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날 - 2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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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42회 작성일 20-01-17 13:41본문
미스 앤 마스터 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고 일에 묻혀 살다 보니 일주일도 금방이었다.
나는 금요일 인 오늘 평소하고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회사에 나와 있었다.
이상한 클럽을 방문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앞섰지만 현정이를 위해서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어렵지 않게 담담해질 수 있었다.
오늘 만큼은 시간이 늦게 가주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항상 사람의 기대와는 반대로 흐르는 모양이었다. 정말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업무가 시작되었는가 싶은 순간 퇴근시간이 임박해 왔다.
“이제 삼십분 후면..”
다른 직원들은 휴일을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하면서 벌써부터 들뜬 표정이 얼굴 마다 나타나 있었지만 나는 미스 앤 마스터 측의 괴상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사정으로 인해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드디어 삼십분이 쏜살 같이 지나고 퇴근 시간이 되자 직원들은 인사를 나누며 자신의 집으로 총총히 사라져갔다.
“언니 괜찮아요?”
현정이는 자리를 지키고 앉아 내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후회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떨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선택한 일에 후회를 해 본적이 없어. 괜찮아.”
거짓말이었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 순간 만큼은 나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러나 약속 때문에라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현정이가 실망하는 얼굴 쪽 보다 약속 이라는 것을 어기기 싫었다.
가벼운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들과의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책상을 정리하고 백을 어깨에 매었다. 그리고 현정이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일요일 오후쯤에 돌아가게 될 테니까. 그때 까지 밥 잘 챙겨먹고 잠 잘 때 문단속 잘해“
“무슨 소리에요?”
“오늘이 교육 받으러 가는 날이잖아? 그러니까 나 이제부터 그 교육인지 뭔지 받으러 갈 테니까 얌전히 집에 가 있으라고.”
“오늘이 교육 날이라는 거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 언니의 말에 잘못 된 부분이 있어서 그래요.”
“무슨 말이야?”
나는 그녀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혼자 집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뭐? 교육은 나 만 받는 거야. 너는 상관이 없다고!!”
“당연하죠. 하지만..”
나는 현정이가 미스 앤 마스터 측에 전화를 해서 동행인 이 가도 되는지 의 여부를 물었다는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쪽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고 했다.
“교육비는 나만 냈는데 어떻게 너까지?”“교육생이 교육을 받는 동안 동행인이 따로 기다릴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
미스 앤 마스터 측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치밀한 면이 있는 듯 했다.
대체 어떤 클럽이기에 그렇게 직원들의 입에서 자부심 어린 말이 쏟아져 나오는 걸까?
나는 갑자기 호기심이 일었다.
“서울역 앞에서?”
“응. 묘하지?”
“이렇게 붐비는 곳에서 왜 만나자고 했을까요?”
“글쎄?”
나는 지금 그들의 말대로 서울역 앞에 나와 있었다.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그들을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 몰랐다.
사실 그들은 우리를 찾아내겠다는 말만을 했을 뿐 자신들이 무슨 옷을 입고 오는지 조차 귀띔해 주지 않았다.
“금요일 이라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이런 곳에서 정말 우리를 찾아낼 수 있을 까요?”
“뭐 믿어봐야지.”
나 와 현정이가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약속 시간의 십 분을 남겨 두었을 때 였다.
그로부터 오 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벌써 오 분 전이네? 혹시 약속 시간을 어기지는 않겠죠?”
“글쎄? 지금 와서 약속장소 선정에 대한 문제로 후회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무슨 수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서 우리를..”
정확히 약속 한 일곱시 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없어 나는 짙은 의구심을 느꼈다.
“뭐 이래? 이 자식들 사기 치는 것 아냐?”
현정이는 벌써부터 짜증을 내며 툴툴 댔다.
“뭐 그렇다고 해도 계약금 같은 것은 받지 않았으니 우리가 손해 볼 이유는 없어.”
난 괜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 분 정도를 더 기다려 보고 모두 없었던 일로 하려고 했다. 별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누군가 메시지를 보내와서 내가 핸드폰을 백에서 꺼낼 때 였다.
또각 또각..
서울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을 지나치고 있었다.
나이 구분 없이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곁을 지나가며 구둣소리를 내었지만 나는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을 때 들려온 하이힐 소리만은 이상할 정도로 귀에 거슬렸다.
그래서 무심코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선글라스를 쓴 여성 세 명이 마치 보조를 맞추는 듯한 걸음 걸이로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무슨 FBI 요원들처럼 보였다.
또각 또각..
여자들은 곧바로 우리 쪽으로 다가오면서 이내 걸음을 멈췄다. 우리는 그 여자들과 딱 두 걸음 정도의 거리도 두고 있지 않았다. 볼일이 없다면 이렇게 까지 다가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 유정씨?”
“네?”
“김 유정씨 되시죠?”
“네.”
나는 여자들의 기도에 질려 조건 반사적인 대답을 했다.
세 명의 여자들은 옷 차림부터 체형 까지 비슷해 보였는데 그중 가장 키가 큰 여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습니다. 미스 앤 마스터 의 샐리나 라고 합니다.”
샐리나? 그렇다면 외국 사람?
샐리나 라는 여성은 신기할 정도로 우리말을 잘했다.
나는 곁의 두 명의 여자들도 외국인 인지 궁금했다. 아니 그것보다 선글라스를 벗 었을 때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왜 선글라스를?
현정이는 여자들의 기도에 질려버렸는지 내 뒤쪽에 바짝 붙어 있었다.
나도 겁을 먹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씨~ 왜 이렇게 무섭게 등장하는 거야?
“가시죠. 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샐리나 는 우리를 안내하며 다시 걸었다.
보도 블록에 부딪치며 나는 하이힐 소리가 귓가에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여자들을 보았을 때의 첫 느낌은 두려움 이었다.
나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그녀들의 뒤를 말없이 따랐다.
현정이는 나에게 팔짱을 끼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우씨~ 이러지 마라 나도 무섭다.
서울역 광장을 지나 그녀들은 계속 걸어 한 사잇길로 들어섰다.
주택들이 작게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얼마가지 않아 나는 한 대의 검은 색 세단을 보게 되었다.
모양만 보고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외국 차량일거라는 생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샐리나는 우리를 차량 쪽으로 안내 하더니 갑자기 차문 앞에서 우뚝 멈췄다.
세상에~~벤츠 잖아?
“시작해!!”
우리가 멍한 표정으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샐리나는 두 명의 여자에게 뭐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갑자기 두 명의 여자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기겁해 도망치려고 했지만 곧 그녀들의 손에 붙들리고 말았다.
“왜 이래요? 놔줘요~!!”
여자들은 운동을 했는지 팔 힘이 엄청났다.
나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매 관리를 한 덕에 팔 힘이나 근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녀들의 손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꼼짝없이 한 쪽 팔을 뒤로 꺽인 자세로 샐리나 앞에 서게 되었다.
현정이는 소리를 지르고 난리였지만 처음부터 의도한 일이었는지 주변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일을 어렵게 하지 말아주세요. 그저 눈을 가리려고 하는 것 뿐이니까요.”
샐리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짙은 감청 색 양복 상의 안에서 검은 안대를 꺼내 보였다.
나는 이들이 대체 무엇을 할 건지 벌써부터 겁이나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안대를 착용하시면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 드리죠. 그리고 절대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그쪽이 현정씨죠? 그렇게 강제로 도망치려고 해봤자 그녀들은 특수한 트레이닝으로 몸 관리를 한 터라 소용없을 거 에요. 그냥 여담으로 애기하는 건데 그녀들은 당장에라도 건장한 남자 셋 넷 정도는 쉽게 거꾸러뜨릴 수 있는 무술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부드러웠지만 강하게 들리는 음성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곧 저항을 포기했고 내 팔을 비틀어올렸던 여자도 팔의 힘을 풀며 안대를 상의 주머니 안에서 꺼내 내 눈에 덮어 씌웠다.
“말에 따라 줘서 고마워요. 이제 두 분을 정중히 모시죠.”
차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앞쪽으로 곧장 걷게 되었다.
여자들은 내 머리가 차량의 어느 부분에도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무사히 좌석에 앉히는 일에 성공했다.
내 옆에는 어느새 현정이가 있었다.
“조금 놀랐을 거에요. 하지만 저희 측의 사정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래요. 저희 들은 회원 여러분들이 생각하셨던 것 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비밀 적인 단체 라 모든 면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안대는 클럽에 도착 하는 즉시 벗겨 드릴 테니 조금만 참으세요.”
샐리나는 우리를 안심 시키면서 차를 출발 시켰다.
긴장감으로 인해 몸이 터져 버릴 것 같았지만 이들을 자극하는 행동은 최대한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러니까 무슨 조폭 같은 느낌도 있고 아아아아~~ 무서워.
“언니 괜찮아요?”
“아직은..”
현정이는 나하고는 달리 쉽게 진정했다.
내 손을 잡아주며 내가 최대한 안심하도록 배려해줬다.
차량은 어디로 가는지 도 모르게 한참을 달렸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배가 고프다는 사실은 정말 이해가 불가능했다.
빌어먹게도 꾸르르르륵 하는 소리가 내 배에서 새어나왔다.
“아! 회사에서 퇴근 했을 때 저녁을 드시지 않았을 테니 지금쯤 이면 배가 고프실 만도 하겠군요. 우선 이거라도 드실래요?”
눈을 가린 체로 물건을 받기가 쉽지 않아 나는 그녀의 손을 더듬어 물건의 정체부터 확인했다. 비닐에 쌓여 있는 그것은 샌드위치 같은 느낌이었다.
“호호홋. 이제 안대를 벗어도 좋아요. 거의 다 왔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나는 재 빨리 안대를 벗었다.
샐리나는 내 쪽으로 샌드위치를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내 시선은 샌드위치 보다 차량의 밖으로 고정되었다.
지금쯤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지만 맙소사! 차는 지금 어느 숲 쪽으로 나 있는 소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래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었구만.
“봐도 모르실 거에요. 여기가 어디 쯤인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을 거라는 말이죠. 우리만의 루트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지리를 좀 잘 안다는 회원 분들도 쉽게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답니다.”
그녀의 말대로 였다.
이래서는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조차도 모를 정도였다.
나는 위치를 파악하는 일을 포기하고 그녀가 건네준 샌드위치 와 다이어트 콜라를 받아들었다. 현정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같은 물건을 건네 받았다.
삐리리리리~~
“네 샐리나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동안 샐리나는 한통의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허리를 빳빳히 세웠다.
뭐하는 거지?
“네. 회원 분 들은 무사히 클럽 에 도착 하실 겁니다. 네! 그렇게 하죠.”
무슨 대통령 경호 원 들의 절도 있는 행동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샐리나는 한 통의 전화를 그렇게 무서울 정도로 바른 자세로 받고 나서 플립을 닫자 마자 몸의 힘을 풀었다.
누군데 저럴까?
“한국은 저에게 제 2 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저는 울산에서 삼년 정도 살았었는데 당시 만해도 한국인 들의 정서를 듬뿍 느낄 수 있었죠.”
샐리나는 우리가 긴장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애기를 해줬다.
어느새 차 창 밖은 밤의 기운이 내려와 온통 검게 변해 있었다.
나는 우려 하던 것 보다 이들이 위험한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정씨는 언제부터 S M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네?”
“언제부터 이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냐고요.”
“그러니까 고등학교 다닐 때 쯤이요. 검색 놀이 라는 것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검색 놀이? 어렵지 않다면 그게 뭔지 알려 줄래요?”
샐리나 라는 여자는 완전히 프로였다.
처음에 보았던 무서운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지금은 현정이 와 친구처럼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등에 소름이 다 돋을 정도로 삼백 육십도 변화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런 걸 변신 이라고 하나?
“유정씨.. 아니 제가 그쪽 보다 어리니 유정 언니라고 할 게요. 괜찮겠죠?”
저런 여자에게 언니라는 말을 듣는 것이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성미를 건드리는 일 만큼은 피하고 싶어 나는 마지 못해 답했다.
“네. 그러세요.”
“엑? 언니 라면서 동생에게 존대말을 해요?”
“아. 그런가요?”
“또 그러네?”
“네. 아니 응!”
“호호호홋~! 유정 언니는 이쪽 이 처음이랬죠?”
“네. 아니 응!”
존칭이 마구 헤깔렸다.
나보다 어려보이는 것은 확실 한 것 같은데 도무지 반 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저 기도가 숨을 막히게 했다.
“처음인데 떨리지는 않아?”
“엑? 이제 반말..”
“이게 더 편하지 않아요? 현정씨 하고는 이런식으로 애기 안하나 봐요?”
“그러니까..”
“언니 와 동생 사이면 친구처럼 애기 하는 것이 보통인 줄 알았는데?”
“네.. 아니 응!”
“제가 무서워요?”
“좀 요.”
“호호호호홋~! 괜찮아요. 그냥 동생처럼 편하게 대해요. 그리고 무섭게 할 일도 없으니까 안심하고. 괜히 기분 나쁘잖아? 나 얼마나 부드러운 여자인데?”
퍽이나 부드럽겠다.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 몰라 현정이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현정이도 별로 그녀와 애기를 하고 싶은 표정은 아니었다.
무슨 도살장에 끌려가는 도야지(돼지) 신세도 아니고.
“테트리스 잘 해요?”
“응?”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전자게임이 테트리스 거든요. 그거 잼있죠?”
“네. 응.”
“언니도 할 줄 알아요?”
“할 줄... 알지”
“그럼 지금 한번 해 볼래요?”
“응?”
“휴대용 게임기 가 있거든요”
샐리나 는 차 내부에 달린 수납함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 내 쪽으로 내밀었다.
"휴대용 네오지오 네?“
“네. 한번 해 보세요.”
나 참! 전자 오락 을 이렇게 강제로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전자 오락은 재미있을 려고 하는 건데 나는 지금 무슨 러시안 룰렛(권총에 총알 한발을 장전해서 하는 죽음의 게임) 이라도 하는 기분으로 게임기를 만지고 있었다.
“엑? 이게 뭐야? 언니 두 판 째도 못 깨요? 이거 쉬운데?”
이것아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실력이 발휘 되겠냐?
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잘 못해.”
이러니까 이 년이랑 진짜 형님 동생 사이 된 것 같네?
“이러면 의미가 없겠다. 두 판은 실수로 라도 질 수 없는 수준인데.”
수준 높아 좋겠다 이것아!!
샐리나는 한참 동안 테트리스를 하면서 크게 웃고 떠들었다.
씨~ 우리는 무서워 죽겠는데.. 그렇지 현정아? 현정아? 애 굳었네?
그렇게 샐리나는 테트리스를 하면서 떠들고 나는 지금도 꼼짝 않고 앞 만을 주시하고 있는 두 명의 여자가 무서워 현정이를 끌어안고 있었다.
탁~!
샐리나는 갑자기 게임기를 탁 소리 나게 내려놓더니 다시 몸에 힘을 주었다.
“무슨 일이지?”
샐리나 가 보고 있는 전방에 시선을 맞추자 거대한 대 저택이 시야에 들어왔다.
“세상에~~~”
도저히 이런 곳에 저런 저택을 세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아무리 둘러봐도 산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리 세요 두 분.”
“네?”
“김 유정씨 하고 현정 씨는 차가 멈추는 대로 내리시라고요.”
“네.”
샐리나는 다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하고 운전을 하고 있는 여자에게 손가락을 들어 어느 위치에 차를 세워야 하는지를 말했다.
나는 이제 미스 앤 마스터 라는 클럽 자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무서울 정도로 비밀 적인 어떤 조직이 밑바닥부터 받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우앙 ~~ 이제 나 팔려가는 거 아냐?
<30부에서 계속..>
나는 금요일 인 오늘 평소하고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회사에 나와 있었다.
이상한 클럽을 방문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앞섰지만 현정이를 위해서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어렵지 않게 담담해질 수 있었다.
오늘 만큼은 시간이 늦게 가주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항상 사람의 기대와는 반대로 흐르는 모양이었다. 정말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업무가 시작되었는가 싶은 순간 퇴근시간이 임박해 왔다.
“이제 삼십분 후면..”
다른 직원들은 휴일을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하면서 벌써부터 들뜬 표정이 얼굴 마다 나타나 있었지만 나는 미스 앤 마스터 측의 괴상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사정으로 인해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드디어 삼십분이 쏜살 같이 지나고 퇴근 시간이 되자 직원들은 인사를 나누며 자신의 집으로 총총히 사라져갔다.
“언니 괜찮아요?”
현정이는 자리를 지키고 앉아 내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후회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떨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선택한 일에 후회를 해 본적이 없어. 괜찮아.”
거짓말이었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 순간 만큼은 나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러나 약속 때문에라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현정이가 실망하는 얼굴 쪽 보다 약속 이라는 것을 어기기 싫었다.
가벼운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들과의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책상을 정리하고 백을 어깨에 매었다. 그리고 현정이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일요일 오후쯤에 돌아가게 될 테니까. 그때 까지 밥 잘 챙겨먹고 잠 잘 때 문단속 잘해“
“무슨 소리에요?”
“오늘이 교육 받으러 가는 날이잖아? 그러니까 나 이제부터 그 교육인지 뭔지 받으러 갈 테니까 얌전히 집에 가 있으라고.”
“오늘이 교육 날이라는 거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 언니의 말에 잘못 된 부분이 있어서 그래요.”
“무슨 말이야?”
나는 그녀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혼자 집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뭐? 교육은 나 만 받는 거야. 너는 상관이 없다고!!”
“당연하죠. 하지만..”
나는 현정이가 미스 앤 마스터 측에 전화를 해서 동행인 이 가도 되는지 의 여부를 물었다는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쪽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고 했다.
“교육비는 나만 냈는데 어떻게 너까지?”“교육생이 교육을 받는 동안 동행인이 따로 기다릴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
미스 앤 마스터 측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치밀한 면이 있는 듯 했다.
대체 어떤 클럽이기에 그렇게 직원들의 입에서 자부심 어린 말이 쏟아져 나오는 걸까?
나는 갑자기 호기심이 일었다.
“서울역 앞에서?”
“응. 묘하지?”
“이렇게 붐비는 곳에서 왜 만나자고 했을까요?”
“글쎄?”
나는 지금 그들의 말대로 서울역 앞에 나와 있었다.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그들을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 몰랐다.
사실 그들은 우리를 찾아내겠다는 말만을 했을 뿐 자신들이 무슨 옷을 입고 오는지 조차 귀띔해 주지 않았다.
“금요일 이라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이런 곳에서 정말 우리를 찾아낼 수 있을 까요?”
“뭐 믿어봐야지.”
나 와 현정이가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약속 시간의 십 분을 남겨 두었을 때 였다.
그로부터 오 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벌써 오 분 전이네? 혹시 약속 시간을 어기지는 않겠죠?”
“글쎄? 지금 와서 약속장소 선정에 대한 문제로 후회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무슨 수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서 우리를..”
정확히 약속 한 일곱시 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없어 나는 짙은 의구심을 느꼈다.
“뭐 이래? 이 자식들 사기 치는 것 아냐?”
현정이는 벌써부터 짜증을 내며 툴툴 댔다.
“뭐 그렇다고 해도 계약금 같은 것은 받지 않았으니 우리가 손해 볼 이유는 없어.”
난 괜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 분 정도를 더 기다려 보고 모두 없었던 일로 하려고 했다. 별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누군가 메시지를 보내와서 내가 핸드폰을 백에서 꺼낼 때 였다.
또각 또각..
서울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을 지나치고 있었다.
나이 구분 없이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곁을 지나가며 구둣소리를 내었지만 나는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을 때 들려온 하이힐 소리만은 이상할 정도로 귀에 거슬렸다.
그래서 무심코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선글라스를 쓴 여성 세 명이 마치 보조를 맞추는 듯한 걸음 걸이로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무슨 FBI 요원들처럼 보였다.
또각 또각..
여자들은 곧바로 우리 쪽으로 다가오면서 이내 걸음을 멈췄다. 우리는 그 여자들과 딱 두 걸음 정도의 거리도 두고 있지 않았다. 볼일이 없다면 이렇게 까지 다가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 유정씨?”
“네?”
“김 유정씨 되시죠?”
“네.”
나는 여자들의 기도에 질려 조건 반사적인 대답을 했다.
세 명의 여자들은 옷 차림부터 체형 까지 비슷해 보였는데 그중 가장 키가 큰 여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습니다. 미스 앤 마스터 의 샐리나 라고 합니다.”
샐리나? 그렇다면 외국 사람?
샐리나 라는 여성은 신기할 정도로 우리말을 잘했다.
나는 곁의 두 명의 여자들도 외국인 인지 궁금했다. 아니 그것보다 선글라스를 벗 었을 때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왜 선글라스를?
현정이는 여자들의 기도에 질려버렸는지 내 뒤쪽에 바짝 붙어 있었다.
나도 겁을 먹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씨~ 왜 이렇게 무섭게 등장하는 거야?
“가시죠. 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샐리나 는 우리를 안내하며 다시 걸었다.
보도 블록에 부딪치며 나는 하이힐 소리가 귓가에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여자들을 보았을 때의 첫 느낌은 두려움 이었다.
나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그녀들의 뒤를 말없이 따랐다.
현정이는 나에게 팔짱을 끼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우씨~ 이러지 마라 나도 무섭다.
서울역 광장을 지나 그녀들은 계속 걸어 한 사잇길로 들어섰다.
주택들이 작게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얼마가지 않아 나는 한 대의 검은 색 세단을 보게 되었다.
모양만 보고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외국 차량일거라는 생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샐리나는 우리를 차량 쪽으로 안내 하더니 갑자기 차문 앞에서 우뚝 멈췄다.
세상에~~벤츠 잖아?
“시작해!!”
우리가 멍한 표정으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샐리나는 두 명의 여자에게 뭐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갑자기 두 명의 여자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기겁해 도망치려고 했지만 곧 그녀들의 손에 붙들리고 말았다.
“왜 이래요? 놔줘요~!!”
여자들은 운동을 했는지 팔 힘이 엄청났다.
나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매 관리를 한 덕에 팔 힘이나 근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녀들의 손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꼼짝없이 한 쪽 팔을 뒤로 꺽인 자세로 샐리나 앞에 서게 되었다.
현정이는 소리를 지르고 난리였지만 처음부터 의도한 일이었는지 주변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일을 어렵게 하지 말아주세요. 그저 눈을 가리려고 하는 것 뿐이니까요.”
샐리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짙은 감청 색 양복 상의 안에서 검은 안대를 꺼내 보였다.
나는 이들이 대체 무엇을 할 건지 벌써부터 겁이나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안대를 착용하시면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 드리죠. 그리고 절대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그쪽이 현정씨죠? 그렇게 강제로 도망치려고 해봤자 그녀들은 특수한 트레이닝으로 몸 관리를 한 터라 소용없을 거 에요. 그냥 여담으로 애기하는 건데 그녀들은 당장에라도 건장한 남자 셋 넷 정도는 쉽게 거꾸러뜨릴 수 있는 무술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부드러웠지만 강하게 들리는 음성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곧 저항을 포기했고 내 팔을 비틀어올렸던 여자도 팔의 힘을 풀며 안대를 상의 주머니 안에서 꺼내 내 눈에 덮어 씌웠다.
“말에 따라 줘서 고마워요. 이제 두 분을 정중히 모시죠.”
차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앞쪽으로 곧장 걷게 되었다.
여자들은 내 머리가 차량의 어느 부분에도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무사히 좌석에 앉히는 일에 성공했다.
내 옆에는 어느새 현정이가 있었다.
“조금 놀랐을 거에요. 하지만 저희 측의 사정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래요. 저희 들은 회원 여러분들이 생각하셨던 것 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비밀 적인 단체 라 모든 면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안대는 클럽에 도착 하는 즉시 벗겨 드릴 테니 조금만 참으세요.”
샐리나는 우리를 안심 시키면서 차를 출발 시켰다.
긴장감으로 인해 몸이 터져 버릴 것 같았지만 이들을 자극하는 행동은 최대한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러니까 무슨 조폭 같은 느낌도 있고 아아아아~~ 무서워.
“언니 괜찮아요?”
“아직은..”
현정이는 나하고는 달리 쉽게 진정했다.
내 손을 잡아주며 내가 최대한 안심하도록 배려해줬다.
차량은 어디로 가는지 도 모르게 한참을 달렸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배가 고프다는 사실은 정말 이해가 불가능했다.
빌어먹게도 꾸르르르륵 하는 소리가 내 배에서 새어나왔다.
“아! 회사에서 퇴근 했을 때 저녁을 드시지 않았을 테니 지금쯤 이면 배가 고프실 만도 하겠군요. 우선 이거라도 드실래요?”
눈을 가린 체로 물건을 받기가 쉽지 않아 나는 그녀의 손을 더듬어 물건의 정체부터 확인했다. 비닐에 쌓여 있는 그것은 샌드위치 같은 느낌이었다.
“호호홋. 이제 안대를 벗어도 좋아요. 거의 다 왔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나는 재 빨리 안대를 벗었다.
샐리나는 내 쪽으로 샌드위치를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내 시선은 샌드위치 보다 차량의 밖으로 고정되었다.
지금쯤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지만 맙소사! 차는 지금 어느 숲 쪽으로 나 있는 소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래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었구만.
“봐도 모르실 거에요. 여기가 어디 쯤인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을 거라는 말이죠. 우리만의 루트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지리를 좀 잘 안다는 회원 분들도 쉽게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답니다.”
그녀의 말대로 였다.
이래서는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조차도 모를 정도였다.
나는 위치를 파악하는 일을 포기하고 그녀가 건네준 샌드위치 와 다이어트 콜라를 받아들었다. 현정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같은 물건을 건네 받았다.
삐리리리리~~
“네 샐리나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동안 샐리나는 한통의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허리를 빳빳히 세웠다.
뭐하는 거지?
“네. 회원 분 들은 무사히 클럽 에 도착 하실 겁니다. 네! 그렇게 하죠.”
무슨 대통령 경호 원 들의 절도 있는 행동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샐리나는 한 통의 전화를 그렇게 무서울 정도로 바른 자세로 받고 나서 플립을 닫자 마자 몸의 힘을 풀었다.
누군데 저럴까?
“한국은 저에게 제 2 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저는 울산에서 삼년 정도 살았었는데 당시 만해도 한국인 들의 정서를 듬뿍 느낄 수 있었죠.”
샐리나는 우리가 긴장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애기를 해줬다.
어느새 차 창 밖은 밤의 기운이 내려와 온통 검게 변해 있었다.
나는 우려 하던 것 보다 이들이 위험한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정씨는 언제부터 S M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네?”
“언제부터 이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냐고요.”
“그러니까 고등학교 다닐 때 쯤이요. 검색 놀이 라는 것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검색 놀이? 어렵지 않다면 그게 뭔지 알려 줄래요?”
샐리나 라는 여자는 완전히 프로였다.
처음에 보았던 무서운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지금은 현정이 와 친구처럼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등에 소름이 다 돋을 정도로 삼백 육십도 변화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런 걸 변신 이라고 하나?
“유정씨.. 아니 제가 그쪽 보다 어리니 유정 언니라고 할 게요. 괜찮겠죠?”
저런 여자에게 언니라는 말을 듣는 것이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성미를 건드리는 일 만큼은 피하고 싶어 나는 마지 못해 답했다.
“네. 그러세요.”
“엑? 언니 라면서 동생에게 존대말을 해요?”
“아. 그런가요?”
“또 그러네?”
“네. 아니 응!”
“호호호홋~! 유정 언니는 이쪽 이 처음이랬죠?”
“네. 아니 응!”
존칭이 마구 헤깔렸다.
나보다 어려보이는 것은 확실 한 것 같은데 도무지 반 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저 기도가 숨을 막히게 했다.
“처음인데 떨리지는 않아?”
“엑? 이제 반말..”
“이게 더 편하지 않아요? 현정씨 하고는 이런식으로 애기 안하나 봐요?”
“그러니까..”
“언니 와 동생 사이면 친구처럼 애기 하는 것이 보통인 줄 알았는데?”
“네.. 아니 응!”
“제가 무서워요?”
“좀 요.”
“호호호호홋~! 괜찮아요. 그냥 동생처럼 편하게 대해요. 그리고 무섭게 할 일도 없으니까 안심하고. 괜히 기분 나쁘잖아? 나 얼마나 부드러운 여자인데?”
퍽이나 부드럽겠다.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 몰라 현정이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현정이도 별로 그녀와 애기를 하고 싶은 표정은 아니었다.
무슨 도살장에 끌려가는 도야지(돼지) 신세도 아니고.
“테트리스 잘 해요?”
“응?”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전자게임이 테트리스 거든요. 그거 잼있죠?”
“네. 응.”
“언니도 할 줄 알아요?”
“할 줄... 알지”
“그럼 지금 한번 해 볼래요?”
“응?”
“휴대용 게임기 가 있거든요”
샐리나 는 차 내부에 달린 수납함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 내 쪽으로 내밀었다.
"휴대용 네오지오 네?“
“네. 한번 해 보세요.”
나 참! 전자 오락 을 이렇게 강제로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전자 오락은 재미있을 려고 하는 건데 나는 지금 무슨 러시안 룰렛(권총에 총알 한발을 장전해서 하는 죽음의 게임) 이라도 하는 기분으로 게임기를 만지고 있었다.
“엑? 이게 뭐야? 언니 두 판 째도 못 깨요? 이거 쉬운데?”
이것아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실력이 발휘 되겠냐?
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잘 못해.”
이러니까 이 년이랑 진짜 형님 동생 사이 된 것 같네?
“이러면 의미가 없겠다. 두 판은 실수로 라도 질 수 없는 수준인데.”
수준 높아 좋겠다 이것아!!
샐리나는 한참 동안 테트리스를 하면서 크게 웃고 떠들었다.
씨~ 우리는 무서워 죽겠는데.. 그렇지 현정아? 현정아? 애 굳었네?
그렇게 샐리나는 테트리스를 하면서 떠들고 나는 지금도 꼼짝 않고 앞 만을 주시하고 있는 두 명의 여자가 무서워 현정이를 끌어안고 있었다.
탁~!
샐리나는 갑자기 게임기를 탁 소리 나게 내려놓더니 다시 몸에 힘을 주었다.
“무슨 일이지?”
샐리나 가 보고 있는 전방에 시선을 맞추자 거대한 대 저택이 시야에 들어왔다.
“세상에~~~”
도저히 이런 곳에 저런 저택을 세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아무리 둘러봐도 산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리 세요 두 분.”
“네?”
“김 유정씨 하고 현정 씨는 차가 멈추는 대로 내리시라고요.”
“네.”
샐리나는 다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하고 운전을 하고 있는 여자에게 손가락을 들어 어느 위치에 차를 세워야 하는지를 말했다.
나는 이제 미스 앤 마스터 라는 클럽 자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무서울 정도로 비밀 적인 어떤 조직이 밑바닥부터 받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우앙 ~~ 이제 나 팔려가는 거 아냐?
<30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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