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나락 속에서...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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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47회 작성일 20-01-17 13:42본문
4장
그것은 명령이 아니다. 내가 듣고 따르게 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명령과도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그 안에는 따르고 혹은 마는 나의 의지가 철저히 배제된다.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그녀는 그저 말을 입 밖에 내므로 나의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그 현실이 어떤 종류의 비극이 되더라도 내게 그것을 판단하거나 거부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짜악!
“흐윽...!”
수업시간에 울려 대는 내 엉덩이의 날카로운 파찰음은 수업을 하던 교사에게 어떠한 관심도 끌어내지 못했다. 아니, 차라리 그것은 사실 전혀 못 듣고 못 보는 아닐까 싶을 만큼 어떠한 변화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다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킥킥, 쟤 봐.”
“저년 또 사고 쳤나봐. 와 저 표정 봐 하하”
그 반응은 내게 절대 호의적이지 않다. 반 전원의 관심이 내게 쏠린 채로 사람 밑에 깔려 매를 맞으며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복받치는 슬픔보다 가까운 것은 내 엉덩이를 타고 올라오는 격렬한 통증이었다.
짜악!
“악. 어..언니. 제발! 정말 반성하고 있어요.”
잠시 매질이 멎는다.
“율희야.”
“예, 예 언니.”
용서해줄게. 앞으로 조심해라고. 제발 그렇게 말해줘.
“수업중이잖니. 조용히.”
짜악!
내 기대를 배신하며 얇은 회초리는 다시 바람을 가른다. 나는 어금니를 꽉 물고 주먹을 쥐어 통증을 견디어 보지만 피부를 파고드는 얇은 회초리라는 것은 칼날 같이 날카로운 아픔을 안겨준다. 아파. 너무 아파. 그 고통의 말조차도 내게는 금어였다. 나도 모르게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지만 그것은 반 아이들에게는 한낮 웃음거리에 불과한 유희 대상이었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속삭이듯 웃는 소리는 마치 내가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세상에 오직 하나만 남은 것만 같은 고립감을 안겨준다. 내게는 아무도 없다. 내 편은 아무도 없다.
짜악!
어째서, 어째서 내게 이런 고통을 주는거야.
짜악!
제발. 언니. 뭐라도 할 태니까. 제발 이런 아픔을 주지마세요. 나 잘 할 태니까.
짜악!
내 소리 없는 외침은 입 밖으로 발산되지 못한다. 꽉 문 이 사이로 흐느낌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다. 내 옆 머리카락은 땀과 눈물로 볼에 달라붙는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해도 아마. 꼴사납겠지. 불쌍해 보일거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은 날 보며 웃고 즐기겠지. 사람이라는 것은 그런 것 같다. 희롱 대상에 있어서는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것 이다. 내 주위 대기를 진동시키는 낮은 속삭임과 웃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악!”
결국 참지 못한 내 왼손은 내 의사를 반해서 엉덩이로 손을 가져간다. 손으로 막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손으로 만지면 통증이 줄기라도 하는지, 그것은 본능적이고 거부할 수 없는 의지로 내 엉덩이를 가린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난 억제해야했다. 네발로 엎드린 자세로 사람을 지탱하고 있던 미묘한 밸런스는 한 축이 사라진 영향을 즉시 내보였다. 남은 한 팔이 갑작스럽게 확 꺽인 것이다. 엎드린 자세에서 양팔 없이 두 다리만으로는 다른 사람의 체중은 고사하고 나 하나조차 지탱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손으로 엉덩이를 가림과 동시에 나는 무너졌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것을 예상했는지 혹은 대비를 했는지, 주인님이 양다리로 버티어 서서 나와 함께 쓰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다렸다는 듯 교실에서 폭소가 터진다.
“뭐야. 수업 중에 의자가 혼자 넘어지다니. 내게 창피를 줄 셈이야?”
쓰러지며 바닥에 세게 머리를 부딪쳤지만 그 와중에도 이 상황의 긴박함은 이해할 수 있었다. 꼴사납게 바닥에 엎드려 갈채와 웃음을 받던 나는 그들의 만족을 줬다는 뿌듯함 대신 다시금 공포와 불안, 그리고 잠시지만 매가 그쳤다는 근시안적인 안도를 느낀다.
“죄송합니다. 언니. 저, 정말 저도 모르게, 흐윽.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용서…”
짜악!
오른쪽으로 돌아간 고개와 왼 뺨의 통증. 시야에 간신히 보이는 언니의 손바닥에서 상황을 파악했다.
“넌 정말 날 실망시키고 있어. 율희.”
다시 용서를 빌 찰라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혜지야. 너무 그러지마.”
주인님을 말려주는 그 걱정스럽고 따뜻한 어투에서 찾았던 희망은.
“이런 개 같은 년은 니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어.”
그녀가 수현이었다는 것에서 다시금 깨어졌다.
-----
사실은 써둔 것을 싹 날렸었습니다. 아 이것이 인생인가 하고 묘한 감동까지 되던 순간이었지요.
염치를 불구하고 다시 써봅니다.
[email protected]
그것은 명령이 아니다. 내가 듣고 따르게 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명령과도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그 안에는 따르고 혹은 마는 나의 의지가 철저히 배제된다.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그녀는 그저 말을 입 밖에 내므로 나의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그 현실이 어떤 종류의 비극이 되더라도 내게 그것을 판단하거나 거부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짜악!
“흐윽...!”
수업시간에 울려 대는 내 엉덩이의 날카로운 파찰음은 수업을 하던 교사에게 어떠한 관심도 끌어내지 못했다. 아니, 차라리 그것은 사실 전혀 못 듣고 못 보는 아닐까 싶을 만큼 어떠한 변화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다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킥킥, 쟤 봐.”
“저년 또 사고 쳤나봐. 와 저 표정 봐 하하”
그 반응은 내게 절대 호의적이지 않다. 반 전원의 관심이 내게 쏠린 채로 사람 밑에 깔려 매를 맞으며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복받치는 슬픔보다 가까운 것은 내 엉덩이를 타고 올라오는 격렬한 통증이었다.
짜악!
“악. 어..언니. 제발! 정말 반성하고 있어요.”
잠시 매질이 멎는다.
“율희야.”
“예, 예 언니.”
용서해줄게. 앞으로 조심해라고. 제발 그렇게 말해줘.
“수업중이잖니. 조용히.”
짜악!
내 기대를 배신하며 얇은 회초리는 다시 바람을 가른다. 나는 어금니를 꽉 물고 주먹을 쥐어 통증을 견디어 보지만 피부를 파고드는 얇은 회초리라는 것은 칼날 같이 날카로운 아픔을 안겨준다. 아파. 너무 아파. 그 고통의 말조차도 내게는 금어였다. 나도 모르게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지만 그것은 반 아이들에게는 한낮 웃음거리에 불과한 유희 대상이었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속삭이듯 웃는 소리는 마치 내가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세상에 오직 하나만 남은 것만 같은 고립감을 안겨준다. 내게는 아무도 없다. 내 편은 아무도 없다.
짜악!
어째서, 어째서 내게 이런 고통을 주는거야.
짜악!
제발. 언니. 뭐라도 할 태니까. 제발 이런 아픔을 주지마세요. 나 잘 할 태니까.
짜악!
내 소리 없는 외침은 입 밖으로 발산되지 못한다. 꽉 문 이 사이로 흐느낌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다. 내 옆 머리카락은 땀과 눈물로 볼에 달라붙는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해도 아마. 꼴사납겠지. 불쌍해 보일거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은 날 보며 웃고 즐기겠지. 사람이라는 것은 그런 것 같다. 희롱 대상에 있어서는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것 이다. 내 주위 대기를 진동시키는 낮은 속삭임과 웃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악!”
결국 참지 못한 내 왼손은 내 의사를 반해서 엉덩이로 손을 가져간다. 손으로 막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손으로 만지면 통증이 줄기라도 하는지, 그것은 본능적이고 거부할 수 없는 의지로 내 엉덩이를 가린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난 억제해야했다. 네발로 엎드린 자세로 사람을 지탱하고 있던 미묘한 밸런스는 한 축이 사라진 영향을 즉시 내보였다. 남은 한 팔이 갑작스럽게 확 꺽인 것이다. 엎드린 자세에서 양팔 없이 두 다리만으로는 다른 사람의 체중은 고사하고 나 하나조차 지탱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손으로 엉덩이를 가림과 동시에 나는 무너졌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것을 예상했는지 혹은 대비를 했는지, 주인님이 양다리로 버티어 서서 나와 함께 쓰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다렸다는 듯 교실에서 폭소가 터진다.
“뭐야. 수업 중에 의자가 혼자 넘어지다니. 내게 창피를 줄 셈이야?”
쓰러지며 바닥에 세게 머리를 부딪쳤지만 그 와중에도 이 상황의 긴박함은 이해할 수 있었다. 꼴사납게 바닥에 엎드려 갈채와 웃음을 받던 나는 그들의 만족을 줬다는 뿌듯함 대신 다시금 공포와 불안, 그리고 잠시지만 매가 그쳤다는 근시안적인 안도를 느낀다.
“죄송합니다. 언니. 저, 정말 저도 모르게, 흐윽.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용서…”
짜악!
오른쪽으로 돌아간 고개와 왼 뺨의 통증. 시야에 간신히 보이는 언니의 손바닥에서 상황을 파악했다.
“넌 정말 날 실망시키고 있어. 율희.”
다시 용서를 빌 찰라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혜지야. 너무 그러지마.”
주인님을 말려주는 그 걱정스럽고 따뜻한 어투에서 찾았던 희망은.
“이런 개 같은 년은 니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어.”
그녀가 수현이었다는 것에서 다시금 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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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써둔 것을 싹 날렸었습니다. 아 이것이 인생인가 하고 묘한 감동까지 되던 순간이었지요.
염치를 불구하고 다시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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