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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노출, 그리고 스와핑 - 2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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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690회 작성일 20-01-1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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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노출, 그리고 스와핑가을이 되면서 바쁜 일정의 연속이었다. 미팅을 끝내고 자리로 돌아와보니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가 2통이나 찍혀 있었다.



‘김덕수 부장?’



그가 왜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갑자기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그날 아내와 그는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그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엄습해오는 불길함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에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핸드폰의 진동이 반복해서 울려대는 동안 내 주위에 앉은 동료 직원들이 어서 전화를 받으라는 표정으로 내게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전화기를 들고 사무실을 빠져 나오는 동안에도 전화는 끊기지 않고 계속 울려대고 있었다.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자 진동이 끊겼다. 하지만 전화는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심호흡을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드디어 받으시는군요. 저 기억하시죠?”

“네. 안녕하셨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늘 퇴근 후에 시간 괜찮으실까요?”

“오늘요?”

“네. 꼭 오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강한 콧바람이 내 귀에까지 울려오고 있었다.



“꼭 오늘이어야만 합니까?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건지 말씀이라도..”

“아, 그렇게 불안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조용히 말씀 드릴 것이 있는 것 뿐이니 다른 오해는 마시구요.”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는 동안 그와 나 사이에는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고 서로의 숨소리만이 오갈 뿐이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나는 그를 만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가 왜 내게 전화를 했는지 궁금해졌다.



“어디서 뵐까요?”

“전에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 어떠세요?”



그와 약속장소를 정한 뒤 전화를 끊은 나는 손가락에 들려 있던 담배에서 화끈거리는 통증을 느끼며 얼른 손을 털어냈다. 겨우 한 모금 빨았던 담배가 어느새 필터까지 타고 올라와 있었다. 나는 다시 담배를 피워 물고 창 밖으로 보이는 아내의 회사가 있는 건물에 시선을 던졌다. 지금 그곳에는 김덕수 부장과 아내가 함께 있을 것이었다. 나는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전율 같은 것이 온 몸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머리 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다.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 빌딩 로비로 내려갔다. 동료들의 인사에도 건성으로 반응을 보이면서 정신 없이 걸음을 옮겨 그와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커피숍으로 들어섰을 때 그는 나와 처음 만났을 때 앉아 있던 그 자리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무척 긴장된 표정을 담고 있었다. 물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마주 앉아 그의 표정을 살피는 동안 그는 우리에게 다가온 여종업원에게 커피 두 잔을 시키고는 물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심한 갈증을 느끼는 모양인지 컵에 담긴 물을 단번에 비워버렸다.



“왜 만나자고 하신 거죠?”

“아, 그게..”



그가 망설이는 모습에 나는 더욱 불안함을 느꼈다. 혹시 그가 자신과 몸을 섞었던 아내가 자신의 부하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아직 그가 어떤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나의 머리 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연락을 드리고 여기에 나오기까지 많이 고민 했습니다.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씀 드리죠.”

“네. 말씀하세요.”

“아내 되시는 분이 저희 회사 직원이더군요. 그것도 저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나는 순간 온 몸이 차갑게 얼어붙는 듯한 느낌으로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들이 꿈처럼 몽롱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설마 설마 했지만 막상 그렇게 되고 보니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선뜻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묘한 상황 속에서 나는 침묵을 지키며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너무 힘들게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만약 제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벌써부터 어떤 짓을 저질렀을 겁니다. 아내 되시는 분이 연주씨일거라는 생각은 그날 우리가 모텔에서 만났을 때부터 가졌었으니까요. 나름대로 꽤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원하시는 게 뭐죠?”

“다시 연주씨를 안아보고 싶어요.”

“그날처럼 서로 가면을 쓰고 하는 거라면 상관없어요.”

“아뇨. 이번에는 연주가 나의 존재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나는 손이 차가워질 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남자였다. 그런 남자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주었다는 것을 아내가 알게 된다면 분명 돌이키기 힘든 충격을 받게 될 것이었다. 그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아무리 상식적이지 못한 행위들을 즐겨왔다고는 하지만 아내에게 그런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물잔을 들어 단숨에 물 한잔을 비워버렸다. 너무나 난감한 요구였다.



“연주씨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연주씨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여직원에게 협박하는 분위기로 즐겨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어요. 물론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은 잘 압니다. 그래서 이렇게 만나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요. 제가 나쁜 인간이었다면 부군께 상의 없이 저 혼자 일을 치렀을 겁니다.”



그의 목소리와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나는 그를 믿고 싶었다. 아니 이미 그를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가 마음에 걸렸다. 늪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그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승낙할 수도 없는 혼란스러움에서 쉽게 벗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를 만난 지 겨우 20여분이 지났을 뿐인데도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내게 허락을 구하면서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꼭 그렇게 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욕구가 그의 눈빛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씀이시죠?”

“일단 부군께서는 모르는 일로 하시고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날 우리의 만남은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하시죠.”

“그런 다음에는요?”

“그것도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저 없이 혼자 하시겠다는 말씀인가요?”

“네.”

“그건..”

“아, 걱정하지 마세요. 제게 좋은 카메라가 있으니 그걸로 찍어서 모든 과정을 보여드리도록 하죠. 절대 심한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심한 갈등에 빠져들었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아내가 그에게 유린당할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승낙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겐 이중적인 감정이 일고 있었다. 내가 없는 곳에서 더욱 자유롭게 아내를 유린할 그의 모습을 상상하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신선한 흥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집 안방에 다른 남자와 아내를 들여보내고 밖에서 서성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 아내를 완전하게 다른 남자에게 맡기는 그런 기분이었다.



“안되겠습니까? 약속은 꼭 지킵니다. 이미 칼자루는 서로가 함께 쥐고 있지 않습니까. 이미 저 역시도 우리의 일이 드러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그때까지 내가 일방적으로 협박을 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우린 서로에게 위험한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도 나의 신상을 알고 있었고, 나 역시도 그의 신상을 잘 알고 있었다. 서로에게 공개된 상황에서는 누가 누구를 협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아내가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만을 고민하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고민을 하는 동안 그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내게서 허락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죠? 계획하고 계신 날짜가.”

“오늘 해보려고 모두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전화를 드렸던 것이구요.”



나는 그제서야 퇴근 시간 전에 아내와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 불만을 털어놓던 아내의 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 또 야근이야?

- 몰라, 저 벌레 같은 인간이 여태 가만히 있다가 이제 일거리를 던져줬어.

- 뭐가 그래? 급한 일이면 진작에 줘야지. 여태 말도 없다가 퇴근 시간에 일거리를 준단 말이야?

- 속상해 죽겠어, 정말. 무능한 인간하고 정말 일 못하겠어.

- 참아. 어쩌겠어. 월급쟁이가..

- 몰라. 먼저 들어가. 나 오늘 늦을 거야.



아내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었다. 아내에게 야근을 시킨 것이 김부장의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서 결정하시죠.”



그는 기다리기가 힘들었는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나를 몰아세웠다. 결정을 내리기 힘든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그럼, 그 테잎은..”

“그건 걱정 마세요. 내일 당장 드릴 테니까요.”

“내일요.”

“네. 그럼 승낙하신 걸로 알고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내일 연락 드리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건네며 그곳을 빠져나가는 동안 나는 그대로 앉은 채 혼란스럽고 복잡한 기분이 되어 있었다. 당장 뛰어나가 그를 막아서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혼자 가야 하는 것인지 좀처럼 판단이 서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후자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곳을 빠져 나온 나는 큰 길가에 서서 아내의 회사가 있는 빌딩을 올려다 보았다. 지금쯤 사무실에 도착해 있을 김부장이 아내에게 어떤 행위를 하고 있을 지 너무나 궁금했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 나타난다면 아내는 더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내의 회사로 향하지 못했다.



다시 회사로 돌아와 차에 오른 나는 복잡한 심경을 떨쳐내지 못한 채로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집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에서 내린 나는 그대로 들어갈 수가 없어 집 근처의 작은 횟집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맨 정신으로 궁금함과 불안함으로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소주 세 병을 비우고 희미해진 정신으로 겨우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옷도 벗지 못한 채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져 버렸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감아 쥐고 밖으로 나오자 아내는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가 다가가는 동안에도 아내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내의 얼굴에는 밤새 울었던 흔적이 역력했다. 퉁퉁 부은 두 눈과 빨개진 코. 아내의 손에는 작은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아내의 앞에 섰을 때 아내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몸을 움직였지만 나를 바라보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출근 준비를 하고 차에 올라 회사로 향하는 동안에도 아내는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아내는 평소와는 달리 검정색 바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아내에게 그렇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내 모습에 소름이 돋는 뻔뻔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내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비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내에게 털어 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만약 모든 것을 알려준다면 아내는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 뻔한 일이었다. 나는 더 이상 아내에게 묻지 못했다. 아내는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창 밖을 바라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아내를 회사 앞에 내려준 뒤 빌딩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젯밤의 일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김부장을 끌어들인 것이 잘못되었다는 후회를 하고 있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너무도 간사했다. 오후에 걸려온 김부장의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엄청난 흥분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아내를 걱정하고 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에게 건네 받을 테잎 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퇴근 후 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내게 8mm짜리 테잎 하나를 건네주고는 바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에게서 전해 받은 테잎을 들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내를 차에 태우고 퇴근길에 올랐을 때 아내는 아침에 보였던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창 밖을 바라본 채 말이 없는 아내를 잠깐씩 돌아보면서도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테잎을 확인하려 손을 대보고 있었다. 너무나 간교한 나의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는 겨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 며칠 바람 좀 쐬고 올게.”

“회사는?”

“휴가 냈어.”

“휴가?”

“응. 머리가 복잡해서 혼자 바람 좀 쐬고 싶어.”

“같이 가줄까?”

“아니. 그냥 혼자 갈래.”



어둠이 묻어나는 아내의 표정을 보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밤 아내는 나를 안방에 남겨둔 채 건넌방에서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아내는 이미 집을 나서고 없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혼자 출근길에 오른 나는 다시는 아내에게 몹쓸 짓을 시키지 말자고 거듭 다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김덕수 부장에게서 건네 받은 테잎만을 생각했다. 아내가 없는 집에서 혼자 보게 될 테잎의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는 온갖 상상들로 가득 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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