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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막대 - 현실과 환상 속 ...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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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95회 작성일 20-01-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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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평소처럼 메신저를 통해 메러디스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녀가 이야기를 꺼낸 것은 뜬금없게도 최근 개봉한 형편없는 영화들에 대해 불평하던 와중이었다. 그녀가 펨섭을 소개시켜준다고 했을 때 나는 그녀 자신의 섭을 소개시켜준다는 말로 이해했다. 다시 한번 그녀가 그 펨섭이 누구와도 DS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며 돔을 찾고 있는데 나와 연결시켜주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땐, 그것이 심술궂은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서 세 번째 소개시켜주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그녀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메러디스는 **를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어느 SM 사이트를 통해서 만났다고 말했다. 메러디스는 새로 올라온 소설이나 경험담 등을 읽으러 종종 그곳에 들르곤 했다. 그녀에겐 이미 오랜 펨섭이 있었기에 파트너를 구할 의도는 없었다. 그녀가 ‘펨’돔인 만큼 수많은 멜들의 쪽지가 그녀에게 쏟아져 들어왔지만, SM쪽에서 지낼 만큼 지내본 메러디스는 SM카페, 혹은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무분별한 구인행위에 무심해질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새로 올라온 글을 읽으며 중간중간 날아오는 쪽지를 지우던 그녀는, 무심코 ‘현재접속자 목록’을 쳐다보았는데 특이한-그러나 그녀에게는 익숙한- 이름 하나가 그녀의 눈에 걸렸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그녀가 좋아하는 희곡의 제목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메러디스는 그(‘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긴 이름을 쓰고 있는 사람은 남자 아이콘이었다)에게 말을 걸었다. 메러디스는 자신을 간단히 소개했고 그것으로 둘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즉 **가 남자로 가입한 이유는 끝없이 밀려드는 구인쪽지 때문이었다. 처음에 뭣도 모른 채 가입했다가 혼이 난 그녀는 머리를 써 남자로 가입했고 그 즉시 구인성 쪽지나 메일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메러디스는 펨섭보다는 멜섭을 선호하였고 메러디스도 멜돔 쪽을 더 원하고 있었다. 둘은 대화상대로 남았고, 나와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던 메러디스는 **를 내게 소개시켜 줄 생각을 했다.



-본명이 **인가요?



-네. **에요.



메신저를 통해 **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었을 때 나는 그녀의 이름에 대해 물었다. SM이라는 것은 사회 분위기상 변태들이나 하는 짓으로 알려져 있었던 터라 다들 자신의 신상정보가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자신이 에세머라는 것을 주변인들이 알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했기 때문이다.



-걱정 안 되세요?



-흔한 이름인걸요. 왜요, 제 성향을 여기저기 퍼트리고 다니고 싶으세요? 님 이름은 말씀 안 해줄 건가요?



-전 진우입니다.



당돌한 여자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어렸다. 그녀는 이제 막 21살을 맞이한, 대학교 3학년생이었다. 그녀의 말투는 매우 도전적이고 공격적이었다. 매사를 자신에 차서 수행하는 부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섭으로 두기에는 매우 힘든 타입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로부터 한 달 동안은 서로에 대해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처음이니 만큼 당연히 신중했고, 나 역시도 최근의 실패 덕분에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그녀는 멜돔을, 나는 펨섭을 구하고 있었음에도 서로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 시점까지 우리는 SM이라는, 친구들과도 쉽게 나눌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였을 따름이었다.



그렇지만 이 탐색기를 거치는 동안 그녀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나, 취미생활 등의 정보가 그것들이었는데, 그 중 두 가지 요인이 가장 나의 흥미를 끌었다.



첫째는 그녀의 콤플렉스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대해 상당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사진을 본 나는 그녀의 말에 조금 의아했다. 그녀는 충분히 몸매가 좋았고, 사진 속 노출도도 상당한 편이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은 옷을 가리는 옷보다는 드러내는 옷을 선호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녀가 꺼낸 이야기들 사이에서 그녀의 콤플렉스는 학창 시절의 어떤 일과 연관이 있다는 것까지는 추측해 낼 수 있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녀도 자세히 언급하는 것을 회피하였기에 자세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또 하나의 정보는, 그녀 내부에 담긴 수동성이었다. 그녀는 1학년 때 학년 대표를, 2학년 때는 학교 학생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했었다. 얼핏 보면 매우 외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누군가 요청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시작하지 않았다.



한 달 뒤쯤, 우리가 서로를 어느 정도 파악되었다고 생각한 시점에 우리는 약속을 잡았다. 우리가 만난 장소는 신촌에 있는 어느 칵테일 바에서였다. 저녁 8시 경,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그녀를 기다렸다. 우리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가 남들에게도 들리는 것이 싫었기에 바에 앉지 않고 비교적 구석진 쪽에 앉았다. 한 1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새하얀 금발을 한 채, 빨간 미니스커트에 검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귀에 매달린, 작은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파란색의 커다란 귀걸이는 크게 흔들리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어떤 남자는 자기 애인과 이야기하다 말고 그녀를 보다가, 화가 난 여자친구와 싸우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나는 그녀의 존재감에 순간적이나마 열등감까지 느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칵테일을 주문했다. 나는 마티니를, 그녀는 블랙 러시안을. 첫 만남인지라 약간의 어색함이 감돌았지만, 한 달 가량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칵테일을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자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칵테일 한잔을 금새 다 마시고 한잔을 더 시켰다. 독한 편에 속하는 블랙 러시안을 들이마신 탓인지 그녀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이야기는 처음엔 특별한 주제가 없었다. 그녀의 남자친구 이야기, 학교 이야기, 내 직장 이야기 등등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하고 대답하는, 전형적인 술자리 대화였다. 그녀는 메신저로 대화하며 느꼈던 것 이상으로 영리하고, 말을 잘했다. 그야말로 어디 한 부분 빠질 것 없는 여성이었다.



시간이 1시간을 넘어가고, 취기도 점차 오르자 우리는 섹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녀는 살짝 졸리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자친구랑 하는 섹스는, 별로 느낌이 없어요. 남자친구부터가 섹스를 자주 원하는 타입도 아니고요. 20대가 아닌 것 같아요. 친구들 애인 이야기 들어보면, 다들 너무 하자고 보채서 걱정이라던데.”



“남자친구랑 이야기는 해봤어요?”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면에 반해서 사귄걸요. 내 몸에 반하지 않는 그 성격 때문에요.”



“그래서 다른 남자들과…?”



“성욕이란 게 채워지면 남자친구와의 관계에도 도움이 되고 나도 만족이 되고 서로 좋지 않을까 했어요. 난 내가 예쁜 걸 알아요. 다른 남자랑 자는 건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 일이 아니란 것도요. 근데 안 채워지더라고요.” 그녀는 블랙 러시안을 들이마셨다.



예전에도 들었던 이야기다. 그녀는 다른 남자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녀 내부의 갈망-그녀는 성욕이라고 표현했지만-에 점차 지쳐갔다. 그러다 우연히, SM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저번에도 말씀 드렸죠? 처음에 SM 사진을 보곤 놀랬다구요. 정말이지, SM이라는 것에 대해선 남들이 이야기한 걸 들은 게 전부였거든요. 뭐 변태들이 하는 이상한 짓 정도로요. 그 사진, 내가 처음 본 그 사진은 여자가 밧줄에 기묘한 모양으로 묶여 천장에 매달린 사진이었어요. …정말 잊을 수가 없네요. 그때 그 충격은.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전 SM에 대해 더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상상에서나 은밀히 생각해왔던 그 모든 것들이 있었어요. 야외 노출이, 도그 플레이가, 오줌을 싸는 것이, 체벌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배와 복종’이 있었죠. 그것에 대해 알았을 땐 정말이지, 제가 무엇을 갈망하고 있었던 것인지 단번에 알게 된 것 같았어요. 왜 다른 남자들에게서 충족할 수 없었는지, 모두 알 것 같았어요. 미안해요. 전에 한 이야기를 또 해서.”



그녀는 칵테일로 목을 축이더니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러다 여기까지 왔네요. 진우님같은 에세머도 직접 만나 그 이야기도 하고요.”



나는 잠시 동안 창밖을 보는 듯 생각을 하는 듯 하며, 뜸을 들였다. 이제, 진전을 해야 할 시간이라고 느꼈다.



“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잠시 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서서히 고개를 들며, 특유의 당돌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물론,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여기서 가벼운 플레이를 해보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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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H씬이 없네요. H씬은 다음화를 기대해주세요.

오타지적 및 정당한 비판사항 감사히 받습니다. 기대하시는 바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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