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의 고백 - 20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20-01-17 14:03본문
여 주인이 가고 영감도 응접실에서 거실로 나가 버렸다.
응접실도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었지만 벽을 향해 앉아
묶여 있는 나는 영감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지 볼 수가 없었다.
방음 장치가 되었는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끔 개 짓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왔다.
극도의 공포 속에서 처절한 후회 속에서 침묵의 시간이 흘러갔다.
주인님과의 달콤했던 시간들이 뇌리에 스쳐갔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니, 주인님에게 마음을 준 나를 원망했다.
여 주인에게 맡겨져 괴로웠던 시간들이 영상처럼 흘러갔다.
왜 그때 뿌리치지 못했던가. 왜 도망치지 못했던가.
그래도 케리와의 시간은 쎅따른 경험이었고 환상적인 순간들이었다.
새끼까지 낳고 싶었으니 말없는 짐승이지만, 마음은 하나였다.
차라리 강아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의문도 불만도 가지지 못하는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하는
강아지였으면 고통도 일순간일 텐데.
생각 없이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는 강아지이고 싶었다.
스피커에서 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늑대 울음처럼 길게 뻗친다.
불현듯 케리가 보고 싶다.
케리가 뛰어 다니며 여 주인과 영감을 물어 죽이고
내 종아리를 핥고 있는 상상을 하니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식사는 했을까. 목욕은 누가 시켜줘야 하는데. 아직 혼자 갇혀 있을까.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의 내 상황을 짐작이라도 하고 있을까.
마음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케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내 몸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상체가 젖혀지고 있었다. 의자 등받이가 넘어지고 있었다.
팔목과 발목이 구속된 내 몸은 따라갈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내 몸이 엎어진 ‘ㄱ" 자 형태가 되었다.
다리가 앞으로 뻗는가 싶더니 옆으로 벌어졌다.
개 짖는 소리가 단발마처럼 들려온다. 케리는 아니었다.
무슨 험악한 사태가 벌어질 것인지 무서웠다.
눈을 감고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애 썼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주문처럼 외웠지만, 별 효험은 없었다.
응접실 문이 열리고 영감이 들어왔다.
영감을 보는 순간, 구세주를 만나듯 반가웠다.
나를 괴롭힐 것이 분명하지만, 침묵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
무엇인가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위안이었다.
영감은 상체를 홀랑 벗고 파자마만 입고 있었다.
칠순이 넘은 영감의 몸이 아니었다.
잘 처먹고 편히 살아서인지 피부도 탱탱하고 근육이었다.
영감은 가죽으로 내 눈을 가렸다. 안대를 씌운 것이다.
“살려 주세요. 잘 못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내 입에서 외마디가 쏟아져 나왔다.
주문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 머리카락이 쭈뼛 쭈뼛 섯다.
“너는 지금부터 나의 노예다. 내 사랑을 먹고 사는 노예다. 알겠느냐?”
영감의 말이 아득하게 들려 왔다.
“예. 주인님.”
나는 다급하게 대답했다. 영감의 말이 이어졌다.
“너는 지금부터 나를 파파라고 불러라. 나는 너를 딸처럼 예뻐해 주고 싶었다.”
“예. 파파. 살려 주세요. 잘 못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내 말은 흐느낌이었다. 영감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너는 나를 벌레처럼 취급했다.”
“예. 파파. 살려 주세요. 잘 못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내가 할 말은 그것뿐 이었다.
영감이 내 입에 막대재갈을 물렸다.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너의 이름은 지금부터 ‘하고잡이’이다. 발정 난 암캐. 하고 싶어 미치는 년이 되어야 한다.”
나는 재갈이 물려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예. 파파. 살려 주세요. 잘 못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입속에서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마음을 비워야했다.
순종만이 살아남을 방법이었다.
살아 있어야 영감 죽으면 5억의 유산도 챙기고
주인님 만나 여주인에게 복수하고 나의 모든 것을 되찾아 올수 있었다.
살기위해 순종을 머릿속에 그렸다.
케리를 생각했다.
내가 해 주는 건 무조건 좋아하고 무슨 일이든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는
케리의 자세를 배워야했다.
“나는 발정 난 암캐입니다. 파파를 위해서 몸과 마음을 바치겠습니다.”
속으로 미친 듯이 외웠다. 점차 마음이 평온을 찾는 것 같았다.
영감의 말이 산신령 소리처럼 내 귓전을 때렸다.
“너는 지금부터 이 집안에서 발가벗고 살아야 한다. 네 몸은 나에 것이기 때문에
내가 주는 것만 착용해야 한다. 내가 주는 것만 먹어야한다. 내가 시키는 것만 해야 한다.
너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어 있어야한다. 박아주세요. 쑤셔 주세요.
하고 싶어요. 만 외워라. 다른 생각을 일체 할 수 없다. 그 생각을 안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때그때 내가 바로 잡아 주겠다.
이 방은 너의 교육실이다. 하루에 한 시간씩 교육이 있을 것이다.
교육 시간에 너는 쉼 없이 ‘하고 싶어요.’를 반복 외쳐야 한다.
그럼 지금부터 한 시간에 걸쳐 교육을 실시하겠다.“
몸에 소름이 끼쳤다. 영감이 재갈을 풀어 주었다.
입이 열리자마자 나는 하고 싶어요.를 반복 외치기 시작했다.
영감은 크게, 작게를 외치며 내 말의 톤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나는 시키는 대로 따라갔고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다.
보지에서 물이 넘실거리며 실룩거리는 것을 느꼈다.
영감의 아니, 파파의 좃 맛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영감의 좃이 보지에 들어오면 참으로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다는 생각도 무섭다는 생각도 없었다. 오직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나는 파파의 암캐로 거듭나고 있었다. 교육이 시작 되지도 않았는데.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