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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1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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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813회 작성일 20-01-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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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부-



“나와 계셨어요?”



“그럼...... 돈 떼먹고 도망갈까 봐 얼마나 맘 졸였는데......”



“어머! 호호호...... 아유, 여전하셔......”



“저 여자는 누구야?”



“어머! 나는 이제 관심도 없나 봐? 오랜만에 만났는데...... 대뜸 다른 여자부터 물어보고......정말 바람둥이 같네.”



“자기는 벌써 맛을 봤는데, 뭐가 궁금하겠어? 하하하...... 저 여자 청바지 입은 엉덩이가 보통이 아닌데...... 얼굴도 저 정도면 쓸 만하고......”



“정말...... 아유, 못 말려. 그냥 나하고 한 사무실에 있는 사람이야. 관심 끊으세요. 아저씨.”



“차키 이리 줘.”



“아유, 무섭다. 무서워...... 자요. 여기 있어요. 어머! 사채업자보다 더 심한 거 같아.”



“그러니까 날짜나 잘 지켜.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밥이나 먹고 다니는 거야?”



“아직...... 그럼 사 주실래요? 날씨도 더운데 우리 냉면 먹으러 갈까?”



“그래, 가자. 어디로 갈까?”



“참, 그리고 사진 빨리 지워줘요.”



“그래, 알았어. 사진은 벌써 지웠어. 자, 봐...... 없잖아.”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그래, 같은 사무실에 계신다고요?”



“네, 언니에게 소개 좀 받으려고 따라왔어요.”



“네? 무슨 소개를 받으신다고......”



“네, 저도 돈이 좀 필요해서......”



“네? 어이구...... 저 돈 빌려주고...... 그런 사람 아니에요. 이 양반하곤 우연히 사채 사무실에서 만나가지고 그렇게 된 거예요.”



“저도 담보 제공 할게요. 그냥 빌려달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여자가 빌려달라는 돈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대충 이야기를 듣고 왔다면 비슷한 수준일 것이고, 사채 사무실보다 조건이 좋다는 것을 알고 저럴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여자의 몸을 달게 할 필요가 있으니 일단은 버티어 본다. 게다가 강주는 염불보다야 제삿밥이 우선 아닌가?



“제가 가진 돈이 없다니까요. 이 양반 빌려준 돈도 일주일 지나서 회수가 안 되면 아까 그 차 처분해야 할 실정이에요.”



“그럼 저 언니 돈 회수 되고 나면...... 그 다음엔 언제쯤...... 다시 빌려줄 수 있으신가요?”



“그게...... 일단 정산 때문에 통장에 입금 시켰다가 빼기만 하면 되니까 뭐, 날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거 하는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아유, 담보 좋은 거 제공할 테니까 나중에 사정 좀 봐 주세요. 아저씨도 용돈 버시고 좋잖아요. 네?”



바짝 다가앉는 그녀에게서 사과향기가 풍겨 강주를 자극하고, 깊게 파인 브이넥 티셔츠 사이로 뽀얀 속살이 눈에 들어온다. 당장이라도 얼굴을 파묻어 버리고 싶지만 급히 먹는 음식은 체하는 법이 아닌가? 헛기침으로 마음을 달래며 말을 잇는다.



“으흠...... 뭐, 정...... 그럼 일단 나중에 상황 봐서 얘기합시다.”



“아유, 걱정 마세요. 담보 틀림없다니까요......”



강주는 나름대로 이것도 제법 괜찮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처음에야 여자가 탐이 나서 뭐가 뭔지도 잘 모르고 빌려줬지만 담보만 안전하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격 아닌가? 사채사무실보다 조금만 더 잘 해주면 끊임없이 여자들을 공급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병적으로 아랫도리가 묵직해진다.



“자, 그럼 명함 주시고 나중에 이 양반 없을 때 통화 합시다.”



“어머머! 이제 완전히 안면 바꾸기에요?”



“하하하...... 에이...... 그럴 리가 있나? 그저 하는 소리지. 내 돈 떼먹고 도망가면 큰일 나는데......”



-



“뭐야? 미쓰김. 매장 분위기가 왜 이러니?”



“소장님, 본사에서 부소장님 들어오라고 전화 왔었어요. 해결이 잘 안 되나 봐요.”



“뭐야? 에이 씨바...... 그냥 대충 넘어가면 안 되나? 그래서...... 갔어?”



“아니요. 그것보다 정육담당이 지금 손 다쳐서 병원에 가고...... 부소장님이 대신 들어가 있어서 아직 말씀 못 드렸어요.”



“어쩌다가......? 그래서 이렇게 어수선 한 거야?”



“수건으로 감아서 자세히는 못 봤어요. 아까 피 많이 흘리던데...... 많이 다쳤으면 어떻게 해요?”



“에이...... 씨바...... 왜 이리 안 풀려. 감사실 전화 돌려 봐.”



-



“네, 수원 최소장입니다. 아...... 우리 부소장 아무 혐의가 없다니까요.”



“아, 그 얘기 들었어요. 그래도 일단 돈을 받았다는 게 석연치 않아서 거래처에 대해서도 보강 조사할 것이 있습니다. 본인이 서명할 것도 있고......”



“지금 우리 정육이 손을 다쳐서 병원에 있는데, 부소장을 어찌 보냅니까? 아니, 본사에서 소장 말을 이렇게 안 먹어주면 힘들어서 영업소 어떻게 운영하겠습니까? 우리 부소장이 문제 있는 놈 같으면 내가 먼저 잘라 버리지. 안 그렇습니까?”



“아, 소장님 말씀을 안 믿는 게 아니고, 절차가 그렇다는 겁니다. 정 그러시면 내일이라도 보내세요. 어쨌든 최초 금품수수자이기 때문에 이, 삼일 정도견책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어쨌든 애초에 돈을 받지 말았어야죠.”



-



“아, 이거 씨바...... 돌아 버리겠네. 미쓰김아, 영업부장님 좀 대 봐라.”



본사 감사실 직원과 통화해보니 원론적인 얘기에서 그쳐 영업부장에게 부탁하려 했으나 역시 본사의 입장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잘 짜 맞추어도 시나리오가 어색할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해당 영업소 소장이 끌어안고 넘어가려한다는 점이 반영되어 영업소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며칠 정도의 견책으로 끝낸다는 내용이었다.



“에이 씨바...... 나는 보건증도 없는데......”



“소장님, 비식품 담당이 간혹 고기 팔아 봐서 보건증 있을 거예요.”



“여보세요. 예쁜 마누라님, 그거야 어쩌다 바쁠 때 도와주는 정도지요. 고기 매출이 이백을 넘는데, 그 애가 하루 종일 어떻게 감당을 하겠어요? 또 손가락이나 안 자르면 다행이지요.”



미쓰김은 강주가 몹시 흥분한 상태에서 예전 같으면 자신에게 막말을 해 대었을 텐데, 오히려 차분하게 농담을 섞어 설명해주니 순간 감동한다.



“어머! 참, 그렇겠네요. 진열도 할 줄 모를 텐데......”



“부소장한테는 미리 말하지 마. 괜히 열 받아서 또 다칠라...... 나, 보건소 갔다 오마. 에이 씨바...... 이 군번에 고깃간에 다시 들어가니 이게 무슨 팔자냐?”



“소장님, 너무 화 내지 마시고 기운 내세요.”



“그래, 고맙다. 우리 미쓰김이 이렇게 살가운 줄 진작 알았으면 얼마나 좋니? 아, 씨바...... 지난 시간이 아까워 죽겠네, 이리와 봐.”



“후룹, 쭈웁, 으으음......”



“아이 참, 소장니임......”



“그래, 다녀오마. 예쁜아...... 하하하......”



-



“채혈은 하셨나요?”



“네.”



“저 쪽에 가서 소변 받아 오세요.”



“......”



예전부터 느끼는 기분이지만 보건소는 정말 꿀꿀한 분위기다. 술집 아가씨들도 필요한 보건증이다 보니 간혹 마주치는 여자들이 보내는 눈길은 저 인간은 왜 이런 게 필요하지...... 하고 바라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영 아니다.

창구에서 확인증을 받아 나오는데 누군가 아는 척을 한다.



“어머! 아저씨.”



“네? 저...... 누구시......”



강주가 건드린 여자가 많긴 하지만 이곳은 매장하곤 거리가 있어서 손님들은 아닐 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호호호...... 어머! 서운해라. 저 모르시겠어요? 음...... 하긴 뭐......”



“글쎄요?”



“호호호...... 저...... 아저씨 슈퍼 앞에 다방......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아아! 그 다방 아가씨. 으음...... 이제 생각나네요. 아가씨도 보건증 때문에 왔어요?”



“네. 그런데 아저씨가 왜 이런 게 필요해요?”



“아아...... 슈퍼에서 고기를 판매하려면 이게 있어야 되거든요. 우리 직원이 좀 다쳐서......”



“아항! 그렇구나. 난 또...... 아저씨 병 걸려서 온 줄 알았죠. 호호호......”



강주도 막말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막상 듣고 보니 기가 막힌다.



“이런...... 참, 하하하...... 그래 가는 길이면 내 차 타요. 같이 가면 되겠네.”



“그런데...... 전에 아저씨하고 같이 왔던 여자 애인이죠? 슈퍼에서 일 하던데......”



“응? 아...... 아니에요.”



“피...... 다 봤는데요? 호호호...... 아유, 나 그날 얼마나 놀란 줄 아세요?”



“아, 아...... 그게...... 참...... 저...... 그거 소문나면 안 되니까......”



“호호호...... 걱정 마세요. 아유, 그래도 그렇지. 다방에서 그러는 사람들이 어디 있어요?”



“허허...... 어떻게 하다 보니...... 거 참, 민망하구먼.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다음엔 저한테 미리 말씀하세요. 아저씨는 우리 이웃이니까 특별히 제 방 빌려 줄게요. 호호호......”



“거기...... 주방 아줌마 방 아니에요?”



“아니, 거기 말고 바깥에서 들어가는 방 있어요. 입구 옆에...... 호호호...... 거기서 보면 다 보여요. 호호호......”



“아가씨는 이름이 뭐예요?”



“어머! 이름은 뭐하게요? 음...... 까짓 거...... 정아요. 박정아.”



“정아씨 방을 쓰려면 제일 먼저 정아씨하고 써야 되는 거 아니에요?”



“어머나! 호호호...... 지금 작업 거시는 거예요? 일하는 시간에는 돈 주셔야 되는데요. 이래 뵈도 저 비싸거든요.”



“아, 그런 거면 물론 줘야지요.”



“음...... 그런데 아저씨는 잘 생겨서 특별히 밤에 술이나 한 잔 사주면 그냥 봐준다. 호호호......”



“음...... 그럼 필히 밤에 시간을 한 번 내야겠는걸...... 하하하......”



“아저씨, 정말 농담 아니죠?”



“그럼, 내가 한 번 찾아갈게요. 다방으로......”



혜숙을 사귄 후로 강주에겐 이상한 취향이 생겼다.

결코 간단치 않아 보이는 고단한 삶을 살 텐데도 당돌하다고 하리만치 자신만만해 보이는 그들의 그늘을 느끼면 마치 삐에로의 슬픈 얼굴을 보고 웃음 짓는 관중들과의 거리만큼 낯선 이질감과 그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은 관음증 같은 것이 고개를 쳐드는 것이다.

부소장과 정육담당의 일로 속이 상해서인지, 마음 둘 곳이 없어서인지 혜숙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나이도 짐작하기 어려운 다방 아가씨 정아를 우연히 만나 별 생각 없이 약속을 해버린다.



“부소장 아직도 정육코너에 있지?”



“네, 정육담당이 붕대를 매고 있어서......”



“아이고, 내 팔자야...... 예쁜 여보야, 내일부터는 정육담당이 우리 매장 소장이다. 하하하...... 좀 들어오라고 해. 많이 다치지나 않았어야 할 건데......”



“네, 호호호......”



-



“부르셨습니까? 소장님.”



“이 자식이...... 정신 어디에다 팽개치고 일을 하기에 칼잡이가 칼에 맞아 붕대를 차고 지랄이야? 지랄이......”



강주는 안 그래도 다쳐서 속상한 녀석을 앞에 두고 막말을 해 댄다. 그러나 진심으로 아끼는 부하직원이 다쳐 속상하긴 마찬가지다. 다만, 해이해진 정신을 바로잡아 또 안전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사후약방문이라도 처방하는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손가락은 괜찮아? 얼마나 다친 거야?”



“네, 손가락은 괜찮습니다. 넘어져서 걸고리에 찔렸습니다.”



“그럼, 맞창 난 거야?”



“네. 심하진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바보 같은 놈, 뭐 하다 그랬어? 기능은 이상 없대?”



“네, 손은 이상 없답니다. 그게...... 저...... 재고조사 하다가......”



“재고조사는 갑자기 왜?”



“저...... 사실은 재고가 너무 많이 남아서......”



“너, 이 새끼...... 또 둔갑술 부렸구나. 그런 짓 하지 말랬잖아? 얘들이 도대체 왜 이래? 누굴 잡으려고......”



“아휴...... 그런데, 한우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손님들이 오히려 수입육이 한우인줄 아니......”



“그럼 그냥 회식해서 먹어치워. 인마. 그래 지금 초과된 금액이 얼마나......?”



“한...... 오백 정도......”



“아, 이 자식...... 냉장고가 아주 한 가득이겠구나. 너, 그래서 냉장고 정리하다가 다친 거고...... 제발 보고 좀 미리미리 해라. 내가 아주 돌아 버리겠다.”



“죄송합니다. 저거......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요?”



“할 수 없잖아. 내일부터 매출 빼는 수밖에...... 사실대로 보고하면 너도 모가지야...... 야, 이거 점포 분위기가 왜 이러냐? 요즘......”



“......”



“산재신고는 했어?”



“아직 안 했습니다. 소장님께 보고하고 하려고요.”



“그거 해 봐야 돈 몇 푼 안 나와. 공연히 너나 나나 인사고과에 찍히기만 하고...... 의보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미쓰김, 저 녀석 내일 백만 원만 통장에서 빼줘라. 치료비는 별도로 주고......”



“아, 아닙니다. 소장님...... 괜찮습니다.”



“선생님, 저도 괜찮으니까 그냥 받으세요. 어차피 고기 처분하면 돈 생기잖아. 너...... 그리고 지금 일 못하니까 내일 어디 식당 같은데...... 덤핑으로 넘길 데 있나 알아 봐. 오늘 직원들도 한 뭉치씩 싸주고......”



“네......”



“지금 가서 부소장한테 등심으로 한 댓 근씩 두 봉지만 싸 달라고 해.”



한우와 수입육을 모두 판매하는 매장에서는 간혹 한우의 상태가 수입육보다 못할 경우 고기를 바꿔치기하여 둔갑판매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판매 중에 발생하는 로스금액을 줄이기 위해 수입육을 한우로 판매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도 과도한 잉여금액이 발생하면 고기를 외부로 유출시켜 재고금액을 맞추기도 하며, 남는 돈은 처리 할 방법이 없으니 관리자가 착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꾀를 부리는 담당자는 식당을 정해두고 평소에 싸게 판매해 월말에 수금을 해서 착복하는 녀석들도 있다.



“어머! 벌써 오셨어요?”



“아니. 우선 이거 받고...... 아줌마하고 나눠 먹어요. 이따가 다시 올 테니까......”



“잠깐...... 방이나 알아두고 가야죠. 이리 와 봐요.”



“아, 참 그리고...... 어디 아는 손님 중에 정육점 하는 사람 없어요?”



“있긴 있는데...... 왜요?”



“아, 그럼 나 소개 좀 해 주지. 지금 좀 갑시다.”

.

강주는 다방 아가씨의 도움으로 정육점에 고기를 덤핑으로 납품하여 어렵지 않게 삼백만 원의 부수입을 올린다. 우습게도 벤을 구입한 후 부정행위를 통해 처음으로 가치실현을 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강주가 관리하는 비자금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 이미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는 강주의 카리스마가 은연 중 모두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부소장은 내일 본사로 출근하고 무조건 우리 입 맞춘 대로만 얘기하면 될 거야. 정 갑갑하게 굴면 내가 전화해 둘 테니까 총무부 김과장 찾아가서 내 얘기하고 좀 도와달라고 해...... 그리고 너는 내일부터 부소장 돌아올 때까지 계산대 뒤에서 레지아웃 하다가 모르는 것 있으면 즉시 뛰어와서 물어보고......”



“네, 알았습니다.”



-



“정아씨......”



“아, 들어오세요.”



“아줌마는 퇴근했어요?”



“아니? 저 방에 있어요. 여기서 같이 살아요.”



“아, 그래...... 자, 우리 나갈까? 뭐 먹고 싶은데요?”



“아저씨, 나하고 다녀도 괜찮아요? 안 창피해요?”



“왜? 창피해야 될 이유라도 있어요? 참 나......”



“나...... 사실은 이 동네 남자들 거의 다 자 봤거든요. 아까 정육점도 그렇고...... 나 그래서 아까 아저씨랑 거기 가면서 조금 미안했어요. 괜히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드나 싶어서...... 그러지 말고 그냥 여기서 고기 구어서 술이나 마셔요. 우리 다방에서 파는 양주도 조금 있으니까......”



“음...... 나는 괜찮은데...... 뭐, 그럼 그러든지...... 그러면 아줌마도 나오라고 그러지요?”



“그냥 둬요. 사실은...... 우리 엄마거든...... 딸년이 손님하고 있는 꼴이 뭐 그리 보고 싶겠어요?”



강주는 무슨 사연이 있는 모녀 같아서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한다.

방문과 쪽창을 열어두니 연기가 잘 빠진다. 연기를 빼기 위해 계단으로 틀어 둔 선풍기가 그런대로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와...... 이 고기 정말 맛있다. 이게 등심이에요?”



“많이 먹어요. 내가 구워 줄게......”



“어머! 아저씨 은근히 다정한 면이 있네요? 그래서 여자들이 많이 따르나 보네?”



“여자는 무슨......”



“아저씨, 우리 같은 여자들 하곤 별로 안 해 봤지요?”



“허허...... 네, 그걸 어떻게 알아요?”



“풋...... 바보같이...... 말 하는 거 보면 대번에 알죠.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존댓말 해주는 사람 별로 없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반말 하지. 뭐......”



“겁 안 나요? 아까 보건소에서 만났는데, 아저씨 병 걸리면 어떻게 할래요?”



“그러게...... 그 말 들으니까 은근히 겁이 나네. 하하하......”



“호호호......”



누군가 다방 입구를 몹시 심하게 두드린다. 잠시 후 정아의 엄마가 주방에서 나오고 언성을 높여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저기...... 나가봐야 되는 거 아닌가?”



“에이...... 개새끼 또 왔나 봐.....”



“누군데?”



“그런 놈 있어요.”



할 수 없이 나가는 정아의 뒤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잠시 후 우당탕 소리와 정아의 찢어지는 고함소리가 이어지고 험궂은 사내가 방문을 열어젖힌다.

강주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앉는다.

분위기를 보니 잔뜩 술이 취한 이 사내가 정아의 동생인 것 같았다. 털썩 주저앉아 주정을 하는 사내를 정아가 힘으로 일으키긴 힘들어 그저 난색을 표할 뿐이다.



“어?...... 뭐야?...... 당신이...... 기둥이야?”



“어머! 이 애가 왜 이래? 그냥 손님이야. 미쳤어. 너 당장 안 나올래?”



사내는 제멋대로 잔에 술을 따라 마시고 고기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이거 보슈...... 매형. 모처럼 처남이 왔는데 이리 박대할거요? 그러지 말고 나 돈 좀 주쇼. 나도 이놈의 집구석 안 오고 싶어. 내가 빨리 가 버려야 당신도 우리 누이랑 일찍 엎어져 코 박고 잘 거 아냐?”



강주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여 말없이 지갑을 꺼내 짚이는 대로 십만 원 권 수표 몇 장을 쥐어준다.



“오! 역시 우리 누님이 기둥은 잘 뒀네. 그럼...... 매형이 처남한테 이쯤은 해야지......”



“어머! 왜 돈을 줘요? 야. 너 이리 안 나올래? 빨리......”



다시 돈을 빼앗길 것이 두려웠는지 사내는 비척거리며 일어서 방을 나선다.

가는 뒤끝을 확인하는지 한참 후에야 정아와 모친이 들어오고 모친은 힐끔 쳐다보더니 주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얼마나 줬어요?”



“몰라요. 놀라서 그냥 아까 고기 판 돈 잡히는 대로 줬는데...... 한 오십만 원 되려나?”



“미쳤어...... 개새끼......”



“네? 나요?”



“어머, 아니요. 저거...... 제 동생이요. 아유, 그나저나 어떻게 해요. 돈을 그렇게 많이......”



“괜찮아요. 잊어버려요.”



정아는 화가 치미는지 술을 벌컥 마시더니 말을 잇는다.



“에이...... 쌍놈의 새끼...... 휴...... 우리 엄마가 옛날에 청량리에서 몸을 팔았어요. 내 위로 오빠하고 아까 그 새끼하고 셋을 뒀는데 애비는 아마 죄다 다를 거고요. 휴......”



“아, 네......”



“뭐, 그 피 어디 가나요? 오빠하고 저 새끼는 지금 수원역전에서 양아치 노릇이나 하면서 빈둥거리고 살고, 저는 그래도 몸은 안 팔아 보려고 여기저기 다방에서 일하다가...... 어쩌다보니 지금은 이렇게 차도 팔고 몸도 팔고...... 이렇게 살아요.”



“아! 그래서 아까 나 보고 기둥이니 뭐니 그랬구나......”



“푸훗...... 어쩌죠? 졸지에 몸 파는 년 기둥이 돼 버리셨으니...... 호호호......”



“하하하...... 뭐, 그것도 괜찮지. 자, 술이나 한 잔 더 해요.”



“아유...... 돈을 뜯어가도 시원찮을 기둥서방이 오히려 돈을 뜯기면 어떻게 해요? 호호호......”



“동생이 몇 살이에요?”



“지금 제 나이가 궁금해요? 동생 나이가 궁금해요?”



“뭐...... 둘 다......”



“휴...... 저는 다섯이고, 죽지도 않는 저 새끼는 둘이에요.”



“아...... 네. 그렇군요. 정아씨는 그렇게 안 보이는데......”



“다 화장 덕이죠. 뭐......자, 이제 본전 뽑으려면 자주 오셔야겠어요. 서방님. 호호호......”



“아니, 신경 쓰지 말라니까요. 돈은 괜찮아요. 뭐, 어때요? 처남 줬는데...... 하하하......”



“어머! 호호호...... 정말 제 서방님 하실 거예요? 이렇게 약해 빠져가지고 돈이나 뺏기면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호호호......”



“자, 잡시다. 아유...... 여기 좁아서......”



“음...... 그럼, 우리 서방님이시니까, 특별히 콘돔은 안 해도 되요. 이래 뵈도 저 깨끗하니까 안심하시고요. 불안하면 하세요. 제가 해 드릴게요.”



“아니에요. 서방이 그것도 못 믿으면 되겠어요?”



“푸훗...... 그리고 언제까지 존댓말 하실 거예요? 이제 우리 살 섞을 사인데......”



“아아...... 그러지. 워낙 처남한테 질려 가지고...... 하하하......”



“호호호...... 우리 서방님. 너무 재미있다.”



“자, 정아야. 이리 와. 내가 벗겨 줄게.”



강주는 정아의 핫팬티를 벗기고 자신도 벗는다. 좁은 방안은 진작부터 불판의 열기 때문에 두 사람 은 땀투성이고, 자연스레 피부접촉을 줄여 후배위로 애무도 없이 일을 치른다.

모래시계처럼 잘록한 허리 밑으로 풍만한 엉덩이가 오히려 안타깝다.



“정아야, 미안해. 다음에는 넓은 곳에서 만나자. 여기는 너무 덥고 좁아서 맘대로 예뻐해 주기도 힘들다.”



“......”



“훅, 훅, 훅, 훅, 훅......”



“아흑, 흑, 아흥......”



정아는 강주의 말과 행동으로 정말 닳고 닳은 자신을 존중해 주고 예뻐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수많은 남자의 좆을 받아 봤지만 강주의 좆을 받으면서는 그의 격에 너무 못 미치는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가져 본다.



“아흑, 여...... 보...... 어흑, 아앙, 아학.”



“그...... 래...... 훅, 훅, 훅, 훅.”



“너무...... 아학, 좋...... 아......”



“그래, 맘껏...... 싸도 돼...... 훅, 훅, 훅.”



정아는 전에 없이 만져오는 손길에서 짜릿한 감촉을 느끼고 사타구니에서 떨려 울리는 포만감은 강주의 좆이 굵어서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여...... 보...... 나, 싸겠어...... 아학, 아흑.”



“그래, 훅, 훅, 나도 왔어...... 으흑. 우우우욱. ”



강주는 마치 정아의 풍만한 엉덩이에 온몸을 다 집어넣으려는 것처럼 용을 쓴다.

강주의 좆 끝에서 더운 정액을 받은 정아는 그대로 엎어지고 강주는 그 위에서 엉덩이를 느끼고 있다.



“정아야...... 너무 좋다.”



“피...... 정말? 방이 너무 좁아서 미안해요. 잠깐만요......”



벗은 채로 잠시 바깥에 나갔다 오더니 강주의 손을 잡고 다방 주방으로 간다. 아마 어머니 방문을 닫고 온 것일 게다.



“자, 앉으세요. 서방님이라서 특별 서비스예요.”



“읏 차차차.......”



찬 물을 틀어 물줄기로 시원하게 샤워를 시켜주는 모습은 여염집 아낙이 남편에게 베푸는 사랑과 다를 것이 없을 텐데, 그런 정아를 보는 강주의 눈빛이 몹시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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