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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날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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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91회 작성일 20-01-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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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까?

그녀는 내 안에 들어올 것처럼 강렬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꿀꺽..

긴장감이 작은 화장실 내부로 연기처럼 스며들고 있었다.

손끝 마다 전류가 흘러 들어가 몸속을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2장 들켜버린 비밀





사실 그녀와의 만남은 좀 어색했다.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마주치게 된 것부터 가 문제라면 문제였었다.



아무것도 준비를 할 수 없었던 나는 그녀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굴복해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첫 출근 한 날 자리를 배정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그녀의 옆 자리였다.



경리 부 는 부서 의 특성상 사원 수가 많지 않았다.



나의 그녀를 비롯해서 나까지 모두 여섯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타 회사에 비교 하면 많은 편이었다.



나는 그녀의 옆자리에 자리를 배정 받고 어쩔 줄 몰라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자꾸 그녀의 뿔테 안경이 시야에 끼어들었다.



첫 날이라 일도 배울 겸 간단히 일에 관해 적혀진 챠트를 보는 것이 내가 할 일에 전부 였지만 그녀의 모습이 자꾸 끼어들어 한 시도 집중을 할 수 없었다.



“현정 씨.”



“...”



“현정 씨..”



“네?!”



나는 쓸데 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가 그녀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두 번 정도를 더 불려지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답할 수 있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요?”



여전히 사무적이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아니.. 별로..”



“오늘 회식이 있으니 어렵더라도 시간을 내줘요. 신입 사원 환영회도 같이 합니다.”



“네. 그럼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녀가 말을 길게 해도 나는 짧은 대답 밖에 할 수 없었다.

사춘기 의 소녀 같이 그녀를 보면 가슴이 뛰고 설레어 할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출근 첫 날은 별 일 없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7시 군요. 모두들 예약 장소로 이동하세요. 전 곧 뒤따라 가겠습니다.”



사원들은 좋아라 입이 벌어져 후닥 딱 회식 장소로 뛰어가는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만도 한참이 걸렸다.

회식 따위는 어떻게 되도 좋았다.



그저 그녀만, 그녀가 나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주었으면 했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찬찬히 살펴 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성향도..



“현정 씨는 왜 안 가요?”



“네?”



“회식 장소를 모를 텐데 그냥 이렇게 있어도 되요?”



“그게..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현정 씨 좀 멍한 면이 있군요.”



“네..”



그것이 그녀에게서 들은 첫 번째 핀잔이었다.

좀 더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었는데..



“좋아요. 이렇게 되었으니까 앞으로 현정씨가 회사에서 지켜야 할 사항 몇 가지를 가르쳐 드리죠. 뭐 어느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말이죠.”



나의 그녀는 친절하게 사내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 들과 경리 과에서 일하면서 주의 해야 할 일 들을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처럼 친절하게 설명했다.



시선이 닿아올 때 마다 내 볼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경리 과 는 부서의 특성 상 함부로 말을 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돼요. 저희 쪽이 인사 이동 등의 문제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 고 있으니까 임원들은 저희 들 말이라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죠. 그러니 사내 정보를 함부로 이야기 거리로 삼는 다거나 하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거 에요.”



“네..”



“그리고 일을 할 때는 그 멍청한 표정은 어떻게 해봐요. 그렇게 맹해 보이면 경리과 의 이미지 도 나빠질 거 에요.”



“죄송합니다.”



“뭐 됐어요. 몇 가지 사항 만 주의 해 주면 일하는데 는 크게 문제가 없을 거 에요. 그럼 이제 우리도 회식 장소로 이동하죠.”



짧은 대화가 끝나고 나서 나는 그녀와 회식 장소로 이동했다.

보기에도 멋진 초밥 전문점에 사람들이 모여 벌써부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난 잠시 화장실 좀 들렀다 갈게요. 먼저 동료 들과 합류 해요.”



“네.”



예약 된 별 실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나를 환영했다.

모두들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정 씨는 굉장히 예쁜 편이네.”



“그러게 피부도 뽀얗고 솔직히 부러워 죽겠어.”



부서 에는 남자 사원이 둘 나머지는 다 여자 였다.

모두들 나 보다 선배 였기 때문에 나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동기가 없어서 섭섭하지?”



“많이 껄끄러울거야.”



“아.. 아니에요.”



나는 그 자리에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어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는 말을 여 선배에게 조그만 소리로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이 빨갛게 된 체 화장실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그녀가 거울을 보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었다.

한 순간 풀렸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숨이 막혔다.



“메이크 업을 고치려고 했다면 나는 다 했으니까 편히 해요.”



“네.”



그녀는 언제 이 자리에 있었냐 싶게 바람처럼 밖으로 나갔다.

계속 된 긴장감으로 인해 나는 몹시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휴우~~ 이래서는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어.”



서먹한 분위기는 술 자리가 무르익음에 따라 사라져 갔다.



나도 꽤 많은 술을 먹어 아무나 스스럼 없이 말을 걸 수 있게 되었고 서먹해 했던 선배 들도 입이 풀리는지 한데 어울렸다.



술 기운 덕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문득 그녀를 보았는데...



맙소사!!



그녀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술 잔을 입에서 떼고 있었다.



기계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술잔에 입술을 대었지만 립스틱이 묻어나지는 않았다.



깔끔한 그녀의 이미지 답게 술자리 의 매너 또한 나무랄 데 없었던 것이다.

나는 내 옷 차림새를 보고 기겁했다.



그녀와는 너무 나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부끄러움이 물 밀 듯 밀려왔다.



“현정 씨 왜 그러고 있어? 한 잔 더 해.”



분위기 도 파악 못하고 미애 라는 선배가 잔을 쑥 내밀었다.

그녀의 잔은 이미 립스틱이 묻어 번져 있는 상태였다.



너무나 차이를 보이는 광경이었다.



나는 마지 못해 잔을 받는 척 하면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어디 가?”



“화장 실 에..”



“양이 많은 편인가 봐?”



“선배는 별 소리를 다 해.”



“킥킥킥..”



어줍 잖은 농담을 받아주면서 나는 화장실로 급히 달려갔다.

일단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검지 손가락을 들어 눈 앞에 댄 후 집중을 할 수 있는 상태 인지 확인했다.



손가락의 위치가 자꾸 바뀌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취기가 많이 올라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때 그녀의 그 정갈했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지면서 내 머릿속에 꽉 차게 들어왔다.



“아.. 아..”



이상했다.



그녀를 떠 올리는 순간 몸이 이상 반응을 보였다.



전류 가닥이 몸을 타고 오르는 묘한 기분이 들더니 곧 유두가 서기 시작하면서 이유 모를 흥분이 전신을 달리기 시작했다.



기계처럼 몇가지 동작을 반복하는 그녀의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연속 되어 흐르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옷을 풀어 헤치고 가슴을 만졌다.



“왜 이러지?”



그녀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 이런 상태가 된 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지만 나는 모든 것을 이 순간에 맡기기로 결정하고 행위를 계속 했다.



초생달 모양으로 생긴 눈매 와 깊어 보이는 검은 눈동자, 오똑하게 서 도도한 느낌을 주는 코, 너무나 뜨거울 것 만 같은 붉은 입술,



나는 흥분의 대해를 건너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목구비를 떠올릴 때 마다 큰 충격이 전신에 가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아... 아.”



얼마나 그렇게 오나니를 했는지 몰랐다.



마침내 클라이맥스에 이르게 된 나는 머릿속에 커다란 불꽃이 폭발 하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뒤로 축 늘어져 버렸다.



정말 굉장한 경험이었다.



술 기운 마저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동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기 전에 그만 자리에 합류 해야 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악~!!”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지막지 한 정신 적 충격을 받고 반쯤 열려진 화장실 문 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언제 부터였지?



언제부터 그녀가 이곳에 있었을 까?



그녀는 화장실을 나오는 나를 무심히 보고 있었다.



약간은 붉어진 얼굴로 뚫어질 정도로 내 얼굴을 응시했다.



“팀장...님.”



“꽤 오랜 시간이 걸리던데?”



“네?”



“언제부터 그런 행위를 공식적인 자리를 틈타 할 수 있게 되었지?”



“그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분명히 내가 오나니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너무 창피해서 죽어버리고 싶었다.



정말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싸늘한 표정으로 묻는 그녀에게 무슨 말도 하지 못하고 뭉그적 대자 어깨 쪽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경험은 있어?”



“네?”



“실제 경험이 있냐 말이야.”



“아직은..”



그 순간 머릿속에 큰 충격이 가해지며 정신이 몽롱해졌다.



따스하고 촉촉한 무엇이 내 입술에 닿아왔다.



연한 아카시아 향기가 그녀에게서 나고 있었다.



“이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포개어 덮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혹시 여자라서 싫은 것 은 아니지?”



너무나 적극적인 그녀.



나는 너무 기뻐 하마터면 그녀 앞에서 울 뻔 했다.



이렇게 이렇게... 일을 쉽게 풀어주다니.



나는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절대로 거부 감이 없다는 증거를 행동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녀의 입술은 블랙 홀 처럼 엄청난 흡입력으로 나를 당겼다.



전신이 그녀의 입술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나를 원하고 있었고 나 또 한 미치도록 기다려왔던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밀 지켜 주겠지?”



“네? 아.. 그럼요.”



“현정씨 는 귀여운 부분이 있어.”



아쉬웠지만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내게서 떨어졌다.

조금 더 조금 더 그렇게 있어주지.

그리고 화장실을 나가면서 아주 충격적인 말을 끝 인사처럼 남겼다.



“나는 귀여운 것을 수집하는 일을 좋아해.”



엄청난 가능성이 담긴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여러 각도로 생각해 봤다.



섣불리 판단해서 망신을 당해서는 안 되니까.



“인형이나 찻잔 같은 것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 걸까? 하지만 이런 말은 화장실 같은 장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은데. 그녀의 취미를 내게 알려주는 것도 좀 이상하고..”



약간의 시간이 걸려서야 그녀가 나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귀여운 것이라는 말은 나라는 존재를 뜻하는 것이 분명했다.



“분명히 현정씨는 귀여운 면이 있네? 라고 했어. 그렇다면 설마?”



다시 흥분이 전신을 내달렸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었다.



바라고 있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 그녀가 내게 다가와 줬다는 말 못할 기쁨이 한데 어우러져 굉장한 흥분 상태로 나를 이끌었다.

너무 쉽게.. 너무나 쉽게 그녀는 나에게 다가왔다.



서로의 비밀을 밝히며 우리는 진실해 질 수 있었다.



첫 출근 한 날부터 이렇게 되다니..



나는 꿈 만 같아 내 볼을 세게 꼬집어 봤다.



꿈이 아니었다.



그녀는 감추어 두었던 비밀을 공개하고 이제 나와 특별한 사이가 된 것이다.

그렇게 되어 주기를 바랐다.

절대 그렇게 되어 주기를 바랐다.



<5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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