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나락 속에서...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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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911회 작성일 20-01-17 13:39본문
절망의 나락 속에서...
1부
절망과 슬픔, 고통을 이기는 감정은 바로 공포였다. 죽음보다 두려운 공포라는 기준이 생기는 순간, 나는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내가 평범한 세계에 살아가고 있었을 때, 이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넌센스였다. 당시 내 일상 있어 두려운 것은 기껏해야 시험, 친구와의 다툼, 유령 같은 것이었다. 18살의 고교생이 죽음보다 두려운 구체적 대상이 생겨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겠지. 친구와의 관계도 비교적 원만했고, 사귀는 남자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외모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애초에 연애의 스타트가 적당했던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의 소개나 소문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나를 알고 찾아와 고백해주는 남자들은 몇 명이고 겪어보았다. 당시에 했던 창피하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리며 하던 사과는 어쩐지 무상하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안녕~ 율희.”
주인님의 청정한 목소리가 넓은 식당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에 흠칫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예쁘게 웃는 모습은 무엇보다 무섭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엎드린 나를 밟고 지나가 식탁 의자에 앉는다. 등에 와 닿은 신발의 딱딱한 느낌이 나를 한층 더 긴장시킨다.
“잘 잤어?”
“예. 언니. 덕분에...”
그녀는 흐응 그래? 라고 귀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내 옆구리를 향해 있는 힘껏 발의 뒤꿈치를 내리 찍었다.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있던 내게는 예상치 못한 행동이라 이 갑자스러운 충격에 숨이 확 막혀왔다.
“아악!”
“율희야. 말꼬리를 흐리는 버릇은 안 좋아~ 고쳐야 돼. 알았지?”
엎드린 채로 옆으로 쓰러져 옆구리를 감싸안은 내게 그녀의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대답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을 틈도 주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답이 늦어.”
그녀는 운동화가 내 젓 가슴을 걷어찼다. 이번에는 간신히 비명을 참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 비명을 듣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아니, 비명을 싫어하는 정상적인 사람이 애초에 이런 행동을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내 비명은 그녀에게 그럴듯한 구실이 된다. 나를 보다 더 괴롭히기 위한.
“요..용서해주세요. 언니.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고통 때문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목소리가 갈라진다.
“응. 우리 율희는 착하니까 용서해줄게.”
주인님은 생긋 웃으며 의자에 바로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간신히 호흡을 진정시킨 나는 그녀의 식사를 확인하고 여느 때처럼 상체를 들어 손을 무릎에 얹고 무릎 꿇은 자세로 나의 식사를 준비한다. 식탁위에 놓인 다양한 메뉴는 17세 소녀 혼자서 먹기에는 분명 많은 감이 있었다. 물론 남기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그녀가 그것을 다 먹지도 않았다. 그것이 나의 식사를 포함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의자도, 접시도, 테이블도 허락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음식 본연의 온전한 모양조차도.
“오늘은 셀러드가 맛있는 걸?”
주인님은 기쁜 듯한 목소리로 옆에 서있는 하녀와 셀러드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음식을 머금은 채로 우물거렸다.
“율희도 먹고 싶지? 자 먹어.”
분명 어제 하루는 아침을 제외하고 식사를 하지 못했기에 무척 배가 고팠다.
“감사합니다. 언니. 잘 먹겠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먹으라고 준 샐러드는 이미 그녀의 침과 섞이어 몇 번이고 입속에 씹혀 원래의 모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이 나의 아침식사 방식이었다. 주인님이 삼키지 않고 뱉은 음식의 뭉치들. 여러 가지 음식들이 섞여 도대체 무슨 요리였는지를 알아내기는커녕 바닥에 뱉은 모습 그대로 적나라하게 널부러진다. 손도, 도구도 쓸 수 없는 나는 그것을 얼굴을 파묻고 개처럼 먹어야한다. 한 찌꺼기도 남기지 않기 위해 바닥을 혀로 핥아가며. 물론 단지 그것뿐이 아닐 때도 종종 있었다.
“어머, 이를 어째”
언니는 뱉은 음식을 다분히 고의적으로 밟아 짓뭉개 버렸다. 고개를 숙여 ‘나의 음식’으로 입을 가져가는 중이던 나는 서둘러 말했다.
“용서해주세요. 언니. 재빨리 처리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아냐. 괜찮아.”
그렇게 웃으며 말한 뒤 자신의 발을 내밀었다.
“대신 깨끗히 해. 냄새가 남으면 벌을 줄 거야."
“예...”
나는 그렇게 음식 찌꺼기가 붙은 그녀의 발을 잡고 정성껏 핥기 시작했다. 그녀의 운동화 바닥을 몇 번이고 혀로 핥으며 음식 찌꺼기를 삼킨다. 아...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어제 밤의 꿈 탓인지 지금 이런 내 모습이 유독 비참하게 느껴진다. 왠지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더욱 비참한 몰꼴을 가져다 줄 것임이 분명했다. 나는 목 안으로 차오르는 무언가를 꾸욱 누르며 식사중인 그녀의 발을 더욱 열심히 핥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내 안의 옛 추억들과 작별을 고한다.
아침 식사 후, 나는 그녀와 함께 의복실로 안내된다. 팔과 다리로 기어가는 나의 목에 걸린 쇠가 드문드문 박힌 이 가죽 목걸이에서 연결된 줄은 주인님의 손에 쥐어져 있다. 이것은 룰로 정해진 저택의 내 이동 방법이었다. 언니께서 나의 등에 올라 탈 때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나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이끌려서야 이동하게 된다. 그것은 흡사 훈련된 개를 산보시키는 것과도 같았다.
“율희야. 오늘은 어떤 옷이 좋겠어?”
자상하게 묻는 질문이었지만 그 속내는 그만큼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미천한 제게 옷이라면 무엇이라도 감사합니다. 언니.”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는 일이다.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말하면 그녀가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꽤 비싼 대가를 치룬 학습이었다.
“응~ 그렇다면 오늘은 이렇게, 이렇게 입어볼까?”
손가락 하나를 턱에 대고 머릿속으로 뭔가를 생각하는 그녀는 같은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무척 귀엽다. 그녀의 이름은 혜지. 나를 소유한 주인이며, 언니로 호칭되는 나보다 1살 연하의 여자아이. 겉보기로는 도저히 그런 악마적인 행동을 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남다른 파괴욕망을 품고 있는 아이였다. 무언가가 부서지는 것을 보면서 쾌락을 느끼는, 타인의 절망에 순수히 기뻐할 수 있는 잔혹함을 가진 아이었다. 물론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의미에서도 그녀는 불특정 다수에게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 파괴에 대한 욕망은 암묵적으로 허가된 대상. 바로 내게 와서 드러나는 것이다. 더욱 증폭되고 더욱 잔인한 형태로. 그녀를 잘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녀는 깜찍하고 귀여운 여고생일 뿐이었다.
“자 이거, 이거 이렇게 입어. 어때? 마음에 들어?”
의복실의 다양한 수많은 옷들의 한편에는 커튼으로 가려져있는 나를 위한 옷들이 존재한다. 그 옷들도 많은 수량과 종류를 자랑하지만 공통적으로 정상적인 옷이 아니라는 것에서 여타의 다른 옷과 구분된다. 오늘 주인님이 건내 준 옷은 하얀 팬티와 교복의 상하의였다. 실제로 속옷을 안주는 날도 있었기에 오늘의 선택은 내게 무척 반가웠다.
“감사합니다. 언니. 정말 소중히 입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하지만 나는 마음에 드냐고 물어봤는데?”
언니의 손이 나의 뺨을 새차게 내리쳤다. 짝 하는 파열음과 내 뺨이 새빨갛게 물든다.
“아앗, 죄..죄송.. 악”
나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연달아 따귀가 날라 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은 작고 부드럽지만 그래서 더욱 매섭다. 얼굴이 찢어지는 고통에도 애써 정신을 차리며 용서를 구하려 했지만 그 매서운 손은 내가 말을 할 여유도 주지 않았다. 고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짝, 짝. 몇 대나 맞은 것일까? 가까스로 그녀의 손이 멈추었을 때, 나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용서를 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언니.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에요. 한번만,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울음 섞인 목소리는 어느새 떨리고 있다. 이런 아픔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숨을 몰아쉬더니.
“응. 알았어. 용서해줄게. 그런데 뭐 잊은거 없어?”
퍼득 정신이 든 나는 황급히 그 ‘잊은 말’을 했다.
“미천한 제게 언니께서 손수 교육을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냐, 뭘. 율희를 위한 건데. 하지만 다음에도 잊으면 벌을 줄거야?”
언니는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의 무게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정말 혹독한 벌을 줄 것이다. 그녀는 엎드려 빌고 있는 나를 스쳐지나가며 등 뒤에서 걷어찼다. 그 운동화의 발끝이 가리는 천 쪼가리 하나 없는 나의 음부에 직격했다.
“아악!”
“이건 잊지 말라는 서비스!”
갑작스러운 통증이 전신을 휘감았지만 나는 간신히 말을 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언니. 앞으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유쾌한 웃음소리와 멀어지는 주인님의 뒤에서 흐르는 눈물을 멎게하기 위해 나는 부단히도 눈을 껌뻑여야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양 볼이 평상시처럼 돌아올 때쯤 나는 서둘러 옷을 입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언니는 하녀와 자신의 교복을 찾아 의상실 어딘가로 간 것이다. 계속 엎드려 있던 나는 일어나 교복을 살펴보았다. 교복에는 학교 마크가 없었다. 수작업으로 제단 된 옷인지 사이즈도 상표도 붙어있지 않다. 하지만 입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주인님은 내 몸에 관한 것을 나보다 더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저택에 오던 날의 정밀 검사는 그런 정보를 위한 작업이었을 것이었다.
팬티와 교복을 입고 내 몸을 바라보며 확실해졌다. 교복은 역시나 일반적인 교복과 달랐다. 지나치게 짧은 주름치마는 가만히 서 있어도 엉덩이 끝단이 보일만큼 짧았고 브라우스는 작아서 타이트하게 바디 라인이 드러났다. 가슴 부분의 단추는 끝까지 채우지도 못하게 단추부터 단추 구멍까지 제거되어있었다. 가슴 계곡이 훤히 드러나고 브래지어를 받지 못해 유두의 돌기가 옷 위로 드러났다. 내 가슴이 이렇게 컸던가. 이 저택에 온 뒤로 속옷을 제대로 입지 못했기 때문에 확인 할 수는 없겠지만 C컵이던 내 가슴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알 수 있다. 분명 내 몸은 변하고 있다. 공포가 엄습했다. 나는 도대체 뭘까. 어떻게 되는 걸까. 뺨의 붉던 손자국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 그 정도의 통증이라면 뺨이 부어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간신히 그쳤던 눈물이 다시 눈에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게 그런 감상적인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율희야~ 아직 안됐어?”
“언니! 이제 갈께요! 다 입었어요.”
나는 서둘러 마이를 걸치며 목소리를 향해 서둘러 기어갔다. 난 완벽히 그녀의 소유물이어야 했다.
----<1부 end>
제정신으로 보기 힘들만큼 해볼 생각입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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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슬픔, 고통을 이기는 감정은 바로 공포였다. 죽음보다 두려운 공포라는 기준이 생기는 순간, 나는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내가 평범한 세계에 살아가고 있었을 때, 이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넌센스였다. 당시 내 일상 있어 두려운 것은 기껏해야 시험, 친구와의 다툼, 유령 같은 것이었다. 18살의 고교생이 죽음보다 두려운 구체적 대상이 생겨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겠지. 친구와의 관계도 비교적 원만했고, 사귀는 남자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외모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애초에 연애의 스타트가 적당했던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의 소개나 소문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나를 알고 찾아와 고백해주는 남자들은 몇 명이고 겪어보았다. 당시에 했던 창피하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리며 하던 사과는 어쩐지 무상하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안녕~ 율희.”
주인님의 청정한 목소리가 넓은 식당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에 흠칫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예쁘게 웃는 모습은 무엇보다 무섭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엎드린 나를 밟고 지나가 식탁 의자에 앉는다. 등에 와 닿은 신발의 딱딱한 느낌이 나를 한층 더 긴장시킨다.
“잘 잤어?”
“예. 언니. 덕분에...”
그녀는 흐응 그래? 라고 귀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내 옆구리를 향해 있는 힘껏 발의 뒤꿈치를 내리 찍었다.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있던 내게는 예상치 못한 행동이라 이 갑자스러운 충격에 숨이 확 막혀왔다.
“아악!”
“율희야. 말꼬리를 흐리는 버릇은 안 좋아~ 고쳐야 돼. 알았지?”
엎드린 채로 옆으로 쓰러져 옆구리를 감싸안은 내게 그녀의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대답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을 틈도 주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답이 늦어.”
그녀는 운동화가 내 젓 가슴을 걷어찼다. 이번에는 간신히 비명을 참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 비명을 듣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아니, 비명을 싫어하는 정상적인 사람이 애초에 이런 행동을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내 비명은 그녀에게 그럴듯한 구실이 된다. 나를 보다 더 괴롭히기 위한.
“요..용서해주세요. 언니.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고통 때문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목소리가 갈라진다.
“응. 우리 율희는 착하니까 용서해줄게.”
주인님은 생긋 웃으며 의자에 바로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간신히 호흡을 진정시킨 나는 그녀의 식사를 확인하고 여느 때처럼 상체를 들어 손을 무릎에 얹고 무릎 꿇은 자세로 나의 식사를 준비한다. 식탁위에 놓인 다양한 메뉴는 17세 소녀 혼자서 먹기에는 분명 많은 감이 있었다. 물론 남기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그녀가 그것을 다 먹지도 않았다. 그것이 나의 식사를 포함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의자도, 접시도, 테이블도 허락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음식 본연의 온전한 모양조차도.
“오늘은 셀러드가 맛있는 걸?”
주인님은 기쁜 듯한 목소리로 옆에 서있는 하녀와 셀러드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음식을 머금은 채로 우물거렸다.
“율희도 먹고 싶지? 자 먹어.”
분명 어제 하루는 아침을 제외하고 식사를 하지 못했기에 무척 배가 고팠다.
“감사합니다. 언니. 잘 먹겠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먹으라고 준 샐러드는 이미 그녀의 침과 섞이어 몇 번이고 입속에 씹혀 원래의 모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이 나의 아침식사 방식이었다. 주인님이 삼키지 않고 뱉은 음식의 뭉치들. 여러 가지 음식들이 섞여 도대체 무슨 요리였는지를 알아내기는커녕 바닥에 뱉은 모습 그대로 적나라하게 널부러진다. 손도, 도구도 쓸 수 없는 나는 그것을 얼굴을 파묻고 개처럼 먹어야한다. 한 찌꺼기도 남기지 않기 위해 바닥을 혀로 핥아가며. 물론 단지 그것뿐이 아닐 때도 종종 있었다.
“어머, 이를 어째”
언니는 뱉은 음식을 다분히 고의적으로 밟아 짓뭉개 버렸다. 고개를 숙여 ‘나의 음식’으로 입을 가져가는 중이던 나는 서둘러 말했다.
“용서해주세요. 언니. 재빨리 처리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아냐. 괜찮아.”
그렇게 웃으며 말한 뒤 자신의 발을 내밀었다.
“대신 깨끗히 해. 냄새가 남으면 벌을 줄 거야."
“예...”
나는 그렇게 음식 찌꺼기가 붙은 그녀의 발을 잡고 정성껏 핥기 시작했다. 그녀의 운동화 바닥을 몇 번이고 혀로 핥으며 음식 찌꺼기를 삼킨다. 아...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어제 밤의 꿈 탓인지 지금 이런 내 모습이 유독 비참하게 느껴진다. 왠지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더욱 비참한 몰꼴을 가져다 줄 것임이 분명했다. 나는 목 안으로 차오르는 무언가를 꾸욱 누르며 식사중인 그녀의 발을 더욱 열심히 핥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내 안의 옛 추억들과 작별을 고한다.
아침 식사 후, 나는 그녀와 함께 의복실로 안내된다. 팔과 다리로 기어가는 나의 목에 걸린 쇠가 드문드문 박힌 이 가죽 목걸이에서 연결된 줄은 주인님의 손에 쥐어져 있다. 이것은 룰로 정해진 저택의 내 이동 방법이었다. 언니께서 나의 등에 올라 탈 때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나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이끌려서야 이동하게 된다. 그것은 흡사 훈련된 개를 산보시키는 것과도 같았다.
“율희야. 오늘은 어떤 옷이 좋겠어?”
자상하게 묻는 질문이었지만 그 속내는 그만큼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미천한 제게 옷이라면 무엇이라도 감사합니다. 언니.”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는 일이다.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말하면 그녀가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꽤 비싼 대가를 치룬 학습이었다.
“응~ 그렇다면 오늘은 이렇게, 이렇게 입어볼까?”
손가락 하나를 턱에 대고 머릿속으로 뭔가를 생각하는 그녀는 같은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무척 귀엽다. 그녀의 이름은 혜지. 나를 소유한 주인이며, 언니로 호칭되는 나보다 1살 연하의 여자아이. 겉보기로는 도저히 그런 악마적인 행동을 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남다른 파괴욕망을 품고 있는 아이였다. 무언가가 부서지는 것을 보면서 쾌락을 느끼는, 타인의 절망에 순수히 기뻐할 수 있는 잔혹함을 가진 아이었다. 물론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의미에서도 그녀는 불특정 다수에게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 파괴에 대한 욕망은 암묵적으로 허가된 대상. 바로 내게 와서 드러나는 것이다. 더욱 증폭되고 더욱 잔인한 형태로. 그녀를 잘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녀는 깜찍하고 귀여운 여고생일 뿐이었다.
“자 이거, 이거 이렇게 입어. 어때? 마음에 들어?”
의복실의 다양한 수많은 옷들의 한편에는 커튼으로 가려져있는 나를 위한 옷들이 존재한다. 그 옷들도 많은 수량과 종류를 자랑하지만 공통적으로 정상적인 옷이 아니라는 것에서 여타의 다른 옷과 구분된다. 오늘 주인님이 건내 준 옷은 하얀 팬티와 교복의 상하의였다. 실제로 속옷을 안주는 날도 있었기에 오늘의 선택은 내게 무척 반가웠다.
“감사합니다. 언니. 정말 소중히 입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하지만 나는 마음에 드냐고 물어봤는데?”
언니의 손이 나의 뺨을 새차게 내리쳤다. 짝 하는 파열음과 내 뺨이 새빨갛게 물든다.
“아앗, 죄..죄송.. 악”
나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연달아 따귀가 날라 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은 작고 부드럽지만 그래서 더욱 매섭다. 얼굴이 찢어지는 고통에도 애써 정신을 차리며 용서를 구하려 했지만 그 매서운 손은 내가 말을 할 여유도 주지 않았다. 고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짝, 짝. 몇 대나 맞은 것일까? 가까스로 그녀의 손이 멈추었을 때, 나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용서를 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언니.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에요. 한번만,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울음 섞인 목소리는 어느새 떨리고 있다. 이런 아픔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숨을 몰아쉬더니.
“응. 알았어. 용서해줄게. 그런데 뭐 잊은거 없어?”
퍼득 정신이 든 나는 황급히 그 ‘잊은 말’을 했다.
“미천한 제게 언니께서 손수 교육을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냐, 뭘. 율희를 위한 건데. 하지만 다음에도 잊으면 벌을 줄거야?”
언니는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의 무게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정말 혹독한 벌을 줄 것이다. 그녀는 엎드려 빌고 있는 나를 스쳐지나가며 등 뒤에서 걷어찼다. 그 운동화의 발끝이 가리는 천 쪼가리 하나 없는 나의 음부에 직격했다.
“아악!”
“이건 잊지 말라는 서비스!”
갑작스러운 통증이 전신을 휘감았지만 나는 간신히 말을 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언니. 앞으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유쾌한 웃음소리와 멀어지는 주인님의 뒤에서 흐르는 눈물을 멎게하기 위해 나는 부단히도 눈을 껌뻑여야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양 볼이 평상시처럼 돌아올 때쯤 나는 서둘러 옷을 입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언니는 하녀와 자신의 교복을 찾아 의상실 어딘가로 간 것이다. 계속 엎드려 있던 나는 일어나 교복을 살펴보았다. 교복에는 학교 마크가 없었다. 수작업으로 제단 된 옷인지 사이즈도 상표도 붙어있지 않다. 하지만 입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주인님은 내 몸에 관한 것을 나보다 더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저택에 오던 날의 정밀 검사는 그런 정보를 위한 작업이었을 것이었다.
팬티와 교복을 입고 내 몸을 바라보며 확실해졌다. 교복은 역시나 일반적인 교복과 달랐다. 지나치게 짧은 주름치마는 가만히 서 있어도 엉덩이 끝단이 보일만큼 짧았고 브라우스는 작아서 타이트하게 바디 라인이 드러났다. 가슴 부분의 단추는 끝까지 채우지도 못하게 단추부터 단추 구멍까지 제거되어있었다. 가슴 계곡이 훤히 드러나고 브래지어를 받지 못해 유두의 돌기가 옷 위로 드러났다. 내 가슴이 이렇게 컸던가. 이 저택에 온 뒤로 속옷을 제대로 입지 못했기 때문에 확인 할 수는 없겠지만 C컵이던 내 가슴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알 수 있다. 분명 내 몸은 변하고 있다. 공포가 엄습했다. 나는 도대체 뭘까. 어떻게 되는 걸까. 뺨의 붉던 손자국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 그 정도의 통증이라면 뺨이 부어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간신히 그쳤던 눈물이 다시 눈에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게 그런 감상적인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율희야~ 아직 안됐어?”
“언니! 이제 갈께요! 다 입었어요.”
나는 서둘러 마이를 걸치며 목소리를 향해 서둘러 기어갔다. 난 완벽히 그녀의 소유물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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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으로 보기 힘들만큼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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