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 4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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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51회 작성일 20-01-17 15:09본문
-49부-
“이거 오늘따라 왜 이리 차가 밀리지?”
“허......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큰 길만 벗어나면 골목으로 한 번 가보겠습니다.”
이제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니 불쑥 퇴근이라도 해 버리면 기껏 인천까지 찾아 온 일이 허사가 되어 버린다. 주머니를 더듬어 전화를 꺼내들어 번호를 누른다.
“희숙이니?”
“네, 이사님. 무슨 일이세요?”
“일은 무슨 일...... 그냥 보고 싶어서 그러지.”
“치...... 이사님, 자꾸 그러시면 감동 먹잖아요. 장난치지 마세요.”
“아직 퇴근 안 했지?”
“네, 이제 나갈까 싶어서 정리중이에요.”
“부소장은?......”
“물론 같이 있죠. 제가 차가 없으니까 함께 다니잖아요.”
“그래, 지금 거의 다 왔는데, 차가 많이 밀려서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의왕매장 문제로 할 얘기도 있고 어디 가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
“어머! 정말이죠? 호호호...... 알았습니다. 빨리 오세요.”
전화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는 고개를 빼 앞을 내다본다. 여전히 길은 뚫릴 줄을 모르고 정체가 이어진다.
“안되겠다. 인호야...... 여기서 고작 두 블록 앞인데...... 너는 아예 주유소 들렀다가 기름 채우고 와라. 나는 여기서 담배나 피우면서 슬슬 걸어갈게. 도저히 짜증나서 못 기다리겠다.”
“허허...... 이사님도 참...... 그럼 그러시죠. 제가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꺼내 물고 발길을 재촉한다. 사실 바쁜 일도 없는데 의왕매장의 일이 공연히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다. 마음은 바쁜데 속절없이 전화가 울려 걸음을 늦추게 된다.
“네, 사장님이십니까?”
“아! 최이사님......”
“네, 말씀하십시오. 안 그래도 지금 회사 근처에 있습니다. 들어가서 찾아 뵐까요?”
“아닙니다. 제가 바깥에 나와 있어요.”
“아! 네, 말씀하십시오.”
“저...... 지난번에 병원에서 봤던 강원장이라고...... 기억하지요?”
“네, 네...... 기억합니다.”
“그 친구도 우리 클럽 회원인데...... 요즘 집안에 무슨 우환이 있어서 뭘 좀 알아보는 중인데...... 마침 최이사님 수원 매장 근처에 정보를 알만 한 사람이 산다던데......”
“아! 네, 그래서요?”
“이사님이 거기도 관리를 하고 계시니까 좀 알아봐 주실 수 없나 싶어서......”
“아! 사장님께는 아직 말씀을 못 드렸는데 저, 거기 그만 뒀습니다.”
“아! 그랬어요?”
“허허...... 이거......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도 워낙 경황 중에 갑자기 결정한 일이라서......”
“아! 그렇군요. 그럼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잘 알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
전화를 끊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회장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인데, 아니,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회장이 그리 되도록 조작한 일인데도 회장과는 전혀 교통이 되지 않는 모양이니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회장은 독을 품은 전갈처럼 호시탐탐 요염한 미소 뒤에 숨어서 먹이를 노리고 그 남편이라는 작자는 주색잡기에만 골몰하는 인상이다. 황부장에게 보고를 받고 민희 언니의 집을 암중으로 감시하려고 했던 모양이니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사장이 저런 인사니 황부장이 그 턱 밑에서 비위를 맞춰가며 남모르게 축재를 하는 것도 썩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차장에는 이미 인호가 도착했는지 벌써 차가 들어 와 있다. 하기야 급한 마음에 발걸음만 서둘렀지, 사람이 차보다 빠를 수야 없는 일이다. 머쓱한 표정으로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인사를 해 온다.
“아! 안녕하십니까?”
“으응? 누구시더라......”
“아! 일전에 박부장님 모시고 하모니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아, 아...... 그래?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아! 네...... 일전에 말씀하셨다는 이쪽 애들 말입니다.”
“으응......그게 왜?......”
“박부장님 지시로 저희들 몇 명이 이쪽에 건너와서 감시를 하고 있거든요. 그 중에 몇 놈이 이쪽으로 와서 제가 따라붙은 겁니다. 지금 저 슈퍼 안에 들어가서 뭘 사고 있는지 지금 보이진 않습니다.”
“그래?...... 음...... 미경이가 와 있나?”
“네?......”
“아, 아...... 아니야. 그래...... 수고 많이 하고......”
“네, 네...... 안녕히 가십시오.”
박부장의 마음 씀이 고맙게 다가온다. 다달이 얼마씩이라도 보내주어 형편을 돌아봐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차를 지나치자 인호가 미소를 짓는다. 손을 흔들어 주고 계단을 오르니 직원들은 이미 많이 퇴근을 했는지 빈자리가 대부분이고 준비를 마친 부소장과 희숙이가 달려온다.
“아유, 이사님......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이사님, 반갑습니다.”
“그래, 자...... 일단 나가자. 배고프지? 어디 의왕 쪽으로 가다가 적당한 식당 나오면 차 집어넣어. 내가 뒤따라갈 테니까......”
“네, 알았습니다.”
계단을 뛰어내려 와 차에 오른다.
“자, 인호야...... 저 앞에 벤을 쫓아가면 된다. 저 차 출발하면 따라가자.”
“네,
차에 기대어 앉아 머리를 붙이자마자 눈을 감을 새도 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네......”
“어머! 최이사님, 안녕하세요?”
“으응? 미경씨 아니야?”
“호호호...... 네, 저예요.”
“웬 일이야? 나, 지금 집에 가는 중인데......”
“으응...... 다른 일이 아니고 그저 고맙다고 인사나 하려고 그랬지......”
“뭐가?......”
“호호...... 우리 그이가 노름해서 날린 집을 잡아줬다면서요?”
“으응...... 그거...... 어떻게 알았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피...... 누굴 바보로 알아요? 알았어요.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요.”
대충 얼버무리긴 했지만 눈치가 평소와 다르다. 그러고 보니 사장에게 걸려온 전화도 석연치가 않다. 어쩌면 회장을 통해서 민희와의 관계를 알 수도 있는 일이고 그렇다면 민희의 언니가 수원매장 코앞에 살고 있다는 것도 강주와 연관 지어 뭔가 의심할 수도 있는 일일 것이다. 황부장이 아파트를 되찾기 위해 중간에서 뭔가 모사를 꾸미고 있다면 이미 사장은 벌써 그렇게 알고 강주와 민희를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황부장 마누라 미경이도 강주를 비꼬는 듯, 비웃는 듯 알 수 없는 멘트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음...... 이게 무슨 수작일까?......”
“어, 어...... 아, 저 개자식들이......”
“왜 그래?......”
“아, 네...... 저 자식들 운전을 영......”
“그냥 둬. 저것도 습관인 모양이더라. 운전을 그렇게 배우면 쉽게 못 고치는 모양이야. 그냥 양보해 줘......”
차가 한적한 길로 접어들자 앞지르기를 하려는지 뒤따르던 승합차 한 대가 속도를 올린다. 인호는 그래도 화가 나는지 슬쩍 쳐다보지만 짙은 선팅이 되어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으니 소용없는 일이다.
“어, 어...... 끼이익.......”
앞서 가던 부소장의 벤이 급정거를 해 따라 멈춘다. 끼어들기를 하던 차 때문에 결국 무슨 사고라도 난 모양이다. 순간 인호가 뒤를 돌아본다.
“이사님, 그대로 계십시오.”
대답할 사이도 없이 문을 열고 뛰어내려 앞으로 달려간다. 그저 사고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다. 시커먼 사내들이 우르르 뛰어내려 벤을 감아 싸는 순간 인호의 허리춤에 있던 삼단봉의 위력을 보게 된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몸놀림으로 찌르고 베어가는 모습이 수련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니 어쩌면 수많은 실전경험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휙...... 퍽...... 부웅...... 빠악......”
“크윽......”
강철로 이루어진 쇠몽둥이가 날렵하게 공기를 가르는 살벌한 소리가 강주의 귀에 꽂힌다. 벤의 조수석으로 달려들어 문을 열려는 녀석이 있어 강주도 희숙이의 안전 때문에 더 이상 차에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문을 열고 뛰어내려 덩치에게 달려들어 보지만 휘두르는 야구방망이에 접근할 수가 없어 거리만 유지하는 사이 휘두르는 방망이에 조수석 유리창이 깨지고 희숙이의 비명이 귀를 찢는다.
“꺄아아아아악......”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미 좌측과 전면의 사내들을 처리한 인호가 어느새 돌아와 방망이를 휘두르는 사내의 어깨를 내리쳐 주저앉힌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부소장이 뛰어내리고 강주도 달려들어 희숙이를 부축해 내린다. 희숙이는 너무 놀라 눈물을 흘리며 강주의 품에 안긴다.
“괜찮니? 다치지 않았어?”
“흐흑...... 네에...... 괜찮아요. 엄마......”
이어 뒤쫓아 왔는지 조금 전 영진유통 주차장에서 만났던 박부장의 후배가 차를 세우고 달려온다. 이미 상황은 정리되었지만 불과 일 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은 순식간의 일이었으니 그를 나무랄 일도 아니다.
인호는 신속하게 무리들을 끌어 모아 길가에 엎드리도록 통제를 하기 시작한다. 걸음을 옮기기 힘든 놈들도 있는지 부소장이 오히려 부축을 해 주는 지경이다.
“이리 엎드려. 새끼들아. 빨리, 빨리...... 어디 한 군데 더 부러지기 전에......”
“괜찮으십니까? 제가 그만 도착이 늦었습니다.”
“아, 아......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모양이야. 괜찮아.”
박부장의 후배는 차에 청 테이프를 싣고 다니는지 차를 뒤적여 꺼내오더니 엎드린 녀석들을 뒤로 결박해 버리고 인호가 강주에게 다가온다.
“이사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일단 누가 보낸 놈들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상황이 이게 전부인지 모르잖아? 패거리가 더 있다면서...... 우선 용인으로 끌고 가는 게 어떻겠어?”
“네, 알았습니다. 그럼...... 차는......”
“아, 제가 타고 온 차를 일단 길가에 세워 두고 다음에 끌고 가겠습니다.”
“아! 그럼 일단 이 자식들 휴대폰하고 소지품 전부 압수하고 차에 실읍시다. 내가 뒤에서 감시를 할 테니까 형님이 앞에서 운전을 하세요. 그럼...... 이사님 차는 이사님이 직접 운전을 하셔야겠습니다.”
“그래, 일단 희숙이는 내 차를 타고 부소장은 바로 가서 차부터 고쳐. 내일 의왕에서 만나기로 하지.”
“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강주에게 있어 희숙이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회장뿐이다. 물론 잘못 알고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회장은 희숙이가 강주의 약혼녀인줄 알고 있으니 미경이가 희숙이를 납치하려 했다면 이미 회장에게서 모종의 언질이 있었다는 결론이다. 강주의 손발을 끊어내기 위해서 기존 회사를 퇴직시키고 의왕매장을 압박해 가는 과정에 회장에게 편승해서 잃었던 아파트를 되찾기 위한 암수라고도 볼 수 있으니 황부장과 미경이라면 능히 그럴 법도 한 일이다.
문득 회의가 밀려 와 차라리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고 싶은 감정이 올라온다. 어차피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수원매장이야 여전히 건재하고 의왕도 역시 전무와 협의를 이룬 상태니 물건 공급에 하자가 있을 리 없다. 기존에 건너와 있는 직원들 몇이야 다소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의왕에 자리를 만들자면 썩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차를 돌리고 한참이 지나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차는 산속 길을 달려 넓은 공터로 들어선다. 정필이가 꾸며뒀는지 컨테이너가 세 채나 들어서 있고 입구에는 사내들로 어수선하다. 희숙이가 긴장을 했는지 바짝 붙어 앉는다.
“희숙아, 괜찮아. 겁내지 마. 내가 아는 사람들이야.”
“아! 네......”
차를 세우자 정필이가 뛰어나온다.
“아! 매형. 어서 오세요. 소식 듣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들한테 금방 소식이 하나 더 들어 왔는데......”
“무슨 소식?......”
“네, 용현동 무슨 빌라라는데 조금 전에 이 새끼들이 여자를 한 명 납치했다는데 혹시 매형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몰라서......”
“뭐야? 그럼......”
정확한 것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정필이가 설명하는 위치가 본점 점장의 부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혹시 아니더라도 철부지 양아치 자식들이 부녀자를 납치하려 든다면 일단 막고 볼 일이다. 게다가 만약 정말로 점장의 부인이라면 미경이가 이미 희숙이의 납치를 실패한 것을 알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그 사람 무조건 구해야 돼. 어서 가자.”
“여기서는 가 봐야 이미 늦어서 안 됩니다. 지금 차로 따라 붙었다는데 우리 쪽이 인원이 둘 뿐이라서 막아서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이고, 일단 위치만 파악해 두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럼 추격만 하고 있다는 얘기야? 저 쪽은 몇 명이라고 하는데......”
“대강 다섯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정확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저하고 계속 통화하기로 했으니까 기다려 보시죠.”
끌고 온 녀석들을 컨테이너에 감금하고 인호가 돌아와 강주 옆에 선다. 강주의 표정을 살피고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는 표정이다. 정필이가 설명을 하자 승용차에서 목검 두 자루를 꺼내 들고 온다. 역시 두 자정도 되는 짧은 목검이다.
“그럼, 이사님......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마침 여기 끌고 온 승합차도 있고 정필이 형님 승합차도 있으니까 가능하면 싹 잡아오겠습니다. 아까 저 놈들 정도라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으니까 정필이 형님이 인원이나 좀 붙여주십시오. 늦어도 새벽까지는 돌아오겠습니다.”
“인호, 괜찮겠어?”
“네, 이사님은 이곳에 그냥 계시든지 아까 들어오는 입구에 모텔이 하나 보이던데 그곳에 가서 편히 기다리십시오. 마침 형수님도 계신데 여기는 아직 모기가 많아서......”
인호가 둘의 관계를 짐작했는지 형수라는 말에 팔짱을 끼고 있는 희숙이가 고개를 숙이고 강주의 팔을 더욱 끌어당겨 가슴에 묻는다.
“그럼 정필이 네가 인원을 좀 차출해봐.”
“네, 알았습니다.”
사내들이 몰려다니며 차에 분승하고 이내 공터를 빠져나간다. 잠시 후 조용해진 공간을 둘러보니 이곳저곳 불을 밝혀 산 중에 제법 아늑한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저...... 매형, 삼겹살이 조금 있는데 소주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으응...... 그래, 그게 좋겠다.”
“그럼 이쪽에 모닥불 옆으로 오시죠. 형수님도 이리 오세요.”
“야, 너는 무슨 족보가 그러냐? 매형이라고 했다가...... 이젠 형수라고...... 하하하......”
“허허...... 참, 뭐라고 부르기가 영 마땅찮아서......”
“하하...... 그래, 알았다. 자, 희숙아...... 저쪽으로 가자.”
“푸훗...... 네......”
불가에 앉아 소주를 마시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점장 부인에 대한 걱정이다. 그 여자도 잘못된 선택으로 황부장과의 거래에 휘말려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된 셈이다. 강주가 황부장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일 수 있는 사람이니 미경이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를 일이다.
“이사님...... 이제 그만 쉬어야죠.”
“으응? 그래......”
“저...... 매형, 여기 컨테이너에라도 들어가서 좀 쉬시죠? 허허...... 우리끼리 쓰는 곳이라 좀 더럽긴 하지만......”
“뭐, 산 중에 이만하면 호강이지. 그래...... 희숙아, 들어가자.”
컨테이너 속은 그래도 제법 정리가 되어 있어 소파도 있고 한 옆으로는 다섯 명 정도는 편안히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썩 좁지는 않았다.
“아우...... 남자 냄새......”
희숙이가 긴장이 많이 풀렸는지 코를 쥐고 예쁘게 이마를 찡그린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춰준다.
“쭈우웁...... 후후...... 조금만 참아. 곧 익숙해질 거야.”
“자, 이리 눕자. 간 사람들은 간 사람이고 여기서 걱정해 봐야 도울 길도 없으니 그만 잊어버리자.”
옆으로 누워 품에 안겨오는 희숙이의 엉덩이를 두들겨 주니 콧소리를 내며 앙탈을 부린다.
“으흥...... 오늘은 저 조심해야 하는 날이에요. 그냥 자요. 바깥에 사람들도 있는데......”
“야, 요새 내가 바빠서 너하고 얼마나 오랜만인데...... 그냥 잘 수야 없지......”
“치...... 그럼 덜컥 임신이라도 하면 또 떼어내란 말이에요? 그게 여자들한테는 얼마나 힘든 일인데......”
“에휴......”
“그럼 가만히 있어요. 내가 해 줄게...... 그 대신 소리 내면 안 해 줄 거니까 조용히 하고 있어요.”
“큭...... 그래, 알았어......”
“그럼 여보...... 라고 해 줘요.”
“그래, 여보...... 우리 여보......”
“쭈우우웁...... 흐루룹...... 으으흡......”
진한 입맞춤 후에 강주에게 미소를 보내며 강주의 허리띠를 풀어 내린다. 엉덩이를 들어 도와주니 팬티까지 단번에 끌어내려 다리에서 걷어낸다. 앵두 같은 입술을 열어 혀끝으로 맛을 보는 듯 귀두를 간질이다 가득 쥔 손으로 흩어 내려 마스터베이션을 시작한다.
“흐으윽......”
“쉿...... 아이 참......”
눈을 크게 흘기며 불알을 입 안으로 빨아들인다. 아슬아슬한 통증과 쾌감이 교차해 절로 희숙이의 머리에 손이 가게 한다. 여전히 불알을 갖고 놀듯 뱉었다가 빨아들이는 입놀림에 머리 위엔 별이 쏟아진다.
“으으으으흑...... 희숙아...... 몸을 이쪽으로......”
“아이...... 손도 안 씻고선......”
“빨리......”
희숙이가 몸을 돌려 엉덩이를 강주 쪽으로 내밀고 강주는 서둘러 희숙이의 바지 지퍼를 내린다. 잠시 희숙이도 동작을 멈추고 허리를 펴 강주의 손길을 돕는다. 박속처럼 희고 고운 희숙이의 엉덩이 밑으로 강주의 손길을 기다리는 꽃잎이 펼쳐져 있어 머리 위로 다리를 넘겨 입술을 가져간다.
“쭈우웁...... 후루룹...... 후룩......”
“아흑...... 아하....... 살사알......”
희숙이도 흥분에 겨워 고갯짓이 빨라지고 손놀림은 더욱 빨라져 강주를 흥분으로 몰아넣는다. 희숙이의 고운 꽃잎은 강주의 혀 놀림으로 이리저리 형체를 잃어가며 흩어진다.
“아흑...... 턱...... 턱, 턱, 아흑......”
손가락을 집어넣어 몇 번 흔들어 주자 울컥 물을 쏟는다. 입을 들이밀어 모두 빨아들이고 입술로 공알을 살짝 물어 흔들어주니 그대로 얼굴 위로 엎어져 버리고 앙탈을 부린다.
“이 씨...... 자꾸 그러면 안 할 거예요.”
“알았어. 어서 해......”
“턱, 턱...... 쭈우웁......”
강주도 절정이 머지않은지 허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다리에 뻣뻣하게 힘이 실리자 희숙이도 감지하는지 더욱 팔놀림에 속도를 더한다.
“턱, 턱, 턱...... 쭈우웁....... 울컥....... 꿀럭....... 우웁...... 꿀꺽, 꿀꺽......”
강주의 좆에서 밀려나오는 분신들을 모두 삼킨 희숙이가 좆을 꼭꼭 눌러 짜내 마지막 남은 것까지 처리를 해 준다.
“쭈우웁...... 쩝...... 흐루룹.......”
깨끗이 정리를 하곤 강주의 심벌을 톡톡 건드려 자리를 잡아 준 후 강주를 돌아보며 손부채질로 애교를 부린다.
“아우...... 냄새야......”
“후훗...... 나만 해서 어떻게 하니? 미안하게......”
“아니에요. 나도 한 번 했어...... 킥...... 어머! 어떻게 해? 얼굴 좀 봐...... 입 좀 닦아야겠다......”
핸드백에서 물티슈를 꺼내 강주의 얼굴을 닦아준다. 천천히 좆을 다시 닦아 주고는 팬티와 바지를 입혀준다. 문득 희숙이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강주에게 몰입하면서 일과 사랑을 모두 찾아가는 안정된 모습이지만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공연히 마음이 쓰여 측은해진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희숙이가 흔들어 깨워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앉는다.
“음...... 응...... 그래, 이제 깼어......”
“이사님...... 밖에 사람들 왔나 봐요. 찻소리도 들리고 무척 시끄러운데......”
“으응, 그래...... 나가 보자.”
두 대의 승합차에서 여러 명의 사내들이 모두 뒤로 결박당한 채 끌려나오고 있었다. 인호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아! 이사님, 여기 그냥 계셨군요.”
“그래,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네, 이 자식들 전부 자빠져 자고 있어서 손쉽게 제압했습니다. 아주 양아치 같은 어린놈들뿐이에요. 경비 서는 놈도 없이...... 그나저나 여자 한 명이 이놈들한테 강간당한 채로 묶여 있어서 데리고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아! 지금 어디 있지?”
“저기 승용차 안에 따로 태워 왔습니다.”
근처로 가서 얼굴을 확인하니 역시 여자는 점장 부인이었다. 차 문을 열고 옆으로 올라탄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머! 이사님...... 아유...... 여긴 어디에요? 흐흑......”
강주를 보고 긴장이 풀리는지 눈물부터 쏟지만 받아줄 시간이 없다.
“울지 말고 어서 말이나 해 봐. 시간 없어.”
“몰라요. 흐흑...... 회사에서 남편 심부름을 왔다고 해서 열어 줬는데...... 갑자기 칼을 들이대고......”
“회사에서 왔다고? 음...... 황부장 마누라가 보낸 게 맞는 모양이군.”
“네에?......”
“몇 명한테 당했어?”
“몰라요. 무서워서 기억도 안 나요. 몇 명인지도...... 흐흑......”
“일단 병원으로 가자.”
“어흑...... 아니에요. 병원 싫어요.”
“일단 진찰부터 받아. 무슨 병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정액 채취도 해 둬야 이 자식들이 발뺌을 못하지.”
“......”
“그리고 지금 달리 갈 곳도 없잖아? 이대로 집에 갈 수 있겠어?”
“안 돼요. 남편한테 뭐라고 해요.”
“그러니까 병원에서 검사도 받고 하루 입원해 있어. 점장한테는 잠깐 급한 일이 있어서 친구 집에 갔다고 둘러대든지......”
점장 아내를 태운 차는 다시 시내로 나가고 강주는 정필이를 돌아본다.
“그래, 지금 오신 손님들은 어떻게 하고 있어?”
“네, 지금 팔 다리 부러진 놈들이 몇 명 있어서 부목을 대 주고 있습니다.”
“아! 그래? 병원은 안 가도 괜찮을까?”
“아유...... 병원에 가면 큰일 나죠. 그냥 약이나 사다 먹이면 됩니다.”
“그래, 일단 도망 못 가게 붙잡아 놓고 여기서 정신교육 좀 시키고 있어. 다시는 양아치 짓 못하도록 말이야.”
이제 먼동이 트고 있다. 이미 이 거래를 끝내기로 마음먹은 터라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꺼내든다. 시간이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참만에야 전화를 받는다.
“황부장?......”
“아, 아...... 네, 이사님......”
“당신...... 부인에게 아파트에 대해서 말을 한 모양이더군.”
“아, 네...... 그게 좀......”
“바꿔 봐요. 보아하니 당신은 잘 모르나 본데......”
“아! 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여보...... 여보......”
전화 저쪽에서 미경이를 흔들어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멀쩡한 사람을 둘씩이나 테러를 지시해 두고 태평스럽게 자빠져 자고 있다니 강심장인지 무모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여자다. 아직도 잠결인지 목소리가 얼떨떨한 느낌이다.
“네, 이사님?......”
“음...... 미경씨, 보내 준 선물은 잘 받았어.”
“네?......”
“그나저나 점장 부인은 저 놈들한테 윤간을 당해서 지금 병원에서 정액채취를 하고 있거든. 미경이, 네가 시킨 일이라는 자백도 모두 받아 낸 상태고 말이야.”
“이사님, 이사님......”
“시끄러워. 듣고만 있어. 황부장이 점장 마누라를 강간했다는 증거를 내가가지고 있어서 그런 모양인데 이젠 너도 무사할 수 없게 됐어. 황부장은 강간으로...... 너는 강간교사에 범죄단체 조직으로 쳐 넣어 버릴 거야. 보아하니 이 자식들이 타고 다니는 차도 네 이름으로 등록 되었던데...... 아지트도 그럴 거 아니겠어?”
“......”
“물론 회장님이 지시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회장님에게 보고를 해서 도와달라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야. 증거가 너무 명백하고 회장님도 손에 더러운 것 묻히기 싫어하는 양반이니까...... 그건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게다가 너하고 나하고 비교를 하자면 누구 몸값이 더 나가겠어? 공연히 찧고 까불다간 너만 버림받겠지?”
“저기...... 이사님, 우리 만나서 얘기해요. 제가 다 말씀 드릴게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그래?...... 좋아...... 너도 자식들이 있을 테니 기회를 주긴 주겠어. 단, 오늘부로 이삿짐을 싸서 나가. 황부장을 통해서 내 책상 위에 아파트 키 올려두라고 해. 내가 나중에 가봐서 빈집이 아니면 두 사람은 내 마음대로 처리하겠어. 그리고 나머지는 나중에 직접 만나서 얘기하지. 됐나?”
“아유...... 그래도 갑자기 어디로 이사를 가요? 이사님......”
“네 졸개들 거의 대부분이 나한테 잡혀 있을 테니까 아지트가 비어 있을 거 아냐? 그리 가든지...... 그것까지 내가 알려줘야 되나?”
“네, 네...... 그럴게요. 이사님. 일단 이사해 놓고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
“이거 오늘따라 왜 이리 차가 밀리지?”
“허......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큰 길만 벗어나면 골목으로 한 번 가보겠습니다.”
이제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니 불쑥 퇴근이라도 해 버리면 기껏 인천까지 찾아 온 일이 허사가 되어 버린다. 주머니를 더듬어 전화를 꺼내들어 번호를 누른다.
“희숙이니?”
“네, 이사님. 무슨 일이세요?”
“일은 무슨 일...... 그냥 보고 싶어서 그러지.”
“치...... 이사님, 자꾸 그러시면 감동 먹잖아요. 장난치지 마세요.”
“아직 퇴근 안 했지?”
“네, 이제 나갈까 싶어서 정리중이에요.”
“부소장은?......”
“물론 같이 있죠. 제가 차가 없으니까 함께 다니잖아요.”
“그래, 지금 거의 다 왔는데, 차가 많이 밀려서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의왕매장 문제로 할 얘기도 있고 어디 가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
“어머! 정말이죠? 호호호...... 알았습니다. 빨리 오세요.”
전화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는 고개를 빼 앞을 내다본다. 여전히 길은 뚫릴 줄을 모르고 정체가 이어진다.
“안되겠다. 인호야...... 여기서 고작 두 블록 앞인데...... 너는 아예 주유소 들렀다가 기름 채우고 와라. 나는 여기서 담배나 피우면서 슬슬 걸어갈게. 도저히 짜증나서 못 기다리겠다.”
“허허...... 이사님도 참...... 그럼 그러시죠. 제가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꺼내 물고 발길을 재촉한다. 사실 바쁜 일도 없는데 의왕매장의 일이 공연히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다. 마음은 바쁜데 속절없이 전화가 울려 걸음을 늦추게 된다.
“네, 사장님이십니까?”
“아! 최이사님......”
“네, 말씀하십시오. 안 그래도 지금 회사 근처에 있습니다. 들어가서 찾아 뵐까요?”
“아닙니다. 제가 바깥에 나와 있어요.”
“아! 네, 말씀하십시오.”
“저...... 지난번에 병원에서 봤던 강원장이라고...... 기억하지요?”
“네, 네...... 기억합니다.”
“그 친구도 우리 클럽 회원인데...... 요즘 집안에 무슨 우환이 있어서 뭘 좀 알아보는 중인데...... 마침 최이사님 수원 매장 근처에 정보를 알만 한 사람이 산다던데......”
“아! 네, 그래서요?”
“이사님이 거기도 관리를 하고 계시니까 좀 알아봐 주실 수 없나 싶어서......”
“아! 사장님께는 아직 말씀을 못 드렸는데 저, 거기 그만 뒀습니다.”
“아! 그랬어요?”
“허허...... 이거......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도 워낙 경황 중에 갑자기 결정한 일이라서......”
“아! 그렇군요. 그럼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잘 알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
전화를 끊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회장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인데, 아니,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회장이 그리 되도록 조작한 일인데도 회장과는 전혀 교통이 되지 않는 모양이니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회장은 독을 품은 전갈처럼 호시탐탐 요염한 미소 뒤에 숨어서 먹이를 노리고 그 남편이라는 작자는 주색잡기에만 골몰하는 인상이다. 황부장에게 보고를 받고 민희 언니의 집을 암중으로 감시하려고 했던 모양이니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사장이 저런 인사니 황부장이 그 턱 밑에서 비위를 맞춰가며 남모르게 축재를 하는 것도 썩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차장에는 이미 인호가 도착했는지 벌써 차가 들어 와 있다. 하기야 급한 마음에 발걸음만 서둘렀지, 사람이 차보다 빠를 수야 없는 일이다. 머쓱한 표정으로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인사를 해 온다.
“아! 안녕하십니까?”
“으응? 누구시더라......”
“아! 일전에 박부장님 모시고 하모니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아, 아...... 그래?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아! 네...... 일전에 말씀하셨다는 이쪽 애들 말입니다.”
“으응......그게 왜?......”
“박부장님 지시로 저희들 몇 명이 이쪽에 건너와서 감시를 하고 있거든요. 그 중에 몇 놈이 이쪽으로 와서 제가 따라붙은 겁니다. 지금 저 슈퍼 안에 들어가서 뭘 사고 있는지 지금 보이진 않습니다.”
“그래?...... 음...... 미경이가 와 있나?”
“네?......”
“아, 아...... 아니야. 그래...... 수고 많이 하고......”
“네, 네...... 안녕히 가십시오.”
박부장의 마음 씀이 고맙게 다가온다. 다달이 얼마씩이라도 보내주어 형편을 돌아봐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차를 지나치자 인호가 미소를 짓는다. 손을 흔들어 주고 계단을 오르니 직원들은 이미 많이 퇴근을 했는지 빈자리가 대부분이고 준비를 마친 부소장과 희숙이가 달려온다.
“아유, 이사님......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이사님, 반갑습니다.”
“그래, 자...... 일단 나가자. 배고프지? 어디 의왕 쪽으로 가다가 적당한 식당 나오면 차 집어넣어. 내가 뒤따라갈 테니까......”
“네, 알았습니다.”
계단을 뛰어내려 와 차에 오른다.
“자, 인호야...... 저 앞에 벤을 쫓아가면 된다. 저 차 출발하면 따라가자.”
“네,
차에 기대어 앉아 머리를 붙이자마자 눈을 감을 새도 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네......”
“어머! 최이사님, 안녕하세요?”
“으응? 미경씨 아니야?”
“호호호...... 네, 저예요.”
“웬 일이야? 나, 지금 집에 가는 중인데......”
“으응...... 다른 일이 아니고 그저 고맙다고 인사나 하려고 그랬지......”
“뭐가?......”
“호호...... 우리 그이가 노름해서 날린 집을 잡아줬다면서요?”
“으응...... 그거...... 어떻게 알았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피...... 누굴 바보로 알아요? 알았어요.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요.”
대충 얼버무리긴 했지만 눈치가 평소와 다르다. 그러고 보니 사장에게 걸려온 전화도 석연치가 않다. 어쩌면 회장을 통해서 민희와의 관계를 알 수도 있는 일이고 그렇다면 민희의 언니가 수원매장 코앞에 살고 있다는 것도 강주와 연관 지어 뭔가 의심할 수도 있는 일일 것이다. 황부장이 아파트를 되찾기 위해 중간에서 뭔가 모사를 꾸미고 있다면 이미 사장은 벌써 그렇게 알고 강주와 민희를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황부장 마누라 미경이도 강주를 비꼬는 듯, 비웃는 듯 알 수 없는 멘트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음...... 이게 무슨 수작일까?......”
“어, 어...... 아, 저 개자식들이......”
“왜 그래?......”
“아, 네...... 저 자식들 운전을 영......”
“그냥 둬. 저것도 습관인 모양이더라. 운전을 그렇게 배우면 쉽게 못 고치는 모양이야. 그냥 양보해 줘......”
차가 한적한 길로 접어들자 앞지르기를 하려는지 뒤따르던 승합차 한 대가 속도를 올린다. 인호는 그래도 화가 나는지 슬쩍 쳐다보지만 짙은 선팅이 되어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으니 소용없는 일이다.
“어, 어...... 끼이익.......”
앞서 가던 부소장의 벤이 급정거를 해 따라 멈춘다. 끼어들기를 하던 차 때문에 결국 무슨 사고라도 난 모양이다. 순간 인호가 뒤를 돌아본다.
“이사님, 그대로 계십시오.”
대답할 사이도 없이 문을 열고 뛰어내려 앞으로 달려간다. 그저 사고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다. 시커먼 사내들이 우르르 뛰어내려 벤을 감아 싸는 순간 인호의 허리춤에 있던 삼단봉의 위력을 보게 된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몸놀림으로 찌르고 베어가는 모습이 수련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니 어쩌면 수많은 실전경험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휙...... 퍽...... 부웅...... 빠악......”
“크윽......”
강철로 이루어진 쇠몽둥이가 날렵하게 공기를 가르는 살벌한 소리가 강주의 귀에 꽂힌다. 벤의 조수석으로 달려들어 문을 열려는 녀석이 있어 강주도 희숙이의 안전 때문에 더 이상 차에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문을 열고 뛰어내려 덩치에게 달려들어 보지만 휘두르는 야구방망이에 접근할 수가 없어 거리만 유지하는 사이 휘두르는 방망이에 조수석 유리창이 깨지고 희숙이의 비명이 귀를 찢는다.
“꺄아아아아악......”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미 좌측과 전면의 사내들을 처리한 인호가 어느새 돌아와 방망이를 휘두르는 사내의 어깨를 내리쳐 주저앉힌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부소장이 뛰어내리고 강주도 달려들어 희숙이를 부축해 내린다. 희숙이는 너무 놀라 눈물을 흘리며 강주의 품에 안긴다.
“괜찮니? 다치지 않았어?”
“흐흑...... 네에...... 괜찮아요. 엄마......”
이어 뒤쫓아 왔는지 조금 전 영진유통 주차장에서 만났던 박부장의 후배가 차를 세우고 달려온다. 이미 상황은 정리되었지만 불과 일 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은 순식간의 일이었으니 그를 나무랄 일도 아니다.
인호는 신속하게 무리들을 끌어 모아 길가에 엎드리도록 통제를 하기 시작한다. 걸음을 옮기기 힘든 놈들도 있는지 부소장이 오히려 부축을 해 주는 지경이다.
“이리 엎드려. 새끼들아. 빨리, 빨리...... 어디 한 군데 더 부러지기 전에......”
“괜찮으십니까? 제가 그만 도착이 늦었습니다.”
“아, 아......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모양이야. 괜찮아.”
박부장의 후배는 차에 청 테이프를 싣고 다니는지 차를 뒤적여 꺼내오더니 엎드린 녀석들을 뒤로 결박해 버리고 인호가 강주에게 다가온다.
“이사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일단 누가 보낸 놈들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상황이 이게 전부인지 모르잖아? 패거리가 더 있다면서...... 우선 용인으로 끌고 가는 게 어떻겠어?”
“네, 알았습니다. 그럼...... 차는......”
“아, 제가 타고 온 차를 일단 길가에 세워 두고 다음에 끌고 가겠습니다.”
“아! 그럼 일단 이 자식들 휴대폰하고 소지품 전부 압수하고 차에 실읍시다. 내가 뒤에서 감시를 할 테니까 형님이 앞에서 운전을 하세요. 그럼...... 이사님 차는 이사님이 직접 운전을 하셔야겠습니다.”
“그래, 일단 희숙이는 내 차를 타고 부소장은 바로 가서 차부터 고쳐. 내일 의왕에서 만나기로 하지.”
“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강주에게 있어 희숙이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회장뿐이다. 물론 잘못 알고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회장은 희숙이가 강주의 약혼녀인줄 알고 있으니 미경이가 희숙이를 납치하려 했다면 이미 회장에게서 모종의 언질이 있었다는 결론이다. 강주의 손발을 끊어내기 위해서 기존 회사를 퇴직시키고 의왕매장을 압박해 가는 과정에 회장에게 편승해서 잃었던 아파트를 되찾기 위한 암수라고도 볼 수 있으니 황부장과 미경이라면 능히 그럴 법도 한 일이다.
문득 회의가 밀려 와 차라리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고 싶은 감정이 올라온다. 어차피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수원매장이야 여전히 건재하고 의왕도 역시 전무와 협의를 이룬 상태니 물건 공급에 하자가 있을 리 없다. 기존에 건너와 있는 직원들 몇이야 다소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의왕에 자리를 만들자면 썩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차를 돌리고 한참이 지나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차는 산속 길을 달려 넓은 공터로 들어선다. 정필이가 꾸며뒀는지 컨테이너가 세 채나 들어서 있고 입구에는 사내들로 어수선하다. 희숙이가 긴장을 했는지 바짝 붙어 앉는다.
“희숙아, 괜찮아. 겁내지 마. 내가 아는 사람들이야.”
“아! 네......”
차를 세우자 정필이가 뛰어나온다.
“아! 매형. 어서 오세요. 소식 듣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들한테 금방 소식이 하나 더 들어 왔는데......”
“무슨 소식?......”
“네, 용현동 무슨 빌라라는데 조금 전에 이 새끼들이 여자를 한 명 납치했다는데 혹시 매형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몰라서......”
“뭐야? 그럼......”
정확한 것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정필이가 설명하는 위치가 본점 점장의 부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혹시 아니더라도 철부지 양아치 자식들이 부녀자를 납치하려 든다면 일단 막고 볼 일이다. 게다가 만약 정말로 점장의 부인이라면 미경이가 이미 희숙이의 납치를 실패한 것을 알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그 사람 무조건 구해야 돼. 어서 가자.”
“여기서는 가 봐야 이미 늦어서 안 됩니다. 지금 차로 따라 붙었다는데 우리 쪽이 인원이 둘 뿐이라서 막아서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이고, 일단 위치만 파악해 두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럼 추격만 하고 있다는 얘기야? 저 쪽은 몇 명이라고 하는데......”
“대강 다섯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정확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저하고 계속 통화하기로 했으니까 기다려 보시죠.”
끌고 온 녀석들을 컨테이너에 감금하고 인호가 돌아와 강주 옆에 선다. 강주의 표정을 살피고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는 표정이다. 정필이가 설명을 하자 승용차에서 목검 두 자루를 꺼내 들고 온다. 역시 두 자정도 되는 짧은 목검이다.
“그럼, 이사님......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마침 여기 끌고 온 승합차도 있고 정필이 형님 승합차도 있으니까 가능하면 싹 잡아오겠습니다. 아까 저 놈들 정도라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으니까 정필이 형님이 인원이나 좀 붙여주십시오. 늦어도 새벽까지는 돌아오겠습니다.”
“인호, 괜찮겠어?”
“네, 이사님은 이곳에 그냥 계시든지 아까 들어오는 입구에 모텔이 하나 보이던데 그곳에 가서 편히 기다리십시오. 마침 형수님도 계신데 여기는 아직 모기가 많아서......”
인호가 둘의 관계를 짐작했는지 형수라는 말에 팔짱을 끼고 있는 희숙이가 고개를 숙이고 강주의 팔을 더욱 끌어당겨 가슴에 묻는다.
“그럼 정필이 네가 인원을 좀 차출해봐.”
“네, 알았습니다.”
사내들이 몰려다니며 차에 분승하고 이내 공터를 빠져나간다. 잠시 후 조용해진 공간을 둘러보니 이곳저곳 불을 밝혀 산 중에 제법 아늑한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저...... 매형, 삼겹살이 조금 있는데 소주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으응...... 그래, 그게 좋겠다.”
“그럼 이쪽에 모닥불 옆으로 오시죠. 형수님도 이리 오세요.”
“야, 너는 무슨 족보가 그러냐? 매형이라고 했다가...... 이젠 형수라고...... 하하하......”
“허허...... 참, 뭐라고 부르기가 영 마땅찮아서......”
“하하...... 그래, 알았다. 자, 희숙아...... 저쪽으로 가자.”
“푸훗...... 네......”
불가에 앉아 소주를 마시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점장 부인에 대한 걱정이다. 그 여자도 잘못된 선택으로 황부장과의 거래에 휘말려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된 셈이다. 강주가 황부장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일 수 있는 사람이니 미경이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를 일이다.
“이사님...... 이제 그만 쉬어야죠.”
“으응? 그래......”
“저...... 매형, 여기 컨테이너에라도 들어가서 좀 쉬시죠? 허허...... 우리끼리 쓰는 곳이라 좀 더럽긴 하지만......”
“뭐, 산 중에 이만하면 호강이지. 그래...... 희숙아, 들어가자.”
컨테이너 속은 그래도 제법 정리가 되어 있어 소파도 있고 한 옆으로는 다섯 명 정도는 편안히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썩 좁지는 않았다.
“아우...... 남자 냄새......”
희숙이가 긴장이 많이 풀렸는지 코를 쥐고 예쁘게 이마를 찡그린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춰준다.
“쭈우웁...... 후후...... 조금만 참아. 곧 익숙해질 거야.”
“자, 이리 눕자. 간 사람들은 간 사람이고 여기서 걱정해 봐야 도울 길도 없으니 그만 잊어버리자.”
옆으로 누워 품에 안겨오는 희숙이의 엉덩이를 두들겨 주니 콧소리를 내며 앙탈을 부린다.
“으흥...... 오늘은 저 조심해야 하는 날이에요. 그냥 자요. 바깥에 사람들도 있는데......”
“야, 요새 내가 바빠서 너하고 얼마나 오랜만인데...... 그냥 잘 수야 없지......”
“치...... 그럼 덜컥 임신이라도 하면 또 떼어내란 말이에요? 그게 여자들한테는 얼마나 힘든 일인데......”
“에휴......”
“그럼 가만히 있어요. 내가 해 줄게...... 그 대신 소리 내면 안 해 줄 거니까 조용히 하고 있어요.”
“큭...... 그래, 알았어......”
“그럼 여보...... 라고 해 줘요.”
“그래, 여보...... 우리 여보......”
“쭈우우웁...... 흐루룹...... 으으흡......”
진한 입맞춤 후에 강주에게 미소를 보내며 강주의 허리띠를 풀어 내린다. 엉덩이를 들어 도와주니 팬티까지 단번에 끌어내려 다리에서 걷어낸다. 앵두 같은 입술을 열어 혀끝으로 맛을 보는 듯 귀두를 간질이다 가득 쥔 손으로 흩어 내려 마스터베이션을 시작한다.
“흐으윽......”
“쉿...... 아이 참......”
눈을 크게 흘기며 불알을 입 안으로 빨아들인다. 아슬아슬한 통증과 쾌감이 교차해 절로 희숙이의 머리에 손이 가게 한다. 여전히 불알을 갖고 놀듯 뱉었다가 빨아들이는 입놀림에 머리 위엔 별이 쏟아진다.
“으으으으흑...... 희숙아...... 몸을 이쪽으로......”
“아이...... 손도 안 씻고선......”
“빨리......”
희숙이가 몸을 돌려 엉덩이를 강주 쪽으로 내밀고 강주는 서둘러 희숙이의 바지 지퍼를 내린다. 잠시 희숙이도 동작을 멈추고 허리를 펴 강주의 손길을 돕는다. 박속처럼 희고 고운 희숙이의 엉덩이 밑으로 강주의 손길을 기다리는 꽃잎이 펼쳐져 있어 머리 위로 다리를 넘겨 입술을 가져간다.
“쭈우웁...... 후루룹...... 후룩......”
“아흑...... 아하....... 살사알......”
희숙이도 흥분에 겨워 고갯짓이 빨라지고 손놀림은 더욱 빨라져 강주를 흥분으로 몰아넣는다. 희숙이의 고운 꽃잎은 강주의 혀 놀림으로 이리저리 형체를 잃어가며 흩어진다.
“아흑...... 턱...... 턱, 턱, 아흑......”
손가락을 집어넣어 몇 번 흔들어 주자 울컥 물을 쏟는다. 입을 들이밀어 모두 빨아들이고 입술로 공알을 살짝 물어 흔들어주니 그대로 얼굴 위로 엎어져 버리고 앙탈을 부린다.
“이 씨...... 자꾸 그러면 안 할 거예요.”
“알았어. 어서 해......”
“턱, 턱...... 쭈우웁......”
강주도 절정이 머지않은지 허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다리에 뻣뻣하게 힘이 실리자 희숙이도 감지하는지 더욱 팔놀림에 속도를 더한다.
“턱, 턱, 턱...... 쭈우웁....... 울컥....... 꿀럭....... 우웁...... 꿀꺽, 꿀꺽......”
강주의 좆에서 밀려나오는 분신들을 모두 삼킨 희숙이가 좆을 꼭꼭 눌러 짜내 마지막 남은 것까지 처리를 해 준다.
“쭈우웁...... 쩝...... 흐루룹.......”
깨끗이 정리를 하곤 강주의 심벌을 톡톡 건드려 자리를 잡아 준 후 강주를 돌아보며 손부채질로 애교를 부린다.
“아우...... 냄새야......”
“후훗...... 나만 해서 어떻게 하니? 미안하게......”
“아니에요. 나도 한 번 했어...... 킥...... 어머! 어떻게 해? 얼굴 좀 봐...... 입 좀 닦아야겠다......”
핸드백에서 물티슈를 꺼내 강주의 얼굴을 닦아준다. 천천히 좆을 다시 닦아 주고는 팬티와 바지를 입혀준다. 문득 희숙이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강주에게 몰입하면서 일과 사랑을 모두 찾아가는 안정된 모습이지만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공연히 마음이 쓰여 측은해진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희숙이가 흔들어 깨워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앉는다.
“음...... 응...... 그래, 이제 깼어......”
“이사님...... 밖에 사람들 왔나 봐요. 찻소리도 들리고 무척 시끄러운데......”
“으응, 그래...... 나가 보자.”
두 대의 승합차에서 여러 명의 사내들이 모두 뒤로 결박당한 채 끌려나오고 있었다. 인호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아! 이사님, 여기 그냥 계셨군요.”
“그래,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네, 이 자식들 전부 자빠져 자고 있어서 손쉽게 제압했습니다. 아주 양아치 같은 어린놈들뿐이에요. 경비 서는 놈도 없이...... 그나저나 여자 한 명이 이놈들한테 강간당한 채로 묶여 있어서 데리고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아! 지금 어디 있지?”
“저기 승용차 안에 따로 태워 왔습니다.”
근처로 가서 얼굴을 확인하니 역시 여자는 점장 부인이었다. 차 문을 열고 옆으로 올라탄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머! 이사님...... 아유...... 여긴 어디에요? 흐흑......”
강주를 보고 긴장이 풀리는지 눈물부터 쏟지만 받아줄 시간이 없다.
“울지 말고 어서 말이나 해 봐. 시간 없어.”
“몰라요. 흐흑...... 회사에서 남편 심부름을 왔다고 해서 열어 줬는데...... 갑자기 칼을 들이대고......”
“회사에서 왔다고? 음...... 황부장 마누라가 보낸 게 맞는 모양이군.”
“네에?......”
“몇 명한테 당했어?”
“몰라요. 무서워서 기억도 안 나요. 몇 명인지도...... 흐흑......”
“일단 병원으로 가자.”
“어흑...... 아니에요. 병원 싫어요.”
“일단 진찰부터 받아. 무슨 병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정액 채취도 해 둬야 이 자식들이 발뺌을 못하지.”
“......”
“그리고 지금 달리 갈 곳도 없잖아? 이대로 집에 갈 수 있겠어?”
“안 돼요. 남편한테 뭐라고 해요.”
“그러니까 병원에서 검사도 받고 하루 입원해 있어. 점장한테는 잠깐 급한 일이 있어서 친구 집에 갔다고 둘러대든지......”
점장 아내를 태운 차는 다시 시내로 나가고 강주는 정필이를 돌아본다.
“그래, 지금 오신 손님들은 어떻게 하고 있어?”
“네, 지금 팔 다리 부러진 놈들이 몇 명 있어서 부목을 대 주고 있습니다.”
“아! 그래? 병원은 안 가도 괜찮을까?”
“아유...... 병원에 가면 큰일 나죠. 그냥 약이나 사다 먹이면 됩니다.”
“그래, 일단 도망 못 가게 붙잡아 놓고 여기서 정신교육 좀 시키고 있어. 다시는 양아치 짓 못하도록 말이야.”
이제 먼동이 트고 있다. 이미 이 거래를 끝내기로 마음먹은 터라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꺼내든다. 시간이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참만에야 전화를 받는다.
“황부장?......”
“아, 아...... 네, 이사님......”
“당신...... 부인에게 아파트에 대해서 말을 한 모양이더군.”
“아, 네...... 그게 좀......”
“바꿔 봐요. 보아하니 당신은 잘 모르나 본데......”
“아! 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여보...... 여보......”
전화 저쪽에서 미경이를 흔들어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멀쩡한 사람을 둘씩이나 테러를 지시해 두고 태평스럽게 자빠져 자고 있다니 강심장인지 무모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여자다. 아직도 잠결인지 목소리가 얼떨떨한 느낌이다.
“네, 이사님?......”
“음...... 미경씨, 보내 준 선물은 잘 받았어.”
“네?......”
“그나저나 점장 부인은 저 놈들한테 윤간을 당해서 지금 병원에서 정액채취를 하고 있거든. 미경이, 네가 시킨 일이라는 자백도 모두 받아 낸 상태고 말이야.”
“이사님, 이사님......”
“시끄러워. 듣고만 있어. 황부장이 점장 마누라를 강간했다는 증거를 내가가지고 있어서 그런 모양인데 이젠 너도 무사할 수 없게 됐어. 황부장은 강간으로...... 너는 강간교사에 범죄단체 조직으로 쳐 넣어 버릴 거야. 보아하니 이 자식들이 타고 다니는 차도 네 이름으로 등록 되었던데...... 아지트도 그럴 거 아니겠어?”
“......”
“물론 회장님이 지시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회장님에게 보고를 해서 도와달라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야. 증거가 너무 명백하고 회장님도 손에 더러운 것 묻히기 싫어하는 양반이니까...... 그건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게다가 너하고 나하고 비교를 하자면 누구 몸값이 더 나가겠어? 공연히 찧고 까불다간 너만 버림받겠지?”
“저기...... 이사님, 우리 만나서 얘기해요. 제가 다 말씀 드릴게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그래?...... 좋아...... 너도 자식들이 있을 테니 기회를 주긴 주겠어. 단, 오늘부로 이삿짐을 싸서 나가. 황부장을 통해서 내 책상 위에 아파트 키 올려두라고 해. 내가 나중에 가봐서 빈집이 아니면 두 사람은 내 마음대로 처리하겠어. 그리고 나머지는 나중에 직접 만나서 얘기하지. 됐나?”
“아유...... 그래도 갑자기 어디로 이사를 가요? 이사님......”
“네 졸개들 거의 대부분이 나한테 잡혀 있을 테니까 아지트가 비어 있을 거 아냐? 그리 가든지...... 그것까지 내가 알려줘야 되나?”
“네, 네...... 그럴게요. 이사님. 일단 이사해 놓고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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