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 1부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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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872회 작성일 20-01-17 15:00본문
1부. 이미숙 선생님. - 10 -
[저, 실례하겠습니다.]
[으, 으응.]
미숙은 갑작스레 찾아와 아주 자연스럽게 현관을 넘어 들어오는 성현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다면
보통은 학교에서 말할텐데. 급한 일인가? 토요일에도 별 말 없었는데.. 뭐어, 그래도 매사에 완벽한 성현이니까.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거겠지. 성현이가 그냥 왔을린 없겠고, 설마 내가 보고 싶기라도 해서 왔겠어? 미숙은 혼자 엉뚱한 상상을 하며 미소를 짓다, 성현이 그런 자신을 주욱 쳐다보고 있음을 깨닫고 당황해했다.
[아, 미, 미안해. 선생님이 무슨 생각을 조금 하느라.. 그래, 저기 거실에 좀 앉아있으렴, 선생님이 차가운 복숭아 홍차 타줄께. 얼마전에 선생님 어머니가 더울 때 타 마시라고 주시고 가셨단다.]
성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미숙의 말 대로 현관과 그대로 이어지는 거실에 가 앉았다. 앉은 채로 집안을 둘러보며 성현은 피식, 조소를 흘렸다. 소파도 없고, 거실이라고 해봤자 탁자와 티비가 놓여져 있는 작은 공간일 뿐, 흔히 말하는 집의 ‘거실’보다는 훨씬 좁았다. 다만 집 전체의 깔끔한 색과 말끔히 정리되어있는 집안이 미숙 다웠을 뿐, 성현이 생각하는 미숙의 고급스러움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선생님도 알고보니 가난뱅이였군.
[집이 조금 좁지? 선생님 혼자 사느라 큰 집은 필요없었어. 물론 형편도 안됬지만.. 원룸을 구하려 했는데 잘 안되더라. 그래도 선생님은 이 집이 매우 좋아.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미숙은 방금 타서 시원한 복숭아 홍차를 성현이 앞 탁자에 놓아주며 말했다. 성현이 자신의 집을 둘러보자, 괜시래 좁은 집에 대해 흉을 볼까 자기 집에 대해 변호를 늘어놓는 것이다. 사실 미숙은 성현을 대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선생으로서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대해줘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집안 좋고 부자에다가, 모든 일에 철저한 성현이 조금 먼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성현의 그 눈빛은 미숙을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되지. 성현이도 내 사랑스런 제자야. 미숙은, 더욱 의식하여 성현이를 향해서 웃어주었다.
[그래, 성현아. 상담할 거 있다고 했잖니. 나한테 볼일도 있다고 했구.]
성현은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복숭아 홍차를 들어 약간 맛을 보았다. 성현의 입안에 싸구려 단 맛이 퍼졌다. 복숭아 향이 첨가 된 설탕물. 선생님은 이런걸 어떻게 마신담? 성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진로 때문입니다. 선생님.]
[진로? 음, 성현이도 그런 걱정이 있구나? 내가 조금 성현이한테 소홀했나보네, 성현이가 그런 걱정할 줄은 전혀 몰랐는데. 성현인 꿈도 정해져있고, 또 그 꿈에 벌써 가까워졌으니까..]
미숙은 조금 놀라웠다. 성현이가 진로 걱정을 하다니.. 학기 초 장래희망 조사 때부터 끊임없이 검사를 꿈으로 하던 성현이였는데. 공부도 항상 열심히 했고..
[제 꿈이 검사인건 선생님도 아시겠지요? 검사를 하려면 아직도 공부가 부족한데.. 방해물이 생겼습니다. 도대체가.. 공부를 하려해도 방해물 때문에 할 수가 없습니다.]
성현이가 살짝 맛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 뒤 내려놓은 홍차를 다시는 들지 않는 걸 보고, 미숙은 성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성현이 입맛엔 안맞으려나? 조금 고급스런 차로 타올 걸.
[방해물이라.. 그래, 한참 열심히 공부하는 성현이한테 공부를 방해하는 방해물이라니, 큰 문제네. 그 방해물이 뭔지 선생님한테 말해줄 수 있니? 학교 문제라면, 선생님이 팔 걷어붙이고 도와줄께.]
시선을 내리고 있던 성현은 고개를 들고, 미숙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을 듣고 난 후의 선생님의 표정이 궁금해서 였다.
[정말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선생님.]
[으응, 그래도 난 성현이 담임 선생님인걸. 성현이가 날 믿을 수 있다면 난 상관 없어.]
미숙은 매사에 완벽한 성현이 혹시나 자신을 믿지 못할까, 자신을 쳐다보는 성현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괜찮다는 뜻의 미소와 함께.
[전 최고라는 걸 좋아합니다. 선생님.]
[응? 으응. 그래. 성현이라면 그럴 것 같아.]
미숙은 성현이 갑자기 딴 소리를 꺼내자 의아했으나, 아무튼 성현이의 말에 수긍해주었다. 성현이도 마음 편할 때 얘기하게 되겠지.
[성영이 말입니다. 제가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그 녀석은 마음에 듭니다. 그 녀석은 확실한 녀석이기 때문에. 그 녀석은 이 주위에 흔히 보이는 양아치 중에선 최고 같더군요.]
성현이 눈빛을 빛내며 성영이에 대해 말하자, 미숙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울렸다. 성현이와 있느라 성영이의 일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어휴. 성현인 갑자기 왜 성영이 이야길 꺼내는 거지..? 담배피는 모습이 공부만 하는 성현이에게 멋지게 보인걸까?
[하지만 성현아. 성영인 성영이 인걸. 성현이완 다르잖아. 혹시.. 성영이 담배 피는 모습이 멋있어보인다거나, 그런건 아니지?]
[담배. 그런건 그다지 상관없습니다. 제가 성영이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최고이기 때문이지, 그 외에 건 필요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성영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현은 미숙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뜨끔, 미숙의 표정이 변하고, 당황한 듯하다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글쎄? 성영이라.. 성영인 착한 아이지. 뭐, 뭐랄까. 참 남자답고, 매너도 좋고.. 남의 마음을 신경 써주는 그런 아이지.]
[선생님은 성영이에 대해 다른 선생님과는 다르게 생각하시는군요.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성영인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제불능이라고 하시던데 말입니다.]
[성영이가 조금 불량한 짓을 하긴 해도, 사, 사랑하는 내 제자야.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
성현은 변함없이 무표정으로 미숙을 관찰했지만, 속으로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성영일 열심히 변호하는 건 둘째치고, 사랑하는 제자라고 ? 큭큭큭..
[그렇습니까? 선생님은 다른 분들과 다르시네요. 양아치인 성영일 그렇게 좋아해주시고 말입니다. 다만, 남자답고 매너 좋다니.. 꼭 애인 말하는 듯 하시는 군요.]
미숙은 성현이 성영의 얘기를 꺼낼 때마다 가슴이 뜨끔거렸다. 성현이가 우리 사일 아는게 아닐까? 그, 그렇다면 어떡하지..
[아, 아냐. 단지 성영이가 그렇게 느껴졌을 뿐이야. 그런건 아니야.]
[그렇지요. 선생님.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학생한테, 그것도 양아치 녀석한테 마음을 뺏기는 건 선생으로서 자격 박탈이지요. 다만 저는, 선생님의 어감이 그렇게 들렸다는 것 뿐이니, 오해하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성현이의 지나친 존대와, 계속해서 주위만 걷도는 말에 미숙은 성현이의 속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런 성현이에게 자꾸만 겁이 났다. 성현이의 눈빛은 자꾸만 자신을 주눅들게 만들었고, 자신의 속을 모두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거짓을 말했다간 금방이라도 들킬 것만 같았다. 피할 수 없는 듯한 그 느낌. 미숙은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프다고 하는 건데, 성현이를 집안에 들여보내면 안되는 거였어.
[그, 그래서 성현아. 성영이가 너의 방해물이란 말이니? 성영이 얘긴 왜 꺼낸거야?]
[아니, 선생님. 너무 급하십니다. 아직 질문이 더 남았습니다. 본론은 나중에 들어가지요.]
미숙은 성현이의 말에 점 점 기분이 나빠져, 성현을 쫓아내고 싶었다. 성현이 마치 자신을 괴롭히며 즐기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미숙은 성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상담하러 온 자신의 제자를 쫓아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성영이가 남의 마음을 신경 써주었습니까? 언제 그랬지요? 제가 아는 성영이란 녀석은 안하무인에 이기적이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녀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보기에 성영이가 남의 마음을 신경 써주는 녀석이라니.. 성영인 선생님의 마음은 신경써드리는가 봅니다.]
미숙은 참을 수 없었다. 성현의 말투에서는 이제 노골적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음이 드러났다. 성현이 성영과 나의 관계를 알고 있는게 틀림없어.
[성현아. 이제 그만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선생님.]
[그만하란 말야. 성현아!]
[그럴 수 없습니다. 선생님. 계속해서 들어주시죠.]
미숙은 성현을 화난 눈초리로 바라보았지만, 성현은 그 눈을 똑바로 받아내며 재빠르게 입을 움직였다. 미숙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가 처음 말씀드렸던 방해물..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성영이가 맞습니다. 그러나, 한명 더 있지요.]
[........]
[누군지, 예상이 가실거라 생각됩니다. 그 사람, 성영이 녀석 애인인가보더라구요. 어제 헤어진 것 같지만..]
미숙은 끔찍했다. 성현의 목소리와, 그 내용과, 그리고 성현의 그 눈빛이 모두 끔찍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어쩌면.. 저렇게 영악할 수 있을까.
[헤어지든 말든 전 별로 상관없습니다, 다만 절 처음으로 방해한 것은, 몇일전 아침 2학년실에서 보게 된 광경이지요.]
성현은 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웃지 않고는 못배길 것 같았다. 미숙은 노기 어린 눈빛을 떨구고 고개를 숙인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성현은 이 상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학년실엔 성영이와 성영이의 애인이 글쎄.. 오럴 섹스를 하고 있더군요. 신성한 학교에서.. 핫하, 하긴 그 커플한테 학교는 그다지 신성하지 못한가 봅니다. 학습교구실에선 아주 상습적으로 몸을 섞더군요.]
미숙은 눈물 어린 표정으로 성현일 바라보았다. 이젠 그만해. 그만 괴롭혀줘. 성현아. 내가 잘못했어. 성영이에게 그런 건, 정말 내가 잘못한 일이야.
[그 이후로, 공부가 뭡니까. 씨발, 흐흐.. 눈만 감으면 그 여자가 내 앞에서 희고 큰 엉덩일 흔들어 대는데.. 제기랄, 다음 모의고사 성적 떨어지면, 그 년 책임이야.]
미숙은 성현의 말투가 변했음을 느꼈다. 그 내용도 물론이었다. 완전 저질적인 내용의 음담패설. 평소의 성현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미숙은 왠지 성현 답다고 느꼈다. 얼마전 자신의 몸을 훑어보던 그 눈빛과 너무 어울리는 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요. 그래서 말입니다. 선생님. 저는 그 년을 따먹기로 했어요. 성영이만 즐기란 법 있겠습니까..? 그렇지요..?]
미숙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저 성현이를 끔찍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성현이의 눈빛과, 끝을 질질 늘리는 말투.. 미숙은 육감적으로 성현이 어떤 행동을 해올지 깨달았다. 주위에 손에 잡을 만한 물건은 없었고, 그래서, 미숙은 손의 땀을 닦았다.
[선생님. 다 알아들으셨겠죠.]
성현은, 자신의 눈을 피하는 미숙을 향해 살짝 몸을 일으켰다. 내가 저 몸을 이젠 내 마음 대로 갖고 놀 수 있을 거야.
[야앗!]
미숙은 힘껏 소리를 지르며 오른 손을 성현에게 내질렀다. 힘껏 때리고 나자마자, 미숙은 자신의 방을 향해 힘껏 뛰어 들어가, 문을 잠구었다.
성현은 호되게 맞은 뺨을 어루만졌다. 선생님, 힘이 상당히 셌구나, 한번도 학생을 때리는 걸 본 적이 없는데.. 화끈화끈하는 뺨을 살살 손으로 문질러주며, 성현은 미숙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흐흐흐, 흐흐흐 기분 나쁘게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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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녀석들이 와서는 가질 않는 군요. 일주일간 머무른 답니다.
욘석들이 컴퓨터를 붙잡고 놓질 않으니 당분간은 조금 연재가 늦어질 거 같군요. -_ㅠ
죄송합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쪽지 보내주신 분들,
리플 달아주신 분들,
추천 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
제글에 가져주시는 관심,
열심히 써 보답해드리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저, 실례하겠습니다.]
[으, 으응.]
미숙은 갑작스레 찾아와 아주 자연스럽게 현관을 넘어 들어오는 성현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다면
보통은 학교에서 말할텐데. 급한 일인가? 토요일에도 별 말 없었는데.. 뭐어, 그래도 매사에 완벽한 성현이니까.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거겠지. 성현이가 그냥 왔을린 없겠고, 설마 내가 보고 싶기라도 해서 왔겠어? 미숙은 혼자 엉뚱한 상상을 하며 미소를 짓다, 성현이 그런 자신을 주욱 쳐다보고 있음을 깨닫고 당황해했다.
[아, 미, 미안해. 선생님이 무슨 생각을 조금 하느라.. 그래, 저기 거실에 좀 앉아있으렴, 선생님이 차가운 복숭아 홍차 타줄께. 얼마전에 선생님 어머니가 더울 때 타 마시라고 주시고 가셨단다.]
성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미숙의 말 대로 현관과 그대로 이어지는 거실에 가 앉았다. 앉은 채로 집안을 둘러보며 성현은 피식, 조소를 흘렸다. 소파도 없고, 거실이라고 해봤자 탁자와 티비가 놓여져 있는 작은 공간일 뿐, 흔히 말하는 집의 ‘거실’보다는 훨씬 좁았다. 다만 집 전체의 깔끔한 색과 말끔히 정리되어있는 집안이 미숙 다웠을 뿐, 성현이 생각하는 미숙의 고급스러움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선생님도 알고보니 가난뱅이였군.
[집이 조금 좁지? 선생님 혼자 사느라 큰 집은 필요없었어. 물론 형편도 안됬지만.. 원룸을 구하려 했는데 잘 안되더라. 그래도 선생님은 이 집이 매우 좋아.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미숙은 방금 타서 시원한 복숭아 홍차를 성현이 앞 탁자에 놓아주며 말했다. 성현이 자신의 집을 둘러보자, 괜시래 좁은 집에 대해 흉을 볼까 자기 집에 대해 변호를 늘어놓는 것이다. 사실 미숙은 성현을 대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선생으로서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대해줘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집안 좋고 부자에다가, 모든 일에 철저한 성현이 조금 먼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성현의 그 눈빛은 미숙을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되지. 성현이도 내 사랑스런 제자야. 미숙은, 더욱 의식하여 성현이를 향해서 웃어주었다.
[그래, 성현아. 상담할 거 있다고 했잖니. 나한테 볼일도 있다고 했구.]
성현은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복숭아 홍차를 들어 약간 맛을 보았다. 성현의 입안에 싸구려 단 맛이 퍼졌다. 복숭아 향이 첨가 된 설탕물. 선생님은 이런걸 어떻게 마신담? 성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진로 때문입니다. 선생님.]
[진로? 음, 성현이도 그런 걱정이 있구나? 내가 조금 성현이한테 소홀했나보네, 성현이가 그런 걱정할 줄은 전혀 몰랐는데. 성현인 꿈도 정해져있고, 또 그 꿈에 벌써 가까워졌으니까..]
미숙은 조금 놀라웠다. 성현이가 진로 걱정을 하다니.. 학기 초 장래희망 조사 때부터 끊임없이 검사를 꿈으로 하던 성현이였는데. 공부도 항상 열심히 했고..
[제 꿈이 검사인건 선생님도 아시겠지요? 검사를 하려면 아직도 공부가 부족한데.. 방해물이 생겼습니다. 도대체가.. 공부를 하려해도 방해물 때문에 할 수가 없습니다.]
성현이가 살짝 맛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 뒤 내려놓은 홍차를 다시는 들지 않는 걸 보고, 미숙은 성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성현이 입맛엔 안맞으려나? 조금 고급스런 차로 타올 걸.
[방해물이라.. 그래, 한참 열심히 공부하는 성현이한테 공부를 방해하는 방해물이라니, 큰 문제네. 그 방해물이 뭔지 선생님한테 말해줄 수 있니? 학교 문제라면, 선생님이 팔 걷어붙이고 도와줄께.]
시선을 내리고 있던 성현은 고개를 들고, 미숙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을 듣고 난 후의 선생님의 표정이 궁금해서 였다.
[정말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선생님.]
[으응, 그래도 난 성현이 담임 선생님인걸. 성현이가 날 믿을 수 있다면 난 상관 없어.]
미숙은 매사에 완벽한 성현이 혹시나 자신을 믿지 못할까, 자신을 쳐다보는 성현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괜찮다는 뜻의 미소와 함께.
[전 최고라는 걸 좋아합니다. 선생님.]
[응? 으응. 그래. 성현이라면 그럴 것 같아.]
미숙은 성현이 갑자기 딴 소리를 꺼내자 의아했으나, 아무튼 성현이의 말에 수긍해주었다. 성현이도 마음 편할 때 얘기하게 되겠지.
[성영이 말입니다. 제가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그 녀석은 마음에 듭니다. 그 녀석은 확실한 녀석이기 때문에. 그 녀석은 이 주위에 흔히 보이는 양아치 중에선 최고 같더군요.]
성현이 눈빛을 빛내며 성영이에 대해 말하자, 미숙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울렸다. 성현이와 있느라 성영이의 일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어휴. 성현인 갑자기 왜 성영이 이야길 꺼내는 거지..? 담배피는 모습이 공부만 하는 성현이에게 멋지게 보인걸까?
[하지만 성현아. 성영인 성영이 인걸. 성현이완 다르잖아. 혹시.. 성영이 담배 피는 모습이 멋있어보인다거나, 그런건 아니지?]
[담배. 그런건 그다지 상관없습니다. 제가 성영이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최고이기 때문이지, 그 외에 건 필요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성영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현은 미숙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뜨끔, 미숙의 표정이 변하고, 당황한 듯하다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글쎄? 성영이라.. 성영인 착한 아이지. 뭐, 뭐랄까. 참 남자답고, 매너도 좋고.. 남의 마음을 신경 써주는 그런 아이지.]
[선생님은 성영이에 대해 다른 선생님과는 다르게 생각하시는군요.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성영인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제불능이라고 하시던데 말입니다.]
[성영이가 조금 불량한 짓을 하긴 해도, 사, 사랑하는 내 제자야.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
성현은 변함없이 무표정으로 미숙을 관찰했지만, 속으로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성영일 열심히 변호하는 건 둘째치고, 사랑하는 제자라고 ? 큭큭큭..
[그렇습니까? 선생님은 다른 분들과 다르시네요. 양아치인 성영일 그렇게 좋아해주시고 말입니다. 다만, 남자답고 매너 좋다니.. 꼭 애인 말하는 듯 하시는 군요.]
미숙은 성현이 성영의 얘기를 꺼낼 때마다 가슴이 뜨끔거렸다. 성현이가 우리 사일 아는게 아닐까? 그, 그렇다면 어떡하지..
[아, 아냐. 단지 성영이가 그렇게 느껴졌을 뿐이야. 그런건 아니야.]
[그렇지요. 선생님.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학생한테, 그것도 양아치 녀석한테 마음을 뺏기는 건 선생으로서 자격 박탈이지요. 다만 저는, 선생님의 어감이 그렇게 들렸다는 것 뿐이니, 오해하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성현이의 지나친 존대와, 계속해서 주위만 걷도는 말에 미숙은 성현이의 속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런 성현이에게 자꾸만 겁이 났다. 성현이의 눈빛은 자꾸만 자신을 주눅들게 만들었고, 자신의 속을 모두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거짓을 말했다간 금방이라도 들킬 것만 같았다. 피할 수 없는 듯한 그 느낌. 미숙은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프다고 하는 건데, 성현이를 집안에 들여보내면 안되는 거였어.
[그, 그래서 성현아. 성영이가 너의 방해물이란 말이니? 성영이 얘긴 왜 꺼낸거야?]
[아니, 선생님. 너무 급하십니다. 아직 질문이 더 남았습니다. 본론은 나중에 들어가지요.]
미숙은 성현이의 말에 점 점 기분이 나빠져, 성현을 쫓아내고 싶었다. 성현이 마치 자신을 괴롭히며 즐기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미숙은 성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상담하러 온 자신의 제자를 쫓아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성영이가 남의 마음을 신경 써주었습니까? 언제 그랬지요? 제가 아는 성영이란 녀석은 안하무인에 이기적이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녀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보기에 성영이가 남의 마음을 신경 써주는 녀석이라니.. 성영인 선생님의 마음은 신경써드리는가 봅니다.]
미숙은 참을 수 없었다. 성현의 말투에서는 이제 노골적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음이 드러났다. 성현이 성영과 나의 관계를 알고 있는게 틀림없어.
[성현아. 이제 그만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선생님.]
[그만하란 말야. 성현아!]
[그럴 수 없습니다. 선생님. 계속해서 들어주시죠.]
미숙은 성현을 화난 눈초리로 바라보았지만, 성현은 그 눈을 똑바로 받아내며 재빠르게 입을 움직였다. 미숙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가 처음 말씀드렸던 방해물..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성영이가 맞습니다. 그러나, 한명 더 있지요.]
[........]
[누군지, 예상이 가실거라 생각됩니다. 그 사람, 성영이 녀석 애인인가보더라구요. 어제 헤어진 것 같지만..]
미숙은 끔찍했다. 성현의 목소리와, 그 내용과, 그리고 성현의 그 눈빛이 모두 끔찍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어쩌면.. 저렇게 영악할 수 있을까.
[헤어지든 말든 전 별로 상관없습니다, 다만 절 처음으로 방해한 것은, 몇일전 아침 2학년실에서 보게 된 광경이지요.]
성현은 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웃지 않고는 못배길 것 같았다. 미숙은 노기 어린 눈빛을 떨구고 고개를 숙인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성현은 이 상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학년실엔 성영이와 성영이의 애인이 글쎄.. 오럴 섹스를 하고 있더군요. 신성한 학교에서.. 핫하, 하긴 그 커플한테 학교는 그다지 신성하지 못한가 봅니다. 학습교구실에선 아주 상습적으로 몸을 섞더군요.]
미숙은 눈물 어린 표정으로 성현일 바라보았다. 이젠 그만해. 그만 괴롭혀줘. 성현아. 내가 잘못했어. 성영이에게 그런 건, 정말 내가 잘못한 일이야.
[그 이후로, 공부가 뭡니까. 씨발, 흐흐.. 눈만 감으면 그 여자가 내 앞에서 희고 큰 엉덩일 흔들어 대는데.. 제기랄, 다음 모의고사 성적 떨어지면, 그 년 책임이야.]
미숙은 성현의 말투가 변했음을 느꼈다. 그 내용도 물론이었다. 완전 저질적인 내용의 음담패설. 평소의 성현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미숙은 왠지 성현 답다고 느꼈다. 얼마전 자신의 몸을 훑어보던 그 눈빛과 너무 어울리는 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요. 그래서 말입니다. 선생님. 저는 그 년을 따먹기로 했어요. 성영이만 즐기란 법 있겠습니까..? 그렇지요..?]
미숙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저 성현이를 끔찍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성현이의 눈빛과, 끝을 질질 늘리는 말투.. 미숙은 육감적으로 성현이 어떤 행동을 해올지 깨달았다. 주위에 손에 잡을 만한 물건은 없었고, 그래서, 미숙은 손의 땀을 닦았다.
[선생님. 다 알아들으셨겠죠.]
성현은, 자신의 눈을 피하는 미숙을 향해 살짝 몸을 일으켰다. 내가 저 몸을 이젠 내 마음 대로 갖고 놀 수 있을 거야.
[야앗!]
미숙은 힘껏 소리를 지르며 오른 손을 성현에게 내질렀다. 힘껏 때리고 나자마자, 미숙은 자신의 방을 향해 힘껏 뛰어 들어가, 문을 잠구었다.
성현은 호되게 맞은 뺨을 어루만졌다. 선생님, 힘이 상당히 셌구나, 한번도 학생을 때리는 걸 본 적이 없는데.. 화끈화끈하는 뺨을 살살 손으로 문질러주며, 성현은 미숙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흐흐흐, 흐흐흐 기분 나쁘게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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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녀석들이 와서는 가질 않는 군요. 일주일간 머무른 답니다.
욘석들이 컴퓨터를 붙잡고 놓질 않으니 당분간은 조금 연재가 늦어질 거 같군요. -_ㅠ
죄송합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쪽지 보내주신 분들,
리플 달아주신 분들,
추천 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
제글에 가져주시는 관심,
열심히 써 보답해드리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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