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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유기견 센터에 - 단편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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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18회 작성일 20-01-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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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번, 묶여야 사는 암캐



카트를 밀고 옆 칸으로 가요. 음, 이 아이는 솔직히 동물보단 식물 같아요.

소리도 내는 적이 없고요. 일부러 움직이지 않으면 자세도 안 바꾸거든요.

정확히는, 자세를 바꿀 수 없는 상태인 걸 좋아하는 거지만.

오늘은 Y자 형틀에 묶여 있어요. 두 손이 번쩍 들려 위로 고정되어 있네요.

사장님께서 선 자세로 너무 오래 있으면 안 좋다고 아래에 의자 부분도 만들어 줬는데,

걸터앉을 부분을 안 줘도 하루 종일 서 있을 수 있는 애에요.

의자 부분 없을 때는 그냥 서 있었거든요.



아무튼, 이 아이는 형틀에 묶인 채로 주인이 사흘이고 나흘이고 방치했대요.

빛 한 점 들지 않는 방 안에 한달 넘게 묶인 채로 살기도 하고,

긴 바가 붙은 수갑이랑 족갑을 채워서 공원에 버려두기도 했다나요?

숨어서 담배 피우는 양아치 고딩들한테 윤간당했다는데,

소리 한번 못 내고 고스란히 당했대요. 불쌍하죠.

그런데 이젠 자기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도 없어 보이니 뭐.

형틀에 묶인 채로 똥오줌을 다 싸기 때문에 자주 닦아줘야 돼요.

안 그러면 지독한 냄새가 나거든요. 얼굴을 봐서는 30대 초반인 거 같은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몸에 늘 쿰쿰한 냄새가 배어 있어요.



몸을 닦아 주고 카트에서 채찍을 꺼내 왔어요.

전 주인 말에 따르면 형틀에 묶여서 당하는 일은 뭐든지 다 좋아했다는데,

일단 반응은 없네요. 몇 대 맞아야 정신이 돌아올 것 같아요.

평소에는 다가가도 반응이 없는 게 꼭 나무 같다니까요.

채찍으로 커다란 젖가슴과 하얀 배를 좀 예뻐해 줬어요.

부드러운 피부에 빨간색 줄이 쫙쫙 생겼죠.

그제서야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약간 움직이네요.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전 얼굴 부분만 빼고 전체적으로 때려 줬어요. 가슴, 팔, 배, 허벅지, 종아리에

새빨간 스팽 자국투성이가 됐어요. 아이의 표정이 아련해져요.

뭐 보지는 틀림없이 젖었을 거에요. 그런 거야 확인할 필요도 없죠.

그 때 핸드폰이 울렸어요.



“네, 사장님?”

“P씨. 잠깐 밖에 좀 나올래요?”

“무슨 일이세요?”

“누가 대문 앞에 암캐를 버리곤 바로 가려고 하네.

P씨도 알다시피 암캐에 대한 정보를 알려면 전 주인과 인터뷰를 해야 하잖아.

내가 지금 차 못 가게 막고 있으니까 올라와 봐요.”



네, 하고 대답하고 서둘러 지하실 밖으로 나왔어요. 흔하진 않지만 가끔 있는 일이에요.

사장님 인상이 좀 우락부락하고, 남자니까 상대 안하고 가버리려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사실 암캐 상태가 너무 안 좋으면 자길 범죄자 취급할까봐 그러시는 분도 있고요.

아님 뭐, 개인정보 유출될까봐 그러기도 하고……. 이유는 많죠 뭐.





5. 인터뷰



올라가니 검은 색 외제차가 한 대 서 있고, 사장님이 그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계세요.

암캐는 어디 있는지 안보이네요. 하지만 사장님께서는 절 보자 얘기를 잘 해서 차주인을

집안으로 들이라고 하시고는, 본인께서는 암캐 상태를 확인해 보신다고 집 안으로 들어가셨어요.

그 새 안으로 들였나? 사장님이 들어가고 저는 외제차 창문을 두들겼어요.



“선생님, 잠시 창문 좀 내려주시겠어요?”



새까맣게 썬팅한 창문 너머에선 대답이 없어요. 하지만 시동도 걸고 있지 않아요.

어쩌면 차에서 내릴지도 모르겠네요.



“선생님, 여기에 암캐를 맡기시려면 인터뷰를 하셔야 해요.

암캐에게 병이 있거나 그러면 알려주셔야 하고요. 그래야 관리가 쉽거든요.”



“……그냥 가면 안됩니까?”



중후한 목소리에요. 적어도 50살은 먹은 것 같네요.



“네, 저희도 절차가 있거든요. 일단 암캐가 접수되면 그 이후로는 연락 드리지 않아요.

법적인 문제가 있어도 선생님 이름을 경찰에 말하는 일도 없을 거에요."



잠시 더 설득하자 남자가 내려서 집 안으로 따라 들어오네요.

저는 재빨리 부엌으로 들어가서 따듯한 녹차를 우려 왔어요.

그 사이 남자와 사장님은 거실 탁자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계시네요.

앞 부분은 거의 못 들었지만 대충 내용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밀키는 하우스 슬레이브로 3년 정도 데리고 있었습니다.”



밀키가 이름인가 봐요.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해서 말씀하셨어요.



“하우스 슬레이브라면 집안일도 돌보고, 장도 보고 그랬던 아인가요?”



“네. 집안일을 곧잘 했습니다.”



“그럼 저희 센터에 맡길 정도로 문제가 있진 않을 텐데요.”



“제가 한 달 뒤에 재혼을 합니다. 와이프가 집에 들어올텐데 하슬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수가 없어서요.”



“단지 결혼 일정이 급하신 거라면 오피스텔을 얻어서 나가 살게 하든지,

재분양을 하시든지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아니면 하슬을 일상 생활로 복귀시킬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의논은 해보셨나요?”



남자는 잠시 침묵을 지켰지만, 곧 결심한 듯 말을 이었어요.



“이미 의논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재분양을 해보려고 해도, 시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곧 결혼하거든요.”



“잘 모르겠네요. 지능도 건강도 양호한 것 같은데 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시다는 건지…….”



“밀키!”



남자가 자신의 암캐를 불렀어요. 그제야 저는 그 암캐가 담요를 어깨에 두른 채

거실 구석에 인형처럼 앉아 있었단 걸 알 수 있었죠.

암캐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를 바라봤어요.



“옷 좀 벗어서 보여드려.”



암캐는 순순히 옷을 벗었어요. 그러자 곧 놀라운 게 보였죠.

유난히 하얗고 매끄러운 암캐의 몸뚱이에는, 글씨가 가득했어요.

아니, 낙서라고 해야겠네요. ‘저는 더러운 암캐 개보지입니다.’ ‘육변기 밀키’ 라는

글씨가 젖가슴과 배를 중심으로 제일 크게 써 있었어요.

남자는 암캐를 가까이 불러서 다른 글씨들도 보여줬어요.

왼쪽 젖가슴에는 ‘빨통1’ 오른쪽 젖가슴엔 ‘빨통2’라고 적혀 있었고,

허벅지 안쪽엔 각각 ‘정액’ ‘변기’라는 글씨가 양쪽으로 쓰여 있었죠.

보지엔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고 ‘씹구멍’이라고 쓰여 있었고,

애널엔 작은 화살표가 되어 있고 ‘암캐 똥구멍’ 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거 말고도 옆구리니 팔 안쪽이니 낙서가 아주 많았죠. 대부분 외설적인 거였어요.



몸을 뒤집어 등을 보니 왼쪽 날개 뼈 위에 섬세하게 묘사된 여자 보지가 그려져 있었어요.

목부터 척추를 따라 꼬리뼈까지 세로로 있는 레터링은 ‘영원히 좆물받이 암캐로

살기로 맹세합니다’ 였죠. 엉덩이 위쪽에는 ‘이곳을 세게 때려주세요.’ 라고 해놓고

하트까지 그려 놨더라고요. 사장님께서 한숨을 쉬셨어요.



“이거, 죄다 문신입니까?”



남자가 이마를 찡그렸죠. 보면 모르냐는 투였어요.



“스스로 원해서 새긴 거니 뭐…….”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언제 새겼죠? 전문 타투이스트에게 맡겨서 한 건가요?”



“타투는 전문가에게 했습니다. 솜씨가 좋은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염증 나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재작년 1월부터 2, 3개월에 한 개씩 꾸준히 새겼습니다.”



과연 이 정도라면 정상적인 성생활은 불가능하겠네요.

남자친구랑 섹스하려고 옷을 벗었는데, 저 모양이면 어떤 여자로 생각하겠어요?

문득, 여자가 힐끔 절 쳐다보더니 옷을 다시 입어도 되겠냐고 했어요.

낯모를 남자에게 몸을 보이기보다 여자인 제가 더 신경 쓰이는 모양이에요.

사장님은 이제 마지막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은 게 언제인지를 묻고 계셨어요.

저는 슬쩍 눈치를 보고 지하실로 돌아갔어요. 계속 일을 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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