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法王) - 3부 1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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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209회 작성일 20-01-17 14:07본문
꾸준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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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카렌은 촌장의 집 지붕에 올라가 있었다.
유진이 들고 있던 이런 장소에선 말도 안되게 고급스러운 크리스탈 잔에 카렌이 와인을 따랐다.
그러고 보면, 만약 지구였다면 유진은 이쯔음 20세가 되어 술담배를 살수 있게 되는 나이일 것이다. 고3이 되어 10월 말에 여기로 넘어왔으니.
"생각해 보니까 존나게 억울하네."
넘어온 날짜가 지구기준으로 정확히 10월 27일이였다.
한 15일 정도만 더 있으면 수능인 시기인 것이다. 양심이 있어서 탱탱 놀았던 2학년까지 거론하지는 못하겠고, 어쨋든 3학년 내내 헌혈하는 심정으로 공부를 해 놨는데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된 셈.
술담배를 살수 있는 기준은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니까, 여기 온지 2개월이 조금 넘게 지났으니 유진도 이제 청소년 보호법의 보호대상시기는 지난 상태였다. 어디까지나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여하간, 2학년 3학년 때는 한번 입에 대보고 싶어서 참을수가 없던 술이였는데, 이제 옆에서 미인이 따라주기까지 하는데도 왠지 별 감흥이 없었다. 역시 뭐든지 멍석이 깔리면 진이 빠지는 법이다.
이 술도.. 뭐라더라?? 법정력 240년산 플레..?
"기억이 안나네."
어쨋든 카렌이 들고온 아공간 가방에 들어있던 거였다.
아마 가방을 메리가 챙겼을 텐데, 도대체 뭘 얼마나 넣은건지 의문이다.
"그러고 보니, 법궁 떠난지도 2개월인가."
베이오드한테 붙어 있던 시간이다. 슬슬 법궁의 얼굴들이 조금 그리워진다.
유진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베이오드와 하비는 바싹 붙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체로 베이오드가 자신이 떠돌이생활을 할 때 겪었던 이야기들을 주절거리고 있었고, 하비는 가끔 웃음을 터트리는 정도였다.
둘다 눈동자가 흐릿하고 실없는 웃음을 흘려 대는 모습을 보아선 내일 아침이면 다 잊어먹어 버릴 것 같았다.
"다행이군."
"네?"
옆에서 술 시중을 들던 카렌이 되물었지만, 그녀에게 한 말은 아니였다.
사실 베이오드와 하비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린것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었다. 애초 계획보다 너무 많이 어색한 관계로 발전해(?) 버린 탓에 이걸 어떻게 할지 유진도 고민이 많았다. 근데 이 마을의 촌장이 노회한 경험을 살려서 훌륭하게 자신이 할 일을 대신해준 것 같았다. 내일 아침이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오늘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는가.
술은 만능이 아니다. 그건, 지겹도록 알콜이 문제가 되는 지구에서 살아온 유진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진은 술에 대해선 솔찍히 부정적이였다. 많이 마시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고등학생적에도 호기심 정도였지 코가 삐뚤어지게 마신다거나 하는건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 술이 해결책으로 등장할수도 있다는 사실은 유진으로선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일이였다.
아직 그에겐 세상 경험이라는게 부족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신선한 바람이 주인 허락없이 방안까지 들어왔다.
주변을 살피던 바람은 곧 자신의 신경을 끄는 물체를 발견할수 있었다.
그건 분명 두가지의 분리된 개체였다.
하지만, 꼭 하나가 되고 싶기라도 한 듯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람은 심술이 났다.
자신의 몸을 날려 바람은 찰싹 달라붙어 있는 두 개체중 하나에 부딪혔다.
"으음..."
베이오드는 코를 간지르는 산들바람에 희미하게 눈을 떴다.
가장 먼저 깨달은건 머리가 지독하게 아프다는 것이였다.
생전 처음으로 마신 술이, 강한 주독(酒毒)세력을 형성해서 그의 뇌를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뇌는 공격당함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그의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해석해서 그가 인지의 작업을 무리없이 수용할수 있게 해 주었다.
그의 가슴에는 묵직한게 올려져 있었다. 붉은 것이였다. 살랑거리며 바람에 휘날리기도 했다. 정확히 그건 머리카락이였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있으면 당연히 머리도 있기 마련이다. 머릿가죽을 벗긴다거나 하는 끔찍한 상상을 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자신은 알몸이였다. 자신의 가슴 위에 얹어져 있는 머리카락의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으아아아악!!!!"
베이오드가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침대의 가장자리로 물러났다. 그 순간에도 이불 끝자락을 잡아 하반신을 가리는건 잊지 않고서.
"우응~"
갑자기 머리를 받치던 단단한 것이 사라지고, 침대 위로 머리를 떨구게 된 하비가 부스스하게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귀, 귀여워..!"
순간 베이오드는 주책없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이불이 내려가며 그녀의 앙증맞은 가슴이 드러났다.
직접적인 장면을 보니, 희미하나마 어젯밤의 일이 머릿속에 차근차근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 열정적이고(?) 적극적..(??)"
하지만 정리할 시간은 없었다.
그녀가 곧 인지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꺄아아아악!!!!!"
하비는 베이오드가 물러난 가장자리의 반대쪽 가장자리로 도망쳤다.
도망친 하비의 얼굴은 새빨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빨개질것도 없는 얼굴이 더 빨개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베이오드와 똑같은 사고과정을 거치는 것이리라.
둘 사이에선 이상한 기류가 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였다
"..픗..프하...하..하하하..."
베이오드가 얼빠진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참을수가 없다.
얼굴이 빨개져서 살금 살금 눈치를 보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현재 모습이 투영되자 웃지 않을수 없었다.
그건 하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멍하니 있는 시간은 잠시, 곧 따라 웃기 시작했다.
한쌍 남녀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래딕 마을의 촌장집에서 울려 퍼졌다.
"이게 원인이였어요."
하비가 내민 완드를 본 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뭔가 아시는게 있으신가요?"
이어진 질문에 촌장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는 것입니다만, 보기에도 신기한 물건 같습니다.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신관님?"
"...우선은 신전에서 보관하기로 하겠습니다. 불의 정령이 좋아하는 기운을 내뿜고 있어서 또 이런 사건을 일으킬지도 모르니까요."
하비는 완드를 품 속에 챙겨 넣었다.
베이오드와 하비는 환송을 받으며 래딕 마을에서 떠났다.
이제 신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사이 또 다른 신탁의 해석이 완료되었을지도 모르고, 이 완드도 조사해 봐야 했다.
래딕 산에서 내려오면서 하비와 베이오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비는 베이오드에게 그녀가 가진 의문점을 말했다.
"이상해요. 비록 이 완드가 불의 정령과 친숙한 기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결코 불의 정령이 그렇게 많이 모일 만큼 강한 기운은 아니에요. 다른 무언가가 이번 사건에 개입되어있는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하비는 완드를 꺼내 자세하게 관찰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 같았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였다.
베이오드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요."
6일 만이였다. 원래라면 일주일마다 만났으니, 비록 이런 외진 래딕 마을까지 왔다지만 만나는 주기는 더 빨라진 셈으였으므로 그의 말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 일주일간은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워낙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 녹색 로브의 사내는 언제나처럼 베이오드가 올려다 봐야 하는 자리에 서 있었다. 이번엔 나무 위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쌀쌀맞아 보이는 회색 머리카락의 미녀, 카렌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여기까지 당신이 무슨 일이지?"
베이오드는 약간 반항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자신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훤하게 알고 있는듯한 그 사내가 결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지 마시죠. 하핫."
그가 번개의 지팡이를 들지 않은 왼손을 들어 저으며 웃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베이오드로서는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게 어느정도 감사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베이오드는 물론 유진조차 미처 감안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누구지?"
갑자기 나타나서 베이오드와 대화하는 사내, 그리고 그 옆의 여자.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것 같은 얼굴이였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인상착의를 머릿속에 제대로 새겨넣기도 전에 기절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마법사인 하비는 머리가 굉장히 좋은 편이였다.
그리고 금새 기억해낼수 있었다.
"아앗!! 그때 그 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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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카렌은 촌장의 집 지붕에 올라가 있었다.
유진이 들고 있던 이런 장소에선 말도 안되게 고급스러운 크리스탈 잔에 카렌이 와인을 따랐다.
그러고 보면, 만약 지구였다면 유진은 이쯔음 20세가 되어 술담배를 살수 있게 되는 나이일 것이다. 고3이 되어 10월 말에 여기로 넘어왔으니.
"생각해 보니까 존나게 억울하네."
넘어온 날짜가 지구기준으로 정확히 10월 27일이였다.
한 15일 정도만 더 있으면 수능인 시기인 것이다. 양심이 있어서 탱탱 놀았던 2학년까지 거론하지는 못하겠고, 어쨋든 3학년 내내 헌혈하는 심정으로 공부를 해 놨는데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된 셈.
술담배를 살수 있는 기준은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니까, 여기 온지 2개월이 조금 넘게 지났으니 유진도 이제 청소년 보호법의 보호대상시기는 지난 상태였다. 어디까지나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여하간, 2학년 3학년 때는 한번 입에 대보고 싶어서 참을수가 없던 술이였는데, 이제 옆에서 미인이 따라주기까지 하는데도 왠지 별 감흥이 없었다. 역시 뭐든지 멍석이 깔리면 진이 빠지는 법이다.
이 술도.. 뭐라더라?? 법정력 240년산 플레..?
"기억이 안나네."
어쨋든 카렌이 들고온 아공간 가방에 들어있던 거였다.
아마 가방을 메리가 챙겼을 텐데, 도대체 뭘 얼마나 넣은건지 의문이다.
"그러고 보니, 법궁 떠난지도 2개월인가."
베이오드한테 붙어 있던 시간이다. 슬슬 법궁의 얼굴들이 조금 그리워진다.
유진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베이오드와 하비는 바싹 붙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체로 베이오드가 자신이 떠돌이생활을 할 때 겪었던 이야기들을 주절거리고 있었고, 하비는 가끔 웃음을 터트리는 정도였다.
둘다 눈동자가 흐릿하고 실없는 웃음을 흘려 대는 모습을 보아선 내일 아침이면 다 잊어먹어 버릴 것 같았다.
"다행이군."
"네?"
옆에서 술 시중을 들던 카렌이 되물었지만, 그녀에게 한 말은 아니였다.
사실 베이오드와 하비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린것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었다. 애초 계획보다 너무 많이 어색한 관계로 발전해(?) 버린 탓에 이걸 어떻게 할지 유진도 고민이 많았다. 근데 이 마을의 촌장이 노회한 경험을 살려서 훌륭하게 자신이 할 일을 대신해준 것 같았다. 내일 아침이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오늘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는가.
술은 만능이 아니다. 그건, 지겹도록 알콜이 문제가 되는 지구에서 살아온 유진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진은 술에 대해선 솔찍히 부정적이였다. 많이 마시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고등학생적에도 호기심 정도였지 코가 삐뚤어지게 마신다거나 하는건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 술이 해결책으로 등장할수도 있다는 사실은 유진으로선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일이였다.
아직 그에겐 세상 경험이라는게 부족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신선한 바람이 주인 허락없이 방안까지 들어왔다.
주변을 살피던 바람은 곧 자신의 신경을 끄는 물체를 발견할수 있었다.
그건 분명 두가지의 분리된 개체였다.
하지만, 꼭 하나가 되고 싶기라도 한 듯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람은 심술이 났다.
자신의 몸을 날려 바람은 찰싹 달라붙어 있는 두 개체중 하나에 부딪혔다.
"으음..."
베이오드는 코를 간지르는 산들바람에 희미하게 눈을 떴다.
가장 먼저 깨달은건 머리가 지독하게 아프다는 것이였다.
생전 처음으로 마신 술이, 강한 주독(酒毒)세력을 형성해서 그의 뇌를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뇌는 공격당함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그의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해석해서 그가 인지의 작업을 무리없이 수용할수 있게 해 주었다.
그의 가슴에는 묵직한게 올려져 있었다. 붉은 것이였다. 살랑거리며 바람에 휘날리기도 했다. 정확히 그건 머리카락이였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있으면 당연히 머리도 있기 마련이다. 머릿가죽을 벗긴다거나 하는 끔찍한 상상을 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자신은 알몸이였다. 자신의 가슴 위에 얹어져 있는 머리카락의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으아아아악!!!!"
베이오드가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침대의 가장자리로 물러났다. 그 순간에도 이불 끝자락을 잡아 하반신을 가리는건 잊지 않고서.
"우응~"
갑자기 머리를 받치던 단단한 것이 사라지고, 침대 위로 머리를 떨구게 된 하비가 부스스하게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귀, 귀여워..!"
순간 베이오드는 주책없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이불이 내려가며 그녀의 앙증맞은 가슴이 드러났다.
직접적인 장면을 보니, 희미하나마 어젯밤의 일이 머릿속에 차근차근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 열정적이고(?) 적극적..(??)"
하지만 정리할 시간은 없었다.
그녀가 곧 인지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꺄아아아악!!!!!"
하비는 베이오드가 물러난 가장자리의 반대쪽 가장자리로 도망쳤다.
도망친 하비의 얼굴은 새빨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빨개질것도 없는 얼굴이 더 빨개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베이오드와 똑같은 사고과정을 거치는 것이리라.
둘 사이에선 이상한 기류가 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였다
"..픗..프하...하..하하하..."
베이오드가 얼빠진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참을수가 없다.
얼굴이 빨개져서 살금 살금 눈치를 보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현재 모습이 투영되자 웃지 않을수 없었다.
그건 하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멍하니 있는 시간은 잠시, 곧 따라 웃기 시작했다.
한쌍 남녀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래딕 마을의 촌장집에서 울려 퍼졌다.
"이게 원인이였어요."
하비가 내민 완드를 본 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뭔가 아시는게 있으신가요?"
이어진 질문에 촌장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는 것입니다만, 보기에도 신기한 물건 같습니다.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신관님?"
"...우선은 신전에서 보관하기로 하겠습니다. 불의 정령이 좋아하는 기운을 내뿜고 있어서 또 이런 사건을 일으킬지도 모르니까요."
하비는 완드를 품 속에 챙겨 넣었다.
베이오드와 하비는 환송을 받으며 래딕 마을에서 떠났다.
이제 신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사이 또 다른 신탁의 해석이 완료되었을지도 모르고, 이 완드도 조사해 봐야 했다.
래딕 산에서 내려오면서 하비와 베이오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비는 베이오드에게 그녀가 가진 의문점을 말했다.
"이상해요. 비록 이 완드가 불의 정령과 친숙한 기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결코 불의 정령이 그렇게 많이 모일 만큼 강한 기운은 아니에요. 다른 무언가가 이번 사건에 개입되어있는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하비는 완드를 꺼내 자세하게 관찰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 같았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였다.
베이오드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요."
6일 만이였다. 원래라면 일주일마다 만났으니, 비록 이런 외진 래딕 마을까지 왔다지만 만나는 주기는 더 빨라진 셈으였으므로 그의 말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 일주일간은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워낙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 녹색 로브의 사내는 언제나처럼 베이오드가 올려다 봐야 하는 자리에 서 있었다. 이번엔 나무 위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쌀쌀맞아 보이는 회색 머리카락의 미녀, 카렌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여기까지 당신이 무슨 일이지?"
베이오드는 약간 반항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자신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훤하게 알고 있는듯한 그 사내가 결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지 마시죠. 하핫."
그가 번개의 지팡이를 들지 않은 왼손을 들어 저으며 웃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베이오드로서는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게 어느정도 감사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베이오드는 물론 유진조차 미처 감안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누구지?"
갑자기 나타나서 베이오드와 대화하는 사내, 그리고 그 옆의 여자.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것 같은 얼굴이였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인상착의를 머릿속에 제대로 새겨넣기도 전에 기절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마법사인 하비는 머리가 굉장히 좋은 편이였다.
그리고 금새 기억해낼수 있었다.
"아앗!! 그때 그 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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