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 4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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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92회 작성일 20-01-17 15:09본문
-48부-
“어머! 그럼 우리 매장에 부소장님이 두 분이 오시는 거예요?”
“그렇다니까...... 거의 다 왔다고 전화 왔으니까 아마 조금 있으면 올 거야. 그럼 부소장님이 대강 인수인계 해주시고 바로 퇴근하세요. 사직서는 미쓰김이 대신 보내는 것으로 하고......”
“네, 그럼...... 인천으로는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겠습니까?”
“좀 쉬셔도 좋겠지만 저쪽에 영업과장 자리가 비어있으니까 바로 내일부터 출근을 하세요. 전에 총무과 김과장도 있으니까 낯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여기서 불명예 퇴직한 것으로 알고 계셔야 합니다.”
“아! 네, 그 말씀은 다 알아들었습니다.”
잠시 후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본사에서 면담을 끝낸 부소장들이 들어온다.
“반갑습니다......”
“오! 어서 와. 자네들도 어리둥절하지? 자, 부소장님...... 나가서 인수인계해 주세요.”
“네, 자...... 나갑시다.”
“음...... 미쓰김은 계속 전화로 내 지시를 받으면 되니까 수시로 나한테 전화로 보고를 하고......”
“네, 그럴게요. 와...... 그러면 이젠 새 전무님하고 소장님하고 친해진 거예요?”
“응? 친해져?...... 하하하...... 그래, 전무님하고 친해진 셈이지......”
담배를 피워 물고 주차장으로 나선다. 자칫하면 이 기반이 송두리째 사라질 수도 있었으니 더욱 더 주차장을 가리고 있는 분홍빛 천막에 애착이 간다.
“거 참, 잘 만들었단 말이야...... 으응? 아니?...... 저 인간 황부장 아니야”
길가에서 고개를 뒤로 꺾어 아파트를 올려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와 황급히 몸을 숨기고 전화를 꺼낸다.
“누님, 난데...... 지금 누가 올라가서 민희 소식을 물어볼지도 모르겠네......”
“누가?...... 아까 엄마한테 전화 왔는데 아침 일찍 누가 집에도 왔다 갔다던데...... 엄마가 지금 걱정이 태산 같으셔......”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내가 데리고 있는데......”
“으응...... 그렇게 말씀은 드렸어. 나도 그냥 모른다고만 하면 되는 거지?”
“으응, 그래. 그럼 끊어요.”
황부장이 민희의 언니를 왜 찾아왔는지 짐작할 만한 일이지만 내색을 할 수도 없으니 짐짓 모른 척 하기로 한다. 남편이란 놈은 찔리는 것이 있으니 찾아 나서지도 못하고 오히려 정부가 찾아다니는 꼴이라니 요지경 속이다.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은 전화가 요동을 친다.
“네......”
“아! 매부, 접니다.”
“아! 처남, 그래, 좀 알아봤습니까?”
“네...... 그 회장 밑으로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하고 결혼 한 딸이 하나 있는데 집은 대치동 아파트에서 살고 사위는 그저 무역에 말단으로 일을 하고 있던데요. 그 딸이라는 게 노상 수영장이나 다니고 증권 객장에나 나가있는 게 일이더라고요.”
“달리 만나는 사람이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닙니까?”
“네, 혹시 바람이라도 피지 않나 해서 전화도청까지 해 봤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시 모르지요. 휴대폰은 저희가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그런데 사위가 그저 말단으로 있다고요?”
“네, 그리고 아들은 회장과 한 집에서 살지만 아직 학교에 다니는 애라서 뭐...... 볼 것도 없고요.”
“제가 사무실에 가서 메모 좀 할 테니까 주소 좀 다시 불러 주세요. 잠시만이요......”
강주는 사무실에 돌아와서 시집간 딸의 이름과 주소, 잘 다닌다는 증권회사 객장과 수영장 등을 메모하고 포켓에 집어넣는다.
“음...... 현유미라......”
“네?...... 소장님. 뭐라고 하셨어요?”
“으응?...... 아니. 너 예쁘다고 했어.”
“피......”
“후훗...... 미쓰김 나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지?”
“하나도 안 반갑네요. 뻿......”
돌아보며 혀를 내미는 미쓰김 뒤로 사무실 전화벨이 울린다.
“네......”
“아! 네, 언니”
강주도 아는 사람인지 미쓰김이 전화를 받으며 강주를 돌아본다.
“아니요. 여기는 잘 들어오는데요.”
“왜? 누군데?......”
“아니요. 내가 소장님한테 여쭤보고 전화 드릴게요. 네, 네......”
미쓰김이 전화를 끊고는 강주를 돌아보며 입을 연다.
“소장님, 몇 개 거래처에서 의왕에 물건 공급을 안 해 준다는데요.”
순간 강주는 눈을 감고 의자 뒤로 깊숙이 몸을 묻는다. 나름대로 짐작되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으음...... 손발을 완전히 자르고 영진에만 몰두하라는 얘기인가?......”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공급처 본사나 지점이 인천에 있는 회사라면 인천 쪽의 영진에서 소화해 내는 전체물량이 크기 때문에 암중에 거래중단 위협을 해 온다면 단일 매장인 의왕보다는 전체 영진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소장님...... 어떻게 하라고 할까요. 말씀을 해 주셔야지요.”
“그런 거래처가 어디, 어디야?”
미쓰김이 나열하는 회사들 중에는 인천에 본사나 지점이 없는 회사들도 더러 끼어 있는 것이 의아한 일이다. 강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메모를 받아 챙겨 그 중에 알만한 곳 한 군데 지점장에게 전화를 넣는다.
“안녕하십니까? 저 의왕매장에 최강주입니다.”
“아! 네, 네......”
“음...... 요즘 물건 공급이 잘 안 되나요? 다른 곳은 지금도 출고가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며칠만 좀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말씀해 보세요. 지점장님, 저하고 이럴 사이 아니잖습니까?”
“아, 아...... 이거 참 곤란한데...... 이상한 일이지만 저희 윗선에서 그런 지시가 왔어요. 무슨 착오가 있는 모양인데 저희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니까 며칠만 참아 보십시오. 저도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상부지시에 안 따를 수도 없고......”
“아! 네...... 무슨 말씀인가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지요.”
역시 회장의 작품인 모양이다. 문어발처럼 여기저기 선이 안 닿는 곳이 없을 테니 이리저리 통하여 강주의 의왕매장을 압박하는 모양이다. 여자들을 동원하여 환락을 맛보여주고 치마폭에 감싸 안아 주무르기 좋도록 요리해 둔 후에 기존에 관리하던 곳을 하나 둘 끊어내어 오로지 자신의 수하에 두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경영자로서 강주를 아끼는 점만 평가하자면 대단한 총애를 받는 셈이지만 이런 무모한 편집증적인 관심 뒤로는 수많은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회장의 생각으로는 당장 강주를 곤란한 지경으로 몰고 가 뒷돈을 빌려주어 모면케 했으니 강주를 여자 뿐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더욱 완벽하게 구속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나이트클럽에서의 대화로 직원들의 처지를 걱정해 주는 강주의 마음씀씀이도 알고 있으니 이제 의왕매장을 압박해 인천매장과 교류를 하고 있다는 핑계로 어떤 접근을 시도하려 들지 모를 일이다.
“허허...... 자매결연이라도 맺자는 거야? 뭐야?......”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벌떡 몸을 일으킨다.
“왜요? 소장님......”
“으응?...... 아, 아니야.”
혹시 의왕을 압박해서 흡수를 하려는 수작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나가니 소름이 돋아 오른다. 물건 공급이 어려워지면 영진유통을 거쳐 공급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영진의 지휘 통제 아래에 놓이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발톱을 드러내는 회장의 암수에 걸려들을 것이고, 종국에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일이니 그저 장난처럼 두고 보기엔 강주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안위를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참 나...... 이거 잘못하다간 진정이하고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으니......”
“소장님, 도대체 못 알아들을 얘기만 하시고......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음...... 미쓰김은 신경 쓰지 말고 여기 관리나 잘 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주변을 정리해 짐을 챙긴다. 일단은 매장에서 사라져야 하니 미쓰김도 주섬주섬 거들고 나서며 강주를 훔쳐본다.
“저...... 소장님.”
“응......”
“이제 자주 안 오실 거죠?”
“쿡...... 자식...... 왜?...... 섭섭해?”
“칫...... 그렇잖아요. 소장님이 짐을 싸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일손을 멈추고 미쓰김을 안아주니 품안으로 빨려 들어오듯 안겨오고 고개를 들어 입을 맞춰간다.
“흐읍...... 쭈우우웁...... 후루룹......”
“아학, 소장니임......”
“미쓰김, 너무 마음 쓰지 마. 틈 내서 자주 올 거야.”
“그래도 싫어요. 소장님...... 우리 잠깐 나가요. 네?......”
턱밑에서 단내를 풍기며 강주를 마음 써주는 미쓰김이 오히려 안쓰럽다.
이미 낯설지 않은 별실창고 침대 곁에서 두 사람은 마치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처럼 서둘러 거추장스런 옷가지를 떼어내고 있다. 심상치 않은 주변 분위기에 정인을 위험한 곳으로 보내는 마음인지 미쓰김은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쭈우웁......으흠......”
미쓰김의 작은 가슴은 강주의 손에 의해 형체를 잃어가고 작은 입술은 한껏 벌려 타액을 받아내느라 향내를 풍기며 오물거린다.
“으으흠...... 하악.”
잔뜩 벌린 사타구니로 강주의 몸을 끌어당기니 미쓰김의 가지런한 거웃이 강주의 몸 밑에서 바스락거리며 촉감으로 느껴진다.
“후욱, 쑤우우욱......”
“아아아흥....... 소장니...... 임......”
“괜찮아?......”
“아흑, 네...... 괜찮...... 아요...... 어서......”
“후욱, 후욱...... 쑤우욱......”
한참의 좆질에 울음을 터뜨린다. 밀고 오는 흥분에 섭섭함이 더해져 알 수없는 기분으로 강주를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교차하는 감정에 끌어안은 손으로 강주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흐흑...... 하악...... 허어어엉.......”
“후욱...... 후욱......”
“어헝...... 나빠요...... 얼마나....... 하악...... 놀랐는데......”
“후욱...... 뭐를......”
“흐흑...... 흐흑...... 감사 나온 거...... 아학...... 전화도 안 해주고......”
사정기운이 올라오자 미쓰김의 오금을 팔에 걸고 빠르게 사타구니를 공략한다. 이미 미쓰김은 물을 터뜨려 질 주변이 흥건하게 젖어 흐른다. 얼굴은 눈물이 타고 흐르고 입가는 강주의 타액으로 온통 번질거린다. 강주의 빠른 허리놀림으로 미쓰김의 눈동자가 넘어간다.
“하악, 하악, 하악......”
“후욱, 훅, 훅, 훅...... 으으으으흑...... 울컥....... 꿀럭......”
“아아아아항...... 소장니임...... 사랑해요......”
쏟아지는 물줄기 밑에서도 한동안 입을 맞춘 채 떨어질 줄 모른다. 작은 젖가슴은 강주의 몸에 밀착해 형체도 없어지고 어린아이 같은 가녀린 몸매가 강주의 품 안에서 오들거리며 떨고 있다.
배웅하는 미쓰김을 뒤로 하고 주차장 파라솔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인호를 부른다.
“인호야, 가자......”
“네, 이사님. 어디로 모실까요.”
“우선 무조건 서울 방향으로 가자. 고속도로로 올려.”
떠나는 차 안에서 민희에게 전화를 한다.
“음...... 민희야. 너...... 혹시 회장 딸 본 적 있니?”
“그럼 결혼할 때도 보고 그 밖에도 여러 번 봤는데...... 왜?”
“무작정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틈이라도 보이는지 알아봐야지. 혹시 사진 있어?”
“있기야 있지만 구로동 집에 있는데...... 아! 내 홈피에도 있으니까 찾아보고 폰 메일로 보내줄까?”
“오! 그래? 그럼 지금 바로 보내 봐. 될 수 있으면 여러 장...... 얼굴 잘 나온 걸로......”
“으응...... 근처 피시방에 가야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전화를 끊고 이번에는 본사로 전화를 한다. 어느덧 달리는 차 안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이 예전에 고관들 차 안에 왜 카폰이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지경이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강주의 하루하루가 바쁘게 흘러간다.
“네, 수원 최소장입니다. 새 전무님 좀 연결해 줘요.”
“네, 기다리십시오.”
“네, 저...... 최강주입니다. 좀 뵙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내가 지금 나가봐야 하는데...... 무슨 일이지? 전화로 하면 안 되는 일인가?”
“아, 아닙니다. 그럼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
할 수 없이 영진과 의왕매장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무에게 털어 놓는다. 하지만 이미 전무와는 암묵적인 거래로 나름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상태에 있으니 장애가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전무 입장에서도 강주가 자신과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확인하게 되면서 비로소 강주의 수완에 혀를 내두른다.
“허허...... 참, 최소장. 자네 대단한 친구로구먼. 그동안 그렇게 감쪽같이 일처리를 해 왔다는 말이야? 허허허......거 참...... 그렇다면 설혹 우리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어도 아무 일도 아니었겠구먼......”
“아닙니다. 이제야 말로 전무님께 신세를 좀 져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부족한 물건은 우리 회사 창고에서 물건 출고를 할 수 있게 코드를 하나 부여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신세는 무슨 신세...... 오히려 내가 갚아야 할 일이지.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알았네. 그렇게 처리해 줌세. 그리고 이제 술도 한 잔 해야지. 같은 이사급인데...... 응? 하하하......”
“아이고, 참...... 별 말씀을...... 다음에 한 번 불러주시면 모시겠습니다.”
방향을 바꾸어 강주를 태운 차는 대치동 한 증권회사 마당으로 들어서며 중얼거린다.
“씨바...... 이 계집애가 있으려나...... 그나저나 내가 증권에는 까막눈이라......”
객장에 들어선 강주는 이리저리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휴대폰의 얼굴을 확인한다.
“씨바...... 죄다 얼굴에다 잔뜩 쳐 발랐으니 어느 년이 어느 년인지 알 수가 있나?”
순간 데스크의 아가씨와 뭔가 속닥거리는 여자가 닮아 보여 접근을 한다. 일부러 큰 소리로 아가씨에게 말을 걸면서 여자의 표정을 살핀다.
“저...... 아가씨, 영진유통 주식이 얼마예요?”
“저기 보시면 나와 있는데요?”
“아! 제가 이게 처음이라 잘 몰라서 그래요. 오늘 좀 살까 싶은데......”
대화중간에 끼어들어서 그러는지 강주를 마주보는 얼굴을 정면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폰 속의 얼굴, 바로 그녀였다. 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말을 건다. 그녀도 영진유통이란 소리에 관심을 갖는 눈치이니 틀림없는 모양이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곳이 처음이라 어디 물어 볼 데도 없고......”
“아! 네...... 괜찮습니다. 저는 볼 일 다 끝났으니까 말씀하세요.”
“음...... 손님 얼마나 하실 겁니까?”
“뭐...... 한 오천 정도......”
회장 딸도 기울였던 몸을 바로 세워 다시 바라보는 눈치다.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모양이다. 아가씨가 의아하다는 듯 강주에게 다시 확인을 한다.
“어머! 처음 하신다면서 한 종목에 오천씩이나 하세요? 영진은 언제 오를지 잘 모르는 종목인데......”
“아! 괜찮습니다. 그냥 그렇게 해 주세요. 제가 명색이 그 회사 이사를 지내고 있는데...... 이제 값이 오르도록 열심히 일을 해야지요.”
회장 딸에게 잘 들리도록 또박또박 말을 하고 아가씨가 요구하는 서류를 작성하며 곁눈질로 바라보니 그녀도 강주의 말에 관심 있어 하는 눈치를 보내온다. 카드를 아가씨에게 건네주고는 말을 걸어본다.
“음...... 실례지만 투자를 많이 하시나요?”
“네...... 아니요. 저도 뭐 심심풀이로 조금 하는 편이에요.”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그 회사 이사로 재직 중이시라고 하셨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그럼 혹시 성함이......”
“아! 혹시 누구 아시는 분이라도?...... 저는 최강주라고 합니다만......”
“어머! 최이사님...... 호호호...... 제가 그럴 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아니? 저, 저를 아십니까?”
의외로 강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양이다. 어렵게 접근을 했는데 산통을 깨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지는 순간이다.
“호호...... 네, 저희 엄마가 영진 회장님이세요. 엄마에게 몇 번 말씀 들은 적이 있었어요.”
“아! 이런 기막힌 일이...... 정말이십니까? 하하하...... 아유...... 처음 뵙겠습니다.”
우연을 가장한 강주는 반갑다는 듯 손을 내밀고 회장 딸 유미는 자신도 반가운지 그 손을 마주 잡아 흔든다.
“어머! 그래도 너무 자신감 넘치는 거 아니에요? 처음 투자에 오천씩이나...... 엄마에게 듣던 대로네요. 호호호......”
“아! 예...... 마침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지금 퇴직금을 받아 가는 길이었는데...... 그냥 두자니 괜히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요.”
아가씨가 모든 처리를 끝내고 뭔가 설명을 해 주려 하자 강주는 손사래를 친다. 그저 잔뜩 안겨주는 유인물을 받아들고 고개를 돌린다.
“아, 아가씨 됐어요. 여기 마침 아는 분을 만났으니 이분에게 여쭤보지요. 자, 어디 가서 차라도 한 잔 하시지요?”
“네, 그럴까요. 아유, 참 반갑네요.”
객장을 빠져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인호가 차로 접근한다. 인호에게 유인물을 들려주고 몸을 돌린다.
“아니야, 근처에서 차 한 잔 하고......”
“네, 알았습니다.”
“어머! 누구예요?”
“네, 제가 다른 회사에도 일을 봐 주고 있는데 거기 직원입니다. 요즘 제가 전화 쓸 일이 많아서 운전하기가 껄끄럽다 보니까......”
“아! 네...... 그러시죠. 바쁘실 테니까...... 우리 저기로 들어갈까요?”
전면에 커다란 유리창으로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는다. 커피를 차려주는 사이 유심히 쳐다보니 제법 고운 얼굴에 가지런한 치아가 인상적이다.
“그래...... 주식에 대해서 궁금한 게 어떤 거예요? 뭐, 저도 잘은 모르지만......”
“아니에요. 궁금하긴요. 아까 그 유인물 보니까 다 나와 있는 것 같던데요. 그냥 이렇게 만난 게 신기하기도 해서 그저 데이트 신청 한 번 해 본 거예요. 하하......”
“어머! 이사님도 참...... 안 그래도 엄마가 한 번 만나 보라고 하시던데......”
“저를 만나라고 하셨다고요?”
“그야 뭐...... 우리 회사 이사님이니까 그저 한 번 인사나 나누라는 말씀이셨겠지요.”
“아! 네...... 그나저나 댁이 이 근처신가 봅니다.”
“네, 저 위에 아파트에 있어요. 달리 할 일도 없으니 운동이나 하고 이렇게 증권이나 기웃거리고 살아요. 호호호......”
“부군께서는?......”
“무역에 나가고 있어요.”
“그럼 어느 분이신가요? 제가 이미 인사를 나눈 분인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모르실 거예요. 그저 말단인데......”
“아니?...... 회장님 사위이신데, 말단이라니요?”
“으음...... 저희 엄마가 원래 그러세요. 당신 눈에 안 차면 기회도 안 주는 걸요. 그런 걸 보면 이사님께선 대단하신가 봐요? 그렇게 자랑을 하시던데......”
“허허...... 참, 그래도 그렇지......”
“오죽하면 제가 매일 여기 나와서 저것만 바라보고 있겠어요?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아, 아...... 그러시구나...... 그래도 뭐, 언제까지 그러시겠어요. 조금만 참고 지내다 보면 화가 풀리시겠지요.”
“그렇겠지요. 죄송해요. 괜히 칙칙한 얘기를 해서......”
“아, 아닙니다. 그럼 이만 일어설까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뵙죠.”
“네, 그러죠. 안녕히 가세요.”
강주는 명함을 건네주며 다시 말을 잇는다.
“저도 연락처 하나 주시겠어요? 혹시 제가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아! 네...... 저...... 현유미예요......”
그녀의 전화번호를 메모하고 돌아서 나오며 손을 흔들어 준다. 연꽃이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시궁창 속에서도 필 수 있는 것인지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음에도 자기 사랑을 찾아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다니 갸륵한 일이다. 회장의 성품으로 본다면 능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니 마음에 차지 않는 사위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어찌 틈이라도 있으면 공략해 두고 협상카드로 사용하려 했던 마음이 일거에 사라져 버린다.
“으음...... 그러면 아들이라는 놈을 만나 봐야 하나?......”
“어디로 모실까요? 이사님......”
“음...... 일단 인천으로 가자. 용현동으로......”
이제 거래처와의 계약도 거의 조정되었을 테니 다시 희숙이를 의왕매장으로 복귀 시켜야 한다. 회장이 본격적으로 의왕을 공략하려 한다면 그 대비를 시켜야 하니 데리고 있던 부소장은 영진의 점장이 아니라 트럭을 맡겨서 본사 창고로부터 물건을 공수하는 일을 맡겨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무모한 회장의 욕심에 손쉽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을 자꾸만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 짜증스러운지 고개를 흔들고 시트에 몸을 기댄다.
“저...... 이사님.”
“으응...... 왜?”
“아까 그 여자 분도 공략하실 겁니까?”
“으응, 아니야.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는데 잘 살고 있는 사람을 공연히 건드릴 필요는 없겠지.”
“저야 잘 모르지만...... 이사님 나오실 때 한참동안이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데요?”
“하하...... 그래?...... 모르는 일이지. 그 여자도 애환이 있겠지. 인심이 곡간에서 나온다고 하니...... 사랑도 식어 버리고 살다가 힘들면 결국 제 엄마 뜻대로 될지도 모르지...... 자네, 나르시스라고 들어봤나?”
“나르시스요? 그......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래, 신화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적으로 들어있는 거야. 자신을 사랑하는 요정들의 구애를 마다하다 결국은 벌을 받아서 자기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연못만 바라보다가 빠져죽는다고 하잖아?”
“네......”
“그리고 그 나르시스를 사랑하던 숲의 요정 에코는 사랑을 거절당하자 야위어 가다가 결국 형체도 없이 사라져서 메아리로 남았다고 하고......”
“아! 그래서 메아리를 에코라고도 하는군요.”
“그래...... 결국 신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도취는 위험하다는 거야. 그 말을 하려고 장황하게 스토리를 끌어들이는 거지. 결국 주변도 돌아보라는 뜻일 수도 있는데 회장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다니 모르면 몰라도 지독한 회장이 두고 보지만은 않겠지. 결국 저 여자는 나르시스 꼴이 될 거고 그 남편은 불쌍하게 메아리 신세가 되고 말겠지. 그게 그래서 그러는지...... 돈 좀 있는 사람들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하곤 사돈 맺기가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야.”
“네......”
“인호, 자넨 애인 있나?”
“하하...... 아직 없습니다. 저도 무시당하지 않고 살려면 부지런히 돈이라도 모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어느새 세상이 그렇게 가고 있어. 부부간에도 돈이 없으면 그렇게 개 무시를 당하게 되는 모양이야. 하지만 자네는 걱정하지 마. 내게 봉사를 하는 만큼 자네 앞길은 내가 열어줄 테니까...... 함께 가는 거야. 세상에 독불장군이라는 건 없어. 저 회장처럼 혼자만 살겠다고 남을 딛고 올라가서는 안 될 일이지.”
“어머! 그럼 우리 매장에 부소장님이 두 분이 오시는 거예요?”
“그렇다니까...... 거의 다 왔다고 전화 왔으니까 아마 조금 있으면 올 거야. 그럼 부소장님이 대강 인수인계 해주시고 바로 퇴근하세요. 사직서는 미쓰김이 대신 보내는 것으로 하고......”
“네, 그럼...... 인천으로는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겠습니까?”
“좀 쉬셔도 좋겠지만 저쪽에 영업과장 자리가 비어있으니까 바로 내일부터 출근을 하세요. 전에 총무과 김과장도 있으니까 낯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여기서 불명예 퇴직한 것으로 알고 계셔야 합니다.”
“아! 네, 그 말씀은 다 알아들었습니다.”
잠시 후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본사에서 면담을 끝낸 부소장들이 들어온다.
“반갑습니다......”
“오! 어서 와. 자네들도 어리둥절하지? 자, 부소장님...... 나가서 인수인계해 주세요.”
“네, 자...... 나갑시다.”
“음...... 미쓰김은 계속 전화로 내 지시를 받으면 되니까 수시로 나한테 전화로 보고를 하고......”
“네, 그럴게요. 와...... 그러면 이젠 새 전무님하고 소장님하고 친해진 거예요?”
“응? 친해져?...... 하하하...... 그래, 전무님하고 친해진 셈이지......”
담배를 피워 물고 주차장으로 나선다. 자칫하면 이 기반이 송두리째 사라질 수도 있었으니 더욱 더 주차장을 가리고 있는 분홍빛 천막에 애착이 간다.
“거 참, 잘 만들었단 말이야...... 으응? 아니?...... 저 인간 황부장 아니야”
길가에서 고개를 뒤로 꺾어 아파트를 올려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와 황급히 몸을 숨기고 전화를 꺼낸다.
“누님, 난데...... 지금 누가 올라가서 민희 소식을 물어볼지도 모르겠네......”
“누가?...... 아까 엄마한테 전화 왔는데 아침 일찍 누가 집에도 왔다 갔다던데...... 엄마가 지금 걱정이 태산 같으셔......”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내가 데리고 있는데......”
“으응...... 그렇게 말씀은 드렸어. 나도 그냥 모른다고만 하면 되는 거지?”
“으응, 그래. 그럼 끊어요.”
황부장이 민희의 언니를 왜 찾아왔는지 짐작할 만한 일이지만 내색을 할 수도 없으니 짐짓 모른 척 하기로 한다. 남편이란 놈은 찔리는 것이 있으니 찾아 나서지도 못하고 오히려 정부가 찾아다니는 꼴이라니 요지경 속이다.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은 전화가 요동을 친다.
“네......”
“아! 매부, 접니다.”
“아! 처남, 그래, 좀 알아봤습니까?”
“네...... 그 회장 밑으로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하고 결혼 한 딸이 하나 있는데 집은 대치동 아파트에서 살고 사위는 그저 무역에 말단으로 일을 하고 있던데요. 그 딸이라는 게 노상 수영장이나 다니고 증권 객장에나 나가있는 게 일이더라고요.”
“달리 만나는 사람이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닙니까?”
“네, 혹시 바람이라도 피지 않나 해서 전화도청까지 해 봤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시 모르지요. 휴대폰은 저희가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그런데 사위가 그저 말단으로 있다고요?”
“네, 그리고 아들은 회장과 한 집에서 살지만 아직 학교에 다니는 애라서 뭐...... 볼 것도 없고요.”
“제가 사무실에 가서 메모 좀 할 테니까 주소 좀 다시 불러 주세요. 잠시만이요......”
강주는 사무실에 돌아와서 시집간 딸의 이름과 주소, 잘 다닌다는 증권회사 객장과 수영장 등을 메모하고 포켓에 집어넣는다.
“음...... 현유미라......”
“네?...... 소장님. 뭐라고 하셨어요?”
“으응?...... 아니. 너 예쁘다고 했어.”
“피......”
“후훗...... 미쓰김 나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지?”
“하나도 안 반갑네요. 뻿......”
돌아보며 혀를 내미는 미쓰김 뒤로 사무실 전화벨이 울린다.
“네......”
“아! 네, 언니”
강주도 아는 사람인지 미쓰김이 전화를 받으며 강주를 돌아본다.
“아니요. 여기는 잘 들어오는데요.”
“왜? 누군데?......”
“아니요. 내가 소장님한테 여쭤보고 전화 드릴게요. 네, 네......”
미쓰김이 전화를 끊고는 강주를 돌아보며 입을 연다.
“소장님, 몇 개 거래처에서 의왕에 물건 공급을 안 해 준다는데요.”
순간 강주는 눈을 감고 의자 뒤로 깊숙이 몸을 묻는다. 나름대로 짐작되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으음...... 손발을 완전히 자르고 영진에만 몰두하라는 얘기인가?......”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공급처 본사나 지점이 인천에 있는 회사라면 인천 쪽의 영진에서 소화해 내는 전체물량이 크기 때문에 암중에 거래중단 위협을 해 온다면 단일 매장인 의왕보다는 전체 영진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소장님...... 어떻게 하라고 할까요. 말씀을 해 주셔야지요.”
“그런 거래처가 어디, 어디야?”
미쓰김이 나열하는 회사들 중에는 인천에 본사나 지점이 없는 회사들도 더러 끼어 있는 것이 의아한 일이다. 강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메모를 받아 챙겨 그 중에 알만한 곳 한 군데 지점장에게 전화를 넣는다.
“안녕하십니까? 저 의왕매장에 최강주입니다.”
“아! 네, 네......”
“음...... 요즘 물건 공급이 잘 안 되나요? 다른 곳은 지금도 출고가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며칠만 좀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말씀해 보세요. 지점장님, 저하고 이럴 사이 아니잖습니까?”
“아, 아...... 이거 참 곤란한데...... 이상한 일이지만 저희 윗선에서 그런 지시가 왔어요. 무슨 착오가 있는 모양인데 저희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니까 며칠만 참아 보십시오. 저도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상부지시에 안 따를 수도 없고......”
“아! 네...... 무슨 말씀인가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지요.”
역시 회장의 작품인 모양이다. 문어발처럼 여기저기 선이 안 닿는 곳이 없을 테니 이리저리 통하여 강주의 의왕매장을 압박하는 모양이다. 여자들을 동원하여 환락을 맛보여주고 치마폭에 감싸 안아 주무르기 좋도록 요리해 둔 후에 기존에 관리하던 곳을 하나 둘 끊어내어 오로지 자신의 수하에 두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경영자로서 강주를 아끼는 점만 평가하자면 대단한 총애를 받는 셈이지만 이런 무모한 편집증적인 관심 뒤로는 수많은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회장의 생각으로는 당장 강주를 곤란한 지경으로 몰고 가 뒷돈을 빌려주어 모면케 했으니 강주를 여자 뿐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더욱 완벽하게 구속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나이트클럽에서의 대화로 직원들의 처지를 걱정해 주는 강주의 마음씀씀이도 알고 있으니 이제 의왕매장을 압박해 인천매장과 교류를 하고 있다는 핑계로 어떤 접근을 시도하려 들지 모를 일이다.
“허허...... 자매결연이라도 맺자는 거야? 뭐야?......”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벌떡 몸을 일으킨다.
“왜요? 소장님......”
“으응?...... 아, 아니야.”
혹시 의왕을 압박해서 흡수를 하려는 수작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나가니 소름이 돋아 오른다. 물건 공급이 어려워지면 영진유통을 거쳐 공급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영진의 지휘 통제 아래에 놓이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발톱을 드러내는 회장의 암수에 걸려들을 것이고, 종국에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일이니 그저 장난처럼 두고 보기엔 강주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안위를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참 나...... 이거 잘못하다간 진정이하고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으니......”
“소장님, 도대체 못 알아들을 얘기만 하시고......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음...... 미쓰김은 신경 쓰지 말고 여기 관리나 잘 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주변을 정리해 짐을 챙긴다. 일단은 매장에서 사라져야 하니 미쓰김도 주섬주섬 거들고 나서며 강주를 훔쳐본다.
“저...... 소장님.”
“응......”
“이제 자주 안 오실 거죠?”
“쿡...... 자식...... 왜?...... 섭섭해?”
“칫...... 그렇잖아요. 소장님이 짐을 싸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일손을 멈추고 미쓰김을 안아주니 품안으로 빨려 들어오듯 안겨오고 고개를 들어 입을 맞춰간다.
“흐읍...... 쭈우우웁...... 후루룹......”
“아학, 소장니임......”
“미쓰김, 너무 마음 쓰지 마. 틈 내서 자주 올 거야.”
“그래도 싫어요. 소장님...... 우리 잠깐 나가요. 네?......”
턱밑에서 단내를 풍기며 강주를 마음 써주는 미쓰김이 오히려 안쓰럽다.
이미 낯설지 않은 별실창고 침대 곁에서 두 사람은 마치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처럼 서둘러 거추장스런 옷가지를 떼어내고 있다. 심상치 않은 주변 분위기에 정인을 위험한 곳으로 보내는 마음인지 미쓰김은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쭈우웁......으흠......”
미쓰김의 작은 가슴은 강주의 손에 의해 형체를 잃어가고 작은 입술은 한껏 벌려 타액을 받아내느라 향내를 풍기며 오물거린다.
“으으흠...... 하악.”
잔뜩 벌린 사타구니로 강주의 몸을 끌어당기니 미쓰김의 가지런한 거웃이 강주의 몸 밑에서 바스락거리며 촉감으로 느껴진다.
“후욱, 쑤우우욱......”
“아아아흥....... 소장니...... 임......”
“괜찮아?......”
“아흑, 네...... 괜찮...... 아요...... 어서......”
“후욱, 후욱...... 쑤우욱......”
한참의 좆질에 울음을 터뜨린다. 밀고 오는 흥분에 섭섭함이 더해져 알 수없는 기분으로 강주를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교차하는 감정에 끌어안은 손으로 강주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흐흑...... 하악...... 허어어엉.......”
“후욱...... 후욱......”
“어헝...... 나빠요...... 얼마나....... 하악...... 놀랐는데......”
“후욱...... 뭐를......”
“흐흑...... 흐흑...... 감사 나온 거...... 아학...... 전화도 안 해주고......”
사정기운이 올라오자 미쓰김의 오금을 팔에 걸고 빠르게 사타구니를 공략한다. 이미 미쓰김은 물을 터뜨려 질 주변이 흥건하게 젖어 흐른다. 얼굴은 눈물이 타고 흐르고 입가는 강주의 타액으로 온통 번질거린다. 강주의 빠른 허리놀림으로 미쓰김의 눈동자가 넘어간다.
“하악, 하악, 하악......”
“후욱, 훅, 훅, 훅...... 으으으으흑...... 울컥....... 꿀럭......”
“아아아아항...... 소장니임...... 사랑해요......”
쏟아지는 물줄기 밑에서도 한동안 입을 맞춘 채 떨어질 줄 모른다. 작은 젖가슴은 강주의 몸에 밀착해 형체도 없어지고 어린아이 같은 가녀린 몸매가 강주의 품 안에서 오들거리며 떨고 있다.
배웅하는 미쓰김을 뒤로 하고 주차장 파라솔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인호를 부른다.
“인호야, 가자......”
“네, 이사님. 어디로 모실까요.”
“우선 무조건 서울 방향으로 가자. 고속도로로 올려.”
떠나는 차 안에서 민희에게 전화를 한다.
“음...... 민희야. 너...... 혹시 회장 딸 본 적 있니?”
“그럼 결혼할 때도 보고 그 밖에도 여러 번 봤는데...... 왜?”
“무작정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틈이라도 보이는지 알아봐야지. 혹시 사진 있어?”
“있기야 있지만 구로동 집에 있는데...... 아! 내 홈피에도 있으니까 찾아보고 폰 메일로 보내줄까?”
“오! 그래? 그럼 지금 바로 보내 봐. 될 수 있으면 여러 장...... 얼굴 잘 나온 걸로......”
“으응...... 근처 피시방에 가야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전화를 끊고 이번에는 본사로 전화를 한다. 어느덧 달리는 차 안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이 예전에 고관들 차 안에 왜 카폰이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지경이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강주의 하루하루가 바쁘게 흘러간다.
“네, 수원 최소장입니다. 새 전무님 좀 연결해 줘요.”
“네, 기다리십시오.”
“네, 저...... 최강주입니다. 좀 뵙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내가 지금 나가봐야 하는데...... 무슨 일이지? 전화로 하면 안 되는 일인가?”
“아, 아닙니다. 그럼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
할 수 없이 영진과 의왕매장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무에게 털어 놓는다. 하지만 이미 전무와는 암묵적인 거래로 나름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상태에 있으니 장애가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전무 입장에서도 강주가 자신과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확인하게 되면서 비로소 강주의 수완에 혀를 내두른다.
“허허...... 참, 최소장. 자네 대단한 친구로구먼. 그동안 그렇게 감쪽같이 일처리를 해 왔다는 말이야? 허허허......거 참...... 그렇다면 설혹 우리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어도 아무 일도 아니었겠구먼......”
“아닙니다. 이제야 말로 전무님께 신세를 좀 져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부족한 물건은 우리 회사 창고에서 물건 출고를 할 수 있게 코드를 하나 부여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신세는 무슨 신세...... 오히려 내가 갚아야 할 일이지.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알았네. 그렇게 처리해 줌세. 그리고 이제 술도 한 잔 해야지. 같은 이사급인데...... 응? 하하하......”
“아이고, 참...... 별 말씀을...... 다음에 한 번 불러주시면 모시겠습니다.”
방향을 바꾸어 강주를 태운 차는 대치동 한 증권회사 마당으로 들어서며 중얼거린다.
“씨바...... 이 계집애가 있으려나...... 그나저나 내가 증권에는 까막눈이라......”
객장에 들어선 강주는 이리저리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휴대폰의 얼굴을 확인한다.
“씨바...... 죄다 얼굴에다 잔뜩 쳐 발랐으니 어느 년이 어느 년인지 알 수가 있나?”
순간 데스크의 아가씨와 뭔가 속닥거리는 여자가 닮아 보여 접근을 한다. 일부러 큰 소리로 아가씨에게 말을 걸면서 여자의 표정을 살핀다.
“저...... 아가씨, 영진유통 주식이 얼마예요?”
“저기 보시면 나와 있는데요?”
“아! 제가 이게 처음이라 잘 몰라서 그래요. 오늘 좀 살까 싶은데......”
대화중간에 끼어들어서 그러는지 강주를 마주보는 얼굴을 정면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폰 속의 얼굴, 바로 그녀였다. 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말을 건다. 그녀도 영진유통이란 소리에 관심을 갖는 눈치이니 틀림없는 모양이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곳이 처음이라 어디 물어 볼 데도 없고......”
“아! 네...... 괜찮습니다. 저는 볼 일 다 끝났으니까 말씀하세요.”
“음...... 손님 얼마나 하실 겁니까?”
“뭐...... 한 오천 정도......”
회장 딸도 기울였던 몸을 바로 세워 다시 바라보는 눈치다.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모양이다. 아가씨가 의아하다는 듯 강주에게 다시 확인을 한다.
“어머! 처음 하신다면서 한 종목에 오천씩이나 하세요? 영진은 언제 오를지 잘 모르는 종목인데......”
“아! 괜찮습니다. 그냥 그렇게 해 주세요. 제가 명색이 그 회사 이사를 지내고 있는데...... 이제 값이 오르도록 열심히 일을 해야지요.”
회장 딸에게 잘 들리도록 또박또박 말을 하고 아가씨가 요구하는 서류를 작성하며 곁눈질로 바라보니 그녀도 강주의 말에 관심 있어 하는 눈치를 보내온다. 카드를 아가씨에게 건네주고는 말을 걸어본다.
“음...... 실례지만 투자를 많이 하시나요?”
“네...... 아니요. 저도 뭐 심심풀이로 조금 하는 편이에요.”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그 회사 이사로 재직 중이시라고 하셨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그럼 혹시 성함이......”
“아! 혹시 누구 아시는 분이라도?...... 저는 최강주라고 합니다만......”
“어머! 최이사님...... 호호호...... 제가 그럴 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아니? 저, 저를 아십니까?”
의외로 강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양이다. 어렵게 접근을 했는데 산통을 깨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지는 순간이다.
“호호...... 네, 저희 엄마가 영진 회장님이세요. 엄마에게 몇 번 말씀 들은 적이 있었어요.”
“아! 이런 기막힌 일이...... 정말이십니까? 하하하...... 아유...... 처음 뵙겠습니다.”
우연을 가장한 강주는 반갑다는 듯 손을 내밀고 회장 딸 유미는 자신도 반가운지 그 손을 마주 잡아 흔든다.
“어머! 그래도 너무 자신감 넘치는 거 아니에요? 처음 투자에 오천씩이나...... 엄마에게 듣던 대로네요. 호호호......”
“아! 예...... 마침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지금 퇴직금을 받아 가는 길이었는데...... 그냥 두자니 괜히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요.”
아가씨가 모든 처리를 끝내고 뭔가 설명을 해 주려 하자 강주는 손사래를 친다. 그저 잔뜩 안겨주는 유인물을 받아들고 고개를 돌린다.
“아, 아가씨 됐어요. 여기 마침 아는 분을 만났으니 이분에게 여쭤보지요. 자, 어디 가서 차라도 한 잔 하시지요?”
“네, 그럴까요. 아유, 참 반갑네요.”
객장을 빠져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인호가 차로 접근한다. 인호에게 유인물을 들려주고 몸을 돌린다.
“아니야, 근처에서 차 한 잔 하고......”
“네, 알았습니다.”
“어머! 누구예요?”
“네, 제가 다른 회사에도 일을 봐 주고 있는데 거기 직원입니다. 요즘 제가 전화 쓸 일이 많아서 운전하기가 껄끄럽다 보니까......”
“아! 네...... 그러시죠. 바쁘실 테니까...... 우리 저기로 들어갈까요?”
전면에 커다란 유리창으로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는다. 커피를 차려주는 사이 유심히 쳐다보니 제법 고운 얼굴에 가지런한 치아가 인상적이다.
“그래...... 주식에 대해서 궁금한 게 어떤 거예요? 뭐, 저도 잘은 모르지만......”
“아니에요. 궁금하긴요. 아까 그 유인물 보니까 다 나와 있는 것 같던데요. 그냥 이렇게 만난 게 신기하기도 해서 그저 데이트 신청 한 번 해 본 거예요. 하하......”
“어머! 이사님도 참...... 안 그래도 엄마가 한 번 만나 보라고 하시던데......”
“저를 만나라고 하셨다고요?”
“그야 뭐...... 우리 회사 이사님이니까 그저 한 번 인사나 나누라는 말씀이셨겠지요.”
“아! 네...... 그나저나 댁이 이 근처신가 봅니다.”
“네, 저 위에 아파트에 있어요. 달리 할 일도 없으니 운동이나 하고 이렇게 증권이나 기웃거리고 살아요. 호호호......”
“부군께서는?......”
“무역에 나가고 있어요.”
“그럼 어느 분이신가요? 제가 이미 인사를 나눈 분인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모르실 거예요. 그저 말단인데......”
“아니?...... 회장님 사위이신데, 말단이라니요?”
“으음...... 저희 엄마가 원래 그러세요. 당신 눈에 안 차면 기회도 안 주는 걸요. 그런 걸 보면 이사님께선 대단하신가 봐요? 그렇게 자랑을 하시던데......”
“허허...... 참, 그래도 그렇지......”
“오죽하면 제가 매일 여기 나와서 저것만 바라보고 있겠어요?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아, 아...... 그러시구나...... 그래도 뭐, 언제까지 그러시겠어요. 조금만 참고 지내다 보면 화가 풀리시겠지요.”
“그렇겠지요. 죄송해요. 괜히 칙칙한 얘기를 해서......”
“아, 아닙니다. 그럼 이만 일어설까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뵙죠.”
“네, 그러죠. 안녕히 가세요.”
강주는 명함을 건네주며 다시 말을 잇는다.
“저도 연락처 하나 주시겠어요? 혹시 제가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아! 네...... 저...... 현유미예요......”
그녀의 전화번호를 메모하고 돌아서 나오며 손을 흔들어 준다. 연꽃이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시궁창 속에서도 필 수 있는 것인지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음에도 자기 사랑을 찾아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다니 갸륵한 일이다. 회장의 성품으로 본다면 능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니 마음에 차지 않는 사위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어찌 틈이라도 있으면 공략해 두고 협상카드로 사용하려 했던 마음이 일거에 사라져 버린다.
“으음...... 그러면 아들이라는 놈을 만나 봐야 하나?......”
“어디로 모실까요? 이사님......”
“음...... 일단 인천으로 가자. 용현동으로......”
이제 거래처와의 계약도 거의 조정되었을 테니 다시 희숙이를 의왕매장으로 복귀 시켜야 한다. 회장이 본격적으로 의왕을 공략하려 한다면 그 대비를 시켜야 하니 데리고 있던 부소장은 영진의 점장이 아니라 트럭을 맡겨서 본사 창고로부터 물건을 공수하는 일을 맡겨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무모한 회장의 욕심에 손쉽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을 자꾸만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 짜증스러운지 고개를 흔들고 시트에 몸을 기댄다.
“저...... 이사님.”
“으응...... 왜?”
“아까 그 여자 분도 공략하실 겁니까?”
“으응, 아니야.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는데 잘 살고 있는 사람을 공연히 건드릴 필요는 없겠지.”
“저야 잘 모르지만...... 이사님 나오실 때 한참동안이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데요?”
“하하...... 그래?...... 모르는 일이지. 그 여자도 애환이 있겠지. 인심이 곡간에서 나온다고 하니...... 사랑도 식어 버리고 살다가 힘들면 결국 제 엄마 뜻대로 될지도 모르지...... 자네, 나르시스라고 들어봤나?”
“나르시스요? 그......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래, 신화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적으로 들어있는 거야. 자신을 사랑하는 요정들의 구애를 마다하다 결국은 벌을 받아서 자기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연못만 바라보다가 빠져죽는다고 하잖아?”
“네......”
“그리고 그 나르시스를 사랑하던 숲의 요정 에코는 사랑을 거절당하자 야위어 가다가 결국 형체도 없이 사라져서 메아리로 남았다고 하고......”
“아! 그래서 메아리를 에코라고도 하는군요.”
“그래...... 결국 신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도취는 위험하다는 거야. 그 말을 하려고 장황하게 스토리를 끌어들이는 거지. 결국 주변도 돌아보라는 뜻일 수도 있는데 회장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다니 모르면 몰라도 지독한 회장이 두고 보지만은 않겠지. 결국 저 여자는 나르시스 꼴이 될 거고 그 남편은 불쌍하게 메아리 신세가 되고 말겠지. 그게 그래서 그러는지...... 돈 좀 있는 사람들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하곤 사돈 맺기가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야.”
“네......”
“인호, 자넨 애인 있나?”
“하하...... 아직 없습니다. 저도 무시당하지 않고 살려면 부지런히 돈이라도 모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어느새 세상이 그렇게 가고 있어. 부부간에도 돈이 없으면 그렇게 개 무시를 당하게 되는 모양이야. 하지만 자네는 걱정하지 마. 내게 봉사를 하는 만큼 자네 앞길은 내가 열어줄 테니까...... 함께 가는 거야. 세상에 독불장군이라는 건 없어. 저 회장처럼 혼자만 살겠다고 남을 딛고 올라가서는 안 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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