던 강민우가 흠칫하였다. 경찰이라고 하지만 안기부 내에서도 기밀 사항을 조병문이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다른 사람도 있고 해서 강민우는 묵묵히 집어 들었던 칼국수를 삼켰다. 그런데 조병문이 다시 귓속말을 했다.



“지금 K가 안기부장이지?”

“응.........!?”



강민우는 긴장이 되었다. 정치정보 깊숙한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대답을 하지 않았으나 강민우는 오랜 친구라고 해도 조병문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적이 아니면 아군이었다. 식사를 마친 임춘수가 화장실을 다녀오려는지 자리를 비웠다. 송나희의 눈치를 살핀 강민우가 조병문을 외면한 채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말했다.



“비둘기인가!”

“비둘기 일곱.”



암호를 말해놓고도 강민우는 놀라고 있었다. GIS와 JRS 멤버가 사회각층에 산재되어 있다고 하였지만, 오랜 친구였던 조병문이 JRS 멤버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송나희의 눈치를 살피며 조병문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고 강민우의 옆구리를 툭 쳤다.



“어쩐지........!?”

“나도 마찬가지였어.”



그리고 두 사람은 정색을 하고 다른 화제로 대화를 바꾸었다. 그들은 한국이 참여한 첫 해외개발유전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마두라 유전생산에 대한 얘기를 하였다. 송나희는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낸 강민우가 넌지시 조병문에게 물었다.



“요즘 경찰에서는 무슨 사건을 중점으로 다루나?”

“밤낮 하는 일이 그렇지 뭐. 정권만 바뀌면 뒤집어지는 정책 심부름하는 거지. 난 내일 군산에 출장가야 돼.”



“군산엔 왜?”

“인터폴에서 연락이 왔는데, 중국 성선으로 밀수품이 들어온다는 정보야.”



강민우는 군산 폭력조직의 보스인 이노마를 심문할 때 들었던 정보를 떠올렸다. 이노마에게 필로폰을 밀수하도록 루트를 가르쳐 준 사람이 곽춘호였다는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에 갔던 임 경위가 돌아오고 조병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민우가 카운터로 가서 음식 값을 지불했다. 음식점을 나온 조병문이 뒤따라 나오는 송나희를 향해 넉넉한 너털웃음을 흘렸다.



“하하~! 제수씨! 다음에 봅시다.”

“네, 다음에 뵐게요.”



송나희가 조금 얼굴을 붉히며 다소곳이 인사를 했다. 임 경위가 고개를 꾸벅여 인사를 하고 도로변에 세워진 경찰차로 향해 갔다. 송나희를 바라보던 조병문이 강민우에게 눈을 찡긋해보였다.



“이거 매번 얻어먹기만 하고. 하기야 민우, 네가 돈 더 많이 받으니까.”

“다음에는 네가 진급 주 내야 돼.”

“알았어. 우리 마누라한테 용돈 많이 받아 놔야겠네.”

“하하~! 그래 많이 모아 놔.”



조병문이 손을 흔들고 경찰차 가서 조수석에로 올라탔다. 강민우와 송나희는 나란히 서서 경찰차가 차량들 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송나희가 차를 마시러 가자면서 강민우의 팔을 잡아 당겼다. 강민우는 주머니 속으로 들어온 그녀의 손을 잡고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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