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여자친구_SM - 1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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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449회 작성일 20-01-17 14:26본문
1.
바람이 너무 차다.
하지만 한 시간 반 뒤에는 신림에서 ‘winwinboy’를 만나기로 했다.
아니. 이제는 한 시간밖에 안 남았다. 채팅을 끄자마자 준비했어야 하는 건데…….
멍하니 앉아 있었을 뿐인데 벌써 삼십분이 훌쩍 갔다.
J는 서둘러 화장솜을 집는다. 스킨은 얼굴의 먼지를 닦아내는 기분으로 발라야 한다.
티트리가 들어간 스킨 냄새는 언제 맡아도 좋지 않다.
십 분도 안 되어, 화장은 대충 마쳤다.
대신 약을 먹는 건 잊어선 안 된다. J는 미리 따라놓은 컵의 물로 알약을 삼켰다.
이제는 거의 다나았지만, 질염은 계속 재발하고 있다. J는 대체 왜 이렇게 자꾸
이런 병에 걸리느냐는 질문에 순간 짧은 침묵으로 답하던 산부인과 의사를 떠올린다.
이후, 스트레스라느니 과로라느니, 비데의 사용으로 염증이 자꾸 날 수 있다느니 하는
소리를 뱉는 메마른 입술도 떠올린다. 알고 있어. J는 중얼거렸다.
의사는 분명 다 알고 있어. 내가 매달마다 남자를 바꿔 가면서 섹스 하는 걸 말이야.
하지만 J는 그 남자 의사가 좋았다. 내진용 의자에서 살진 엉덩이를 죽 내밀고
앉았을 때의 그 기분. 여자 의사에게서는 느낄 수 없다.
‘winwinboy’를 만나서 하루 즐겁게 노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고 J는 생각했다.
2.
신림에는 칸막이가 있는 카페가 있어서 좋다. 오붓하게 마주앉은 ‘winwinboy’는,
중간 키에 마른 남자였다. 29살에 K그룹 직원이라는데,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도리는 없다.
그저 보기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 될 것 같다. J가 요구한대로 말쑥한
넥타이까지 맨 정장 차림이다. J는 그런 걸 좋아했다. 단정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당하는 것.
그런데…… 정말 마르긴 말랐네. J는 언뜻 이 남자가 자신보다 몸무게가 가볍지
않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바지 사이즈는 더 작겠군.
“마르셨네요.”
짧은 만남에서 예의는 차릴 필요 없다고 J는 생각한다. ‘다음’이란 게 없으니까.
“네. J씨는 좀 통통하신 편인데요. 그리고 말했듯이 전 통통한 편이 좋…….”
“그냥 뚱뚱하다고 하세요.”
“그 정도까진…….”
그 정도지 뭘 그래. 최근엔 몸무게를 잰 적 없지만 족히 60kg는 나갈 터였다.
J는 컵 바닥에 깔린 레모네이드를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빨아올렸다.
“가요.”
3.
“뭐라고 부르면 돼요?”
넥타이를 풀며 남자가 대답했다.
“J씨는 본명이에요?”
“네.”
“N라고 불러요.”
“본명?”
남자가 살짝 웃었다. J는 그걸 No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자신을 N라고 불러달라는 야윈 남자는 이제 벨트를 풀고 있다.
J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런 남자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속옷 차림이 된 N가 그런 J에게 다가온다. J는 팔을 벌렸다. 벗겨달라는 뜻이다.
스스로 벗는 게 빠르지만 J는 늘 이렇게 해 왔다. 여자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고,
브래지어 훅을 풀고, 팬티를 벗기는 남자의 동작에서 남자의 숙련도(?)를 체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남자는 영 꽝이다. 단추를 너무
서툴게 푼다. 마른 몸에 비해 커다란 손이 조그마한 자개 단추를 한참이나
꼼지락꼼지락 만지고 있다.
“그냥 제가 할까요?”
“아뇨…… 잠시만…….”
이러다 백 년 걸리겠다. J는 잠시 딴 생각에 빠진다. 지난 번에 만났던 그 덩치
큰 남자는 브래지어 훅을 한 손으로 벗겼지. 조루만 아니었으면 수신거부는
안 했을 텐데. J는 조루가 싫었다. 막 흥이 나려는 찰나 제 좋은 것만 챙겨서
떨어져나가는 시원찮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졌던 J는 돌연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 새 브래지어가 풀려 나간 것이다. N는 가볍게 J를 밀어 침대 위에 눕힌다.
이제 몸을 가린 것은 팬티 한 장뿐이다.
“괜찮죠?”
J는 짐짓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충분히 달아오르지 않은 듯,
미지근한 N의 입술이 J의 목을 스쳤다. 그렇게 목을 핥아대던 N의 혀가
가슴으로 내려왔을 때, J는 자신의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물이 많은 J는 그렇게 작은 자극에도 잘 젖곤 했다. N는 J의 유두를 사탕처럼
입 속에서 집요하게 굴린다. 반짝. J는 몸 속 신호등에 녹색 불이 들어온 것을 느꼈다.
이제는 정신 없이 달릴 일만 남았다.
J는 어느 새 알몸이 되어 있다. 검은 숲 속 깊은 곳에 잠겨 있는 J의 꽃잎을
어루만지며 N가 감탄한다. 손을 떼자 투명하고 걸쭉한 액체가 죽 따라 늘어진다.
N는 보짓물이 잔뜩 묻은 손으로 유두를 문지른다. 미끌대며 번들대는 유두.
J는 희미한 신음 소리를 냈다. 낯선 남자. 낯선 모텔방. 모든 것이 J를 흥분시킨다.
J는 N의 손을 끌어 자신의 입에 넣는다. 그리고 자신의 보짓물이 흠뻑 묻은
손가락을 맛있게 빨기 시작했다.
츕츕, 하는 소리에 N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J는 입에서 N의 손가락을
뱉어내곤 양손으로 자신의 보지를 활짝 벌렸다.
번들대는 분홍색 속살이 희미하게 움찔댄다.
“여기, 박아줘요.”
J의 말에 N는 여태 벗지 않고 있었던 팬티를 벗어 던진다.
진작 텐트를 치고 대기 중이었던 자지가 불쑥 나타났다. 훌렁 벗겨진 귀두에
약간 왼쪽으로 휜 큼지막한 자지다. J는 가볍게 할딱대며 보지를 더욱 활짝 벌렸다.
“빨리…….”
N는 J의 비대한, 그리고 눈부시게 하얀 허벅지를 양 손으로 잡아 눌렀다.
안 그래도 벌어져 있던 J의 허벅지가 옆으로 더 벌어진다. 놀랄 정도로 유연하다.
N는 자신을 환영하든 벌어진 J의 보지 속으로 자신의 자지를 밀어 넣었다.
쑤욱, 소리도 없이 J의 보지는 자지를 삼켰다.
“으음…….”
J의 보지 속은 놀랄 정도로 따듯하고 미끌거렸다. 부드럽게 감겨 드는 찰진 느낌.
‘쫄깃하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 터였다. N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번들대는 자지가 반쯤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보지 속으로 빨려 들어 갔다를 반복한다.
J의 교성이 점점 더 높아진다. N는 눈을 가늘게 뜬 채 J의 몸 속을 계속 헤집었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깊이, 그리고 얕게…….
뜨거운 땀방울이 J의 몸 위로 뚝뚝 떨어졌다. 바로 그 때였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N가 눈치챈 것은.
J는 땀을 흘리고 있지 않고 있었다. N는 서둘러 J의 몸을 더듬었다.
N의 생각대로였다. 이마나 가슴 위로 송송 돋아나야 할 땀이 보이질 않았다.
오르가즘을 느끼려면 당연히 땀이 나야 한다. N는 잠시 고민했다.
사실, 이대로 자신만 절정을 맞고 모른 척 해도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이대로 끝내는 게 맞는 걸까.
문득 계속해서 끊기지 않고 울리는 J의 요염한 교성이 거슬린다.
“신음소리 그만 내요.”
“……왜……”
“연기 그만 하라고요.”
N는 거칠게 자지를 J의 몸 속에서 뽑아냈다.
“하나도 흥분되지 않으면서 왜 그런 소리를 내고 그래요?”
J는 당황했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곧 볼멘소리를 뱉었다.
“기분 좋았다니까요! 갑자기 왜 이래요?”
“느끼는 여자가 어떻게 땀 한 방울 안 흘려요?”
“…그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잖아요.”
“전혀 안 흘리진 않아요. 어찌 됐건.”
J는 그제서야 N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위로 치켜 올라간
눈썹에 눈꼬리가 긴 눈. 평범했지만 약간 날카로운 인상이다.
유난히 하얀 이마는 찌푸려져 있다. 마른 듯한 팔다리는 단단해 보였고
희미하게 힘줄도 튀어나와 있었다. 그저 야윈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상당히 단련된 몸이다. 상대의 눈이 자신의 몸을 훑는 것을 느꼈는지,
N가 좀 예민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내가 맘에 안 들어서 그래요? 그럼 아까 말하지…….”
“그건 아니에요.”
사실은 맘에 들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어. J는 말을 삼켰다.
그냥 눈에 크게 거슬리지만 않으면, 한 두 달에 한번쯤은 이런저런
남자들에게 안겨왔던 터였다. 그럴 거면 차라리 남자친구를 사귀는
게 낫지 싶다가도, 호되게 배신당하거나 반대로 자신은 아직 사랑한다면서
매달리는 남자를 차버려야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면 모든 게 다 귀찮았다.
깊은 인간관계는 힘들다. 하지만 혼자선 외롭다. 그럼 역시 원나잇 밖에 남는 게 없었다.
“전 원래 이래요.”
“원래 이렇다고요? 못 느껴요?”
“못 느끼는 건 아니에요. 기분은 좋아요.”
N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못 느끼는 건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보짓물을 잔뜩 쏟아낸다. 그런데도 제대로
흥분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N는 J를 눕혀 놓고는 유두니 보지니 여기저기 만지고 잡아당기며
J의 몸을 연구(?)했다. J는 N의 손길에 휘말려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N은 J가 유두를 부드럽게 문지를 때보다는 거칠게 잡아당길 때,
클리토리스를 가볍게 터치할 때보다는 손바닥 전체로 뭉갤 때 더 크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았다.
유레카! 하지만 이걸 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N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심정이 되어 찰싹, 하고 J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아앗!”
비명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뱉으며 J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아파요?”
“아, 아파요! 왜…….”
찰싹, 찰싹.
“아직도 아파요?”
“당연히 아프죠…….”
아까보다 수그러든 목소리에 N은 확신을 얻었다. 이 여자…….
찰싹, 찰싹, 찰싹, 찰싹.
“흐…흐흡……”
이제는 아무래도 비명소리가 아니었다. N은 손을 멈췄다.
“이런 식으로 맞아 본 적 있어요?”
J는 자꾸 떨려오는 몸을 추스르며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화끈거리고 얼얼한 엉덩이.
그런데도, 몸은 자꾸만 뜨거워져만 간다. 가늘게 떨며, J는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조, 조금만…….”
“조금만, 뭐죠?”
“조금만 더 때려주시면 안 될까요?”
N은 눈을 바닥으로 떨궜다. 줄곧 J의 엉덩이를 때리던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 잡으며, 그는 조용히 말했다.
“안 돼요.”
“왜요?”
“이젠 이런 거 안 하기로 했어요.”
이번에는 J가 놀랐다.
“원래 이런 거 하고 그랬어요? 막 때리고, 음, 못살게 굴고…….”
“SM이라고 해요. 이런 걸.”
J는 소리 없이 침을 삼켰다.
“얼마나 오래 했어요?”
“5년 정도.”
“그럼 24살 때부터?”
“아니. 30살 때부터죠. 나, 사실 35살이에요.”
N이 웃었다. 멋쩍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는 투였다.
“그렇게 안 보이죠?”
J는 다시 한번 N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과연 동안이긴 동안이었다.
35살이 아니라 25살이라고 해도 믿을 얼굴이다.
좀 늙어 뵈는 25살이라는 소린 듣겠지만 말이다.
“네. 근데 왜 거짓말했어요?”
“나이가 너무 많으면 안 만나 줄 까봐.”
“이름은 진짜 N이에요?”
“네.”
“진짜?”
“왜, 아닌 것 같아요?”
J는 N이 자신의 이름을 말해줄 때 머뭇거리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십중팔구 거짓말인 것 같았지만, 뭐 어떠랴 싶어 J는 그냥 알겠다고, 믿는다고만 했다.
J가 알고 싶은 건 사실 N의 본명 따위가 아니었다.
“저 이거 계속 해주면 안 돼요?”
“이거?”
“SM요.”
“음.”
N은 잠시 침묵했다.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N은 이 취향 때문에 4년이 넘게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 터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플파(플레이 파트너)였던 것이 사랑으로 발전했고,
사귀게 되면서 여자친구가 되고- 그리고 그녀는 처음 나타났던 것처럼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학대하는 남자친구를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어불성설이다. 처음에는 바로 그것 때문에 날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 와선…….
“싫어요?”
“…….”
“흐음, 역시 싫구나.”
“…네? 뭐라고 했죠?”
“아까부터 말하고 있잖아요. 이거 해달라고요.”
N의 눈이 둥그렇고 하얀 J의 가슴으로 향했다. 통통하니 살집이 있는
배와 풍만한 허벅지, 미끈한 종아리……. 본인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육감적이고 흥분되는 몸이었다.
뭐. 괜찮겠지.
사랑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좋아요.”
저 몸을 마음껏 탐할 수 있게 된다. 그것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방식으로.
N의 입술 끝이 말려 올라갔다. 미**고 부르기에는 너무 음침했지만, N의 목소리는 밝았다.
“정말 좋아요.”
바람이 너무 차다.
하지만 한 시간 반 뒤에는 신림에서 ‘winwinboy’를 만나기로 했다.
아니. 이제는 한 시간밖에 안 남았다. 채팅을 끄자마자 준비했어야 하는 건데…….
멍하니 앉아 있었을 뿐인데 벌써 삼십분이 훌쩍 갔다.
J는 서둘러 화장솜을 집는다. 스킨은 얼굴의 먼지를 닦아내는 기분으로 발라야 한다.
티트리가 들어간 스킨 냄새는 언제 맡아도 좋지 않다.
십 분도 안 되어, 화장은 대충 마쳤다.
대신 약을 먹는 건 잊어선 안 된다. J는 미리 따라놓은 컵의 물로 알약을 삼켰다.
이제는 거의 다나았지만, 질염은 계속 재발하고 있다. J는 대체 왜 이렇게 자꾸
이런 병에 걸리느냐는 질문에 순간 짧은 침묵으로 답하던 산부인과 의사를 떠올린다.
이후, 스트레스라느니 과로라느니, 비데의 사용으로 염증이 자꾸 날 수 있다느니 하는
소리를 뱉는 메마른 입술도 떠올린다. 알고 있어. J는 중얼거렸다.
의사는 분명 다 알고 있어. 내가 매달마다 남자를 바꿔 가면서 섹스 하는 걸 말이야.
하지만 J는 그 남자 의사가 좋았다. 내진용 의자에서 살진 엉덩이를 죽 내밀고
앉았을 때의 그 기분. 여자 의사에게서는 느낄 수 없다.
‘winwinboy’를 만나서 하루 즐겁게 노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고 J는 생각했다.
2.
신림에는 칸막이가 있는 카페가 있어서 좋다. 오붓하게 마주앉은 ‘winwinboy’는,
중간 키에 마른 남자였다. 29살에 K그룹 직원이라는데,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도리는 없다.
그저 보기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 될 것 같다. J가 요구한대로 말쑥한
넥타이까지 맨 정장 차림이다. J는 그런 걸 좋아했다. 단정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당하는 것.
그런데…… 정말 마르긴 말랐네. J는 언뜻 이 남자가 자신보다 몸무게가 가볍지
않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바지 사이즈는 더 작겠군.
“마르셨네요.”
짧은 만남에서 예의는 차릴 필요 없다고 J는 생각한다. ‘다음’이란 게 없으니까.
“네. J씨는 좀 통통하신 편인데요. 그리고 말했듯이 전 통통한 편이 좋…….”
“그냥 뚱뚱하다고 하세요.”
“그 정도까진…….”
그 정도지 뭘 그래. 최근엔 몸무게를 잰 적 없지만 족히 60kg는 나갈 터였다.
J는 컵 바닥에 깔린 레모네이드를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빨아올렸다.
“가요.”
3.
“뭐라고 부르면 돼요?”
넥타이를 풀며 남자가 대답했다.
“J씨는 본명이에요?”
“네.”
“N라고 불러요.”
“본명?”
남자가 살짝 웃었다. J는 그걸 No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자신을 N라고 불러달라는 야윈 남자는 이제 벨트를 풀고 있다.
J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런 남자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속옷 차림이 된 N가 그런 J에게 다가온다. J는 팔을 벌렸다. 벗겨달라는 뜻이다.
스스로 벗는 게 빠르지만 J는 늘 이렇게 해 왔다. 여자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고,
브래지어 훅을 풀고, 팬티를 벗기는 남자의 동작에서 남자의 숙련도(?)를 체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남자는 영 꽝이다. 단추를 너무
서툴게 푼다. 마른 몸에 비해 커다란 손이 조그마한 자개 단추를 한참이나
꼼지락꼼지락 만지고 있다.
“그냥 제가 할까요?”
“아뇨…… 잠시만…….”
이러다 백 년 걸리겠다. J는 잠시 딴 생각에 빠진다. 지난 번에 만났던 그 덩치
큰 남자는 브래지어 훅을 한 손으로 벗겼지. 조루만 아니었으면 수신거부는
안 했을 텐데. J는 조루가 싫었다. 막 흥이 나려는 찰나 제 좋은 것만 챙겨서
떨어져나가는 시원찮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졌던 J는 돌연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 새 브래지어가 풀려 나간 것이다. N는 가볍게 J를 밀어 침대 위에 눕힌다.
이제 몸을 가린 것은 팬티 한 장뿐이다.
“괜찮죠?”
J는 짐짓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충분히 달아오르지 않은 듯,
미지근한 N의 입술이 J의 목을 스쳤다. 그렇게 목을 핥아대던 N의 혀가
가슴으로 내려왔을 때, J는 자신의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물이 많은 J는 그렇게 작은 자극에도 잘 젖곤 했다. N는 J의 유두를 사탕처럼
입 속에서 집요하게 굴린다. 반짝. J는 몸 속 신호등에 녹색 불이 들어온 것을 느꼈다.
이제는 정신 없이 달릴 일만 남았다.
J는 어느 새 알몸이 되어 있다. 검은 숲 속 깊은 곳에 잠겨 있는 J의 꽃잎을
어루만지며 N가 감탄한다. 손을 떼자 투명하고 걸쭉한 액체가 죽 따라 늘어진다.
N는 보짓물이 잔뜩 묻은 손으로 유두를 문지른다. 미끌대며 번들대는 유두.
J는 희미한 신음 소리를 냈다. 낯선 남자. 낯선 모텔방. 모든 것이 J를 흥분시킨다.
J는 N의 손을 끌어 자신의 입에 넣는다. 그리고 자신의 보짓물이 흠뻑 묻은
손가락을 맛있게 빨기 시작했다.
츕츕, 하는 소리에 N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J는 입에서 N의 손가락을
뱉어내곤 양손으로 자신의 보지를 활짝 벌렸다.
번들대는 분홍색 속살이 희미하게 움찔댄다.
“여기, 박아줘요.”
J의 말에 N는 여태 벗지 않고 있었던 팬티를 벗어 던진다.
진작 텐트를 치고 대기 중이었던 자지가 불쑥 나타났다. 훌렁 벗겨진 귀두에
약간 왼쪽으로 휜 큼지막한 자지다. J는 가볍게 할딱대며 보지를 더욱 활짝 벌렸다.
“빨리…….”
N는 J의 비대한, 그리고 눈부시게 하얀 허벅지를 양 손으로 잡아 눌렀다.
안 그래도 벌어져 있던 J의 허벅지가 옆으로 더 벌어진다. 놀랄 정도로 유연하다.
N는 자신을 환영하든 벌어진 J의 보지 속으로 자신의 자지를 밀어 넣었다.
쑤욱, 소리도 없이 J의 보지는 자지를 삼켰다.
“으음…….”
J의 보지 속은 놀랄 정도로 따듯하고 미끌거렸다. 부드럽게 감겨 드는 찰진 느낌.
‘쫄깃하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 터였다. N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번들대는 자지가 반쯤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보지 속으로 빨려 들어 갔다를 반복한다.
J의 교성이 점점 더 높아진다. N는 눈을 가늘게 뜬 채 J의 몸 속을 계속 헤집었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깊이, 그리고 얕게…….
뜨거운 땀방울이 J의 몸 위로 뚝뚝 떨어졌다. 바로 그 때였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N가 눈치챈 것은.
J는 땀을 흘리고 있지 않고 있었다. N는 서둘러 J의 몸을 더듬었다.
N의 생각대로였다. 이마나 가슴 위로 송송 돋아나야 할 땀이 보이질 않았다.
오르가즘을 느끼려면 당연히 땀이 나야 한다. N는 잠시 고민했다.
사실, 이대로 자신만 절정을 맞고 모른 척 해도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이대로 끝내는 게 맞는 걸까.
문득 계속해서 끊기지 않고 울리는 J의 요염한 교성이 거슬린다.
“신음소리 그만 내요.”
“……왜……”
“연기 그만 하라고요.”
N는 거칠게 자지를 J의 몸 속에서 뽑아냈다.
“하나도 흥분되지 않으면서 왜 그런 소리를 내고 그래요?”
J는 당황했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곧 볼멘소리를 뱉었다.
“기분 좋았다니까요! 갑자기 왜 이래요?”
“느끼는 여자가 어떻게 땀 한 방울 안 흘려요?”
“…그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잖아요.”
“전혀 안 흘리진 않아요. 어찌 됐건.”
J는 그제서야 N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위로 치켜 올라간
눈썹에 눈꼬리가 긴 눈. 평범했지만 약간 날카로운 인상이다.
유난히 하얀 이마는 찌푸려져 있다. 마른 듯한 팔다리는 단단해 보였고
희미하게 힘줄도 튀어나와 있었다. 그저 야윈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상당히 단련된 몸이다. 상대의 눈이 자신의 몸을 훑는 것을 느꼈는지,
N가 좀 예민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내가 맘에 안 들어서 그래요? 그럼 아까 말하지…….”
“그건 아니에요.”
사실은 맘에 들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어. J는 말을 삼켰다.
그냥 눈에 크게 거슬리지만 않으면, 한 두 달에 한번쯤은 이런저런
남자들에게 안겨왔던 터였다. 그럴 거면 차라리 남자친구를 사귀는
게 낫지 싶다가도, 호되게 배신당하거나 반대로 자신은 아직 사랑한다면서
매달리는 남자를 차버려야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면 모든 게 다 귀찮았다.
깊은 인간관계는 힘들다. 하지만 혼자선 외롭다. 그럼 역시 원나잇 밖에 남는 게 없었다.
“전 원래 이래요.”
“원래 이렇다고요? 못 느껴요?”
“못 느끼는 건 아니에요. 기분은 좋아요.”
N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못 느끼는 건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보짓물을 잔뜩 쏟아낸다. 그런데도 제대로
흥분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N는 J를 눕혀 놓고는 유두니 보지니 여기저기 만지고 잡아당기며
J의 몸을 연구(?)했다. J는 N의 손길에 휘말려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N은 J가 유두를 부드럽게 문지를 때보다는 거칠게 잡아당길 때,
클리토리스를 가볍게 터치할 때보다는 손바닥 전체로 뭉갤 때 더 크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았다.
유레카! 하지만 이걸 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N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심정이 되어 찰싹, 하고 J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아앗!”
비명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뱉으며 J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아파요?”
“아, 아파요! 왜…….”
찰싹, 찰싹.
“아직도 아파요?”
“당연히 아프죠…….”
아까보다 수그러든 목소리에 N은 확신을 얻었다. 이 여자…….
찰싹, 찰싹, 찰싹, 찰싹.
“흐…흐흡……”
이제는 아무래도 비명소리가 아니었다. N은 손을 멈췄다.
“이런 식으로 맞아 본 적 있어요?”
J는 자꾸 떨려오는 몸을 추스르며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화끈거리고 얼얼한 엉덩이.
그런데도, 몸은 자꾸만 뜨거워져만 간다. 가늘게 떨며, J는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조, 조금만…….”
“조금만, 뭐죠?”
“조금만 더 때려주시면 안 될까요?”
N은 눈을 바닥으로 떨궜다. 줄곧 J의 엉덩이를 때리던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 잡으며, 그는 조용히 말했다.
“안 돼요.”
“왜요?”
“이젠 이런 거 안 하기로 했어요.”
이번에는 J가 놀랐다.
“원래 이런 거 하고 그랬어요? 막 때리고, 음, 못살게 굴고…….”
“SM이라고 해요. 이런 걸.”
J는 소리 없이 침을 삼켰다.
“얼마나 오래 했어요?”
“5년 정도.”
“그럼 24살 때부터?”
“아니. 30살 때부터죠. 나, 사실 35살이에요.”
N이 웃었다. 멋쩍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는 투였다.
“그렇게 안 보이죠?”
J는 다시 한번 N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과연 동안이긴 동안이었다.
35살이 아니라 25살이라고 해도 믿을 얼굴이다.
좀 늙어 뵈는 25살이라는 소린 듣겠지만 말이다.
“네. 근데 왜 거짓말했어요?”
“나이가 너무 많으면 안 만나 줄 까봐.”
“이름은 진짜 N이에요?”
“네.”
“진짜?”
“왜, 아닌 것 같아요?”
J는 N이 자신의 이름을 말해줄 때 머뭇거리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십중팔구 거짓말인 것 같았지만, 뭐 어떠랴 싶어 J는 그냥 알겠다고, 믿는다고만 했다.
J가 알고 싶은 건 사실 N의 본명 따위가 아니었다.
“저 이거 계속 해주면 안 돼요?”
“이거?”
“SM요.”
“음.”
N은 잠시 침묵했다.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N은 이 취향 때문에 4년이 넘게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 터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플파(플레이 파트너)였던 것이 사랑으로 발전했고,
사귀게 되면서 여자친구가 되고- 그리고 그녀는 처음 나타났던 것처럼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학대하는 남자친구를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어불성설이다. 처음에는 바로 그것 때문에 날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 와선…….
“싫어요?”
“…….”
“흐음, 역시 싫구나.”
“…네? 뭐라고 했죠?”
“아까부터 말하고 있잖아요. 이거 해달라고요.”
N의 눈이 둥그렇고 하얀 J의 가슴으로 향했다. 통통하니 살집이 있는
배와 풍만한 허벅지, 미끈한 종아리……. 본인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육감적이고 흥분되는 몸이었다.
뭐. 괜찮겠지.
사랑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좋아요.”
저 몸을 마음껏 탐할 수 있게 된다. 그것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방식으로.
N의 입술 끝이 말려 올라갔다. 미**고 부르기에는 너무 음침했지만, N의 목소리는 밝았다.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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