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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날 - 1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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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90회 작성일 20-01-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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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현정씨가 꿈에 그리던 그런 집이야?”



너무나 감격스럽게도 그 날 그녀는 나를 집에 데리고 가줬다.

그녀의 집을 처음 방문 한 날이었다.

넓은 정원 과 작은 연못, 수영장 까지. 정말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그녀의 집에 압도당해 나는 아무 말 도 못했다.



“부모님은 사 놓은 땅에 집을 짓는다고 인부들을 이미 모으셨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그쪽으로 내려가셔서 이집에는 나뿐이야.”



모든 게 완벽했다.

그녀와 내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도 모자라 우리의 멋들어진 보금자리 까지. 나는 정말 꿈만 같았다.



“딱히 중요한 짐 같은 게 자취방에 있는 건 아니지?”



“그럼요. 전부 낡아 버린 가재도구 들 뿐인데.”



“그렇다면 오늘부터 이곳에서 생활 하는 건 어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기다려왔던 말이었다.

나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말 뿐이라고 해도 한번쯤은 사양할 줄 알았는데”



“히히히..”



나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녀 와 함께 이 멋진 집에서 앞으로 의 생활이라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의 행운은 바라고 싶지도 않았다.

아 하늘이여~~ 감사 합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럼 현정씨 의 세면 도구 정도는 사야 하니까 마트 쪽으로 쇼핑이나 가볼까?”



“좋아요~!!”



나는 그녀에게 팔짱을 끼려고 했지만 보는 사람도 있고 해서 그만 두었다.

주위사람들에게 이상한 광경을 보여서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형 할인 매장이 있었다.



역시 사는 곳이 나와는 완전히 다른 동네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차림새부터 가 남달라 보였다.

그녀와 나는 할인 매장 에 들어가 세면 도구 와 몇 벌의 활동성 좋은 옷을 샀다.

비용은 당연히 내가 대야 했지만 그녀는 극구 자신의 카드로 모든 걸 결제했다.



흐미~ 골드 회원 이었어..



“이제 대충 다 산 것 같은데?”



“네!”



“배고프지?”



“아뇨.”



“거짓말 마 저녁 먹을 때 가 훨씬 지났는데 배고프지 않을 리 없잖아? 식품 매장 쪽에 패스트푸드 뷔페가 있는데 가볼래?”



“패스트푸드 뷔페 요?”



패스트푸드 뷔페 란 분식 뷔페 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다만 떡 볶기 나 어묵 같은 게 있는 게 아니라 쿠키, 나 케잌, 피자 와 치킨 등 일반 패스트 푸드 점 의 메뉴들이 뷔페 형식으로 제공 된다는 점이 달랐다.



소스 선택 도 자유롭고 특히 늘 포장지에 싸여 있던 음식 들이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철판 위에 산처럼 쌓여 먹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와~~ 맛있어 보인다.”



“그치? 나도 얼마나 먹고 싶었는데.”



“그동안 이용해 보신 적이 없으셨던 거 에요?”



“저기 봐. 다들 연인 사이지? 짝 없는 외기러기는 입 닫고 있어야 지 뭐.”



알 것 같았다.

이곳에 오니 모두들 연인 사이로 보이는 젊은 남 녀가 즐겁게 이야기 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꼭 연인 사이 가 아니라고 해도 친구를 데려 오거나 해서 혼자 와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간 그녀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굳이 보지 않아도 이해가 갔다.



“친구를 데려 왔으면 됐잖아요?”



“친구? 얼굴 못 보고 산지 한참 됐다. 서로 시간대가 맞지 않으니 약속 잡기도 힘들고 특히 모두들 아줌마 들이 되 나서 이런 곳에 오기가 창피해. 현정씨는 세련되고 젊었잖아? 그래서 나도 이 참에 용기를 내 볼 수 있었지.”

젊어 보이고 세련됐다?



그녀에게 이런 칭찬의 말을 듣는 것이 정말 꿈만 같았다.



모든 게 좋았다.

오늘 밤에는 그녀를 좀 못살 게 굴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흐흐흐.. 팀장 님 많이 사랑해 줄게요.



내가 평소 좋아하는 것들로만 다섯 접시를 가져다 먹자 배가 빵빵했다.

그녀는 내가 이렇게 식성이 좋을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동그랗게 눈을 뜨면서 놀라워 했다.



“대단하다. 그렇게 먹으면서도 살이 찌지 않다니 부러워.”



“원래 저는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서 요.”



“정말. 그런 말을 잘도 하네. 물만 먹어도 살찌는 사람은 현정씨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울걸?”



“아하하..”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나와 그녀는 인스턴트 커피 한잔 씩을 손에쥐고 할인매장을 나왔다.



아홉시가 좀 넘는 시간이었다.



“졸려요 팀장님..”



나는 일부러 그녀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그녀가 내 목에 손을 얹더니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덜 피곤 할 거야.”



“팀장 님 스포츠 마사지 도 알아요?”



“그냥 책에서 본 것 뿐이야. 잘 몰라.”



그녀의 손길은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의 것 같았다. 손이 닿자마자 피로가 스르르르 풀리는 기분이었다.

훨씬 좋아진 기분이 된 나는 그녀에게서 쇼핑 봉투를 빼앗았다.



“이건 제가 들게요.”



“하지만 현정씨도 손이 자유롭지 않은데?”



“이 정도는 까딱없어요.”



나는 흔쾌히 그녀의 짐을 모두 빼앗아 앞장서서 걸었다.

정말 오늘처럼 기념할 만 한 날이 또 있을까?



지금쯤 나의 바이오리듬은 최고를 향해 달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현정씨 발 걸음이 굉장히 가벼워 보이네?”



“당연하죠. 이제 그 구질 구질 한 방에서 살지 않아도 되는데.”



“많이 답답했었나 봐.”



“아주 싸구려 방이었는데 그나마 없어서 못구할 뻔 했어요. 사실 좀 더 번듯한 방을 구할 수는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그런 환경이 대부분이라 좀 구질 구질 해도 옥상에 있는 지금의 방을 구했던 거죠. 역시 아무도 나를 간섭하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주인 아줌마가 함부로 취사 하지 말라고 하는 것 만 빼고요.”



“맞아 밥도 해 먹기 힘들다고 했지?”



“그나마 레토르트 식품은 렌지에 데우기만 하면 되니까. 주인 아줌마 모르게 해 먹을 수 있거든요. 그런걸 생각하면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 왔는지 신기하기만 해요.”



그녀는 내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역시 이 집은 볼 수록 감탄사가 나오네요.”



그녀의 집은 카드키로 출입문의 개페가 가능했다. 카드키로 출입문의 락을 풀자 집 밖에 설치된 보조 등이 아름답게 반짝여 무슨 성 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밤이면 저렇게 보조등이 켜지는데 들어오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집의 외관을 뽐내주기 위한 구실도 돼.”

나는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정원을 지나 다시 카드키 로 열어야 하는 중간 출입문을 열자 드디어 집의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미국 집의 구조와 유사했다.



이 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먼저 보였고 그 중앙에는 카펫을 깔아 두어 거실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고급 쇼파 가 벽난로 옆쪽으로 놓여 있어 쉬기 편하게 되어 있었고 뒤쪽으로는 꽃병 과 작은 책꽂이가 올려져 있는 티 테이블이 있었다.



“확실히 굉장하네요.”



“뭐 그럴 것 까지야.”



그녀는 여러개의 방을 보여주면서 그 중 한개를 나의 방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내 방은 깔끔한 시트가 덮여 있는 고풍스런 침대와 책상 등이 있는.. 그야 말로 개인 생활 공간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하얀 창가로 내려와 부서지는 달빛이 보기 좋은 그런 방이었다.



이런 곳에 연예인 포스터 같은 것을 붙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방에도 격이라는 게 있으니까.



“여기가 부엌이고 벽 쪽에는 회전식 의 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가끔 칵테일을 즐겨도 좋아.”



“정말 믿어지지 않아요.”



그녀의 집을 보면서 나는 몇 번이나 놀랐다.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훌륭한 집이었다.



“지금은 부모님이 며칠 전에 지방으로 내려가셔서 좀 오래된 느낌의 물건들이 많은데 이제 모두 바꿀 생각이야. 집을 좀 더 화사하게 꾸며보려고.”



“지금이대로 도 좋은데요? 고풍스러워 보여요.”



“의외인데? 나는 현정씨가 좀더 젊은 쪽의 이미지를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 이 공간을 사이버틱하게 꾸며보려고 했는데.”



솔직히 집 분위기 는 어떻든 좋았다.지금 나는 그녀만 곁에 있어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끌었다.



“왜 그래?”



“그만 쉬러 가요. 피곤해요.”



“그럼 현정 씨 방에 들어가 쉬어.”



“팀장님 방도 보여줘요.”



“정말~ 이제 그만 팀장 소리 뺄 수 없어? 어디서든 팀장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그럼 뭐라고 하죠?”



“유정 언니라고 불러. 내가 두 살이나 많으니까.”



“유정 언니?”



언니라고 부르는 순간 나는 아주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왠지 모르게 포근하고 다정한 느낌. 나에게 형제가 없다는 사정이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유정.. 언니.”



“봐 좋잖아? 처음에는 좀 어색해도 금방 익숙해 질 거야.”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내 방과 다를 것이 별로 없었지만 <언제부터 내 방이 됐냐?> 오래된 명곡들을 담은 레코드 판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꽂힌 장식장 과 고급 턴테이블이 있었다.



“팝송 좋아하세요?”



“팝송 보다 교향곡 쪽이 좋아.”



“난 지루하던데.”



우리는 커다란 킹 사이즈 침대 모서리에 걸터 앉아 이런 애기 저런애기를 나누었다.



“현정씨는 언제부터 그런 취향이 생겼어?”



“네?



“왜 괴롭힘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야?”



“아 그거요.”

<20부에서 계속..>



연휴 잘 보내셨나요?

글을 구상하느라 며칠 못 올린점 양해 바랍니다.

좀 더 격이 높은 글을 쓰고자 고민하고 있어요.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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