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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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92회 작성일 20-01-17 14:40본문
서지우 31세. 이제 8년차에 접어드는 광고 디자이너. 163센티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49킬로의 적당한 볼륨, 학교를 다닐 때부터 예쁘다는 얘기는 언제나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였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에 익숙해져 버린 후부터는 그냥 고르기만 하면 되는 인생이었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따위는 그저 마음만 먹으면 전부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자들 중 괜찮아 보이는 남자를 선택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아서면 그 뿐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손만 뻗으면 다 가질 수도 있었지만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 허전함의 실체는 마치 우연처럼 찾아왔다. 몇 개월 전 그녀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잘못된 원고를 넘기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잘못된 이미지의 광고가 집행되어 버린 사고가 터져버린 적이 있었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지우는 매체를 맡고 있던 동료와 함께 클라이언트를 방문하게 되었고, 클라이언트 사의 광고 담당 임원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고스란히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적이 있었다.
분명 지우의 실수이기는 했지만 그 실수가 그 정도의 파장을 가지고 오리라는 것은 예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대안으로 가져간 시안보드가 회의실에서 내 던져지고, 새파랗게 어린 계집애한테 일을 맡기니까 그런 사고가 터지지 않느냐는 비아냥을 듣고, 나름 성의껏 준비해 갔던 대안들은 깡그리 무시 당한 채 그녀와 매체 담당 직원은 그 자리를 물러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각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좋은 결과를 내 오던 지우의 자존심은 여지 없이 뭉개지고 말았다. 난생 처음 당하는 질책과 비난 속에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도 모르게 그날을 버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지우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 사의 광고 담당 임원이 내던진 인격모욕에 가까웠던 비아냥을 되뇌어 볼 때 마다 그녀가 느껴왔던 허전함이 메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네 몸뚱이를 팔아서라도 손해를 채워오라’던 질책, ‘그까짓 몸뚱이 팔아봐야 발정 난 사내들에게 밖에 더 팔리겠냐’던 성희롱에 가깝던 비아냥이 그녀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고,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그녀의 프라이드는 무너진 둑처럼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프라이드 탓에 기분은 바닥을 헤매고 있었지만 어딘가 모를 묘한 자극 또한 그녀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도무지 그 자극의 실체를 알 수 없었던 그녀가 그 자극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지우는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펼쳐본 영화 잡지에서 Story of O의 소개 기사를 보게 되었고, 그녀는 그 기사를 통해 가학과 피학이라는 주제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70년대 영화이긴 했지만 클로즈업을 적절히 활용하던 감독이었기에 제법 강렬한 이미지가 그녀의 머리 속에 남아 버렸고,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이미지는 그녀 안에서 호기심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 호기심이 또 다른 이야기를 찾게 만들었고, 그런 지우가 웹이라는 통로를 통해 SM 동호회를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우가 발을 들여놓고 처음 느낀 것은 강력한 거부감이었다. 타인에 대한 복종과 그 복종의 대가로 얻어지는 안도와 쾌락 따위는 그녀에게는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 없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손만 내밀면 원하던 것, 갖고 싶은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지난 날이었다. 부모도 선생님들도 그녀의 재능과 미모를 아껴주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던 그런 생활들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복종이라니 당치도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사리 외면해 버릴 수도 없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자신도 모르게 그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고, 그 안에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던 글들 속에서, 그들의 고백과 각종 체험들을 훔쳐보듯이 들여다 보면서 무엇인가 커다란 싹 하나가 자신 안에서 싹 틔워가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스팽이니, DS니, 돔이니, 섭이니, 슬레이브니, 본디지니 플레이니 하는 생소한 용어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는 자신을 되돌아 보며 막연한 열기를 속으로 삭이고 있을 즈음이었다.
첫 느낌은 피곤해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스스로를 돔이라며 칭하는 많은 남자들 속에서 그 사람의 존재는 어딘가 좀 달라 보였다. 가식과 형식, 그리고 틀에 얽매여 있는 그들의 관계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한 자세가 그녀의 관심을 끌었다. 그가 남겨 놓은 흔적들에서 어딘가 모를 다름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다를 것 같다는 느낌에 지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의 생각에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 어떠한 틀과 형식을 갖추어 봐야 변태는 변태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변태라고 칭하는 남자의 태도가 그녀를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었을 무렵의 토요일 늦은 밤이었다.
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문을 두드리고 말았었고, 그 때까지만 해도 지우는 두 번 다시 되돌아가기 힘든 발걸음을 떼어놓고 말았음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45세. 강지석. 1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소기업의 오너. 스스로의 성향을 알아버린 것은 결혼 이후였다. 유학시절 처음 접한 새로운 성문화가 그를 이 길로 이끌었고, 스스로 변태임을 인정하기까지 1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주변을 재단하기를 좋아하고, 드러내놓고 앞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주위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써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고, 직관적이고, 냉정한 성격으로 판단이 빠르고 행동에는 거칠 것이 없었던 덕분에 한번 인정을 한 이후로부터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스스로를 받아들인 이후부터 지금까지 몇 명의 인연을 만들어 왔었고, 그 인연들과 함께 새롭게 눈을 뜨기도 했고, 때로는 실패를 맛보기도 하면서 그 나름대로의 세계와 가치관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몇 년 전 그를 통해 눈을 떴던 아이를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떠나본 후 이따금씩 만나는 파트너들은 그의 욕구를 100% 채워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풀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끔씩 들락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스로를 돔입네, 섭입네 자처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지만 그의 눈길을 잡아 끄는 사람은 흔치가 않았다. 성적인 컨텐츠를 다루는 커뮤니티였던 만큼 어떻게 하면 섹스나 한번 해볼까 하는 남자들이 돔을 자처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호기심만 가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했다. 조금 더 남자답고 강한 남자친구를 원하는 아이, 정신적으로 기대기 보다 경제적으로 기대려는 아이, 쉽게 자신을 내려놓지도 못하면서 이것저것 조건만 따지는 아이까지 참 많은 군상들이 모여 있었지만 인연이란 건 그렇게 쉽게 만나지는 것이 아니었다.
‘뭐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저 깊은 곳에서 피어 오르는 피하지 못할 갈증이기는 했지만 지석이 정도의 나이가 되면 사실 억누르지 못할 것도 없기는 했다. 100% 마음에 들지 않는 파트너를 데리고, 귀중한 시간을 쪼개낼 만큼 그렇게 절절한 욕구불만은 철없는 어린 남자들에게나 있는 있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지석이었기에 그냥 산책이나 하고 소일이나 하려는 심정으로 커뮤니티를 둘러보며 몇 가지 생각들을 끄적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우로부터 쪽지가 날아든 것은 그러던 어느 토요일 늦은 밤이었다.
‘시간… 괜찮으시다면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는 없을까요….?’
가끔 있는 일이었기에 지석은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답장을 보냈고, 그렇게 둘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손만 뻗으면 다 가질 수도 있었지만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 허전함의 실체는 마치 우연처럼 찾아왔다. 몇 개월 전 그녀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잘못된 원고를 넘기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잘못된 이미지의 광고가 집행되어 버린 사고가 터져버린 적이 있었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지우는 매체를 맡고 있던 동료와 함께 클라이언트를 방문하게 되었고, 클라이언트 사의 광고 담당 임원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고스란히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적이 있었다.
분명 지우의 실수이기는 했지만 그 실수가 그 정도의 파장을 가지고 오리라는 것은 예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대안으로 가져간 시안보드가 회의실에서 내 던져지고, 새파랗게 어린 계집애한테 일을 맡기니까 그런 사고가 터지지 않느냐는 비아냥을 듣고, 나름 성의껏 준비해 갔던 대안들은 깡그리 무시 당한 채 그녀와 매체 담당 직원은 그 자리를 물러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각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좋은 결과를 내 오던 지우의 자존심은 여지 없이 뭉개지고 말았다. 난생 처음 당하는 질책과 비난 속에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도 모르게 그날을 버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지우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 사의 광고 담당 임원이 내던진 인격모욕에 가까웠던 비아냥을 되뇌어 볼 때 마다 그녀가 느껴왔던 허전함이 메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네 몸뚱이를 팔아서라도 손해를 채워오라’던 질책, ‘그까짓 몸뚱이 팔아봐야 발정 난 사내들에게 밖에 더 팔리겠냐’던 성희롱에 가깝던 비아냥이 그녀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고,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그녀의 프라이드는 무너진 둑처럼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프라이드 탓에 기분은 바닥을 헤매고 있었지만 어딘가 모를 묘한 자극 또한 그녀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도무지 그 자극의 실체를 알 수 없었던 그녀가 그 자극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지우는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펼쳐본 영화 잡지에서 Story of O의 소개 기사를 보게 되었고, 그녀는 그 기사를 통해 가학과 피학이라는 주제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70년대 영화이긴 했지만 클로즈업을 적절히 활용하던 감독이었기에 제법 강렬한 이미지가 그녀의 머리 속에 남아 버렸고,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이미지는 그녀 안에서 호기심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 호기심이 또 다른 이야기를 찾게 만들었고, 그런 지우가 웹이라는 통로를 통해 SM 동호회를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우가 발을 들여놓고 처음 느낀 것은 강력한 거부감이었다. 타인에 대한 복종과 그 복종의 대가로 얻어지는 안도와 쾌락 따위는 그녀에게는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 없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손만 내밀면 원하던 것, 갖고 싶은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지난 날이었다. 부모도 선생님들도 그녀의 재능과 미모를 아껴주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던 그런 생활들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복종이라니 당치도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사리 외면해 버릴 수도 없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자신도 모르게 그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고, 그 안에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던 글들 속에서, 그들의 고백과 각종 체험들을 훔쳐보듯이 들여다 보면서 무엇인가 커다란 싹 하나가 자신 안에서 싹 틔워가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스팽이니, DS니, 돔이니, 섭이니, 슬레이브니, 본디지니 플레이니 하는 생소한 용어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는 자신을 되돌아 보며 막연한 열기를 속으로 삭이고 있을 즈음이었다.
첫 느낌은 피곤해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스스로를 돔이라며 칭하는 많은 남자들 속에서 그 사람의 존재는 어딘가 좀 달라 보였다. 가식과 형식, 그리고 틀에 얽매여 있는 그들의 관계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한 자세가 그녀의 관심을 끌었다. 그가 남겨 놓은 흔적들에서 어딘가 모를 다름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다를 것 같다는 느낌에 지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의 생각에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 어떠한 틀과 형식을 갖추어 봐야 변태는 변태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변태라고 칭하는 남자의 태도가 그녀를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었을 무렵의 토요일 늦은 밤이었다.
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문을 두드리고 말았었고, 그 때까지만 해도 지우는 두 번 다시 되돌아가기 힘든 발걸음을 떼어놓고 말았음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45세. 강지석. 1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소기업의 오너. 스스로의 성향을 알아버린 것은 결혼 이후였다. 유학시절 처음 접한 새로운 성문화가 그를 이 길로 이끌었고, 스스로 변태임을 인정하기까지 1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주변을 재단하기를 좋아하고, 드러내놓고 앞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주위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써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고, 직관적이고, 냉정한 성격으로 판단이 빠르고 행동에는 거칠 것이 없었던 덕분에 한번 인정을 한 이후로부터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스스로를 받아들인 이후부터 지금까지 몇 명의 인연을 만들어 왔었고, 그 인연들과 함께 새롭게 눈을 뜨기도 했고, 때로는 실패를 맛보기도 하면서 그 나름대로의 세계와 가치관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몇 년 전 그를 통해 눈을 떴던 아이를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떠나본 후 이따금씩 만나는 파트너들은 그의 욕구를 100% 채워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풀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끔씩 들락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스로를 돔입네, 섭입네 자처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지만 그의 눈길을 잡아 끄는 사람은 흔치가 않았다. 성적인 컨텐츠를 다루는 커뮤니티였던 만큼 어떻게 하면 섹스나 한번 해볼까 하는 남자들이 돔을 자처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호기심만 가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했다. 조금 더 남자답고 강한 남자친구를 원하는 아이, 정신적으로 기대기 보다 경제적으로 기대려는 아이, 쉽게 자신을 내려놓지도 못하면서 이것저것 조건만 따지는 아이까지 참 많은 군상들이 모여 있었지만 인연이란 건 그렇게 쉽게 만나지는 것이 아니었다.
‘뭐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저 깊은 곳에서 피어 오르는 피하지 못할 갈증이기는 했지만 지석이 정도의 나이가 되면 사실 억누르지 못할 것도 없기는 했다. 100% 마음에 들지 않는 파트너를 데리고, 귀중한 시간을 쪼개낼 만큼 그렇게 절절한 욕구불만은 철없는 어린 남자들에게나 있는 있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지석이었기에 그냥 산책이나 하고 소일이나 하려는 심정으로 커뮤니티를 둘러보며 몇 가지 생각들을 끄적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우로부터 쪽지가 날아든 것은 그러던 어느 토요일 늦은 밤이었다.
‘시간… 괜찮으시다면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는 없을까요….?’
가끔 있는 일이었기에 지석은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답장을 보냈고, 그렇게 둘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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