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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2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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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60회 작성일 20-01-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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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부-



상가 주차장에는 커다란 크레인이 동원되어 상가 주차장과 인도 사이의 경계에 심어 둔 조경수들을 뽑아내고 있고 강주는 매장 입구에서 바쁘게 오가는 인부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전화를 받아든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저 보라예요.”



“응? 보라?...... 에이...... 우리 사이에 안녕하세요가 뭐야?......”



“네?...... 그럼 어떻게 인사를 해요?”



“쪽이나 뽀로 해야지...... 하하하......”



“아유 참, 소장님...... 정말 왜 그러세요? 자꾸 당황되게...... 정말 못 됐어요.”



“하하하...... 그래...... 어떻게 됐니?”



“아유...... 상무님이 노발대발 난리도 아니었어요. 감사팀 바로 가동되고요. 김과장님은 즉시 보직해임에 대기발령 떨어졌어요. 어휴...... 전 상무님이 그렇게 화내시는 거 처음 봤어요.”



“그럼 김과장은 어떻게 하고 있는데?......”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펄쩍 뛰다가 지금은 그냥 멍하니 앉아 있어요. 감사팀 조사 끝날 때까지 영업소 지원 내보낸다는 말도 있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 알았다. 자...... 끝 인사.”



“아이 차암...... 뽀...... 호호호......”



감사팀에서 조사를 한다고 해도 경쟁점포에서 순순히 조사에 응해줄 리도 없거니와 설사 사실대로 말해준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믿을 리도 없다. 김과장 본인이야 모른다고 일관할 터이니 공식적인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가가 관건이지만, 경찰수사가 진행되어 김과장이 벌인 일이 아니라고 확인되더라도 조직사회의 입장이라는 것은 몸가짐을 잘못하여 그런 일이 생겼다고 치부해 버리기 때문에 결국은 조직에 부적합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결국 김과장은 도덕성이나 신뢰성에 있어서 심각한 훼손을 당한 상태이니 강주는 김과장에 대한 고민을 잊어 버려도 좋게 되었다. 게다가 일이 이쯤 되면 자기 코가 석자인지라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이 가지도 않거니와 멀쩡한 자신을 죄인 취급하는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을 모함하는 그 누군가에게로 관심의 초점이 바뀌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한 짐을 덜은 강주는 일면 김과장이 안 되었다는 생각도 있지만 혜숙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여기고 담배를 꺼내 물며 사무실로 발길을 돌린다.



“저...... 소장님...... 계십니까?”



“아......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로......”



“네, 돈이 준비 돼서 가져 왔습니다. 여기...... 오백만 원...... 허허...... 이거, 나머지를 소장님께 부담 드려서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아...... 아닙니다. 저도 기왕 상가에 협조하기로 했는데...... 뭐, 제가 부담해 드리는 오백만 원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럼...... 제가 나중에 그 분 만나서 합의서 받아다가 준호 엄마에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수고 좀 해 주십시오. 그리고 감사합니다.”



“네, 네...... 이제 걱정 마십시오.”



-



“어머! 저 아저씨들 얄미운데 왜 합의금을 소장님이 대신 내 주세요?”



“응?...... 하하하...... 미쓰김, 번영회장이 자기 딴에는 시간 질질 끌다가 호구 같은 슈퍼 소장 때문에 오백만 원 벌었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나야말로 오백만 원 벌은 셈이지. 합의서는 벌써 백지로 받아가지고 내 서랍 안에 보관하고 있어. 킥킥킥...... 지금 오백만 원 받았으니까 나는 수박 팔아서 손해 본 거 다 복구하고도 남는다니까......”



“어머머머......”



“난 돈 한 푼 안 들이고 상가 공유면적만 먹은 거야. 너...... 저 주차장에 시설해서 임대해 주면 보증금 수입이 얼마나 될지 알아? 디귿자로 천막시설을 하면 적게 나와도 최소한 오천 이상은 나올 걸...... 거기다가 행사까지 열어주면 임대수입하고 합쳐서 월수입이 삼백 이상은 고정으로 나올 거고......”



“어머나, 세상에......”



“그러니까 도둑질도 해 본 사람이 하는 거고,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 거야. 번영회장, 사람이 어정쩡해 가지고......실속도 없이......액세서리 같은 애들이나 때려잡고......”



“그럼 아까 밖에 나무 뽑아내던데...... 그게 지금 그거예요?”



“응...... 그래...... 법적으로야...... 조경면적을 줄일 수는 없는 거지만 옥상으로 올리면 아무 문제가 없거든...... 옥상도 외부 공유면적이고...... 외부 공유면적은 십년 간 내 것이니까...... 우리 상가가 또 좀 튼튼하냐? 설계사무소에 벌써 의뢰해 뒀지. 우선 당장 옮기는 데 돈이 들어서 그렇지...... 그까짓 거 코너 하나 임대분양하면 그게 그건데 뭐...... 나무 심었던 자리에 코너 다섯 개도 넘게 들어갈 걸? 하하하......”



주머니에 돈이 두둑하니 마음도 한결 느긋해진다. 진정이에게 끌어온 돈 사천만 원도 앞으로 주차장에 코너를 임대해주고 그 보증금으로 막아 줄 수 있으니, 신갈에 있는 일억 짜리 점포는 조만간 거저 떨어지게 생겼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매장을 돌아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계산대로 급히 발길을 돌린다.



“미진아. 지금 한가하지?......”



“네? 네......”



“지금 나하고 밖에 좀 나가자.”



“네......”



미쓰윤은 아직도 강주를 보면 서먹서먹한지 의기소침하여 눈길을 피해 버린다. 계산대에서 돈을 들어내다 적발된 이후로 강주가 무엇을 요구해 올지 눈치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말이 없던 강주가 급기야 말을 붙여 온 것이다.

부소장은 강주에게 목례를 함으로써 매장에 대한 당부는 잊으셔도 좋다는 의미를 전해온다.



“시장조사 갈 거니까 신발 갈아 신고 와.”



“그러면 유니폼도 갈아입어야 되잖아요?”



“음...... 상관없어...... 무슨 죄 짓는 것도 아닌데, 숨어서 할 필요 있나?”



“네, 금방 갈아 신고 올게요.”



강주는 이미 교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미진이를 확실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로 마음먹고 일전에 상미가 시장조사를 왔었다는 앙코르 상가 슈퍼로 발길을 정한다. 시장조사보다는 미진이와 나름대로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아직 오전인데도 바람에서 제법 여름향기가 느껴진다. 매장 내에서는 샌들을 신은 것만 보다가 하이힐을 갈아 신으니 그것만으로도 한층 성숙해 보인다.



“우후...... 역시 하이힐을 신으니까 한결 늘씬하네. 나는 미진이가 이렇게 예쁜 줄 미처 몰랐다니까...... 하하하......”



“......”



자신을 왜 불러냈는지 예감하는 듯 쑥스러워 하며 한 걸음 떨어져서 걷는 미진이에게 장난을 친다.

가는 허리에 손을 얹어 끌어당기니 몸을 휘청거리며 강주에게 매달려 의지하지만 강주의 장난에 아직도 부끄러운 듯 미소만 지을 뿐 앙탈도 부리지 않는다.



“미진이...... 요즘 용돈 부족하니?”



강주가 느닷없이 돈 얘기를 꺼내자 자신이 한 짓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다.



“아, 아니요......”



“그럼 월급 타는 것은 어떻게 관리하니?”



“엄마가 다 알아서 하시고 저는 용돈 타 쓰고 있어요.”



“음...... 그러면 부족하긴 하겠구나.”



“치...... 언니는 다 언니가 알아서 하는데 제 월급만 그렇게 강제로......”



“하하하...... 아직도 네가 어린애 같이 보이나 보다......”



강주는 미진이의 손지갑을 뺏어 그 안에 방금 번영회장에게 받은 수표를 한 장 넣어 돌려준다. 어찌 됐든 같은 회사의 여직원을 취하려니 불여튼튼 후견인 노릇을 하여 후환이 없도록 해야 할 일이다.



“자...... 아껴 쓰고......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얘기 해. 언니한테는 비밀로 해 줄 테니까, 너도 말하지 말고......”



미진이는 자신의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금을 용돈 하라고 주는 강주를 할 말을 잊은 채 큰 눈만 깜빡이며 바라본다.



“그 대신 다시는 속 썩이면 안 돼.”



“네, 고맙습니다. 흑......”



“자식이 울기는......”



강주는 대로변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진이의 엉덩이를 때리고 미진이는 마치 더 이상 맞지 않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강주의 팔을 붙잡아 팔짱을 낀다.

앙코르에 도착하여 매장으로 들어서자 직원들이 깜짝 놀라 바라본다. 그도 그럴 것이 유니폼을 착용한 채 경쟁점포의 직원이 들어오니 그런 경우는 처음 볼 것이다. 강주와 미진이를 알아보는 몇몇 거래처 직원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음...... 그래. 여기 와 있네? 여기 사무실이 어디니?



안내를 받아 사무실로 들어서자 점장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 실례합니다. 혹시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아, 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하하하...... 뭐...... 별 일은 아니고...... 가끔 다녀가신다기에 저도 답방 차원에서 한 번 와 봤습니다. 매장 좀 돌아봐도 되겠습니까?”



“네...... 아유, 저희 매장이야 거기에 비하면 뭐, 볼 것도 없으실 텐데......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계면쩍은 듯 뒷머리를 만지는 경쟁점포 점장을 뒤로 하고 마치 사열을 나온 간부처럼 뒷짐을 진 채 매장을 돌아본다. 부점장으로 보이는 친구가 뒤를 따라붙어 감시를 하다가 미진이가 돌아보며 무슨 짓이냐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빈손을 들어보이자 머쓱해 하며 물러난다.



“하하하...... 미진이도 제법인데......”



강주의 칭찬에 미진이는 부끄러워하며 미소를 짓는다. 어느새 강주의 공격적인 대시에 빠진 모습이다.



“후훗...... 저야 뭐...... 우리 가격을 어지간한 거는 다 기억하니까 적을 필요도 없이 그냥 보면 알겠는데요. 뭐......”



“그러게...... 바보 같은 놈이 괜히 미진이가 예뻐서 따라 붙은 게 아닐까?”



“아유...... 소장님......”



매장을 돌아 다시 사무실에서 인사를 하고 빠져 나가려는데 상가 지하에서 음식 냄새가 올라온다.

강주는 미진이 손을 잡고 내려가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며 몇몇 장사꾼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건물 밖으로 빠져 나온다.



“아! 아직 안 가셨군요? 저...... 저희 사장님이 잠깐만 뵙자는데......”



“그러...... 세요? 그러시죠. 갑시다.”



사무실에는 오십이 넘어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강주를 맞이하고 딸인지 며느리인지 젊은 여자가 음료수를 꺼내 놓는다.



“네, 어서 오세요. 우리 점장에게 말씀 들었습니다. 그래...... 보신 소감이 어떠신지 좀 듣고 싶어서요.”



“아! 네...... 허허허......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 글쎄요...... 가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시면 점포운영이 좀 벅차지 않으십니까? 거의 대부분의 상품이 저희를 겨냥한 것 같은데 저희하곤 운영방식도 다르고 고객층도 많이 다를 텐데 말입니다.”



“네...... 그러세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 주시면......”



“여기는 저희 영업소하고...... 사이에 팔차선 도로가 하나, 사차선 도로가 두 개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매장 입장에서는 저희 매장이 경쟁점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희 동네에 사시는 분들은 여기까지 안와요. 이 주변 주택가에 거주하는 세대는 대부분 연세 높은 분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러면 그분들을 겨냥해야지요. 저희 주변에는 젊은 세대들이 많고...... 다시 말해서 아가씨에게 환심을 사려면 반지나 목걸이를 선물해야지, 김치 냉장고를 선물하는 사람은 없지 않겠어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거고......”



“아! 네......”



“그리고 진열도 목기, 철기, 플라스틱 등등 재질별로 나눠 두셨던데 용도별 관련 진열이 잘 안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칼과 도마는 함께 있어야 어울리는 진열인데...... 칼은 주방용품 코너에 잘 있는 데에 반해서 나무도마는 청소용품이 잔뜩 있는 나무 빨래판 옆에, 그리고 플라스틱 도마는 저 구석...... 세숫대야 옆에 제 각각 떨어져 있더군요. 업체 직원이 대충 진열해 두고 간 후 그대로 방치하신다는 뜻입니다.”



“네......”



“칼을 사러 왔다가 옆에 있는 도마를 보고 집에 있는 낡은 도마를 떠올리게 해 줘야 추가구매로 연결이 되는 겁니다.”



“......”



“가격도 그래요. 무조건 싸게만 찍어두면 필요 없는 걸 사간답니까? 그러면 이익은 어디서 창출하시고...... 한, 두 가지 파격적인 유도상품으로 손님을 유혹하고 다른 나머지는 충분히 이익을 고려해서 아까 말씀드린 관련 진열을 하면 서로 믹스가 되어 점포 이익이 안정적으로 유지 되는 겁니다.”



“......”



“김장철에 너나 할 것 없이 배추를 싸게 팔면 뭐 합니까? 매장 안에 있는 고춧가루나 다른 김장용품을 못 팔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저희 점포에 시장조사를 오지 말라고는 안하겠습니다. 오시면 가격을 보실 게 아니라 전체 분위기를 읽고 가시고 이 매장에 적용해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셔야지, 무작정 맨발 벗고 달리시면 경주 끝난 후에는 발바닥에 상처만 남는 겁니다.”



미진이는 장황한 강주의 말에 가격비교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어느새 강주를 흠모하는 눈빛으로 바뀌어 가고 점포의 사장과 점장의 얼굴빛은 점점 창백해진다.



“끝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면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연세가 있는 분들이라 대부분 신장이 작습니다. 그분들은 우리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과는 눈높이도 다른데 여기는 지금 전체적으로 진열대가 너무 높아요. 물론 보이기야 하지만 팔을 뻗어 물건을 쥐기에도 힘이 들죠. 만져보질 못하니까 구매욕구도 떨어지고...... 생각하다가 급한 것도 아닌데 다음에 사지...... 하며 나가버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굳이 시장조사를 하실 거면 다른 매장을 참고삼아서 이곳 고객층에 맞는 노하우를 개발하시는 게 지름길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 아...... 예, 감사합니다.”



경쟁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형편없는 매장을 돌아본 후 사무실 밖으로 나서는 강주를 따라 나오며 자주 들러서 지도해 주기를 부탁하는 나이 들은 시골여자 같은 사장을 보며 어쩐지 발길이 무거워 다시 매장으로 들어서며 한 마디 더 거들어 준다. 어느새 점장과 부점장은 뒤에 따라 붙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저기도 보세요. 세제 종류가 여러 가지 있는데 케이스 빛깔이 비슷비슷해서 어느 게 어느 건지 잘 구분이 안 되지요? 그러다 보니 손님에 의해서 곧 뒤죽박죽되어 버리고...... 저런 건 지명도가 낮은 상품을 지명도가 높은 상품에 묻어나가길 기대 해서 후발 제조업체에서 일부러 그렇게 만드는 거예요. 매장에선 그걸 구분해서 푸른색과 붉은색 계통을 교차시켜 진열해 주면 손님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겁니다.”



“자, 여기도...... 이 콜라는 여기 유명한 콜라하고 포장이 거의 똑같지요? 자...... 하나 물어봅시다. 점장님, 어떤 게 더 이익이 많습니까?”



“네, 물론 여기...... 비슷하게 만든 게 저희한테는 많이 남죠.”



“그래요. 그렇지만 그걸 무조건 따라가면 그건 제조업체 입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겁니다. 손님은 유명한 콜라인 줄만 알고 사갔는데 집에 가서 보니까 유사품이더라...... 그러면 굉장히 불쾌해질 수도 있는 겁니다. 일종의 컬러 컨트롤인데 그걸 매장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연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 네......”



“이런 건 찾아보시면 의외로 많습니다. 자...... 저기도 보세요. 커피도 이런 형태로 컬러 컨트롤이 필요한 유사품이 있지요?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상품을 구분해서 각각의 물건을 돋보이게 해 주기 위해서가 첫 번째고, 그 두 번째는 손님에게 혼동을 유발해서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을 많이 팔리게 하는 겁니다. 어떤 방법이 매장에 유리한지는 매장 측에서 판단할 문제입니다.”



“......”



“제가 봤을 때...... 이 매장이 당면한 문제는 첫째가 전체적으로 가격책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윤이 적어서 유지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관련 진열이 안 되어 있어서 물건을 구매하는 시점에 연관된 상품의 추가판매는 고사하고 찾고자 하는 상품도 눈에 잘 안 띈다는 점, 세 번째는 찾긴 찾았는데 손도 잘 닿지 않고 아슬아슬해서 그냥 포기할 수도 있는 진열기법에 있다는 겁니다.”



“......”



넋이 빠진 듯 깊은 한숨을 내쉬는 점포 사장을 뒤로 하고 강주와 미진은 건물을 빠져나온다.

강주는 슬쩍 미진의 손을 쥐고 미진은 모른 척 손을 맡긴 채 걸음을 옮긴다.

미진은 이미 강주와 입맞춤을 나누고 애무를 하도록 몸을 맡긴 경험도 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지 이미 예감도 하고 있다. 경쟁점포에서 보여준 모습은 마치 개선장군 같은 위용으로 미진에게 다가 와 방심을 흔들어 버린다.

강주는 별실 창고에 들어서자마자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미진에게 권하고 자기도 마신다.



“어머! 이 시간에 어떻게 마셔요. 소장님.”



“그냥 마셔 둬. 취하면 여기서 그냥 자고......”



잠을 자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얼굴이 벌써 홍당무처럼 변해 화끈거리는 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두드려 식혀가며 마지못해 맥주를 마신다.

강주는 미진이에게 다가가 억센 힘으로 허리가 휘도록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미진이 강주의 목에 팔을 감아오자 유니폼 상의의 단추를 풀고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주무른다.

허리와 고개가 뒤로 꺾인 미진은 지난번의 키스와는 다른 황홀감을 경험하며 강주의 타액을 목젖으로 넘긴다.



“으흐음...... 쭈웁...... 으흑......”



미진이의 분홍빛 브라가 반쯤 밀려나고 부드러운 젖무덤 위에 조그만 젖꼭지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밀어 강주를 유혹한다.



“아...... 너무 예쁘다......”



“아이...... 참...... 몰라...... 요......”



몸을 비틀어 교태를 부리는 미진이의 엉덩이를 두드리곤 서둘러 옷을 벗는다. 강주의 상체를 보곤 등을 돌리는 미진이에게 다가가 뒤로 끌어안고 엉덩이에 좆을 밀착시킨 채 단추를 풀어주며 더운 입김을 귓가에 쏟는다. 하이힐을 신어 자연스레 뒤로 내밀어진 미진의 엉덩이가 강주의 좆을 받아들이는 듯 예쁘게 벌어져 헐떡이고 있다.



“뭐 해? 어서 벗지 않고......”



“그럼...... 소장님...... 저 끝까지 책임지실 거죠?”



어린애들은 이래서 골치지만 그렇다고 마다 할 강주가 아니다. 보라의 동생이자 처음으로 취하는 영업소의 부하직원 아닌가? 그 흥분과 자극을 뒤로 할 리 없으니 물으나 마나한 질문이며 들으나 마나한 대답인 것이다.



“그럼...... 이제 미진이는 내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 소장님...... 저도 소장님 사랑해요.”



대뜸 돌아서서 강주의 목에 매달려 입을 맞춰온다. 입을 맞추며 서둘러 바지를 벗고 이내 치마의 후크를 풀어 지퍼를 내리니 미진의 발목으로 떨어진다. 아직도 목에 매달려 입안에 향내를 불어넣고 있는 미진이를 번쩍 안아 사타구니에 몇 번 좆질을 해대고 침대로 함께 넘어진다.



“엄마야......”



귀를 물어주며 팔을 뒤로 돌려 브라를 벗겨내고 팬티를 내리려 하자 황급히 붙잡아 온다.



“엄마......”



“자, 괜찮아. 오늘부터 미진이는 내 거잖아......”



젖꼭지를 물어주며 팬티를 내려 발에 끼우고 내려 버린다. 바로 다리를 접고 사타구니에 얼굴을 박는다. 새콤한 향이 강주를 자극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지만 혀로 음순을 간질여 분홍빛 속살을 맛본다.



“아아흑...... 소장님...... 아흑......”



“후루룹...... 쭈우웁......”



자극을 참기 어려운지 강주의 머리칼을 쥐어뜯어 할 수 없이 고개를 들고 과녁을 맞춰간다. 좆으로 음순을 흩어주니 아직 물이 흐르기도 전이어서 귀두만 걸쳐진 채로 여러 번 용두질을 한다.



“아윽, 아흑, 아야...... 아흑......”



“조금만 참아...... 미진이...... 이제...... 누구 거야?......”



“아흑...... 살살...... 흐윽...... 소장님...... 거요......”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는 기미가 보여 한 순간 힘을 더해 깊숙이 밀어 넣는다.



“하아아아아윽...... 아흑, 아학, 끄으윽......”



“훅, 후욱, 그래...... 이제...... 미진이는...... 내 거야...... 훅.”



비명과 함께 고통을 참는 듯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 지르는 미진이를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듯 더욱 밀어붙여 빠르게 허리를 놀린다.



“엄마...... 하악...... 학, 학, 아학......”



“후욱, 후욱, 쑤욱, 쑤욱......”



상체를 밀착시켜 끌어안고 엉덩이만을 빠르게 놀리며 미진이의 입술을 찾아간다. 미진이는 눈이 하얗게 넘어가는 쾌감과 고통을 어쩌지 못하고 헉헉거리며 강주의 목에 매달려 입술에 자극을 더해간다. 얼굴에는 온통 침으로 범벅인 채 강주에게 집착한다.



“으흡, 으흡...... 쭈우웁...... 아학, 하악......”



한참동안 이어지던 허리놀림이 한 번 두 번 주춤하더니 급기야 강주의 몸이 활처럼 뒤로 꺾어지며 좆 끝을 강하게 깊은 곳까지 찔러 넣는다.



“흐으윽...... 울컥......꿀럭......”



“하아악....... 아파...... 그만...... 아아아학...... 빼요...... 아학......”



끌어안고 숨을 고르는 중에도 허리를 놀려 미진이의 흥분을 끌어준다. 미진은 강주가 깊은 처녀지까지 찔러 들어오자 경악을 한다. 갑자기 미진이 흥분에 빠지는지 마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며 잔 경련을 일으키더니 좆 근처로 울컥하는 느낌이 온다.



“아아흑...... 부르르...... 어헝...... 난 몰라......”



“허억...... 휴우...... 괜찮아...... 뭐가 창피해...... 우리 둘 뿐인데......”



한참을 더 서로의 혀를 빨아대고 서로의 타액으로 목을 축이려는 듯 입술을 비빈다. 엉덩이와 가슴을 애무해 후희를 즐기다 좆을 빼내니 퍽하고 공기 빠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 미진이를 더욱 부끄럽게 한다. 얼굴을 감싸 안은 미진이를 안아 샤워장으로 향한다.



“우리 미진이가 허리가 버들가질세 그려...... 그래서 버들피리 소리가 나나? 하하하......”



“아유...... 소장니임...... 놀리지 마세요......”



도둑이 제 발 저리다더니 함께 들어가길 꺼려하는 미진이를 먼저 들여보낸 뒤, 담배를 피워 물고 침대에 다시 눕는다. 비로소 자매를 모두 취했다는 포만감에 한껏 기지개를 켜 본다.

선풍기를 틀어두고 누운 채 몸을 말리는데 인기척이 느껴져 서둘러 옷을 입는다.



“누구...... 어! 아, 이쪽으로 넣으세요.”



번영회장 부인이 보낸 듯 고가구가 몇 개 들어온다. 좌우로 배치를 하니 제법 그럴듯한 모양이 나온다. 아무것도 모를 번영회장을 생각하니 비릿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이미 나무는 모두 파헤쳐진 뒤고 한 쪽에서는 평탄 작업을 하며 보도블록을 깔기 시작했다.



“이제 오세요?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내일 본사에 임시회의 있다고 올라오시라는 연락 왔었어요. 소장님은 성공사례 발표 준비하시라던데요.”



“무슨...... 성공사례?”



“아이...... 참, 상가 번영회 문제를 해결하신 거요.”



“응...... 후훗...... 그것 때문이 아닐 거다...... 아마......”



총무부 김과장 문제로 본사가 발칵 뒤집혔으니 정신 재무장 차원에서 비상소집을 한 모양이다. 김과장 얼굴을 볼 생각을 하며 미소 짓는 강주를 보고 미쓰김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누구시......”



“아유, 소장님. 희숙이 언니잖아요.”



“아! 희숙이!...... 와! 너, 길에서 보면 몰라보겠다. 영화배우가 따로 없네. 내가 부소장 때, 안양에 지원 나가서 보고...... 처음인가?”



“호호...... 네, 아마 그럴 거예요.”



“그렇지. 야!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 그래...... 진작 한 번 오지? 왜? 연락이 늦었니?”



“아니에요. 미쓰김이 전에 전화 했었는데, 제가 틈이 안 나서......”



“오! 그랬구나. 요즘 뭐 하니?”



“그간 개인회사 다니다가 지금은 그냥 집에 있어요.”



“이런! 너 같은 인재가 집에서 놀면 그건 국가적인 손실이지.”



“어머! 호호호”



“아유! 우리 소장님, 주특기 나오시네. 언니, 속지 마.”



“그래, 결혼 계획은?”



“결혼은요? 사귀는 사람도...... 없는데요......”



결혼 얘기를 꺼내자 낯빛이 변하며 시무룩해진다. 희숙이가 그만 둘 때 워낙 유명했던 사건이라 모를 리도 없을 텐데 왜 그 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느낌이다. 순간 미쓰김이 자리에서 돌아보며 눈을 흘기자 강주도 괜한 말을 했다 싶어 얼버무린다.



“어어...... 그래. 그러면 너, 나 좀 도와줘라. 사실 너희만한 경리사원들 구하기가 어디 쉬워야 말이지. 내가 이번에 의왕에 있는 매장을 한군데 관리해줘야 하는데 네가 좀 일을 봐 줬으면 해서......”



“어머! 그래서 찾으신 거예요? 호호...... 월급 많이 주실 거예요?”



“암! 많이 줘야지. 우리 희숙이 정도면 내가 부소장 대우 해줘야지.”



“어머! 정말이요?”



“부소장 대우가 아니라 실제 부소장이야. 그 대신 경리도 구하고 경력 있는 계산원들도 열 명 정도는 수배해야 한다. 신규오픈 매장이니까 네가 쥐락펴락 군기 잡을 수 있는 애들로...... 가능하면 담당 직원들도 알아보고......”



“그런데, 정말 부소장이라고요? 여자한테 부소장 맡기셔도 괜찮아요?”



“능력 있으면 되는 거지. 남녀가 무슨 상관이야. 내가 희숙이 한풀이 시켜줄 테니까 열심히만 해.”



“아유......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네 실력은 내가 잘 아는데 왜 그래? 우리 미쓰김도 시켜만 주면 할 텐데......”



“음...... 언제 오픈인데요?”



“지금 뼈대는 다 올라갔으니까, 늦어도 한 달 보름정도...... 빠르면 한 달 후에 가능할 지도 몰라.”



“어머! 그럼 여기저기 많이 알아봐야겠네요.”



“그래, 너는 지금부터 그렇게 해. 월급 걱정은 하지 말고...... 정식근무는 준공 날짜부터 책정 되겠지만 그동안 활동비로 내가 좀 보태줄게. 아이들 만나러 다니려면 얼마나 들까?”



“뭐...... 돈이야 들겠어요? 걱정 마세요.”



“그럴 수 있나? 내가 제일 먼저 스카우트한 사람인데...... 일단 개장할 때까지 경비 삼아 백만 원 줄 테니까 알아서 써. 자......”



번영회장이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기나 한 듯 마침 그 돈의 쓰임새가 다양하다.



“어머! 이렇게나 많이요?”



“와! 언니...... 한 턱 쏴라.”



“희숙이, 너는 이제 내게 수시로 보고해야 한다. 오픈 날짜 가까워지면 함께 산지도 갈 수 있고, 매장에서 밤 샐 때도 많을 거야.”



“네, 뭐...... 오픈매장 한두 번 해보나요?”



산지 얘기를 하며 밤을 샌다니까 미쓰김이 또 하얗게 흘겨본다. 강주는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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