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아내 -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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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830회 작성일 20-01-17 12:43본문
납치된 아내
정연은 눈을 떴다. 깊은 잠에서 어슴푸레하게 깨어났다. 아랫도리가 뻐근했고 가녀린 몸은 움직이기 어려웠다.
“깨어났나?”
음산한 남자의 목소리. 그였다. 어젯밤 그녀의 몸을 마음대로 지배했던 사내. 정연은 몽롱했던 머리가 한 순간에 맑아지며 사태가 명쾌해졌다. 그녀는 자신을 돌아봤다. 잠옷 치마는 허리께까지 들려있었고, 팬티는 완전히 벗겨져 있었다.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 사내는 거대한 육봉을 여자의 보지에 억지로 밀어넣고 있었다. 깊이 잠들었던 정연의 보지는 물기 없이 빡빡했기에 남자의 삽입은 고통스러웠다.
“아파요.”
“뭐, 남자한테 보지 한두 번 대줘보나? 조금만 있으면 기분 좋아질 거야.”
사내는 정연의 하소연에 아랑곳하지 않고 펌프질을 계속했다. 조금씩 그녀의 보지가 축축해지며 뜨거운 불기둥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깊게 자더군. 어때, 내 자지 맛을 보니까 잠이 달게 오지? 아마 매일 밤 생각날 거야.”
정연은 어젯밤을 되짚어 보았다. 지난 밤 사내와의 격렬한 정사를 치른 뒤 그녀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기어가다시피 화장실로 향했다.
‘나는 섹스를 한 게 아냐. 강간을 당한 거야.’
차가운 물에 몸을 씻어내며 그녀는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보지 속에서 흐르는 남자의 정액은 부정한 정사의 흔적이었다. 정연은 닦고 또 닦아냈다. 침실로 돌아와 보니 방안에 아무도 없었다. 정연은 어찌해야 잠시 망설였다. 룸을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극도로 피곤했기에 그냥 잠옷을 입은 채 수면의 망각에 자신을 맡겼다. 그녀는 금세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데 지금 깨어나 보니 다시 그녀의 몸은 육욕에 불타오르는 사내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사내는 뜨거운 입김을 정연에게 내뿜으며 그녀의 몸을 음미했다. 미처 달궈지지 않은 여자의 몸은 조금 늦게 반응했지만 일단 달아오르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남자에게 완전히 몸을 맡겼다.
“정연아, 난 니가 마음에 든다.”
정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사내의 엉뚱한 고백에 아랫도리는 조금 더 뜨거워졌다, 정연은 허리를 움직여 남자의 펌프질을 도왔다. 사내는 자신의 사랑고백이 받아들여진 듯 느꼈다. 흥이 난 사내의 몸짓은 더더욱 격해졌다. 사내는 여자의 잠옷을 완전히 벗겼다. 여자는 어깨를 들어 남자가 자신의 옷을 벗기는 걸 도왔다. 남자는 여자의 풍성한 젖가슴을 터뜨릴 듯 주물렀다. 사내의 연주에 여자의 몸은 춤을 추었다. 이른 아침 로얄실 101호는 색정에 달아오른 여인의 교성으로 가득 찼다. 남자는 다시 한 번 여자의 보지에 뜨거운 정액을 쏟아냈다. 정사를 끝낸 남녀는 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부둥켜안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오빠 그렇게 나쁜 놈 아냐.”
사내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사정이 있어서 마음대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거든. 그래서 이 배를 잠깐 빌린 거지. 이 배를 타고 공해상으로 나갈 거야. 거기서 준비하고 있는 우리 배로 갈아타고 아무도 못 찾는 인도네시아의 섬으로 가서 왕처럼 살 거다.”
남자의 말에 여자는 언젠가 보았던 영화 한 편을 떠올렸다. <블루 라군>이었던가. 남태평양 외딴 섬에 버려진 남녀가 산호초 사이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 파랗고 투명했던 아름다운 바다. 남과 여의 적나라한 나신.
“어때, 정연이도 같이 가지 않을래?”
남자의 갑작스런 제안에 정연의 눈앞의 아름다운 산호초 풍경은 사라졌다. 그녀는 제정신이 들었다. 아니, 무서웠다. 어제 이 사내가 폭력을 썼을 때보다, 총을 들고 자신에게 술을 따르라고 위협했을 때보다 더 무서웠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유부녀였다. 남편은 안정된 직장이 있었다. 대단하게 내세울 게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크게 부족한 것도 없었다. 세상 누군가는 정연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을 법도 한, 평범하지만 그래서 버리고 싶지 않은 삶이었다. 최근 들어 남편과 사이가 조금 벌어진 게 유일한 흠이었으나, 이번 여행을 계기로 그러한 갈등들도 모두 덮어버리자고 결심한 터였다. 그런데 지금 이 사내는 자신을 어디 듣도 보도 못한 외딴 섬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중인 것이다. 정연은 소름이 돋았다.
“넌 뭐가 걱정이니?”
질문을 던지는 사내의 음성은 다정했다.
“먹고 사는 문제? 달마다 갚아야 하는 대출 이자? 골치 아픈 시어머니?”
하긴, 그 모든 게 정연의 걱정거리이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들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별다른 의심 없이.
“날 따라오면 그런 거 없어. 아름다운 해변에서 부족한 거 없이 살 수 있어. 물론 날마다 나한테 네 보지를 대주기만 하면.”
원초적인 사내의 말에 어쩐지 정연은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지만, 잠시라도 그녀는 황홀했다. 그러나 정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남편 대식의 얼굴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얼굴이 그녀의 모든 환상을 덮었다. 지금 이 사내에게 안겨 있지만, 결국 그녀가 돌아가야 할 곳은 분명했다.
칙- 치이이익.
대식은 탈진할 지경이었다. 여객선 기계실은 배가 움직이며 발생하는 열로 무척 더웠다. 아무런 냉방장치도 없었기에 더더욱 기계실 내부의 온도는 높았다.
대식은 머릿속으로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어젯밤 승객 중에 섞여 있던 열 명 정도의 무리들이 갑자기 총을 쏘며 사람들을 선실로 몰아넣었다. 갑판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곧 있을 아내와의 향연을 떠올리던 대식은 직감적으로 위험을 깨달았다. 급히 아내가 있는 객실 101호로 가려했지만 그 문 앞에 총을 든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바람에 여의치 않았다.
탕- 탕-
총소리가 나고 기관실에 있던 기관사 한 명이 총을 맞고 대식의 앞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총을 쏜 괴한은 다시 대식에게 총을 겨눴다. 대식은 급한 대로 몸을 날려 무장괴한을 덥쳤다. 총을 든 사내가 쓰려졌지만 곧 다른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아내의 상황도 걱정이었지만 일단 대식 스스로의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더 급했다. 자신의 일당을 제압한 것을 알면 그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선실로 몰렸지만 대식은 침착하게 기계실로 숨었다. 그는 기계실에 몸을 숨긴 채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배를 장악한 일당이 객실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밖으로 끌고나와 선실로 몰아넣는 것이 보였다.
‘아, 저 중에 정연이도 있겠구나.’
사람들로 가득한 선실 쪽을 바라보면서 대식은 공포에 질려 있을 아내를 떠올렸다. 대식은 위기에 처한 아내를 바로 구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웠다.
‘미안해, 정연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곧 구해줄게.’
대식은 기회를 봐서 해경에 조난신호를 보낼 생각이었다. 기관실에서 자동조난신호 버튼만 눌러도 해경에 연결이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어떻게 기관실에 접근하느냐가 문제였다.
그 시각, 정연은 여전히 로얄실 101호에 감금돼 있었다. 보스는 무슨 일인지 하루 종일 바빠 보였고 때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부하들에게 역정을 내기도 했다. 정연에게는 끼니에 맞춰 식사가 들어왔다. 식사를 가져다주는 사람은 그녀에게 선실의 사람들이 모두 굶고 있으며 화장실도 제대로 다녀오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살짝 전했다. 정연은 자신이 감금당한 것이 행운인지 불운인지 헷갈렸다.
점심을 먹고 난 오후, 긴장감이 풀리며 나른해질 무렵 갑자기 문이 덜컥 열렸다.
“정연아, 오빠 왔다.”
그가 돌아온 것이다. 여자는 긴장했다. 사내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이미 술이 몇 잔 들어간 얼굴이었다. 어딘지 신경질적인 표정.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고 있는 듯 보였다. 남자의 사나운 기운에 여자는 움츠러들었다,
“우리 예쁜이, 잘 있었어?”
여자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남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자의 육감은 쉽게 간파했다. 정연을 보는 보스의 눈빛은 야성을 띠고 있었다. 남자는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었다. 그게 정연을 찾은 이유였다. 정연은 무릎 아래까지 오는 타이트한 롱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짧은 치마나 반바지가 사내의 욕정을 자극할까 두려워 최대한 노출을 줄인다고 입었던 것인데,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원피스가 오히려 남자의 충동에 불을 질렀다.
“이리 소파에 와서 앉아.”
사내는 다시 자신의 옆에 앉을 것을 강요했다. 어차피 남자에게 두 번이나 주어버렸던 몸이다. 정연은 고분고분하게 순응했다.
“그런 옷을 입으면 불편하지 않나?”
사내는 팔로 여자의 허리를 덥석 두르며 말했다. 부드러운 암컷의 감촉에 사내의 물건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허리에 있던 남자의 손이 스르르 여자의 곡선을 따라 내려갔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여자의 아랫배로, 다시 가슴으로 손이 올라왔다. 남자는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 여자의 몸을 최대한 음미했다. 사내의 손길에 여자는 움찔움찔 움직였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아니, 거부하지 못했다.
“정연아, 대답해봐. 오빠 보고 싶었어?”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보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궁금하기는 했다. 하루 종일 방안에 갇혀 있다 보니 바깥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고도 싶었고, 보스라는 사내가 왜 그처럼 바쁜 건지, 뭐에 그토록 화가 났던 건지 알고 싶기도 했다. 또 남편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걱정됐다.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던데...
“왜 대답이 없어? 말해봐. 오빠 보고 싶었어, 안 보고 싶었어?”
가슴을 주무르던 남자의 손이 다시 여자의 아랫배로 향했다.
“솔직하지 못하군. 일단 맛을 본 이상 이 놈 생각이 간절했을 텐데.”
남자의 정연의 손을 쥐어 자신의 아랫도리에 가져다 댔다. 여자는 지난밤이 떠올랐다. 난생 처음 보았던 커다란 자지. 그녀의 심장이 다시 콩닥거렸다.
“영 눈에 거슬려. 답답해 보이고.”
사내는 돌연 몸을 숙여 여자의 타이트한 치마 밑단을 잡았다. 그리고 힘을 주어 치마를 부욱 찢었다. 롱 원피스가 밑에서부터 무릎 위 20센티 정도까지 크게 찢어졌다. 길고 새하얀 다리가 치마 사이로 매끈하게 드러났다.
어머-
정연은 남자의 과격한 행동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반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의 각선미에 감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거 눈이 부시군. 이렇게 아름다운 다리를 왜 답답한 옷 속에 감추는 거지? 우리 정연이의 예쁜 다리는 오빠가 잘 감상해줘야 가치가 빛을 발하는 거야.”
남자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원피스 위로 여자의 몸을 더듬던 사내의 손이 찢어진 틈새로 드러난 여자의 맨살을 만졌다. 스르르 사내의 크고 거친 손이 치마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그의 손가락이 다시 정연의 보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단 두 번의 섹스로 그녀의 성감대를 완전히 파악해버린 남자의 애무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정연의 다리가 조금씩 벌어졌다. 어느새 여자의 분홍색 팬티가 축축한 애액으로 젖기 시작했다. 그녀도 남자의 바지 위로 그의 자지를 쓰다듬었다. 그 우람한 페니스를 다시 보고 싶었고, 다시 빨고 싶었고, 다시 자신의 보지 속에 넣고 싶었다.
“오늘밤까지 팬티는 벗고 있으라고.”
흥분하기 시작한 사내는 치마 속에 손을 넣어 여자의 팬티를 벗기려 했다. 정연도 엉덩이를 들어 그가 자신의 팬티 벗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번이 고작 세 번째인데, 정연은 잘 알지도 못하는 이 남자에게 몸을 주는 데 대해 거부감이 엷어졌다. 남편에 대한 도덕적 관념보다는 자신의 보지를 뜨겁게 쑤셔준 이 사내의 크고 단단한 불기둥의 매력이 훨씬 강했다. 그녀는 자신이 헤어나오기 어려운 늪에 빠져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오빠는 나 보고 싶었어?”
지금껏 사내의 질문공세에도 입을 열지 않던 정연이 드디어 말을 걸었다. 치마 속 보지를 감상하느라 황홀해져 있던 사내는 여자가 의외의 말을 던지자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럼, 하루 종일 네 생각 때문에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혀서 혼났지.”
“나에 대해 무슨 생각 했는데?”
“너의 엉덩이랑, 가슴이랑, 입술... 그리고 질퍽한 너의 보지.”
정연은 웃었다. 원색적인 말일수록 섹스에는 자극이 된다. 같은 배에 남편이 타고 있는데 다른 남자에게 세 번씩이나 보지를 대주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수치스러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녀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리고 어쩐지 이 남자가 자신을 그리워했다는 말이 그녀에게 안심이 되었다. 잔인무도한 흉악범들이 장악한 이 배에서 안전하게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들어와요. 내 안에 들어와요. 오빠가 하루 종일 보고 싶었던 내 몸이야.”
열락에 빠진 여자의 입에서 제정신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내는 만족스러웠다. 하룻밤만에 그녀를 자기 여자로 만든 것이다. 남자는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는 자신의 페니스를 꺼냈다. 남자의 자지는 망설임 없이 여자의 계곡 입구로 향했다.
아악-
짧고 간들어진 여자의 교성. 사내의 거대한 자지가 조금씩 여자의 보지에 길을 냈다. 이미 충분히 젖어있던 보지는 곧 자지를 받아들였다. 기적처럼, 크고 우람한 자지가 여자의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역시 죽여주는 보지야. 지금까지 남편만 보고 살았어? 애인 있었지? 도저히 한 남자로 만족할 몸이 아닌데.”
남자는 칭찬인지 조롱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펌프질을 했다.
“오,오빠, 아항, 나, 나, 아흑, 그런 여자 아냐. 아학.”
“그렇다면 정연이는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몰랐던 거야. 이제부터 오빠가 널 그런 여자로 만들어줄게. 남자 없이는 단 하루도 못 견디는.”
정연은 남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를 알게 된지 만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 그녀는 이 사내의 몸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를 만나서 여자는 더더욱 음란해진 것이다.
아항, 하앙, 아흑, 아학, 하악
여자는 멈추지 않는 펌프질에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그녀의 커다란 교성은 문밖에 있는 부하들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창피하다는 생각을 가질 정신도 없었다. 정연은 환락의 끝에서 정신을 놓을 뻔했다.
“오빠는 내일이면 이 배에서 내릴 텐데, 우리 정연이 보고 싶어서 어쩌지?”
격렬한 정사를 마친 남자가 침대 위에서 여자의 몸을 다정히 안은 채 말했다.
“내일이면 바다 위에 있는 오빠 배랑 만날 거야. 나랑 내 동생들은 거기로 옮겨 타고 멀리 가버릴 거고, 어때, 정연이도 같이 갈까?”
어젯밤에 이은 두 번째 제안.
정연은 그가 자신을 강제로 데려간다고 하지 않는 게 신기했다. 총을 들고 사람도 죽인 이 남자가 자신에게 명령이 아닌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남자와 몸을 섞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 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정연은 절대 가정과 고국이라는 안정된 공간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남편은 어쩌고, 또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남자도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정연은 눈을 떴다. 깊은 잠에서 어슴푸레하게 깨어났다. 아랫도리가 뻐근했고 가녀린 몸은 움직이기 어려웠다.
“깨어났나?”
음산한 남자의 목소리. 그였다. 어젯밤 그녀의 몸을 마음대로 지배했던 사내. 정연은 몽롱했던 머리가 한 순간에 맑아지며 사태가 명쾌해졌다. 그녀는 자신을 돌아봤다. 잠옷 치마는 허리께까지 들려있었고, 팬티는 완전히 벗겨져 있었다.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 사내는 거대한 육봉을 여자의 보지에 억지로 밀어넣고 있었다. 깊이 잠들었던 정연의 보지는 물기 없이 빡빡했기에 남자의 삽입은 고통스러웠다.
“아파요.”
“뭐, 남자한테 보지 한두 번 대줘보나? 조금만 있으면 기분 좋아질 거야.”
사내는 정연의 하소연에 아랑곳하지 않고 펌프질을 계속했다. 조금씩 그녀의 보지가 축축해지며 뜨거운 불기둥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깊게 자더군. 어때, 내 자지 맛을 보니까 잠이 달게 오지? 아마 매일 밤 생각날 거야.”
정연은 어젯밤을 되짚어 보았다. 지난 밤 사내와의 격렬한 정사를 치른 뒤 그녀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기어가다시피 화장실로 향했다.
‘나는 섹스를 한 게 아냐. 강간을 당한 거야.’
차가운 물에 몸을 씻어내며 그녀는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보지 속에서 흐르는 남자의 정액은 부정한 정사의 흔적이었다. 정연은 닦고 또 닦아냈다. 침실로 돌아와 보니 방안에 아무도 없었다. 정연은 어찌해야 잠시 망설였다. 룸을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극도로 피곤했기에 그냥 잠옷을 입은 채 수면의 망각에 자신을 맡겼다. 그녀는 금세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데 지금 깨어나 보니 다시 그녀의 몸은 육욕에 불타오르는 사내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사내는 뜨거운 입김을 정연에게 내뿜으며 그녀의 몸을 음미했다. 미처 달궈지지 않은 여자의 몸은 조금 늦게 반응했지만 일단 달아오르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남자에게 완전히 몸을 맡겼다.
“정연아, 난 니가 마음에 든다.”
정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사내의 엉뚱한 고백에 아랫도리는 조금 더 뜨거워졌다, 정연은 허리를 움직여 남자의 펌프질을 도왔다. 사내는 자신의 사랑고백이 받아들여진 듯 느꼈다. 흥이 난 사내의 몸짓은 더더욱 격해졌다. 사내는 여자의 잠옷을 완전히 벗겼다. 여자는 어깨를 들어 남자가 자신의 옷을 벗기는 걸 도왔다. 남자는 여자의 풍성한 젖가슴을 터뜨릴 듯 주물렀다. 사내의 연주에 여자의 몸은 춤을 추었다. 이른 아침 로얄실 101호는 색정에 달아오른 여인의 교성으로 가득 찼다. 남자는 다시 한 번 여자의 보지에 뜨거운 정액을 쏟아냈다. 정사를 끝낸 남녀는 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부둥켜안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오빠 그렇게 나쁜 놈 아냐.”
사내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사정이 있어서 마음대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거든. 그래서 이 배를 잠깐 빌린 거지. 이 배를 타고 공해상으로 나갈 거야. 거기서 준비하고 있는 우리 배로 갈아타고 아무도 못 찾는 인도네시아의 섬으로 가서 왕처럼 살 거다.”
남자의 말에 여자는 언젠가 보았던 영화 한 편을 떠올렸다. <블루 라군>이었던가. 남태평양 외딴 섬에 버려진 남녀가 산호초 사이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 파랗고 투명했던 아름다운 바다. 남과 여의 적나라한 나신.
“어때, 정연이도 같이 가지 않을래?”
남자의 갑작스런 제안에 정연의 눈앞의 아름다운 산호초 풍경은 사라졌다. 그녀는 제정신이 들었다. 아니, 무서웠다. 어제 이 사내가 폭력을 썼을 때보다, 총을 들고 자신에게 술을 따르라고 위협했을 때보다 더 무서웠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유부녀였다. 남편은 안정된 직장이 있었다. 대단하게 내세울 게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크게 부족한 것도 없었다. 세상 누군가는 정연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을 법도 한, 평범하지만 그래서 버리고 싶지 않은 삶이었다. 최근 들어 남편과 사이가 조금 벌어진 게 유일한 흠이었으나, 이번 여행을 계기로 그러한 갈등들도 모두 덮어버리자고 결심한 터였다. 그런데 지금 이 사내는 자신을 어디 듣도 보도 못한 외딴 섬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중인 것이다. 정연은 소름이 돋았다.
“넌 뭐가 걱정이니?”
질문을 던지는 사내의 음성은 다정했다.
“먹고 사는 문제? 달마다 갚아야 하는 대출 이자? 골치 아픈 시어머니?”
하긴, 그 모든 게 정연의 걱정거리이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들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별다른 의심 없이.
“날 따라오면 그런 거 없어. 아름다운 해변에서 부족한 거 없이 살 수 있어. 물론 날마다 나한테 네 보지를 대주기만 하면.”
원초적인 사내의 말에 어쩐지 정연은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지만, 잠시라도 그녀는 황홀했다. 그러나 정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남편 대식의 얼굴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얼굴이 그녀의 모든 환상을 덮었다. 지금 이 사내에게 안겨 있지만, 결국 그녀가 돌아가야 할 곳은 분명했다.
칙- 치이이익.
대식은 탈진할 지경이었다. 여객선 기계실은 배가 움직이며 발생하는 열로 무척 더웠다. 아무런 냉방장치도 없었기에 더더욱 기계실 내부의 온도는 높았다.
대식은 머릿속으로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어젯밤 승객 중에 섞여 있던 열 명 정도의 무리들이 갑자기 총을 쏘며 사람들을 선실로 몰아넣었다. 갑판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곧 있을 아내와의 향연을 떠올리던 대식은 직감적으로 위험을 깨달았다. 급히 아내가 있는 객실 101호로 가려했지만 그 문 앞에 총을 든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바람에 여의치 않았다.
탕- 탕-
총소리가 나고 기관실에 있던 기관사 한 명이 총을 맞고 대식의 앞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총을 쏜 괴한은 다시 대식에게 총을 겨눴다. 대식은 급한 대로 몸을 날려 무장괴한을 덥쳤다. 총을 든 사내가 쓰려졌지만 곧 다른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아내의 상황도 걱정이었지만 일단 대식 스스로의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더 급했다. 자신의 일당을 제압한 것을 알면 그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선실로 몰렸지만 대식은 침착하게 기계실로 숨었다. 그는 기계실에 몸을 숨긴 채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배를 장악한 일당이 객실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밖으로 끌고나와 선실로 몰아넣는 것이 보였다.
‘아, 저 중에 정연이도 있겠구나.’
사람들로 가득한 선실 쪽을 바라보면서 대식은 공포에 질려 있을 아내를 떠올렸다. 대식은 위기에 처한 아내를 바로 구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웠다.
‘미안해, 정연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곧 구해줄게.’
대식은 기회를 봐서 해경에 조난신호를 보낼 생각이었다. 기관실에서 자동조난신호 버튼만 눌러도 해경에 연결이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어떻게 기관실에 접근하느냐가 문제였다.
그 시각, 정연은 여전히 로얄실 101호에 감금돼 있었다. 보스는 무슨 일인지 하루 종일 바빠 보였고 때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부하들에게 역정을 내기도 했다. 정연에게는 끼니에 맞춰 식사가 들어왔다. 식사를 가져다주는 사람은 그녀에게 선실의 사람들이 모두 굶고 있으며 화장실도 제대로 다녀오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살짝 전했다. 정연은 자신이 감금당한 것이 행운인지 불운인지 헷갈렸다.
점심을 먹고 난 오후, 긴장감이 풀리며 나른해질 무렵 갑자기 문이 덜컥 열렸다.
“정연아, 오빠 왔다.”
그가 돌아온 것이다. 여자는 긴장했다. 사내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이미 술이 몇 잔 들어간 얼굴이었다. 어딘지 신경질적인 표정.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고 있는 듯 보였다. 남자의 사나운 기운에 여자는 움츠러들었다,
“우리 예쁜이, 잘 있었어?”
여자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남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자의 육감은 쉽게 간파했다. 정연을 보는 보스의 눈빛은 야성을 띠고 있었다. 남자는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었다. 그게 정연을 찾은 이유였다. 정연은 무릎 아래까지 오는 타이트한 롱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짧은 치마나 반바지가 사내의 욕정을 자극할까 두려워 최대한 노출을 줄인다고 입었던 것인데,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원피스가 오히려 남자의 충동에 불을 질렀다.
“이리 소파에 와서 앉아.”
사내는 다시 자신의 옆에 앉을 것을 강요했다. 어차피 남자에게 두 번이나 주어버렸던 몸이다. 정연은 고분고분하게 순응했다.
“그런 옷을 입으면 불편하지 않나?”
사내는 팔로 여자의 허리를 덥석 두르며 말했다. 부드러운 암컷의 감촉에 사내의 물건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허리에 있던 남자의 손이 스르르 여자의 곡선을 따라 내려갔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여자의 아랫배로, 다시 가슴으로 손이 올라왔다. 남자는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 여자의 몸을 최대한 음미했다. 사내의 손길에 여자는 움찔움찔 움직였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아니, 거부하지 못했다.
“정연아, 대답해봐. 오빠 보고 싶었어?”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보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궁금하기는 했다. 하루 종일 방안에 갇혀 있다 보니 바깥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고도 싶었고, 보스라는 사내가 왜 그처럼 바쁜 건지, 뭐에 그토록 화가 났던 건지 알고 싶기도 했다. 또 남편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걱정됐다.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던데...
“왜 대답이 없어? 말해봐. 오빠 보고 싶었어, 안 보고 싶었어?”
가슴을 주무르던 남자의 손이 다시 여자의 아랫배로 향했다.
“솔직하지 못하군. 일단 맛을 본 이상 이 놈 생각이 간절했을 텐데.”
남자의 정연의 손을 쥐어 자신의 아랫도리에 가져다 댔다. 여자는 지난밤이 떠올랐다. 난생 처음 보았던 커다란 자지. 그녀의 심장이 다시 콩닥거렸다.
“영 눈에 거슬려. 답답해 보이고.”
사내는 돌연 몸을 숙여 여자의 타이트한 치마 밑단을 잡았다. 그리고 힘을 주어 치마를 부욱 찢었다. 롱 원피스가 밑에서부터 무릎 위 20센티 정도까지 크게 찢어졌다. 길고 새하얀 다리가 치마 사이로 매끈하게 드러났다.
어머-
정연은 남자의 과격한 행동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반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의 각선미에 감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거 눈이 부시군. 이렇게 아름다운 다리를 왜 답답한 옷 속에 감추는 거지? 우리 정연이의 예쁜 다리는 오빠가 잘 감상해줘야 가치가 빛을 발하는 거야.”
남자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원피스 위로 여자의 몸을 더듬던 사내의 손이 찢어진 틈새로 드러난 여자의 맨살을 만졌다. 스르르 사내의 크고 거친 손이 치마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그의 손가락이 다시 정연의 보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단 두 번의 섹스로 그녀의 성감대를 완전히 파악해버린 남자의 애무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정연의 다리가 조금씩 벌어졌다. 어느새 여자의 분홍색 팬티가 축축한 애액으로 젖기 시작했다. 그녀도 남자의 바지 위로 그의 자지를 쓰다듬었다. 그 우람한 페니스를 다시 보고 싶었고, 다시 빨고 싶었고, 다시 자신의 보지 속에 넣고 싶었다.
“오늘밤까지 팬티는 벗고 있으라고.”
흥분하기 시작한 사내는 치마 속에 손을 넣어 여자의 팬티를 벗기려 했다. 정연도 엉덩이를 들어 그가 자신의 팬티 벗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번이 고작 세 번째인데, 정연은 잘 알지도 못하는 이 남자에게 몸을 주는 데 대해 거부감이 엷어졌다. 남편에 대한 도덕적 관념보다는 자신의 보지를 뜨겁게 쑤셔준 이 사내의 크고 단단한 불기둥의 매력이 훨씬 강했다. 그녀는 자신이 헤어나오기 어려운 늪에 빠져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오빠는 나 보고 싶었어?”
지금껏 사내의 질문공세에도 입을 열지 않던 정연이 드디어 말을 걸었다. 치마 속 보지를 감상하느라 황홀해져 있던 사내는 여자가 의외의 말을 던지자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럼, 하루 종일 네 생각 때문에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혀서 혼났지.”
“나에 대해 무슨 생각 했는데?”
“너의 엉덩이랑, 가슴이랑, 입술... 그리고 질퍽한 너의 보지.”
정연은 웃었다. 원색적인 말일수록 섹스에는 자극이 된다. 같은 배에 남편이 타고 있는데 다른 남자에게 세 번씩이나 보지를 대주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수치스러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녀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리고 어쩐지 이 남자가 자신을 그리워했다는 말이 그녀에게 안심이 되었다. 잔인무도한 흉악범들이 장악한 이 배에서 안전하게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들어와요. 내 안에 들어와요. 오빠가 하루 종일 보고 싶었던 내 몸이야.”
열락에 빠진 여자의 입에서 제정신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내는 만족스러웠다. 하룻밤만에 그녀를 자기 여자로 만든 것이다. 남자는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는 자신의 페니스를 꺼냈다. 남자의 자지는 망설임 없이 여자의 계곡 입구로 향했다.
아악-
짧고 간들어진 여자의 교성. 사내의 거대한 자지가 조금씩 여자의 보지에 길을 냈다. 이미 충분히 젖어있던 보지는 곧 자지를 받아들였다. 기적처럼, 크고 우람한 자지가 여자의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역시 죽여주는 보지야. 지금까지 남편만 보고 살았어? 애인 있었지? 도저히 한 남자로 만족할 몸이 아닌데.”
남자는 칭찬인지 조롱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펌프질을 했다.
“오,오빠, 아항, 나, 나, 아흑, 그런 여자 아냐. 아학.”
“그렇다면 정연이는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몰랐던 거야. 이제부터 오빠가 널 그런 여자로 만들어줄게. 남자 없이는 단 하루도 못 견디는.”
정연은 남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를 알게 된지 만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 그녀는 이 사내의 몸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를 만나서 여자는 더더욱 음란해진 것이다.
아항, 하앙, 아흑, 아학, 하악
여자는 멈추지 않는 펌프질에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그녀의 커다란 교성은 문밖에 있는 부하들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창피하다는 생각을 가질 정신도 없었다. 정연은 환락의 끝에서 정신을 놓을 뻔했다.
“오빠는 내일이면 이 배에서 내릴 텐데, 우리 정연이 보고 싶어서 어쩌지?”
격렬한 정사를 마친 남자가 침대 위에서 여자의 몸을 다정히 안은 채 말했다.
“내일이면 바다 위에 있는 오빠 배랑 만날 거야. 나랑 내 동생들은 거기로 옮겨 타고 멀리 가버릴 거고, 어때, 정연이도 같이 갈까?”
어젯밤에 이은 두 번째 제안.
정연은 그가 자신을 강제로 데려간다고 하지 않는 게 신기했다. 총을 들고 사람도 죽인 이 남자가 자신에게 명령이 아닌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남자와 몸을 섞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 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정연은 절대 가정과 고국이라는 안정된 공간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남편은 어쩌고, 또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남자도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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