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노출, 그리고 스와핑 - 에필로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318회 작성일 20-01-17 12:58본문
아내, 노출, 그리고 스와핑“이제 그만 일어나지, 나랑 갈 곳이 있어.”
“가..가다뇨. 어..어딜 말이에요?”
“어서 옷이나 입어.”
어디론가 간다는 말에 아내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근심 어린 눈빛으로 김부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시간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카메라가 흔들리며 어지럽게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화면이 꺼져버렸다. 나는 다시 양주병을 들어 한 모금을 마셨다. 양주병을 치켜들며 고개를 젖히면서도 나는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시 화면이 들어왔을 때 카메라는 여전히 어지러이 흔들리다가 겨우 고정되었다.
‘남자 화장실?’
아내가 두려움에 떨며 남자 화장실 벽에 붙어 서있었다. 내가 가보았던 아내 회사 건물의 화장실은 분명 아니었다. 한참을 살펴본 후에야 나는 그곳이 지하철 역사의 화장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안 되요. 제발.. 다가 오지 말아요.”
공포에 질린듯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내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무척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을 바친 김부장에게 그토록 큰 두려움을 느낄 리가 만무했다. 화면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아내에게 그토록 큰 두려움을 주고 있는 존재가 궁금하기만 했다. 나는 다시 양주 한 모금을 마셨다. 잠깐의 기다림도 내겐 피가 마르고 있었다. 화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그 그림자에 의해 화면이 잠시 어두워졌다. 아내를 향해 걸어가는 두 남자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노숙자?’
그들은 한 눈에 보기에도 허름한 옷차림을 한 노숙자들이었다. 김부장은 그런 더러운 인간들에게 아내를 맛보게 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고 있었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이 처참해진 모습이었다.
“부..부장님. 이 사람들 누구에요? 어서.. 어서 나가라고 하세요. 어서요.”
“그럴 수는 없지. 일부러 데리고 온 사람들을 나가라고 할 수 있나?”
“아..안되요. 제발. 이것만은 안되요. 다른 건 뭐든 하라는데로 할게요. 그러니 제발 이 사람들 좀 나가라고 해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네?”
아내는 눈물을 쏟아내며 무릎을 꿇은 채 카메라를 들고 있는 김부장을 향해 두 손을 비벼가며 빌고 있었다. 아내가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 견딜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 분노를 느끼는 와중에도 가슴 한 켠에는 그 다음의 상황들에 대한 기대감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어서 그 옷부터 벗어. 안 그러면 이 사람들이 네 옷을 찢어버릴지도 몰라. 몇 달 이상씩 굶주린 남자들이니 꽤 거칠 수도 있어. 그러니 순순히 응하는 게 좋을거야.”
“흐흐흑… 대체 왜 이러시는 거에요.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냐구요. 원하는 데로 다 해줬잖아요.”
“글쎄.. 내 생각에는 그 동안 날 경멸하고 무시했던 대가 치고는 너무 작은 것 같은데..”
“흐흐흑.. 잘못 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제발..”
“시끄러워. 더 이상 떠들지마. 이 사람들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니 빌고 싶으면 이 사람들한테 빌어. 이미 내 손을 떠났으니까. 난 그저 지켜보는 구경꾼일 뿐이야.”
두 남자는 벌써 아내의 곁에 다가서 있었다. 아내의 양 옆에서 아내를 내려다 보는 그들의 모습은 야생의 늑대 같은 모습이었다. 곱게 자라온 여자, 그리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아내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더러운 인간들이 아내를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벽에 붙어 울며불며 빌어대고 있는 아내의 양쪽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들의 손이 몸에 닿자 아내는 미친 듯이 발악하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도와주려 달려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남자가 아내의 등 뒤로 손을 대며 원피스 지퍼를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내는 몸부림 치며 저항했다. 그러자 한 남자가 아내를 단단히 붙잡았다. 아내는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뜻대로 되지 않자 그들은 아내의 원피스를 위로 걷어 올려 벗겨내려 했다. 브래지어와 가터벨트, 그리고 흰색 밴드 스타킹만을 신고 있던 아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비너스 언덕 위로 까만 털들이 덮여 있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아내는 원피스를 지켜내려 바둥거렸지만 두 남자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찢겨지듯이 원피스가 위로 벗겨졌다. 아내는 드러난 아랫도리를 가리려 다시 쪼그려 앉았다. 하지만 그들은 아내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아내가 온 힘을 다해 발악을 하고 있는 동안 두 남자는 그나마 아내의 몸을 가리고 있던 브래지어를 벗겨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가터벨트와 밴드 스타킹뿐이었다. 그것들은 아내의 몸을 가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오히려 그들의 성욕을 자극할 뿐이었다.
한 남자가 아내의 뒤쪽으로 가더니 아내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다른 남자가 아내의 두 다리를 잡아 들어올렸다. 아내는 그들에 의해 공중으로 들어올려진 채 발버둥을 치고 있었지만 아내는 많이 지쳐 있었다. 앞쪽의 남자가 아내의 두 다리를 구부리며 아내의 몸 쪽으로 밀어 붙였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남자가 그로부터 아내의 다리를 넘겨 받으며 오금 안쪽을 잡아 벌렸다. 그렇게 되니 그 남자가 아내에게 오줌을 누이려고 안은 것과 같은 자세가 되고 말았다. 아내의 보지가 카메라를 향해 한껏 벌려진 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러자 어디선가 남자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카메라가 뒤쪽을 비추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카메라 뒤쪽에 수많은 노숙자들이 아내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아내가 왜 그렇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입이 바짝 바짝 말라오는 느낌을 지우려 양주병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젠 목구멍을 넘어갈 때 느껴지던 쓰라림도 느낄 수가 없었다.
“자, 이제 한 사람씩 즐겨보세요.”
김부장이 그들을 향해 그렇게 말하자 뒤쪽에 있던 남자들이 우르르 앞으로 나와 아내를 향해 한 줄로 늘어섰다. 김부장은 아내 가까이로 다가가 아내의 보지를 들여다 보는 노숙자들을 찍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아내의 얼굴을 비추었다.
“빨리 끝내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데로 해. 그렇게 할 수 있겠지?”
“흐흐흑.. 제발.. 이제 그만 하세요..”
“넌 내가 하라는 데로 할 수 밖에 없어. 이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이니 봉사하는 셈 치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야. 너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더럽기 짝이 없는 노숙자들에게 온 몸으로 봉사를 했다고 하면 신문에 날 일 아닌가? 하하하하. 안 그래?”
“흐흐흑…”
아내는 그들에게 보지를 보인 채로 서럽게 울기만 했다. 노숙자들은 아주 오랜만에 여자의 보지를 보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고 탐욕과 굶주림에 지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야수들 앞에 아내는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곳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었다.
“자, 이제 내가 시키는 데로 해볼까? 빨리 끝내야 집에도 빨리 갈 수 있겠지?”
김부장은 그렇게 말한 뒤 아내의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흐흐흑.. 시..싫어요. 어떻게.. 그런..”
“어서 해. 그래야 집에 갈 수 있어.”
아내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로 처량하게 울어대기만 했다. 김부장이 다시 귀에 대고 속삭이며 아내에게 한참을 말하자 아내는 김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정말.. 그렇게만 하면 그냥 보내주는 거죠? 그 이상은 아닌거죠?”
“그렇다니까. 어서 해봐.”
아내는 눈물로 젖은 두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며 이리저리 방황하듯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는 두 눈을 감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저…저는 연주에요.. 여러분을 위해… 여러분을 위해 봉사 활동을 나왔어요.. 제.. 제 보지를 여러분 마음대로 해주세요.. 흐흑..”
“그래.. 아주 잘하고 있어.. 이번에는..”
김부장이 다시 아내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자 아내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들을 원해요. 회사에서도 저는 걸레였어요. 세상 남자들 모두에게 보지를 바치는 그런 여자에요. 마음껏 가져주세요. 어서요.”
아내가 그렇게 말하자 남자들은 환호성을 질러대며 더욱 흥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맨 앞의 남자가 먼저 아내의 보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주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한 때가 낀 더러운 손으로 아내의 보지를 만지자 아내는 두려운 흐느낌 소리를 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 더러운 손가락 하나가 아내의 구멍 속으로 밀려 들어가더니 이리저리 휘젓기 시작했다.
“하읍.. 아파요.. 그만 해요.. 그러지 말아요.. 제발..”
아내가 애원해보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거칠게 아내의 구멍을 휘저었다. 그리고는 아내의 보지를 핥아대기 시작했다. 그 더러운 남자에게 핥아지고 있는 아내의 표정은 더러운 구덩이 속에 빠진 듯한 공포심과 최악의 수치심이 잔뜩 베어 있었다. 그렇게 한 남자씩 돌아가며 아내의 보지를 유린하는 동안 아내는 지쳐가고 있었다. 스무 명 가까이 되는 그 남자들이 더러운 손과 더러운 입으로 아내의 보지를 유린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너무나 큰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내가 그토록 망가질 동안 난 그 테잎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너무나 더럽게 여겨졌다. 그래, 난 더러운 인간이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를 통해 나의 병적인 성욕을 채우기 위해 이성을 잃은 더러운 인간이었다. 그런 나를 위해 아내는 모든 것을 참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나로 인해 아내가 거쳐온 남자들이 하나, 하나 머리 속에 그려졌다.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왔다. 나는 더 이상 화면을 바라보지 못했다. TV에서는 아내가 괴로워하는 신음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아내가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상상하려 하지도 않고 있었다. 나는 양주병을 들어 남아있던 술을 단번에 비워내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아내의 신음 소리와 남자들의 거친 숨소리, 그리고 그들의 몸이 아내의 몸에 부딪히고 있는 소리들을 듣고 있었다. 천정이 빙글빙글 돌며 소용돌이가 치고 있는 것 같았다.
10분? 아니면 20분? 아니면 그보다 더? 나는 기억나지 않는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누워있었다. 화면 속에서 들려오던 아내가 괴로워하는 온갖 소리들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아내가 힘겹게 흐느껴 울고 있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나는 점점 초점을 잃어가고 있는 두 눈으로 겨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뻔한 일이었다. 아내는 바닥에 화장실 바닥에 널 부러진 채 흐느껴 울고 있었고 아내의 몸 여기저기에는 그들이 쏟아낸 정액들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난 아내가 그들 모두를 받아 들였는지, 그들의 자지를 모두 빨아주었는지, 그들이 아내의 항문까지 침범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것들을 궁금해하지 않으려 했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알코올의 독한 성분들이 나를 마취시키고 있다는 느낌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창 밖에서는 아주 밝은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눈이 부셨다. 머리는 깨질 듯이 지끈거리고 있었고 천정은 여전히 빙글빙글 돌았다. 아무 생각 없이 누운 채로 나를 느껴야만 했다. 내 손과 내 발과 내 몸뚱이들을 차례로 느낀 뒤에서야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TV 화면은 파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그 파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 속은 텅 비어있는 듯이 고요했다. 어느 순간에 아내를 떠올렸을 때 내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그리고 얼굴의 피부로 뜨거운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를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니, 전화는 꺼져 있었다.
아내가 없는 하루, 하루는 1년처럼, 아니 10년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아내는 연락도 되지 않았고 돌아오지도 않았다. 나는 회사에 병가를 낸 채 그 며칠은 술에 찌들어 지내야만 했다. 거실 바닥에는 술병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고 나는 소파에 누운 채 죽은 사람처럼 누워있었다. 내 몸은 알코올기운으로 찌들어 있었고, 그것에 의해 마취되어 있었다. 머리 속에 어떤 생각도 들이고 싶지가 않았다. 작은 먼지 같은 생각조차도 결국에는 아내와 연결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아내가 여행을 떠난 지 5일째가 되던 날이었다. 창 밖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있었다. 집안에도 바깥과 다르지 않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소용돌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난 다시 잠이 들려 했다.
꿈을 꾸었다. 내가 누워있던 어둠 속에서 현관문을 열려는 열쇠의 마찰음이 딸그락거리며 내 귀를 자극해왔다.
‘아내가 돌아온 것일까? 아니야.. 아내는 돌아오지 않아. 아내는 아주 멀리 갔단 말이야. 너라면 돌아올 수 있겠어? 아내는 아주 멀리 떠났어. 네가 찾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꿈 속의 공간에서 환청이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더 깊이 잠들고 싶었다. 꿈도 꿀 수 없는 아주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갑자기 현관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에 휭- 하는 바람소리가 귓가를 스쳐갔다. 그리고 어둠 속 저편에서 불빛이 보였다. 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현관을 바라보았다. 현관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미친 놈처럼 다급하게 일어나 현관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곳에 서있는 아내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쓰러지듯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고 말았다.
“여..여보..”
“여보..”
“여보.. 내가.. 내가 잘못했어.. 여보.. 흐흐흑.. 내가 죽일 놈이야.. 제발.. 날 용서해줘.”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울기 시작했다. 내 마음 속에 가득 차있던 죄책감들이 내 울음소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내가 울고 있는 동안 아내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천천히 내게로 걸어왔다. 아내의 발걸음 소리가 나를 때리는 것 같았다. 아내는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내 어깨를 끌어 나를 일으켰다. 눈물이 앞으로 가렸다. 아내는 내 앞에 꿇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내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당신이 뭘 잘못했다는 거야? 울지마. 응? 제발 울지마.”
“미안해, 여보.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당신이..”
“아니야. 당신 잘못한 거 없어. 다 이해해.. 그러니까 제발 울지마.. 응?”
아내는 두 손으로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아내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당신이 원했던 거라면 나도 원했던 거야. 죄책감 느끼지 마. 응? 당신이 원해서 나도 했던 거야. 당신이니까..”
아내는 내 머리를 끌어 안아주었다. 그리고 아내와 난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아내의 품은 신기하리만치 포근했다. 아내의 품은 나의 모든 악한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용서해주는 듯한 그 따듯함에 나는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당신이 그렇게 용서를 원하는 거면 용서해줄게. 그러면 되는 거지? 당신 이렇게 우는 거 싫어. 당신도 내가 우는 거 싫어하잖아. 그러니까 이제 울지마.”
“고마워. 고마워. 여보..”
“그래..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아내는 내 머리를 끌어 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를 달래주었다. 아내는 세상의 그 어떤 여자보다도 나를 사랑하고 이해해주는 어머니 같은 여자였다. 그런 좋은 여자를 나쁜 길로 이끌었던 내 자신이 너무나 증오스러웠다.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야. 당신한테 더 이상 그런 나쁜 요구는 하지 않을게.”
“그래. 이제 그만하자. 나도 이제 그만 하고 싶어. 당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야. 솔직히 집으로 오면서 많이 고민했어. 당신이 또 다시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안해.. 미안해. 연주야..”
“우리 어디 먼 곳으로 떠나자. 그리고 거기에서 우리 아이도 갖자. 나 당신 아이 갖고 싶어. 그렇게 해줄 거지?”
“그래. 그렇게 하자. 꼭 그렇게 하자.”
아내와 난 그렇게 다시 예전의 우리를 찾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의 기억을 모두 지울 수는 없었지만 아내와 난 서로 노력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 새벽에 아내가 잠들었을 때 나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김부장으로부터 받았던 테이프를 불태웠다. 내 마음의 죄도 함께 태워버렸다. 그것으로 내 마음이 깨끗해질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캐나다로 이민을 온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난 운 좋게도 이곳에서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었고, 아내도 번역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직 우리에겐 아이가 없다. 내 마음이 깨끗하기 전에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도 내 생각을 존중해주었다.
창 밖으로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아내는 앞뜰에 있는 작은 화단에 장미꽃을 키우고 있다.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제 난 지난 날의 기억들을 모두 지우려 한다. 이제 더 이상 그 어두운 터널로 들어서지 않을 것이다. 감각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던 옛 기억들은 나와 아내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상처가 완전히 아무는 날에 나는 아내를 사랑스럽게 안아줄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를 가질 생각이다.
아내가 창을 통해 나를 부르고 있다. 이제 오래 전의 기억들을 모두 지울 시간이 된 것 같다. 마음에 평화로움이 스며드는 느낌이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후회할 선택은 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끝-
“가..가다뇨. 어..어딜 말이에요?”
“어서 옷이나 입어.”
어디론가 간다는 말에 아내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근심 어린 눈빛으로 김부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시간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카메라가 흔들리며 어지럽게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화면이 꺼져버렸다. 나는 다시 양주병을 들어 한 모금을 마셨다. 양주병을 치켜들며 고개를 젖히면서도 나는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시 화면이 들어왔을 때 카메라는 여전히 어지러이 흔들리다가 겨우 고정되었다.
‘남자 화장실?’
아내가 두려움에 떨며 남자 화장실 벽에 붙어 서있었다. 내가 가보았던 아내 회사 건물의 화장실은 분명 아니었다. 한참을 살펴본 후에야 나는 그곳이 지하철 역사의 화장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안 되요. 제발.. 다가 오지 말아요.”
공포에 질린듯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내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무척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을 바친 김부장에게 그토록 큰 두려움을 느낄 리가 만무했다. 화면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아내에게 그토록 큰 두려움을 주고 있는 존재가 궁금하기만 했다. 나는 다시 양주 한 모금을 마셨다. 잠깐의 기다림도 내겐 피가 마르고 있었다. 화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그 그림자에 의해 화면이 잠시 어두워졌다. 아내를 향해 걸어가는 두 남자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노숙자?’
그들은 한 눈에 보기에도 허름한 옷차림을 한 노숙자들이었다. 김부장은 그런 더러운 인간들에게 아내를 맛보게 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고 있었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이 처참해진 모습이었다.
“부..부장님. 이 사람들 누구에요? 어서.. 어서 나가라고 하세요. 어서요.”
“그럴 수는 없지. 일부러 데리고 온 사람들을 나가라고 할 수 있나?”
“아..안되요. 제발. 이것만은 안되요. 다른 건 뭐든 하라는데로 할게요. 그러니 제발 이 사람들 좀 나가라고 해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네?”
아내는 눈물을 쏟아내며 무릎을 꿇은 채 카메라를 들고 있는 김부장을 향해 두 손을 비벼가며 빌고 있었다. 아내가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 견딜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 분노를 느끼는 와중에도 가슴 한 켠에는 그 다음의 상황들에 대한 기대감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어서 그 옷부터 벗어. 안 그러면 이 사람들이 네 옷을 찢어버릴지도 몰라. 몇 달 이상씩 굶주린 남자들이니 꽤 거칠 수도 있어. 그러니 순순히 응하는 게 좋을거야.”
“흐흐흑… 대체 왜 이러시는 거에요.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냐구요. 원하는 데로 다 해줬잖아요.”
“글쎄.. 내 생각에는 그 동안 날 경멸하고 무시했던 대가 치고는 너무 작은 것 같은데..”
“흐흐흑.. 잘못 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제발..”
“시끄러워. 더 이상 떠들지마. 이 사람들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니 빌고 싶으면 이 사람들한테 빌어. 이미 내 손을 떠났으니까. 난 그저 지켜보는 구경꾼일 뿐이야.”
두 남자는 벌써 아내의 곁에 다가서 있었다. 아내의 양 옆에서 아내를 내려다 보는 그들의 모습은 야생의 늑대 같은 모습이었다. 곱게 자라온 여자, 그리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아내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더러운 인간들이 아내를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벽에 붙어 울며불며 빌어대고 있는 아내의 양쪽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들의 손이 몸에 닿자 아내는 미친 듯이 발악하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도와주려 달려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남자가 아내의 등 뒤로 손을 대며 원피스 지퍼를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내는 몸부림 치며 저항했다. 그러자 한 남자가 아내를 단단히 붙잡았다. 아내는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뜻대로 되지 않자 그들은 아내의 원피스를 위로 걷어 올려 벗겨내려 했다. 브래지어와 가터벨트, 그리고 흰색 밴드 스타킹만을 신고 있던 아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비너스 언덕 위로 까만 털들이 덮여 있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아내는 원피스를 지켜내려 바둥거렸지만 두 남자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찢겨지듯이 원피스가 위로 벗겨졌다. 아내는 드러난 아랫도리를 가리려 다시 쪼그려 앉았다. 하지만 그들은 아내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아내가 온 힘을 다해 발악을 하고 있는 동안 두 남자는 그나마 아내의 몸을 가리고 있던 브래지어를 벗겨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가터벨트와 밴드 스타킹뿐이었다. 그것들은 아내의 몸을 가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오히려 그들의 성욕을 자극할 뿐이었다.
한 남자가 아내의 뒤쪽으로 가더니 아내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다른 남자가 아내의 두 다리를 잡아 들어올렸다. 아내는 그들에 의해 공중으로 들어올려진 채 발버둥을 치고 있었지만 아내는 많이 지쳐 있었다. 앞쪽의 남자가 아내의 두 다리를 구부리며 아내의 몸 쪽으로 밀어 붙였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남자가 그로부터 아내의 다리를 넘겨 받으며 오금 안쪽을 잡아 벌렸다. 그렇게 되니 그 남자가 아내에게 오줌을 누이려고 안은 것과 같은 자세가 되고 말았다. 아내의 보지가 카메라를 향해 한껏 벌려진 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러자 어디선가 남자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카메라가 뒤쪽을 비추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카메라 뒤쪽에 수많은 노숙자들이 아내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아내가 왜 그렇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입이 바짝 바짝 말라오는 느낌을 지우려 양주병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젠 목구멍을 넘어갈 때 느껴지던 쓰라림도 느낄 수가 없었다.
“자, 이제 한 사람씩 즐겨보세요.”
김부장이 그들을 향해 그렇게 말하자 뒤쪽에 있던 남자들이 우르르 앞으로 나와 아내를 향해 한 줄로 늘어섰다. 김부장은 아내 가까이로 다가가 아내의 보지를 들여다 보는 노숙자들을 찍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아내의 얼굴을 비추었다.
“빨리 끝내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데로 해. 그렇게 할 수 있겠지?”
“흐흐흑.. 제발.. 이제 그만 하세요..”
“넌 내가 하라는 데로 할 수 밖에 없어. 이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이니 봉사하는 셈 치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야. 너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더럽기 짝이 없는 노숙자들에게 온 몸으로 봉사를 했다고 하면 신문에 날 일 아닌가? 하하하하. 안 그래?”
“흐흐흑…”
아내는 그들에게 보지를 보인 채로 서럽게 울기만 했다. 노숙자들은 아주 오랜만에 여자의 보지를 보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고 탐욕과 굶주림에 지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야수들 앞에 아내는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곳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었다.
“자, 이제 내가 시키는 데로 해볼까? 빨리 끝내야 집에도 빨리 갈 수 있겠지?”
김부장은 그렇게 말한 뒤 아내의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흐흐흑.. 시..싫어요. 어떻게.. 그런..”
“어서 해. 그래야 집에 갈 수 있어.”
아내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로 처량하게 울어대기만 했다. 김부장이 다시 귀에 대고 속삭이며 아내에게 한참을 말하자 아내는 김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정말.. 그렇게만 하면 그냥 보내주는 거죠? 그 이상은 아닌거죠?”
“그렇다니까. 어서 해봐.”
아내는 눈물로 젖은 두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며 이리저리 방황하듯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는 두 눈을 감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저…저는 연주에요.. 여러분을 위해… 여러분을 위해 봉사 활동을 나왔어요.. 제.. 제 보지를 여러분 마음대로 해주세요.. 흐흑..”
“그래.. 아주 잘하고 있어.. 이번에는..”
김부장이 다시 아내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자 아내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들을 원해요. 회사에서도 저는 걸레였어요. 세상 남자들 모두에게 보지를 바치는 그런 여자에요. 마음껏 가져주세요. 어서요.”
아내가 그렇게 말하자 남자들은 환호성을 질러대며 더욱 흥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맨 앞의 남자가 먼저 아내의 보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주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한 때가 낀 더러운 손으로 아내의 보지를 만지자 아내는 두려운 흐느낌 소리를 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 더러운 손가락 하나가 아내의 구멍 속으로 밀려 들어가더니 이리저리 휘젓기 시작했다.
“하읍.. 아파요.. 그만 해요.. 그러지 말아요.. 제발..”
아내가 애원해보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거칠게 아내의 구멍을 휘저었다. 그리고는 아내의 보지를 핥아대기 시작했다. 그 더러운 남자에게 핥아지고 있는 아내의 표정은 더러운 구덩이 속에 빠진 듯한 공포심과 최악의 수치심이 잔뜩 베어 있었다. 그렇게 한 남자씩 돌아가며 아내의 보지를 유린하는 동안 아내는 지쳐가고 있었다. 스무 명 가까이 되는 그 남자들이 더러운 손과 더러운 입으로 아내의 보지를 유린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너무나 큰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내가 그토록 망가질 동안 난 그 테잎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너무나 더럽게 여겨졌다. 그래, 난 더러운 인간이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를 통해 나의 병적인 성욕을 채우기 위해 이성을 잃은 더러운 인간이었다. 그런 나를 위해 아내는 모든 것을 참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나로 인해 아내가 거쳐온 남자들이 하나, 하나 머리 속에 그려졌다.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왔다. 나는 더 이상 화면을 바라보지 못했다. TV에서는 아내가 괴로워하는 신음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아내가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상상하려 하지도 않고 있었다. 나는 양주병을 들어 남아있던 술을 단번에 비워내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아내의 신음 소리와 남자들의 거친 숨소리, 그리고 그들의 몸이 아내의 몸에 부딪히고 있는 소리들을 듣고 있었다. 천정이 빙글빙글 돌며 소용돌이가 치고 있는 것 같았다.
10분? 아니면 20분? 아니면 그보다 더? 나는 기억나지 않는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누워있었다. 화면 속에서 들려오던 아내가 괴로워하는 온갖 소리들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아내가 힘겹게 흐느껴 울고 있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나는 점점 초점을 잃어가고 있는 두 눈으로 겨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뻔한 일이었다. 아내는 바닥에 화장실 바닥에 널 부러진 채 흐느껴 울고 있었고 아내의 몸 여기저기에는 그들이 쏟아낸 정액들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난 아내가 그들 모두를 받아 들였는지, 그들의 자지를 모두 빨아주었는지, 그들이 아내의 항문까지 침범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것들을 궁금해하지 않으려 했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알코올의 독한 성분들이 나를 마취시키고 있다는 느낌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창 밖에서는 아주 밝은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눈이 부셨다. 머리는 깨질 듯이 지끈거리고 있었고 천정은 여전히 빙글빙글 돌았다. 아무 생각 없이 누운 채로 나를 느껴야만 했다. 내 손과 내 발과 내 몸뚱이들을 차례로 느낀 뒤에서야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TV 화면은 파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그 파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 속은 텅 비어있는 듯이 고요했다. 어느 순간에 아내를 떠올렸을 때 내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그리고 얼굴의 피부로 뜨거운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를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니, 전화는 꺼져 있었다.
아내가 없는 하루, 하루는 1년처럼, 아니 10년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아내는 연락도 되지 않았고 돌아오지도 않았다. 나는 회사에 병가를 낸 채 그 며칠은 술에 찌들어 지내야만 했다. 거실 바닥에는 술병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고 나는 소파에 누운 채 죽은 사람처럼 누워있었다. 내 몸은 알코올기운으로 찌들어 있었고, 그것에 의해 마취되어 있었다. 머리 속에 어떤 생각도 들이고 싶지가 않았다. 작은 먼지 같은 생각조차도 결국에는 아내와 연결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아내가 여행을 떠난 지 5일째가 되던 날이었다. 창 밖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있었다. 집안에도 바깥과 다르지 않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소용돌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난 다시 잠이 들려 했다.
꿈을 꾸었다. 내가 누워있던 어둠 속에서 현관문을 열려는 열쇠의 마찰음이 딸그락거리며 내 귀를 자극해왔다.
‘아내가 돌아온 것일까? 아니야.. 아내는 돌아오지 않아. 아내는 아주 멀리 갔단 말이야. 너라면 돌아올 수 있겠어? 아내는 아주 멀리 떠났어. 네가 찾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꿈 속의 공간에서 환청이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더 깊이 잠들고 싶었다. 꿈도 꿀 수 없는 아주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갑자기 현관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에 휭- 하는 바람소리가 귓가를 스쳐갔다. 그리고 어둠 속 저편에서 불빛이 보였다. 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현관을 바라보았다. 현관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미친 놈처럼 다급하게 일어나 현관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곳에 서있는 아내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쓰러지듯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고 말았다.
“여..여보..”
“여보..”
“여보.. 내가.. 내가 잘못했어.. 여보.. 흐흐흑.. 내가 죽일 놈이야.. 제발.. 날 용서해줘.”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울기 시작했다. 내 마음 속에 가득 차있던 죄책감들이 내 울음소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내가 울고 있는 동안 아내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천천히 내게로 걸어왔다. 아내의 발걸음 소리가 나를 때리는 것 같았다. 아내는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내 어깨를 끌어 나를 일으켰다. 눈물이 앞으로 가렸다. 아내는 내 앞에 꿇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내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당신이 뭘 잘못했다는 거야? 울지마. 응? 제발 울지마.”
“미안해, 여보.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당신이..”
“아니야. 당신 잘못한 거 없어. 다 이해해.. 그러니까 제발 울지마.. 응?”
아내는 두 손으로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아내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당신이 원했던 거라면 나도 원했던 거야. 죄책감 느끼지 마. 응? 당신이 원해서 나도 했던 거야. 당신이니까..”
아내는 내 머리를 끌어 안아주었다. 그리고 아내와 난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아내의 품은 신기하리만치 포근했다. 아내의 품은 나의 모든 악한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용서해주는 듯한 그 따듯함에 나는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당신이 그렇게 용서를 원하는 거면 용서해줄게. 그러면 되는 거지? 당신 이렇게 우는 거 싫어. 당신도 내가 우는 거 싫어하잖아. 그러니까 이제 울지마.”
“고마워. 고마워. 여보..”
“그래..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아내는 내 머리를 끌어 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를 달래주었다. 아내는 세상의 그 어떤 여자보다도 나를 사랑하고 이해해주는 어머니 같은 여자였다. 그런 좋은 여자를 나쁜 길로 이끌었던 내 자신이 너무나 증오스러웠다.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야. 당신한테 더 이상 그런 나쁜 요구는 하지 않을게.”
“그래. 이제 그만하자. 나도 이제 그만 하고 싶어. 당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야. 솔직히 집으로 오면서 많이 고민했어. 당신이 또 다시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안해.. 미안해. 연주야..”
“우리 어디 먼 곳으로 떠나자. 그리고 거기에서 우리 아이도 갖자. 나 당신 아이 갖고 싶어. 그렇게 해줄 거지?”
“그래. 그렇게 하자. 꼭 그렇게 하자.”
아내와 난 그렇게 다시 예전의 우리를 찾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의 기억을 모두 지울 수는 없었지만 아내와 난 서로 노력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 새벽에 아내가 잠들었을 때 나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김부장으로부터 받았던 테이프를 불태웠다. 내 마음의 죄도 함께 태워버렸다. 그것으로 내 마음이 깨끗해질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캐나다로 이민을 온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난 운 좋게도 이곳에서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었고, 아내도 번역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직 우리에겐 아이가 없다. 내 마음이 깨끗하기 전에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도 내 생각을 존중해주었다.
창 밖으로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아내는 앞뜰에 있는 작은 화단에 장미꽃을 키우고 있다.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제 난 지난 날의 기억들을 모두 지우려 한다. 이제 더 이상 그 어두운 터널로 들어서지 않을 것이다. 감각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던 옛 기억들은 나와 아내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상처가 완전히 아무는 날에 나는 아내를 사랑스럽게 안아줄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를 가질 생각이다.
아내가 창을 통해 나를 부르고 있다. 이제 오래 전의 기억들을 모두 지울 시간이 된 것 같다. 마음에 평화로움이 스며드는 느낌이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후회할 선택은 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끝-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