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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날 - 1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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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703회 작성일 20-01-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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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행복한 룸메이트 생활.



바비큐 파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정원.

아름답게 관리한 정원 수.

여름이면 뛰어 들어가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수영장이

딸린 그녀의 집은 나로 하여금 입을 쩍 벌리게 했다.

꿈은 아닐까?

나는 벌써부터 이곳 생활이 무진장 즐거울 것 같은 예감을 받고 있었다.

------------------------------------------------------------------------------------------------------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같이 출근했어도 됐는데..”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욕실에 들어가 씻었다.



맛없는 아침을 꾸역 꾸역 먹고 책상위에 놓인 핸드백을 드는 순간이었다.



곱게 접은 메모지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고마워. 현정 씨.



분명히 펜이 책상 위에 있었지만 그녀는 붉은 립스틱을 써서 고맙다는 메모를 남겼다.



나는 그 메모지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녀의 체취가 미약하게 남아 있었다.



메모지를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윗 주머니에 넣은 나는 집을 나와 회사로 향했다.



“다시 당당한 그녀를 볼 수 있을까?”



사무실에 들어 왔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있어야 할 그녀가 보이지 않자 나는 금방 불안감을 느꼈다.



“좋은 아침 현정 씨~”



“네 경애 선배.”



“좋은 아침 현정 씨~”



“네 좋은 아침이에요 동현 선배.”



속속 사람들이 도착했지만 그녀는 마지막 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심리적으로 아주 불안해진 체 자리에 앉아 있는데 드디어 익숙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출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모두들 좋은 아침이에요!”



역시 그녀였다.



너무나 단정해 보이는 그녀가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내 옆을 지나고 있었다.

다시금 멋진 그녀만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있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나는 교통사고를 당할 뻔 하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된 사람처럼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녀가 옆에 없으면 이렇게 불안함을 느끼는 내가 신기했다.



“역시 그녀는.. 내거야.”



“현정씨. 쓸데 없는 공상 같은 거 하지말고 이 서류 좀 부탁해요.”



콩~!



사무실이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된 이유를 모르면서도 나는 윗 머리에 느껴진 통증 때문에 인상을 썼다.



그녀가 무슨 서류 인 가를 들고 내 앞에 곧게 서 있었다.



“왜 요? 한대 더 때려줘요?”



동료 선배들은 다시 떠나가라 웃어댔다.



나는 그제야 그녀가 내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죄송 합니다.”



일을 건네받고 펜으로 깨작 대고 있는 데 그녀가 혼잣말을 했다.



“큰일이네. 이 사람 저 사람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 뿐 이니.”



그녀 와 나 사이에 비밀이 있다는 것은 용서 할 수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그녀 자리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물었다.



“뭘 고민하고 계시는 거죠?”



“일 다 했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고요.”



“내 가 뭘?”



다시 사무실에 웃음 꽃이 만발 하는 순간이었지만 나는 상관 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고민은 둘 이 나누면 더 작아지게 된다는 말 모르세요? 뭔데요? 아잉~~”



“휴.. 알았어요. 사실 부모님이 최근에 지방으로 내려가시게 되었어요. 이제 그만 도시에서 벗어나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고 싶으시데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집이 너무 썰렁해지게 되거든요. 그 많은 방들을 비워놓고 혼자 사는 것도 너무 외로울 것 같고 해서 세를 놓으려고 생각 중이에요.”



“세요?”



이런 기가 막히는 일이 또 있을까?



이건 확실히 하늘에 계시 였다.



나 와 그녀를 연결해 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데 전화를 걸어 온 사람들은 모두 사정이 어려워서 대체 누구를 도와 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을 받을 수 도 없고. 일단은 내 친구의 동생이 자취방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쪽을 생각해 보고 있거든요.”



“나도 조만간 아사를 가야 하는데.. 삐걱이는 문은 불시에 덜컥 덜컥 열리고.. 취사는 금지 되어 있고.. 특히나 나 같은 아리따운 숙녀가.. 겁탈이라도..”



나는 들으라고 그녀에게 혼잣말 비슷하게 떠벌였다.



“요즘 부동산 쪽에도 사기를 치는 일이 많다고 하니까 세 들 때 조심하세요.. 그런데 정말 누구를 들이지?”



“엑?”



너무나 야속했다.

내가 이렇게 까지 운을 떼었으면 좀 와야 하는 게 있어야 할 것 아니야.



신경이 보통 사람 보다 무딘 것으로 이해를 하기로 하고 조금 더 크게 말했다.



“나도 그럴 듯한 곳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은데. 정원도 있고 조그만 연못도 있는 그런 그림 같은 집에서 한번 만 살아봤으면..”



“그런 곳은 비싸요 현정씨.”



“으앙~~!!”



결국 나는 울어 버렸다.



뭐라고 표현 못할 만큼 그녀가 야속하고 서운했다.



동료선배들은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해 내 쪽으로 달려왔다.



“팀장님!! 현정씨가 복통을 일으킨 것 같아요.”



“...... -.-+;”



<18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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