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M(마조마마) - 2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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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878회 작성일 20-01-17 14:25본문
24.
이후로 형우의 일상은 예전으로 돌아갔다.
그는 더 이상 지숙과 사인방의 행위를 훔쳐 보지도 않았고,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지숙이 엄마로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물론 지숙이 하루가 멀다하고 사인방에게 찾아가는 것을 볼 때 마다 울컥 울분이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숙은 이틀에 한 번 정도 꼴로 사인방을 찾아가서 밤 늦게서야 돌아오곤 했다.
그들에게서 돌아 올 때는 항상 옷에 정액 냄새가 가득했고, 어떤 때는 하얗고 검은 개털이 잔뜩 묻어 있기도 했다.
아마 사인방은 이제 개를 이용한 플레이도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모양이었다.
형우는 그런 지숙을 담담히 보기 위해 노력했다.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할 수 없는, 그러나 평범하기 위해 애쓰면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이제 형우는 집 안을 울리는 지숙의 방울 소리에 익숙해졌다.
지숙은 그것이 새로 산 악세서리라고 거짓말로 변명했다.
하지만 형우는 그녀의 거짓말에 마음 상해하지 않았다.
방울은 그에게도 약간의 위안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딸랑딸랑.
그 작은 방울 소리가 울린다는 것은 지숙이 그의 옆에 있다는 증거였다.
반대로 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불안하여 안절부절했다.
마치 들리지 않는 방울 소리 처럼 지숙 역시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한 달이 지났다.
형우는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 앉힐 수 있었다.
이제는 지숙을 똑바로 바라 보고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동안은 지숙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서 말도 거의 하지 않았고, 얼굴도 잘 마주치지 않으려 했었다.
그럴 때 마다 지숙은 영문을 몰라 걱정했지만, 형우는 그녀의 걱정하는 마음조차도 외면해 버렸다.
머리속은 이게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도저히 자신의 슬픔을 숨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숙을 걱정시키지 않겠다고 그렇게 행동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었다.
형우가 자신에게 쌀쌀맞게 행동할 때 마다, 지숙은 매일 한 번 이상씩 상처 입은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아마 예전의 지숙이었다면 형우가 단순히 사춘기이거나 고민이 있어서 그런 것이려니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 스스로 아들에게 당당할 수 없다는 자격지심이 있었기에, 형우가 차갑게 행동할 때 마다 자신의 부덕함을 욕하는 것 같은 기분에 상처를 받는 듯 했다.
형우는 그런 지숙의 기분을 알 수 있었기에 가슴이 아팠다.
"그게 아니에요 엄마. 엄마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엄마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에요."
머리속으로는 수십 번도 넘게 외친 말이었지만, 결국 입 밖으로는 한 번도 꺼내지 못했다.
형우가 쌀쌀맞게 대할수록 지숙은 더욱 사인방에게 매달렸다.
점점 차가워지는 아들의 온기와 빈공간을 그들에게서 채우려 하는 것이다.
지숙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아 질수록, 형우 역시 본의 아니게 그녀에게 쌀쌀맞게 대해 버렸고, 그녀는 더욱 사인방을 찾아 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악순환이 지난 한달 간 계속 반복 되어 왔었다.
그리고 약간이나마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제서야 자신의 행동이 그녀를 밀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지숙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지숙을 보고 괴롭고 슬프더라도, 또 설사 그런 속마음이 드러나게 될 지라도 정면으로 바라 보겠다고 결심했다.
형우는 그 동안의 쌀쌀맞아 보이는 행동부터 사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처럼 만에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 걸었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걸어보는 말이었다.
"엄마. 나 할 말이 있어요."
형우가 말을 걸었음에도 지숙은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달그락 거리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형우는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엄마. 그 동안 엄마한테 나쁘게 굴었던 거, 그냥 고민이 있어서 그랬던 거에요."
형우가 바로 옆에까지 다가와서야 지숙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응? 뭐라고 했니?"
그녀가 그렇게 걱정하던 형우가 거의 한달 만에 말문을 열었는데도 그녀의 표정에는 별로 놀라거나 반가운 기색이 없었다.
아니, 동요하기는 커녕 형우를 보는 눈빛에는 귀찮다는 기색까지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형우는 지숙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라 있음을 눈치 챘다.
형우는 그제서야 그녀의 하복부에서 들려오는 작은 기계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위이잉.
몇 번 들어보지 못했다면 알아 차리지 못했을 진동 소리.
지숙은 집안에서 보지에 진동기를 꽂은 채 설거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흥분감에 바로 뒤에서 부르는 형우의 목소리 조차 듣지 못했던 것이다.
형우는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이전이었다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그냥 몸을 돌렸을 그였다.
그러나 지난 한달 간의 행동을 반성하고 그녀에게 따듯하게 대하겠다고 했던 결심이 형우를 지탱해 주었다.
"사과부터 하자."
형우는 지숙을 보며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그동안 엄마한테 쌀쌀하게 했던 거는......"
그때 거실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지숙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떠올랐다.
"내가 받을게."
지숙은 물에 젖은 손을 닦지도 않고 한달음에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거실에서 잔뜩 고조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네! 아아...지금 바로 갈게요!"
마치 애인의 전화를 받는 것 같이 반갑운 목소리였다.
지숙은 전화를 끊자 마자 허둥지둥 안방으로 들어가서 몸단장을 했다.
몸을 깨끗이 씻고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찾기 위해 장농 속을 헤집었다.
마치 짝사랑하는 남자와의 데이트를 앞둔 소녀 같이 매우 들뜬 모습이었다.
치장을 마친 지숙은 형우에게 짧게 한 마디를 하고는 나가 버렸다.
"엄마 나갔다 올테니까 밥 대충 알아서 챙겨 먹으렴."
그토록 사랑하던 아들을 향한 말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이 무감정한 말이었다.
형우는 그녀가 설거지를 하던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지켜 보았다.
지숙이 나가고 난 후, 그의 입에서 하려던 말이 마저 흘러 나왔다.
"......엄마가 싫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어요......"
지숙은 더 이상 형우를 걱정하며 말을 걸어 오지 않았다.
형우가 일부러 쾌활하게 말을 걸어도 그저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녀의 정신은 하루 종일 다른 곳에 팔려 있었다.
형우의 말에는 그저 무감정하게 대응할 뿐이었다.
한 번은 사흘동안 김동혁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적이 있엇다.
김동혁이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다 넘어져서 다리에 금이 가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지숙은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성거리며 두 손을 만지작 거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가족이 다치기라도 한 것 처럼 불안함과 걱정이 가득했다.
결국 이틀 째 되는 날 형우에게 조심스럽게 말해왔다.
"형우야. 니 친구 그 동혁...학생 말인데. 다리를 다쳤다면서? 저번 일도 있고 한데 엄마가 문병이라도 갔다 올까?"
그녀의 말에 형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그냥 금 좀 간건데 뭐하러 문병까지 가요? 게다가 우린 문병까지 갈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그게 아니잖아. 니가 저번에 크게 잘못한 일도 있고 하니까, 엄마 생각에는 예의상이라도 갔다 오는게 맞는 것 같아."
일전에는 형우를 믿는고 했던 지숙이 지금은 김동혁과의 싸움이 완전히 형우의 잘못이라 말을 하고 있었다.
형우는 씁쓸한 심정을 애써 감추며 다시 말했다.
"내일이변 퇴원할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형우는 괜히 지숙이 병원에 찾아갔다가 김동혁의 엄마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말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숙은 그런 형우가 자신을 방해한다고 여긴 듯 했다.
"민형우! 어떻게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하니? 니 친군데, 그리고 니가 그렇게 다치게 했었는데 신경을 쓰지 말라니. 엄마가 널 그렇게 가르쳤니? 엄마는...엄마는......."
뾰족한 지숙의 고함 소리에 형우는 깜짝 놀랐다.
평생 살아 오면서 지숙이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워낙 순둥이 같은 성격이라 형우가 잘못을 해도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보듬어 주던 그녀였다.
그런 지숙이 화를 내며 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것도 김동혁 때문에.
형우는 서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숙이 아들인 자신이 아닌 김동혁에게 더욱 마음을 쏟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형우는 자신까지 격하게 반응을 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됨을 알고 있었다.
형우는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그때 지숙이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미안하구나. 엄마가 요즘 신경이 조금 예민해져서 그랬어. 그냥 못 들은 셈 치려무나."
그녀도 자신이 과했음을 뒤늦게 느낀 모양이었다.
형우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니에요. 제가 죄송했어요. 내일 제가 찾아가 볼 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숙은 더욱 미안한 표정으로 형우를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다음날 형우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움직여 김동혁을 찾아가 음료수를 전해주었다.
지숙이 걱정하더라는 형우의 말에 김동혁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돌아오는 형우의 발걸음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이후에도 지숙은 가끔씩 형우에게 짜증을 냈다.
대부분이 별거 아닌 일들이었고, 순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터져 나온 짜증이었다.
그런 지숙의 히스테리는 김동혁이 퇴원한 후 다시 불러줄 때 까지 계속 되었다.
나흘만에 김동혁에게 불려가던 날, 지숙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짜증이 사라졌다.
이후로 지숙의 변화는 더욱 진행되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점점 야해졌고, 집에서까지 짙은 화장을 하고 다녔다.
피부와 몸매에 신경을 쓰며 관리를 하기 시작했고,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는 옷만을 입고 다녔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젋어졌고, 몸매도 더욱 아름다워 졌다.
그녀가 스스로의 미용을 가꾸고 부터는 집에 있는 시간 역시 줄어 들었다.
어쩌다 집에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안방에서 혼자 보냈다.
그녀가 안방에 들어가 있을 때 마다 형우는 방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방울 소리와 쾌락을 갈구하는 신음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자연스럽게 형우와 마주치는 시간도 현저히 줄어 들었다.
형우가 자라오는 동안, 아침엔 지숙은 항상 반갑게 맞아 주며 식사를 차려 주었었는데, 이제는 눈을 뜨고 나가 보아도 부엌은 덩그러니 비어 있기만 했다.
식탁에는 전날 밤에 대충 만든 토스트 몇개만이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마찬가지였다.
싸늘히 식은 밥과 찌개를 스스로 데워 먹어야만 했다.
유일하게 지숙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그녀가 사인방에게 갈 때와, 갔다 올 때였다.
사인방에게 다녀왔을 때 만큼은 지숙도 예전의 상냥하던 모습으로 형우를 대해 주었다.
그렇게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학교는 방학을 했다.
형우는 하루 종일 집에서 지숙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녀가 나갈 때 마다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마음을 졸였다.
그리고 지숙이 들어 오기 전에 먼저 들려오는 방울 소리를 듣고서야 안도했다.
형우 스스로도 자신이 어째서 그렇게 마음을 졸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런 불안한 마음이 공원에서 지숙의 비밀을 처음 엿보았을 때 느꼈던 그 불길함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그리고 흐린 겨울의 어느 날.
세상이 온통 눈으로 뒤덮혔다.
형우가 기운 없이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딸랑딸랑.
문 앞에 방울 소리가 울리더니 노크를 하며 지숙이 들어왔다.
근래 들어 지숙이 먼저 찾는 일이 드물었기에 형우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
지숙은 싱긋 웃었다.
"응. 그냥 형우하고 대화 좀 하려고. 요즘 이야기를 별로 못 했잖니?"
"그거야 엄마가 너무 바빠서 그랬죠."
"엄마가 요즘 형우한테 신경을 잘 안써서 섭섭했지?"
형우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애도 아닌데요 뭐."
"사실은 엄마가 요즘들어 느낀 게 있어서 그랬어."
"뭐를요?"
"전에는 엄마가 형우 옆에서 평생 돌봐주고, 형우 인생을 살펴 주려고만 했었거든. 그런데 요즘에 생각해 보니까 엄마가 형우를 간섭하고 돌봐주기엔 형우가 너무 커버린 것 같아. 또, 엄마도 그 동안은 아빠한테 못 받은 관심까지 너한테만 쏟아 붓느라 내 인생을 너무 버려두기만 했던 것 같고. 그래서 이제 엄마는 형우의 인생도 존중하고, 엄마 인생도 찾아 보려고 해."
그녀의 말에 형우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지숙이 외출을 할 때 마다 느끼던 그것과 같았다.
형우는 자신의 표정이 굳어진 것도 느끼지 못하고 힘겹게 물었다.
"그게...무슨 소리에요?"
"호호.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 들일 필요까진 없잖니? 엄마가 너무 어려운 소리를 했나? 그냥 쉽게 말해서 이제부터 형우도 엄마도 서로의 인생을 더 열심히, 그리고 즐기면서 살아 보자는 말이야. 둘 다 화이팅 하자고."
상냥하게 웃는 지숙의 모습에 형우는 약간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난 또 무슨 소리라고. 알았어요. 이제 더 열심히 살게요. 엄마도 제가 열심히 하는 거 옆에서 꼭 지켜봐 줘야 돼요?"
형우는 스스로의 불안함을 쫓기 위해 지숙에게 말했다.
지숙이 그런 형우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를 껴안았다.
"형우야...엄마가 형우한테 정말 미안해. 그동안 너무 미안해서 오히려 더 형우에게 신경을 못 썼던 것 같아.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형우가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지면, 그때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 우리 형우 씩씩하게 커야 돼?"
형우는 당황스러웠다.
"어, 엄마? 왜 그래요?"
"아냐. 그냥 미안해서. 엄마가 너무 미안해서, 형우 한 번 안아 주고 싶어서 그래."
"엄마......"
형우는 향긋한 냄새와 체온을 느끼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안겨보는 지숙의 품속은 너무도 포근하고 따뜻했다.
눈을 떴을 때, 형우는 자신이 침대에 혼자 누워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 엄마? 엄마?"
형우는 급히 방을 뛰쳐 나가며 지숙을 불렀다.
그러나 대답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급히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러나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지숙의 옷도, 화장품도 모두 사라졌다.
텅 빈 화장대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형우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풀썩.
형우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넋 나간 사람처럼 비어 버린 방 안을 보고 또 보았다.
공허한 시선 끝에는 아버지와 나란히 서 있는 지숙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형우는 뜬 눈으로 밤을 지세웠다.
대문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일말의 기대를 품고 현관문을 바라 보다가 낙담해야 했다.
그 날이 다 지나도록 방울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지숙은 이튿 날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수십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그녀의 핸드폰은 이미 해지 되어 있었다.
몇 안 되는 친척들이나, 그녀를 아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 보아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형우는 곧바로 사인방의 아지트로 달려갔다.
그러나 아지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인방도, 방 안에 널브러져 있던 온갖 성인 용품들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형우는 물어물어 건물 주인을 찾아갔다.
건물 주인의 말로는 서동철이 진작 보증금을 빼서 나갔다고 했다.
방학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형우는 생각 나는 곳은 모두 돌아 다녔다.
지숙을 찾아 정신 없이 헤매이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나갔다.
다음 날, 형우는 담임에게 물어 사인방의 집과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다.
하지만 사인방 역시 핸드폰을 받지 않았다.
집에다 전화를 했더니, 친구들과 일주일간 졸업 여행을 갔다고 한다.
형우는 초조해졌다.
목적도 없이 한참을 돌아 다니다가, 더 이상 돌아 볼 곳도 없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숙은 여전히 없었다.
밤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샌 다음, 다시 지숙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여전히 지숙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마치 날개 옷을 되찾은 선녀처럼 하늘로 솟아 버린 것 같았다.
형우는 돌아오는 길에 악세서리를 파는 리어카에서 방울 달린 귀고리를 샀다.
움직일 때 마다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지숙이 움직이면서 내던 소리 같았다.
형우는 침대에 누워 밤새 방울을 흔들었다.
방울 소리를 듣다 보면 지숙이 옆에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뜨면 지숙은 없었다.
형우는 담배를 물었다.
매운 연기가 콧속을 자극하자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았다.
푸르스름한 여명이 창문으로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생기 넘치는 빛이었으나, 형우는 그조차 싫어져 커텐을 쳐버렸다.
방 안이 암실처럼 어두컴컴해졌다.
멍하니 앉아 담배를 피던 형우의 머리 속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사진!"
일전에 엿보았을 때 서동철이 지숙의 사진을 올리고 있다고 했던 것이 기억 났다.
형우는 급히 담배를 끄고 컴퓨터를 켰다.
예전 지숙의 동영상이 담긴 씨디에 적어 두었던 사이트 주소를 쳤다.
밧줄에 묶인 여자의 사진이 떠올랐다.
그 아래 로그인 화면이 있었다.
형우는 아버지의 주민번호로 회원 가입을 했다.
휴대폰 인증이 필요했지만, 그가 쓰고 있는 핸드폰이 아버지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이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하니 여러개의 게시판이 보였고, 그 위에 검색 창이 있었다.
형우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예전에 서동철이 자신의 게시물을 찾으며 중얼거렸던 말이 떠올랐다.
"주먹 넣기!"
게시물 제목에 "주먹 넣기" 를 쳐 보았다.
수십 개의 게시물이 떠올랐다.
형우는 그것을 하나하나 클릭해 보았다.
다양한 여자들이 갖가지 자세로 보지에 주먹을 넣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얼굴 아래까지만 찍혀 있었다.
자기 주먹을 집어 넣는 여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남자가 넣어 주는 사진들이었다.
형우는 그 중에서 한 사진을 찾아냈다.
여자가 엎드린 채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고, 남자가 뒤에서 손을 집어 넣고 있는 사진이었다.
하얀 물을 묻힌 채로 남자의 주먹을 거의 손목까지 받아 들이고 있는 보지. 그 뒤로 보이는 풍경이 매우 눈에 익은 것이었다.
바로 아지트에서 봤던 가구와 배치도였다.
사진의 작성자는 "암컷노예" 라는 아이디의 여자 회원이었다.
회원 정보를 눌러 보자 39살 주부라는 정보가 떠올랐다.
"엄마......"
서동철은 지숙의 이름으로 회원을 가입하고 사진을 올린 것이다.
사진 아래에는 스스로 사진을 올린 것처럼 글이 쓰여 있었다.
-개년의 보지로 처음 주인님의 주먹을 받아 먹는 날! 노예년은 욕을 보고 흥분하니 마음껏 욕플을 달아 주세요.
그 밑에는 글의 요청대로 수많은 욕설 리플들이 달려 있었다.
-개 같은 년. 보짓살이 아주 쫄깃쫄깃 하네. 내 자지로 개보지를 찢어주고 싶구나.
-걸래 같은 년이 주인 하나는 잘 모셨네. 보지에만 주먹 들어가니까 똥꼬가 벌렁벌렁 하지 씹창년아? 오빠 자지로 하루 종일 후장에 박아 주고 싶다!
-이 년 주인이라는 분 보세요. 저한테 분양하실 생각 없으신지? 이전부터 이 년 사진 보면서 너무 꼴리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보니 참을 수가 없네요. 원하시면 어느 정도 선에서는 사례도 할 수 있으니 생각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개보지야. 주인 더 필요하면 말해라. 내가 언제든지 달려가서 조교해 줄테니까!
거의 대부분의 댓글이 음란한 욕설과 비하 내용이었다.
지숙을 마치 상대를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여기는 듯 한 댓글들.
"미친 새끼들."
형우는 댓글을 몇 개 읽어 보고는 이를 갈며 화면을 뒤로 돌렸다.
아이디 검색란에 "암컷노예" 를 치자 수십 개의 게시물이 나타났다.
지숙이 노예가 되고 난 이후부터의 사진에서부터 최근의 것들 까지.
가장 최근에 올라온 게시물 들의 등록 날짜는 바로 어제였다.
첫 사진은 지숙이 로프에 몸이 묶인 채로 정면으로 드러 누워 보지와 가슴을 보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허벅지에는 무엇에 맞았는 지, 새빨갛게 자국이 남아 있었고, 보지와 가슴에는 예의 그 피어싱이 매달려 있었다.
아래 글에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주인님이 때려 주셔서 걸래 보지에 홍수가 났어요.
형우는 그 사진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혹시 어디인 지 알 수 있을 만한 단서가 있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사진은 오직 지숙의 몸만을 가득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 사진에서는 지숙이 스스로 보지의 피어싱을 양쪽으로 잡아 당겨 보지를 벌리고 있었다.
꽃잎처럼 붉게 벌어진 보지에는 허여멀건한 정액이 가득 고여 있었다.
-주인님이 개보지에 성수를 주셨어요. 아아...난 똥구멍으로 먹고 싶었는데......
그 다음 사진은 지숙이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을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지숙의 항문이 크게 벌어져 있었고, 안에서 싯누렇고 굵은 똥이 막 나오려 하고 있었다.
-종년은 주인님의 명령이 아니면 똥도 못 싼답니다. 그렇지만 주인님이 명령하시면 아무데서나 주저 앉아 싸버려요.
그 위에 또 한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지숙이 자신의 똥을 혀로 핥고 있는 사진이었다.
코 아래부분만 나오도록 찍었는데, 그것만 보고도 형우는 그녀가 지숙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주인님이 치우라고 하셔서 먹어서 치우고 있는 중이에요. 개년은 똥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제거 다 먹고 주인님이 주신 것도 먹어 버렸어요. 덕분에 오늘 저녁은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마지막 사진은 지숙이 개 두 마리의 자지를 양 손에 쥐고 혀를 내밀고 있는 사진이었다.
역시 얼굴은 잘려 있고 입부분까지만 나와 있었다.
-주인님이 오늘은 서방님들하고 하래요. 아, 제 서방님들을 소개 할게요. 흰둥이님하고 검둥이님이에요. 주인님이 교미를 시켜주셔서 제 서방님들이 되었어요. 암캐보지가 쓸쓸할까봐 서방님까지 주신 주인님께 감사해요. 욕플 많이 해주셔서 노예년 흥분하게 해주시면 다음 사진도 올려 드릴게요.
그 밑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모두 지숙을 창녀니 암캐니 해가면서 욕하는 내용들이었다.
거기까지 봤지만, 지숙이 있는 곳이나 현재 근황에 관한 것은 하나도 거론 되어 있지 않았다.
형우는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다.
혹시라도 자신이 놓친 것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어쩌면 지숙이나 사인방이 댓글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어서 댓글까지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 보았다.
하지만 역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본의 아니게 지숙의 몸만 선명하게 기억해 버렸을 뿐이었다.
이전의 지숙의 행위들도 봐오긴 했지만, 대부분 훔쳐 보거나 또는 캠 영상이었고, 또한 형우 역시 지숙의 몸을 자세히 보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사진을 보다 보니 그녀의 보지와 항문의 주름까지 또렷하게 기억날 정도로 머리속에 박혀 버렸다.
형우는 스스로 민망하여 얼굴을 붉히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지숙에게 닿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한스러웠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형우는 거의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핍폐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눈을 뜨면 하루가 지옥 같았고, 눈을 감으면 끔찍한 악몽을 꾸었다.
"...아프면 엄마가 돌아 올까? 아니, 내가...죽으면 엄마가 돌아 오겠지?"
머리속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만약에 자신이 죽으면 지숙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이대로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지금 심정 같아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죽을 때 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그냥 가만히 누워 떠나간 지숙을 기다릴 수 있었다.
"엄마...돌아 와요......"
형우는 머리속에 멤도는 말을 중얼거리며 의식을 잃었다.
이후로 형우의 일상은 예전으로 돌아갔다.
그는 더 이상 지숙과 사인방의 행위를 훔쳐 보지도 않았고,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지숙이 엄마로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물론 지숙이 하루가 멀다하고 사인방에게 찾아가는 것을 볼 때 마다 울컥 울분이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숙은 이틀에 한 번 정도 꼴로 사인방을 찾아가서 밤 늦게서야 돌아오곤 했다.
그들에게서 돌아 올 때는 항상 옷에 정액 냄새가 가득했고, 어떤 때는 하얗고 검은 개털이 잔뜩 묻어 있기도 했다.
아마 사인방은 이제 개를 이용한 플레이도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모양이었다.
형우는 그런 지숙을 담담히 보기 위해 노력했다.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할 수 없는, 그러나 평범하기 위해 애쓰면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이제 형우는 집 안을 울리는 지숙의 방울 소리에 익숙해졌다.
지숙은 그것이 새로 산 악세서리라고 거짓말로 변명했다.
하지만 형우는 그녀의 거짓말에 마음 상해하지 않았다.
방울은 그에게도 약간의 위안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딸랑딸랑.
그 작은 방울 소리가 울린다는 것은 지숙이 그의 옆에 있다는 증거였다.
반대로 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불안하여 안절부절했다.
마치 들리지 않는 방울 소리 처럼 지숙 역시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한 달이 지났다.
형우는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 앉힐 수 있었다.
이제는 지숙을 똑바로 바라 보고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동안은 지숙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서 말도 거의 하지 않았고, 얼굴도 잘 마주치지 않으려 했었다.
그럴 때 마다 지숙은 영문을 몰라 걱정했지만, 형우는 그녀의 걱정하는 마음조차도 외면해 버렸다.
머리속은 이게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도저히 자신의 슬픔을 숨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숙을 걱정시키지 않겠다고 그렇게 행동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었다.
형우가 자신에게 쌀쌀맞게 행동할 때 마다, 지숙은 매일 한 번 이상씩 상처 입은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아마 예전의 지숙이었다면 형우가 단순히 사춘기이거나 고민이 있어서 그런 것이려니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 스스로 아들에게 당당할 수 없다는 자격지심이 있었기에, 형우가 차갑게 행동할 때 마다 자신의 부덕함을 욕하는 것 같은 기분에 상처를 받는 듯 했다.
형우는 그런 지숙의 기분을 알 수 있었기에 가슴이 아팠다.
"그게 아니에요 엄마. 엄마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엄마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에요."
머리속으로는 수십 번도 넘게 외친 말이었지만, 결국 입 밖으로는 한 번도 꺼내지 못했다.
형우가 쌀쌀맞게 대할수록 지숙은 더욱 사인방에게 매달렸다.
점점 차가워지는 아들의 온기와 빈공간을 그들에게서 채우려 하는 것이다.
지숙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아 질수록, 형우 역시 본의 아니게 그녀에게 쌀쌀맞게 대해 버렸고, 그녀는 더욱 사인방을 찾아 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악순환이 지난 한달 간 계속 반복 되어 왔었다.
그리고 약간이나마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제서야 자신의 행동이 그녀를 밀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지숙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지숙을 보고 괴롭고 슬프더라도, 또 설사 그런 속마음이 드러나게 될 지라도 정면으로 바라 보겠다고 결심했다.
형우는 그 동안의 쌀쌀맞아 보이는 행동부터 사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처럼 만에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 걸었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걸어보는 말이었다.
"엄마. 나 할 말이 있어요."
형우가 말을 걸었음에도 지숙은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달그락 거리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형우는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엄마. 그 동안 엄마한테 나쁘게 굴었던 거, 그냥 고민이 있어서 그랬던 거에요."
형우가 바로 옆에까지 다가와서야 지숙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응? 뭐라고 했니?"
그녀가 그렇게 걱정하던 형우가 거의 한달 만에 말문을 열었는데도 그녀의 표정에는 별로 놀라거나 반가운 기색이 없었다.
아니, 동요하기는 커녕 형우를 보는 눈빛에는 귀찮다는 기색까지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형우는 지숙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라 있음을 눈치 챘다.
형우는 그제서야 그녀의 하복부에서 들려오는 작은 기계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위이잉.
몇 번 들어보지 못했다면 알아 차리지 못했을 진동 소리.
지숙은 집안에서 보지에 진동기를 꽂은 채 설거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흥분감에 바로 뒤에서 부르는 형우의 목소리 조차 듣지 못했던 것이다.
형우는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이전이었다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그냥 몸을 돌렸을 그였다.
그러나 지난 한달 간의 행동을 반성하고 그녀에게 따듯하게 대하겠다고 했던 결심이 형우를 지탱해 주었다.
"사과부터 하자."
형우는 지숙을 보며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그동안 엄마한테 쌀쌀하게 했던 거는......"
그때 거실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지숙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떠올랐다.
"내가 받을게."
지숙은 물에 젖은 손을 닦지도 않고 한달음에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거실에서 잔뜩 고조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네! 아아...지금 바로 갈게요!"
마치 애인의 전화를 받는 것 같이 반갑운 목소리였다.
지숙은 전화를 끊자 마자 허둥지둥 안방으로 들어가서 몸단장을 했다.
몸을 깨끗이 씻고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찾기 위해 장농 속을 헤집었다.
마치 짝사랑하는 남자와의 데이트를 앞둔 소녀 같이 매우 들뜬 모습이었다.
치장을 마친 지숙은 형우에게 짧게 한 마디를 하고는 나가 버렸다.
"엄마 나갔다 올테니까 밥 대충 알아서 챙겨 먹으렴."
그토록 사랑하던 아들을 향한 말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이 무감정한 말이었다.
형우는 그녀가 설거지를 하던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지켜 보았다.
지숙이 나가고 난 후, 그의 입에서 하려던 말이 마저 흘러 나왔다.
"......엄마가 싫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어요......"
지숙은 더 이상 형우를 걱정하며 말을 걸어 오지 않았다.
형우가 일부러 쾌활하게 말을 걸어도 그저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녀의 정신은 하루 종일 다른 곳에 팔려 있었다.
형우의 말에는 그저 무감정하게 대응할 뿐이었다.
한 번은 사흘동안 김동혁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적이 있엇다.
김동혁이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다 넘어져서 다리에 금이 가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지숙은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성거리며 두 손을 만지작 거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가족이 다치기라도 한 것 처럼 불안함과 걱정이 가득했다.
결국 이틀 째 되는 날 형우에게 조심스럽게 말해왔다.
"형우야. 니 친구 그 동혁...학생 말인데. 다리를 다쳤다면서? 저번 일도 있고 한데 엄마가 문병이라도 갔다 올까?"
그녀의 말에 형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그냥 금 좀 간건데 뭐하러 문병까지 가요? 게다가 우린 문병까지 갈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그게 아니잖아. 니가 저번에 크게 잘못한 일도 있고 하니까, 엄마 생각에는 예의상이라도 갔다 오는게 맞는 것 같아."
일전에는 형우를 믿는고 했던 지숙이 지금은 김동혁과의 싸움이 완전히 형우의 잘못이라 말을 하고 있었다.
형우는 씁쓸한 심정을 애써 감추며 다시 말했다.
"내일이변 퇴원할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형우는 괜히 지숙이 병원에 찾아갔다가 김동혁의 엄마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말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숙은 그런 형우가 자신을 방해한다고 여긴 듯 했다.
"민형우! 어떻게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하니? 니 친군데, 그리고 니가 그렇게 다치게 했었는데 신경을 쓰지 말라니. 엄마가 널 그렇게 가르쳤니? 엄마는...엄마는......."
뾰족한 지숙의 고함 소리에 형우는 깜짝 놀랐다.
평생 살아 오면서 지숙이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워낙 순둥이 같은 성격이라 형우가 잘못을 해도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보듬어 주던 그녀였다.
그런 지숙이 화를 내며 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것도 김동혁 때문에.
형우는 서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숙이 아들인 자신이 아닌 김동혁에게 더욱 마음을 쏟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형우는 자신까지 격하게 반응을 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됨을 알고 있었다.
형우는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그때 지숙이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미안하구나. 엄마가 요즘 신경이 조금 예민해져서 그랬어. 그냥 못 들은 셈 치려무나."
그녀도 자신이 과했음을 뒤늦게 느낀 모양이었다.
형우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니에요. 제가 죄송했어요. 내일 제가 찾아가 볼 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숙은 더욱 미안한 표정으로 형우를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다음날 형우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움직여 김동혁을 찾아가 음료수를 전해주었다.
지숙이 걱정하더라는 형우의 말에 김동혁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돌아오는 형우의 발걸음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이후에도 지숙은 가끔씩 형우에게 짜증을 냈다.
대부분이 별거 아닌 일들이었고, 순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터져 나온 짜증이었다.
그런 지숙의 히스테리는 김동혁이 퇴원한 후 다시 불러줄 때 까지 계속 되었다.
나흘만에 김동혁에게 불려가던 날, 지숙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짜증이 사라졌다.
이후로 지숙의 변화는 더욱 진행되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점점 야해졌고, 집에서까지 짙은 화장을 하고 다녔다.
피부와 몸매에 신경을 쓰며 관리를 하기 시작했고,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는 옷만을 입고 다녔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젋어졌고, 몸매도 더욱 아름다워 졌다.
그녀가 스스로의 미용을 가꾸고 부터는 집에 있는 시간 역시 줄어 들었다.
어쩌다 집에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안방에서 혼자 보냈다.
그녀가 안방에 들어가 있을 때 마다 형우는 방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방울 소리와 쾌락을 갈구하는 신음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자연스럽게 형우와 마주치는 시간도 현저히 줄어 들었다.
형우가 자라오는 동안, 아침엔 지숙은 항상 반갑게 맞아 주며 식사를 차려 주었었는데, 이제는 눈을 뜨고 나가 보아도 부엌은 덩그러니 비어 있기만 했다.
식탁에는 전날 밤에 대충 만든 토스트 몇개만이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마찬가지였다.
싸늘히 식은 밥과 찌개를 스스로 데워 먹어야만 했다.
유일하게 지숙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그녀가 사인방에게 갈 때와, 갔다 올 때였다.
사인방에게 다녀왔을 때 만큼은 지숙도 예전의 상냥하던 모습으로 형우를 대해 주었다.
그렇게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학교는 방학을 했다.
형우는 하루 종일 집에서 지숙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녀가 나갈 때 마다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마음을 졸였다.
그리고 지숙이 들어 오기 전에 먼저 들려오는 방울 소리를 듣고서야 안도했다.
형우 스스로도 자신이 어째서 그렇게 마음을 졸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런 불안한 마음이 공원에서 지숙의 비밀을 처음 엿보았을 때 느꼈던 그 불길함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그리고 흐린 겨울의 어느 날.
세상이 온통 눈으로 뒤덮혔다.
형우가 기운 없이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딸랑딸랑.
문 앞에 방울 소리가 울리더니 노크를 하며 지숙이 들어왔다.
근래 들어 지숙이 먼저 찾는 일이 드물었기에 형우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
지숙은 싱긋 웃었다.
"응. 그냥 형우하고 대화 좀 하려고. 요즘 이야기를 별로 못 했잖니?"
"그거야 엄마가 너무 바빠서 그랬죠."
"엄마가 요즘 형우한테 신경을 잘 안써서 섭섭했지?"
형우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애도 아닌데요 뭐."
"사실은 엄마가 요즘들어 느낀 게 있어서 그랬어."
"뭐를요?"
"전에는 엄마가 형우 옆에서 평생 돌봐주고, 형우 인생을 살펴 주려고만 했었거든. 그런데 요즘에 생각해 보니까 엄마가 형우를 간섭하고 돌봐주기엔 형우가 너무 커버린 것 같아. 또, 엄마도 그 동안은 아빠한테 못 받은 관심까지 너한테만 쏟아 붓느라 내 인생을 너무 버려두기만 했던 것 같고. 그래서 이제 엄마는 형우의 인생도 존중하고, 엄마 인생도 찾아 보려고 해."
그녀의 말에 형우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지숙이 외출을 할 때 마다 느끼던 그것과 같았다.
형우는 자신의 표정이 굳어진 것도 느끼지 못하고 힘겹게 물었다.
"그게...무슨 소리에요?"
"호호.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 들일 필요까진 없잖니? 엄마가 너무 어려운 소리를 했나? 그냥 쉽게 말해서 이제부터 형우도 엄마도 서로의 인생을 더 열심히, 그리고 즐기면서 살아 보자는 말이야. 둘 다 화이팅 하자고."
상냥하게 웃는 지숙의 모습에 형우는 약간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난 또 무슨 소리라고. 알았어요. 이제 더 열심히 살게요. 엄마도 제가 열심히 하는 거 옆에서 꼭 지켜봐 줘야 돼요?"
형우는 스스로의 불안함을 쫓기 위해 지숙에게 말했다.
지숙이 그런 형우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를 껴안았다.
"형우야...엄마가 형우한테 정말 미안해. 그동안 너무 미안해서 오히려 더 형우에게 신경을 못 썼던 것 같아.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형우가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지면, 그때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 우리 형우 씩씩하게 커야 돼?"
형우는 당황스러웠다.
"어, 엄마? 왜 그래요?"
"아냐. 그냥 미안해서. 엄마가 너무 미안해서, 형우 한 번 안아 주고 싶어서 그래."
"엄마......"
형우는 향긋한 냄새와 체온을 느끼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안겨보는 지숙의 품속은 너무도 포근하고 따뜻했다.
눈을 떴을 때, 형우는 자신이 침대에 혼자 누워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 엄마? 엄마?"
형우는 급히 방을 뛰쳐 나가며 지숙을 불렀다.
그러나 대답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급히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러나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지숙의 옷도, 화장품도 모두 사라졌다.
텅 빈 화장대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형우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풀썩.
형우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넋 나간 사람처럼 비어 버린 방 안을 보고 또 보았다.
공허한 시선 끝에는 아버지와 나란히 서 있는 지숙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형우는 뜬 눈으로 밤을 지세웠다.
대문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일말의 기대를 품고 현관문을 바라 보다가 낙담해야 했다.
그 날이 다 지나도록 방울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지숙은 이튿 날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수십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그녀의 핸드폰은 이미 해지 되어 있었다.
몇 안 되는 친척들이나, 그녀를 아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 보아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형우는 곧바로 사인방의 아지트로 달려갔다.
그러나 아지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인방도, 방 안에 널브러져 있던 온갖 성인 용품들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형우는 물어물어 건물 주인을 찾아갔다.
건물 주인의 말로는 서동철이 진작 보증금을 빼서 나갔다고 했다.
방학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형우는 생각 나는 곳은 모두 돌아 다녔다.
지숙을 찾아 정신 없이 헤매이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나갔다.
다음 날, 형우는 담임에게 물어 사인방의 집과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다.
하지만 사인방 역시 핸드폰을 받지 않았다.
집에다 전화를 했더니, 친구들과 일주일간 졸업 여행을 갔다고 한다.
형우는 초조해졌다.
목적도 없이 한참을 돌아 다니다가, 더 이상 돌아 볼 곳도 없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숙은 여전히 없었다.
밤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샌 다음, 다시 지숙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여전히 지숙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마치 날개 옷을 되찾은 선녀처럼 하늘로 솟아 버린 것 같았다.
형우는 돌아오는 길에 악세서리를 파는 리어카에서 방울 달린 귀고리를 샀다.
움직일 때 마다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지숙이 움직이면서 내던 소리 같았다.
형우는 침대에 누워 밤새 방울을 흔들었다.
방울 소리를 듣다 보면 지숙이 옆에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뜨면 지숙은 없었다.
형우는 담배를 물었다.
매운 연기가 콧속을 자극하자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았다.
푸르스름한 여명이 창문으로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생기 넘치는 빛이었으나, 형우는 그조차 싫어져 커텐을 쳐버렸다.
방 안이 암실처럼 어두컴컴해졌다.
멍하니 앉아 담배를 피던 형우의 머리 속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사진!"
일전에 엿보았을 때 서동철이 지숙의 사진을 올리고 있다고 했던 것이 기억 났다.
형우는 급히 담배를 끄고 컴퓨터를 켰다.
예전 지숙의 동영상이 담긴 씨디에 적어 두었던 사이트 주소를 쳤다.
밧줄에 묶인 여자의 사진이 떠올랐다.
그 아래 로그인 화면이 있었다.
형우는 아버지의 주민번호로 회원 가입을 했다.
휴대폰 인증이 필요했지만, 그가 쓰고 있는 핸드폰이 아버지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이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하니 여러개의 게시판이 보였고, 그 위에 검색 창이 있었다.
형우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예전에 서동철이 자신의 게시물을 찾으며 중얼거렸던 말이 떠올랐다.
"주먹 넣기!"
게시물 제목에 "주먹 넣기" 를 쳐 보았다.
수십 개의 게시물이 떠올랐다.
형우는 그것을 하나하나 클릭해 보았다.
다양한 여자들이 갖가지 자세로 보지에 주먹을 넣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얼굴 아래까지만 찍혀 있었다.
자기 주먹을 집어 넣는 여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남자가 넣어 주는 사진들이었다.
형우는 그 중에서 한 사진을 찾아냈다.
여자가 엎드린 채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고, 남자가 뒤에서 손을 집어 넣고 있는 사진이었다.
하얀 물을 묻힌 채로 남자의 주먹을 거의 손목까지 받아 들이고 있는 보지. 그 뒤로 보이는 풍경이 매우 눈에 익은 것이었다.
바로 아지트에서 봤던 가구와 배치도였다.
사진의 작성자는 "암컷노예" 라는 아이디의 여자 회원이었다.
회원 정보를 눌러 보자 39살 주부라는 정보가 떠올랐다.
"엄마......"
서동철은 지숙의 이름으로 회원을 가입하고 사진을 올린 것이다.
사진 아래에는 스스로 사진을 올린 것처럼 글이 쓰여 있었다.
-개년의 보지로 처음 주인님의 주먹을 받아 먹는 날! 노예년은 욕을 보고 흥분하니 마음껏 욕플을 달아 주세요.
그 밑에는 글의 요청대로 수많은 욕설 리플들이 달려 있었다.
-개 같은 년. 보짓살이 아주 쫄깃쫄깃 하네. 내 자지로 개보지를 찢어주고 싶구나.
-걸래 같은 년이 주인 하나는 잘 모셨네. 보지에만 주먹 들어가니까 똥꼬가 벌렁벌렁 하지 씹창년아? 오빠 자지로 하루 종일 후장에 박아 주고 싶다!
-이 년 주인이라는 분 보세요. 저한테 분양하실 생각 없으신지? 이전부터 이 년 사진 보면서 너무 꼴리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보니 참을 수가 없네요. 원하시면 어느 정도 선에서는 사례도 할 수 있으니 생각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개보지야. 주인 더 필요하면 말해라. 내가 언제든지 달려가서 조교해 줄테니까!
거의 대부분의 댓글이 음란한 욕설과 비하 내용이었다.
지숙을 마치 상대를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여기는 듯 한 댓글들.
"미친 새끼들."
형우는 댓글을 몇 개 읽어 보고는 이를 갈며 화면을 뒤로 돌렸다.
아이디 검색란에 "암컷노예" 를 치자 수십 개의 게시물이 나타났다.
지숙이 노예가 되고 난 이후부터의 사진에서부터 최근의 것들 까지.
가장 최근에 올라온 게시물 들의 등록 날짜는 바로 어제였다.
첫 사진은 지숙이 로프에 몸이 묶인 채로 정면으로 드러 누워 보지와 가슴을 보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허벅지에는 무엇에 맞았는 지, 새빨갛게 자국이 남아 있었고, 보지와 가슴에는 예의 그 피어싱이 매달려 있었다.
아래 글에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주인님이 때려 주셔서 걸래 보지에 홍수가 났어요.
형우는 그 사진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혹시 어디인 지 알 수 있을 만한 단서가 있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사진은 오직 지숙의 몸만을 가득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 사진에서는 지숙이 스스로 보지의 피어싱을 양쪽으로 잡아 당겨 보지를 벌리고 있었다.
꽃잎처럼 붉게 벌어진 보지에는 허여멀건한 정액이 가득 고여 있었다.
-주인님이 개보지에 성수를 주셨어요. 아아...난 똥구멍으로 먹고 싶었는데......
그 다음 사진은 지숙이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을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지숙의 항문이 크게 벌어져 있었고, 안에서 싯누렇고 굵은 똥이 막 나오려 하고 있었다.
-종년은 주인님의 명령이 아니면 똥도 못 싼답니다. 그렇지만 주인님이 명령하시면 아무데서나 주저 앉아 싸버려요.
그 위에 또 한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지숙이 자신의 똥을 혀로 핥고 있는 사진이었다.
코 아래부분만 나오도록 찍었는데, 그것만 보고도 형우는 그녀가 지숙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주인님이 치우라고 하셔서 먹어서 치우고 있는 중이에요. 개년은 똥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제거 다 먹고 주인님이 주신 것도 먹어 버렸어요. 덕분에 오늘 저녁은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마지막 사진은 지숙이 개 두 마리의 자지를 양 손에 쥐고 혀를 내밀고 있는 사진이었다.
역시 얼굴은 잘려 있고 입부분까지만 나와 있었다.
-주인님이 오늘은 서방님들하고 하래요. 아, 제 서방님들을 소개 할게요. 흰둥이님하고 검둥이님이에요. 주인님이 교미를 시켜주셔서 제 서방님들이 되었어요. 암캐보지가 쓸쓸할까봐 서방님까지 주신 주인님께 감사해요. 욕플 많이 해주셔서 노예년 흥분하게 해주시면 다음 사진도 올려 드릴게요.
그 밑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모두 지숙을 창녀니 암캐니 해가면서 욕하는 내용들이었다.
거기까지 봤지만, 지숙이 있는 곳이나 현재 근황에 관한 것은 하나도 거론 되어 있지 않았다.
형우는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다.
혹시라도 자신이 놓친 것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어쩌면 지숙이나 사인방이 댓글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어서 댓글까지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 보았다.
하지만 역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본의 아니게 지숙의 몸만 선명하게 기억해 버렸을 뿐이었다.
이전의 지숙의 행위들도 봐오긴 했지만, 대부분 훔쳐 보거나 또는 캠 영상이었고, 또한 형우 역시 지숙의 몸을 자세히 보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사진을 보다 보니 그녀의 보지와 항문의 주름까지 또렷하게 기억날 정도로 머리속에 박혀 버렸다.
형우는 스스로 민망하여 얼굴을 붉히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지숙에게 닿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한스러웠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형우는 거의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핍폐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눈을 뜨면 하루가 지옥 같았고, 눈을 감으면 끔찍한 악몽을 꾸었다.
"...아프면 엄마가 돌아 올까? 아니, 내가...죽으면 엄마가 돌아 오겠지?"
머리속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만약에 자신이 죽으면 지숙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이대로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지금 심정 같아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죽을 때 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그냥 가만히 누워 떠나간 지숙을 기다릴 수 있었다.
"엄마...돌아 와요......"
형우는 머리속에 멤도는 말을 중얼거리며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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