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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늪] - 2부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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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265회 작성일 20-01-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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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앞으로 나가는 채연과 한구를 바라보는 유나는 쓴웃음을 흘렸다. 몸을 흔들기 시작한 채연이 이따금 소파에 앉아있는 유나와 응수를 힐끔거리며 바라봤다. 그리고 춤을 추던 채연이 부리나케 소파로 다가왔다. 그녀는 응수의 어깨를 치며 목청을 높였다.



“오빠! 뭐해요? 그냥 앉아 있을 거야! 빨리 나와. 유나도!”

“..........”



채연이 유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멋쩍은 표정을 지은 유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응수도 일어나 그녀들 뒤를 따라 스테이지로 나섰다. 그들은 원형으로 둘러서서 마주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구와 채연이 열광적으로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에 응수도 마른체격을 격렬하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멋쩍은 미소를 흘린 유나는 가벼운 동작으로 음악의 물결 속에 휩싸였다.



한구의 시선이 가볍게 춤을 추고 있는 유나에게 향했다. 동그란 얼굴에 미소가 깃든 까만 눈동자, 날씬하면서도 통통한 몸매로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은 인형처럼 앙증맞아 보였다. 유나를 향한 한구의 시선을 의식한 채연이 그의 귀를 잡아 당겼다.



“오빠! 어딜 봐.......! 왜, 한 눈 팔아. 못 됐어.”

“하하.........!”



무안했던 한구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유나와 응수는 가깝게 있어서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유나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몸을 흔들었다. 몸을 흔들고 있는 응수가 유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짧은 스커트 밑으로 날씬하게 뻗은 다리와 통통하면서도 한줌밖에 되지 않는 허리의 흔들림은 유혹이었다.



응수와 한구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남자들 시선도 이따금 유나를 향하고 있었다. 밴드의 연주곡이 바뀌고 여자가수가 나와서 백댄서의 율동과 함께 흥겨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스테이지 분위기는 또 한 차례 절정을 이루었다. 술과 분위기에 추한 응수가 유나의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관심하던 유나도 그와 마주서서 몸을 흔들었다.



유나보다 별로 키가 크지 않은 응수가 그녀를 감싸듯이 맴돌았다. 유나는 빤히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피해 아예 눈을 감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흥겨운 음악에 묻혀 몸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밴드 연주곡이 멈추고 개그맨들이 등장했다.



좌석으로 돌아온 그들은 맥주잔을 주고받으며 갈증을 풀어냈다. 개그맨들의 공연에 손님들이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개그의 소재는 다분히 성적인 묘사였다. 유나도 웃음을 흘리다가 흠칫하였다. 응수가 소파 등받이에 팔을 뻗으며 슬그머니 그녀의 어깨를 감싸려고 했다. 맥주잔을 집어 드는 것처럼 그녀는 상체를 앞으로 당겨 피했다.



다시 연주곡이 흘러나오고 반라의 댄서들이 야릇한 복장으로 나와 안무를 펼쳤다. 젊은이들이 우르르 스테이지로 몰려 나갔다. 맥주잔을 비우던 그들도 스테이지로 나가서 몸을 흔들었다. 유나는 응수의 시선이 향하는 댄서들을 바라봤다. 팬티까지 들어나 보이는 댄서들의 니트가 벌어져 젖가슴이 들어나 보일 정도였다.



유나는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응수의 눈빛을 피해 돌아서서 몸을 흔들었다. 분위기에 젖어서 채연이 권하는 술잔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 마셨던 유나는 현기증이 났다. 그러나 그녀는 광란하는 젊음과 음악의 시간과 공간의 물결 속에 머물러 있기에 즐거울 뿐이었다. 그들은 춤을 추다가 갈증을 느끼면 술을 마시기를 반복하였다.



어느 순간 유나는 아득한 시간 속으로 한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많은 술을 마셨는지 정신마저 몽롱했다. 춤을 추고 있던 그녀는 비틀거리며 좌석으로 돌아와 앉았다. 소리도 없는 물체들이 흐느적거리며 그녀의 시야에서 맴돌고 있었다.



“얘! 유나야! 술 취했니?”

“응! 아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던 유나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채연이 그녀의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몽롱한 의식 속에 유나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확대되어 보이는 것에 고개를 흔들었다. 채연도 술이 취했기에 한구의 팔을 잡아끌었다.



“오빠! 그만 가자. 힘들어.”

“그래! 나도 취했어.”



채연이 한구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사람들이 오고가는 복잡한 통로를 걸어 나갔다. 멍하니 쳐다보던 유나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비틀거렸다. 쳐다보고 있던 응수가 얼른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



“괜찮아요. 나, 술 안 취했어요.......!”

“.........”



유나는 결코 술에 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은 그녀는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통로를 걸어 나갔다. 그러나 자꾸만 헛딛는 것만 같았다. 통로를 지나다가 어깨를 부딪친 여자가 그녀를 흘겨보았다. 고개를 숙여 미안함을 표시한 그녀는 간신히 클럽을 빠져 나왔다.



어둠이 짙게 깔린 도로변의 건물들에는 불빛이 꺼져 있었고 왕래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차량들도 보이지 않았고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옹기종기 모여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한구의 팔짱을 끼고 흐느적거리던 채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다.



“오빠! 어떡하지.......!?”

“우리는 괜찮지만........ 너하고 유리는 잡까지 걸어갈 수도 없고.......!?”



한구의 집은 서울이었고 강원도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멀지 않은 곳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채연의 시선이 유나를 향했다. 유나는 가로수에 기대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채연은 유나가 어지간히 술에 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채연의 눈치를 살피던 한구가 말했다.



“음.......! 차도 없고 늦었으니 내 방에 갈래?”

“그........럴까!?”



채연이 유나를 다시 힐끗 돌아보면서 되물었다.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녀이지만 한구를 향하는 눈빛은 반짝거렸다. 채연이 유나에게 다가갔다.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 유나는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채연이 유나의 팔을 흔들었다.



“너, 술 취했나보구나!?”

“아, 아니 괜찮으니.......걱정 마.”



“택시도 없고 늦어서 어떡하니! 한구 오빠 방에 가서 자고 아침 일찍 나오자.”

“아침 일찍.......!?”



“그래! 어쩔 수 없잖니.”

“그, 그래........”



대답하는 유나가 비틀거렸다. 그녀는 당장 쓰러져 잠을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채연은 한구의 자취방을 갔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유나의 손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하고 한구와 응수가 뒤따랐다. 차도 다니지 않기에 그들은 차도를 건너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 안에는 여인숙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원룸 건물들이 즐비했다.



막다른 골목의 삼층 건물 입구에서 한구가 앞장서서 층계를 걸어 올라갔다. 삼층에서 채연과 유나는 도어의 번호 키를 누르고 들어가는 한구를 뒤따라 들어갔다. 싱글 침대와 책상, 옷장, 그리고 간단한 주방기구가 있는 단출한 방안이었다. 문을 닫으려던 채연이 한구에게 물었다.



“응수 오빠는?”

“슈퍼에 들렀다 올 거야.”



조금 있으려니 응수가 큰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방바닥에 맥주와 마른안주들을 쏟아 놓았다. 그의 시선이 침대위에 올라앉아 있는 유나를 향했다. 벽에 비스듬히 등을 의지한 그녀는 두 다리를 뻗은 자세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눈빛이었다. 응수는 유나가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자! 우리 입가심으로 한잔씩 하지.”

“응수 오빠! 술 안취한 모양이네.”



“맥주는 괜찮아.”

“유나야! 이리와.”



채연이 유나에게 손짓을 했다. 정신이 몽롱한 유나는 오직 잠을 자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쓸어져 잘 수는 없었다. 그들은 맥주와 안주를 둥글게 둘러싸고 바닥에 마주 앉았다. 그들은 각기 서로의 잔에 맥주를 따랐다. 유나는 힘없이 잔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과 잔을 부딪고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유나는 얼른 잠을 자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그녀는 엉금엉금 침대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천장의 사각 무늬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그들의 웃음소리가 동굴 속에서 메아리치듯이 들렸다. 채연이 침대위에 누워 있는 유나를 힐긋 쳐다봤다.



“제는 술 취했나봐. 우리끼리 마시자.”

“유나가 술에 약하구나.”



“춤추는 모습이 예쁘던데.......”

“응수 오빠! 유나한테 반했구나! 호호......!”



맥주잔을 주고받는 그들은 제각기 한마디씩 하며 웃고 떠들었다. 자정을 넘긴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유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엄마의 호된 꾸지람에 그녀는 변명도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디서 자고 왔느냐고 다그치는 엄마를 피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눈을 감고 있던 유나는 엄마의 체취를 느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엄마가 그녀에게 모포를 덮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가슴이 답답하고 걸치고 있는 옷을 벗어버리고 싶었다.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엄마가 그녀의 옷을 벗겨주었다. 시원함을 느낀 그녀는 다리를 펴고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하복부가 뻐근하고 통증을 느꼈다.



유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쓰라린 통증을 유발하는 압박감에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온 몸에 힘이 빠져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녀로서는 생전 처음 몸속을 파고드는 이질감이었다. 허우적거리던 그녀는 간신히 눈을 떴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방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던 그녀는 외마디를 질렀다.



“아 윽~! 누, 누구........!?”

“쉿! 조용히 해. 촌스럽게.”



유나의 목소리는 남자의 우악스러운 손바닥에 의해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를 타고 앉은 남자의 검은 그림자를 보고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어둠 속의 남자는 응수였다. 그녀의 입을 우악스럽게 손바닥으로 막고 있는 응수는 거친 숨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쓰라린 통증을 느끼는 허벅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흉물을 의식했다. 그녀는 강제로 순결을 빼앗기고 것이었다.



“읍! 아, 안 돼........”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유나는 오직 남자의 힘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가슴에 손을 뻗은 그녀는 허벅지를 모으며 온 힘을 다해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가 양 팔을 움켜쥐고 누르고 있어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허우적거렸다.



“시, 싫어. 왜 이래! 개같은 자식......! 엄마 얏!”

“난, 네가 좋아........”



유나의 양쪽 허벅지는 거친 숨을 내뿜는 응수의 무릎에 눌려 있었다. 왜소한 체격이지만 그는 남자였다. 그는 간신히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틀어박힌 페니스 귀두를 보지 속으로 밀어 넣으려했다. 남자의 힘을 당해 낼 수 없는 그녀는 머리가 터지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진땀만 흘릴 뿐이었다. 하복부가 들어난 그녀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헉, 헉, 헉........”

“아 으, 어, 엄, 마. 하 응........”



유나의 몸을 유린하는 응수는 충혈된 눈빛으로 헐떡거리는 숨소리를 뿜어냈다. 그리고 또 다른 여자의 안타까운 신음소리! 유나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침대 밑을 향했다. 가물가물한 의식 속에서도 유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발가벗은 두 남녀가 엉켜있었다. 한구의 가슴아래 깔린 채연이 흘리는 신음이었다. 한구의 허리에 허벅지를 감고 매달려 아등바등하는 그녀의 발가벗은 나체! 유나와 채연의 시선이 마주쳤다. 차마 바라보기에 민망한 광경이기에 유나는 눈을 감았다.



“.........”



유나의 양 팔을 누르고 있는 응수는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는 보지 입구에 걸친 페니스 귀두를 깊숙이 삽입하려고 그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극도로 흥분하고 있는 그는 거의 사정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유나가 허벅지에 힘을 주고 있어 삽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가물가물한 의식 속에서도 허벅지에 힘을 주며 그에게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었다.



“가만히 있어!”



응수는 한구와 채연이 엉켜있는 모습에 더욱 흥분하여 헐떡거렸다. 그는 채연괴 한구가 오래전부터 육체관계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희도 쉽게 몸을 허락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녀가 거부한다고 포기할 수 없는 그는 상희의 다리를 벌리며 무릎으로 짓눌렀다. 통증을 느낀 상희가 입술을 벌리며 허벅지를 벌렸다. 간신히 그녀의 허벅지를 벌린 그가 엉덩이를 내리눌렀다. 희미한 의식 속에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화들짝 놀랐다.



“아 윽!”



유나는 몸속을 치밀고 들어오는 이질감에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자포자기가 되어버린 그녀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있었다. 그녀는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기에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처음으로 남자와 관계를 하여 순결을 잃는다는 표정을 친구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었다.



“헉~!”



마른 장작처럼 매달린 응수가 숨을 깊이 들어 마셨다. 유나는 보지 속을 헤집고 들어온 남성이 뿜어내는 분비물을 느끼고 토할 것처럼 역겨웠다. 저항할 기운도 의지도 잃은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지며 눈앞이 가물가물하였다. 단지, 안간힘을 쓰며 남자에게 매달리는 채연의 감정을 이해 할 수가 없었고, 쓰라린 통증 속에 의식이 가물가물할 뿐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혼절하듯이 정신을 잃었던 유나가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다.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들어오고 있는 방안이었다. 뒤늦게 그녀는 잠들었던 곳이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방바닥에는 한구와 채연이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머리뿐만 아니라 하복부가 뻐근하였다. 아직도 술기운이 남아있는 그녀는 비로소 어제 밤을 떠올렸다.



벌떡 일어난 유나는 벗겨진 하복부를 내려다보며 현기증을 느꼈다. 끈적이고 불결한 감촉! 그녀는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팬티와 핫팬티를 집어 허벅지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주위를 살피는 그녀의 시야에는 끌어안고 잠든 채연과 한구의 모습뿐이고 응수는 보이지 않았다. 좌절감에 젖은 그녀는 한동안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자신의 모습을 친구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유나는 비틀거리며 한구의 원룸을 나섰다.



집에 도착한 유나는 엄마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가게 안에 상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발자국 소리를 죽여 살림방이 있는 뒷문 앞으로 다가섰다. 그때 뒷문이 열리며 상희가 나왔다. 상희는 그렇지 않아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 딸을 걱정하며 늦게까지 작업을 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딸을 보자마자 와락 소리를 질렀다.



“너. 어디서 자고 오는 거야?”

“채연이네 간다고 했잖아!”



“엄마가 기다리는데 빨리 들어와야지.”

“내가 어린애야!”



유나는 도리어 신경질을 부리며 뒷문을 왈칵 열어젖히고 들어갔다. 어의가 없는 상희는 딸의 뒷모습을 멀거니 쳐다봤다. 유나는 엄마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성질을 낸 것이었다. 유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 온 몸의 피부위로 징그러운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만 같아서였다.



벗어들었던 팬티를 세탁기에 놓으려던 유나는 뒤늦게 눈물을 흘렸다. 팬티에 묻은 핏물을 들여다보던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때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녀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순결을 잃은 감정이 북받쳤다. 한참 웅크리고 있던 그녀는 채연의 당당한 모습을 떠올렸다.



유나는 한구와 성관계를 하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던 채연을 떠올렸다. 오히려 어둠 속에 그녀의 눈동자는 꿈을 꾸듯이 황홀한 표정이었다. 유나로서는 채연이 어떤 감정으로 성관계를 하는지 알 수 없으나 그녀의 몽롱한 눈빛은 잊을 수 없었다. 유나는 어차피 순결을 잃은 상태이니 채연처럼 당당해지고 싶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유나는 순결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잠시 실수로 넘어진 상처일 뿐이라고 자위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시간을 잊어버리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것은 더욱 연예인이 되고 싶은 욕망을 끌어올리는 결심이었다. 치욕적인 강릉을 벗어나 새로운 여자가 되고 싶었다.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여자가 아니고, 성적인 역할을 통해 새로운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유나는 좌절보다는 달관하고 싶었다. 그러나 실망할 엄마가 걱정되었다. 들고 있던 팬티에 비누칠을 하여 핏자국을 대충지우고 세탁기 속에 던져 넣었다. 그녀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발가벗고 섰다. 사타구니 속의 분비물을 박박 문질러 닦아내는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상희는 친구 집에서 자고 왔다는 딸을 너무 윽박질렀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했던 딸을 위해 식사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유나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뒤돌아 본 상희는 딸의 얼굴이 핏기가 없고 핼쑥하기에 걱정스러웠다.



“어디 아프니........!?”

“아냐!”



“식사 해야지!?”

“먹기 싫어.”



유나는 엄마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상희는 쌀쌀맞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연예인이 되려고 서울로 보내달라는 딸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었다. 딸자식을 험한 세상에 내놓고 싶은 부모는 없었다. 그것은 어린아이를 발가벗겨 길거리에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자식의 인생을 부모가 원하는 데로만 할 수도 없기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늦은 봄의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서울의 도심지는 인파로 북적인다. 인파 속에는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성급하게 여름을 맞이하려는 사람들 모습도 보인다. 특히 충무로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유행과 예술의 거리이며 거대 쇼핑도시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다. 각종 브랜드매장, 백화점, 보세가게 등이 밀집되어 있다. 또한 쇼핑과 함께 일식, 양식 등 다양한 먹거리와 헤어샵, 은행, 극장 등 많은 편의시설이 있다.



승용차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는 도로변 건물 안으로 젊은이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젊은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입구에는 고딕체의 ‘[SM]샤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그동안 ‘SM’은 신인 가수를 음악차트 상위권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설립자이고 대표인 서우의 인기몰이 때문이었다.



‘SM’은 직접 영화제작을 하겠다는 계획을 언론을 통해 보도했다. 그리고 가수와 연기자 신인 발굴을 위한 공개 오디션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서우는 선망의 대상이었기에 ‘SM’의 오디션은 언론이 예상한 것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들어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오디션 대기실의 지원자들의 모습과 표정은 천태만상이었다.



시선을 끄는 외모에 각자 개성을 살리는 의상을 걸친 지원자들! 스포티한 점퍼를 걸쳤지만 남다른 이미지가 풍기는 남자, 짙은 화장에 화려한 의상을 걸친 여자, 앞가슴이 들어나도록 패인 민소매와 허벅지가 들어나는 스커트를 걸친 여자, 긴장을 풀려고 껌을 질겅질겅 씹는 여자 등 대기실의 광경은 터미널 대합실 같았다.



다른 사람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며 예행 연습하는 지원자. 대본을 들고 악을 쓰는 지원자도 있었다. 오디션을 치루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도 각양각색이었다. 예비 합격한 사람은 가족이나 친지들에 휩싸여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거나 탈락한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울기도 했다.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는 남녀들 속에는 채연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그녀 뒤에는 유나가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채연은 오디션에서 보일 춤을 떠올리며 이따금 볼륨감 넘치는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었다. 유나 또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수보다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 유나는 암기했던 드라마의 대사를 떠올리고 있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유나는 기어코 엄마의 허락을 받아낸 것이다. 상희는 유나가 평범한 여자로 행복하기를 바랄뿐이었다. 험난한 세상에 딸을 내놓기 두려운 엄마의 마음이었다. 또한 유나를 지원해줄 경제적인 여건도 아니었다. 그러나 유나는 친구 채연이 서울로 간다는 말을 듣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채연은 남자친구 임 한구의 도움으로 서울에 기거할 방을 마련했던 것이다. 채연은 유나에게 자신의 방에서 같이 있으며 오디션을 보자고 했다. 상희는 고민 끝에 딸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상희는 딸의 요구를 허락하는 대신 조건을 내세웠다. 반듯이 채연과 같은 숙소에 있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디션에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오라는 조건이었다.



다섯 명씩 한조가 되어 오디션을 치루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린 끝에 채연과 유나가 속한 조가 오디션 장으로 들어가는 순서가 되었다. 오디션을 치룬 조의 지원자들이 모두 울상이 되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유나는 더욱 긴장하여 심장이 덜컹거렸다.



지원자들을 안내하는 직원의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나는 긴장한 탓에 귀가 멍멍하고 잘 들리지도 않았다. 대기했던 지원자들이 오디션 장소로 들어가고 유나는 채연의 뒤를 따라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그녀와 같은 조에는 모두 여자 지원자들이었다. 카메라의 렌즈와 다섯 명의 면접관의 시선을 의식하는 유나는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렸다.



면접관들은 각기 자신의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응시원서와 지원자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다만 제일 우측에 있는 면접관만이 명찰이 없었고 카메라로 연결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들어가 서있는 지원자의 이름이 불려졌다.



“이름이 서 지은?”

“네!”



“업소에서 가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고?”

“네! 조금했습니다.”



면접관들의 시선이 세련되어 보이는 그녀에게 향했다. 서 지은에게 질문한 면접관의 가슴에 달린 명찰에는 오 영민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오디션을 주관하는 ‘SM"의 기획 부장이었다. 오 부장이 옆에 앉은 면접관에게 귓속말을 했다. 명찰이 없는 면접관이었다. 모니터를 주시하는 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부장의 옆에 비스듬히 앉은 면접관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앞이마를 덮고 있었다. 젊고 뚜렷한 이미지에서 흘러나오는 신비로움! 유나는 그 면접관이 TV에서 자주 보았던 ‘SM’의 대표 서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우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한 유나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서 지은을 주시한 면접관이 말했다.



“그럼, 한번 해봐.”

“네.”



주춤거리던 서 지은이 팝송을 부르며 몸을 흔들어 춤을 추었다. 노래 도중에 면접관이 손을 흔들어 중지시켰다. 그리고 면접관들이 차례대로 지원자의 개인 환경이나 지원한 목적을 묻기도 하고 각자가 소지한 능력을 테스트하였다. 서우는 지원자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묵묵히 카메라에 연결된 모니터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디션에 임한 지원자들이 노래와 연기들을 보일 때마다 면접관들은 귓속말을 하거나 지원서를 살폈다. 때로는 시큰둥한 면접관의 모습에 지원자들의 표정도 각기 다르게 변했다. 대체적으로 유나가 속한 조의 지원자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는 면접관은 없었다. 채연의 순서가 되었다. 서우의 옆에 있는 면접관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



“키도 크고 건강해 보이는군. 춤과 노래가 특기라고?”

“네.......!? 네!”



“그럼, 노래 불러봐!”



채연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짙은 화장을 하고 있는 그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면접관들의 시선이 몸에 달라붙는 스키니진을 걸친 그녀를 향했다. 볼륨감이 지나쳐 그녀의 풍만한 둔부가 터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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