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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삽입면허 - 2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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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32회 작성일 20-01-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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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부-



“윤정씨...... 윤정씨......”



“......”



기찬은 한참이나 안방의 문을 두들겨 윤정을 불러 대고, 아무런 대답이 없던 윤정은 마지못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선다. 기찬이 자신을 저리 불러 댈 때는 집안에 남편이 없다는 얘기일 것이니, 자신의 사정을 익히 알고 있는 기찬에게 하소연이라도 해 상한 마음을 달래려 는 것인지 눈물을 훔쳐 내며 소파로 나와 앉는다.



“우, 울었어? 왜?...... 무슨 일인데......”



“흑...... 아무 것도 아니에요.”



보나마나, 들으나마나 돈 문제일 테지만, 이미 기찬에게 적지 않은 돈을 빚지고 있는 셈이니 윤정으로서는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어서 기찬을 외면한 채 창밖만 바라본다.



“한 오백만 원정도면 해결이 될까?”



매일 매일 사채업자 조상환으로부터 입금되는 돈도 오백만 원은 넘을 테니 마음먹기 따라서 윤정에게 그 정도의 돈을 주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옆으로 따라 앉는 기찬을 윤정은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동생 학비라면서?...... 그 돈은 천천히 갚아도 돼.”



“하, 하지만...... 지금도......”



“아!...... 하하하...... 전세금하고는 관계 짓지 말고, 이 돈은 내가 우리 처제한테 빌려주는 거니까......”



“미, 미쳤어요?...... 처제는 무슨......”



윤정은 그래도 돈을 빌려 주겠다는 기찬의 넉살이 싫지 않아 기찬의 무릎을 밀쳐내며 앙탈을 부려 온다. 아직도 방안에 수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행여 방안에 목소리가 들어갈 것을 우려하는 모습으로 고개를 빼 작은 방을 바라본다.



“우리 조카?...... 조금 전에 갔어.”



“치...... 못됐어요. 나는 진짜 조카인 줄만 알았잖아요. 어떻게 여기까지 여자애를 데리고 와서...... 그럴 생각을 해요?”



“아! 하하...... 윤정씨도 알고 있었어?”



“남편하고 같이 있다가 민망해서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방으로 들어갔지...... 그리고 그 이불...... 제가 혼수로 해 온 이불인데 어떻게 거기서 다른 여자랑...... 어머!......”



기찬에게 따지듯 말을 뱉어 내던 윤정이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입을 닫아 버린다. 기찬은 모른 척 윤정의 손을 잡아가고, 윤정은 아직도 계면쩍은지 고개를 돌려 기찬을 외면한다.



“하하...... 그건 미안해. 이해해 줘. 그래도 지난번에는 윤정씨 건너오기만 기다렸는데 윤정씨가 안 왔잖아? 나도 윤정씨하고 처음 사용하고 싶었는데......”



“칫...... 그날도 나중에 방에 갔었단 말이에요. 자기가 벌써 나가 버리고선...... 그리고 제가 모를 줄 아세요? 그 전에 형수라는 여자도 데리고 와서 이미 그러고 간 걸 다 알고 있는데......”



“으응?...... 그걸 어떻게 다 알아?...... 그 때 그럼 집에 있었어? 하하...... 이것 참...... 그렇다면 내가 꼼짝을 못하게 됐군...... 하하하......”



기찬은 지갑을 열어 수표를 꺼내고, 윤정은 그런 기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자, 이건 나중에 동생한테 벌어서 천천히 갚으라고 해. 윤정씨 자꾸 남편한테 처가 얘기해서 책잡히지 말고, 급한 돈은 차라리 나한테 얘기 해. 큰 돈 아니면 내가 빌려 줄 테니까......”



“이,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요. 무슨 학원 등록한다고 백만 원 정도만 있으면 된다던데...... 그리고 두 달 정도 뒤엔 갚아 드릴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그럼...... 자, 여기 백만 원짜리...... 그리고 두 달 뒤엔 무슨 수로 돈이 생겨?”



“과외 시켜주는 학생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 때쯤이면 갚아줄 수 있다고......”



“아! 그래?...... 그런데 왜 윤정씨 남편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 갚아준다고 말을 안 했어?”



“안 하긴 왜 안 해요? 무조건 처가를 무시하니까 그렇죠. 엊그제 동생이 왔을 때도 어찌나 민망하던지......”



“자, 자...... 그럼 그렇게 해. 이 돈을 동생한테 줘. 이 정도라면 그냥 줄 테니까 갚을 필요도 없어. 어쨌거나 나도 형부잖아? 쿡쿡...... 우리 처제 예쁘게 생겼던데......”



“어머머! 정말 왜 이래요? 처제라니...... 미쳤어요? 그리고 돈은 꼭 갚아 드릴 테니까 공연히 그 핑계로 엉뚱한 짓 할 생각이나 하지 마세요.”



윤정의 그 말이 오히려 기찬에게 자극으로 다가오는 것을 윤정도 모를 리는 없을 터, 마치 엉뚱한 짓이라는 것을 유도하는 듯 새침한 표정으로 자리를 일어선다. 기찬은 윤정의 손목을 낚아 채 작은 방으로 들어선다.



“어머머! 아유, 왜 이러세요?”



“가만히 있어 봐. 지금 윤정씨 남편은 술 마시러 갔으니까 금방 안 돌아올 거야. 걱정하지 말고...... 우리 정말 오랜만이잖아?”



기찬은 윤정을 벽에 밀어 붙인 뒤 그 가는 허리를 꺾어 끌어안고, 더운 입김을 그녀의 귓가에 흘린다. 이미 방안은 수혜와의 정사로 이부자리가 흐트러진 채 깔려 있어 그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윤정에게는 충분한 자극이었다. 불륜의 상대가 또 다른 여자와 벌거벗은 채 헐떡였을 자리가 그녀를 자극해 온다.



“그, 그래도 혹시라도......”



“상관없어. 오더라도 내 조카하고 있는 줄 알 텐데......”



“저, 정말...... 조카...... 예요?...... 고, 고등학생이라고 했잖아요?...... 엊그제는 교복차림이었는데......”



옷을 벗겨오는 기찬의 손길에 반항하지 않는 자신을 변호하려는 듯 엉뚱하게 수혜의 일을 물어오는 윤정을 차츰 본연의 모습으로 허물을 벗겨 내고, 기찬과의 첫 관계에서 놀랍도록 적극적이었던 것이 기억나 기찬은 윤정의 가슴을 크게 한 입 물어 자극을 끌어올려간다.



“하, 하윽...... 아파...... 자국 남기면 안돼요.”



“흐으읍...... 으응...... 그 애, 내 조카야...... 우리 누님 딸이지......”



“하윽...... 미쳤어...... 지, 짐승이야......”



자극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절대는 기찬의 말이 그대로 윤정을 자극했는지 윤정은 이부자리로 몸을 무너뜨리고, 기찬의 손가락은 이미 윤정의 사타구니 사이로 모습을 감춰 그 성감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하악...... 어린...... 조, 조카를......”



“상관없잖아? 후욱...... 후욱......”



“하악...... 미쳤어......”



윤정은 자신이 마치 근친상간을 하고 있는 느낌을 이어받기라도 한 것인지, 격렬한 몸부림으로 기찬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리를 접어 올린 채 팔을 뻗어 기찬의 허리놀림을 재촉하고 있었다.



“하악...... 더 빨리...... 하악......”



“후욱...... 후욱......”



“덜커덩...... 철컥......”



“......”



“......”



“뭐, 뭐지?......”



“허억...... 남편이 들어 온 모양이에요.”



“괜찮아. 방문은 잠겨있고, 어차피 내 조카하고 있는 줄 알고 있으니까......”



“아, 아...... 안돼요. 하악......”



이미 기찬은 다시 허리놀림을 시작하고 있었고, 윤정은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놀라 커다래진 눈으로 기찬을 바라보며 기찬의 몸짓에 따라 흔들리고 있을 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우욱...... 우우욱......”



“후욱...... 후욱......”



바로 문밖에 남편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두 사람을 흥분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일, 이미 남편 따위는 안중에 없을 흥분이 몰아친다.



“이, 일어서 봐.”



“어떻게...... 이렇게요?”



한 곁의 책상 모서리를 쥐고 일어선 윤정의 엉덩이로 매달린다. 허리를 숙이게 하고, 잔뜩 내밀은 엉덩이 사이로 허리를 밀어 붙인다.



“후욱......”



“하아악......”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지른 윤정이 황급히 입을 가려 보지만, 이미 달아오른 몸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계속 치고 들어오는 기찬의 심벌에 끝내 무너져 버리고, 달뜬 호흡으로 연신 신음을 흘려댄다.



“하악...... 모, 몰라...... 난...... 어떻게 해...... 하악......”



“후욱...... 후욱......”



물 치는 소리가 요란하던 출렁이는 엉덩이에, 그 물결이 잦아들 즈음 기찬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마지막 삽입을 뿌리까지 밀어 넣고는 경련을 일으킨다.



“크으으윽...... 울컥...... 울컥......”



“하으응...... 흐응....... 흐윽......”



삽입한 자세 그대로 윤정을 안아들고 이부자리에 조심스레 눕는다. 손을 둘러 젖가슴을 애무해 주고, 윤정의 가슴을 진정시켜 주니 차츰 호흡이 잦아든다.



“하악, 하악, 하악...... 이, 이제 빼 줘요......”



“가만히 있어...... 이대로...... 느껴 봐......”



한참을 그 자세로 가슴을 기찬에게 맡긴 채 누워있던 윤정이 다시 꿈틀거리는 기찬을 느꼈는지 엉덩이를 틀어 물건을 뽑아내며 기찬의 옆구리를 꼬집는다.



“미, 미쳤어. 정말...... 아유, 이제 어떻게 나가요? 큰일 났네......”



“걱정하지마. 내가 알아서 따돌려 줄 테니까......”



기찬은 능글맞게 웃으며 속삭이고, 머리맡의 대야를 가리킨다.



“아이 참...... 더럽게......”



“뭐가 더러워? 결국 내가 쓴 건데...... 푸훗......”



마치 보기라도 한 듯 윤정도 조금 전 수혜와 똑같은 자세가 되어 기찬의 분신을 뽑아내며 물수건을 짜내고 있었다.



“아! 벌써 들어오셨습니까?”



“아, 아...... 네...... 허허...... 제 집사람은 나간 모양이네요?”



“네, 아까 나가시고는 바로 뒤따라 나가시던데......”



녀석은 여전히 거실 소파에 앉아 그 소리들을 감상했는지 허리춤이 불편한 듯 황급히 자세를 고쳐 앉는다. 그 음악소리가 제 마누라와의 협연이었는지는 꿈에도 모를 테니 그 소리를 듣고 제법 흥분을 이어간 모양이었다.



“저...... 지금 제 조카가 집에 가려고 나올 거라...... 조금만 방에 들어가 계셨으면 좋겠는데......”



“아, 예...... 그, 그런데...... 그 학생이 정말 조카란 말씀입니까?”



“아, 하하...... 뭐, 그거야...... 하하하......”



시인도 부인도 않는 기찬의 얼버무림에 윤정의 남편은 눈이 찢어질 듯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으로 사라지고, 그 틈을 타 기찬은 윤정을 불러 내 함께 아파트를 빠져 나온다. 이제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두 사람의 모습을 감추기에 충분한 시각이었다.



“저...... 괜찮겠지요?”



“으응, 자기 남편은 아무 것도 모르더라. 걱정하지 마.”



“언제 또...... 오실 거예요?”



“틈나는 대로 자주 올 테니까 마음 쓰지 마. 어려운 일 있으면 전화 하고......”



“네......”



“자, 이제 나는 갈 테니까...... 동생이 다른 친척에게서 돈을 빌려서 해결 됐다고만 말해. 괜한 일로 남편한테 친정집 책잡히지 말고...... 앞으로 남편한테는 돈 얘기 하지 마.”



“후훗...... 네...... 다른 친척 누구요? 그 사람도 내 동생 형부라면서요? 푸훗......”



기찬의 리드에 제법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지 윤정이 농담을 건네 온다.



“으응?...... 하하...... 그럼 고맙지. 하하하......”



“칫...... 꿈 깨세요. 내가 어쩌다가 자기 조카까지 그러는 짐승하고, 이러고 있는지 몰라......”



“하하하...... 자, 나는 간다. 잘 있어......”



노량진, 기찬의 집에 지영과 애경이 함께 저녁상을 차리고 기찬은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 내일 오픈이란 말이야? 생각보다 빨리 시작하게 됐네?”



“......



“으응, 뭐...... 데리고 있던 요리사며 직원들 그대로 데리고 오니까, 요는 시설이었는데...... 그것도 금방이던데......”



“음...... 잘 됐다. 가구 전시장도 다 돼 가는 모양이던데...... 그럼 내일부터는 거기로 밥 먹으러 가도 되겠지?”



“네에...... 서방님...... 특석으로 항상 준비해 두겠사옵니다. 호호호......”



“어머! 지영씨,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나 들으라고 그러는 모양인데...... 호호호......”



“아, 아니에요. 애경씨도 일 마치는 대로 오세요. 다 우리 식구들인데...... 호호......”



“참, 애경씨...... 그...... 아파트 구하라는 건 어떻게 됐어?”



“아! 벌써 처리했는데...... 독산동 회사 근처에는 자기 이름으로 한 채 등기했고...... 사당동에는 그...... 누구지? 그 사람 앞으로 등기해 주고...... 지영씨한테 다 얘기해 줬는데......”



“으응, 다 연락해 줬어...... 적당할 때 이사하라고...... 만나서 열쇠도 전해주고......”



“아! 알고 있어?...... 그러면 됐고...... 그럼 이사 시킬 일만 남았군. 그래......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시켜야 방배동 새 사업도 어서 뿌리를 내리지......”



주방에서 식탁으로 그릇을 나르던 애경이 무슨 생각인지 기찬의 곁으로 내려앉으며 팔짱을 걸어온다.



“기찬씨...... 나도 집이나 한 채 얻어주면 안 돼? 다른 사람들은 다 해 주면서......”



“으응? 집?...... 하하하...... 이 아줌마가 왜 이래?......”



최근의 애경은 기찬이 벌이고 있는 소공동 사채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돕고 있는 형편이었다. 거의 매일 일억을 넘나드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니 최근 몰락한 자신의 신세에 비추어 그런 요청을 해 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야, 애경씨...... 집이 누구 애 이름인 줄 알아? 그 돈도 천 년 만 년 들어 올 돈도 아니고, 다음 사업 밑천으로 쓸 거란 말이야. 애경이 너는 끝까지 내가 책임 져 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우선 그 일이나 잘 보조해 주고 있어.”



“칫...... 정말이지?...... 믿어도 돼?”



“그럼, 안심하고 있어. 나중에 봐서 다 자리 잡고 살게 해 줄 테니까...... 그나저나 사무실에도 별 일 없지?”



“으응, 우리 사무실이야 바빠서 탈이고, 조상환 사장 사무실은 우리 일감 아니면 파리만 날리고 있지. 뭐......”



“으음...... 그래, 내일은 바람이나 쏘일 겸 거기도 한 번 가 봐야 되겠군.”



기찬은 전화를 들어 김비서에게 전화를 넣는다.



“여보세요......”



“아! 네...... 사장님......”



“어디...... 집입니까?”



“네, 지금 집 정리를 한 창 하는 중이었습니다.”



“아, 아...... 이사 준비 하시는 겁니까?”



“네, 네......”



“그래요. 집이 좀 좁더라도 이해를 하시고......”



“아, 아닙니다. 가 봤더니 저희 세 식구 쓰기엔 너무 크던데요. 하하......”



“그리고 전시장도 어서 서둘러야 할 텐데......”



“네, 내일이나 모레쯤 입점할 계획입니다. 일단 전시할 물건들은 모두 완성시키고 대기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언제 한 번 만나서 모처럼 식사나 함께 합시다.”



“네, 네...... 알았습니다.”



이어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려다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전화기를 그냥 접어 버린다.



“그래, 강희는 내일 만나서 얘기하지. 뭐......”



“강희씨는 벌써 이사를 했을 걸?......”



“아! 그래?...... 그걸 어떻게 알아?”



“왜 몰라? 한 사무실에 있는데...... 이사하는데 우리 사무실이 바빠서 걱정하는 걸 보고, 강희 남편이 알아서 한다면서 걱정하지 말고 출근하라고 했다던데......”



“하하...... 아! 그랬어?”



“뭐, 당연하지...... 그 사무실이야 파리만 날리고, 나가봐야 아무 할 일도 없다면서?......”



애경은 여전히 집 문제로 볼이 부어올라 있는지 연신 투덜거리고 있어 기찬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래, 알았다. 애경씨도 내가 육 개월 안에 아파트 한 채 구해 줄 테니까...... 툴툴 거리지 마. 알았지?”



“어머! 정말이지? 기찬씨......”



“하하하...... 그 대신 그동안은 무조건 외출금지야. 약속할 수 있어?”



“외출 금지?......”



“그래, 앞으로는 지영씨도 레스토랑 일 때문에 늦을 건데, 집에 아무도 없으면 안 되잖아?”



“알았어. 그럼 소공동에서 마치는 대로 집에 와 있으면 되잖아. 기찬씨도 약속 지켜야 돼?”



무슨 생각인지 기찬은 덜컥 애경에게 아파트를 사 주기로 약속을 해 버리고, 애경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달려들어 눈이며 코, 귀 가리지 않고 기찬에게 키스 세례를 날려 대고 있었다. 하기야 최근의 수입이라면 기찬에게 아파트 한 채쯤은 별 일 아닐 수도 있는 일이지만, 외출금지에 대한 다른 복안이라도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듯 지영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강희씨...... 나 좀 봐.”



“네...... 사장님......”



기찬은 날이 밝자 바로 소공동의 사채 사무실로 나와 대강의 업무를 돌아본 후 강희를 빈 사무실로 따로 불러낸다. 방배동 비밀 요정의 일을 설명해 주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사무실 마치는 대로 내가 알려 준 곳에 가서 접객요령들을 배워 두란 말이야. 그 위치는 은진이가 알고 있으니까 함께 가서 은진이는 주방 일을 배우라고 하고...... 남편한테는 내가 말을 둘러서 해 둘 테니까......”



“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참, 이사는 잘 했어?”



“네, 고맙습니다. 사장님.”



“후훗...... 그래, 그래...... 앞으로도 잘 해. 일억 정도는 통장에 꽂아두고 살게 해 줄 테니까......”



“흐윽...... 고맙습니다.”



기찬의 말에 감동을 했는지 품에 안겨오며 흐느끼는 강희를 보듬어 준다. 닥쳐올 방배동의 일을 도맡아 진행해 갈 강희를 철저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감에 다름 아니었다. 얇은 셔츠 밑으로 부드러운 감촉의 피부가 느껴져 힘껏 안아 보지만, 가벼운 입맞춤만으로 강희를 밀어낸다.



“이거...... 오늘 볼 일도 많은데 아침부터 이렇게 자극을 주면 곤란한데...... 강희가 어디 보통 미인이라야 말이지......”



불룩해진 자신의 사타구니를 바라보는 기찬을 보고 강희는 눈물 맺힌 눈을 들어 웃음을 터뜨린다.



“푸훗...... 아유, 사장니임...... 웃기지 좀 마세요. 키힝...... 금방 울려놓고......”



“후훗...... 울다가 웃었으니까...... 털 좀 자랐는지 볼까?”



“아유, 몰라요......”



“하하...... 가거든 은진이 좀 오라고 해.”



손을 뻗어 사타구니를 더듬어 오는 기찬을 피해 강희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고, 곧 뒤이어 들어온 은진이에게도 카이로에 가서 주방 일을 배우라는 지시를 내려 둔다.



“너무해요. 사장님...... 그동안 한 번도 안 불러 주시고......”



“그래, 미안해.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을 잘 알고 있잖아? 은진씨도 이 사무실 접을 때까지만 좀 이해해 줘.”



역시 은진에게도 따뜻한 말과 함께 품에 안아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뿐이었다.



“사장님...... 입이라도 맞춰 주세요.”



“그래...... 흐으읍...... 흐으음......”



팔을 내려 은진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고는 아프도록 쥐어준다. 아픔도 자극이 될 수 있는 것은 두 사람만의 사연이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미라의 오빠 송만호에게 당분간 강희의 늦은 귀가를 설명해 줘야 하니 발길이 바쁜 기찬이었다. 점심 무렵 오픈한다는 지영의 레스토랑에도 가 봐야 하니 비로소 벌려 둔 일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아!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어머, 어서 오세요. 사장님......”



귀빈은 귀빈일 테니 사채업자 조상환의 비서 격인 이미영이란 아가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기찬을 맞아들인다. 뒤 이어 다른 사장들도 모여들어 반가이 인사를 해 온다. 기찬과 친하게 지내 떡고물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일 테니 속내가 드러나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차를 얻어 마시고 이런저런 잡담으로 눈치를 보다가 미라의 오빠 송만호를 불러낸다.



“아...... 형님, 이사는 잘 하셨지요?”



“아! 네, 네...... 정말 고맙습니다. 인사를 드리려 했더니 집사람이 바쁘실 거라며 만류를 해서 전화도 못 드렸습니다.”



“하하...... 별 말씀을...... 아닌 게 아니라 무척 바빴습니다. 이사하시라고 제가 직접 말씀도 못 드렸잖아요? 하하하......”



“네, 그렇게 바쁘신데 이렇게 신경을 써 주시니 고마워서......”



“뭐, 다 형님께 돌아갈 부분을 미리 드린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선 형님 몫을 먼저 해 드려야 저도 마음이 편하니까...... 그리고 이 일도 곧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형님이 여기에 더 이상 계실 수도 없는 일이니까...... 먼저 잠수를 하셔야지요.”



“아! 네, 그, 그렇죠? 그러면......”



“네, 이젠 여기 미련 없이 정리를 하시고...... 내일이나 모레 쯤...... 제가 운영하는 가구회사로 옮겨서 자리를 잡으세요. 당분간은 마땅한 보직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아무 일이나 우선 도와주시면서 기다리시면 김비서라는 양반이 곧 자리를 만들어 줄 겁니다.”



“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형수님도 이 일 마치는 대로 제 가구 전시장이나 다른 사업장에 투입할 생각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이십사 시간 돌아가는 일이라서 계속 귀가가 좀 늦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아! 괘, 괜찮습니다. 하하...... 이거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 사람 아예 강수사관님이 옆구리에 끼고 사셔도 좋습니다. 하하하......”



“네에?...... 하하하...... 아이고, 이거......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말씀만 들어도 감사합니다. 형님...... 하하하...... 형수가 들으면 기절을 하겠네...... 자, 그럼...... 형님, 일 진행은 그렇게 알고 이만 들어가십시다.”



“네, 네......”



다시 사무실로 들어온 기찬과 송만호는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다가, 송만호는 다시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고, 기찬은 아까부터 눈치를 보내오는 조상환의 경리 곁으로 의자를 끌어가 옆에 앉는다.



“미영씨, 뭐...... 내게 할 말이라도 있어요?”



“아, 아니요......”



미영은 속내를 들킨 듯 잠시 당황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있으니 곧 안색을 회복하고 다시 장부 정리에 들어가고, 기찬은 이것저것 서류에 눈길을 돌린다.



“미영씨, 여기...... 빨간 줄을 그어 둔 건 뭐예요?”



“아! 네...... 그건 저쪽에 앉아 계시던 김사장님이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 주신 건데...... 이젠 못 받게 생겼어요. 그래서 지워 버린 거예요.”



“‘왜?...... 김사장님?...... 김사장님이 누구지?......”



“왜, 저 자리에 앉아 계시던 뚱뚱한 분 있잖아요?”



“아! 그래, 그래...... 그런데 어디 가셨나?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



미영과 기찬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조상환이 담배를 피워 물며 대화에 끼어든다.



“하하...... 강사장님, 제가 전에도 말씀 드렸잖습니까? 괜히 섣불리 대출에 관여하다가는 큰 일 난다고...... 가짜 서류도 많고...... 아예 떼어 먹으려고 덤비는 사람들도 있으니......”



“아! 그럼 사기를 당한 겁니까?”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돈을 빌려가서 파산을 해 버렸으니...... 김사장, 저 양반도...... 내가 그렇게 개인 돈은 빌려주지 말라고 말렸는데...... 요즘 일거리가 없다고 고민하더니 글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돈을 빌려 준 모양이더라고요.”



“그래, 지금 어디를 간 겁니까? 속상해서 술이라도 마시고......”



“아니에요.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갔어요. 돈 떼이고 범죄자 취급 받는 세상이니 기가 막혀서......”



그제서 기찬은 대강의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자신도 김소영 부부의 공장 터를 먹으면서 개인회생제도를 악용한 적이 있으니, 김사장이라는 인물도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고는 그 못된 뒷감당을 당하는 모양이었다.



“아! 그러니까 돈을 받으려고 채무자를 귀찮게 했다는 이유로 잡혀 간 겁니까?”



“허허...... 그런 셈이지요.”



조상환이는 자신에게 득도 없는 일을 벌이다 실패를 본 김사장이 고소해 죽겠다는 듯, 알게 모르게 미소를 흘리며 기찬에게 대답을 해 온다.



“어허...... 이런...... 그 돈이 액수가 얼만데요?”



“오백만 원이나 된다고 합디다. 그런 큰돈을 담보도 없이 덜렁 공증만 받고 빌려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글쎄......”



마침 경찰서에 소환되어 갔던 김사장이 돌아 와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고, 기찬과도 면이 있는 사람이어서 다시 인사를 나누게 된다.



“그래, 뭐라고 합디까? 경찰서에서......”



“젠장, 이번은 봐준다면서...... 한번만 더 행패 부리면 바로 구류를 살린다고 합디다. 전화도 하지 말라던데......”



“허헛...... 참 기가 막혀서...... 김사장, 그만 잊어 버려요. 완전히 똥 밟았다고 생각해야지 할 수 없는 노릇이구먼. 그 돈 찾으려다가 공연히 쇠고랑 차게 생겼는데......”



“휴우......”



낙담하는 김사장 뒤로 눈길을 보내 다시 이미영의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눈여겨보던 기찬의 눈에서 순간 빛이 발한다.



“그럼 얼마나 찾을 수 있는 거예요?”



“얼마나 마나 세월은 세월대로 보내고도 오십만 원도 채 못 건져요. 저렇게 되면...... 한 이, 삼십만 원이나 건질까?”



“그럼...... 김사장님, 이거...... 저한테 파십시오. 제가 칠십만 원 드릴 테니까......”



“네, 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기찬에게 쏟아지고, 기찬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를 짓는다.



“이 채권을 제가 사겠다는 겁니다. 다행히 돈을 받을 수 있으면 저야 사백만 원 버는 일이고, 실패하면 그냥 칠십만 원 날리는 거죠. 뭐, 어차피 김사장님이 포기한 일이면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칠십만 원이라도 더 챙기시는 셈인데......”



“아! 저야 고마운 말씀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괜히 잘못하면 강사장님, 큰일 납니다.”



“하하...... 그건 저에게 맡기시고...... 자, 그럼 계약합시다. 채권을 넘기시는 것으로......”



기찬은 당일 조상환이 자신에게 송금할 돈에서 칠십만 원을 김사장에게 전달하도록 미영에게 말한 뒤 김사장으로부터 각서를 받아 챙긴다.



“자, 그럼 수고들 하십시오. 저는 또 가 볼 곳이 있어서......”



채권 추심회사에서도 헐값으로 그런저런 채권을 넘겨받아 그 빚 독촉을 통해서 수입을 올리고 있다지만, 이 경우는 완전히 물 건너가 버린 일인데 기찬의 자신만만한 표정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사무실을 빠져 나오는 기찬의 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으응?......미림이?...... 여보세요......”



“으응, 외삼촌......”



“응, 그래...... 웬 일이야? 용돈?......”



“칫...... 외삼촌은 뭐, 내가 어린앤 줄 알아요? 매번 용돈 때문에 전화를 하게......”



“아! 하하...... 그렇지? 그럼 무슨 일인데?......”



“으응, 엄마......”



“엄마가 왜?......”



“어제 이삿짐 싸면서 많이 울은 모양이던데...... 눈이 빨갛게 돼서 퉁퉁 부었더라......”



“그랬어?...... 저런......”



“방배동 열쇠도 외삼촌한테 드려야 한다면서요?”



“으응, 그렇지...... 나중에 내가 받을 테니까 그건 신경 쓰지 마.”



“그게 아니고...... 아빠는 회사 출근하신다고, 엄마 혼자 이삿짐센터 불러서 이사하신다고 했어요. 저는 학교 마치는 대로 독산동으로 오라고 했고......”



“으응, 그래서......”



“뭐가 그래서예요? 지금 아무도 없으니까...... 외삼촌이 가서 엄마 좀 위로해 주라는 거지...... 저, 지금 수업 종 쳤어요. 들어가 봐야 하니까...... 외삼촌 알았죠?”



“으응......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았다.”



적지 않게 당황스런 일이다. 지수가 정 붙이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듯이 이사를 가는 심정이야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런 엄마를 위로해 주라는 미림이의 전화는 다른 뜻이 아닐 테니 아빠가 없는 낮 시간을 이용해 제 엄마를 품어 주라는 주문이었던 것이다. 미림이에게 걱정을 끼칠 정도로 집을 떠나 이사하는 것이 지수의 마음을 힘들게 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미림이에게 그런 주문을 받고 보니 새삼 지수의 일이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누님?......”



“아! 네...... 사장님......”



“옆에 누구 있어요?”



“아, 아니요. 지금 방 안에 들어와서 전화 받고 있어요.”



“그런데 무슨 존댓말이야? 우리끼리......”



“그래도...... 제가 어떻게......”



“누님, 지수 누님......”



“네......”



“누님, 사랑해요. 내 마음 진심인 거 알지요?”



“......”



“누님......



“네...... 저도 사랑해요. 흐윽...... 고마워요......”



“에헤이...... 왜 울어요?...... 누님, 나중에 더 좋은 집에 살게 해 줄 테니까...... 방배동은 이제 잊어 버려요.”



“네, 그럴게요. 그냥 갑자기 서러워서.......”



“얼마나 그랬으면 미림이가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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