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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날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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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21회 작성일 20-01-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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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자취를 할 생각을 하다니 말이에요. 여자 몸으로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집주인은 아주머니 시고 저 이외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은 없으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



나는 말을 체 끝내지 못했다.



그녀가 담배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띄워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미있어 보였다.



“잘 하시네요.”



“이런 건 쉬워.”



난 잠깐 생각했다.

방금 그녀에게서 반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나 오늘 좀 화가 났었어.”



“네?”



이번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나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나이도 나 보다 많고 직장 상사이기 까지 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봤다고 벌써부터 반말이라니? 하지만 그게 좋았다. 좀더 그녀와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왜 내가 너 같은 애한테 비밀을 보여야 했지?”



“네?”



“좋았어?”



“네?”



“또 그런다. 답답해 죽겠어. 물으면 좀 빨리 말하라고!”



빨리 말하고 싶어도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몰랐다.



회식자리가 좋았냐고 다시 묻는 건가? 아니면 ..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자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입술이 어땠지?”



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분명히 이 물음은..



“화장실에서 어땠었냐 말이야.”



“아주 좋았어요!”



“너 레즈 성향이지?”



“아니. 별로 그런 것은..”



성향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녀는 내 성향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레즈 도 나쁘지는 않지만 내가 원하는 쪽은 조금 더 다른 각도에 있었는데.



“레즈 야? 아니야?”



“레즈 성향이 좀 있지만 레즈비언은 아니에요!”



“그래?”



담배를 한 모금 더 빨고 난 후 그녀는 뭔가 잠깐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뭘 생각하는 거지?



혹시 내가 곤란하게 만든 걸까?



“너 뭔가 다른 쪽의 성향이 있는 거니?”



“네? 네..”



“혹시 누굴 정복하고 싶다던가 아니면 그 반대로..”



“깔리고 싶어요!”



대 실수 였다.



나는 그녀가 조금 더 길게 말 할 줄 알고 작은 소리로 나의 바람을 말했는데 갑자기 그녀가 말을 체 끝내지 않는 바람에 내 목소리가 한층 크게 들려 버렸다.



“뭐?”



나는 죄를 지은 아이처럼 금세 고개를 숙였고 그녀는 한동안 나를 쳐다보았다.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닿아오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



“대답해~!!”



“팀장님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다른 회사의 합격 통보도 무시한체 곧 바로 이 회사로 달려왔죠.”



“그런데?”



“사실 저는 팀 장님이 저를 가져줬으면 하고 있었어요.”



“가져? 육체 관계를 말하는 거야?”



“그것도 좋지만 그 보다 더 바라는 게 있었어요.”



나는 차마 학대 해 줬으면 좋겠어요 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다시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바라는 게 뭐였는데?”



집요할 정도로 그녀는 내게서 답을 원했다.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극적인 대답이 나왔다.



“괴롭혀 줬으면..”



“뭐라고? 안들려!!”



“팀장님이 괴롭혀 주셨으면 했어요!”



한 밤의 작은 공원 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이곳에는 지금 나와 그녀 만 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괴롭혀 줬으면 했다고?”



“네..”



<7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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