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 5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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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83회 작성일 20-01-17 15:09본문
-54부-
“어머! 사모님......”
“응, 그래...... 오랜만이네...... 원장님은?......”
“네, 잠시만이요.”
간호사는 즉시 인터폰으로 원장에게 연락을 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대기 중인 환자는 보이지 않고 간호사가 인터폼을 내려놓기 무섭게 원장실 문이 열리며 강원장이 뛰어 나오다 일행을 보고 멈칫거린다.
강주는 즉시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틈을 주지 않는 모습에 기선을 제압하고자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아! 강원장님, 반갑습니다. 저...... 기억하십니까?”
“아, 아...... 네에......”
“네, 저...... 영진에 최이사입니다.”
강원장은 강주의 뒤에 숨듯이 한 걸음 물러서 있는 민희를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듯 시선을 던져 바라보다가 민희 에게 한 발 다가서지만 즉시 인호가 앞으로 나서며 강원장을 제지하고 민희는 인호의 뒤로 몸을 감춘다. 강원장은 일행의 분위기로 보아 경거망동해선 안 될 것을 직감했는지 행동을 멈추고 원장실로 안내를 한다.
“그래...... 무슨 일이신지......”
“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왕에 강원장님이야 앞으로도 제가 자주 뵐 수밖에 없는 분인데...... 앞으로 제가 민희씨와 사업 파트너로 함께 뛰기로 했습니다. 이제 강원장님이야 민희씨와 이혼을 한 입장이시지만 혹 저와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 일이라서 사전에 미리 알려 드리는 것이 서로의 체면 유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렇게 왔습니다.”
“네?...... 아니, 이사님과 저 사람이 사업 파트너시라면......”
“네, 제가 별도로 관리하는 회사가 따로 있습니다.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도 나름대로 정보통이 있는데 듣자니...... 강원장께서 이 사람을 수배한다는 소식이 있어서 공연한 짓 하지 마시라는 뜻을 전하러 온 겁니다.”
“......”
“사장님이 강원장님에게 대가로 무엇을 제공한다고 하던가요? 대강의 내용은 알고 왔으니 허심탄회하게 거래를 합시다. 나도 자잘한 일로 골치 썩이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강주는 내심 화근이 될 수 있는 강원장도 의류회사의 지분을 주어 금융 사고에 연루시킬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지금 저 사람도 알고 있겠지만 이 건물도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왜?...... 강원장이 적극 나서서......”
뭔가 민희를 바라보며 머뭇거리자 민희가 뭔가 떠오르는지 입을 연다.
“말해요. 뭐......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라도 있나 보죠? 이제 남인데 뭐 하러 내 눈치는 보고 그래요?”
“음, 흠...... 사실은 제가 회장님과 가끔 만나는 건 저 사람도 알고 있을 겁니다.”
“어머! 그랬어요? 난 전혀 몰랐어요.”
비꼬는 듯 흘리는 민희의 목소리 뒤로 다시 강원장의 말이 이어진다.
“이번에 사장님이 오셔서 한 번 말씀을 하시더군요. 회장님과의 관계를 알고 있다고...... 무척 당황했지만, 다 알고 계시다니 숨길 수도 없는 일이고...... 저 사람 얘기를 하시면서 도와주면 앞으로도 모른 척 해 주시겠다고 하니 저야 병원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라......”
“음...... 그랬군요.”
이제 대가를 제공할 필요도 없어졌지만 어쨌든 기왕에 쓴 맛은 보여주기로 작정한 일이고, 일이 성사될 때까지 입에 재갈을 물릴 필요도 있어 의류회사 얘기를 이어간다.
“좋습니다. 강원장 입장이 그런 거였다면 저도 더 이상 강원장을 피곤하게 하진 않겠습니다. 회장님이나 사장님에 대한 부분은 제가 감당할 테니까 강원장은 더 이상 이 일에 개입하지 마시고 그냥 모른 척 하시면 됩니다. 강원장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결국 돈 때문인 모양이니...... 음...... 앞으로 피곤하게 하지 않겠다고 저와 약조를 해 주신다면 회장님께 의지하지 않아도 앞으로 오 년 안에 이런 건물을 꾸릴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
“네?......”
“음...... 제가 관리하는 의류회사에 공동 경영자로 올려 드릴 테니 그 지분을 가지세요. 저로선 파격적인 대우를 해 드리는 겁니다. 뭐, 이미 눈치를 채셨겠습니다만 저하고 민희하고는 이미 알만 한 사이라는 겁니다. 그런 뜻에서 이것도 인연인데 강원장도 이제 남 신세 안지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해 드리겠다는 겁니다.”
“아! 네......”
“그 대신 강원장께서도 추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저에게 숨김없이 알려주셔야 합니다. 어지간한 변화는 제게도 모두 감지된다는 것을 이미 아실 테니 긴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
“......”
“그럼 나중에 서류나 인감을 여기 이 친구가 받으러 올 겁니다. 아예 강원장이 시간을 내서 회사를 방문해 보고 처리하셔도 좋습니다. 이 친구 오면 함께 일정을 조정하셔서 제 성의를 받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분위기로는 분명한 협박이지만 뭔가 내실 있어 보이는 거래내용에 강원장의 맘이 쏠린다. 어차피 거절할 수 없는 일이니 손익계산을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네, 그러시죠. 그럼...... 회장님께는?......”
“회장님이나 사장님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래도 혹시 전화라도 오면......”
“음...... 모두에게 알리세요. 차라리 그러는 것이 당신도 입장이 편할 테니까...... 다른 변화가 있으면 즉시 알려 주시고......”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리고 내가 별도의 사업체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두 분에게 모두 비밀로 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는 것이 강원장에게도 좋습니다. 강원장이 다른 이익이 있어서 내게로 기울어졌다는 인상을 줘서 좋을 것은 없을 테니까요. 만약 그게 알려져서 회사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결국 강원장에게 가는 지분도 소용없는 일이 되니까 잘 알아서 하십시오.”
“아! 물론입니다. 그 정도야 제가 알아서 눈치껏 하겠습니다. 이제 저 사람도......”
“여보세요. 강원장님...... 이제 자꾸 이 사람, 저 사람 하지 마세요. 남의 여자에게...... 신여사라고 하세요. 신여사......”
상황이 정리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민희가 강원장에게 사납게 쏘아붙이고 강원장은 어정쩡한 표정으로 안경을 매만지며 강주와 일행을 바라본다.
“아, 아...... 그렇죠. 이거 제가 그만 실례를 했습니다. 신여사님. 그간의 일은 잊어 주시고 앞으로는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인호는 여기 강원장 서류를 챙겨서 바로 장선배 회사로 가지? 강원장이 차는 좀 제공하시고......”
“네, 물론이지요. 차라리 오늘 병원 문을 닫고 함께 가보겠습니다.”
“그럽시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럼 인호는 나중에 보자.”
“네, 이사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인호와 헤어져 돌아오는 차 안에서 민희는 배꼽을 잡는다. 강원장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아유...... 바보 같은 게 신세 망치는 줄 모르고...... 호호호......”
“정한 길이지. 자기 마누라 내돌릴 때 이미 제 신세는 망가진 거야.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까지......”
“아이...... 이제 자기도 자꾸 그 치하고 연결시켜서 얘기하지 마. 기분 나빠.”
“하하하...... 네, 신여사님. 잘 알았습니다.”
관계에 있어서 만남보다 어려운 일이 잘 헤어지는 일이다. 배꼽을 맞추며 살던 부부도 헤어질 땐 원수처럼 변해 버리는 세태니 굳이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일이기도 하다.
요즘 다섯 명 중 한 명의 여자가 이혼을 꿈꾸고 있다고 하니 차라리 이들은 이미 정신적으로는 이혼을 한 것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르고 도대체 결혼은 왜 했는지 물어볼 일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섹스가 더 이상 즐거운 일이 아니고, 부부간의 성폭력도 강간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두 명 중 한 명의 여자에게서 나오고 있으니 자신의 사타구니를 국가에서 관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것의 강제성을 누가 지켜보고 판정해 주는 것도 아닐 테니 추후 고소를 피하려면 앞으로는 배꼽을 맞추기 전 배우자에게 확약서라도 받아 둬야 할 테니 웃지 못 할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혼하는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성격차이라지만 입을 다물고 가슴으로 얘기하자면 성격차이가 아니라 경제적 이유와 성의 격차 때문이라는 것이 더욱 사실적이다. 간통을 처벌하는 이유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가정파탄의 예방이라지만 그에 못지않게 경제적 이유와 성적인 격차로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하고 딸린 자식들은 불쌍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정말 가정을 국가적 차원으로 보호하려면 경제부흥과 국민건강에나 신경 쓸 일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위해 피로에 젖은 몸으로 침대에 쓰러지면 그 다음 만만치 않은 이혼사유인 성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니 어느 쪽에 코드를 맞춰야 하는지 남자들은 그것도 헛갈리는 일이다.
위기의 시대, 위기의 남자들은 이혼을 꿈꾸는 창녀들에게 지불할 화대를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하며 상사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고 도덕적으로는 결코 수녀 못지않게 행세하는 여자들이 왜 그렇게 이혼을 하기까지 섹스에 연연하는 것이며, 단지 이혼을 꿈꾸기만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남편 뒤에 숨어서 안온한 생활을 누리기 위한 경제적 이유로 유보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수녀는커녕 사타구니로 일수를 찍는 창녀와 다를 것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일수라도 성실히 찍어야 할 일을 잠자리조차 거부하면서 부부사이의 강간을 인정하라는 추세는 창녀보다도 염치를 모르는 세태가 아닐 수 없다.
섹스와 사랑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본다면 결코 이혼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구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가정파탄을 우려해서 간통죄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 중 여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하니 확보해둔 머슴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필시 다른 머슴을 더 확보할 자신은 없는 모양인 게다.
수많은 자리다툼을 하는 것은 자리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차지함으로 해서 얻어지는 것들에 목적이 있다고 해야 할 테니 그녀들에겐 결혼도 이와 다름 아닐 것이다. 단지 경제적 이유 없이 딸린 아이들이 눈에 밟혀 이혼은 유보한 채 잠자리의 남편은 거부한다면 그것은 정말 갸륵한 모성이 아닐 수 없으니 한 트럭의 남자라도 부상으로 전해줘야 할 일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사람 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주어진 배역을 다 소화하고 나면 결국 언젠가는 그 무대를 떠나야 할 때도 오기 마련이다. 쇼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심심찮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살겠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고 그 대답의 십중팔구는 돌았냐는 것인데, 미치지 않고서는 지금의 배우자와 살지 않겠다는 뜻이니 언중유골 다른 환경, 다른 남자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자기 배역을 충실히 소화하려면 배우로서 자리지킴을 잘 해야 할 노릇이지만 다음 세상이라는 것은 없으니 다음 배역도 있을 수 없다. 다시없는 생을 후회 없이 살자면 사랑도 섹스도 머리로 계산할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할 일이다. 정말 결혼을 유지하는 힘이 경제적 이유와 섹스에 있다면 여자도 함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생계를 유지하면 될 것이고 섹스에 대한 구속에서 본인도, 배우자도 해방시켜 보다 자유로워지면 될 것이다. 마치 사람으로 태어나서 해서는 안 될 짐승 같은 짓이라며 손가락질을 하지만 정작 자신들도 그 이유로 이혼을 꿈꾸고 있지는 않은지 속셈을 멈추고 가슴으로 느껴 볼 일이다.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경제적 격차, 성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이혼도 불사하는 여자들이 입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들의 혈관에도 더운 피는 흐르고 있을 테니 가슴으로 대답할 일이다. 차라리 다음 세대의 자리를 지켜주며 맞벌이를 할 일이고 자유롭게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아 사타구니를 열어주어 참지 못할 섹스의 즐거움을 누리면 될 일이니 수녀의 표정 뒤에 감추어진 창녀를 불러내는 것이 훨씬 더 인간적일 것이다.
“미경아. 너 지금 어디니? 집에 없네?......”
“으응...... 이사님. 나 지금 병원이에요. 그거 수술 받으려고......”
“쿡...... 그래, 생각 잘 했다. 하하하......”
“아이, 창피하게 왜 웃고 그래요?”
“그럼 이제 새로 만들고 나면 아무데서나 벌리지 마라. 하하하......”
“그걸 말이라고 해요? 당연하지. 자기 때문에 하는 건데......”
아무도 없는 아파트로 돌아오니 당연히 마주친 시선에 불꽃이 일렁인다. 서둘러 잠자리를 준비하는 민희를 뒤에서 안아주니 팔을 뻗어 강주의 좆을 쥐어간다.
“어머! 호호...... 벌써 이렇게 딱딱해졌어. 나도 이 기회에 수술이나 받을까?”
“야, 야...... 미경이 나온 다음에 해라. 둘 다 해 버리면 어디 가서 해소하라고?......”
“피...... 꼭 여자가 우리 둘뿐인 것처럼 얘기하네?”
“킥...... 하긴......”
“송희하곤 어디까지 갔어? 벌써 두 사람 보통 아니지?”
“그걸 말이라고 하니? 벌써 다 알아봤지.”
“으이그...... 하여튼......”
옷을 모두 벗은 민희를 침대에 뉘어두고 다리를 잡아 허리춤으로 끌어온다.
“으흥...... 자기 밑에 서서 할 거야?”
“응, 다리 좀 접어 봐.”
다리를 접으니 커다란 엉덩이 밑으로 올망졸망한 구멍들이 강주를 반긴다. 좆을 쥐어 음순을 열어주고 문질러 밀어 넣는다.
“아흑...... 으흠.......”
“쑤우욱...... 후욱......”
“아흑...... 대낮에...... 하니까 너무...... 이상해......”
민희의 허벅지를 붙잡고 사타구니를 공략한다. 점차 빨라지는 허리놀림에 민희는 물을 토하고 자신의 젖가슴을 주물러 흥분을 끌어낸다.
“으흑...... 아흥...... 자기야......나 미치겠어......”
“후욱, 후욱......”
이젠 몸을 민희에게 실어 침대에 오르니 다리가 꺾여 엉덩이가 하늘을 향해 들린다. 깊은 곳으로 손님이 들어오니 미처 준비하지 못한 주인이 당황해 큰 눈이 더욱 크게 뜨인다.
“하악...... 아파...... 여보......”
“후욱...... 좋지?...... 후욱, 후욱......”
한참의 좆질로 이제 절정에 오른다.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등 뒤로 민희의 흰 손이 경련을 일으키고 강주가 앞으로 엎어져 체중을 싣는다.
“허어억...... 울컥....... 꿀럭......”
“으흐흥...... 여...... 보......”
섹스가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전화가 울린다.
“음...... 강원장인데?...... 여보세요.”
“네, 저 강원장입니다. 조금 전에 회장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아! 그래요? 뭐라고 합디까?”
“네, 좀 당황하는 눈치던데요.”
강원장과의 통화가 이어지자 민희는 장난기를 발휘해 음성이 들어가도록 큰 소리로 앙탈을 부린다.
“아아항...... 여보...... 빨리 와...... 나 지금 미치겠단 말이야......”
“아, 알았습니다. 다시 통화합시다.”
“네, 네......”
전화를 접으며 민희를 바라보니 커다란 엉덩이를 흔들며 욕실로 들어선다.
“호호호...... 허파가 뒤집어질 거다. 빨리 와. 자기야......”
“쿡...... 그게 그렇게 재미있냐?”
민희는 샤워를 하면서도 강주의 물건이 애착이 가는지 자꾸 주물러 다시 기운을 차리게 한다.
“나도 당분간 여기서 자기랑 같이 있을까?”
“안 돼. 아직은 여기가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나중에 인호 오거든 다시 영통에 가 있어. 그래야 내가 안심하고 일처리를 하지. 그리고 인호한테 얘기해서 누님하고 송희한테도 사람을 붙여 두라고 하고......”
“응, 알았어.”
욕실에서 항문섹스를 한 번 더 치르고서야 민희는 강주를 놓아주고 달리 할 일도 없으니 침대에서 노닥거리다 인호를 맞아들인다.
“그래, 갔던 일은 잘 처리했지?”
“하하...... 네, 자식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던데요. 그 장선배라는 분도 연기가 보통 아니더라고요.”
“그렇겠지. 자기도 죽고 사는 문제가 달린 일인데...... 자, 그럼 피곤하겠지만 영통에 다시 가야겠다.”
“아! 형수님이 다시 돌아가시나요?”
“그래. 너도 바로 집으로 가고...... 내일 통화하자.”
“네, 알았습니다.”
회장은 이미 강주와 민희의 관계를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역시 그 심기를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시간이 가까워 오니 택시를 잡아타고 회장의 집으로 출발한다.
“자, 저쪽으로 내려 주십시오.”
커다란 나무들이 울창한 회장의 집은 생각 밖으로 마당이 넓지 않아 아담한 분위기지만 일본풍을 좋아하는지 정원을 그리 꾸며두었다.
“어머! 최이사님, 어서 와요.”
최근 정사를 치르고선 다정하게 반말을 하던 회장이 다른 가족들이 있는 자리니 다시 정색을 하고 존댓말로 예우를 해 온다.
“네, 회장님...... 빈 손으로 왔습니다.”
“어머...... 이젠 식구나 마찬가진데 선물은 무슨......”
사장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여전히 마음이 쓰이는지 주방에서 나오지 않는 유미를 회장이 재촉하고 회장의 아들 녀석도 만나게 된다. 모두 한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각자의 머릿속은 숨 가쁘게 잇속을 차리고들 있을 것이다.
“오라!...... 그럼 이제 구질구질한 그 치하고는 이혼을 할 건가 보지?”
“야! 넌 쪼그만 게 뭘 안다고 끼어들어. 밥이나 먹어. 아직은 그 사람이 네 매형이야.”
“호호호...... 얘는? 네 동생이 뭐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지금 이혼해도 여자들은 재혼금지기간이 있어서 육 개월 이내에는 결혼 못할 텐데 서두르는 게 좋지 않을까?”
“아유, 엄마는 또 그 소리에요? 애도 듣는데......”
“거 참...... 내가 무슨 어린애야? 나는 다 먹었으니까 내 방으로 가렵니다. 어른들끼리 말씀 많이 하슈......”
“아...... 그래서가 아닙니다. 그게 혹시라도 임신을 하게 되면 아이 아빠를 가리는 문제 때문에 그러는데 임신이 아니라는 의사 진단만 있어도 재혼을 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왜?......”
“뭐, 좋잖습니까? 이대로...... 전 솔직히 회사가 좀 더 탄탄해질 때까진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그래요. 유미야 일하면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너무 서두르면 꼭 중매하는 것 같아서 기분도 칙칙하고......”
“그래, 나도 이게 더 좋아요. 오빠하고는 그렇게 합의 봤어. 그리고 어차피 그 사람하곤 잠자리도 안 하는데 뭐......”
“오호라! 이제 보니 두 사람이 짜릿하게 아슬아슬한 밀월을 즐기겠다는 얘기같이 들리는데? 호호호...... 그래, 그것도 재미있겠다. 계집애, 진작 엄마 말 들었으면 좀 좋아? 그런 놈을 사위로 들이고선 내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잖아.”
회장은 식사를 마쳤는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강주와 유미의 둘러대는 거짓말에 안심이 되었는지 한결 편안한 모습이다.
“으음...... 자넨가?”
“......”
“오늘 유미...... 여기서 재워 보낼 테니까 그리 알게.”
간단히 할 말만 하고 끊어 버리니 사위사랑은 장모라는 얘기도 이 집에선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재워 보낸다는 얘기에 유미가 질색을 하고 일어선다.
“어머! 엄마...... 왜?”
“얘는...... 왜는 뭐가 왜야? 오늘 이사님도 오셨는데 엄마가 접대를 해야 하니? 아니면 네 동생이 접대를 하겠니? 그리고 두 사람 결혼을 미룰 거면 엄마도 더 이상 재촉하지 않을 테니까 그 대신 집에서 자주 만나도록 해. 절대 호텔 같은 데는 가지 말고...... 공연히 잘못해서 카메라에 찍히기라도 하면 여자로선 치명적이야.”
아무래도 강주를 울타리 안에 가두기에는 유미와 동침을 시키는 것밖에는 좋은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적극적으로 둘 사이를 몰아간다. 기왕에 성인들이고 이미 교제를 한다고 고백해 왔으니 하루라도 빨리 맺음을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다.
“아유, 엄마는 아무리 편한 사이라고 오빠 앞에서 그런 소리를 막 해요? 창피하게......”
“나도 이제 최이사를 사위처럼 생각하니까 그렇지...... 괜찮지? 최이사......”
“네, 네...... 괜찮습니다. 저도 편하게 대해 주시니 더 좋습니다.”
“나중에 아빠 들어오시면 뭐라고 하고?......”
“네 아빠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아들 녀석은 컴퓨터라도 쓰는지 제 방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으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미 강주와 좋게 지낸다고 알려 둔 사이니 엄마가 만들어 주는 자리를 딱히 뭐라고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이층으로 올라가라는 말에 등을 떠밀려 계단을 오르게 된다.
“최이사, 잠깐만 나 좀 볼까?”
“아! 네......”
따로 불러내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닐 테니 귀추가 주목된다.
“음...... 최이사, 실력이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호호......”
“네?...... 뭐가요?”
“호호...... 벌써 민희를 꿰차고 있었다면서?......”
“아, 아...... 네, 그거요...... 하하...... 정보가 빠르시네요. 그게 다 회장님께 배운 거 아닙니까? 앞으론 제가 비밀병기로 좀 쓸까 싶어서요.”
“아유, 우리 저 양반 나중에 알면 속 좀 끓이겠네...... 호호...... 그동안 잘 지내던 여자를 사위에게 빼앗겼으니...... 호호호......”
“아! 이거 참...... 그렇게 됐나요?”
“신경 쓸 것 없어. 그게 결국 실력 차인 걸 어떻게 하겠어? 그 대신 나 모른 척 하면 알지?”
예쁘게 눈을 흘기며 강주의 앞섶을 어루만진다. 잠시 움찔하지만 다른 식구들의 동정을 살피며 회장을 안아주고 이마에 입을 맞춰준다.
“자, 어서 올라가. 기다리게 하지 말고...... 두 사람 시간 내기 어려울까 봐 일부러 식사하자고 한 거야. 오늘 즐겁게 보내.”
“네, 장모님...... 후훗......”
“어머! 아유...... 장모라니까 기분이 영 이상해지네.”
강주의 탄탄한 엉덩이를 슬쩍 쥐고는 등을 밀어준다. 유미는 상황이 이렇게 풀리자 몹시 난감한 입장이 되어 버렸다. 방을 따로 쓸 수도 없는 일이니 강주가 덤비지 않더라도 성인 남녀가 한 방에서 밤을 보내는 것만도 몹시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방으로 들어서는 강주에게 난처함을 표시한다.
“아유...... 이사님. 일이 이상하게 되어 버렸어요. 어떻게 해요?”
“허허...... 할 수 없는 일이네요. 어쨌거나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회장님이 눈치 차리지 못하도록 조용히 지내는 수밖에...... 계속 그렇게 입고 있을 거예요? 외출복 차림으로 있으면 회장님이 의심할 테니 편한 옷을 달라고 해서 갈아입어요.”
“네, 그렇겠네요. 그럼 엄마한테 다녀올게요.”
마침 미경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응, 뭐야?”
“아유...... 나 지금 아파 죽겠어요. 마취가 풀려서 욱신거려......”
“킥...... 그 얘기 하려고 전화 한 거야?”
“아니요. 내가 수술 받느라고 전화를 못 받았는데 이제 메모 남긴 걸 보니까 강원장 일 취소하라고 해놓았네요.”
“으응...... 그거? 나도 알고 있어. 지금 여기 회장 집이야.”
“어머! 그래요? 그럼 끊어요.”
“그래......”
잠시 후 유미와 회장이 함께 들어선다. 유미는 스타킹도 벗은 맨발이고 회장의 헐렁한 치마를 입어 다소 우스꽝스런 모습이라 부끄러운지 얼굴빛이 붉게 물들어 있다. 회장은 사장의 옷으로 보이는 트레이닝복을 내밀며 강주에게 갈아입길 권한다.
“최이사는 갈아입을 게 마땅한 게 없어서 어쩌지?”
“음...... 아니요. 이거 좋네요.”
“그래, 그럼 두 사람 좋은 꿈 꿔...... 호호호......”
“아유, 참...... 엄마는 자꾸 왜 그래? 주책이야......”
등을 떠밀어 내보내고 방문을 잠근다. 회장이 짓궂은 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문을 잠그고 보니 분위기가 더 이상해진다.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는지 붉어진 얼굴로 강주를 바라본다.
"어머! 다시 열까요?"
"하하...... 아니에요. 뭐 하러......"
"어머나! 아유, 이사님......"
강주는 침대에서 일어서 바지를 내리고 그 모습을 본 유미는 화들짝 놀라며 문을 향해 돌아선다.
"뭘 놀라요. 옷 갈아입으려는 건데...... 나는 어디 가서 갈아입을 곳도 없잖아요. 자, 다 됐어요."
"아유, 미리 말씀이라도 해 주셔야지, 놀랐잖아요."
"하하...... 뭐 남자 몸 처음 보는 것도 아닐 텐데 놀라긴 뭘 놀라요?"
"아유, 정말...... 이사님도 점점 엄마 닮아가는 것 같아요."
"하하하...... 뭐 사위가 장모 닮아 가는 모양이지요."
"어머...... 호호호......"
“어머! 사모님......”
“응, 그래...... 오랜만이네...... 원장님은?......”
“네, 잠시만이요.”
간호사는 즉시 인터폰으로 원장에게 연락을 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대기 중인 환자는 보이지 않고 간호사가 인터폼을 내려놓기 무섭게 원장실 문이 열리며 강원장이 뛰어 나오다 일행을 보고 멈칫거린다.
강주는 즉시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틈을 주지 않는 모습에 기선을 제압하고자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아! 강원장님, 반갑습니다. 저...... 기억하십니까?”
“아, 아...... 네에......”
“네, 저...... 영진에 최이사입니다.”
강원장은 강주의 뒤에 숨듯이 한 걸음 물러서 있는 민희를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듯 시선을 던져 바라보다가 민희 에게 한 발 다가서지만 즉시 인호가 앞으로 나서며 강원장을 제지하고 민희는 인호의 뒤로 몸을 감춘다. 강원장은 일행의 분위기로 보아 경거망동해선 안 될 것을 직감했는지 행동을 멈추고 원장실로 안내를 한다.
“그래...... 무슨 일이신지......”
“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왕에 강원장님이야 앞으로도 제가 자주 뵐 수밖에 없는 분인데...... 앞으로 제가 민희씨와 사업 파트너로 함께 뛰기로 했습니다. 이제 강원장님이야 민희씨와 이혼을 한 입장이시지만 혹 저와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 일이라서 사전에 미리 알려 드리는 것이 서로의 체면 유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렇게 왔습니다.”
“네?...... 아니, 이사님과 저 사람이 사업 파트너시라면......”
“네, 제가 별도로 관리하는 회사가 따로 있습니다.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도 나름대로 정보통이 있는데 듣자니...... 강원장께서 이 사람을 수배한다는 소식이 있어서 공연한 짓 하지 마시라는 뜻을 전하러 온 겁니다.”
“......”
“사장님이 강원장님에게 대가로 무엇을 제공한다고 하던가요? 대강의 내용은 알고 왔으니 허심탄회하게 거래를 합시다. 나도 자잘한 일로 골치 썩이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강주는 내심 화근이 될 수 있는 강원장도 의류회사의 지분을 주어 금융 사고에 연루시킬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지금 저 사람도 알고 있겠지만 이 건물도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왜?...... 강원장이 적극 나서서......”
뭔가 민희를 바라보며 머뭇거리자 민희가 뭔가 떠오르는지 입을 연다.
“말해요. 뭐......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라도 있나 보죠? 이제 남인데 뭐 하러 내 눈치는 보고 그래요?”
“음, 흠...... 사실은 제가 회장님과 가끔 만나는 건 저 사람도 알고 있을 겁니다.”
“어머! 그랬어요? 난 전혀 몰랐어요.”
비꼬는 듯 흘리는 민희의 목소리 뒤로 다시 강원장의 말이 이어진다.
“이번에 사장님이 오셔서 한 번 말씀을 하시더군요. 회장님과의 관계를 알고 있다고...... 무척 당황했지만, 다 알고 계시다니 숨길 수도 없는 일이고...... 저 사람 얘기를 하시면서 도와주면 앞으로도 모른 척 해 주시겠다고 하니 저야 병원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라......”
“음...... 그랬군요.”
이제 대가를 제공할 필요도 없어졌지만 어쨌든 기왕에 쓴 맛은 보여주기로 작정한 일이고, 일이 성사될 때까지 입에 재갈을 물릴 필요도 있어 의류회사 얘기를 이어간다.
“좋습니다. 강원장 입장이 그런 거였다면 저도 더 이상 강원장을 피곤하게 하진 않겠습니다. 회장님이나 사장님에 대한 부분은 제가 감당할 테니까 강원장은 더 이상 이 일에 개입하지 마시고 그냥 모른 척 하시면 됩니다. 강원장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결국 돈 때문인 모양이니...... 음...... 앞으로 피곤하게 하지 않겠다고 저와 약조를 해 주신다면 회장님께 의지하지 않아도 앞으로 오 년 안에 이런 건물을 꾸릴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
“네?......”
“음...... 제가 관리하는 의류회사에 공동 경영자로 올려 드릴 테니 그 지분을 가지세요. 저로선 파격적인 대우를 해 드리는 겁니다. 뭐, 이미 눈치를 채셨겠습니다만 저하고 민희하고는 이미 알만 한 사이라는 겁니다. 그런 뜻에서 이것도 인연인데 강원장도 이제 남 신세 안지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해 드리겠다는 겁니다.”
“아! 네......”
“그 대신 강원장께서도 추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저에게 숨김없이 알려주셔야 합니다. 어지간한 변화는 제게도 모두 감지된다는 것을 이미 아실 테니 긴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
“......”
“그럼 나중에 서류나 인감을 여기 이 친구가 받으러 올 겁니다. 아예 강원장이 시간을 내서 회사를 방문해 보고 처리하셔도 좋습니다. 이 친구 오면 함께 일정을 조정하셔서 제 성의를 받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분위기로는 분명한 협박이지만 뭔가 내실 있어 보이는 거래내용에 강원장의 맘이 쏠린다. 어차피 거절할 수 없는 일이니 손익계산을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네, 그러시죠. 그럼...... 회장님께는?......”
“회장님이나 사장님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래도 혹시 전화라도 오면......”
“음...... 모두에게 알리세요. 차라리 그러는 것이 당신도 입장이 편할 테니까...... 다른 변화가 있으면 즉시 알려 주시고......”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리고 내가 별도의 사업체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두 분에게 모두 비밀로 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는 것이 강원장에게도 좋습니다. 강원장이 다른 이익이 있어서 내게로 기울어졌다는 인상을 줘서 좋을 것은 없을 테니까요. 만약 그게 알려져서 회사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결국 강원장에게 가는 지분도 소용없는 일이 되니까 잘 알아서 하십시오.”
“아! 물론입니다. 그 정도야 제가 알아서 눈치껏 하겠습니다. 이제 저 사람도......”
“여보세요. 강원장님...... 이제 자꾸 이 사람, 저 사람 하지 마세요. 남의 여자에게...... 신여사라고 하세요. 신여사......”
상황이 정리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민희가 강원장에게 사납게 쏘아붙이고 강원장은 어정쩡한 표정으로 안경을 매만지며 강주와 일행을 바라본다.
“아, 아...... 그렇죠. 이거 제가 그만 실례를 했습니다. 신여사님. 그간의 일은 잊어 주시고 앞으로는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인호는 여기 강원장 서류를 챙겨서 바로 장선배 회사로 가지? 강원장이 차는 좀 제공하시고......”
“네, 물론이지요. 차라리 오늘 병원 문을 닫고 함께 가보겠습니다.”
“그럽시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럼 인호는 나중에 보자.”
“네, 이사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인호와 헤어져 돌아오는 차 안에서 민희는 배꼽을 잡는다. 강원장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아유...... 바보 같은 게 신세 망치는 줄 모르고...... 호호호......”
“정한 길이지. 자기 마누라 내돌릴 때 이미 제 신세는 망가진 거야.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까지......”
“아이...... 이제 자기도 자꾸 그 치하고 연결시켜서 얘기하지 마. 기분 나빠.”
“하하하...... 네, 신여사님. 잘 알았습니다.”
관계에 있어서 만남보다 어려운 일이 잘 헤어지는 일이다. 배꼽을 맞추며 살던 부부도 헤어질 땐 원수처럼 변해 버리는 세태니 굳이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일이기도 하다.
요즘 다섯 명 중 한 명의 여자가 이혼을 꿈꾸고 있다고 하니 차라리 이들은 이미 정신적으로는 이혼을 한 것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르고 도대체 결혼은 왜 했는지 물어볼 일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섹스가 더 이상 즐거운 일이 아니고, 부부간의 성폭력도 강간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두 명 중 한 명의 여자에게서 나오고 있으니 자신의 사타구니를 국가에서 관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것의 강제성을 누가 지켜보고 판정해 주는 것도 아닐 테니 추후 고소를 피하려면 앞으로는 배꼽을 맞추기 전 배우자에게 확약서라도 받아 둬야 할 테니 웃지 못 할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혼하는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성격차이라지만 입을 다물고 가슴으로 얘기하자면 성격차이가 아니라 경제적 이유와 성의 격차 때문이라는 것이 더욱 사실적이다. 간통을 처벌하는 이유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가정파탄의 예방이라지만 그에 못지않게 경제적 이유와 성적인 격차로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하고 딸린 자식들은 불쌍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정말 가정을 국가적 차원으로 보호하려면 경제부흥과 국민건강에나 신경 쓸 일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위해 피로에 젖은 몸으로 침대에 쓰러지면 그 다음 만만치 않은 이혼사유인 성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니 어느 쪽에 코드를 맞춰야 하는지 남자들은 그것도 헛갈리는 일이다.
위기의 시대, 위기의 남자들은 이혼을 꿈꾸는 창녀들에게 지불할 화대를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하며 상사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고 도덕적으로는 결코 수녀 못지않게 행세하는 여자들이 왜 그렇게 이혼을 하기까지 섹스에 연연하는 것이며, 단지 이혼을 꿈꾸기만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남편 뒤에 숨어서 안온한 생활을 누리기 위한 경제적 이유로 유보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수녀는커녕 사타구니로 일수를 찍는 창녀와 다를 것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일수라도 성실히 찍어야 할 일을 잠자리조차 거부하면서 부부사이의 강간을 인정하라는 추세는 창녀보다도 염치를 모르는 세태가 아닐 수 없다.
섹스와 사랑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본다면 결코 이혼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구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가정파탄을 우려해서 간통죄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 중 여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하니 확보해둔 머슴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필시 다른 머슴을 더 확보할 자신은 없는 모양인 게다.
수많은 자리다툼을 하는 것은 자리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차지함으로 해서 얻어지는 것들에 목적이 있다고 해야 할 테니 그녀들에겐 결혼도 이와 다름 아닐 것이다. 단지 경제적 이유 없이 딸린 아이들이 눈에 밟혀 이혼은 유보한 채 잠자리의 남편은 거부한다면 그것은 정말 갸륵한 모성이 아닐 수 없으니 한 트럭의 남자라도 부상으로 전해줘야 할 일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사람 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주어진 배역을 다 소화하고 나면 결국 언젠가는 그 무대를 떠나야 할 때도 오기 마련이다. 쇼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심심찮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살겠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고 그 대답의 십중팔구는 돌았냐는 것인데, 미치지 않고서는 지금의 배우자와 살지 않겠다는 뜻이니 언중유골 다른 환경, 다른 남자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자기 배역을 충실히 소화하려면 배우로서 자리지킴을 잘 해야 할 노릇이지만 다음 세상이라는 것은 없으니 다음 배역도 있을 수 없다. 다시없는 생을 후회 없이 살자면 사랑도 섹스도 머리로 계산할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할 일이다. 정말 결혼을 유지하는 힘이 경제적 이유와 섹스에 있다면 여자도 함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생계를 유지하면 될 것이고 섹스에 대한 구속에서 본인도, 배우자도 해방시켜 보다 자유로워지면 될 것이다. 마치 사람으로 태어나서 해서는 안 될 짐승 같은 짓이라며 손가락질을 하지만 정작 자신들도 그 이유로 이혼을 꿈꾸고 있지는 않은지 속셈을 멈추고 가슴으로 느껴 볼 일이다.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경제적 격차, 성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이혼도 불사하는 여자들이 입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들의 혈관에도 더운 피는 흐르고 있을 테니 가슴으로 대답할 일이다. 차라리 다음 세대의 자리를 지켜주며 맞벌이를 할 일이고 자유롭게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아 사타구니를 열어주어 참지 못할 섹스의 즐거움을 누리면 될 일이니 수녀의 표정 뒤에 감추어진 창녀를 불러내는 것이 훨씬 더 인간적일 것이다.
“미경아. 너 지금 어디니? 집에 없네?......”
“으응...... 이사님. 나 지금 병원이에요. 그거 수술 받으려고......”
“쿡...... 그래, 생각 잘 했다. 하하하......”
“아이, 창피하게 왜 웃고 그래요?”
“그럼 이제 새로 만들고 나면 아무데서나 벌리지 마라. 하하하......”
“그걸 말이라고 해요? 당연하지. 자기 때문에 하는 건데......”
아무도 없는 아파트로 돌아오니 당연히 마주친 시선에 불꽃이 일렁인다. 서둘러 잠자리를 준비하는 민희를 뒤에서 안아주니 팔을 뻗어 강주의 좆을 쥐어간다.
“어머! 호호...... 벌써 이렇게 딱딱해졌어. 나도 이 기회에 수술이나 받을까?”
“야, 야...... 미경이 나온 다음에 해라. 둘 다 해 버리면 어디 가서 해소하라고?......”
“피...... 꼭 여자가 우리 둘뿐인 것처럼 얘기하네?”
“킥...... 하긴......”
“송희하곤 어디까지 갔어? 벌써 두 사람 보통 아니지?”
“그걸 말이라고 하니? 벌써 다 알아봤지.”
“으이그...... 하여튼......”
옷을 모두 벗은 민희를 침대에 뉘어두고 다리를 잡아 허리춤으로 끌어온다.
“으흥...... 자기 밑에 서서 할 거야?”
“응, 다리 좀 접어 봐.”
다리를 접으니 커다란 엉덩이 밑으로 올망졸망한 구멍들이 강주를 반긴다. 좆을 쥐어 음순을 열어주고 문질러 밀어 넣는다.
“아흑...... 으흠.......”
“쑤우욱...... 후욱......”
“아흑...... 대낮에...... 하니까 너무...... 이상해......”
민희의 허벅지를 붙잡고 사타구니를 공략한다. 점차 빨라지는 허리놀림에 민희는 물을 토하고 자신의 젖가슴을 주물러 흥분을 끌어낸다.
“으흑...... 아흥...... 자기야......나 미치겠어......”
“후욱, 후욱......”
이젠 몸을 민희에게 실어 침대에 오르니 다리가 꺾여 엉덩이가 하늘을 향해 들린다. 깊은 곳으로 손님이 들어오니 미처 준비하지 못한 주인이 당황해 큰 눈이 더욱 크게 뜨인다.
“하악...... 아파...... 여보......”
“후욱...... 좋지?...... 후욱, 후욱......”
한참의 좆질로 이제 절정에 오른다.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등 뒤로 민희의 흰 손이 경련을 일으키고 강주가 앞으로 엎어져 체중을 싣는다.
“허어억...... 울컥....... 꿀럭......”
“으흐흥...... 여...... 보......”
섹스가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전화가 울린다.
“음...... 강원장인데?...... 여보세요.”
“네, 저 강원장입니다. 조금 전에 회장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아! 그래요? 뭐라고 합디까?”
“네, 좀 당황하는 눈치던데요.”
강원장과의 통화가 이어지자 민희는 장난기를 발휘해 음성이 들어가도록 큰 소리로 앙탈을 부린다.
“아아항...... 여보...... 빨리 와...... 나 지금 미치겠단 말이야......”
“아, 알았습니다. 다시 통화합시다.”
“네, 네......”
전화를 접으며 민희를 바라보니 커다란 엉덩이를 흔들며 욕실로 들어선다.
“호호호...... 허파가 뒤집어질 거다. 빨리 와. 자기야......”
“쿡...... 그게 그렇게 재미있냐?”
민희는 샤워를 하면서도 강주의 물건이 애착이 가는지 자꾸 주물러 다시 기운을 차리게 한다.
“나도 당분간 여기서 자기랑 같이 있을까?”
“안 돼. 아직은 여기가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나중에 인호 오거든 다시 영통에 가 있어. 그래야 내가 안심하고 일처리를 하지. 그리고 인호한테 얘기해서 누님하고 송희한테도 사람을 붙여 두라고 하고......”
“응, 알았어.”
욕실에서 항문섹스를 한 번 더 치르고서야 민희는 강주를 놓아주고 달리 할 일도 없으니 침대에서 노닥거리다 인호를 맞아들인다.
“그래, 갔던 일은 잘 처리했지?”
“하하...... 네, 자식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던데요. 그 장선배라는 분도 연기가 보통 아니더라고요.”
“그렇겠지. 자기도 죽고 사는 문제가 달린 일인데...... 자, 그럼 피곤하겠지만 영통에 다시 가야겠다.”
“아! 형수님이 다시 돌아가시나요?”
“그래. 너도 바로 집으로 가고...... 내일 통화하자.”
“네, 알았습니다.”
회장은 이미 강주와 민희의 관계를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역시 그 심기를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시간이 가까워 오니 택시를 잡아타고 회장의 집으로 출발한다.
“자, 저쪽으로 내려 주십시오.”
커다란 나무들이 울창한 회장의 집은 생각 밖으로 마당이 넓지 않아 아담한 분위기지만 일본풍을 좋아하는지 정원을 그리 꾸며두었다.
“어머! 최이사님, 어서 와요.”
최근 정사를 치르고선 다정하게 반말을 하던 회장이 다른 가족들이 있는 자리니 다시 정색을 하고 존댓말로 예우를 해 온다.
“네, 회장님...... 빈 손으로 왔습니다.”
“어머...... 이젠 식구나 마찬가진데 선물은 무슨......”
사장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여전히 마음이 쓰이는지 주방에서 나오지 않는 유미를 회장이 재촉하고 회장의 아들 녀석도 만나게 된다. 모두 한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각자의 머릿속은 숨 가쁘게 잇속을 차리고들 있을 것이다.
“오라!...... 그럼 이제 구질구질한 그 치하고는 이혼을 할 건가 보지?”
“야! 넌 쪼그만 게 뭘 안다고 끼어들어. 밥이나 먹어. 아직은 그 사람이 네 매형이야.”
“호호호...... 얘는? 네 동생이 뭐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지금 이혼해도 여자들은 재혼금지기간이 있어서 육 개월 이내에는 결혼 못할 텐데 서두르는 게 좋지 않을까?”
“아유, 엄마는 또 그 소리에요? 애도 듣는데......”
“거 참...... 내가 무슨 어린애야? 나는 다 먹었으니까 내 방으로 가렵니다. 어른들끼리 말씀 많이 하슈......”
“아...... 그래서가 아닙니다. 그게 혹시라도 임신을 하게 되면 아이 아빠를 가리는 문제 때문에 그러는데 임신이 아니라는 의사 진단만 있어도 재혼을 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왜?......”
“뭐, 좋잖습니까? 이대로...... 전 솔직히 회사가 좀 더 탄탄해질 때까진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그래요. 유미야 일하면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너무 서두르면 꼭 중매하는 것 같아서 기분도 칙칙하고......”
“그래, 나도 이게 더 좋아요. 오빠하고는 그렇게 합의 봤어. 그리고 어차피 그 사람하곤 잠자리도 안 하는데 뭐......”
“오호라! 이제 보니 두 사람이 짜릿하게 아슬아슬한 밀월을 즐기겠다는 얘기같이 들리는데? 호호호...... 그래, 그것도 재미있겠다. 계집애, 진작 엄마 말 들었으면 좀 좋아? 그런 놈을 사위로 들이고선 내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잖아.”
회장은 식사를 마쳤는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강주와 유미의 둘러대는 거짓말에 안심이 되었는지 한결 편안한 모습이다.
“으음...... 자넨가?”
“......”
“오늘 유미...... 여기서 재워 보낼 테니까 그리 알게.”
간단히 할 말만 하고 끊어 버리니 사위사랑은 장모라는 얘기도 이 집에선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재워 보낸다는 얘기에 유미가 질색을 하고 일어선다.
“어머! 엄마...... 왜?”
“얘는...... 왜는 뭐가 왜야? 오늘 이사님도 오셨는데 엄마가 접대를 해야 하니? 아니면 네 동생이 접대를 하겠니? 그리고 두 사람 결혼을 미룰 거면 엄마도 더 이상 재촉하지 않을 테니까 그 대신 집에서 자주 만나도록 해. 절대 호텔 같은 데는 가지 말고...... 공연히 잘못해서 카메라에 찍히기라도 하면 여자로선 치명적이야.”
아무래도 강주를 울타리 안에 가두기에는 유미와 동침을 시키는 것밖에는 좋은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적극적으로 둘 사이를 몰아간다. 기왕에 성인들이고 이미 교제를 한다고 고백해 왔으니 하루라도 빨리 맺음을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다.
“아유, 엄마는 아무리 편한 사이라고 오빠 앞에서 그런 소리를 막 해요? 창피하게......”
“나도 이제 최이사를 사위처럼 생각하니까 그렇지...... 괜찮지? 최이사......”
“네, 네...... 괜찮습니다. 저도 편하게 대해 주시니 더 좋습니다.”
“나중에 아빠 들어오시면 뭐라고 하고?......”
“네 아빠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아들 녀석은 컴퓨터라도 쓰는지 제 방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으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미 강주와 좋게 지낸다고 알려 둔 사이니 엄마가 만들어 주는 자리를 딱히 뭐라고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이층으로 올라가라는 말에 등을 떠밀려 계단을 오르게 된다.
“최이사, 잠깐만 나 좀 볼까?”
“아! 네......”
따로 불러내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닐 테니 귀추가 주목된다.
“음...... 최이사, 실력이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호호......”
“네?...... 뭐가요?”
“호호...... 벌써 민희를 꿰차고 있었다면서?......”
“아, 아...... 네, 그거요...... 하하...... 정보가 빠르시네요. 그게 다 회장님께 배운 거 아닙니까? 앞으론 제가 비밀병기로 좀 쓸까 싶어서요.”
“아유, 우리 저 양반 나중에 알면 속 좀 끓이겠네...... 호호...... 그동안 잘 지내던 여자를 사위에게 빼앗겼으니...... 호호호......”
“아! 이거 참...... 그렇게 됐나요?”
“신경 쓸 것 없어. 그게 결국 실력 차인 걸 어떻게 하겠어? 그 대신 나 모른 척 하면 알지?”
예쁘게 눈을 흘기며 강주의 앞섶을 어루만진다. 잠시 움찔하지만 다른 식구들의 동정을 살피며 회장을 안아주고 이마에 입을 맞춰준다.
“자, 어서 올라가. 기다리게 하지 말고...... 두 사람 시간 내기 어려울까 봐 일부러 식사하자고 한 거야. 오늘 즐겁게 보내.”
“네, 장모님...... 후훗......”
“어머! 아유...... 장모라니까 기분이 영 이상해지네.”
강주의 탄탄한 엉덩이를 슬쩍 쥐고는 등을 밀어준다. 유미는 상황이 이렇게 풀리자 몹시 난감한 입장이 되어 버렸다. 방을 따로 쓸 수도 없는 일이니 강주가 덤비지 않더라도 성인 남녀가 한 방에서 밤을 보내는 것만도 몹시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방으로 들어서는 강주에게 난처함을 표시한다.
“아유...... 이사님. 일이 이상하게 되어 버렸어요. 어떻게 해요?”
“허허...... 할 수 없는 일이네요. 어쨌거나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회장님이 눈치 차리지 못하도록 조용히 지내는 수밖에...... 계속 그렇게 입고 있을 거예요? 외출복 차림으로 있으면 회장님이 의심할 테니 편한 옷을 달라고 해서 갈아입어요.”
“네, 그렇겠네요. 그럼 엄마한테 다녀올게요.”
마침 미경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응, 뭐야?”
“아유...... 나 지금 아파 죽겠어요. 마취가 풀려서 욱신거려......”
“킥...... 그 얘기 하려고 전화 한 거야?”
“아니요. 내가 수술 받느라고 전화를 못 받았는데 이제 메모 남긴 걸 보니까 강원장 일 취소하라고 해놓았네요.”
“으응...... 그거? 나도 알고 있어. 지금 여기 회장 집이야.”
“어머! 그래요? 그럼 끊어요.”
“그래......”
잠시 후 유미와 회장이 함께 들어선다. 유미는 스타킹도 벗은 맨발이고 회장의 헐렁한 치마를 입어 다소 우스꽝스런 모습이라 부끄러운지 얼굴빛이 붉게 물들어 있다. 회장은 사장의 옷으로 보이는 트레이닝복을 내밀며 강주에게 갈아입길 권한다.
“최이사는 갈아입을 게 마땅한 게 없어서 어쩌지?”
“음...... 아니요. 이거 좋네요.”
“그래, 그럼 두 사람 좋은 꿈 꿔...... 호호호......”
“아유, 참...... 엄마는 자꾸 왜 그래? 주책이야......”
등을 떠밀어 내보내고 방문을 잠근다. 회장이 짓궂은 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문을 잠그고 보니 분위기가 더 이상해진다.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는지 붉어진 얼굴로 강주를 바라본다.
"어머! 다시 열까요?"
"하하...... 아니에요. 뭐 하러......"
"어머나! 아유, 이사님......"
강주는 침대에서 일어서 바지를 내리고 그 모습을 본 유미는 화들짝 놀라며 문을 향해 돌아선다.
"뭘 놀라요. 옷 갈아입으려는 건데...... 나는 어디 가서 갈아입을 곳도 없잖아요. 자, 다 됐어요."
"아유, 미리 말씀이라도 해 주셔야지, 놀랐잖아요."
"하하...... 뭐 남자 몸 처음 보는 것도 아닐 텐데 놀라긴 뭘 놀라요?"
"아유, 정말...... 이사님도 점점 엄마 닮아가는 것 같아요."
"하하하...... 뭐 사위가 장모 닮아 가는 모양이지요."
"어머......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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