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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렉스 - 1부 2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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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41회 작성일 20-01-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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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는 입술을 떼었다.





"내가 잘동안...무슨 일이 있었지?"







"무슨 일?"







남자는 강희의 질문이 흥미롭게 느껴지는지 눈을 좀더 크게 뜬다. 강희는 부연적설명을 위해 재차 말했다.







"그래.. 대답 여하에 따라서 널 판단하겠어. 니가 어떻게 대답하나 보고 말이지"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







남자는 고개를 잠시 숙였다가 크큭 하고 웃더니 고개를 이내 짓쳐들고선 강희를 마주 봤다.







그의 눈동자는 조금의 변동도 없었고, 아무렇게나 서 있는 듯했지만, 그래 보이지가 않았다.







"니가 자는 동안에, 나는......."







남자가 말하기 시작한 시점에서의 그 당당한 모습을 본 시점에서, 강희는 눈을 감고 그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저 남자의 자세도, 목소리도, 일체의 변화가 담기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기에 오로지 귀만으로, 음성만으로 그를 느끼기로 마음을 정했던 것이다.





녀석의 말은 한동안 이어졌고, 강희는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







...







...







...









...







"....그리고 나서 취미인지라 그림을 그려봤는데....대략 이정도면 만족이 될까?"







"..............."







남자는 말을 마친 후에 싱긋 웃음짓고 있었고, 그걸 들은 여자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하지만 여자에게선 변화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옅게나마 적빛이 아스라히 올라 있었고, 편히 호흡을 해보이려는 듯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불규칙적인 상태였다.







눈을 감은 채 강희는 속으로 남자에 대해서 단 하나로 정리할수 있었다.







"......진짜로......솔직해....."









진실. 진실은 순수와 통한다. 일체의 꾸밈이 없이 남자는 그녀에게 내뱉었다.





그런 목소리로, 그런 신색으로, 그는 자신에게 말해주었다. 자신이 잠든 동안, 그가 한 모든 것을.





그의 말대로라면 그가 자신을 안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희에 상응하는 행위를 그는 자신이 잠든 동안에 행했다.





비록 육체적으로 가장 깊은 결합이 이루어지는 성행위가 행하여지지는 않았을지라도, 정신을 잃은 나체의 여인의 몸에 전희를 했다고 여길 정도의 행위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행위를 그가 한 것이다.





더군다나, 남자는 상세하게 언급해줬다.





어디를 어루만졌는지, 어떻게 해주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구술이 동반된것이다.





강희는 자신의 몸을 어떻게 하였는지에 대한 남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내내 들으면서, 열띈 표정이 될수밖에 없었다.





전혀 창피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앞서는, 넘어서는 것이 있다.





자신은 보통의 성 정체성을 넘어서는 여자. 일반적인 여성과는 지닌 바 육신과 생각의 사고가 다른 그녀이다.





알몸이 보여졌다고 해서 울고 불고 해대는 여자가 아니란 소리다. 하지만...그녀는 다른 데서 놀랐다.





남자는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이렇게 솔직히 말해줄줄은 몰랐다.





어차피 자신은 기억을 못한다. 그가 적당히 얼버무리면 그만이란 얘기다.





다른 남자가 거짓말을 한다면 금방 알아낼 자신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감각을 믿는다.





하지만 이 남자는 다르다. 틀리다. 깊은 바닷속처럼 진실을 내심의 어딘가에 감춰낼 실력을 그는 충분히 소지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말해주었다. 숨기지 않고. 그리고 어정쩡하게 밝힌 것도 아니다.





다 말해줬다. 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자신에게 진실의 목소리를 쏟아낸건진 모르지만.





그의 본심이 어쨌든, 어떤 이유에서 자신의 몸에 그런 행위를 했음인지는 몰라도, 남자 입장에선, 설령 강희가 여기서 그에게 그 어떤 위해를 가한다 하여도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것만 같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강희는 또 속으로 부르짖었다.





"몸이...탐나서 그런 걸 한게 아냐!!"





자신은 나신이다. 전라다.





남자의 의복은 그대로이다. 그대로 입고 있다.





저것을 벗었다가 나중에 도로 입었을까? 자신이 깨기 전에?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는 옷을 벗은 적이 없다. 확실하다.





애무에 상응하는 행위를 자신에게 하였지만, 진심된 심정으로, 그녀에게는 일체의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다른 의미의 흔들림은 있다.





충격이다.





남자에 대한 충격은 만난 시점에서부터 이미 시작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바닥이 안 보여..."





음탕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걸 내면에 어설프게 감추는 수준, 그런 얄팍한 지능플레이 수법을 펼치는 부류 정도가 아니다.





너무나 담백해서...안 보일 뿐이다. 그 끝이....





강희는 눈을 여전히 감은 채,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넌...누구지?"





남자는 낮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되묻는다.





"몇번째로 묻는줄 알아?"





강희는 말없이 기다린다. 대답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남자는 한번 실없이 웃는 듯하다가, 이내 표정이 진지해지면서 눈을 감은 여자를 똑바로 바라본다.





"남자다"





"......합격...."





강희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남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배고파. 라면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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