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 3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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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88회 작성일 20-01-17 15:08본문
-33부-
아직도 남아있는 민희의 체향이 온몸을 감싼다. 어차피 내일 출근을 위해서는 수원에 가야만 안심하고 잘 수 있을 터 주섬주섬 챙겨 입고 객실을 벗어나 다시 불빛이 휘황찬란한 밤거리로 몸을 맡긴다. 이미 마신 술은 한차례 격정이 지나면서 모두 깨 버리고, 처음 생각과 달리 다시 술 생각이 일어 고개를 들어 시계탑을 바라본다. 워낙 이른 시간에 시작한 술자리여서 시간은 이제 자정을 향해 가고 있다.
셔츠 포켓에는 회장의 배려가 담긴 봉투가 바스락거리며 느껴진다. 격정적으로 온 몸을 흔들어 대는 수많은 무리들 속에서 어쩌면 자신이 없어진 것조차 모르고 아직도 춤을 추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길은 어느새 택시 호객꾼들을 뒤로 하고 나이트클럽으로 향하고 있다.
“어머나! 이사님...... 가신 줄 알았는데 안 가셨네요?”
“네. 술도 취하고 답답해서 바람 좀 쐬고 왔어요.”
“민희는 보냈어요?”
“음...... 저는 모르겠는데요?”
시치미를 잡아떼지만 속일 수는 없는 모양이다. 회장이 은근한 미소로 눈을 흘기더니 옆자리로 건너와 강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강주는 당황스러웠지만 멋쩍기도 하여 미소만 지을 뿐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호호호...... 이사님. 아직도 민희가 가슴에서 뛰어놀고 있네요.”
“아...... 이거 참...... 집요하십니다. 그저 모른 척 좀 해 주시죠.”
“샤워라도 좀 하고 오시지 그랬어요? 호호호......”
“허허...... 이렇게까지 확인하실 줄 알았나요?”
“아유...... 이사님도 참...... 제가 내드린 숙제를 하룻저녁에 모두 끝내실 작정이신가 봐요?”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저는 이사님이 단순히 카사노바가 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 그 후에 그러고서도 그 아이들에게 동요되질 않아야 제가 내드린 숙제가 비로소 끝나는 거예요. 그러니 섣불리 상을 타실 생각은 안하시는 게 좋으실 거예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서로가 필요에 의해서 교제를 하지만 더 이상 나에게 필요 없는 존재라든지 치명적인 약점이 파악되면 바로 버림받는다고 말씀 드렸지요? 그래서 상대를 빨리 파악하고 내 뜻대로 조종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자기 진면목은 철저하게 감추는 것이 좋아요.”
“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떤 여자가 이사님에게 몸을 허락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이사님에게 마음을 열고 이사님 뜻을 다 받아들였다고 오해하시면 오히려 이사님이 그 여자의 뜻대로 놀아나는 게 될지도 몰라요. 그 점 항상 잊지 마세요. 민희가 오늘 왜 이사님과 나갔을지는 저도 모르고 이사님도 알 수 없어요. 그것을 이사님 잣대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거예요.”
“허허허...... 이거 복마전이 따로 없군요. 저 같은 무지렁이가 쉽게 넘을 수 있는 산이 아닌 모양입니다. 이래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가 봐요.”
“처음부터 말씀 드렸잖아요. 순정파는 오히려 대접 받지 못한다고...... 호호호...... 어쩌면 민희 수첩에 수도 없이 적혀 있을 전화번호에 오늘 한 줄 정도 추가된 것에 불과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순진하게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면 이사님은 큰일도 해 보기 전에 민희 뒤치다꺼리에 몰두하다가 그늘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거죠. 뭐...... 그렇다고 민희가 그런 아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한다는 말씀 같군요?”
“어머! 아유...... 이사님도...... 무섭게 그런 말씀을...... 정확한 표현이라기엔 조금 아쉽지만 김유신 장군이 말목을 괜히 잘랐겠어요?”
“와...... 하하하...... 회장님 말씀이 더 무시무시합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회장님께 상을 탄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겠어요? 하하하......”
“호호호...... 네. 어디 한 번 노력해 보세요. 자, 우리도 나가서 춤 춰요.”
회장은 희숙이나 보라 못지않은 탄탄한 몸을 갖고 있어 한 번 더 강주를 놀라게 한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이십대 아가씨의 부드러운 탄력과는 다른, 어쩔 수 없는 세월의 차이를 운동으로 단련시킨 단단한 탄력이라고 할 정도일 뿐이다.
돌이켜 생각하니 회장의 남편은 업무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다가 강주를 방문한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갔고, 이 여자는 업무는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도 여자 특유의 친밀감과 약간의 측은지심까지 자아내 신속하게 자신의 목적인 강주와의 계약을 얼렁뚱땅 이끌어 내 버렸다. 거래 상대 여자를 여자로 보지 말라는 것이 그 뜻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간다.
어쩌면 이제는 깨달았다고 느끼는 지금 이 순간도 회장의 포상을 기대하고 그녀의 품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아닐지, 밀려오는 회의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을 이루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기쁨에 젖으면 젖을수록, 올가미 안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는 마약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손발이 터지도록 일하고, 머리를 맞대고 밤샘을 해가며 연구하는 모든 노력들이 그녀가 보여준 일련의 경영 마인드에 비추어 본다면 결국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사업자의 직장폐쇄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니 모를 일도 아니지만 그 가장을 바라보는 수천, 수만, 혹은 수십만의 부양가족이 하루아침에 뻐꾸기 둥지 속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는 무서운 일이 그리 단순한 경영마인드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는 현실이 더 무서운 일이다.
비록 그녀는 일선 업무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라고 고백했으나 온 몸에 배어있는 카리스마로 자신의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어머! 이사님. 이사님.”
“아! 네.”
“뭐하세요? 이제 들어가요. 음악 바뀌었어요. 호호호......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셨어요?”
“네? 아, 네...... 회장님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어머나! 정말이지요? 호호호...... 나쁘진 않네요. 가만히 보면 이사님...... 매력 있어요. 집요한 근성도 있으시고...... 호호호......”
회장을 상대하고 있으면 어쩐지 바보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경륜의 차이려니 생각하고 술잔을 털어 넣는다. 어디서 놀다 왔는지 일행들이 하나 둘 자리로 돌아온다.
“어? 이사님. 안 가셨어요?”
“아니? 너희들은 모처럼 손님 모시고 왔더니 이렇게 따로 놀기니?”
“아니에요. 언니...... 나는 이사님 안 보이시기에 가신 줄 알았지. 뭐.”
“이사님, 아까 민희하고 나가신 거 아니었어요?”
“네, 전 머리가 아파서 술 좀 깨려고 바람 좀 쐬고 들어왔어요.”
“어머나...... 우린 그것도 모르고 민희만 데리고 가신 줄 알고 욕을 했지 뭐예요. 호호호.”
“뭐...... 회장님과 말씀을 나누다 보니 지루한 줄도 몰랐습니다. 더 노시다가 오세요. 저도 오늘 아니면 회장님과 데이트하기가 쉽지 않은 졸병일 뿐이라서 오늘 이 기회가 아주 즐겁습니다.”
“어머! 그러세요? 그럼 언니...... 우리 조금만 더 놀다 올게요.”
“어머! 이 애들이 정말......”
신나는 음악이 흐르자 두 명은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술 드세요. 언니.”
“넌 이제 다 놀았니?”
“호호호...... 네. 모처럼 신나게 놀았어요. 아유...... 이사님 계신 줄 알았으면 진작 들어왔을 건데......”
“아유, 참 나...... 너희들이 아주 이젠 드러내 놓고 나를 따돌리는구나. 그럼 나 혼자 있어서 여태껏 안 들어온 거야?”
“어머! 언니는...... 누가 그렇대요? 호호호......”
“아닌 게 아니라...... 너 이제 우리 이사님한테 잘 보여야 할 거다.”
“그건 왜요?”
알 수 없는 회장의 말에 강주도 술을 마시다 말고 회장의 입만 바라본다.
“응. 우리 이사님한테 암행어사 일을 부탁드릴까 싶어서......”
더욱 모를 소리에 강주는 의아한 눈빛으로 회장에게 시선을 보낸다. 회장은 강주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 나간다.
“이사님. 이사님 소속을 유통으로 둘 게 아니라 우리 기획조정실로 오셔서 유통 전반에 대해서 감찰을 좀 해 주세요.”
“그건 왜요? 그리고 제 사무실 아가씨한테 벌써 영진에서 인적사항 받아 간 것으로 아는데요.”
“아! 그건 여기 경주네 사무실에서 전화 했을 거예요. 부탁하신 그 직원 신원보증인 자격으로 불러주기 위해서 여쭤본 거예요. 뭐...... 혹시 검찰에서 확인 전화라도 오면 아는 바가 없으니까 제가 이사님 것을 불러 드리라고 시켰거든요. 호호호......”
“낮에 저에게는 사장님께도 연락해 둔다고 하시고선......”
“호호호...... 그거야 한 번 결정했으니까 이사님이 번복하지 못하게 못을 박느라고 그랬지요.”
“아! 네...... 허허...... 참...... 하여튼 대단하십니다. 음...... 경주씨는 무슨 일을 하시는데......”
“네...... 제가 아니고 저희 남편이 변호사예요. 용역으로 언니네 회사 자문을 보고 있어요.”
“아! 그러세요?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저한테 잘 보여야 한다고 말씀을 하실까요?”
경주와의 대화에 회장이 대답을 한다.
“호호호...... 왜냐면 유통분야 사업을 심각하게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저게 저렇게 자리를 못 잡으면 차라리 다른 일로 그 힘을 보태는 게 맞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그러면 경주네 일감도 줄어드니까 당연히 이사님한테 잘 보여야지요.”
“아니? 회장님. 그게 지금 저한테 공갈을 하시는 거지. 경주씨한테 겁을 주는 겁니까? 이거...... 설마 부르자마자 실업자 만드시는 건 아니겠지요? 하하하......”
“어머! 말을 하고 보니 그렇게 됐나요? 호호호......”
“어머나! 그럼 잘 봐 주세요. 이사님...... 자칫하면 우리 일거리 줄게 생겼네요.”
노회한 사업가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순간인 모양이다. 한마디의 말로 강주에게 정신 차리고 일을 하라는 일종의 경고일 수도 있는 것이고 저변에 깔려있는 의미를 알 리 없는 경주는 회장의 그 소리에 이미 강주 옆으로 건너와 빈 잔에 술을 채운다.
영진유통이 사라진다고 해서 강주가 타격을 입을 이유는 전혀 없지만, 회장은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는 싫다는 뜻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 달라는 주문인 것이니 그리 된다면 일감을 맡아도 더러운 일감을 맡은 셈이다.
춤을 추며 잠시 생각하고 우려했던 경영마인드가 이런 자리에서 고개를 들고 일어서 회장과 추던 그 춤이 어깨춤이 될지 망나니 춤이 될지는 인제 강주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히기 싫은 것은 경영자로서 회장도 마찬가지일 터이니 역시 노련하여 그 칼자루를 강주에게 넘기고 유유자적 휘파람을 부는 격이다. 언뜻 대단한 힘을, 그것도 전권을 쥐었다고 해서 병정놀이나 꼭두각시놀음을 좋아할 일이 아니다. 처음 이야기와 달리 떠맡은 업무가 심각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아! 회장님...... 갑자기 술이 확 깹니다. 거기 술 좀 이리 주십시오.”
“어머! 호호호...... 네, 많이 드세요.”
요즘이야 살 만하다지만 지금껏 직장생리에 힘겨워하며 근근이 막아 낸 하루하루를 생각한다면, 새로운 신세계로 접어드는 마당에 회장에게 충성서약이라도 해야 할 터이지만 타고난 강주의 본바탕은 어쩔 수 없는 무지렁이인 모양이다.
“회장님, 차근차근 생각하고 풀어나가면 못할 거 없습니다. 우선 영업이익을 고려해서 회생 가능성이 높은 매장부터 순차적으로 코너라든지 행사를 유치하기 시작하면 경상수지도 금방 돌아설 수 있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접근하시죠. 뭐......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이게 자선사업은 아니잖아요?”
“자선사업이라니요? 그럼 직원들을 이제껏 거저 먹이셨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 사람들은 충분한 노동을 한 겁니다. 다만 부리는 사람들이 문제였겠지요. 왜 그 몫을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습니까?”
어느덧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투쟁 양상이다.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양이 부족하니까 그렇게 된 것 아니겠어요?”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제 마음대로 움직였겠습니까? 가라니까 가고, 오라니까 오는 거죠. 전쟁에서 패한 것을 병사들 탓이라고 보신다면 그야말로 이건 장교의 소양 문제 아닙니까? 설마 회장님 생각이 그런 것은 아니시겠지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은 안타깝지만 회사 전체를 놓고 본다면 재고할 필요는 분명히 있지 않겠어요?”
회장과 필요 없는 논쟁이 이어지니 이건 당장 운영에 뛰어들어야 할 강주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멀쩡히 눈 뜨고 코 베일 수는 없다는 게 강주의 생각이라 회장과 둘만 알아들을 우스갯소리로 국면을 풀어본다.
“그럼 됐습니다. 회장님의 생각만 그렇지 않다면 저를 믿고 기회를 주세요. 기왕 제가 왔으니 밥값은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제가 최근에 개인적으로 모시고 있는 선생님이 계신데, 제 과외 선생님한테 리포트 제출하기 전에 저도 제 새끼들한테 리포트 받아 봐야 될 것 같아서 시간이 없으니까, 회장님...... 논쟁은 여기까지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회장은 강주와의 논쟁이 재미있는지 놓아주질 않는다.
“호호호...... 아유...... 이사님, 하지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잖아요? 이사님하고 이사님 제자는 다르잖아요?”
“잎사귀가 시들면 뿌리를 검토하고 비료를 주든지 해야지요.”
또 선문답이 오가고 경주는 탁구경기를 관전하듯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볼 뿐 달리 할 일이 없어 어정쩡한 표정이다.
“비료 값은...... 그 제자 수업료는 누가 감당하지요?”
“명문학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법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정학 받는 놈도 나오고 퇴학당하는 녀석도 있는 법입니다. 그렇게 애를 먹이던 녀석들일수록 졸업 후에 선생님을 많이 찾아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학교의 명예를 생각해 보세요? 중학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간판 내리면 그 다음엔 고등학교, 대학교 다 내리실 겁니까?”
“그건 지나친 비약이지요. 다른 학교는 다 잘 운영되고 있잖아요.”
강주는 소파에 몸을 묻고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뱉어내며 불편한 심기를 최후통첩으로 마무리한다.
“제가 몸 달아서 이럴 이유는 없습니다. 회장님이 살리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공연히 남의 잔치로 손에 피 묻히고 싶은 생각은 저도 없습니다. 그러실 거였다면 애초에 저를 찾으실 필요도 없는 일이었지요.”
“호호호...... 아니요. 무조건 그러겠다는 게 아니라 이제 이사님이 실무에 들어가시면 기존 직원들이 뭔가를 은폐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저 한 번 생각나는 대로 해 본 소리예요.”
“뭐, 좋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회장님께서 정리절차를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면 그거야 회장님 고유권한이니까 말릴 수 없는 노릇이지만 저는 그 분야의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 참...... 알았다니까요. 그럼 일단 소속은 어쨌든 기획조정실로 해 둘게요. 화 나셨어요? 나는 이사님이 슈퍼맨 콤플렉스라도 있나 싶어서 그냥 해본 소리에요. 다행히 학교 간판 걱정을 해주시니 안심이에요.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뭐...... 타고난 성격이 그런 걸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될 일을 억지로 밀어붙일 바보는 아니니까 그런 염려는 접어두십시오.”
“어머...... 뭐에요? 난 두 분이 하는 말씀 하나도 모르겠어요. 언니 언제 학교도 운영했어요?”
“호호호...... 넌 몰라도 돼. 넌 이사님한테 예쁘게 보이고, 시중이나 잘 들어.”
강주는 한 번 최선을 다 해보리라 마음먹으면서도 순간 깊이를 알 수 없는 회장의 심계에 공연히 동요된 것만 같아 머쓱해져 대화를 그만 끝내려는 생각에 경주를 바라보며 긴장을 푼다.
“경주씨야 뭐...... 일부러 예쁘게 보이려고 안 해도 예쁘신데요. 뭘 걱정하십니까? 하하하......”
“어머!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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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럼 이사님은 제가 태워 드릴게요.”
“아니요. 저기 택시 많이 있는데요.”
“아유, 타세요. 이사님...... 저건 수원 가는 택시 아니에요. 그럼 경주야. 네가 잘 모셔다 드려라.”
“아, 그럼...... 경주씨가 어디...... 총알택시 있는 곳까지만 태워 주십시오.”
“네, 타세요.”
“그럼...... 이사님, 내일 전화 드릴게요.”
“네, 회장님 덕분에 오늘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하하하......”
“호호호......”
강주는 경주의 차 조수석에 올라타고 담배를 꺼내 문다.
“저...... 경주씨, 차에서 담배 피워도 괜찮겠어요?”
“어머! 물론이죠. 후훗...... 저도 하나 주시겠어요?”
“음...... 그러죠. 자...... 이거 먼저 피우세요.”
경주는 새로 담배를 꺼내 무는 강주를 곁눈질로 보며 말을 던진다.
“그런데...... 저 오늘 많이 놀랐어요.”
“왜요?”
“호호...... 이사님이 너무 젊으셔서 놀랐고, 음...... 그리고 언니한테 또박또박 말대꾸 하는 분 처음 봤거든요.”
“아...... 그랬어요? 하하하...... 뭐, 저야 모가지 당하면 그뿐이니까 겁이 없어서 그런가 보죠.”
“아유, 그럼 싫어요. 유통 문 닫으면 우리 일감 많이 떨어진단 말이에요. 호호호......”
“참 나...... 무역이나 챙기지. 무슨 유통에서 변호사 쓸 일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안 그래요. 거래계약은 다 우리사무실로 의뢰하던데......”
“그래요? 음...... 하여간 두고 봅시다.”
차는 다시 호텔 지하로 접어든다. 거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돌아온 모양이다.
“어어...... 여기는 아까 거기 아니에요?”
“호호...... 이제 다 갔을 거예요. 내리세요. 이사님.”
“뭐야?...... 이게......”
“아유, 왜 그러세요? 아까 민희하고만 나갔다가 오시고선...... 저도 예쁘게 봐 주세요. 앞으로 친하게 잘 지내봐요.”
“참 나...... 그래요. 올라갑시다.”
“후훗...... 그리고 수원 가실 때는 아까 그 택시 타시면 갈 거예요.”
“뭐야? 그러면 회장도 알고 일부러 그런 거야?”
“음...... 그야 모르죠. 아는지 모르는지...... 호호호......”
“정말 요지경 속이네......”
강주는 회장의 은근한 배려로 회장의 회사업무를 관리하고 있는 또 한 명의 각별한 변호사 친구를 두게 되는 셈이다.
“경주씨는 몇 살이야?”
“서른셋이요.”
“허허...... 누님일세......”
“아이, 싫어요. 그러는 게 어디 있어?”
경주는 샤워기 물을 강주에게 뿌리며 앙탈을 부리고 강주는 샴푸를 짜내 경주의 사타구니에 바르고 문질러 준다.
“민희는?”
“아흑...... 계집애...... 우리 막내니까...... 아홉인가? 아아흐응...... 아마 그럴 거예요.”
“그래?......”
“아이...... 왜 나하고 있으면서 민희 계집애 얘기를 해요? 싫어......”
“후후...... 자 그럼 이리와.”
경주에게 욕조를 잡게 하고 가는 허리 밑으로 풍만하게 퍼지는 골반을 붙잡아 엉덩이를 잡아 뺀다. 거품으로 가득한 사타구니를 빠르게 문질러 흥분을 돕는다. 손가락을 모아 사타구니로 밀어 넣자 경주의 고개가 꺾인다..
“아아앙...... 뭐해...... 아학, 싫어......”
“가만히 있어 봐. 너희들 이제 보니 아무한테나 벌리는 모양인데......”
손가락 세 개가 무리 없이 드나든다. 손놀림을 더욱 빠르게 하며 항문을 다른 손으로 자극해 보니 움찔거리며 무릎을 접어 주저앉아 버린다.
“아학, 엄마야...... 아유...... 못됐어...... 왜 그래......”
“후훗...... 민희는 처음으로 줬는데...... 경주씨는 안줄 거야?”
“어머! 민희가 뒤를 줬다고요? 아유...... 난 무서워......”
“자, 다시 대 봐...... 안 아프게 손가락으로 길을 내 줄 테니까......”
마지못해 다시 엉덩이를 돌리는 경주의 사타구니에는 아직도 거품이 가득하다. 미끈거리는 질 한가운데로 손가락 세 개를, 항문에 한 개를 나누어 천천히 밀어 넣는다.
“쑤우욱...... 으으으흥.......”
“이런 씨바...... 한 번에 손가락이 다 들어가는데 안 해 본 것처럼 그래?”
항문으로 들어간 손가락을 접어 질구로 들어간 손가락 위에 올려붙이니 얇은 피막을 사이에 두고 미끄러진다. 손가락을 구부려 계속 움찔거리니 경주는 고통스러워 다시 주저앉는다.
“아아아흑, 아니야...... 정말...... 허억...... 처음이란 말이야......
“정말이야?”
“으흑...... 으응......”
“알았어. 그럼 오늘 내가 가져 갈 거야. 이제 다른 놈 주면 알지?”
“으으으흥...... 알았어. 허어어엉......”
“자, 잘 잡고 엉덩이 내밀어 봐.”
강주는 손을 빼고 골반을 잡아 일으킨다. 좆을 몇 번 흩어 내리곤 바로 질구에 맞춰 밀어 넣는다.
“흐으으응...... 아하아앙...... 아...... 좋아요......”
“후욱, 후욱, 후욱.”
이내 좆을 꺼내 항문을 문지르자 경주는 그래도 걱정스러운 듯 돌아보고 애처로운 눈길을 보낸다.
“에이...... 걱정 말라니까. 애인을 아프게 하겠어?”
“정말이지?...... 하아아아아아악.......”
힘차게 밀고 들어오는 낯 선 침입자는 미처 힘을 주어 막을 사이도 없이 성 안을 차지하고 만다.
“후우욱, 쑤우우욱......”
“힘 주지 마. 힘 주면 더 아프다더라...... 후욱, 후욱......”
“아흑...... 아아아흑...... 순...... 변태야...... 아파...... 살 사알......”
좆 전체를 조여 주는 힘찬 괄약근을 즐기며 눈을 감은 채 허리를 놀린다. 어느덧 항문으로 즐기는 성교가 강주를 나락으로 몰아간다. 경주의 미모도 상당하지만 왠지 먼저 즐기고 보낸 민희가 눈에 어린다.
경주의 항문에 좆을 박아대며 민희를 상상하니 좆 끝이 묵직해지며 사정감이 몰려온다.
“으흑, 흐으으으윽...... 울컥......”
“하아아윽...... 난 몰라...... 거기다가...... 싼 거야?”
“으흑...... 울컥...... 으흑...... 울컥......”
불과 몇 시간 전 사정을 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양을 경주의 항문에 밀어 넣는다. 항문 깊숙이 좆을 밀어 넣고 진저리를 친다. 경주는 오금을 모아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몸을 떨어온다.
“아흐으윽...... 여보...... 하으으윽......”
그녀는 자신을 달뜨게 만들어 주는 강주로부터 얻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인해, 앞으로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강주의 어려운 문제에, 강주를 대신해 자신의 남편을 이끌어 변호를 하게 할 테니 곧 그녀가 강주의 변호사 친구인 것이다. 그리고 회장의 말대로 강주 스스로 위치를 잃지 않고 건재할 수 있다면 그 때가 언제이든 그의 인맥들을 강주의 힘으로 동원할 때도 오게 될 것이다.
“이사님은 더 계시다 갈 거예요?”
강주는 침대에 누워 언제나처럼 네 활개를 펼치고 있다.
“아니. 나도 가야지.”
“아이, 가기는 가야 하는데 가기 싫어 죽겠네.”
경주가 침대로 다가와 강주의 좆을 손으로 감싸 마스터베이션을 해준다.
“턱...... 턱, 턱......턱.”
“그럼 이리 와. 이번에는 앞으로만 해줄게.”
“어머! 싫어. 화장 새로 했단 말이야. 내가 손으로 한 번 더 해 줄게...... 아유...... 순 장난꾸러기야. 그럼 언제 또 올 거예요.”
“턱, 턱......”
“내가 암행어산데...... 으흑...... 그런 걸 말해주면 쓰나?”
“피...... 내가 뭐 자기네 직원인가? 호호호...... 후룹......턱......턱,턱......”
“으흑...... 오게 되면...... 전화...... 해 줄 테니까...... 으흑...... 걱정 말고 기다려.”
“으흠...... 꼭이에요. 후루룹...... 턱......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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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합니다. 최이사님이 어느 분이시죠?”
“그런 분 안 계신데요.”
“아! 미쓰김. 내 손님인가보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네, 차량 출고해 왔습니다. 여기 인수서명을 좀 해주시고 지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네, 일단 나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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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차 새로 사셨어요? 그리고 이사님은 무슨 소리에요?”
“응, 별 일 아니야. 영진에서 이사라고 부르자는데 그러라고 그랬어.”
“어머! 세상에...... 소장님...... 그럼 차도 거기에서 준 거예요?”
“응. 그래.”
“와!”
“미쓰김. 인삼차 있니?”
“네, 한 잔 타 드릴까요?”
“그래. 아유, 술을 많이 먹었더니 죽겠다.”
“차 한 잔 드시고 좀 주무세요. 무슨 일 있으면 제가 전화 드릴게요.”
“그래, 나는 미쓰김이 이 세상에서 최고다. 역시 우리 마누라야.”
“칫!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하세요. 보나마나 어제도 다른 여자랑 잤으면서......”
“아니야. 그냥 술만 마셨다니까.”
“흥! 제가 소장님을 모를까봐서요? 술만 드신 거하고 다음 날 다르다는 거 다 압니다요.”
“아휴...... 그래. 내가 귀신을 속이지 널 어떻게 속이겠니? 하하하......”
“아유...... 미워 죽겠어요. 어서 차나 드세요.”
“하하하...... 그리고 영진 기획실에 전화해서 점포 약도 좀 전부 팩스로 보내라고 할래?”
“전화번호는요?”
“난들 아니? 교환 나오면 바꿔 달라고 하면 될 거 아냐?”
“네, 소장님 책상서랍에 넣어둘게요.”
강주는 안내 데스크에 나와 달력을 펼쳐두고 뭔가를 체크해 가며 몰두하고 있고 부소장이 다가와 기웃거리다 말을 붙인다.
“소장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계십니까?”
“아! 네, 부소장님.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데...... 영 날짜가 안 나오네요. 참, 부소장님은 다녀오셨나요?”
“아휴...... 제가 이 경황 중에 휴가가 웬 말이겠습니까?”
“어유, 무슨 말씀이세요? 그래도 휴가는 쉬셔야지요. 좌천당한 것도 열 받는 일인데......”
“그나저나 소장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아니요...... 어디로 떠날 건 아니고요. 뭔가 할 일이 있는데, 날짜가 부족해서 될지 모르겠어요.”
“뭐, 그러시면 소장님께서 제 휴가도 쓰십시오. 저야 이제 아이들도 제법 커서 저희들끼리 어울리기만 하지 어디 가자는 소리도 안하는 걸요.”
“네? 아이고...... 그래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사모님께서 좋아하지 않으실 텐데......”
“웬걸요. 소장님께 반납했다면 저보다 더 기뻐할 걸요. 안 그래도 집에서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해 드렸으면 하던데......”
“아! 그러셨어요? 저야 고맙지요. 언제 한 번 불러주세요.”
“번거롭게 그래도 되겠습니까?”
“번거롭기는요. 안 그래도 부소장님과 함께 근무하면서 제가 먼저라도 형수님께 인사드리러 가야 했는데, 이것저것 벌여 놓은 일이 많다 보니......”
“하하하...... 그러시죠. 아무튼 소장님 대단하십니다. 저...... 그래서 말씀인데요. 혹시라도 회사에서 도저히 비전이 안보이게 되면, 나중에라도 저 좀 잊지 마시고 자리 좀 생각해 주십시오.”
“에이...... 부소장님, 왜 그런 생각을 해요? 여기서 회복할 수 있도록 매진하시라니까요. 참 나...... 그래요...... 혹시라도 회사의 입장이 영 바뀌지 않는다면 부소장님 진로는 제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장님. 그럼 아내와 상의해서 언제 한 번 모시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에...... 그리고 부소장님 휴가는 그러면 제가 사는 걸로 하겠습니다. 자요.”
마침 아직도 포켓에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준다.
“아니요. 싫습니다. 그러면 제 입장이......”
“제가 그냥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받으세요. 휴가도 제가 쓰기로 했는데, 이래야 조금이라도 형수님께 위로가 될 거 아닙니까? 부소장님 마음이야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마침 저도 어제 우연히 생긴 돈이라서 딱히 쓸 데도 없는 돈이에요.”
“아.....
아직도 남아있는 민희의 체향이 온몸을 감싼다. 어차피 내일 출근을 위해서는 수원에 가야만 안심하고 잘 수 있을 터 주섬주섬 챙겨 입고 객실을 벗어나 다시 불빛이 휘황찬란한 밤거리로 몸을 맡긴다. 이미 마신 술은 한차례 격정이 지나면서 모두 깨 버리고, 처음 생각과 달리 다시 술 생각이 일어 고개를 들어 시계탑을 바라본다. 워낙 이른 시간에 시작한 술자리여서 시간은 이제 자정을 향해 가고 있다.
셔츠 포켓에는 회장의 배려가 담긴 봉투가 바스락거리며 느껴진다. 격정적으로 온 몸을 흔들어 대는 수많은 무리들 속에서 어쩌면 자신이 없어진 것조차 모르고 아직도 춤을 추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길은 어느새 택시 호객꾼들을 뒤로 하고 나이트클럽으로 향하고 있다.
“어머나! 이사님...... 가신 줄 알았는데 안 가셨네요?”
“네. 술도 취하고 답답해서 바람 좀 쐬고 왔어요.”
“민희는 보냈어요?”
“음...... 저는 모르겠는데요?”
시치미를 잡아떼지만 속일 수는 없는 모양이다. 회장이 은근한 미소로 눈을 흘기더니 옆자리로 건너와 강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강주는 당황스러웠지만 멋쩍기도 하여 미소만 지을 뿐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호호호...... 이사님. 아직도 민희가 가슴에서 뛰어놀고 있네요.”
“아...... 이거 참...... 집요하십니다. 그저 모른 척 좀 해 주시죠.”
“샤워라도 좀 하고 오시지 그랬어요? 호호호......”
“허허...... 이렇게까지 확인하실 줄 알았나요?”
“아유...... 이사님도 참...... 제가 내드린 숙제를 하룻저녁에 모두 끝내실 작정이신가 봐요?”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저는 이사님이 단순히 카사노바가 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 그 후에 그러고서도 그 아이들에게 동요되질 않아야 제가 내드린 숙제가 비로소 끝나는 거예요. 그러니 섣불리 상을 타실 생각은 안하시는 게 좋으실 거예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서로가 필요에 의해서 교제를 하지만 더 이상 나에게 필요 없는 존재라든지 치명적인 약점이 파악되면 바로 버림받는다고 말씀 드렸지요? 그래서 상대를 빨리 파악하고 내 뜻대로 조종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자기 진면목은 철저하게 감추는 것이 좋아요.”
“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떤 여자가 이사님에게 몸을 허락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이사님에게 마음을 열고 이사님 뜻을 다 받아들였다고 오해하시면 오히려 이사님이 그 여자의 뜻대로 놀아나는 게 될지도 몰라요. 그 점 항상 잊지 마세요. 민희가 오늘 왜 이사님과 나갔을지는 저도 모르고 이사님도 알 수 없어요. 그것을 이사님 잣대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거예요.”
“허허허...... 이거 복마전이 따로 없군요. 저 같은 무지렁이가 쉽게 넘을 수 있는 산이 아닌 모양입니다. 이래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가 봐요.”
“처음부터 말씀 드렸잖아요. 순정파는 오히려 대접 받지 못한다고...... 호호호...... 어쩌면 민희 수첩에 수도 없이 적혀 있을 전화번호에 오늘 한 줄 정도 추가된 것에 불과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순진하게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면 이사님은 큰일도 해 보기 전에 민희 뒤치다꺼리에 몰두하다가 그늘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거죠. 뭐...... 그렇다고 민희가 그런 아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한다는 말씀 같군요?”
“어머! 아유...... 이사님도...... 무섭게 그런 말씀을...... 정확한 표현이라기엔 조금 아쉽지만 김유신 장군이 말목을 괜히 잘랐겠어요?”
“와...... 하하하...... 회장님 말씀이 더 무시무시합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회장님께 상을 탄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겠어요? 하하하......”
“호호호...... 네. 어디 한 번 노력해 보세요. 자, 우리도 나가서 춤 춰요.”
회장은 희숙이나 보라 못지않은 탄탄한 몸을 갖고 있어 한 번 더 강주를 놀라게 한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이십대 아가씨의 부드러운 탄력과는 다른, 어쩔 수 없는 세월의 차이를 운동으로 단련시킨 단단한 탄력이라고 할 정도일 뿐이다.
돌이켜 생각하니 회장의 남편은 업무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다가 강주를 방문한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갔고, 이 여자는 업무는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도 여자 특유의 친밀감과 약간의 측은지심까지 자아내 신속하게 자신의 목적인 강주와의 계약을 얼렁뚱땅 이끌어 내 버렸다. 거래 상대 여자를 여자로 보지 말라는 것이 그 뜻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간다.
어쩌면 이제는 깨달았다고 느끼는 지금 이 순간도 회장의 포상을 기대하고 그녀의 품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아닐지, 밀려오는 회의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을 이루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기쁨에 젖으면 젖을수록, 올가미 안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는 마약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손발이 터지도록 일하고, 머리를 맞대고 밤샘을 해가며 연구하는 모든 노력들이 그녀가 보여준 일련의 경영 마인드에 비추어 본다면 결국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사업자의 직장폐쇄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니 모를 일도 아니지만 그 가장을 바라보는 수천, 수만, 혹은 수십만의 부양가족이 하루아침에 뻐꾸기 둥지 속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는 무서운 일이 그리 단순한 경영마인드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는 현실이 더 무서운 일이다.
비록 그녀는 일선 업무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라고 고백했으나 온 몸에 배어있는 카리스마로 자신의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어머! 이사님. 이사님.”
“아! 네.”
“뭐하세요? 이제 들어가요. 음악 바뀌었어요. 호호호......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셨어요?”
“네? 아, 네...... 회장님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어머나! 정말이지요? 호호호...... 나쁘진 않네요. 가만히 보면 이사님...... 매력 있어요. 집요한 근성도 있으시고...... 호호호......”
회장을 상대하고 있으면 어쩐지 바보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경륜의 차이려니 생각하고 술잔을 털어 넣는다. 어디서 놀다 왔는지 일행들이 하나 둘 자리로 돌아온다.
“어? 이사님. 안 가셨어요?”
“아니? 너희들은 모처럼 손님 모시고 왔더니 이렇게 따로 놀기니?”
“아니에요. 언니...... 나는 이사님 안 보이시기에 가신 줄 알았지. 뭐.”
“이사님, 아까 민희하고 나가신 거 아니었어요?”
“네, 전 머리가 아파서 술 좀 깨려고 바람 좀 쐬고 들어왔어요.”
“어머나...... 우린 그것도 모르고 민희만 데리고 가신 줄 알고 욕을 했지 뭐예요. 호호호.”
“뭐...... 회장님과 말씀을 나누다 보니 지루한 줄도 몰랐습니다. 더 노시다가 오세요. 저도 오늘 아니면 회장님과 데이트하기가 쉽지 않은 졸병일 뿐이라서 오늘 이 기회가 아주 즐겁습니다.”
“어머! 그러세요? 그럼 언니...... 우리 조금만 더 놀다 올게요.”
“어머! 이 애들이 정말......”
신나는 음악이 흐르자 두 명은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술 드세요. 언니.”
“넌 이제 다 놀았니?”
“호호호...... 네. 모처럼 신나게 놀았어요. 아유...... 이사님 계신 줄 알았으면 진작 들어왔을 건데......”
“아유, 참 나...... 너희들이 아주 이젠 드러내 놓고 나를 따돌리는구나. 그럼 나 혼자 있어서 여태껏 안 들어온 거야?”
“어머! 언니는...... 누가 그렇대요? 호호호......”
“아닌 게 아니라...... 너 이제 우리 이사님한테 잘 보여야 할 거다.”
“그건 왜요?”
알 수 없는 회장의 말에 강주도 술을 마시다 말고 회장의 입만 바라본다.
“응. 우리 이사님한테 암행어사 일을 부탁드릴까 싶어서......”
더욱 모를 소리에 강주는 의아한 눈빛으로 회장에게 시선을 보낸다. 회장은 강주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 나간다.
“이사님. 이사님 소속을 유통으로 둘 게 아니라 우리 기획조정실로 오셔서 유통 전반에 대해서 감찰을 좀 해 주세요.”
“그건 왜요? 그리고 제 사무실 아가씨한테 벌써 영진에서 인적사항 받아 간 것으로 아는데요.”
“아! 그건 여기 경주네 사무실에서 전화 했을 거예요. 부탁하신 그 직원 신원보증인 자격으로 불러주기 위해서 여쭤본 거예요. 뭐...... 혹시 검찰에서 확인 전화라도 오면 아는 바가 없으니까 제가 이사님 것을 불러 드리라고 시켰거든요. 호호호......”
“낮에 저에게는 사장님께도 연락해 둔다고 하시고선......”
“호호호...... 그거야 한 번 결정했으니까 이사님이 번복하지 못하게 못을 박느라고 그랬지요.”
“아! 네...... 허허...... 참...... 하여튼 대단하십니다. 음...... 경주씨는 무슨 일을 하시는데......”
“네...... 제가 아니고 저희 남편이 변호사예요. 용역으로 언니네 회사 자문을 보고 있어요.”
“아! 그러세요?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저한테 잘 보여야 한다고 말씀을 하실까요?”
경주와의 대화에 회장이 대답을 한다.
“호호호...... 왜냐면 유통분야 사업을 심각하게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저게 저렇게 자리를 못 잡으면 차라리 다른 일로 그 힘을 보태는 게 맞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그러면 경주네 일감도 줄어드니까 당연히 이사님한테 잘 보여야지요.”
“아니? 회장님. 그게 지금 저한테 공갈을 하시는 거지. 경주씨한테 겁을 주는 겁니까? 이거...... 설마 부르자마자 실업자 만드시는 건 아니겠지요? 하하하......”
“어머! 말을 하고 보니 그렇게 됐나요? 호호호......”
“어머나! 그럼 잘 봐 주세요. 이사님...... 자칫하면 우리 일거리 줄게 생겼네요.”
노회한 사업가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순간인 모양이다. 한마디의 말로 강주에게 정신 차리고 일을 하라는 일종의 경고일 수도 있는 것이고 저변에 깔려있는 의미를 알 리 없는 경주는 회장의 그 소리에 이미 강주 옆으로 건너와 빈 잔에 술을 채운다.
영진유통이 사라진다고 해서 강주가 타격을 입을 이유는 전혀 없지만, 회장은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는 싫다는 뜻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 달라는 주문인 것이니 그리 된다면 일감을 맡아도 더러운 일감을 맡은 셈이다.
춤을 추며 잠시 생각하고 우려했던 경영마인드가 이런 자리에서 고개를 들고 일어서 회장과 추던 그 춤이 어깨춤이 될지 망나니 춤이 될지는 인제 강주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히기 싫은 것은 경영자로서 회장도 마찬가지일 터이니 역시 노련하여 그 칼자루를 강주에게 넘기고 유유자적 휘파람을 부는 격이다. 언뜻 대단한 힘을, 그것도 전권을 쥐었다고 해서 병정놀이나 꼭두각시놀음을 좋아할 일이 아니다. 처음 이야기와 달리 떠맡은 업무가 심각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아! 회장님...... 갑자기 술이 확 깹니다. 거기 술 좀 이리 주십시오.”
“어머! 호호호...... 네, 많이 드세요.”
요즘이야 살 만하다지만 지금껏 직장생리에 힘겨워하며 근근이 막아 낸 하루하루를 생각한다면, 새로운 신세계로 접어드는 마당에 회장에게 충성서약이라도 해야 할 터이지만 타고난 강주의 본바탕은 어쩔 수 없는 무지렁이인 모양이다.
“회장님, 차근차근 생각하고 풀어나가면 못할 거 없습니다. 우선 영업이익을 고려해서 회생 가능성이 높은 매장부터 순차적으로 코너라든지 행사를 유치하기 시작하면 경상수지도 금방 돌아설 수 있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접근하시죠. 뭐......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이게 자선사업은 아니잖아요?”
“자선사업이라니요? 그럼 직원들을 이제껏 거저 먹이셨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 사람들은 충분한 노동을 한 겁니다. 다만 부리는 사람들이 문제였겠지요. 왜 그 몫을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습니까?”
어느덧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투쟁 양상이다.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양이 부족하니까 그렇게 된 것 아니겠어요?”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제 마음대로 움직였겠습니까? 가라니까 가고, 오라니까 오는 거죠. 전쟁에서 패한 것을 병사들 탓이라고 보신다면 그야말로 이건 장교의 소양 문제 아닙니까? 설마 회장님 생각이 그런 것은 아니시겠지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은 안타깝지만 회사 전체를 놓고 본다면 재고할 필요는 분명히 있지 않겠어요?”
회장과 필요 없는 논쟁이 이어지니 이건 당장 운영에 뛰어들어야 할 강주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멀쩡히 눈 뜨고 코 베일 수는 없다는 게 강주의 생각이라 회장과 둘만 알아들을 우스갯소리로 국면을 풀어본다.
“그럼 됐습니다. 회장님의 생각만 그렇지 않다면 저를 믿고 기회를 주세요. 기왕 제가 왔으니 밥값은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제가 최근에 개인적으로 모시고 있는 선생님이 계신데, 제 과외 선생님한테 리포트 제출하기 전에 저도 제 새끼들한테 리포트 받아 봐야 될 것 같아서 시간이 없으니까, 회장님...... 논쟁은 여기까지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회장은 강주와의 논쟁이 재미있는지 놓아주질 않는다.
“호호호...... 아유...... 이사님, 하지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잖아요? 이사님하고 이사님 제자는 다르잖아요?”
“잎사귀가 시들면 뿌리를 검토하고 비료를 주든지 해야지요.”
또 선문답이 오가고 경주는 탁구경기를 관전하듯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볼 뿐 달리 할 일이 없어 어정쩡한 표정이다.
“비료 값은...... 그 제자 수업료는 누가 감당하지요?”
“명문학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법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정학 받는 놈도 나오고 퇴학당하는 녀석도 있는 법입니다. 그렇게 애를 먹이던 녀석들일수록 졸업 후에 선생님을 많이 찾아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학교의 명예를 생각해 보세요? 중학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간판 내리면 그 다음엔 고등학교, 대학교 다 내리실 겁니까?”
“그건 지나친 비약이지요. 다른 학교는 다 잘 운영되고 있잖아요.”
강주는 소파에 몸을 묻고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뱉어내며 불편한 심기를 최후통첩으로 마무리한다.
“제가 몸 달아서 이럴 이유는 없습니다. 회장님이 살리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공연히 남의 잔치로 손에 피 묻히고 싶은 생각은 저도 없습니다. 그러실 거였다면 애초에 저를 찾으실 필요도 없는 일이었지요.”
“호호호...... 아니요. 무조건 그러겠다는 게 아니라 이제 이사님이 실무에 들어가시면 기존 직원들이 뭔가를 은폐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저 한 번 생각나는 대로 해 본 소리예요.”
“뭐, 좋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회장님께서 정리절차를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면 그거야 회장님 고유권한이니까 말릴 수 없는 노릇이지만 저는 그 분야의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 참...... 알았다니까요. 그럼 일단 소속은 어쨌든 기획조정실로 해 둘게요. 화 나셨어요? 나는 이사님이 슈퍼맨 콤플렉스라도 있나 싶어서 그냥 해본 소리에요. 다행히 학교 간판 걱정을 해주시니 안심이에요.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뭐...... 타고난 성격이 그런 걸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될 일을 억지로 밀어붙일 바보는 아니니까 그런 염려는 접어두십시오.”
“어머...... 뭐에요? 난 두 분이 하는 말씀 하나도 모르겠어요. 언니 언제 학교도 운영했어요?”
“호호호...... 넌 몰라도 돼. 넌 이사님한테 예쁘게 보이고, 시중이나 잘 들어.”
강주는 한 번 최선을 다 해보리라 마음먹으면서도 순간 깊이를 알 수 없는 회장의 심계에 공연히 동요된 것만 같아 머쓱해져 대화를 그만 끝내려는 생각에 경주를 바라보며 긴장을 푼다.
“경주씨야 뭐...... 일부러 예쁘게 보이려고 안 해도 예쁘신데요. 뭘 걱정하십니까? 하하하......”
“어머! 호호호......”
-
“언니, 그럼 이사님은 제가 태워 드릴게요.”
“아니요. 저기 택시 많이 있는데요.”
“아유, 타세요. 이사님...... 저건 수원 가는 택시 아니에요. 그럼 경주야. 네가 잘 모셔다 드려라.”
“아, 그럼...... 경주씨가 어디...... 총알택시 있는 곳까지만 태워 주십시오.”
“네, 타세요.”
“그럼...... 이사님, 내일 전화 드릴게요.”
“네, 회장님 덕분에 오늘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하하하......”
“호호호......”
강주는 경주의 차 조수석에 올라타고 담배를 꺼내 문다.
“저...... 경주씨, 차에서 담배 피워도 괜찮겠어요?”
“어머! 물론이죠. 후훗...... 저도 하나 주시겠어요?”
“음...... 그러죠. 자...... 이거 먼저 피우세요.”
경주는 새로 담배를 꺼내 무는 강주를 곁눈질로 보며 말을 던진다.
“그런데...... 저 오늘 많이 놀랐어요.”
“왜요?”
“호호...... 이사님이 너무 젊으셔서 놀랐고, 음...... 그리고 언니한테 또박또박 말대꾸 하는 분 처음 봤거든요.”
“아...... 그랬어요? 하하하...... 뭐, 저야 모가지 당하면 그뿐이니까 겁이 없어서 그런가 보죠.”
“아유, 그럼 싫어요. 유통 문 닫으면 우리 일감 많이 떨어진단 말이에요. 호호호......”
“참 나...... 무역이나 챙기지. 무슨 유통에서 변호사 쓸 일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안 그래요. 거래계약은 다 우리사무실로 의뢰하던데......”
“그래요? 음...... 하여간 두고 봅시다.”
차는 다시 호텔 지하로 접어든다. 거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돌아온 모양이다.
“어어...... 여기는 아까 거기 아니에요?”
“호호...... 이제 다 갔을 거예요. 내리세요. 이사님.”
“뭐야?...... 이게......”
“아유, 왜 그러세요? 아까 민희하고만 나갔다가 오시고선...... 저도 예쁘게 봐 주세요. 앞으로 친하게 잘 지내봐요.”
“참 나...... 그래요. 올라갑시다.”
“후훗...... 그리고 수원 가실 때는 아까 그 택시 타시면 갈 거예요.”
“뭐야? 그러면 회장도 알고 일부러 그런 거야?”
“음...... 그야 모르죠. 아는지 모르는지...... 호호호......”
“정말 요지경 속이네......”
강주는 회장의 은근한 배려로 회장의 회사업무를 관리하고 있는 또 한 명의 각별한 변호사 친구를 두게 되는 셈이다.
“경주씨는 몇 살이야?”
“서른셋이요.”
“허허...... 누님일세......”
“아이, 싫어요. 그러는 게 어디 있어?”
경주는 샤워기 물을 강주에게 뿌리며 앙탈을 부리고 강주는 샴푸를 짜내 경주의 사타구니에 바르고 문질러 준다.
“민희는?”
“아흑...... 계집애...... 우리 막내니까...... 아홉인가? 아아흐응...... 아마 그럴 거예요.”
“그래?......”
“아이...... 왜 나하고 있으면서 민희 계집애 얘기를 해요? 싫어......”
“후후...... 자 그럼 이리와.”
경주에게 욕조를 잡게 하고 가는 허리 밑으로 풍만하게 퍼지는 골반을 붙잡아 엉덩이를 잡아 뺀다. 거품으로 가득한 사타구니를 빠르게 문질러 흥분을 돕는다. 손가락을 모아 사타구니로 밀어 넣자 경주의 고개가 꺾인다..
“아아앙...... 뭐해...... 아학, 싫어......”
“가만히 있어 봐. 너희들 이제 보니 아무한테나 벌리는 모양인데......”
손가락 세 개가 무리 없이 드나든다. 손놀림을 더욱 빠르게 하며 항문을 다른 손으로 자극해 보니 움찔거리며 무릎을 접어 주저앉아 버린다.
“아학, 엄마야...... 아유...... 못됐어...... 왜 그래......”
“후훗...... 민희는 처음으로 줬는데...... 경주씨는 안줄 거야?”
“어머! 민희가 뒤를 줬다고요? 아유...... 난 무서워......”
“자, 다시 대 봐...... 안 아프게 손가락으로 길을 내 줄 테니까......”
마지못해 다시 엉덩이를 돌리는 경주의 사타구니에는 아직도 거품이 가득하다. 미끈거리는 질 한가운데로 손가락 세 개를, 항문에 한 개를 나누어 천천히 밀어 넣는다.
“쑤우욱...... 으으으흥.......”
“이런 씨바...... 한 번에 손가락이 다 들어가는데 안 해 본 것처럼 그래?”
항문으로 들어간 손가락을 접어 질구로 들어간 손가락 위에 올려붙이니 얇은 피막을 사이에 두고 미끄러진다. 손가락을 구부려 계속 움찔거리니 경주는 고통스러워 다시 주저앉는다.
“아아아흑, 아니야...... 정말...... 허억...... 처음이란 말이야......
“정말이야?”
“으흑...... 으응......”
“알았어. 그럼 오늘 내가 가져 갈 거야. 이제 다른 놈 주면 알지?”
“으으으흥...... 알았어. 허어어엉......”
“자, 잘 잡고 엉덩이 내밀어 봐.”
강주는 손을 빼고 골반을 잡아 일으킨다. 좆을 몇 번 흩어 내리곤 바로 질구에 맞춰 밀어 넣는다.
“흐으으응...... 아하아앙...... 아...... 좋아요......”
“후욱, 후욱, 후욱.”
이내 좆을 꺼내 항문을 문지르자 경주는 그래도 걱정스러운 듯 돌아보고 애처로운 눈길을 보낸다.
“에이...... 걱정 말라니까. 애인을 아프게 하겠어?”
“정말이지?...... 하아아아아아악.......”
힘차게 밀고 들어오는 낯 선 침입자는 미처 힘을 주어 막을 사이도 없이 성 안을 차지하고 만다.
“후우욱, 쑤우우욱......”
“힘 주지 마. 힘 주면 더 아프다더라...... 후욱, 후욱......”
“아흑...... 아아아흑...... 순...... 변태야...... 아파...... 살 사알......”
좆 전체를 조여 주는 힘찬 괄약근을 즐기며 눈을 감은 채 허리를 놀린다. 어느덧 항문으로 즐기는 성교가 강주를 나락으로 몰아간다. 경주의 미모도 상당하지만 왠지 먼저 즐기고 보낸 민희가 눈에 어린다.
경주의 항문에 좆을 박아대며 민희를 상상하니 좆 끝이 묵직해지며 사정감이 몰려온다.
“으흑, 흐으으으윽...... 울컥......”
“하아아윽...... 난 몰라...... 거기다가...... 싼 거야?”
“으흑...... 울컥...... 으흑...... 울컥......”
불과 몇 시간 전 사정을 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양을 경주의 항문에 밀어 넣는다. 항문 깊숙이 좆을 밀어 넣고 진저리를 친다. 경주는 오금을 모아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몸을 떨어온다.
“아흐으윽...... 여보...... 하으으윽......”
그녀는 자신을 달뜨게 만들어 주는 강주로부터 얻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인해, 앞으로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강주의 어려운 문제에, 강주를 대신해 자신의 남편을 이끌어 변호를 하게 할 테니 곧 그녀가 강주의 변호사 친구인 것이다. 그리고 회장의 말대로 강주 스스로 위치를 잃지 않고 건재할 수 있다면 그 때가 언제이든 그의 인맥들을 강주의 힘으로 동원할 때도 오게 될 것이다.
“이사님은 더 계시다 갈 거예요?”
강주는 침대에 누워 언제나처럼 네 활개를 펼치고 있다.
“아니. 나도 가야지.”
“아이, 가기는 가야 하는데 가기 싫어 죽겠네.”
경주가 침대로 다가와 강주의 좆을 손으로 감싸 마스터베이션을 해준다.
“턱...... 턱, 턱......턱.”
“그럼 이리 와. 이번에는 앞으로만 해줄게.”
“어머! 싫어. 화장 새로 했단 말이야. 내가 손으로 한 번 더 해 줄게...... 아유...... 순 장난꾸러기야. 그럼 언제 또 올 거예요.”
“턱, 턱......”
“내가 암행어산데...... 으흑...... 그런 걸 말해주면 쓰나?”
“피...... 내가 뭐 자기네 직원인가? 호호호...... 후룹......턱......턱,턱......”
“으흑...... 오게 되면...... 전화...... 해 줄 테니까...... 으흑...... 걱정 말고 기다려.”
“으흠...... 꼭이에요. 후루룹...... 턱......턱.”
-
“실례합니다. 최이사님이 어느 분이시죠?”
“그런 분 안 계신데요.”
“아! 미쓰김. 내 손님인가보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네, 차량 출고해 왔습니다. 여기 인수서명을 좀 해주시고 지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네, 일단 나가시죠.”
-
“소장님, 차 새로 사셨어요? 그리고 이사님은 무슨 소리에요?”
“응, 별 일 아니야. 영진에서 이사라고 부르자는데 그러라고 그랬어.”
“어머! 세상에...... 소장님...... 그럼 차도 거기에서 준 거예요?”
“응. 그래.”
“와!”
“미쓰김. 인삼차 있니?”
“네, 한 잔 타 드릴까요?”
“그래. 아유, 술을 많이 먹었더니 죽겠다.”
“차 한 잔 드시고 좀 주무세요. 무슨 일 있으면 제가 전화 드릴게요.”
“그래, 나는 미쓰김이 이 세상에서 최고다. 역시 우리 마누라야.”
“칫!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하세요. 보나마나 어제도 다른 여자랑 잤으면서......”
“아니야. 그냥 술만 마셨다니까.”
“흥! 제가 소장님을 모를까봐서요? 술만 드신 거하고 다음 날 다르다는 거 다 압니다요.”
“아휴...... 그래. 내가 귀신을 속이지 널 어떻게 속이겠니? 하하하......”
“아유...... 미워 죽겠어요. 어서 차나 드세요.”
“하하하...... 그리고 영진 기획실에 전화해서 점포 약도 좀 전부 팩스로 보내라고 할래?”
“전화번호는요?”
“난들 아니? 교환 나오면 바꿔 달라고 하면 될 거 아냐?”
“네, 소장님 책상서랍에 넣어둘게요.”
강주는 안내 데스크에 나와 달력을 펼쳐두고 뭔가를 체크해 가며 몰두하고 있고 부소장이 다가와 기웃거리다 말을 붙인다.
“소장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계십니까?”
“아! 네, 부소장님.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데...... 영 날짜가 안 나오네요. 참, 부소장님은 다녀오셨나요?”
“아휴...... 제가 이 경황 중에 휴가가 웬 말이겠습니까?”
“어유, 무슨 말씀이세요? 그래도 휴가는 쉬셔야지요. 좌천당한 것도 열 받는 일인데......”
“그나저나 소장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아니요...... 어디로 떠날 건 아니고요. 뭔가 할 일이 있는데, 날짜가 부족해서 될지 모르겠어요.”
“뭐, 그러시면 소장님께서 제 휴가도 쓰십시오. 저야 이제 아이들도 제법 커서 저희들끼리 어울리기만 하지 어디 가자는 소리도 안하는 걸요.”
“네? 아이고...... 그래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사모님께서 좋아하지 않으실 텐데......”
“웬걸요. 소장님께 반납했다면 저보다 더 기뻐할 걸요. 안 그래도 집에서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해 드렸으면 하던데......”
“아! 그러셨어요? 저야 고맙지요. 언제 한 번 불러주세요.”
“번거롭게 그래도 되겠습니까?”
“번거롭기는요. 안 그래도 부소장님과 함께 근무하면서 제가 먼저라도 형수님께 인사드리러 가야 했는데, 이것저것 벌여 놓은 일이 많다 보니......”
“하하하...... 그러시죠. 아무튼 소장님 대단하십니다. 저...... 그래서 말씀인데요. 혹시라도 회사에서 도저히 비전이 안보이게 되면, 나중에라도 저 좀 잊지 마시고 자리 좀 생각해 주십시오.”
“에이...... 부소장님, 왜 그런 생각을 해요? 여기서 회복할 수 있도록 매진하시라니까요. 참 나...... 그래요...... 혹시라도 회사의 입장이 영 바뀌지 않는다면 부소장님 진로는 제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장님. 그럼 아내와 상의해서 언제 한 번 모시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에...... 그리고 부소장님 휴가는 그러면 제가 사는 걸로 하겠습니다. 자요.”
마침 아직도 포켓에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준다.
“아니요. 싫습니다. 그러면 제 입장이......”
“제가 그냥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받으세요. 휴가도 제가 쓰기로 했는데, 이래야 조금이라도 형수님께 위로가 될 거 아닙니까? 부소장님 마음이야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마침 저도 어제 우연히 생긴 돈이라서 딱히 쓸 데도 없는 돈이에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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