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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조교 클럽 속편 - 2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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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71회 작성일 20-01-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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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성인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성년자가 보기에는 적절치 못한 내용입니다.

19세 미만인 사람은 절대 읽지 않기를 바랍니다.



경고: 이 작품은 **넷에서만 연재합니다.

이 작품은 본인의 창작품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으로 옮겨가는 행위를 금합니다.

이 작품은 다른 사이트에 게재되었다면 본인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 또 하나의 죽음 - 아버지 ]



병원에 도착한 나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쭈빗거리며 병실로 들어섰다.

그런 나를 본 엄마는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며 날 질책했다.

그런 엄마를 말리며 아버지는 이해한다는 듯 조용히 말을 했다.



" 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얘냐?... 아버지께서 이렇게 아프신대 저녁이 다 되서야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다니.... 그러고도 한 식구라고 할수가 있는거니?.... "



" 그만 하구려... 그동안 고생했는데... 하루 푹 쉬고 올수도 있지... 뭘 그런걸 가지고....



그래 잘 쉬었니?.... 그런데 얼굴이 많이 핼쓱하구나... "



" 그래도 그런게 아니잖아요?... 너 왜 휴대폰은 안받았니?... 엄마가 얼마나 전화를 했는데...



그리고 어디서 잔거니?... 아침에 집에 전화하니까 아줌마가 받아서 집에 없다고... "



" 허허... 그만 하라니까... 자꾸 그러네... 저도 좀 쉬고 싶고 또 친구들과도 만나고 싶었을텐데"



아버지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듯 나를 이해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런 아버지의 눈초리에 나는 더욱 죄송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아버지와 엄마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으로 사과를 했다.



" 죄송합니다. 친구가 연락이 와서 한잔만 한다는게 그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

잠은 술에 취해서 여관에서 친구들과 잤어요... "



나의 말에 엄마의 눈은 가늘어졌다. 뭔가 미심쩍을 때 나타나는 엄마의 버릇이었다.

엄마는 눈을 가늘게 좁히며 뭔가 냄새를 맡는 듯 코를 살짝 벌름거렸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명희와의 일을 생각하고는 찔리는 마음에 움찔했다.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엄마는 날 믿는지 더 이상 그일을 꺼내지 않았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추궁한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몰랐다.



" 그런데 밥은 제대로 챙겨먹은 거니?... "



" 그럼요... 돈도 있겠다.. 당연히 챙겨먹었죠... "



" 꼬르륵.... "



의심적은 눈초리를 거두며 엄마는 내가 밥이라도 제대로 먹었는지 질문을 했다.

나는 어제 마신 술 외에 아침에 꿀물 한잔이 다였고 거기다 아침에 격렬한 운동(?)까지 한지라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었으나 그것을 감추며 당당한 어조로 대답했다.

허나 그것은 곧이어 배에서 나는 소리로 인해 금방 들통이 났다.



" 쯧쯧... 꼴을 보니 밥을 굶었구나.... 아무리 그래도 밥은 챙겨먹어야지...



어서 나가서 밥 사먹고와라... "



" 괜찮아요... 나중에 사먹으면 되요... "



" 듣기싫어... 어서가서 사먹고 와... "



" 그래 어서 밥먹고 와서 엄마와 교대를 해라... 엄마가 많이 피곤할테니... "



엄마는 내배에서 밥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고는 혀를 찼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으나 엄마는 그래도 아들이라고 걱정이 되는지 약간 큰소리를 질렀다.

그런 엄마를 보며 아버지는 내게 힘없는 소리로 식사할것을 종용했다.



나는 그런 부모님의 말씀에 어쩔수 없이 빨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배를 채우기 위해 병실을 나섰다. 가까운 식당을 찾은 나는 식사를 주문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명희와의 일이 머리 속에 되살아났다. 정신없이 흐느끼던 명희의 모습이...



명희는 내 품속에 얼굴을 묻고는 한동안 흐느꼈다. 끊임없이 눈물이 내 앞가슴을 적셨다.

나는 그런 명희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명희를 달랬다.

어떤 말로도 명희의 마음을 위로해 줄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냥 그렇게 쓸어주고만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흐느끼던 명희는 어느정도 진정되는지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쳐다봤다.

마치 비맞은 배꽃처럼 청순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런 명희와 눈을 맞춘체 가만히 그녀를 주시했다.

우리는 서로 말을 끄내기가 무서워 그냥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 내가 추해보이지?... 나도 왜이렇게 되는지 모르겠어... 너에게 추한꼴 보이기 싫었는데... "



" 전혀... 조금도 추하지않아... 아니 오히려 더욱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내가 추하지... "



나는 명희의 말에 진심으로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청순해 보였다.

그런 내말에 그녀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러면서 말을 이었다.



" 이제 어떡할거야?... 날 어떡할거야?... "



" 네가 원하는데로 해줄께... 무엇이든지.... 그러나 내 욕심이지만 네가 계속 내곁에 있었으면..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어... "



" 그게 가능할것 같아?... 설사 너와 내가 서로를 이해한다고 해도... 너의 엄마는... "



" ........ "



나는 명희의 말에 간신히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런 내말은 명희의 반문에 금방 막혀버렸다. 명희의 말처럼 엄마를 떠올리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명희의 말이 맞았다. 설사 명희가 동의하더라도 엄마를 설득할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나는 엄마의 모습을 그리며 아무 말 없이 명희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날 보더니 명희는 입가에 쓸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어 내 눈을 피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봐! 너의 엄마를 설득할 자신이 없지?... 그리고 나도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아직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설사 너희 엄마를 설득한다고해도... "



" 이해해... 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이런 어차구니 없는 말을 들은 네 심정을 충분히... "



" 그래서 말인데... 이만 가는게 좋겠어...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



명희는 내말을 끊으며 약간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까 언제 울었느냐는듯 얼굴도 차갑게 굳히고 있었다.

그런 명희를 보며 나는 잠시 미적거리다 한숨을 푹 쉰뒤 몸을 일으켰다.



" 그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꺼야... 이만 갈께... 그런데 이것 한가지만 알아둬...



널 사랑해... 이 마음은 영원히 변치 않을 거야... 그럼 이만 간다.... "



" ....... "



그런 날 명희는 쇼파에 앉은채 미동도 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뒷통수에 명희의 시선을 느끼며 돌아보고 싶은 심정을 억제한채 나는 현관을 나섰다.

여기까지 생각했을때 식탁에 음식이 내려지는 소리를 느끼며 나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먹음직스러운 해장국이 뜨거운 김을 내품으며 눈에 들어왔다.

배에서는 어서 음식을 넣어달라고 발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멈추기로 하고는 서둘러 해장국을 입으로 운반했다. 뜨거운 기운이 온몸에 퍼지며 땀이 났지만 속을 풀어주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음식을 후후 불어가며 게눈 감추듯 해장국을 해치웠다.



피곤한데다 엄청나게 배가 고팠던지라 뜨거운 해장국이 몸속으로 들어가자 나는 나른한 기운을 이길수가 없었다. 그런 기운에 굴복하여 나는 잠시 온몸을 의자에 늘어뜨리고는 멍청히 앉아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계속 쳐지는 몸을 간신히 추스리고는 계산을 한 후 병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약간 어지럽던 머리가 그럭저럭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버지의 병실앞에 도착했다.



왠지 아버지와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것이 민망스럽고 또 두려워 나는 잠시 병실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잠깐의 시간동안 마음을 추스린 나는 이윽고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섰다.

두분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들어가자 내게 시선을 돌렸다.



" 식사는 든든히 한거야?.... "



" 그럼요... 아주 많이 먹었어요... "



" 그럼 엄마와 교대하면 되겠네... 당신 피곤 할텐데 그만 집으로 가서 쉬지... "



엄마의 물음에 나는 과장된 몸짓으로 배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 날 보던 아버지는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짓더니 엄마를 향해 그만 쉴것을 종용했다.

엄마는 괜찮다고 말을 했으나 아버지는 계속 엄마를 종용했다.



그런 아버지의 말에 결국 엄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버지를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시 아버지를 바라보던 엄마는 날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엄마의 눈에는 불안감이 잔뜩 묻어있었다.



" 휴! 너의 아버지가 저렇게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구나... 너! 아버지 간호 잘해야한다....



어제 한짓을 생각하면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



" 어제는 잠깐 실수 한거예요... 그런걸 가지고... 염려 마세요...



간호 잘 할테니 엄마 몸이나 챙기세요... "



" 그래! 그럼 너만 믿는다... 그럼 여보 내일 일찍 올께요... 편안히 계세요... "



엄마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면서 주저주저했다.

그런 엄마를 억지로 밀어내다 시피하며 나는 엄마와 함께 병실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잠시 말없이 병실복도를 걸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엄마와 나는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며 말없이 서있었다. 엄마의 목소리가 내귀를 울린것은 그때였다.



" 너! 여자와 있었니?.... "



" ........ "



나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말에 기절할듯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는 두 눈을 엘리베이터의 층 번호에 고정시킨채 가만히 서있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할수 없어 그냥 얼굴이 질린채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 아까 들어오는데 너의 몸에서 여자의 냄새가 풍겼어.... 사귀는 여자가 있는거니?... "



엄마의 단정적인 말에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할말을 찾으며 허둥댔다.

명희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지금의 엄마로서 받아들일리 없다는 것을 잘알고 있는지라 뭐라고 변명할 말을 찾느라 머리를 굴렸다.



엄마는 그런 날 쳐다보지 않고 계속 엘리베이터의 숫자판을 보며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한채 계속 버벅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엄마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 그런거니?.... 사귀는 여자가 있는거니?.... "



" 그게... 그게 아니고.... "



엄마의 얼굴에 쓸쓸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엄마의 얼굴을 보며 필사적인 심정이 되었다.

엄마는 그런 날 쳐다보더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얼른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직 변명거리를 찾지 못했지만 그냥 엄마를 보낼수가 없었다.



엄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점점 거북해 지는 심정을 느꼈다.

그때 갑자기 변명거리가 떠올랐다. 나는 얼른 엄마를 보며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다분히 의도적이기는 했지만....



" 사실은.... 그게 아니고... 알았어요... 고백할께요... 다 말할께요... "



" ......... "



" 사실은 어제 너무 술이 취해서 친구들이 여관에 날 재웠는데.... 일어나보니... 죄송해요...



옆에 여자가 누워있는거예요... 술이 너무 취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절대 나쁜 짓은 안했을거예요... 아예 정신이 없었거든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는 술도 안마시고... 엄마!... 아시잖아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뿐인걸.. "



" ........ "



나는 모든 것을 술탓으로 돌리며 변명을 했다. 엄마는 그런 날 잠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내말의 진실여부를 생각하는듯 했다. 그런 엄마를 보며 나는 최대한 불쌍함과 죄스러운 마음을 표정에 담으며 엄마의 얼굴을 쳐다봤다. 엄마의 얼굴이 살짝 풀렸다.



" 너! 그말이 진짜지?... 혹시 거짓말 하는건 아니지?... "



" 당연하죠... 그래서 미안해서 말을 못한거예요... 말 안하면 모르실줄 알았는데...



엄마가 눈치 채니 얼마나 놀랐는지.... 죄송해요.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



" 알았다... 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아버지도 아프신데 술은 자제해야지...



나는 널 믿는다... 널 사랑하니까.... 그럼 아버지 잘 보살펴 드려라... "



엄마는 내말을 믿는지 부드럽게 말을 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엘리베이터가 먿자 나는 엄마를 주차장까지 배웅하여 엄마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는 다시 병실로 향했다. 일단 한고비를 넘긴것을 느끼며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병실에 들어서자 아버지는 피곤한듯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방해를 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 아버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불과 얼마전의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헬쓱하며 볼 살이 쏙 빠진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가엽게 여기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죽음을 선고 받은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도무지 추정 할수 없었다. 얼마를 그렇게 앉아있었을까? 아버지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현민아! 엄마는 가셨니?.... "



" 예!... "



" 흠!... 너! 어제 그 아가씨 만난거니?... 이야기는 잘됐고?... "



" 예?... 예! 그게... 그게 말이죠.... "



" 잘 안됐구나... 하긴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네가 알아서 잘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한가지 전에도 말했지만 절대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마라... "



아버지는 모든것을 알고 있다는듯 힘없이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런 아버지의 감은 눈을 보며 나는 죄송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런 할말이 없었다.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까지 날 생각해 주는데 나는 엉뚱한 짓이나 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나의 고개를 더욱 숙이게 만들었다.



"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힘이 듭니다. 정리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



" ......... "



약간의 울음 섞인 내말에 아버지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채 침묵을 지켰다.

나는 고함이라도 지르고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억지로 참으며 한방울 절로 나오는 눈물을 흘렸다. 명희를 사랑하고 또 엄마도 사랑하는지라 누구도 놓지기 싫은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 그 아가씨를 사랑하는구나... "



" ....... "



" 이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휴! 나도 방법이 없어....



오로지 너의 마음에 달려있는것 같구나... 오직 현명한 선택을 하기바란다... "



" ........ "



아버지의 말에 나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내가 정리만 한다면 아무 일도 없을 거란 아버지의 말이 백번 옳다는 것을 인정하는 나였다.

그러나 이별을 통고했다가 다시 관계를 복원한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 부자는 더이상 서로에게 할말이 없는 지라 말없이 침묵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어정쩡한 나날들이 흘러갔다. 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엄마와 명희의 사이에서 고민만을 거듭하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점점 야위어 갔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엄마의 걱정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엄마에게 비밀로 하기로 한 때문에 엄마는 의사에게서도 아버지와 내게서도 아버지의 정확한 병명과 상태를 들을 수가 없었다. 단지 너무 큰 충격으로 인해 몸이 쇠약해져서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입원을 해야 한다고 둘려대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후에 퇴원할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하면 명희를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소개시킬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단지 한번씩 명희와 만나고 또 섹스를 나누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엄마에게 들키지 않게 명희의 체취를 지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명희는 이제 마음을 다잡아 먹었는지 날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입밖으로 그런 말을 꺼내지는 않고 있었다. 나도 그런 명희에게 굳이 묻지 않고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것이 없는 나날이었다.



아버지는 그런 날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보였다. 그날 이후 더 이상 나에게 명희에 대해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그일이 미칠 파장에 대해 고민을 하는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한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은 그 일이 있고 이십일이 지났을 때였다.

이미 몇번의 혼수 상태를 경험한 아버지는 더욱 초취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맑지 못한 정신 상태를 보인적도 여러번 있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아버지의 정신이 유난히도 맑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와 나는 그런 아버지의 상태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는 피로가 잔뜩 묻어있는 엄마를 보며 잠시라도 쉴것을 종용했다.



싫다는 엄마를 억지로 집으로 보낸 아버지는 나와 단둘이 되자 지금 생각하면 유언을 남기듯 말을 건냈다. 나는 당시 아무것도 모른채 오랫만에 맑은 정신을 보이는 아버지의 상태가 그저 고마워서 미소까지 지은채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 아직 결정을 못했지?... 휴! 그런건 인력으로 되는게 아니지... 마음이 동해야 되는데...



어쨋던 절대 후회 할 일은 만들지 말아라... 그리고 엄마를 잘 부탁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 너와 너의 엄마다...



너희 두 사람이 잘 산다면 나는 더 바랄것이 없다. 이것은 내 진심이다... "



" 알겠습니다. 안심하세요... 절대 엄마를 가슴 아픈게 안할께요... "



" 그래! 널 믿으마... 세상에 어느 아버지가 아들을 믿지 않겠니....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요즘 들어 내 정신이 오락가락하니 언제 또 이렇게 너와 맑은 정신으로 대화를 나눌지 모르겠다.



그러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잘 들어야한다.... "



" 그런 말씀 마세요... 아버지는 아직도 얼마든지 더 사실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힘네세요.. "



아버지께서는 내말에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희미한 웃음을 보였다.

이제와 생각하니 당신의 죽음을 예감하신듯 했다. 그리고 그 맑은 정신은 촛불이 꺼지기전 마지막 불꽃을 발하는 것과 같았었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모든것을 알려주려는듯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

다시한번 인지 시켜고 싶은듯 미국의 이야기며 재산에 대한것 기타 여러가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는 내가 인식을 했는지 몇번이고 확인했다.



힘들어 하는 아버지를 나는 몇번이고 말렸지만 아버지는 막무가내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윽고 몇시간에 걸쳐 모든것을 이야기하자 몹시도 피곤한 모습으로 눈을 감았다.

거친 숨을 헐떡이는 모습에 나는 눈물이 나올것 같아 고개를 들어 눈안에서 눈물을 말렸다.



그리고 그날 밤을 넘기시지 못한채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나도 아버지의 죽음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몸의 각 부위에 연결된 생명감지 장치에 작동이 멈춘것을 확인한 간호사의 방문에 아버지의 죽음을 인식할수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인식하였으나 나는 슬픔을 느낄수가 없었다.

오히려 고통스러움에 해방되신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거의 한달 가까이 아버지의 옆에서 고통에 허덕이는 아버지를 지켜본지라 오히려 죽음이 아버지를 고통에서 해방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아버지께서 안식을 누리기를 빈 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전하는 내 목소리는 내가 느끼기에도 너무나 담담했다.

나중의 일이지만 엄마는 그런 내 목소리에 내가 농담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엄마는 금방 달려왔다. 엄마의 고통스러운 통곡소리가 병실을 감싸며 나도 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 뿐이었다. 슬프다는 그런 감정은 조금도 일지 않았다.

단지 아버지의 고통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내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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