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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 단편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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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224회 작성일 20-01-1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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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사방이 캄캄했다. 어젯밤 갑자기 집에 들어 닥친

일본 경찰들에 의해 인근 도시의 특무대로 끌려 왔고, 밤부터 아무런 얘기도 없이

이 컴컴한 방에 갇히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대동아전쟁이 극에 다다른

1944년 여름. 경성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여균도 여름방학을 이용해 잠시 고향집에

내려 와 있던중, 어젯밤에 갑자기 이곳으로 끌려 왔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어둠속에서 벼라별 생각을 다하고 잇었다. 혹시라도 그가

경성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고향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어둠속에서 빛이 들어 왔다.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김여균, 일어나서 옷을 모두 벗어서 이 바구니에 담아라."

여균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일단은 옷을 모두 벗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특무대가 아니더라도 일단 일본 순사들에게 끌려가면

어떤 일이 생기는 지는 익히 알고 있는 일. 이미 그가 디니던 학교에서도 많은

조선인 젊은들이 지서와 특무대에 끌려가 심한 일을 당했고, 그의 부친 역시

읍내의지서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후, 10년 가까이 고생을 하다가 결국은 작년

세상을 달리 했다. 그런 까닭에 일본 경찰은 그에게 있어서는 두려움의 대상인

동시에 원수와도 같은 존재이다.



그는 말잘듣는 강아지처럼 옷을 모두 벗어 바구니에 담았다.

"속옷도 모두 벗어라."

그는 그의 몸에 걸치고 있던 모든 것을 벗었다. 한 여름이지만 옷을 모두 벗자

몸이 으스스하고 떨려 왔다. 그 사람이 나가자 다시 혼자가 되었다. 문이 다시

열렸다. 아침밥이 들어 왔다. 그는 일단 밤새의 시장함을 달랬다. 그리고 다시

어둠. 점심때쯤 되었으려나. 두세명의 사람이 들어온 것 같다. 불이 밝아졌다.

그의 눈을 향해 비추어진 불빛은 짧은 시간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을 부시게

했다.



"김여균, 이제 시작해 볼까?"

그는 그 목소리가 언젠가 들어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들었던 소리일까?

낯익은 기억 저편의 목소리이다. 분명히 일본말로 하지만, 그건 조선사람의

소리였다.



눈이 익숙해지자 하나둘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모두 세명의 남자. 경찰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걸 봐서는 고등계 형사거나 특무대 부대원. 모두가 조선사람

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여기에 앉아라."

여균은 그들이 내민 의자에 앉았다. 그들 중 한사람이 앉았다. 나머지 둘은

계속 서 있었다. 방안의 백열등이 흔들리며 묘한 실루엣을 내고 있다. 이제

눈이 어둠과 빛에 모두 익숙해졌다. 이 사람, 어디선가 본 얼굴이다. 어디서

일까? 기억 저편에 있는 조각들을 끄집어 내어 맞추어 보았다.누굴까? 서서히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맞다. 평득이었다. 평득이.



"너는 평득이?"

"평득이라니? 평득이가 누굴까? 나는 마사오이다."

평득이가 분명했다. 어린 시절, 그가 살던 동네에서 그의 집에서 소작을 놓던

만덕이 아저씨의 큰 아들 평득이. 항상 그의 집에서 그와 같이 놀던 평득이.

그런데, 왜 평득이가 저기에 있는걸까?



"김여균, 너는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을거다. 서로가 피곤하니 빨리 끝내자"

내가 왜 여기 끌려 온걸까? 특별히 이들 눈에 날만한 일도 하지 않은것 같은데.



"이형식이를 아나?"

이형식은 여균이랑 같은 학교에 다니던 친구이다. 시를 좋아하고 문학을 좋아하던

그는 막걸리 한잔에 세상의 울분을 토하다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졌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만주로 갔다고 한다. 그를 못본지 1년이 넘은 지금 왜

그를 찾을까? 그



"아는 사람이긴 한데."

"그를 최근에 만난게 언제지?"

"이형식은 내가 1년전에 나지막으로 보고 그 뒤로 보지를 못했다."

"이런 개새끼가 있나?"

그 순간 여균은 의자에 앉은 체로 뒤로 벌렁 넘어지고 말았다. 평득이, 아니

마사오가 그의 가슴팍을 발로 찬 것이다. 순간 가슴이 턱 막히는 듯한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이자식이 조용히 끝내고 보내줄려고 했더니 아주 악질이구만. 일어서 새꺄."

그는는 가슴에 남아 있는 통증을 느끼며 겨우 일어 났다.



"이 자식이 밤마실을 나왔나? 아주 굼벵이를 삶아 드셨구만."

그가 다시 일어선 여균의 가슴팍을 발길질로 차서 넘어 뜨렸다.



"일어섯"

여균은 아까보다 더 빨리 일어났다. 그러나, 그가 다시 넘어 뜨렸다.



"일어섯"

다시 일어섰다. 그러기를 몇차례. 가슴팍에서 통증이 몰려 오고, 몸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이제 조금 말이 통하게 생겼군. 다시 한번 묻는다. 이형식이를 언제 만났나?"

"이형식이는 1년전에 만난게 전부요."

"이거 말로 해서 안되겠군. 이 새끼 달아."

그 말과 함께 옆에 서있던 두 남자가 여균을 뒤로 데리고 가더니 양팔을 밧줄로

묶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줄을 잘아 당겼다. 그의 팔은 순식간에 위로 만세를

불렀고, 몸도 위로 들려 올라졌다. 겨우 발끝으로 지탱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자, 다시 한번 묻겟다. 이형식이를 언제 만났지?"

"1년전에 만난게 전부라지 않았소. 그 뒤로는 소식을 모르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균의 몸에 몽둥이가 날라 왔다. 엉덩이에 정확히

몽둥이가 날라 왔고, 허벅지에도 몽둥이가 날라 왔다. 양 옆에 있던 두 사람이

교대로 엉덩이와 허벅지에 몽둥이 세례를 날렸다. 처음에는 생전 처음 느끼는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을 쳤지만, 조금 지나자 감각도 없이 퍽퍽 하는 소리와 그가

비르는 비명만 귓가에 멤돌뿐이다.



여균의 얼굴에 찬물이 쏟아 졌다.

"겨우 그 정도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면 안되지. 쯧쯧."

그러면서 그는 여균이에게 다가오며 자지를 잡았다.

"흠, 쫄아 들었구만. 자지가 요정도밖에 안되어 자식이나 낳겠나? 그러니 자식이

없나?"

그래, 평득이가 맞다. 그가 자식이 없는 것도 알고.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대체

어떻게 된걸까?



"흠, 그래도 알은 큰데, 충분히 씨는 받을 수 있겠는데, 밭이 신통치 않았나?"

그러면서 그는 불알을 한손으로 조물조물 만지더니 갑자기 아귀에 힘을 주었다.

순간 눈에서 별이 번쩍 보이는것 같았다. 불알에서 오는 극심한 고통에 그만

정신을 놓은것 같았다. 다시 눈을 떴을때는 그가 여균의 자지를 톡톡 치고 있었다.



"아이고, 다 큰 부잣집 도련님이 오줌을 지리셨네."

아마 아까 마사오, 아니 평득이가 갑자기 불알을 잡아 채는 바람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오줌을 지린 모양이었다. 그때 여균은 처음으로 발가벗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전에는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황이 없었다.



"그나저나 이걸 자지라고 달고 다니냐? 이래서 마누라 기분이라도 제대로 풀어

줬겠나?"

여균의 자지는 저 녀석에게 저런 소리 들을 정도로 작지는 않다. 아마도 여균에게

계속 모욕감을 주어 뭔가를 얻어 내려는 수작같았다.



"이녀석 여기에 좀 눕혀라."

여균은 나무로 만든 긴 의자처럼 생긴 곳에 반강제적으로 눕혀 졌다.한 사람이 그의

상반신에 올라 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얼굴에 수건을 덮었다.



"자, 지금이라도 이형식이를 언제 만났는지 기억을 해봐."

"1년전에 만났다고 하지 않았소."

마사오는 주전자를 서서히 기울였다. 주전자에서 흘러 나온 물을 실줄기처럼 이어지며

여균의 얼굴을 덮고 있는 수건을 적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공포심이 몰려 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얼굴에 물이 떨어지는 그 공포심. 그리고 조금 있으니

숨을 절대 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숨이 막혀 버릴것 같았다. 손으로 저지하고

싶었으나, 이미 그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다른 사람의 무게 때문에 아무 짓도 할 수가

없었다. 고통으로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물젖은 수건때문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잠시 후, 수건이 젖혀 졌다. 살것만 같았다.

"이제 이형식이와의 만남이 기억나나?"

"기억이 나지 않소. 그와는 1년전에 만난 게 전부요."

그러자, 마사오는 다른 주전자를 들었다. 이번엔 얼굴에 수건을 씌우지 않았다. 그는

주전자를 서서히 기울였다. 주전자에 있는 물이 여균의 얼굴에 그냥 쏟아 졌다. 그건

고춧가루가 섞인 물이었다. 아까보다 더한 고통이 코를 통하여 전해졌다. 여균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고춧가루물을 피하려 해봤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놈 아주 독종이구만. 그러나, 걱정안하지. 결국은 다 불게 되어 있어."

그러면서 그가 다른 한 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가서 그 년을 데려와."

"하이."



그년, 여자, 누구일까? 다른 한 사람은 여균을 지금 누워있는 나무의자에 묶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아까 갔던 사람이 여자 한 명을 끌고 왔다.

"그년, 저기에 매달아."

그 여자는 아까 여균이 매달렸던 그 곳에 매달려졌다. 여균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 역시 자기처럼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다. 그리고, 온 몸에

몽둥이로 심하게 맞은듯한 멍자국이 있었다. 그녀의 고개가 아래로 떨구어져 있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김여균이, 이년이 누군지 아나? 아마 아는 여자延姆?"

마사오가 그녀의 얼굴을 위로 올렸다. 그녀의 얼굴, 얼굴은 초췌했지만, 누구인지

기억이 난다. 이형식의 애인이었던 형심이었다. 이형식은 아내가 아이를 낳다가

죽고, 나중에 대학교에 들어와 여자를 사귀게 되었다. 상대는 이화여전에 다니던

형심이. 형심이는 형식이 이미 결혼을 한 놈인줄 알았음에도 서로 사랑을 했다.

그런 형심이가 여기에 끌려 온 것이다.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이년이 다 불었어. 이형식이가 얼마 전에 조선땅으로 다시 왔고, 너를 비롯하여

네 친구들을 만났다고."

여균은 이제 조금 알것 같았다. 형식이가 만주에서 돌아온 것 같다. 그리고, 그가

여기 저기서 누군가를 만났고. 이놈들은 형식이가 무슨일로 여기에 다시 왔고, 누굴

만나러 다녔는지를 캐고 있는 것이다.



"이봐, 형식이 첩년. 저 놈이 이 형식이를 만나는걸 똑똑히 봤다고 했지?"

형심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사오가 눈짓을 하자, 옆에 있던 두 놈이 몽둥이로

형심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여균이는 이미 맞아 봤기에 저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그리고 형심이가 저 고통을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네, 봤어요. 여균씨가 형식씨를 한달전에 저희집에서 만나는 것을 봤어요."

아, 너무나 무서운 사실이다. 이제 여균은 빠져 나가기 힘든 상황이 오고 있는걸 알았다.



"김여균이, 이렇게 목격자까지 있는데 발뺌할래? 그럴수록 너와 네 주위 사람들이

어려워져."



여균은 수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도대체 형식은 무슨일로 다시 조선땅에 들어온

것일까? 그리고, 이 사람들은 왜 나까지 엮어 넣으려고 하는 것일까? 혹시 오래 전

그 일때문에.



김여균의 집안은 조선시대 대대로 당상관 벼슬을 한 뼈대있는 집안이었다.

그의 조부는 조선이 일본에 병합되는 것을 통한히 여기고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 와

조상대대로 물려 온 전답을 관리하고 선산을 지키며 살아 왔다. 김여균의 집안은

주변 사람들에게 교만하지 않고 착실히 대했으며, 아랫사람들에게도 절대 업수이

여기지 않았기에 그의 진압은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일제 치하에서도

일본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의 조부가 돌아 가신 뒤, 그의 아버지 역시 선비의 집안답게 집안을 잘 이끌어

주었다. 어린 여균은 그런 조부와 아버지밑에서 착실히 교육을 받았고, 그 역시

올바르게 자랐다.



어린 시절 그의 곁에는 항상 평득이가 있었다. 평득이는 여균의 집안 땅을 부려

먹던 소작민 집안의 아들이었는데, 항상 여균의 옆에서 여균을 보살펴 주었다.

딱히 그가 종이거나 머슴인 것은 아니었지만, 평득이의 아버지가 그걸 원했고,

평득이 또한 그걸 원했기에 항상 여균의 곁에 있었다. 여균이는 일찍이 신식

문화에 눈 뜬 조부덕분에 신식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여 한문학과 서양문학을

어린 시절에 모두 배웠다. 그리고 그가 중학교에 진학할때 그의 아버지는 그를

경성으로 유학을 보냈다.



(2장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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